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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지사지(歷知思志)] 시계

조선 숙종은 외국에서 들어온 시계에 관심이 많았다. 청나라에서 들여온 서양 자명종을 보고는 ‘네 형상은 어찌 그리 기묘한가/ 그 만듦새 또한 기묘하다 할 만하네/ 조금의 착오도 착오도 없으니/ 오직 쉬지 않는다고 말하리’라는 시를 남기며 놀라움을 숨기지 않았다.
 
숙종은 국내 생산을 지시했지만 조선 기술자들은 만들지 못했다. 이후 일본에서 서양 것을 본떠 만든 자명종을 들여오자 그 원리를 이해했다고 한다. 이때도 숙종은 시를 남겼다. ‘정교하게 만들어진 일본 시계를 가만히 들여다보니/ 모두 갖추어져 있어 부족함이 없네/ 해와 달을 따라 운행하고/ 두 개의 추가 도우며 움직이네/ 쇠종이 시각에 따라 울리니/ 대궐에 시각을 알려주네/ 물시계를 기다리지 않아도/ 주야의 열두 시각을 알 수 있네.’
 
조선이 실패한 자명종 제작을 일본은 성공했던 것이다. 이것은 양국 과학 기술의 격차를 의미했다. 하지만 조선 집권층은 이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 일본 자명종에 깊은 인상을 받은 숙종도 시를 남겼을 뿐, 별다른 조처를 취하지는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이 반도체 인력 양성을 강조하며, 후속 움직임이 뒤따르고 있다. 한국의 반도체 생산능력은 세계 수위이며, 우리의 주요 자산 중 하나다. 하지만 세계는 끊임없이 변한다. 멍하니 일본의 자명종만 바라보던 조선으로 돌아가지 말라는 법도 없다.

유성운 / 문화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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