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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하늘을 떠받치는 기둥

한동안 비가 내리지 않아 물 걱정이 컸는데 겨우내 줄기차게 내린 비에 그나마 물 걱정이 사라졌다니 다행이다. 그런데 물 걱정이 없어졌다고 좋아하던 것도 잠시, 이제는 비가 너무 많이 와서 걱정이란다. 길이 패고, 땅이 갈라지고, 집이 무너진다고 푸념하는 사람들은 이제는 비가 더 내리면 안 된다고 하면서 또 다른 물 걱정에 마음의 주름만 늘어간다.   가뭄이 한창일 때는 물도 물이지만, 산불로 인한 피해도 컸는데, 비가 자주 내려서 그런지 산불 소식이 뜸하다. 대신 들판을 아름답게 수놓은 야생화가 그 어느 때보다 화려하게 피었다는 소식은 수줍음 많은 봄 처녀의 사뿐한 발걸음처럼 우리 마음을 괜스레 설레게 한다.     해마다 야생화가 단골로 피던 곳은 물론이고, 평소에는 풀 한 포기 나지 않던 사막 한복판까지 지난겨울에 내린 비를 깊이 머금고 있다가 봄의 기운을 자양분 삼아 꽃을 피우는 것을 볼라치면 생명의 신비와 끈질김에 마음의 옷깃을 여미게 된다.     봄빛에 얼굴을 활짝 펴고 고개를 꼿꼿이 든 채 황량한 벌판을 형형색색의 꽃동산으로 바꾸어놓았다고 뽐내는 들꽃의 나댐과, 그에 지지 않으려는 듯 온 세상을 초록으로 물들이며 때마침 부는 바람에 맞춰 군무를 추는 봄 풀잎의 공연을 보는데 시 한 편이 떠올랐다. ‘파랗게, 땅 전체를’이라는 제목으로 정현종 시인이 쓴 시다.     시인은 봄이 되자 기지개를 켜며 대지를 뚫고 올라와 세상을 파랗게 뒤덮는 봄 풀잎을 보면서 이렇게 노래했다. ‘파랗게, 땅 전체를 들어 올리는 / 봄 풀잎 / 하늘 무너지지 않게 / 떠받치고 있는 기둥 / 봄 풀잎’     아무 데나 함부로 핀 봄 풀잎이 시인의 상상력을 만나자, 땅을 들어 올리는 힘줄이 되고 하늘이 무너지지 않게 떠받치는 기둥이 되었다. 시인은 지천으로 깔린 봄 풀잎은 흔하다는 이유만으로 무시당해서는 안 되는 존재라고 경고한다. 깊이 뿌리를 내린 아름드리나무만 땅을 들어 올리는 힘줄이 아니고, 우람하게 높이 솟은 나무만 하늘을 떠받치는 기둥이 아니라, 작고 연약한 봄 풀잎도 땅을 들어 올리는 힘줄이고 하늘을 떠받치는 기둥이라는 말을 듣는 데 마음이 뜨끔했다.   세상을 떠받치는 기둥이 되라는 부모의 기대는 어름적대다 지나간 세월과 함께 과거에 묻혔기 때문이고, 뿌리 깊은 나무처럼 굳건히 서서 세상의 유익한 사람이 되라는 교장 선생님의 훈화는 교정을 나서자마자 불어닥친 거센 바람에 날아가 버렸고, 머리가 될지언정 꼬리가 되지 말라는 목사님의 간절한 당부는 엄범부렁하다 흘려보낸 세월에 밀려 효험 없는 기도가 되었기 때문이다.     시인은 봄바람에 출렁이는 봄 풀잎처럼 하루하루 작은 일에도 휘청대며 사는 보잘것없는 인생을 향해 땅을 들어 올리는 힘줄이 되라고, 하늘을 떠받치는 기둥으로 살라고 호령한다. 그렇다. 바람에 흔들리는 봄 풀잎처럼 가냘프지만, 서로를 버팀대로 삼고 가지런히 서서 고개를 반듯이 들고 사는 이들이야말로 땅을 들어 올리는 힘줄이요, 하늘을 떠받치는 기둥이라는 시인의 말은 백번 천번 옳다.     이제 우리 차례다. 봄 풀잎처럼 작고 연약하지만, 땅을 들어 올리는 힘줄로 살아야 하는 만만치 않은 존재임을 잊지 말자. 하늘을 떠받치는 기둥과 같이 나름 괜찮은 존재라는 자긍심을 가지고 세상에 대한 책임을 다하며 살자.   이창민 / 목사·LA연합감리교회이 아침에 하늘 기둥 정현종 시인 산불 소식 우리 마음

2024-04-03

[이 아침에] 사별과 재혼

B 씨가 재혼했다고 한다. 그는 3년 전 췌장암으로 세상을 떠난 아내의 고향 절친 M의 남편이다. 유방암 수술을 받고 회복하여 잘 지내던 그녀는 3년 전 췌장암이 발견된 후 병세가 급속히 나빠져 몇 달 만에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결혼하지 않은 두 딸과 지내던 그가 작년 연말에 재혼했다는 소식은 M의 언니가 전해 주었다. B 씨의 재혼을 처가에서는 서운하게 생각하는 모양이다.     주변을 둘러보면 배우자와 사별한 후 재혼을 하는 것은 여성보다 남성이 월등히 많은 것 같다. 여자들은 나이가 들어가며 사회성과 독립심이 강해지는 반면, 나이가 들수록 의식주를 아내에게 크게 의존하며 살던 남자는 결국 새로운 안식처를 찾게 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사별 후 언제 재혼을 하는 것이 적당한가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겠지만, 인터넷에 찾아보니 이런 기사가 있다. “배우자와 사별한 남성은 평균 3.1년 만에 새 출발을 결심한 반면, 이혼한 남성은 평균 4년이 걸려 이혼보다는 사별 후 더 빨리 재혼을 하고, 여성은 사별보다는 이혼 후에 재혼을 서두르는 경향을 보였다. 이혼한 여성은 평균 4.2년, 사별한 여성은 평균 7.4년 걸려, 이혼한 여성이 사별한 여성보다 재혼 결심 기간이 3.2년이나 짧았다.”(한국경제)   B 씨의 재혼을 두고 처가에서 섭섭하게 생각하는 것은 재혼했다는 사실이나 시기보다는 결혼 소식을 알리는 방법 때문이었다. 아내 없는 처가와 얼마나 가깝게 지냈는지는 모르지만, 재혼 소식을 카톡으로 알려 왔다고 한다.     전후 사정은 모르면서 누구 편을 드는 것은 아니지만, B 씨의 입장도 이해가 된다. 딸을 잃은 부모·형제에게 나는 이제 좋은 사람 만나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되었습니다 하는 말을 꺼내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언젠가 들은 말인데, 행복한 결혼 생활을 했던 사람일수록 사별 후에는 빨리 재혼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이유인즉, 행복했던 만큼 슬픔과 상실감이 크며 이를 빠져나오기 위해 새로운 사랑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공감이 가는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 먼저 세상을 떠난 M도 B 씨의 재혼을 축하해주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아직 중년이었던 B 씨의 재혼은 다들 예상할 수 있는 일이었다. 100세 시대, 젊은 노인들이 넘쳐나는 세상이다. 주변에는 사별로 혼자된 노인들도 많다. 과연 이들의 재혼은 어떻게 보아야 할까.     2022년 기준, 한국 여자의 기대수명은 85.6세로 남자의 79.9세에 비해 5.7년이나 길다. 게다가 아내는 나보다 나이가 어리니, 10 수년은 더 살 것이다. 나 없는 세상 혼자 외롭게 살기보다는 괜찮은 남자 하나 사귀어도 나는 괜찮다.     가을이면 나무에 가지치기를 해주고, 거름도 주고, 뒷동산 죽은 해바라기를 뽑아 정리하고, 봄이 되면 아내와 텃밭을 갈아 채소를 심고, 일 년에 한 번 정도는 해외여행도 가고, 아내가 끓인 육개장을 게걸스럽게 먹어주고, 기일이면 막걸리 한 병 들고 아내와 함께 내 산소를 찾아주는 그런 남자 친구라면 좋겠다.  고동운 / 전 가주 공무원이 아침에 사별과 재혼 사별과 재혼 재혼 소식 재혼 결심

2024-03-13

[워싱턴DC] 연방하원 출마 마크 장 후원행사…버지니아주서 첫 기금모금

2024년 연방하원의원 선거에 출마하는 마크 장(사진) 메릴랜드 제 3 지구 하원의원을 위한 후원행사가 버지니아 지역에서는 처음으로 21일 오후 5시 애난데일 소재 설악가든에서 열린다.   워싱턴DC 지역에서 한인 등 소수계 입장 대변과 권익신장을 이끌 연방의원의 출현을 오랫동안 기다려온 시점에 마크 장 의원의 출마 소식은 이민 사회에 희소식이 되고 있다. 그가 속한 제 3지구 현 연방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장 의원에게는 승부를 노려볼만한 절호의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메릴랜드주에서 3선 하원의원을 지내며 지역사회의 신망과 정치력을 인정받은 바 있는 장 의원의 이번 출마 선언은 일찌감치 한국계 및 소수민족 단체들의 요청이 있었다는 후문이다.     이들 단체들은 마크 장 의원에게 무한 신뢰를 보내며 적극적으로 마크 장 의원 돕기에 나서고 있다. 한 후원자는 "마크 장 의원은 정의롭고 안정된 미국사회를 만들어 가는데 누구보다 앞장서 헌법 수호자 역할을 성실히 해낼 것이라 믿는다"고 확신했다. 청룡의 해인 갑진년 40대 후반 용띠인 마크 장의 활약에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장소: 4308 Backlick Rd        Annandale VA (설악가든)   ▶문의: (240)543-1113 이기창 김윤미 기자워싱턴DC 버지니아주 연방하원 연방하원 출마 연방하원의원 선거 출마 소식

2024-01-19

[열린광장] 올해 성탄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요즘 크리스마스 캐럴이 정답고 별빛 같은 성탄 트리를 올려다보면 마음이 설렌다. 크리스마스는 자신과 주변을 돌아보게 한다. 먼저 떠나보낸 사랑하는 사람들을 회고하며 촛불을 조용히 응시하는 시간, 삶의 도전으로 한 해의 힘겨움에 서로의 어깨를 두드려 주는 세레머니, 가족·친지들과 나눈 시간이 부족했던 것에 대한 각성의 시간, 이젠  미국이 제2의 고향이지만 잠시 향수에 잠기는 시간도 소중하다.         임상적으로 이 계절은 마음의 다른 면에도 유의해야 하는데 예상 밖으로 슬픔과 탈진이 큰 과제이기 때문이다. 그리프 스터디 (Grief Study) 과정에서 자주 나오는 퀴즈 문제가 이를 반영한다.  ‘할러데이는 행복한 시간이므로 예기치 않은 슬픔의 감정을 새롭게 깨우지 않는다. 그렇다(  )/아니다(  ).’         임상목회돌봄(Clinical Pastoral Care) 현장도 예외가 아니다. 이맘때 입원해 외롭고 아픈 시간을 보내는 환자들은 유달리 우울해 하거나, 치료 과정에서 이유를 설명하기 어려운 낙담을 하기도 한다. 환자 가족도 병원 로비 등에 놓인 성탄 트리와 산타클로스 복장의 자원봉사자가 반가우면서도 “왜 하필 이렇게 좋은 시기에 아파야 하나” 하는 우울한 질문과 마주한다.   성탄의 역사는  삶의 힘든 시간을 만났든, 행복한 여정 중에 있든, 그 누구에게나 새로운 의미로 다가온다. 역사의 현장을 들여다보면, 천사들의 성탄 소식을 전해 들은 부모의 놀라움과 각오, 가장 포근한 자리가 아닌 가장 초라한 구유에 뉘어진 아기 예수,  헤롯의 위협을 알고 곧바로 멀리 떠나야 하는 아기 예수와 부모, 의인 시므온이 기다리던 아기 예수를 안고 “내 눈이 만민 앞에 예비하신 주의 구원을 보았다”는 고별찬송…. 그 어디에도 쉽고 편한 삶을 사는 사람들을 위한 성탄 계절은 아니었다.       역사를 더 올라가면,  크리스마스가 성취되기까지 이어진 인물들이 기록되어 있는데  그들의 삶의 여정도 우리와 다르지 않다. 그 가운데 나오미는 타국 생활을 하는 동안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고 슬픔과 애통함에 잠긴 여인이다. 고향 땅으로 돌아올 때 며느리 룻만 동행하였고, 이웃들이 나와서 맞이하는데 나오미가 말한다.  “나를 나오미(희락)라 칭하지 말고 마라(비탄) 라 칭하라…. 나는 괴로운 자라.”     그 나오미를 홀로 귀향하게 하지 아니하고 위로하며 동행한 사려 깊은 룻을 통해 은혜와 사랑이 다시 시작된 놀라운 위로를 성서는 기록한다. “룻에게서 오벳을 낳고, 오벳은 이새를 낳고, 이새는 다윗왕을 낳으니….야곱은 마리아의 남편 요셉을 낳았고, 마리아에게서 예수가 나시니라.”  여기 첫 번 크리스마스는 모두에게 특별히 아파하고 힘든 여정을 가는 길에, 성탄의 경이로움과 함께 임했다.     작곡가 헨델이 가장 힘든 시절에 지혜와 마음을 다해 완성한 것으로 평가받는 ‘메시아’ 오라토리오는 올해도 “위로하라 내 백성을” 으로 연주가 시작될 것이다. 수 세기 동안 이어진 마지막 대 합창 ‘아멘’을 마음으로 찬미하면 어떨까.   “올해 성탄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어쩌면 나를 위한 성탄임을 새롭게 발견하는 경험을 소망해 보자. 지금 내가 서 있는 곳이 어디든 이 성탄절에 그 소박한 구유 앞에 경배할 수 있다. 어떠한 자리보다 더 낮은 자리를 빌려 오신 주의 성탄이 아닌가. 우리 모두에게 성탄의 위로와 사랑을 기원한다. 김효남 / HCMA 디렉터·미주장신 교수열린광장 성탄 의미 성탄 트리 성탄 계절 성탄 소식

2023-12-22

[글마당] 남자 사람 친구

예전에 친구들과 함께 만나며 좋아하던 선배가 있었다. 그도 내가 싫지 않은지 개인적으로 연락하곤 했다. 그의 마음을 확인하고 싶었다. 어느 날, 모임이 끝나고 집에 가는 길에 그에게 물었다.     “우리는 어떤 사인 가요?”   “친구 사이지.” 그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전에 데이트하다가 헤어진 여자가 다시 잘해보자고 연락해 온 적이 있었어. 나는 사귀다가 끝난 여자에게는 다시 연락하지 않아. 하지만 친구와는 헤어짐이 없는 거야.”   “혹시 우리가 친구로 지내다가 헤어지더라도 꼴사납게 끝내지는 말았으면 좋겠어요.”   그와 어두워지는 길을 걸으며 ‘이 남자는 나를 좋아하지 않고 그냥 친구로만 생각하는구나!’ 왠지 모를 곤혹스러움에 구두코만 쳐다보며 조용히 걸었다. 뭔가 머릿속이 마무리되지 않은 채 버스정류장에서 손을 흔들고 그와 기약 없이 헤어졌다.     그렇게 헤어진 그가 30여 년 만에 뉴욕을 방문해서 나에게 전화했다.     “나 기억해” 귀에 익은 목소리다.   “아아~ 기억나요.”     “어떻게 내 목소리를 금방 알았어?”     “낮으면서도 달콤한 목소리가 매력적이라서. 하하. 반가워요. 어디예요?” 내가 묻자, 그가 대답했다.   “우리 만나서 이야기하면 안 될까?”   “전화로 더 이야기할 수는 없나요?” 나는 그와 길게 이야기하고 싶었다.   “그럴 일이 있어서. 만나서 이야기해 줄게.”   ‘한때 좋아했던 남자를 다시 만날 수 있다니! 그도 나를 잊지 못하고 살다가 연락했을까?’ 여름 안개 저편 먼 곳에서 아른거리던 그리운 사람이 갑자기 곁에 다가와 속삭이는 듯 기분이 들떴다.   카페에 들어서는 그가 싱거운 미소를 지으면서 다가왔다. 물기 빠지기 시작하는 사과처럼 조금은 쪼그라든 모습으로 손을 내밀었다. 그의 손도 색이 바래고 비틀어지기 시작하는 사과 꼭지 같다. 그의 뒤로 여자가 주춤거리며 다소곳이 따랐다.     “내 와이프야.” 그가 와이프와 함께 오리라고는 왜 생각하지 못했을까? 참한 인상의 여자가 다소곳이 인사했다. ‘이런 현모양처를 찾으시느라 나에게 ‘친구’를 강조했구나.     나는 그동안 뉴욕을 방문했던 그와 내가 알던 친구들 소식을 신이 나서 들려줬다. 그런데 그의 부인이 내가 한 이야기를 통역하듯이 간간이 그의 귀에 대고 속삭이는 게 아닌가!  이상해서 물었다.     “귀가 잘 들리지 않아서. 전화상으로 이야기할 수 없었어.”   나는 그의 얼굴 가까이 몸을 들이밀며 높은 톤으로 또박또박 잘 들으라고 지껄여 댔다. 그는 고개만 끄덕일 뿐 말이 없다. 나는 저절로 맥이 풀리며 조용해졌다.     만나기 전 희망이 잠시 머릿속을 헤집고 다니다가 슬금슬금 빠져나가며 시계추가 멈춘 듯 그와의 시간이 뚝 멈췄다. 그는 나의 수다가 끊긴 분위기에 눌렸던지 시계를 고갯짓으로 가리키더니 싱거운 표정으로 웃으며 일어났다. ‘남녀 간의 친구 사이란 애인을 만나는 동안 구석에 처박아 두었다가 애인과 헤어지면 들춰 보는 별 볼 일 없는 사이? 오랜 세월 구석에 처박혀둔 내가 잘 있나 확인하고 싶어 만나자고 했나?’ 만남과 헤어짐처럼 분홍빛으로 타오르던 노을이 어둠 속으로 차갑게 사라지는 하늘을 올려다봤다. 씁쓸했다. 이수임 / 화가·맨해튼글마당 남자 친구 친구들 소식 남자 사람 세월 구석

2023-12-15

[문화산책] 정겨운 손편지의 따스한 향기

손편지 한 통을 받았다. 낯익은 글씨다. 조심스럽게 개봉을 하면서 벌써 가슴이 두근거릴 정도로 반가웠다. 위진록 선생님께서 보내주신 편지다. 읽기 시작하기도 전에 눈익은 손글씨를 보는 것만으로도 감동이다.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정성껏 쓴 손편지를 받아본 것이 언제였던가 가물가물하다. (아, 황갑주 시인께서 생전에 가끔 손편지를 보내주곤 하셨지.)   나는 제대로 안부도 여쭙지 못하고 사는데, 손편지를 보내주시니, 사람 구실 제대로 하라는 가르침을 주시는 듯해서 몹시 부끄럽다. 반성한다. 손글씨로 답신을 쓰면서 많은 생각을 한다.   올해 95세인 위진록 선생님은 여전히 건강하게 책을 읽고, 클래식 음악을 듣고, 가끔 글도 쓰신다. 보내주신 손편지를 뵈니 건강하심을 바로 알겠다.   “저는 아시는 바와 같이 95세, 백두옹(白頭翁)이지만 여느 때처럼 보고, 쓰고, 생각하며 잘 늙어가고 있습니다. (중략) 아시는 바와 같이 저는 ‘컴맹’ 아닙니까. 그래서 늘 이렇게 손편지로 소식을 전하면 손편지로 회답하는 분이 있어 흐뭇할 때가 있습니다. 한국의 어떤 대학교수와는 수년 전부터 지금까지 60통 가까운 손편지가 오갔지요. 어떤 사람은 지금이 어떤 세상이라고 손편지냐고 하지만, 편지 보낸 사람의 육필(肉筆)을 볼 수 있는 손편지가 제일이라 생각해, 손편지로 근황을 전합니다. 환절기에 내외분 건강하세요.”   위 선생님 편지의 한 구절이다. 선생님께서 손편지를 쓰시는 것은 컴맹이기 때문이 아닐 것이다. 편지 보낸 사람의 육필(肉筆)을 볼 수 있고, 사람 냄새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사라져가는 근본적 가치를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이다.   지금은 글씨를 손으로 쓰는 촌스러운(?) 시대가 아니다. 문명이 인간을 소외시키는 시대, 인간이 기계에 휘둘리는 시대… 손으로 글씨를 쓰는 사람이 희귀 인간 취급을 받고,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고, 휴대전화 글자판을 손가락으로 누르는 사람들이 지배하고 있는 편리한 세상이다.   너무도 편리하다. 생각해보면 그동안 전화, 비퍼, 이메일, 휴대전화 문자, 카톡 등으로 계속 편리해져 왔고, 짧고 간단명료해졌다. 군더더기 없이 요점만 간단히! 앞으로도 날이 갈수록 더 편리하고 짧아질 것이다.   문제는 그래서 우리의 삶이 그만큼 여유롭고 행복해졌냐 하는 것인데, 전혀 그런 것 같지 않다. 오히려 더 바쁘고 건조해진 것으로 보인다.   손글씨에 스며있는 따스한 온기를 그리워하는 마음은 그저 ‘아날로그 꼰대’의 뒤돌아보기가 아니다. 보다 본질적인 사람다운 삶에 대한 성찰, 정성 어린 관계의 소중함, 한없는 편리함의 함정, 애틋한 정겨움 등을 곱씹어 보는 마음이다. 느림, 여유, 낭만, 자부심, 배려, 공생 등등 잊혀가는 소중한 가치들에 대한 그리움이기도 하다.   사람 중심의 가치 체제를 바로 세우는 운동이라도 하고 싶어진다. 신언서판(身言書判) 같은 옛날 가치를 되살리자는 말이 아니라, 사람다움과 각 개인의 개성을 살리고 지키기 위해서는 기계에 너무 의존하지 않아야겠다는 말이다. 사람이 기계의 머슴이 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진정한 소통이란 마음과 마음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것일 텐데, 그걸 기계에 맡길 수는 없다.   긴말 줄이고, 올해 감사의 계절과 연말연시 고마운 사람들에게 보내는 편지는 손글씨로 또박또박 써서 보내야겠다. 장소현 / 시인·극작가문화산책 손편지 향기 손편지로 소식 휴대전화 글자판 선생님 편지

2023-11-16

[오늘의 생활영어] that's or it's news to me; 전 처음 듣는 소식이군요

(John and Helen are talking about their friend George … )     (존과 헬런이 친구 조지에 대해 얘기한다…)   John: Did you hear about George?   존: 조지 소식 들었어?   Helen: No.   헬런: 아니.   John: He’s moving to New York.   존: 뉴욕으로 이사가.   Helen: He is? That’s news to me.   헬런: 그래? 난 처음 듣는 얘긴데.   John: He’s moving this summer.   존: 이번 여름에 이사 간대.   Helen: Did he give a reason?   헬런: 이유는 얘기 해?   John: His wife has ties there. Her family is there.   존: 아내가 거기 연고가 있대. 아내 가족이 거기 사는 거지.   Helen: So she wants to go back because she misses her family?   헬런: 그럼 가족이 보고 싶어서 돌아가는 거구나?   John: Yes. She misses her family and friends.   존: 응. 가족하고 친구들이 보고 싶은가봐.   Helen: I guess Los Angeles wasn’t for her.     헬런: LA가 그리 맞지는 않았나보네.     ━   기억할만한 표현     * (one) has ties: 연고가 있다     "He has ties in the computer industry."     (그는 컴퓨터 업계에 연고가 있습니다.)   * go back (somewhere): 귀환하다 다시 가다   "I have to go back to the store. I forgot to buy bread."     (전 가게에 다시 가봐야겠어요. 빵 사오는 걸 잊어버렸어요.)   * (something) isn't for (one): ~가 ~에게는 맞지 않다   "The city isn't for her. She likes living in the country."     (도시는 그 여자에게 맞질 않습니다. 그녀는 시골에서 사는 걸 더 좋아하죠.)오늘의 생활영어 news 소식 helen are 아내 가족 her family

2023-11-02

소식하면 오래 산다? 12%만 줄여도 된다!

많은 사람이 익히 알고 있는 장수 비결이 적게 먹는 것, 바로 ‘소식’이다. 이렇게 오래전부터 내려오던 우리 선현들의 가르침이 사실이고 증명까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더 오래, 더 건강한 삶을 살고 싶으면, 아침에 스페셜티 커피를 마시거나 점심에 칩 한 봉지 등 하루에 수백 칼로리를 줄이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구에 따르면 2년에 걸쳐 하루 칼로리 섭취량을 12% 줄인 성인, 즉 2000칼로리 일일 식단에서 하루 240칼로리를 줄인 사람이 건강한 노화와 관련된 생물학적 경로를 활성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섭취 칼로리 감소는 에너지 생성과 대사를 담당하는 유전자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염증 유전자의 활성을 감소시켜 염증을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 노화 연구소(National Institute on Aging)의 루이지 페루치(Luigi Ferrucci) 박사는 보도 자료에서 “염증과 노화는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칼로리를 줄이는 것은 많은 시니어에게 발생하는 염증 유발을 예방하는 강력한 방법”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만성 염증은 알츠하이머, 심장병, 제2형 당뇨, 암과 다양한 고령자 질환과 관련이 있다.     노화 세포(Aging Cell) 저널에 발표된 이번 연구에서 연구자들은 임상 시험의 참가자 자료를 분석, 적당한 칼로리 제한이 인간에게도 동일한 효과가 있는지 여부를 평가했다. 이미 동물 연구에 따르면 칼로리를 제한하면 노화 관련 질병의 진행을 늦추고 경우에 따라 수명을 연장할 수 있었다. 90명의 참가자를 대상으로 근육 생검의 유전적 변화를 연구한 결과 연구원들은 칼로리를 12% 줄이면 근육을 개선하기에 충분하고 노화 유전자를 건강하게 자극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페루치 박사는 “줄여야 하는 칼로리 섭취량이 12%라는 것은 매우 작은 수치”라며 “이 정도의 칼로리 섭취량 감소는 누구나 가능하며 따라서 건강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팀의 이전 연구에서는 칼로리 제한이 성인의 노화 속도를 2~3% 늦출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바 있다. 이는 사망 위험을 10~15% 줄이는 데 충분했다. 다른 연구에서도 칼로리를 줄이는 것이 DNA 손상을 줄이고 심장 건강, 수면 및 성기능을 향상시킬 수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칼로리 제한은 단식 다이어트가 아니라고 건강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모든 필수 영양소를 섭취하면서도 하루 칼로리 섭취량을 일반적인 수준, 시니어의 경우 하루 1600~2600칼로리이하로 줄이는 것이다.     이런 식습관이 동물(인간 포함)이 노화로 인한 질병을 지연시키는 데 도움이 되는 이유를 연구자들은 아직 알지 못한다.  과학자들은 칼로리 제한의 장기적인 영향과 특히 시니어의 수명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장병희 기자소식 국립노화연구소 노화 유전자 칼로리 섭취량 염증 유전자

2023-10-29

메인주 총격범 사망 가능성 높아

〈속보〉지난 25일 메인주 루이스턴에서 18명의 목숨을 앗아간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공개 수배 중인 용의자의 사망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본지 10월27일자 A1면〉   경찰은 총격 용의자 로버트 카드(40)를 추격 중 그가 남긴 메모를 발견했는데, 메모 내용이 자살 유서와 비슷해 사망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그럼에도 수사관들은 주민들에게 “아직 긴장을 늦추긴 이르다”며 주의를 당부했고, 자택대피령을 연장했다.     경찰은 메인주 리스본 폭포의 안드로스코긴 강에서 그를 수색 중이며, 수사관들은 카드의 사진 공개 이후 대중으로부터 530건이 넘는 제보를 받았다고 전했다. 강 수색을 위해 다이버들이 배치되기도 했으며, 수사관들은 카드의 휴대폰을 입수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휴대폰 위치 추적을 통한 수색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메인주 리스본 경찰서장은 “카드에 대한 수색 활동이 리스본에서 22년 동안 근무하며 본 경찰 인력 최대 규모”라고 전했다.       한편 27일 총격 사건으로 사망한 18명의 신원이 모두 파악됐으며, 메인주 경찰은 피해자 가족들에게 사망 소식을 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현장에서 센트럴메인메디컬센터로 옮겨진 피해자는 총 14명인데, 관계자에 따르면 그중 3명은 목숨이 위독한 상태다.     카드의 범행 동기는 여전히 불분명하지만, 수사관들에 따르면 카드는 최근 오랜 여자친구와 헤어졌고, 25일 밤 카드의 전 여자친구가 사건이 발생한 볼링장의 볼링 토너먼트 참가자 명단에 등록된 것으로 확인됐다.    윤지혜 기자 yoon.jihye@koreadailyny.com총격범 가능성 사망 가능성 총격범 사망 사망 소식

2023-10-27

[한인사회 소식] 한울 재향군인회 장로성가단 외

#. 한울복지관 제20회 효사랑 큰잔치 성황    한울종합복지관, 시카고 총영사관, 한인세탁인협회, 대한항공이 공동 주최한 2023 효사랑 큰잔치가 지난 19일 글렌뷰 소재 윌로우크릭 커뮤니티교회에서 6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성황리에 열렸다. 이날 행사는 공연에 이어 주최 측이 마련한 점심과 경품 추첨을 통해 푸짐한 상품이 전달됐다. 지난 1998년 시작된 효사랑 큰잔치는 시카고 지역 최대 규모의 최장수 행사로 대표적인 노인 행사다.     #. 2023년 제71회 재향군인의 날 기념식    2023년 제71회 재향군인의 날 기념식이 지난 21일 오후 1시 노스브룩 소재 ‘꾼소리’ 부페 식당에서 지역 주요 단체장들과 회원 6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국민의례와 향군인의 다짐 낭독(서기석 미 중서부지회 부이사장), 공로 휘장 포상(진안순 한미우호 네트워크 대표), 기념사, 격려사, 축사 등의 순서로 진행됐다. 특히 이날 행사에서는 지난 10월 4일 한국 잠실 올림픽홀에서 열린 향군 창설 71주년 기념 전국 향군 각급회 활성화 경연대회에서 미 중서부 재향군인회지부(김정호 지회장)가 최우수지회로 선정돼 상금을 수령했다는 보고도 진행됐다.     #. 장로성가단 창단 25주년 2023 정기연주회    시카고 장로성가단(단장 임문상 장로)과 미주한인장로선교회가 지난 22일 윌링 소재 한인제일연합감리교회에서 창단 25주년 2023 정기연주회(지휘 황보라, 반주 박경화)를 개최했다. ‘가장 귀한 삶’을 주제로 열린 이날 정기연주회는 류한국 목사(베다니장로교회)의 기도로 시작해 3차례의 무대로 꾸며졌다. 또 우정 출연한 예울림여성합창단의 공연과 스페셜 게스트로 나선, 'America's Got Talent' 시즌 11 골든 버즈 및 우승자인 가스펠 가수 로라 브리탄(Laura Bretan)이 특별 공연을 펼쳐 많은 감동을 선사했다. 이후 시카고 장로성가단 소개 및 단장 인사 후 공연과 조선형 목사(시카고 제일연합감리교회 담임)의 축도로 마무리 됐다.      #. 로터리클럽 위아자 나눔장터 28일까지    시카고 로터리 클럽(회장 김종호목사)이 기증 받은 소장품의 판매를 통해 장애우 직업 훈련 기금 지원을 하는 위아자 사랑나눔 장터가 지난 21일 엘크 그로브 빌리지 소재 종려나무교회에서 시작됐다. 이 행사는 오는 28일(토)까지 계속된다. 사진은 21일 행사에 참여한 로터리 클럽 회원들. 문의 및 안내=847-710-1009, 773-230-3165   Jun Woo 기자한인사회 소식 재향군인회 장로성가단 중서부 재향군인회지부 장로성가단 창단 한울종합복지관 시카고

2023-10-23

[한인사회 소식] 가락종친회 미 중서부지회 내달 11일 창립

#. 가락종친회 중서부지회 내달 11일 창립    가락종친회 미 중서부지회 내달 11일(토) 창립한다.    가락중앙종친회는 가락종씨(김해 김씨, 허씨, 인천 이씨) 종친회로서 가락과 연유 있는 문화재 수호보존, 선조 숭봉, 종족 친목번영을 목적으로 지난 1954년 설립된, 문화체육관광부 소관 사단법인이다.     미 중서부 지회는 일리노이를 비롯 미시간, 미네소타, 오하이오, 미주리, 인디애나, 위스콘신, 켄터키, 아이오와, 캔사스, 네브라스카, 사우스 다코타, 노스 다코타 주에 거주하는 김해 김씨, 허씨, 인천 이씨 성씨를 가진 본인 또는 그들의 모친(2, 3세인 경우)이 대상이다.     창립 총회를 준비 중인 김수형(사진)씨는 “선조를 기억하고 숭봉하면서 종친 상호간 돕는 부조 사업과 한인 후손들에게 선조의 행적을 전하고 왕손의 긍지를 느끼게 하면서 정체성을 갖도록 하고자 한다. 종친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문의 및 연락처=전화 224-308-3333, 이메일 seoul.chicago@yahoo.com   #.NANK 주관 북한 인권 토크 콘서트 19일 개최   북한 인권 실상을 미국사회에 알리는 북한 인권 토크 콘서트가 오는 19일(목) 오후 2시 윌링 소재 시카고 한인 문화회관에서 열린다.     ‘북한 인권! 미국 시민에게 알리기 국제 캠페인’의 일환으로 열리는 이번 토크 콘서트는 북한 인권 개선과 자유 통일을 위한 모임(NANK, Now! Act for North Koreans!)가 주관하고 통일부가 후원한다.     토크 콘서트 강사로는 인지연 NANK 대표(워싱턴 DC, 변호사)를 비롯 탈북민인 최성국 웹툰 작가, 오영택 NANK 사업국장, 정영준 변호사(통역) 등이 참여한다.     인지연 NANK 대표는 “북한 인권의 실상을 미국 시민과 미주 한인들에게 더 널리, 제대로 알리기 위해 마련한 토크 콘서트”라며 시카고 지역 한인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성원을 기대했다.     Jun Woo 기자한인사회 소식 가락종친회 중서부지회 가락종친회 중서부지회 창립 가락종친회 중서부지회 내달

2023-10-12

모모푸쿠 쌈 바 문 닫는다

한인 2세 셰프 데이비드 장이 운영하는 ‘모모푸쿠 쌈 바’가 이달 문을 닫는다. 오는 30일 영업을 마지막으로 지난 17년간의 역사에 마침표를 찍는다.   모모푸쿠 쌈 바는 최근 자사 인스타그램에 폐업 소식을 알렸다.   모모푸쿠는 해당 게시글에서 “피어17에 위치한 모모푸쿠 쌈 바는 9월30일 영업을 종료한다”며 “지난 17년간 쌈 바를 특별한 식당으로 만들어준 전·현직 팀 모두에 감사하다”고 밝혔다.   이어 “음식은 우리를 연결하고, 대화를 시작하고, 현재에 맞서는 방식이라고 믿는다”며 “이 정신은 앞으로도 모모버스(모모푸쿠의 세계)와 함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2006년 이스트빌리지에서 첫 영업을 시작한 쌈 바는 2021년까지 한 자리를 지켰다. 2년 전 팬데믹의 영향으로 피어17로 자리를 옮긴 뒤 지금까지 영업을 지속했다.   크레인스뉴욕은 “농구화에 나이키가 있다면 라면에는 이 사람이 있다”며 “2004년 일본 음식에 대한 영리한 접근으로 커리어를 시작한 데이비드 장이 모모푸쿠 쌈 바를 닫는다”고 폐업의 의미를 전했다.   모모푸쿠는 일본어로 ‘행운 복숭아’란 뜻이다. 데이비드 장은 음식 중심의 여행 쇼 ‘어글리 딜리셔스’에 출연해 1인 미디어 스타가 됐다. 이하은 기자성업 폐업 셰프 데이비드 어글리 딜리셔스 폐업 소식

2023-09-12

[김형석의 100년 산책] 6·25 때 잊지 못할 제자, 포로수용소에서 보내온 성경책

 6·25 전쟁이 중반을 넘어설 때였다. 몇 달 전에 나를 찾아왔던 두 군인 제자를 다시 만날 수 있었다. 그들은 거제도 포로수용소에 수감돼 있던 이군의 색다른 편지를 건네주었다. 제자들과 학생 때 겪었던 얘기를 주고받았다. 그들이 남기고 간 큼직한 사무용 봉투를 뜯었다. 담배 냄새가 강하게 풍겼는데, 그 속에 이군의 편지가 들어 있었다. 또 그가 여러 번 읽은 흔적이 있는 성경책도 있었다. 이군의 편지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다.   “선생님 감시·체포하라” 명령에 불복   “6월 25일 전쟁이 보도되면서 선생님과 마지막 헤어질 때 기억을 잊지 못합니다. ‘하느님께서 다시 만나기 어렵게 떠나는 우리 학생들을 끝까지 지켜 주시기를 바랍니다’는 눈물 머금은 기도입니다. 저는 상부의 지시를 받고 성경 공부보다는 선생님을 감시·보고하는 책임으로 참석하곤 했습니다. 2주쯤 지났을 때입니다. K선생님의 지시에 따라 선생님을 감시하다가 10일 이내로 체포해 오라는 통고를 받았습니다. 처음에는 신촌에 있는 집까지 갔다가 돌아오고, 두 번째는 이화여대 김종필 목사 사모님의 얘기를 통해 선생님은 피란을 떠났고 가족들만 남아 있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같은 명령이 계속될 것 같아 인민군에 자진 입대했습니다. 전선을 따라 이동하다가 국군의 포로가 되었습니다. 거제도 수용소에 있을 때 수용소 외곽을 감시하는 국군 중에 이 편지를 전하는 중앙학교 친구를 발견했습니다. 후에는 또 한 친구를 만나 선생님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동안 여러 가지 생각으로 고민하다가 귀순하고 국군으로 편입하는 것이 좋겠다는 결심을 했습니다. 두 차례 심사를 통과했습니다. 허락되면 전쟁이 끝날 때까지 대한민국을 위한 충성스러운 군인과 국민이 되기를 결심했습니다. 선생님 옛날과 같이 저를 위해서 기도해 주시길 바랍니다. 제가 수용소에서 읽던 성경책을 동봉했습니다.”   나는 나중에 이군이 진해 부근 국군 부대에 근무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휴전과 더불어 나는 부산 중앙학교 분교를 정리하고 서울 본교로 복귀했다. 경찰 정보 관계 사람이 찾아왔다. 그를 통해 몇 가지 사실을 알았다. 함경도 출신인 엄진기 선생과 나, 교련 장교로 있던 정 대위와 송 중위는 A급 반공 분자여서 체포·처형 대상이 되어 있었다.   B급 1번은 미국 주재 한국대사의 사위인 김상을 선생이었다. 중앙학교 좌파 책임자 남로당원은 지리 선생인데, 정치적 발언은 별로 하지 않는 조용한 성격이었다. 엄 선생은 좌파 학생들에 의해 체포되어 세상을 떠났다. 엄 선생의 두 아드님은 그 후 미국에서 한국 방송국 지사장을 하면서 반공 운동에 앞장섰다. 송 중위는 피신해 있다가 좌파 학생들에게 잡혀가 삼청동 숲속에서 피살되었다고 했다.       “공산주의자는 믿어서는 안 된다”   정 대위는 나와 같이 피란을 갔다. 정보기관 경찰은 나머지 반역을 한 선생들의 신분을 알고 싶었던 것이다. 나에게 “세상이 바뀌면 선생님만 불행해질 텐데 학생들에게 반공 얘기는 삼가는 것이 좋겠다”라고 걱정해 주었던 박 선생은 후에 경희대 교수가 되었다. “3개월 동안 서울에 머물면서 내 생각을 많이 했다”라는 불문과 선생은 “때가 오면 자결하려고 청산가리 독약을 지니고 있었다”라고 했다. 후에 고려대 교수가 되었다. 나와 함께 지내면서 들은 북한의 실정을 체험했다는 고백이었다. 좌파는 아니지만 성격이 과격했던 선생들이 앞장서 활동하다가 북으로 간 선생도 있었다.   다른 얘기다. 내가 오래 친분을 갖고 지낸 김여순 중고등학교 교장이 있다. 아끼는 제자가 좌파 선생의 지령을 받고 지내다가 경찰에서 조사받게 되었다. 김 교장이 직접 신분 보증을 서고 계속 사랑으로 키웠다. 아버지 같은 마음으로….   6·25가 터지자 제자가 찾아와 제가 끝까지 보호해 드릴 테니까 집에만 계시라고 부탁했다. 어떤 날 잠시 볼일이 있어 밖에 나갔다가 집으로 돌아오는데 그 제자가 집으로 들어가고 두 사람이 집 앞에 서성거리는 것을 보고 이상한 예감이 들어 피신했다. 후에 알아보니까 그 제자가 사복을 한 보안서원을 동반하고 집으로 왔던 것이다. 그다음부터 김 교장은 모든 사람과 제자는 믿을 수 있어도 공산주의자는 믿어서는 안 된다는 얘기를 서슴지 않았다.   북한 탈출한 황장엽씨의 고백   내가 1962년 유럽에 갔을 때는 공산당원을 자처하면서 선전하는 사람들이 어느 나라에나 있었다. 1972년에 갔을 때, 프랑스와 이탈리아에서는 공산당에서 탈당했다는 지성인들을 자주 만났다. 20세기 말에는 유럽에서 공산주의자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상황이 달라졌다. 인간다운 삶을 원하는 사람은 진실과 인간애를 포기하면서 공산주의를 신봉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일본도 마찬가지 정치적 변화를 겪었다.   6·25 전쟁을 체험한 나와 같은 세대도 자유민주주의를 자연스럽게 따르고 있다. 북한에서 공산 치하를 살아 본 사람들은 같은 정치적 과정을 체험했기 때문이다. 자유와 인격의 가치를 염원하게 되면, 반공적 사명을 포기하지 못한다. 북한에서 정신적 지도자로 존경받던 황장엽씨도 인생 말년에 자유를 찾아 목숨을 걸고 탈북했다.   그가 나에게 남겨 준 말은 지금도 잊지 못한다. “나는 한 번도 내 인생을 살아 보지 못했습니다. 북한 동포와 굶주리고 있는 어린애들을 위해서는 내 모든 것을 희생시켜도 아깝지 않습니다. 북한에서는 인간다운 삶이 사라진 지 오래됩니다”라는 고백이었다. 김형석 / 연세대 명예교수김형석의 100년 산책 포로수용소 성경책 선생님 감시 선생님 소식 엄진기 선생

2023-08-18

[음식과 약] 백세인 따라하기

지난달 17일 미국의 초백세인 루이스 레비가 112세로 사망했다. 레비는 장수와 유전의 관계에 대한 연구의 대상이었던 700명이 넘는 사람 중 하나였기에 여러 해외 언론에서 그녀의 사망 소식을 다뤘다. 백세인은 점점 늘고 있다. 1990년 전 세계 9만5000명에서 2015년에는 45만여 명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110세를 넘겨 사는 초백세인은 매우 드물다. 노화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에 따르면 현재 지구상에 생존하는 초백세인은 500명을 넘지 않는다.   초백세인이 그저 수치상으로만 장수하는 건 아니다. 이들은 질병 없이 오래 산다. 112세까지 살면서도 레비는 심장질환·당뇨병·알츠하이머병을 앓지 않았다. 그녀의 장수 비결은 뭐였을까. 레비 본인은 긍정적 태도, 저콜레스테롤 식단, 하루 한 잔 레드와인을 마신 게 도움이 되었을 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장수인의 유전적 특성에 대해 오랫동안 연구해온 과학자 니르 바질라이는 유전자에 답이 있다고 설명한다. 레비는 아슈케나지 유대인의 일원이었는데 이들은 유전 변이 덕분에 노화가 늦춰지고 심장병·당뇨병과 같은 만성질환 위험도 낮아지는 유익을 얻게 된다는 것이다. 이들 중 60%가 흡연자, 50%가 과체중 또는 비만이고 운동을 열심히 하는 사람은 절반에 못 미치는데 질환 위험은 낮게 나타나는 건 유전이 아니고서는 설명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흡연하든 운동을 안 하든 과체중이든 괜찮다는 식으로 오해해서는 곤란하다. 장수 유전자를 가지지 않은 사람이라면 그런 환경이라도 바꿔줘야 건강 수명을 연장할 수 있다. 특히 소식하는 게 중요하다. 백세인은 따로 소식하지 않아도 칼로리 제한 식단을 하는 사람과 비슷한 몸 상태를 유지한다. 소식이나 간헐적 단식으로 섭취 열량을 줄여주면 혈중 인슐린 수치가 낮아지고 인슐린 민감도가 향상되는데 장수 유전자를 지닌 사람은 특별한 노력 없이도 그런 상태를 유지한다는 것이다.   부럽다. 하지만 유전자를 바꿀 수는 없다. 그러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적게 먹고 몸을 많이 움직이는 것뿐이다. 다만 이렇게 적게 먹을 때는 영양실조가 되지 않도록 영양소 간 균형을 맞추는 게 중요하다. 활동량을 늘리는 건 좋지만 낙상을 입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루이스 레비가 사망한 것도 엉덩이관절 골절 때문이었다. 수술과 재활 뒤에 감염이 발생하며 쇠약해진 것이다. 고관절 골절로 누워있는 동안 근육은 줄고 대사기능이 떨어지며 건강이 급격히 나빠지기 쉽다. 회복 뒤에도 다시 골절을 겪게 될 위험이 크다.   과학자들은 백세인, 초백세인의 유전자를 흉내 내어 건강 수명을 늘려주는 약을 개발하기 위해 계속 연구하고 있다. 하지만 약 없이도 간단한 해결책이 있다. 적게 먹고 많이 움직이자. 정재훈 / 약사·푸드라이터음식과 약 백세 장수 유전자 사망 소식 고관절 골절로

2023-08-02

길산그룹 정길영 회장 부인 한기환씨 칼스배드 아비애라서 홀인원

한국의 스테인리스스틸 생산 대표 기업인 길산그룹 정길영 회장의 부인 한기환씨가 LA에서 '홀인원'의 행운을 잡았다.   정 회장 부부 등 일행은 지난 25일 샌디에이고카운티 칼스배드의 아비애라(AVIARA) 골프클럽에서 라운딩에 나섰고 한씨가 3번 홀(100야드)에서 6번 아이언으로 친 볼이 그대로 홀컵으로 빨려들어갔다.   핸디캡이 보기 수준이라는 한씨는 "그린에만 올리자는 생각으로 샷을 했는데 동반자 중 누군가 '홀인원'이라고 외쳐 놀랐다"며 "직접 그린에 올라가 공이 홀컵에 있는 것을 보고 엄청난 일이 생긴 줄 알았다. 지금도 얼떨떨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골프경력 25년인 한씨는 10년 전 충남 부여의 롯데컨트리클럽에서 첫 홀인원을 기록한 적이 있다.   이날 라운딩은 한씨와 남편인 정길영 회장 백제CC 형남순 회장의 부인인 박옥순씨 양성희씨가 동반했다.   한편 1991년 충남 논산에 설립된 길산그룹은 지난해 매출 1조원을 기록했고 정 회장이 직접 나서 LA지사 설립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홀인원 소식은 정 회장과 동향(대전)으로 의류업체 '엣지마인'을 경영하는 강창근 회장이 알려왔다. 류정일 기자 ryu.jeongil@koreadaily.com게시판 정길영 정길영 회장 부인 한기환씨 홀인원 소식

2023-08-01

‘강일한 미주부의장 내정’ 보도 파장

강일한(사진) 전 LA한인상공회의소 회장이 제21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이하 민주평통) 미주부의장에 내정됐다는 보도가 큰 파장을 일으켰다.   뉴욕 지역 온라인 매체 ‘하이유에스 코리아’는 미주지역협의회를 총괄하는 미주부의장에 강 전 회장이 내정됐다고 4일 보도했다. 또한 애니 챈(하와이), 진안순(전 중서부한인회연합회장)씨가 미주 운영위원으로, 린다 한 전 워싱턴한인연합회장이 워싱턴 협의회장에  내정됐다고 전했다.   하이유에스 코리아는 이들의 내정 소식을 전하면서 전례로 미루어봤을 때 차기 평통의 9월 출범 이전까지는 확신할 수 없다고 여지를 남겼다. 평통 사무처에서 후보를 정해 재가를 받기 위해 대통령실에 올린 후에도 나중에 인선이 바뀐 사례가 종종 있기 때문이란 것이다.     이 매체는 민주평통 사무처에서 민주평통 의장인 대통령의 재가를 받기 위해 이미 대통령실로 공문서를 보냈으며, 워싱턴협의회장으로 내정된 린다 한 국힘당 재외동포위원장은 다음 주 10일에 있을 김기현 당 대표의 워싱턴 동포 간담회가 끝나는 대로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구체적으로 보도했다.   그러나 강 전 회장은 4일 본지와 통화에서 “미주부의장에 내정됐다는 이야기는 금시초문”이라며 내정 보도를 부인했다. 강 전 회장은 “한국 평통 사무처에 연락해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볼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달라진 대북정책 기조에 맞게 재편될 21기 평통 인선은 평통 안팎에서도 큰 관심사다. 강 전 회장 내정 보도는 이날 단톡방을 통해 남가주 평통위원들 사이에 삽시간에 퍼졌다. 평통위원들은 보도의 진위 파악을 위해 지인들에게 전화를 거는 등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한국 평통 사무처의 인선 결과 발표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7월 말이나 8월 초쯤 각 지역 협의회장들이 발표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제21기 평통 자문위원의 임기는 오는 9월 1일부터 2025년 8월 31일까지 2년 간이다. 장수아 기자미주부의장 강일 미주부의장 내정 회장 내정 내정 소식

2023-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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