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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사별과 재혼

고동운 전 가주 공무원

고동운 전 가주 공무원

B 씨가 재혼했다고 한다. 그는 3년 전 췌장암으로 세상을 떠난 아내의 고향 절친 M의 남편이다. 유방암 수술을 받고 회복하여 잘 지내던 그녀는 3년 전 췌장암이 발견된 후 병세가 급속히 나빠져 몇 달 만에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결혼하지 않은 두 딸과 지내던 그가 작년 연말에 재혼했다는 소식은 M의 언니가 전해 주었다. B 씨의 재혼을 처가에서는 서운하게 생각하는 모양이다.  
 
주변을 둘러보면 배우자와 사별한 후 재혼을 하는 것은 여성보다 남성이 월등히 많은 것 같다. 여자들은 나이가 들어가며 사회성과 독립심이 강해지는 반면, 나이가 들수록 의식주를 아내에게 크게 의존하며 살던 남자는 결국 새로운 안식처를 찾게 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사별 후 언제 재혼을 하는 것이 적당한가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겠지만, 인터넷에 찾아보니 이런 기사가 있다. “배우자와 사별한 남성은 평균 3.1년 만에 새 출발을 결심한 반면, 이혼한 남성은 평균 4년이 걸려 이혼보다는 사별 후 더 빨리 재혼을 하고, 여성은 사별보다는 이혼 후에 재혼을 서두르는 경향을 보였다. 이혼한 여성은 평균 4.2년, 사별한 여성은 평균 7.4년 걸려, 이혼한 여성이 사별한 여성보다 재혼 결심 기간이 3.2년이나 짧았다.”(한국경제)
 
B 씨의 재혼을 두고 처가에서 섭섭하게 생각하는 것은 재혼했다는 사실이나 시기보다는 결혼 소식을 알리는 방법 때문이었다. 아내 없는 처가와 얼마나 가깝게 지냈는지는 모르지만, 재혼 소식을 카톡으로 알려 왔다고 한다.  
 
전후 사정은 모르면서 누구 편을 드는 것은 아니지만, B 씨의 입장도 이해가 된다. 딸을 잃은 부모·형제에게 나는 이제 좋은 사람 만나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되었습니다 하는 말을 꺼내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언젠가 들은 말인데, 행복한 결혼 생활을 했던 사람일수록 사별 후에는 빨리 재혼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이유인즉, 행복했던 만큼 슬픔과 상실감이 크며 이를 빠져나오기 위해 새로운 사랑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공감이 가는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 먼저 세상을 떠난 M도 B 씨의 재혼을 축하해주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아직 중년이었던 B 씨의 재혼은 다들 예상할 수 있는 일이었다. 100세 시대, 젊은 노인들이 넘쳐나는 세상이다. 주변에는 사별로 혼자된 노인들도 많다. 과연 이들의 재혼은 어떻게 보아야 할까.  
 
2022년 기준, 한국 여자의 기대수명은 85.6세로 남자의 79.9세에 비해 5.7년이나 길다. 게다가 아내는 나보다 나이가 어리니, 10 수년은 더 살 것이다. 나 없는 세상 혼자 외롭게 살기보다는 괜찮은 남자 하나 사귀어도 나는 괜찮다.  
 
가을이면 나무에 가지치기를 해주고, 거름도 주고, 뒷동산 죽은 해바라기를 뽑아 정리하고, 봄이 되면 아내와 텃밭을 갈아 채소를 심고, 일 년에 한 번 정도는 해외여행도 가고, 아내가 끓인 육개장을 게걸스럽게 먹어주고, 기일이면 막걸리 한 병 들고 아내와 함께 내 산소를 찾아주는 그런 남자 친구라면 좋겠다. 

고동운 / 전 가주 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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