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호식이두마리치킨, ‘요거치즈닝치킨 생일 기념’ 인증 이벤트 진행

 치킨 프랜차이즈 대표 브랜드 호식이두마리치킨이 ‘요거치즈닝치킨’ 출시를 기념하여 지하철 2호선 스크린 도어 광고와 함께 대대적인 인증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이벤트는 ‘홍대입구역’, ‘건대입구역’, ‘합정역’ 승강장 스크린 도어에에 설치된 신메뉴 요거치즈닝치킨 생일축하 광고를 인증한 고객들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스크린 도어 광고 인증은 3개의 역사 중 한 곳에서 생일축하 광고 인증과 함께 촬영한 이미지를 본인 인스타그램에 해시태그와 함께 업로드하면 된다.   지하철 스크린 광고 인증 이벤트는 7월 15일까지 진행한다. 선착순 500명에게는 요거치즈닝치킨+알콘칩스세트 모바일 교환권을 증정하며 추가로 추첨을 통해 아이패드, 에어팟 프로 등 푸짐한 경품을 증정한다.   호식이두마리치킨 관계자는 “신메뉴 ‘요거치즈닝치킨’이 ‘타코마요치킨’에 이어 고객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라며 “이번 이벤트를 통해 받은 사랑만큼 감동의 순간을 함께하길 바라며 앞으로도 다양한 이벤트로 고객과 적극전인 소통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요거치즈닝치킨은 갈릭치즈 시즈닝을 기본으로 한 안심치킨에 딜요거트 소스에 찍어 먹는 신개념 시즈닝 치킨이다. 쫀득한 안심치킨에 갈릭치즈 시즈닝이 더해져 있는 형태로 단맛과 짠맛이 조화로워 영양 간식은 물론 술안주로도 호불호 없이 즐길 수 있다. 딜요거트 소스는 새콤한 요거트 소스에 프레시한 딜 허브를 더한 소스다. 강동현 기자 kang_donghyun@koreadaily.com호식이두마리치 이벤트 인증 이벤트 생일 기념 생일축하 광고

2023-06-22

생일·이름 같은 한인 2명, 같은 소셜번호 곤욕

한인 여성 2명이 연방정부의 실수로 같은 소셜번호(SSN)를 발급받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방송을 통해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문제가 해결됐지만, 갖가지 불이익을 5년간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NBC 뉴스가 23일 전한 사연은 이랬다. LA에 거주하는 김지은씨와 일리노이주 시카고 외곽에 사는 김지은씨는 2018년 6월과 7월에 사회보장국(SSA)으로부터 사회보장카드를 각각 발급받았다.   문제는 두 사람의 SSN이 같았다는 점이다. 공교롭게도 두 사람은 성과 이름이 같았고, 한국에서 태어난 장소는 달랐지만, 생년월일도 똑같았다.   이후 두 사람의 은행 계좌가 폐쇄되고 신용카드가 차단됐다. 다른 사람의 신원을 도용했다는 의심까지 받는 상황까지 내몰렸다.   서로 모르는 사이였던 두 사람은 최근에서야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를 알게 됐다. 지난 4일 LA의 김씨가 자신의 신용카드가 취소된 이유를 알아보기 위해 LA에 있는 거래 은행을 찾았을 때 일리노이에 사는 김씨 휴대전화 번호가 남겨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상황을 비로소 파악한 이들은 SSA에 연락해 같은 SSN을 발급받았다며 해결을 요청했지만, 당국은 미온적이었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하지만 이들의 곤란한 상황이 최근 NBC 뉴스를 통해 알려지자 그제야 SSA는 LA의 김씨에 대한 SSN은 그대로 유지하고 일리노이의 김씨에겐 새로운 SSN을 발급하기로 했다.   대학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일리노이의 김씨는 SSA 측으로부터 새 번호가 적힌 사회보장카드를 우편으로 보냈다는 전화와 함께 사과를 받았다고 전했다.   LA의 김씨 역시 SSA 측으로부터 사과를 받진 못했지만 더는 일리노이의 김씨와 SSN을 공유하지 않아도 된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는 “SSA의 실수 탓에 국세청 관련 문제를 포함해 너무나 많은 문제를 처리해야 해 전혀 행복하지 않다”면서 영주권 신청 절차를 다시 밟겠다고 했다.   지미 고메즈 연방 하원의원실 측은 LA의 김씨 상황을 잘 알고 있고 도울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소셜번호 생일 소셜번호 곤욕 일리노이주 시카고 한인 여성

2023-02-23

스키니랩, 브랜드 모델 김서형 생일 기념 ‘서-윗한 서-키니데이’ 기획전 개최

건강식품 전문 기업 헬스밸런스㈜의 다이어트 브랜드 ‘스키니랩’이 브랜드 모델 김서형의 생일을 맞아 많은 혜택을 제공하는 ‘서-윗한 서-키니데이’ 기획전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번 기획전은 스키니랩 자사몰과 스키니랩 네이버 브랜드스토어에서 김서형의 생일인 10월 28일부터 30일까지 3일간 진행되며, 스키니랩의 이너뷰티 제품들을 50% 할인 혜택과 함께 만나볼 수 있다.   기획전은 국산 녹차를 발효해 만든 청량 상큼한 라즈베리 맛이 특징인 ‘스키니랩 비움 콤부차’와 특허받은 질 유래 유산균을 함유한 ‘스키니랩 시크릿 프로바이오틱스’, 피부 진피층 3대 구성요소인 콜라겐·엘라스틴·히알루론산을 한 번에 섭취할 수 있는 ‘스키니랩 저분자 콜라겐 엘라스틴’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또한 스키니랩 자사몰에서는 ‘스키니랩 비움 발효효소’ 제품에 대해 레몬 맛 2개 구매 시 베리 맛 1개를, 베리 맛 2개 구매 시 레몬 맛 1개를 추가로 제공하는 2+1 혜택도 준비했다.     브랜드측에 따르면 ‘스키니랩 비움 발효효소’는 1포당 탄수화물 분해효소(α-아밀라아제)를 40만 유닛, 단백질 분해 효소(프로테아제)를 1,500 unit 함유하고 있으며, 상큼한 레몬 맛과 베리 맛 2종으로 발효취 없이 섭취할 수 있다.   ‘서-윗한 서-키니데이’ 기획전과 관련된 자세한 사항은 스키니랩 자사몰과 스키니랩 네이버 브랜드스토어에서 확인 가능하다.   관계자는 “스키니랩의 뮤즈인 배우 김서형의 생일을 맞이해 고객들에게 이례적인 혜택을 제공하게 되었다”며 “언제나 아름다움을 유지하는 배우 김서형처럼 스키니랩과 함께 쌀쌀한 계절에도 건강하게 미모를 유지하는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스키니랩은 다이어트 기능성 제품과 더불어 이너뷰티, 뉴트리션 등 체지방 관리뿐 아니라 종합적인 자기관리 솔루션을 제공하는 다양한 제품 라인업을 보유하고 있다. 강동현 기자 kang_donghyun@koreadaily.com스키니랩 브랜드 스키니랩 브랜드 김서형 생일 스키니랩 네이버

2022-10-27

[이 아침에] 생일파티

부모님 살아계실 때는 모든 가족행사가 두 분을 중심으로 돌아갔다. 설을 시작으로 어머니날, 아버지날, 부모님 생신, 추수감사절, 그리고 크리스마스로 한 해가 끝이 났다.     7년 전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그해 가을에 어머니마저 돌아가시고 나니, 가족행사의 구심점이 사라졌다. 처음에는 부모님 제사를 모셔 가족이 모였는데, 3년 상을 끝으로 성당의 연미사로 대신하게 되니 형제들이 모일 핑곗거리가 사라졌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생일에 모이자는 것이었다. 생일을 맞는 사람이 자기가 원하는 날 가고 싶은 식당으로 가족을 초대하는 방식이다.     생일이 흩어져 있어 한 달에 두 번 모이는 일도 없고, 어린 날의 추억을 함께 나눈 동시대 또래들의 모임인지라 제법 재미있게 잘 돌아갔다. 그러다 갑자기 맞게 된 코로나 펜데믹. 2년 넘게 모이지 못했다. 코로나 사태가 진정이 되고, 경제활동이 재개되었지만 우리들의 생일 파티는 쉽게 다시 시작되지 않았다. 무슨 일이든 시작하기는 힘들고 끝내기는 쉬운 모양이다. 중단한 일을 다시 시작하려면 계기가 필요하다.     누님은 동부에 사니 이곳에서는 5남매 중 둘째인 내가 가장 손 위가 된다. 내가 칼을 빼 들어야 할 것 같아 생일이 다가오자 초대의 메시지를 보냈다. 장소는 부모님 살아생전부터 자주 갔던 타운의 중식당 Y.     4남매와 우리 아이들, 손자 손녀 모두 모였다. 식사를 기다리며 선물은 이미 다 풀어 보았고, 손녀딸과 케이크의 촛불도 끄고 나니 문득 아버지가 생각났다. 아버지는 이렇게 가족이 모이면 이때쯤 꼭 한마디 말씀을 하시곤 했다. 자식을 사랑하고 걱정하는 마음에서 하는 이야기지만, 아버지의 말씀은 대개는 한두 명의 심기를 건드려 어색한 자리가 되곤 했다.     나이가 들며 말이 많아지는 것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다 같은 모양이다. 이런 현상을 학자들은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노인이 말이 많은 이유는 살면서 배우고 익힌 것을 후손들에게 가르쳐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고 발전하기를 기대하는 본능적 행위라는 것이다. 무엇이 먹으면 죽는 독버섯인지, 어떤 약초를 먹거나 바르면 병이 낫고 상처가 아무는지 등의 지혜를 가르쳐 주고 싶은 것이다.  이제 이런 지식은 스마트폰이나 노트북으로  쉽게 찾을 수 있지만, 우리의 DNA에 각인된 본능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하지만 인생이란 누가 가르친다고 쉽게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 살며 겪어 보아야 깨닫게 된다. ‘나이가 들수록 입은 닫고 지갑을 열어라’는 유대인 속담대로 나는 입을 굳게 닫았다. 다음에도 열지 않을 작정이다. 곁에서 지켜보며 응원만 해줄 생각이다. 그리고 그날 지갑은 아내가 열었다.     저녁을 먹은 Y 식당은 우리 가족에게는 특별한 장소다. 부모님의 환갑잔치, 결혼기념일, 두 분의 칠순 등 큼지막한 가족행사는 모두 이곳에서 했다. 음식 맛이 예전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 아이들이 앉았던 상을 보니 빈 접시만 남았다. 나이가 들면 입맛도 까다로워지는 모양이다.   이 식당도 재개발로 곧 문을 닫을 것이라고 한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이렇게 식당도 우리 집도 세대교체를 맞고 있다. 고동운 / 전 가주공무원이 아침에 생일파티 어머니날 아버지날 생일 파티 부모님 제사

2022-10-12

[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아내의 생일

창 밖은 아직 어둑하다. 별빛도 달빛도 사라지고 잔뜩 찌푸린 구름이 펼쳐진 하늘은 검은 잿빛이다. 운동화 끈을 조여 매고 밖으로 나섰다. 집 앞 보드 블락이 젖은 걸 보니 간 밤에 비가 내렸나 보다. 집 주위를 한 바퀴 돌고 호수 쪽으로 가 보려고 한다. 쌀쌀해진 새벽 공기에 다시 점퍼를 걸치고 나왔다. 역시 새벽은 맑고 깨끗하다. 내 몸 가득 새벽공기를 마시면 어느새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이 든다. 풀벌레들은 아직 잠들었는지 사방엔 기척이 없다. 나무와 가로등은 깨어 있는 듯 멀리서 다가오는 나를 반겨 준다.    어제는 아내의 생일이었다. 늘 아내의 생일을 기억하고 있었지만 특별히 챙겨준 기억이 별로 없다. 아내의 입장에서 보면 서운하고 야속하게 느껴질 테지만 아내는 그 점에 큰 문제를 삼지 않았다. 남편으로서 미안하고 감사했다. 왠지 우리 사이에는 생일은 간단한 외식 정도로 지나가는 것으로 묵인되었다. 그렇다고 무심히 지나간 것은 아니었고 늘 주변에서 생일 파티를 열어 주었다. 아이들이 커서는 아이들이 계획한대로 깜짝 파티를 열어 주기도 했다. 나는 늘 아내에 대한 감사의 마음이 있다. 아내는 하고 싶은 말을 거침없이 하는 편이다. 듣고 보면 늘 맞는 말이었다. 무심히 지나 버린 세월이었지만 이렇게 한적한 새벽 길을 걷다 보면 늘 나를 배려해주는 아내 마음이 새삼 느껴진다.   지금 내가 걷고 있는 이 길은 아내와 함께 늘 걸었던 산책 길이다. 아이들 커가는 이야기도 하면서 이제 막 태어난 손자 손녀 이야기도 하면서 걸었던 길이다. 이 집 정원엔 작은 묘목들이 필요할 것 같고, 저 집 드라이브웨이는 휘어져있어 운치가 있고, 저 집은 큰나무들이 입구를 가려 나무 한 그루를 잘라야 할 것 같다는 둥 동네 구석구석을 상관하고 다녔다. 산책 길을 걷다 보면 두 세 블락 떨어진 곳에 가지가 쭉 뻗은 소나무 두 그루가 늘 인상적이었다 그 곁을 지나칠 때면 소나무 향이 코끝에 향기롭게 스며든다. 부시시한 머리처럼 많은 잎을 담고 있는 나무는 아니지만 간결하고 깨끗한 솔잎을 가지런히 담고 하늘을 가로지르는 소나무는 우리의 마음을 즐겁게 해 주었다.   희미했던 주변이 점점 제 모습을 드러내는 것을 보니 날이 밝고 있다. 시야가 확 트이는 호숫가로 다가 가고 있다. 호수는 나에게 참으로 고마운 장소이다. 마음이 불편할 때 늘 찾아 왔던 장소였다. 잔잔한 물결로 반겨주는 호수는 늘 평안하고 그윽했다. 가끔 긴 다리를 가진 하얀 깃털의 두루미를 만나면 반갑기도 했다. 가족의 소중함은 비단 인간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뒤뚱뒤뚱 아직 어린 오리 새끼를 뒤돌아 서서 기다리는 어미 오리의 모습은 제 자식 사랑하는 사람의 모습과 꼭 닮았다.     애지중지 키워 왔던 두 아이는 이제 가정을 꾸미고 우리가 그랬던 것처럼 때로는 힘겨워 하기도 하고 때로는 즐거워하기도 하지만 그 과정을 지나온 우리로서는 그저 피식 웃고 지나갈 일이었다. 지난 우리의 삶도 어려운 일이 닥쳤을 때는 헤어나오지 못할 것 같은 중압감으로 잠 못 이뤘던 많은 밤들이 있었지만, 먼동이 트고 하루가 밝아 오는 행복한 시간도 어느 사이 우리 옆에 다가오곤 했었다.     오랜 시간 같은 생각을 하고 같은 길을 걸으며 같은 목표를 향해 걸었던 우리였지만 서로에게 이상하리만큼 표현 하지 못하고 살아온 지난 세월이 후회가 된다. 마구 사랑하고 싶고 나 역시 사랑 받고 싶다. 100세 시대라는 요즈음 부지런히 운동도 하고 몸에 좋다는 음식도 챙겨 먹고 여행도 많이 다니지만 그래도 가장 중요한 것은 서로의 마음 속에 사랑이 뿜어내는 에너지가 아직 살아 있다는 사실이다.     호숫가를 걸을 때는 늘 평안했다. 멀리 집들의 불빛이 흐려지고 하루가 밝아 오고 있다. 집을 나오면서 내려 놓은 커피가 은은한 향기를 풍기듯 그렇게 향기로운 하루를 맞이하고 싶다. 하늘은 잔뜩 찌푸려 있지만 왠지 이런 날 아내와 창가에 앉아 커피잔을 기울이며 미안한 마음을 표현하고 싶다. 집으로 향하는 발길이 서둘러진다. (시인, 화가)   신호철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아내 생일 아내 마음 생일 파티 새벽 공기

2022-09-26

[삶의 뜨락에서] 깜짝 생일 파티의 단상

요즘에는 내 주위에 새로운 만남보다 떠나는 사람이 더 많다. 그만큼 오래 살았다는 이유도 되겠지만 젊은이들도 많이 떠난다. 사고사보다 질병이 원인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직업상 죽는 사람을 매일 보지만 지인이 떠나게 되면 마음이 숙연해진다. 평소 건강관리에 더 관심을 두어야겠다고 생각한다.     며칠 전에 직장에서 깜짝 생일파티를 열어주었다. 말 그대로 깜짝 놀랐다. 온종일 정말 많은 동료로부터 축하 인사를 받느라 민망했는데 중환자실에 누워 있는 환자와 가족들로부터 축하 인사를 받을 정도로 요란한 파티였다. 2주 전부터 계획된 파티였다고 한다. 하이라이트는 점식식사였다. 우리 병원 식구들은 음식 주문에는 모두 달인들이다. 어떻게 그렇게 다양한 음식을 온라인으로 오더 하는지도 놀랍고 또 총알처럼 배달이 된다. 하지만 이날은 모두 손수 음식을 만들어오고, 꽃다발과 선물 공세에 몸 둘 바를 몰랐다. 조금 부끄러웠지만 행복했고 감동 그 자체였다. 축하 인사는 그다음 날 또 그다음 날까지도 연장이 되었다. 다들 알고 있으면서도 아무도 나이를 묻지 않았다. “You are amazing! You are unbelievable! You are our role model!” 모두 한 마디씩 거둔다. 이토록 힘든 중환자실에서 어떻게 30년을 즐겁게 일하고 있는지 모두 놀랍고 신기하다는 인사였다.     중환자실은 오리엔테이션이 일 년이다. 많은 질병과 약과 최신 기계들을 배우는데 일 년이란 기간을 병원에서 과감하게 투자한다. 한 2년쯤 경험이 쌓이면 제법 자신감이 생긴다. 그러다 한 3~4년이 지나면 대부분 탈진상태(burnout syndrome)를 맞게 된다. 이제 젊은이들은 그동안의 중환자실 경험을 가지고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기 위해 떠난다. 이 과정을 잘 견디고 적응하게 되면 나처럼 오래 남아있을 수 있다. 나보다 10년 젊은 동료가 나한테 언제 은퇴할지를 묻는다. 난 모르겠다고 대답한다. 그녀는 아침마다 일하러 가기 위해 침대에서 나오기 싫어 사투를 벌인다고 한다. 솔직히 말해 난 즐겁고 가뿐한 마음으로 출근한다. 몸도 마음도 깃털처럼 가볍고 행복한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조용히 나 자신을 뒤돌아본다. 사춘기와 청년기 시절을 나는 유독 힘들게 보냈다. 먹고 자고 학교 가는 일상생활이 지루하고 흥이 나지 않았다.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문학소녀를 꿈꾸며 책 속에 묻혀 살았다. 대학 시절에는 독서클럽에 가입해 ‘책이 아니면 죽음을’ 하는 자세로 지냈다. 모든 진리는 책 속에 있음을 알게 되었다. “My body is not me but mine, my spirit is not me but mine” 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그 이후 이 결론은 내 삶에 녹아있다. 나의 몸과 정신은 그 자체로서 내가 아니고 내 것이다. 내가 창조해 나갈 수 있다는 이 얼마나 멋진 말인가. 내 몸과 마음은 내 것이니 내가 정성스럽게 가꾸어 나갈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많은 이들이 인생이 너무 짧다. 눈 깜빡할 사이에 지나갔다고 푸념한다. 하지만 내 생을 돌아보면 참 긴 여정이었다. 나이만큼의 시간을 입고 겹겹이 쌓아온 자아가 지금의 나이고 과거의 나이고 미래의 내가 된다. 니체는 초인이 되기 위해 세 단계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한다. 낙타, 사자, 어린아이 - 낙타는 무거운 짐을 지고 사회가 정해 놓은 규칙에 순응하고 복종하는 삶, 사자는 자신을 가로막는 것과 싸워 이겨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는 용기를 가진 자, 어린아이는 자신이 원하는 규칙을 만들며 놀이를 즐긴다. 자신이 겪어낸 삶의 과정을 순수한 마음으로 받아들이며 삶을 놀이처럼 즐겁게 만들어 간다고 했다. 이 니체의 정신은 내 피 속에 녹아있다. 정명숙 / 시인삶의 뜨락에서 생일 파티 생일 파티 중환자실 경험 낙타 사자

2022-06-10

[노동법] ‘원치 않는 생일 파티’

지난 4월 미국 언론은 물론, 많은 한국 언론에서도 해외토픽으로 다뤄졌던 노동법 케이스가 있다. 미국의 한 회사가 직장 내에서 직원의 생일 파티를 열어주었다가 그 직원에게 되레 소송을 당했고, 그로 인해 배심원 재판이 열렸는데 회사가 무려 45만 달러의 손해 배상금을 직원에게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온 케이스다.   기사 제목이나 판결 결과만 보면 황당한 케이스라고 생각될 수도 있다. 직원에게 잘해주려고 한 것인데 어떻게 이런 결과가 나오는지, 이젠 무서워서 생일 파티도 못 해주겠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내막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충분히 납득이 갈 뿐만 아니라, 고용주들이 자주 간과할 수 있는 직원의 장애(Disability) 이슈와 관련 소송에 관해 중요한 교훈마저 얻을 수 있다.   소송한 직원은 평소 불안 장애(Anxiety Disorder)를 가지고 있었고 오피스 매니저에게 ‘불안 장애가 있으니 회사에서 자기 생일을 축하하지 말아 줄 것’을 부탁했었다. 하필 이 직원의 생일 당일에 오피스 매니저가 결근했고, 다른 직원들이 그 날이 이 직원의 생일인 것을 알고 ‘서프라이즈’ 생일 파티를 열어준 것이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직원은 공황발작(Panic Attack) 마저 일으켜 회사를 나왔고 점심시간 내내 차에 숨어있었다고 한다.   여기까지만 했어도 법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될만한 부분은 그리 크지 않다. 오피스 매니저가 더 세심히 챙겨서 다른 직원들에게 생일 파티를 하지 말 것을 미리 얘기하고 결근을 했으면 가장 이상적이었겠지만, 실제로 오피스 매니저가 급히 자리를 비울 일이 있었을 수도 있고, 다른 직원들도 일부러 이 직원을 해하려던 것이 아니라 좋은 의도로 생일 파티를 해준 것이기 때문에, 여기까지만 했어도 직원에게 사과하고 앞으로 이런 일이 없도록 신경 쓰겠다고 했으면 끝날 일이었다. 최악의 경우, 만약 이 생일 파티로 인해 직원의 불안 장애나 공황발작이 더 심해졌다면 종업원 상해 보험을 통해 보상해주면 끝날 일이었다.   하지만 회사의 사후 대처가 문제였다. 사과는커녕, 직원의 상사들이 미팅을 열어 이 직원을 불러서 꾸짖고, 생일 파티에 대한 직원의 리액션을 비웃기까지 하며, ‘왜 다른 직원들의 생일 파티를 열어주는 기쁨을 빼앗아가냐’고 몰아세웠다. 이때, 직원의 공황발작이 다시 도졌고 직원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이는 실제로 긴장 완화에 도움이 되는 근육 이완법으로 공황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공황 증상이 왔을 때 즉각적으로 해볼 수 있는 방법이라고 한다. 하지만 직원의 상사들은 주먹을 쥔 직원의 모습을 보고 직원이 폭력을 가하려 한다고 착각하여 직원을 즉시 회사 건물 밖으로 내쫓았다. 그리고 사흘 뒤 ‘직장 상사들과의 면담에서 폭력적이었고 상사들을 두렵게 만들었다’는 이유로 직원을 해고했다.   그 후 직원은 ‘장애인 차별 및 부당해고’로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회사는 직원이 불안 장애에 대해 알리지 않았을 뿐 아니라 불안 장애가 ‘장애’의 법적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기 때문에 잘못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 케이스는 켄터키 주에서 일어난 일이라 손해배상이 45만 달러에서 끝났지만, 직원에게 유리한 캘리포니아 주에서 일어난 일이었으면 배상액이 몇 배 이상이 될 수도 있는 케이스다. 그리고 캘리포니아였다면 아마 배심원 재판까지 가는 무모한 결정을 하지 않았을 것 같다. 왜냐하면, 회사의 주장들이 캘리포니아 법안에서는 큰 설득력이 없기 때문이다.   먼저, 캘리포니아 노동법상 '장애’라는 것은 꽤 광범위하게 정의되어 있다. 한국 문화에서 장애라고 하면 휠체어를 타고 다니거나, 눈이 안 보이거나 하는 어떤 영구적인 신체 장애만 생각하기 쉽지만, 캘리포니아 노동법에서는 어떤 신체적 혹은 정신적 컨디션이 일을 하거나 삶의 활동을 하는 것에 제한을 준다면 그것은 장애로 간주한다. 따라서 눈에 보이지 않는 불안 장애나 우울증, 혹은 단기적인 신체적 상해도 포함될 수 있다. 일단 장애가 있는 직원이 편의(Accommodation)를 요청하면 그것을 충분히 고려해보고 대화해보는 것이 중요하며, 이런 과정을 ‘Interactive Process’라고 하는데 꼭 서면으로 남기는 것이 좋다. 직원이 편의를 요청하기 전에 고용주가 직원의 장애 사실을 인지했다면 먼저 편의가 필요한지 물어봐야 한다.   또한, 직원이 상사나 매니저급, 즉 누군가를 감독할 수 있는 사람에게 본인의 장애에 대해 알렸을 경우, 그것은 회사에 알린 것과 다름이 없다. 따라서 위의 케이스에서 직원이 오피스 매니저에게 ‘불안 장애가 있으니 생일 축하를 하지 말아달라’고 한 것은 곧 회사에 알린 것과 다름없으며, 다른 상사가 모르고 직원을 꾸짖은 것은 곧 회사가 꾸짖은 것과 다름없기 때문에, 결론적으로 ‘이 회사는 불안 장애에 대해 알고 있었음에도 직원이 이와 관련 증상을 보인 것 때문에 직원을 징계한 것’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모든 상사나 매니저들이 장애 노티스나 편의  요청 등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트레이닝을 반드시 받아야 하며, 장애나 편의 요청을 이유로 직원을 징계하거나 해고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문의: (213)330-4487 박수영 / Fisher & Phillips 파트너 변호사노동법 생일 파티 생일 파티 불안 장애 이때 직원

2022-05-15

[이 아침에] 두 개의 생일 기념 사진

양가 부모님 중 이젠 친정엄마만 생존해 계신다. 가능한 한 자주 찾아뵐 작정으로 엄마 90세 생신에 맞춰 2019년 말에 2020년 2월 비행기표를 사 두었다. 중국 우한이라는 곳에서 발생했다는 코로나, 우왕좌왕하면서도 항공권을 사 뒀으니 무조건 가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러나 상황은 순식간에 돌변했다. 죽음의 공포에 휩싸인 한국, 자매들한테 솔직히 말해 달라고 했더니 “이번엔 아닌 것 같다”는 답이 왔다. 그리고 얼마 후 “언니야. 한국 안 오기 천만다행이야. 여기 요즘 난리야. 엄마 면회도 안 되고. 병원에서 보내온 생신 기념사진이야”하며 사진을 보여주었다. 머리에 생일 고깔을 쓴 채 간호사가 내미는 생일 케이크를 보며 웃고 계신 사진 하나 달랑 카톡방에 올라왔다.     이어지는 한국의 마스크 대란, 학생들은 휴교라도 난 출근해야 하거든, 교사인 셋째 여동생의 한마디에 어찌나 마음이 쓰이던지 급히 마스크를 주문해서 자매들 모두 함께 나눠 쓸 수 있도록 보냈다. 택배로 부친 그날 일본에 유학 중인 조카(언니 아들)한테도 마스크 좀 보내 줄 수 있냐고 연락이 왔다. 한국에서는 마스크 해외 반출 금지령이 내려졌고 무엇보다 일본행 항공편이 없다는 것이다. 일본은 확진자도 별로 없고 올림픽 취소 전이라 아베한테 충성하느라 마스크 쓰는 사람이 드물다고 하더니 상황이 급변했다고 했다. 조카는 박사고 뭐고 관두고 일본을 탈출하고 싶은데 그것조차 쉽지 않다고 했다.     주문한 마스크를 기다리는 동안 미국 확진자가 급격하게 늘어났다. 나는 정말 잽싸게 마스크를 주문했지만 도착 기간이 길어져 쉽게 손에 들어오지 않았다. 어렵사리 도착한 마스크는 우리 것 조금 남겨두고 몽땅 일본으로 보냈다. 코로나 전파력이 무섭기도 했지만 마스크가 여유롭지 않아 남편이 나가는 길에 장을 봐 오는 등 외출을 자제하는 집콕 생활로 접어들었다. 한국 자매들은 매주 번갈아 혹은 함께 엄마를 찾아뵙기에 멀리서 사는 나는 늘 빚진 기분이어서인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이 기뻤다.     작년 연말에는 우여곡절의 사연으로 점철된 만 2년여의 코로나19의 어둡고 긴 터널의 끝이 보이는 것 같았다. 마침 조카(여동생 딸)의 올해 2월 결혼 소식을 전해 듣고 기쁨으로 들떠 남편과 함께 결혼식에 참석하겠다고 알렸다. 남편 비즈니스 성격상 두 주 정도 여유가 있는지라 빠듯하긴 해도 한국 가서 해야 할 일들의 리스트도 만들었다.     하지만 완화될 줄 알았던 격리 기간이 코로나 변이 오미크론의 강한 전파력으로 단기 외국인은 열흘이라고 발표가 났다. 주변에서는 사나흘 머물려고 한국 도착해서 코로나 검사를 세 번이나 받아야 하는데 생각 좀 해보라고 거든다. 결국 또 못 갔다. 하지만 하루 결혼식 참석하고, 창문 너머로 엄마 얼굴이라도 볼 수 있었을 터인데 후회가 밀려왔다.     며칠 전 드디어 격리가 해제되었다. 한국행 여행객이 폭증해 항공회사들이 바빠졌다는 기사가 났다. 이젠 정말 가게 되는구나 했는데 자매들 카톡방에 올라온 소식에 기운이 쭉 빠진다. “언니야. 여기 오미크론으로 요즘 난리야. 엄마 면회도 안 되고. 병원에서 보내온 생신 기념사진이야.” 2020년 봄에 받았던 내용과 같은, 그러나 부쩍 늙은 모습으로 누워계신 엄마 모습에 오열했다. 4월 말이면 모두 괜찮을 것이라는 말에 또 희망을 건다. 오연희 / 시인이 아침에 생일 기념 생신 기념사진 마스크 해외 마스크 대란

2022-04-03

[기고] 북한의 괴이한 정치의식

김정일 생일 80주년 전날인 15일 북한 정권이 김정일 출생지라고 선전하는 삼지연에서 중앙보고대회가 열렸다(실제 출생지는 러시아 하바롭스크 인근). 이런 의식은 이상한 나라 북한에서도 가장 이상한 행사 중 하나다.     공식 사진은 마치 초현실주의적 영화의 스틸컷 같다. 설산과 김정일 동상을 배경으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고위 간부들이 연단에 앉아있고 멀찌감치 아래엔 군인과 주민들이 촘촘히 도열했다. 영하 15도의 추위 속에서 긴 연설을 들으며 그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왜 북한 사람들은 이런 괴이한 행사에 참석하는가.   물론 참석이 의무다. 거부하면 사상을 의심받아 처벌 대상이 될 것이다. 그러나 그 이상의 이유가 있다.   사실 북한의 공식행사가 괴이해 보이는 건 그런 행사가 현대까지 살아남아서다. 여러 면에서 북한은 정치·사회적 화석이다. 조선 말기나 중국 왕조, 중세 유럽 사람이 더 잘 알아볼 것이다. 중세 교회의 의식이 신앙을 유지하고 정통성을 강화하는 데 중요했듯, 북한의 이런 행사도 유사한 면이 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본래 사상적 의도와 유리된 채 북한 주민의 삶의 일부가 되었다.     일례가 김일성·김정일 생일을 기념하는 주요 활동 중 하나인 김일성화·김정일화 전시다. 전국 각지에서 열리는데 각 부서 간 경쟁이 치열했다. 필자가 방문했을 때 북한 간부들은 자기 부서의 전시를 자랑하고 다른 부서를 깎아내리느라 바빴다.   삼지연도 그런 예일 수 있다. 김정일이 출생했다는 귀틀집은 선전만큼 오래돼 보이지 않았고 굳이 오래돼 보이도록 노력한 흔적도 없었다. 안내원은 자신의 설명에 아무도 귀 기울이지 않아도 놀라는 기색이 없었다. 멋진 털모자를 쓴 여군은 외국인 방문객들과 기념 촬영 전에 화장을 고치는데 더 관심이 많았다.     중세 유럽의 순례지가 어느 정도 휴양지가 된 것처럼 삼지연도 일상의 노역에서 벗어나 쉬는 곳이 된 듯했다.   지난해 11월 칼럼에서 밝혔듯 북한 지도자가 당황할 정도로 믿음은 퇴색하고 있지만, 의식은 지켜지고 있다. 강제에 의해서만이 아니라 전통과 습관이 되어서다. 북한에서 갓 결혼한 부부는 인근 김일성 동상에 헌화하는데 수령의 위대함을 되새기는지 알 수 없다. 서구에서 수년간 교회에 발을 들여놓은 적 없던 이들이 교회에서 결혼하는 것과 유사하다.   필자가 아는 북한 주민들은 정치행사에 참여하는 걸 고된 일로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일상에서 벗어날 기회로 여겨 행사를 기다렸다. 기념일이면 적어도 하루를 쉬고(물론 연설을 들어야 하지만), 종종 추가로 식량·옷을 배급받았다.     연설·헌화 등 공식 일정이 끝나면 농구·탁구 등 체육대회가 열렸다. 때론 무도회도 있다. 의무였지만 주민들이 즐기지 않는 건 아니었다. 이럴 때면 여성들은 합성섬유로 만든 한복을 받고도 신나서 입었다.     필자의 대사관에서 일하던 젊은 북한 남성은 기대 반 긴장 반으로 무도회를 기다렸다. 스텝이 꼬여 망신당하지 않으려고 며칠 동안 연습하곤 했다.   견학이 포함되면 기대감은 더욱 커졌다. 평양 밖으로 나갈 기회가 매우 귀해, 외국인 클럽에 근무하는 북한 직원들은 6·25 전쟁 사적지인 황해도 신천에 간다는 소식에 뛸 듯이 기뻐했다. 돌아온 후 미군의 학살 사건에 대해선 거의 기억하지 못했고 꽃구경한 이야기만 잔뜩 했다.   이번 15일 강추위 속에서 북한 고위직의 연설을 듣던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몇몇은 김 위원장이 참석한 행사에 함께한 데다 사진도 찍혔다고 좋아했을 것이다. 상당수는 설경에 감탄했을 수 있다.     정치행사에 익숙한 많은 이들은 몸만 거기 있을 뿐 삶에 대한 이런저런 상념에 빠져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은 그저 행사가 빨리 끝나 그나마 따뜻한 집이나 막사로 돌아가 뜨거운 차 한 잔 마시길 바랐을 것이다. 존 에버라드 / 전 평양 주재 영국대사기고 북한 정치의식 김정일 생일 김정일 동상 중세 교회

2022-02-25

[삶의 뜨락에서] 작고 좋은 것

 살면서 누구나 깊은 슬픔에 빠져본 적이 있을 것이다. 미국 작가 레이먼드 카버의 단편소설 ‘A small, good thing(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은 외아들의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하는 젊은 부부의 가슴 아픈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평범하고 행복하게 살아가던 부부는 외아들의 생일을 앞두고 생일 케이크를 빵집에 주문한다. 그러나 아이는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하고 혼수상태에 빠져 결국은 죽게 된다. 이를 알 리 없는 빵집 주인은 밤마다 케이크를 찾아가라고 독촉 전화를 걸었다. 슬픔과 분노로 가득 찬 부부는 빵집 주인을 찾아가 화를 마구 퍼붓는다. 사건의 전말을 알게 된 빵집 주인은 “미안하다는 말을 해야겠소. 내가 얼마나 미안한지는 하느님만이 아실 거요. 나는 빵장수일 뿐이라오. 그렇다고 해서 내가 한 일의 변명이 될 순 없겠지요. 그러나 진심으로 미안하게 됐습니다”라고 말하면서 본의 아닌 실수로 커다란 상처를 준 낯선 부부에게 미안함과 연민을 갖게 된 빵장수는 부산하게 오븐에서 빵을 끄집어내며 그가 할 수 있는 자기 자신의 방식으로 도움을 주려 애쓰고 있다.   “내가 만든 따뜻한 롤빵을 좀 드시지요. 이럴 때 뭘 좀 먹는 일이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된다오. ” 그 롤빵은 따뜻하고 달콤했다. 갑자기 당한 지독한 슬픔으로 허기를 느끼지도 못하고 있던 부부는 갓 구운 따뜻한 빵 냄새를 맡고 한입 가득 베어 문다. 상가 전체가 시커먼 어둠에 휩싸인 가운데 홀로 불을 밝힌 작은 빵집에서 이제 막 지독한 슬픔을 맛본 부부를 향해, 처음부터 슬프게 살아왔던 빵집 주인은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의 이야기를 경청하며 부부는 자신들의 삶에 들이닥친 불가해함에 위로를 받는다.     레이먼드 카버의 짧은 이야기는 이렇게 끝난다. 우리가 서로를 진정으로 알거나 우리의 삶을 완전히 통제하는 것은 불가능할 수도 있지만,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려는 우리의 시도는 우리의 삶을 가치 있게 만드는 ‘작고 좋은 것’일 것이다. 소설을 읽는 내내 나의 영혼도 따스해지고 있었다.   몇달 전 뉴스에 나온 이야기이다. 아내가 사망한 후 깊은 우울증에 빠져있었던 82세의 단(Dan)은 어느 날 동네 슈퍼마켓에서 만난 4살짜리 소녀, 노라로 그의 모든 삶이 바뀐다. 얼굴을 잔뜩 찡그리고 장을 보고 있던 그에게 다가온 노라는 “안녕, 까다로운 늙은이, 오늘이 바로 내 생일이야”라고 말했다. 그리고 과감하게 그에게 포옹을 요구했다 한다. 엄마에게 새 친구와 함께 사진을 한장 찍어달라는 부탁까지 했다. 이렇게 행복한 일이 일어나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며 말하는 그의 입술은 떨렸고 주름진 얼굴 위로 눈물이 흘러내렸다. 4살짜리 노아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사람을 살리는 일을 했던 것이다.     레이먼드 카버는 멍청하게 보일지 모르는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작가라면 가끔은 소박한 경이로움 앞에 멈춰서야 한다고 말한다. 그가 보여주는 삶의 단면들로부터 우리는 자유로울 수 없다. 그의 제안은 우리가 모두 우리의 작은 것, 통제할 수 없는 것에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의 삶을 가치 있게 만드는 “작고 좋은 것”이라 한다.   하늘은 뿌옇게 흐렸고 눈이 펄펄 날리는 크리스마스 이틀 전, 뉴욕에 첫발을 내디뎠던 오십 년 전의 일이 새삼스레 떠오른다. 낯선 곳에서 새 삶을 시작하는 막막한 나에게 아파트 창문마다 빨간 포인세티아가 장식되어 있고 불빛이 새어 나오는 것이 나에게 “힘을 내요”라고 격려해주는 것 같았다. 크고 위대한 것에만 익숙해진 우리에게 레이먼드 카버는 ‘←A small, good thing’을 이야기하고 있다. 한 해를 보내는 마지막 달, 평소에는 당연하다고만 생각하고 무심하게 스쳤던 사소한 일들이 주는 긍정적 힘에 대하여 다시 생각해 본다. 이춘희 / 시인삶의 뜨락에서 작고 생일 케이크 작가 레이먼드 빵집 주인

2021-12-15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