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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법] ‘원치 않는 생일 파티’

'불안 장애' 사실 알렸지만 오히려 질책
장애 노티스·편의 요청 대처 훈련 필요

지난 4월 미국 언론은 물론, 많은 한국 언론에서도 해외토픽으로 다뤄졌던 노동법 케이스가 있다. 미국의 한 회사가 직장 내에서 직원의 생일 파티를 열어주었다가 그 직원에게 되레 소송을 당했고, 그로 인해 배심원 재판이 열렸는데 회사가 무려 45만 달러의 손해 배상금을 직원에게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온 케이스다.
 
기사 제목이나 판결 결과만 보면 황당한 케이스라고 생각될 수도 있다. 직원에게 잘해주려고 한 것인데 어떻게 이런 결과가 나오는지, 이젠 무서워서 생일 파티도 못 해주겠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내막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충분히 납득이 갈 뿐만 아니라, 고용주들이 자주 간과할 수 있는 직원의 장애(Disability) 이슈와 관련 소송에 관해 중요한 교훈마저 얻을 수 있다.
 
소송한 직원은 평소 불안 장애(Anxiety Disorder)를 가지고 있었고 오피스 매니저에게 ‘불안 장애가 있으니 회사에서 자기 생일을 축하하지 말아 줄 것’을 부탁했었다. 하필 이 직원의 생일 당일에 오피스 매니저가 결근했고, 다른 직원들이 그 날이 이 직원의 생일인 것을 알고 ‘서프라이즈’ 생일 파티를 열어준 것이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직원은 공황발작(Panic Attack) 마저 일으켜 회사를 나왔고 점심시간 내내 차에 숨어있었다고 한다.
 
여기까지만 했어도 법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될만한 부분은 그리 크지 않다. 오피스 매니저가 더 세심히 챙겨서 다른 직원들에게 생일 파티를 하지 말 것을 미리 얘기하고 결근을 했으면 가장 이상적이었겠지만, 실제로 오피스 매니저가 급히 자리를 비울 일이 있었을 수도 있고, 다른 직원들도 일부러 이 직원을 해하려던 것이 아니라 좋은 의도로 생일 파티를 해준 것이기 때문에, 여기까지만 했어도 직원에게 사과하고 앞으로 이런 일이 없도록 신경 쓰겠다고 했으면 끝날 일이었다. 최악의 경우, 만약 이 생일 파티로 인해 직원의 불안 장애나 공황발작이 더 심해졌다면 종업원 상해 보험을 통해 보상해주면 끝날 일이었다.
 


하지만 회사의 사후 대처가 문제였다. 사과는커녕, 직원의 상사들이 미팅을 열어 이 직원을 불러서 꾸짖고, 생일 파티에 대한 직원의 리액션을 비웃기까지 하며, ‘왜 다른 직원들의 생일 파티를 열어주는 기쁨을 빼앗아가냐’고 몰아세웠다. 이때, 직원의 공황발작이 다시 도졌고 직원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이는 실제로 긴장 완화에 도움이 되는 근육 이완법으로 공황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공황 증상이 왔을 때 즉각적으로 해볼 수 있는 방법이라고 한다. 하지만 직원의 상사들은 주먹을 쥔 직원의 모습을 보고 직원이 폭력을 가하려 한다고 착각하여 직원을 즉시 회사 건물 밖으로 내쫓았다. 그리고 사흘 뒤 ‘직장 상사들과의 면담에서 폭력적이었고 상사들을 두렵게 만들었다’는 이유로 직원을 해고했다.
 
그 후 직원은 ‘장애인 차별 및 부당해고’로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회사는 직원이 불안 장애에 대해 알리지 않았을 뿐 아니라 불안 장애가 ‘장애’의 법적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기 때문에 잘못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 케이스는 켄터키 주에서 일어난 일이라 손해배상이 45만 달러에서 끝났지만, 직원에게 유리한 캘리포니아 주에서 일어난 일이었으면 배상액이 몇 배 이상이 될 수도 있는 케이스다. 그리고 캘리포니아였다면 아마 배심원 재판까지 가는 무모한 결정을 하지 않았을 것 같다. 왜냐하면, 회사의 주장들이 캘리포니아 법안에서는 큰 설득력이 없기 때문이다.
 
먼저, 캘리포니아 노동법상 '장애’라는 것은 꽤 광범위하게 정의되어 있다. 한국 문화에서 장애라고 하면 휠체어를 타고 다니거나, 눈이 안 보이거나 하는 어떤 영구적인 신체 장애만 생각하기 쉽지만, 캘리포니아 노동법에서는 어떤 신체적 혹은 정신적 컨디션이 일을 하거나 삶의 활동을 하는 것에 제한을 준다면 그것은 장애로 간주한다. 따라서 눈에 보이지 않는 불안 장애나 우울증, 혹은 단기적인 신체적 상해도 포함될 수 있다. 일단 장애가 있는 직원이 편의(Accommodation)를 요청하면 그것을 충분히 고려해보고 대화해보는 것이 중요하며, 이런 과정을 ‘Interactive Process’라고 하는데 꼭 서면으로 남기는 것이 좋다. 직원이 편의를 요청하기 전에 고용주가 직원의 장애 사실을 인지했다면 먼저 편의가 필요한지 물어봐야 한다.
 
또한, 직원이 상사나 매니저급, 즉 누군가를 감독할 수 있는 사람에게 본인의 장애에 대해 알렸을 경우, 그것은 회사에 알린 것과 다름이 없다. 따라서 위의 케이스에서 직원이 오피스 매니저에게 ‘불안 장애가 있으니 생일 축하를 하지 말아달라’고 한 것은 곧 회사에 알린 것과 다름없으며, 다른 상사가 모르고 직원을 꾸짖은 것은 곧 회사가 꾸짖은 것과 다름없기 때문에, 결론적으로 ‘이 회사는 불안 장애에 대해 알고 있었음에도 직원이 이와 관련 증상을 보인 것 때문에 직원을 징계한 것’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모든 상사나 매니저들이 장애 노티스나 편의  요청 등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트레이닝을 반드시 받아야 하며, 장애나 편의 요청을 이유로 직원을 징계하거나 해고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문의: (213)330-4487

박수영 / Fisher & Phillips 파트너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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