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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슈아트리 국립공원 확장하나

리버사이드와 임페리얼 카운티에 있는 척왈라(Chuckwalla) 밸리 지역을 국가기념물로 지정하고 조슈아 트리 국립공원을 확장하는 법안이 발의돼 주목된다.   캘리포니아주를 대표하는 알렉스 파디야 연방 상원의원과 라폰자 버틀러 연방 상원의원, 라울 루이스 연방 하원의원(25지구·민주)은 16일 관련 법안을 상정하고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서명을 촉구했다.     이 법안이 제정되면 리버사이드와 임페리얼 카운티에 걸쳐져 있는 척왈라 밸리 일부 외에 척왈라 산맥 전체와 메카힐스가 포함된 약 62만 에이커의 사막 지역이 보호지역으로 지정된다. 척왈라는 조슈아 트리 국립공원 동쪽 지역에 있는 사막지대다.     또 조슈아 트리의 경우 인근 약 1만 7000에이커의 땅이 국립 공원으로 편입된다.       비영리단체 ‘생물다양성센터’에 따르면 척왈라 밸리는 사막 거북, 킷 여우, 황금 독수리 및 척왈라 도마뱀 등의 서식지이자 사막지대 야생 동물들의 이주 통로로, 그동안 지역 환경단체들은 이곳을 보호지역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파디야 의원 사무실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1906년 제정된 유물법을 토대로 이 법안에 서명할 수 있다.     국가기념물로 지정되면 연방 정부 소유 지역으로 포함돼 연방 공원국이 직접 관리하게 된다.   생물다양성센터는 “이 땅이 국가기념물로 지정되면 오는 2030년까지 미국 자연경관의 30%를 보존할 수 있게 된다”며 “무엇보다 기후변화로 척박해지는 조슈아 트리 국립공원과 척왈라 지역의 주요 야생동물들의 이동 경로를 보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장연화 기자 chang.nicole@koreadaily.com국가기념물 밸리 국가기념물 지정 밸리 사막 밸리 지역

2024-04-17

[문예 마당] 데스 밸리 여행의 덤

  올해는 겨울부터 봄까지 캘리포니아 주와 인근 지역에 많은 비가 내렸다. 그 덕에 식물들은 푸르게 생기를 얻었다. 모하비 사막과 데스 밸리 지역에도 봄꽃이 만개해 관광객을 불렀다.   모 여행사를 통해 데스 밸리 단체 여행을 다녀왔다. 1박 2일의 일정이었다. 캘리포니아와 애리조나, 네바다 3개 주에 걸쳐있는 모하비 사막은 정말 광대했다. 이 모하비 사막을 지나서 데스밸리로 향했다.      모하비 사막은 말이 사막이지 다양한 식물들이 자라고 있다. 조슈아 나무, 크레오소테 관목(creosote shrub), 유카 식물(yuccas) 등도 보였다.  광대한 사막이 온통 초록으로 물들어 있었다.  이 광대한 사막에 누가 이 식물들을 심었을까. 도저히 인간의 능력으로는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광대한 사막에 야생화와 나무, 수풀들이 질서정연하게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가이드는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것이라고 했지만 나는 하나님이 태초부터 심어 놓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나님의 보이지 않는 커다란 손이 일필휘지(一筆揮之)로 삭막한 화폭에 아름다운 식물들을 그려 넣어 한 폭의 걸작품이 된 것이리라.  사막하면 식물이 자라지 않는 모래톱으로 되어있다고 생각하지만 모하비 사막은 모래톱이 아니다. 비가 오지 않을 때도 식물은 자라고 있다.   라스베이거스에서 하룻밤 자고 새벽 4시에 일어나 데스 밸리로 향했다. 지구 위에서 가장 더운 곳이 여름철의 데스 밸리라고 한다. 최고 기온이 화씨 137도까지 올라간 적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봄철의 데스 밸리는 그다지 덥게 느껴지지 않았다.     가장 먼저 도착한 곳은 자브리스키 포인트 (Zabriskie Point) 였다. 데스 밸리 국립공원에는 대표적인 세 가지 포인트가 있다고 한다. 자브리스키 포인트와 배드워터 베이신(Badwater Basin), 모래 언덕 (Sand Dunes)이다.   자브리스키 포인트는 언덕을 따라 올라가 꼭대기에 닿으면 데스 밸리의 풍경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정상에서 보면 믿을 수 없을 만큼 놀라운 광경이 펼쳐진다. 파도치던 물결이 그대로 굳어버린 듯 형형색색, 겹겹의 협곡 경치가 펼쳐진다. 얕은 주름과 다양한 색을 머금은 토양의 결은 마치 신이 그린 그림인 듯 신비스럽다. 이곳은 해돋이와 일몰을 보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해 돋을 때와 해 질 때 V자 모양의 계곡이 만든 황금빛의 굴곡이 마치 하나의 예술작품을 보는 것 같다. 잔물결로 일렁이는 진흙 언덕은 사막 밑바닥을 가로질러 펼쳐져 있다. 해 질 때와 해 돋을 때 빛깔 변화는 관광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남쪽으로 계속 내려오다가 여행객 안내소를 지나 내려가면 바다 표면보다 86m나 낮은 곳에 배드워터 베이신 (Badwater Basin)이 있다. 그런데 이곳에 물이 고여 있었다. 이번에 비가 많이 와서 호수처럼 변한 것이었다.  물 가장자리는 아주 부드러운 소금으로 덮여있다. 이번 비로 소금이 젖어 있었고 군데군데 물이 고여 있었다. 많은 관광객이 젖은 소금밭을 맨발로 걸어 다녔다. 소금이 비단처럼 곱고 부드러웠다. 나도 질세라 신발을 신고 끝까지 호수가 보이는 곳까지 걸어갔다가 돌아왔다.   올해는 비가 많이 온 덕에 더 아름다운 데스 밸리를 구경할 수가 있어서 여간 기쁘지가 않았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동행했던 관광객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물에 기름 돌듯이 관광을 해 씁쓸한 뒷맛이 남았다. 가이드가 미리 서로 인사도 시키고 자기소개 시간도 갖게 했으면 어떨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상대방에 대해 아는 것이 없으니 말을 걸기도 어색하지 않았나 생각했다.     배드워터 베이신 입구는 나무로 바닥을 만들었는데 그곳에서 사진이 찍고 싶었다. 그래서 옆에 있던 여성에게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을 했더니 활짝 웃으면서 여러 장을 찍어주었다. 활짝 웃는 모습에 어찌나 친절한지 질끈 눈물이 날 정도였다. 그 여성의 친절 덕분에 행복한 미소를 지으면서 여행을 마무리할 수 있어서 하나님께 감사했다. 그 여성처럼 나도 누군가에게 친절한 사람으로 기억될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다짐은 이번 여행에서 얻은 덤이었다.  김수영 / 수필가문예 마당 밸리 여행 모하비 사막 여행객 안내소 사막 밑바닥

2024-04-11

영험한 기운 가득한 붉은 사막, 세도나(Sedona)

떠나기 딱 좋은 계절이 돌아왔다. 이런 계절엔 창밖 풍경만 바라봐도 마음이 설렌다. 실내에 있어도 알맞은 온도의 바람이 뺨을 스치고, 그 바람에 실려 이 계절 특유의 이국적인 꽃향기가 머리카락에 내려앉을 것만 같다. 이 눈부신 계절, LA에서 차로 넉넉잡고 8시간 정도 운전하면 도착할 수 있는 세도나는  봄 여행지로 안성맞춤이다. 레드록 컨트리(Red Rock Country)라 불리는 세도나는 붉은 사암과 광활한 협곡, 아름다운 폰데로사 소나무 숲에 이르기까지 그 아름다운 풍광으로 인해 걷고 운전하는 것만으로도 일상의 고단함을 덜어낼 수 있다.     ▶세도나는   인구 1만1000명 정도의 작은 마을인 애리조나 주 소재 세도나는 독특하고 독보적인 자연경관과 활기찬 예술인 마을이 있는 세계적인 관광지다. 이곳을 유명하게 만든 것은 바로 조용한 사막에 그림처럼 놓여있는 크고 작은 붉은 사암 때문인데 일출이나 일몰 시 햇빛을 받아 붉은색으로 빛나면서 마법 같은 순간을 연출한다. 또 강력한 지구 에너지장인 볼텍스(Vortex)가 곳곳에 산재해 있어 도시에 들어서는 순간 예민한 이들이라면 이 독특한 에너지와 기운을 느낄 수 있다. 애리조나 세도나를 여행하기 좋은 계절은 3~5월, 9~12월 중순까지인데 다채로운 야생화로 사막 곳곳이 물드는 봄이 성수기다. 특히 4월은 낮 최고 평균 기온이 화씨 76도로 여행하기 딱 알맞은 시기다.     ▶트레일 & 볼텍스   세도나에 갔다면 두말할 필요 없이 일단 트레킹 코스에서 시작하자. 세도나엔 하이킹 코스가 100여곳에 이르는데 각 코스마다 다양한 풍경을 만나볼 수 있어 어디를 선택해도 실패하지 않는다. 이중 인기 코스는 레드록 주립공원 근처에 있는 캐더드랄록 트레일(Cathedral Rock Trail)로 세도나에서 가장 유명한 붉은 사암 절경을 만나볼 수 있다. 트레일 길이는 약 1.2마일로 하이킹 초보자도 편안하게 걸을 수 있다. 세도나에선 하이킹 중 가벼운 두통을 느낄 수도 있는데 이는 볼텍스 영향일 수 있다. 볼텍스는 세도나 도시 전체에서 느껴지지만 이를 보다 직접적으로 감지할 수 있는 주요 스팟 4곳이 있다. 볼텍스는 지구로 들어가는 '여성적 에너지'와 지구를 떠나는 '남성적 에너지'로 나뉜다고 한다. 캐더드랄록에서는 여성적 볼텍스를 느낄 수 있는데 이를 경험하기 위해서는 트레일을 따라 바위 중심부에서 벗어난 뒤 다시 바위 틈 사이로 들어가다 보면 이 에너지를 경험할 수 있다고 한다.       에어포트 볼텍스(Airport Vortex)는 남성적 에너지인데 '에어포트 루프 트레일'을 따라 하이킹하면 만날 수 있다. 또 드라이크릭 로드(Dry Creek Road) 북서쪽에 위치한 보이튼 캐년 볼텍스(Boynton Canyon Vortex)와 벨록 볼텍스(Bell Rock Vortex)에서는 남성적 에너지와 여성적 에너지 사이의 균형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드라이브 코스 & 랜드마크   하이킹이 세도나 대자연의 아름다움을 구석구석 둘러볼 수 있게 한다면 드라이브를 하면서는 도시와 아름다운 자연 경관 전체를 모두 조망할 수 있다. 이중 레드록 드라이브 코스(Red Rock Scenic Byway)는 차를 타고 운전하는 것만으로도 세도나의 아름다운 풍광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다. 총 길이 8마일 코스 하이웨이를 따라가다 보면 나오는 휴게소에서 잠시 정차해 경치를 제대로 감상할 수 있다. 또 89A 하이웨이를 따라 늘어선 암석과 우뚝 솟은 절벽, 울창한 숲을 감상할 수 있는 오크크릭 캐년 드라이브 코스(Oak Creek Canyon Scenic Drive)도 빼놓을 수 없다. 이 코스를 따라 운전하다 보면 협곡을 감싸는 좁은 길을 만나게 되는데 이 길은 좁고 가파르기 때문에 낮에 운전하는 것이 안전하다.     그리고 세도나에서 빼놓을 수 없는 랜드마크 중 하나가 바로 성십자가 성당(Chapel of the Holy Cross)이다. 유명 건축가 로이드 라이트의 제자가 1956년 건축한 이 채플은 붉은 암벽 중턱에 자리 잡고 있는데 결혼식장으로도 인기가 많다.   만약 세도나의 아름다운 자연 경관을 한눈에 조망하고 싶다면 데빌스브릿지 록(Devil's Bridge Rock)으로 향하자. 이곳에 가려면 왕복 3.9마일 코스인 '데빌스브릿지 트레일'을 이용하면 되는데 깎아지른 절벽 위 45피트 길이의 다리처럼 생긴 바위에 오르면 웅장하고 신비로운 레드록을 파노라마 뷰로 감상할 수 있다. 세도나에 대한 보다 자세한 정보는 관광청 사이트(visitsedona.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   글=이주현 객원기자, 사진=세도나 관광청 제공영험 사막 하이킹 코스 에어포트 볼텍스 여성적 볼텍스

2024-03-28

[문예마당] 사막에서, 튜바 소리

모래 산은 잘 갈아놓은 칼날처럼 날이 서 있다     한나절 그득한 하늘이 에워싸고 있는   꼭대기를 향해 걷는 힘든 걸음은   거친 숨을 잠시 멈추기 위해   불쑥불쑥 사방을 두리번거리게 한다     견고하리라 싶어 모서리를 밟고 서면   허망하게 푹 꺼져버린다   눈에 보이는 게 다는 아니라는   우리 인생의 한 단면인 것 같이     왜 이곳이, 죽음의 계곡이라는   오명을 남기게 되었을까,   인생은 한 번 가면 되돌아올 수 없는 외길인데   왜 살인적 더위의 이곳을 지름길이라 선택했을까,     바람 부는 날   가쌍까상 메마른 모래 위에   비가 추적추적 내릴 때면     *튜바는 아.파.라, 아.파.라, 무명의 탈을 쓰고 소리를 지른다   제 아픔 서러움의 진물인지 아직도 아.파.라, 불어댈까,     한 움큼 모래알갱이를 쥐었다가 손을 편다   손가락 사이로 빠지는 모래는, 바람 따라   미라의 긴 머리채처럼 황금색 낙타 쌍봉을 향해   수시로 무늬와 형태를 바꾸며   이사 오고 이사 가고 흩어졌다가   시골 장터 무동을 어깨 위에 세우곤   덩더꿍 덩더꿍 풍물놀이 장단 맞추는   너, 나 그런 개념 없이 어울려 땅따먹기한다   그 속에 무슨 정이 있다고…아직까지 정이 있다며   공동체를 만들며 살아가는지     무한 허공   목이 마르다,     천근만근 무거운 두 다리   함부로 신발 속과 온몸에 박혀 있는 모래를   툭툭 털어내면서   자동차 안에 있는 페트병 생수를 찾아   꿀꺽꿀꺽 마신다       서녘 하늘에서 가슴 더운 노을이 하강하여   먼 산은 눈시울 붉어지도록 내려앉는다   너덜거리는,   기억 속의 잔여울이 여울지어   붉은 황금빛 모래 산은   어느새   검은 긴 천을 두르고 하나씩 잠자리에 든다   *금관악기 중 최저음역을 내는 악기 강양욱 / 시인시 사막 소리 서녘 하늘 풍물놀이 장단 황금색 낙타

2024-02-08

[김인호의 아웃도어 라이프] 문명 떠난 시인, 사막을 정원삼다…안자 보레고 사막주립공원

LA와 샌디에이고 중간에 위치한 안자 보레고(Anza Borrego) 사막 주립 공원은 봄·가을·겨울철에 방문하기에 좋다.   60만 에이커의 거대한 땅에 배드랜드라는 특이 지형이 펼쳐지고 오프로딩을 즐기거나 슬롯 캐년을 탐험하는 어드벤처 여행과 오지 캠핑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공원 북쪽에 오래전부터 원주민들이 거주했고 지금은 많은 캠핑 마니아들이 찾는 블레어 밸리(Blair Valley)라고 하는 평화로운 지역이 있다.   리틀 블레어와 블레어 두 곳으로 나뉘어 있으며 안자 보레고 주립공원을 관통하는 S-2 도로에서 쉽게 진입 가능하다. 이곳에 도착하면 입구에서부터 자연에서 시간을 보내려는 이들이 갈색의 돌산을 배경으로 RV와 텐트 캠핑을 즐기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이곳에는 고스트 마운틴(Ghost Mountain)이라고 알려진 마샬 사우스 홈(Marshal South Home)과 모테로스 트레일(Morteros Trail) 그리고 픽토그래프스 (Pictographs)등 3곳의 짧은 트레일이 있다.   모두 역사적인 가치가 있고 가족 단위로 혹은 자녀들과 함께 둘러보기에 좋다. 길은 비포장이지만 넓고 평평하여 일반 승용차로도 운전하는데 어렵지않다.       ■고스트 마운틴   ▶거리 : 왕복 2마일   ▶소요시간: 1시간 30분   ▶등반 고도: 1000피트   미국의 경제 대공황 말기인 1932년 마샬 사우스(Marshall South)라는 시인은 복잡한 문명에서 벗어나고픈 욕구로 가득했는데, 아내 타냐(Tanya)와 뜻이 맞아 이곳 안자 보레고의 외떨어진 사막 산봉우리에 집을 짓고 거처를 마련한다.   아내와 함께 세 자녀를 기르면서 16년간 이 산꼭대기에서 살았는데 분위기는 좋았지만 외떨어진 사막에서의 삶은 순조롭지 않았다고 한다. 근처의 소도시 줄리안까지 Ford-T를 끌고나가 장을 보고 1마일 트레일은 손수 물건을 들고 날라야했다. 전기는 물론 우물도 없어 식수는 밖에서 사오거나 빗물을 받아써야 했다.   사막의 외딴 산봉우리의 삶을 지역 신문과 잡지에 기고하면서 삶을 유지했는데 자연에 벗해 살아가는 그의 모습에 영감을 받은 많은 이들이 그의 칼럼이 나오기를 기다렸다고 한다.   이후 이곳의 생활에 염증을 느낀 부부는 서로 헤어지게 되었는데 현재는 긴 세월동안 버려진 그들의 집터만 남아 옛날의 흔적을 보여준다. 이곳은 백패커들의 캠핑장소로도 이용되는데 집터에서 아래편으로 펼쳐지는 사막의 풍광이 아주 뛰어나다.   등산로 주위로는 주니퍼 나무와 오코티요, 아게이브 선인장들이 사막의 정원을 연출한다. 등산로를 오르내리는 도중 저 멀리 펼쳐지는 광활한 블레어 밸리를 보면서 청명한 날씨와 맑은 공기를 한껏 즐길 수 있어 좋다.       ■모테로스 트레일   ▶거리 : 왕복 1마일   ▶소요시간: 30분   ▶등반 고도: 300 피트   모테로란 미국 원주민들이 곡식을 빻기 위해 바위에 구멍을 만든 것으로 남가주 전역에서 자주 목격할 수 있는 유적이다.   모테로가 있는 것은 한때 원주민들이 거주했던 곳이란 증명인데 약 0.5마일 거리에서 만나는 큰 바위 아래 그 옛날의 모습을 간직한 모테로를 볼 수 있다.   그리고 주변으로도 모테로들이 널려있는데 보물 찾기 하듯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픽토그래프스 트레일   ▶거리 : 2마일   ▶소요시간: 1시간   ▶등반 고도: 100 피트   픽토그래프란 그림이나 부호를 바위에 그려 표현한 방법으로 단순한 기록을 떠나 예술적으로 가치가 인정되는 것도 많다.     이곳 블레어 밸리 끝자락에 발견된 미국 원주민의 픽토그래프는 알 듯 모를 듯한 모양새로 방문객들의 상상력을 동원하게 한다.   등산로 입구에 큰 주차장이 있고 시작점에서 1마일 거리에 바위에 붉은 표식으로 그려진 문양들을 발견할 수 있다. 수천 년 전부터 기온이 온화한 이곳 블레어 밸리는 사람들에게 매력적인 장소였던 것 같다.   산행을 마친 후 근처 바위 아래에 자리를 펴고 점심을 하면서 은은한 사막의 풀내음과 따스한 햇볕을 즐겨본다. 일상에서 흔히 먹는 음식이지만 야외에서 먹으니 더욱 맛난 것 같다.   오랜 세월을 두고 사람과 문화는 다르지만 자연을 벗삼아 살아가는 모습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을 새삼 느낀다.   김인호   지난 20년간 미주 중앙일보에 산행 및 여행 칼럼을 기고하였으며 유튜브 채널 '김인호 여행작가'를 운영하고있다. 김인호의 아웃도어 라이프 사막주립공원 정원삼 사막 산봉우리 사막 주립 블레어 밸리

2024-01-25

구글맵 따라 갔다가 차 수천대 사막서 고립

라스베이거스에서 LA로 오던 차량 수천 대가 구글 지도(Google Maps) 안내만 따라가다 사막 한가운데에서 길을 잃어버려 고속도로순찰대(CHP)가 출동하는 사고가 벌어졌다.   28일 워싱턴포스트와 AP 등 주요 매체들에 따르면 지난 19일 구글 지도 앱만 믿고 운전했던 수천 대의 차량이 15번 프리웨이 대신 우회경로를 선택, 사막으로 들어갔다가 겨우 빠져나왔다.       이날 사고는 라스베이거스에서 포뮬러 원 그랑프리 이벤트를 즐기고 LA의 집으로 돌아오던 셸비 에슬러(23)와 가족이 스마트폰의 구글 지도 안내에 따라 차를 몰고 가다 사막에서 멈춰선 영상을 틱톡에 올리면서 알려졌다.   140만 건 이상 조회 수를 기록한 이 영상을 보면 긴 차량 대열들이 사막 한가운데 좁은 흙길을 달리다 멈춰 서서 911에 도움을 요청하고 CHP의 도움으로 길을 빠져나간다. 이 과정에서 일부 차량은 차체가 망가져 견인되기도 했다.     시작은 구글 지도 앱이 네바다와 캘리포니아 경계 사이의 사막을 관통하는 15번 프리웨이에 먼지 폭풍이 다가오고 있으며 이를 피할 수 있고 운전시간도 절약한다며 대체 경로를 보여주면서부터다.     이 앱의 내비게이션 기능을 사용한 운전자들은 의심 없이 대체 경로를 선택해 안내하는 대로 달리다가 사막 한가운데로 들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에슬러는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구글맵이 보여주는 대체 경로가 이상했지만 같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 차들이 많았기 때문에 의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울퉁불퉁한 자갈길이 좁은 흙 먼지 길로 바뀌면서 뭔가 잘못됐다고 생각했지만, 그땐 이미 길이 좁아서 되돌려 빠져나갈 수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영상을 보면 푸석푸석한 먼지가 일고 듬성듬성 덤불이 보이는 사막 한가운데에 차량 1대가 겨우 지나갈 수 있는 좁은 폭의 길 위로 끝도 보이지 않는 차들이 멈춰 서 있다.     결국 에슬러 가족을 비롯해 앞뒤에 길게 늘어서 있던 차들은 911 신고를 받고 도착한 CHP 경관들의 도움을 받아 사막에서 겨우 빠져나올 수 있었다. 소셜미디어 메타(구 페이스북) 등에 따르면 당시 사막에 들어섰던 차량 운전자들은 구글을 상대로 소송을 검토하고 있다.   영상이 퍼지자 구글 대변인은 “더는 해당 대체 경로를 보여주지 않겠다”며 사과했다.     제네비브 파크 구글 대변인은 워싱턴포스트에 보낸 성명에서 “지난 주말에 일어난 일에 대해 사과드린다. 라스베이거스와 LA 사이를 여행하는 운전자들을 가주와 네바다 주 경계 근처의 15번 프리웨이의 좁은 뒷길로 더는 이동시키지 않을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구글은 작년 9월에도 노스캐롤라이나에서 한 남성이 구글지도 앱을 보고 운전하던 중 앱의 안내에 따라 무너진 다리를 지나가려다 숨지는 사고가 발생해 소송당한 상태다. 장연화 기자구글맵 사막 선택 사막 사막 한가운데 당시 사막

2023-11-28

[이 아침에] 사막에서 만난 순백(純白)

대륙을 섭렵하는 묘미의 으뜸은 대자연의 진수와 만나 하나가 된 듯한 느낌을 맛보는 것이다. 드넓은 평야와 우람한 협곡, 그 안에서 나름의 형태로 존재하는 온갖 사물들의 의미를 음미하고 일체감을 얻을 때의 깨달음과 기쁨은 가히 희열에 가깝다. 감정은 맑고 순수하며, 성찰의 계제에 세상의 어지러움과 사악함이 파고들 틈새는 없지 싶다.       1980년대 미국에 온 이후 태평양 연안의 아름다운 풍경에 반해 101번 고속도로를 기회 있을 때마다 수없이 애용했는데, 너무 익숙해져서 근래에는 5번 고속도로를 더 선호한다. 몇 시간씩 달려도 동쪽으로는 끝없는 광야가 펼쳐져 있고, 서쪽에는 희끄무레한 화강암의 시에라 네바다 산맥이 줄곧 따라온다. 뜨거운 햇볕에 메말라 죽은 풀들, 생물들이 살 것 같지 않은 박토, 구불구불 이어지는 구릉, 용암이 융기한 날카로운 바위산과 계곡은 원시의 모습 그대로일 것이다.  차를 세우고 들여다보면 뜨거운 돌과 건초 사이로 이름 모를 벌레들이 스멀거리고, 선인장이 앙증스러운 꽃잎으로 반기며, 스프링클러로 연명하는 과수원에는 다람쥐가 쭈뼛거린다.     광대한 황야와 태산을 바라보고 있거나 죽음의 땅에서 살아가고 있는 생명력을 만날 때면 그 장엄함과 신비함에 매료돼 자신의 존재 의미를 새삼 반추해 보게 된다. 매료되는 순간에는 마음이 백지처럼 깨끗하다. 세상살이의 난삽함은 모두 지워지고, 앞에 펼쳐진 자연의 현실과 진실만이 눈부시게 다가온다.     존 스타인벡의 명작 ‘분노의 포도’의 마지막 무대인 베이커스필드 갈림길에서 고속도로를 나와 자동차 연료를 채우고 나서 요기를 하러 바로 옆의 ‘인 앤 아웃(IN-N-OUT) 햄버거’ 가게로 들어갔다. 점심때라 길게 늘어선 줄에 서서 기다렸다. 언뜻 한 백인 부부가 음식을 들고 줄 너머 반대편으로 건너가려고 틈을 찾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좁은 공간임에도 얼른 뒷걸음질 쳐 간신히 길을 열어주었다.     “고맙습니다. 친절하시군요.” “천만에요. 당연하지요.”  정중한 감사 표시에 맞게 미소를 띠며 깍듯이 답례했다.  그들의 평소 삶의 자세가 매우 바르고 성실하겠다는 느낌이 강렬하게 전해졌다. 흔한 인사지만 양측의 표정과 음성에도 진정성이 묻어 있었다.  차례가 되어 음식을 받아 아내가 잡아 놓고 있는 자리에 앉는데 아까 그 백인 부부의 옆자리였다. 그들이 파안대소하며 먼저 반겼다. 우리는 자연히 웃는 얼굴로 대화를 나눴다. 서로 여행에 관해 물었고, 여러 이야기 중에 자신들이 UC머세드 교수라는 소개가 나왔다. 낮 가리지 않고 소박한 열린 자세의 향기가 맑디맑고 향긋하게 전해졌다. 아마도 캠퍼스와 자연에서 형성된 청아한 성정이리라.     우리는 미소가 가득한 환담을 하고 교차 포옹으로 작별했다. 떠나는 그 부부의 뒷모습이 긴 여운을 남겼다. 눈빛이 형형한 두 사람의 자태가 자연의 진수가 조각한 형상이라고 여겨졌다. 인상파 화가들이 사막과 산맥을 배경으로 그 형상을 그린다면 어떤 명화가 나올까?       송장길 / 언론인·수필가이 아침에 순백 사막 백인 부부 존재 의미 베이커스필드 갈림길

2023-10-16

거리와 사막 사이 관찰한 세상

갤러리 두아르테(대표 수잔 황)의 ‘스트레인저(Stranger)’ 그룹전을 통해 LA 한인사회에 거리 사진을 소개해온 거리사진가 이정필 작가의 첫 개인전 ‘인 비트윈스(In-Betweens)’가 열린다.     갤러리 두아르테는 “‘인 비트윈스(In-Betweens)’는 웨스트 코스트와 이스트 코스트의 거리 사이에서, 캘리포니아 바다와 사막 사이에서, 컬러와 흑백 이미지 사이에서 작가가 관찰한 세상과 그의 꿈이 함께 만들어낸 이미지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작가가 지난 2년 동안 작업한 전시회 작품의 주 배경은 캘리포니아 바닷가 도시의 모습과 모래 폭풍으로 거주자들을 떠나게 한뉴베리 스프링스의 사막 등으로 뉴욕 거리는 노스탤지어를 자극하는 흑백 이미지로 묘사했다.     ‘중요한 순간 사이사이에 수많은 이야기가 담겨있다’는 세기의 사진가 애니 레보비츠의 말처럼 이 작가의 사진에서도 희미한 경계 위에서 이야기를 건네려는 작가의 시도가 담겨 있다.   리얼리티가 사진의 시작점이라고 할 수 있지만 사실 수많은 컨템포러리 사진가들은 리얼리티 위에 자신의 감성을 더한 이미지를 창조해왔으며 이는 지난 50년 동안 사진 예술의 방향이기도 하다.     이정필 작가는 “보이는 것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이 이입된 이미지는 더는 기록이 아니다”며 “해석을 요구하는 스토리”라고 말했다.     문장보다 문맥을 봐야 하듯 거리와 사막, 컬러와 흑백으로 이뤄진 사진 속에서 이정필 작가 특유의 은유가 엿보인다. 그 은유가 명백하든 아니면  희미하든 해석은 관객들의 몫이며 그것이 설득력을 가질 때 사진을 감상하는 재미는 배가 될 수 있다.     이 작가는 “젊은 시절의 나와 나이든 나 사이에서 어떤 사진을 추구해야 하는지를 놓고 고민의 시간이 있었다”며 “이 고민은 진행형이지만 ‘그 사이’에서 출발점을 확실하게 찍고 싶었다”고 밝혔다. 또 “이미지들을 모아 설명하는 나레티브 사진이 아니라 관객 스스로 나레티브를 찾아보는 전시회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이정필 작가는 인디애나대학교에서 저널리즘을 전공했다. 1988년부터 한국과 미주지역에서 본지(미주 중앙일보), 중앙일보, 문화일보 저널리스트로 활동했다. 2003년부터 LA지역을 기반으로 벤처사업가로 활동하면서 어바인 지역 시니어를 대상으로 사진클래스 강의도 진행하고 있다. 2019년부터 본격적인 사진작가로 활동하며 2021~2022 갤러리 두아르테 ‘스트레인저’ 그룹전에 참가했다.     ‘인 비트윈스’ 전시회는 오는 13일부터 21일까지 열린다. 오프닝 리셉션은 13일 오후 5시부터 7시까지다.     ▶주소:4556 Council St. #A LA   ▶문의:(818)849-0836  이은영 기자거리 사막 거리사진가 이정필 뉴욕 거리 거리 사진

2023-10-01

[살며 생각하며] 잉카제국 페루를 가다

지난주 소속 교회가 파송한 선교팀의 일원으로 페루의 수도 리마를 다녀왔다. 오래전 출장차 베네수엘라 등 몇몇 남미국가를 여행한 적은 있지만 선교목적으로는5년 전 지교회가 있는 멕시코 티지민 이후 처음이라 가슴 설레는 일정이었다.   흔히 페루 하면 해발 2430m에 자리 잡고 있는 잉카의 잃어버린 도시이자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인 마추픽추를 떠올리지만 비행기에 기차로 이동, 다시 버스로 험한 산길을 수 시간씩 오르내리는 난코스에 고산병 위험까지 감수해야 하는 등 쉽게 접근을 허용하는 곳은 아니다. 그 외 3812m 고지대에 자리 잡고 있는 티티카카 호수, 남부해안 사막 지역에 서울 면적의 두 배에 달하는 대자연을 화포 삼아 원숭이, 도마뱀, 거미, 콘도르 등의 형상과 삼각형 또는 사다리꼴 등의 기하학적 도형 같은 것을 그려놓은 신비의 나스카 라인, 브라질의 아마존을 방불케 하는 열대우림, 중동에서나 볼 수 있는 광활한 사막, 6768m의 우아스카란의 만년설 등 지구환경의 대부분을 품고 있는 천혜의 자연 관광국이지만 국민소득 3374불에 인구의 39%가 빈곤층인 데다 빈번한 쿠데타 발생으로 한때는 안전여행조차 담보 못 하는 정치적으로 불안한 국가다.   이번에 우리 일행이 다녀온 곳은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 그냥 자랄 수 없는 굵은 모래언덕이 주를 이루는 메마르고 황폐한 리마시 외곽 만차이(Manchay)라는 지역이다. 1885년 4월 5일, 제물포항에 첫발을 디딘 언더우드 선교사가 눈 앞에 펼쳐진 기막힌 황폐함을 보며 “주여! 지금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메마르고 가난한 이곳, 나무 한 그루 시원하게 자라지 못하고 있는 이 땅에….” 라고 기도한 것처럼 우리 또한 발을 디딜 때마다 그런 기도가 절로 나오는 곳이었다. 주거시설이라야 서 있기조차 힘든 경사도 70~80도의 맨땅을 파고 벽을 세우고 양철지붕을 얹은 옛날 서울의 판자촌보다 훨씬 열악한, 거기에 상하수도 시설이 전혀 없다 보니 일주일에 한두 번 배급되는 물을 수조에 받아 식수 및 허드레 용으로 아껴 사용하지만 목욕 같은 것은 엄두도 낼 수 없는 곳 말이다. 그래도 우리가 본 한 가지 위안은 그들이 보여준 친절과 온화한 웃음이었다.   매일 가가호호를 찾아 찬송하며 부족한 언어로 전하는 복된 소식을 누구 하나 외면하거나 불편해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모습에서 소망이 보였고 오히려 우리가 은혜를 받는 귀한 여정이었다.   잉카제국의 몰락은 1532년 정복자 프란시스코 파스라에 의해서다. 총의 위력 앞에 국왕이 사로잡히자 왕실 큰방을 가득 채울 만큼의 금을 목숨값으로 내놓았지만 정복자는 그것과 함께 왕의 목숨까지 앗아갔고 항전은 계속되었지만 1572년 제국은 100년 역사를 못 채우고 흔적없이 사라졌다. 그러다 1911년 7월 마추픽추 발견과 함께 잉카인의 독특한 문화와 건축양식, 수로시설 및 농업기술이 모습을 드러내면서 고대문명의 한축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해할 수 없는 아이러니는 제국을 박살 낸파사르를여전히 리마 대성당에 모시고 정복을 정당화하는 듯한 그들의 모습이다.   페루는 남아메리카 국가 가운데 한류가 가장 유행하는 나라로 한국인에게 우호적이며 많은 젊은이가 한국을 배우기 위해 찾아온다고 한다. 우리 또한 과거 그들처럼 헐벗고 굶주린 동병상련의 애환의 심정으로 신앙과 함께 어떻게 잘사는 법을 전수하며 가깝게 교류하였으면 한다. 김도수 / 자유기고가살며 생각하며 잉카제국 페루 정복자 프란시스코 건축양식 수로시설 사막 지역

2023-09-29

이란 영화 거장의 인간 탐구

2012년 타임스 선정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에 선정됐던 이란의 아스가르 파르하디(AsgarFarhardi)는 ‘A Separation’(2011), ‘더 세일즈맨’(2016)으로 유일하게 아카데미상 외국어 영화상을 2차례 수상한 감독이다.   파드하리 감독은 계층간의 갈등, 신과 인간의 충돌, 여성에 대한 사회적 억압 등 이란의 민감한 정치 상황과 심리적 위기감을 섬세하게 다룬 영화들을 지속적으로 발표, 국제무대에서 이란 영화의 인식을 바꿔 놓는 역할을 해왔다. ‘사막의 춤’은 2003년 발표한 그의 데뷔작으로 초년생 감독의 작품임에도 그만의 강렬한 독창성을 지니고 있다.   이민자 거주지에 사는 순진한 청년 나자르(유세프 코다파라스트)는 가족들의 성화로 새로 결혼한 아내 레이하네와 이혼을 해야 하는 상황에 이른다. 아내의 어머니가 매춘에 관련된 일을 했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기 때문이다. 나자르는 여전히 그녀를 사랑한다. 안 그래도 빚에 쪼들리던 그가 아내를 위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그녀의 결혼 지참금을 돌려주는 일이다. 그는 사막으로 가 뱀을 잡아 돈을 마련하기로 마음먹는다.     나자르는 빚쟁이들로부터 도망쳐 사막에 숨어 지내다가 나이든 뱀사냥꾼헤이다르를 만난다. 그에게도 아내를 위하여 살인을 하고 감옥에 있는 동안 아내가 도망가버린 가슴 아픈 사연이 있다. 나자르는 다시 도시로 돌아가 자신들의 실수를 만회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돈을 벌자고 제안한다. 나자르는 뱀에 물려 위기에 처하고 헤이다르의 도움으로 살아난다. 소외된 두 사람, 과묵한 헤이다르와떠벌이 청년 나자르 사이에 끈끈한 인간애가 들어선다.   파르하디 감독의 주제는 사랑이다. 사랑을 위해서는 희생이 요구된다. 젊음과 경험, 믿음과 체념 사이에서 상대방과 대립하고 주변과 대립하며 또한 자아와 대립한다. 영화 마지막 부분에서의 반전은 두 사람 사이에 오가는 아름다운 인간애를 극대화하지만 다른 영화의 클리셰한 감동과는 거리가 멀다. 거의 말을 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황폐한 내면의 소유자 헤이다르를 연기하는 파라마즈가리비안의 연기가 인상적이다.   파르하드 감독은 그의 대부분의 영화에서 관객의 능동적인 해석을 요구한다. 인간을 검은색도 흰색도 아닌, 회색으로 보는 그의 시각 때문이다. 상황에 따라 선하고 악해질 수 있는 존재들인 인간에게 절대악이나절대선은 없다. 선과 악의 대립이 아니라 각자 선이라고 믿는 가치들이 충돌할 뿐이다. 영웅과 악당, 선인과 악인의 이분법은 요즘 같은 시대엔 인위적일 뿐이다. 파르하디의 영화들에서만큼은 절대선, 절대악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김정 영화평론가영화 영화 사막

2023-09-22

[로컬 단신 브피핑] 일리노이, ‘식품 사막’ 지역에 2000만불 지원 외

#. 일리노이, ‘식품 사막’ 지역에 2000만불 지원   일리노이 주가 식품 구입이 어려운 '식품 사막'(food desert)이 늘어나는 가운데〈본지 16일자 1면 보도〉 이들 지역을 위해 2000만 달러를 투입한다.     JB 프리츠커 주지사가 지난 주 서명한 해당 법안은 ‘식품 사막’ 지역에서 영업 중인 각 식료품점을 지원하고 새 식료품점의 오픈을 장려하는데 사용될 예정이다.     프리츠커 주지사는 "이번 법안은 일리노이 주의 모든 가정이 영양가 있는 식습관과 높은 삶의 질을 누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며 "아직 일리노이 주 곳곳에는 매일 충분한 식품을 구비할 수 없는 가정이 적지 않다. 이번 기회를 통해 끼니를 걱정하는 주민들을 도울 수 있기 바란다"고 말했다.     주 정부는 2000만 달러의 지원금을 식료품점이 가장 필요한 지역부터 우선 투입한다는 방침이다.     일리노이 주 공중 보건국의 2021년 자료에 따르면 일리노이 주민 1270만 명 가운데 300만 명 가량이 '식품 사막'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KR    #. 개학 앞둔 10대 청소년들 잇따라 피격 사망    새 학기 시작을 앞두고 한인 밀집지역인 글렌뷰를 포함한 쿡 카운티 지역서 총격으로 청소년 4명이 총에 맞아 사망했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19일 오후 9시경 한인들도 다수 거주하는 중부마켓 밀워키길 서쪽 글렌뷰 10400 마이클 토드 테라스 지역에서 10대 형제 2명이 총에 맞아 쓰러진 채 발견됐으나 사망했다.     피해자는 칼로스 구즈만(19), 호세 구즈만(16) 형제로 확인됐는데 호세는 글렌브룩 사우스 고등학교 재학생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 중이다.     이날 시카고 남부 칼루멧 하이츠서도 10대 청소년(14)이 총에 맞아 사망했으며 서부 노스 오스틴 지역에서 10대 여자 청소년(17)과 남자 청소년(16)이 총에 맞았는데 여자 청소년이 숨졌다. 경찰은 아직 용의자를 파악하지 못한 상태다.   또 지난 20일 시카고 사우스 크레지어 애비뉴서는 고교 신입생으로 첫 등교를 앞둔 14세 청소년이 총에 맞아 사망했다. 피해 청소년 가족들에 따르면 그는 21일  첫 등교를 앞두고 매우 들떠 있었으며 책가방도 모두 다 싸 놓은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지난 주말 시카고서는 모두 40차례의 총격 사건이 발생해 33명이 다치고 7명이 사망했다. @KR    #. 피츠제럴드 전 NU 감독, 자녀 고교서 자원봉사   팻 피츠제럴드 전 노스웨스턴대학 풋볼팀 감독이 두 아들이 재학 중인 고등학교 풋볼팀서 자원봉사에 나섰다.     피츠제럴드 전 감독은 지난 달 노스웨스턴 대학 풋볼팀에서 수 년 간 벌어져온 신고식(hazing) 문화가 불거지면서 2006년부터 이끌어 온 감독직에서 경질됐다.     현재 여러 가지 소송에 얽혀 새로운 팀을 찾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닌 그는 두 아들이 재학 중인 윌멧 고등학교와 로욜라 아케데미 풋볼팀서 자원봉사를 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 로욜라 아케데미측은 “학부모의 참여는 (풋볼) 프로그램에 다양한 도움이 되고 있다”며 “그는 경기 일정 관리 및 전술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JW Kevin Rho / Jun Woo 기자로컬 단신 브피핑 일리노이 식품 지원 일리노이 식품 사막 일리노이 주민

2023-08-21

[김상진 기자의 포토 르포] 삶과 죽음의 경계. 국경

국경은 경계를 가르는 선이다.     단순하게 그어놓은 선이 아니다. 지금 그곳엔 삶과 죽음이 교차한다.   지난 11일 불법 이민 금지 규정인 타이틀42가 종료됐다. 그러자 선을 넘고자 하는 이들이 몰리고 있다. 국경수비대는 66만 명 이상으로 추산한다.     그들에겐 ‘불법’이란 딱지가 붙었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그들을 막아서기 위해 군병력을 파견했다. 지난 5월 9일 단 하루에 1만명의 불법 이민자가 체포됐다.   플로리다의 드 산티스 주지사는 병력은 물론 항공기, 이동식 지휘 차량까지 보낼 예정이다.   미국은 막아서려 하고, 이민자는 어떻게든 선을 넘으려 한다. 국경은 지금 전장과 같다. 사투는 때론 죽음까지 부른다.   칼렉시코(Calexico)는 미국과 멕시코의 국경 도시다. ‘캘리포니아’와 ‘멕시코’의 조합이 도시명이 됐다. 이름처럼 양국의 정서가 조화롭게 배어있는 지역이다.  칼렉시코는 황량한 사막 한가운데 있다. 사막을 지나야 하는 불법 이민자들이 반드시 거쳐 가게 되는 곳이다. 도시명과 달리 현실은 냉랭하다. 그들에겐 마치 신기루와 같은 곳이다.     국경단속반의 통계를 들여다봤다. 국경을 넘다 사망한 불법 이민자는1998년부터 꾸준히 증가하다 지난 한 해 동안 853명이 사망했다. 역대 최다치 다. 당국은 실제 사망자는 더 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사막의 모래에 묻히거나 강물에 떠내려간 시신은 통계에 잡히지 않는다.   칼렉시코를 지나가던 중 가무덤을 렌즈에 담았다. 사막에서 마주한 안타까움이다. 모래에 묻혀 백골이 드러난 시신이었다고 한다. 이름도 없다. 목숨을 걸고 선을 넘다가 생명을 잃은 영혼이다.   무덤은 현실을 담는다. 국경선은 지금 삶과 죽음을 가르고 있다.  김상진 사진부장 kim.sangjin@koreadaily.com김상진 기자의 포토 르포 죽음 경계 불법 이민자들 사막 한가운데 항공기 이동식

2023-05-19

찬란한 봄풍경에 마음을 빼앗기다…캘리포니아 꽃구경 '핫플'

봄이 코앞이다. 캘리포니아 사막 한 가운데 야생화가 만발 하는 계절이 다가온 것이다. 개화 기간이 그리 길지 않은 봄꽃은 그래서인지 더 마음이 가고 안쓰럽고 찬란하다. 그저 바라보고만 있어도 겨우내 움츠러들었던 마음까지 따뜻해지는 봄꽃 여행은 그 어느 나들이보다 마음이 들뜬다. 그러나 야생화 만발한 들판을 매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해 봄 가주 야생화가 얼마나 만발할지는 지난 겨울 강수량과 초봄 날이 얼마나 따뜻한가에 달려 있기 때문. 현재 국립공원측은 지난 겨울 폭우와 따뜻한 기온으로 미뤄 올 봄 그 어느 해보다 아름다운 야생화 군락을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남가주에서 야생화를 감상하며 산책도 즐길 수 있는 꽃구경 핫플레이스를 알아봤다.    ▶앤틸롭 밸리 파피꽃 보호구역   남가주에서 야생화 꽃구경하면 빼놓을 수 없는 곳이 바로 앤틸롭 밸리 파피꽃 보호구역(Antelope Valley California Poppy Reserve)다. 파피꽃이 보호구역 언덕을 온통 오렌지색으로 물들인 것을 보고 있노라면 비현실적인 느낌이 들만큼 환상적이다. 파피꽃이 만발하는 시기는 3월부터 4월 중순까지. 파피꽃 만발한 언덕을 따라 이어지는 8마일 산책로를 걷는 것만으로 절로 힐링이 된다. 그러나 파피꽃은 비가 너무 적게 와도 너무 많이 와도 개화에 영향을 미쳐 파피꽃이 만개하는 풍경을 구경하려면 사전에 공원 웹사이트를 통해 최신 개화 정보를 확인하고 방문하는 것이 안전하다. 또 방문시 반려견을 동반해서는 안되며 꽃을 따는 행위도 금지돼 있다. 입장료는 없지만 주차비 10달러를 내야 한다.   ▶parks.ca.gov/?page_id=627   ▶카리조 플레인   300년 전 센트럴 밸리는 영양과 엘크가 풀을 뜯고 야생화가 흐드러지게 피는 광활한 초원이었다. 이후 산업화를 거치며 그 아름다운 모습은 사라졌지만. 샌루이스 오비스포(San Luis Obispo) 카운티 남동부에 위치한 카리조 플레인(Carrizo Plain)에서는 300년 전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야생화 흐드러지게 핀 초원 위에 서면 바람 소리만 지나가는 태초의 고요함을 들을 수 있다. 그렇다고 이 풍경이 소박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 초원을 뒤덮은 야생화 군락은 보는 순간 숨을 멎게 할 만큼 아름다운 절경을 자랑한다. 또 이곳에는 멸종 위기에 처한 여러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으며 아메리칸 원주민에게는 문화적으로 역사적으로 중요한 지역이기도 하다. 식사 간식 물 음료 등을 파는 곳이 없으므로 가기 전 간단한 음료 및 스낵 등은 미리 챙겨 가는 것이 좋다.   ▶blm.gov   ▶팔로스 버디스 페닌슐라   이곳에선 1년 내내 야생화를 볼 수 있지만 성수기는 역시 3~4월. 봄 야생화를 제대로 감상하기 위해서는 팔로스 버디스 자연 보호구역(Palos Verdes Nature Preserve) 린든 챈들러 보호구역(Linden H. Chandler Preserve) 조지 캐년(George F. Canyon) 화이트 포인트 자연 보호구역(White Point Nature Preserve)으로 향하는 것이 좋다. 이곳에선 내로우 리프 밀크위드 캘리포니아 부시 선플라워 퍼플 세이지 마리포사 백합 등 가주 야생화를 제대로 감상할 수 있다. 또 이곳은 세계에서 가장 희귀한 나비로 알려진 멸종 위기에 처한 팔로스 버디스 파란 나비의 서식지이기도 하다. 이외에도 사우스 코스트 보태닉 가든(South Coast Botanic Garden)을 방문하면 이곳에서 서식하는 야생화를 보다 더 자세한 정보와 함께 감상할 수 있다.     ▶pvplc.org   ▶데스밸리 국립공원   봄 야생화를 논할 때 데스밸리 국립공원을 빼놓을 수 없다. 그러나 광활한 데스밸리에서 매년 만발한 야생화를 볼 수 있는 건 아니다. 겨울과 봄의 강수량 봄에 얼마나 기온이 올라가는지 사막 바람이 얼마나 잔잔한 지 등 변수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이곳 야생화는 1년생이 대부분으로 사막이라는 극한 상황 속에서도 충분한 비가 내리면 빨리 싹을 틔우고 자라 너무 더워지기 전 씨앗으로 돌아간다. 만약 올해 꽃이 제대로 피기 시작한다면 2월 중순부터 개화를 시작해 해발 고도에 따라 6월 중순까지 감상할 수 있다. 야생화 종류는 월별로 해발 고도별로 데저트 골드에서부터 퍼플 세이지 로즈 세이지 골든 이브닝 프림로즈 등 다양하다.   ▶nps.gov/deva/learn/nature/wildflower-seasons.htm 이주현 객원기자캘리포니아 봄풍경 야생화 군락 캘리포니아 사막 가운데 야생화

2023-02-23

나랑 눈보러 가지 않을래?…LA근교 로드트립 여행지

LA 한낮은 가끔 뺨을 스치는 차가운 바람만이 겨울임을 일깨워 줄뿐 따스한 햇살은 벌써부터 봄 문턱 앞으로 쏜살같이 달려가고 있다. 그렇게 계절의 한가운데 서있다 보면 문득 떠나고 싶어진다. 그곳이 대양 건너 어느 낯선 도시라면 더할나위 없겠지만 그렇게 시간적 여유도 지갑 사정도 해맑지 않다면 가까운 근교로 차를 몰아보자. 로드트립이다. 주말을 이용해 다녀와도 좋고 주중 며칠 휴가를 내고 다녀와도 좋을 LA근교 로드트립 여행지를 알아봤다.        ■팜스프링   라스베이거스처럼 번잡하지 않으면서도 도시적 낭만과 자연의 여유로움이 어우러진 곳으로 떠나고 싶다면 팜스프링만한 곳이 없다. LA에서 팜스프링으로 가는 길에 만나는 사막 위 풍력 발전소는 이국적인 느낌을 주고 카바존 인근 자이언트 공룡 상은 아이들에게 인기 만점 명소다. 또 팜스프링 길목의 치노 캐년을 방문하면 팜스프링 에리얼 트램웨이(Aerial Tramway)를 타고 샌하신토(Mt. San Jacinto State Park) 마운틴에 오를 수 있는데 LA에서는 보기드문 눈 덮인 대자연을 제대로 만끽할 수 있다. 해발 8516피트 종착역에 도착하면 레스토랑 두 곳과 전망대가 있으며 50마일 이상의 하이킹 코스도 즐길 수 있다. 팜스프링에 도착하면 아트 뮤지엄(psmuseum.org), 보태니컬 가든(moortenbotanicalgarden.com)에서 여유롭게 미술 작품과 자연의 아름다움을 감상하고 다운타운에서는 유명 맛집 순례도 해볼만 하다.     ▶visitpalmsprings.com       ■조슈아트리 국립공원   1987년에 발매돼 단기간 최고 판매고를 올린 U2의 앨범명으로도 막연한 동경을 갖게하는 조슈아트리 국립공원은 캘리포니아에서 가장 마법같은 장소다. 사막과 사막 나무, 거친 돌들이 아무렇게 흩어져 있는 무질서 속 질서를 느끼게 하는 이곳에서는 산책만으로도 지친 마음이 회복되는 것 같다. 현재 조슈아트리 국립공원 내 '49 팜스 트레일'은 목요일 저녁부터 일요일까지만 개방하고 있어 트레일을 이용할 계획이라면 시간을 미리 알아보고 출발하는 것이 좋겠다. 또 캘리포니아에서 별 헤는 밤을 제대로 경험할 수 있는 이곳은 하룻밤 캠핑하기 좋은 장소다. 캠핑 예약은 웹사이트에서 할 수 있다. 가는 도중 파이오니아 타운에 위치한, 90년대 할리우드 영화 속 전형적인 캘리포니아 사막 레스토랑 분위기를 고스란히 간직한 패피앤해리스(pappyandharriets.com) 레스토랑에서 점심식사를 하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 될 것이다.       ▶nps.gov/jotr       ■맘모스 레이크   395번 국도를 따라 드라이브하는 것만으로도 집을 나설 이유가 충분한 맘모스 레이크는 가는 내내 눈덮인 시에라네바다 산맥을 감상할 수 있다. 그렇게 달리다 빅파인에 내려 카퍼탑BBQ(coppertopbbq.com)에서 장작 훈제 포크립과 삼각살(tri-tips) 바비큐를 맛보는 걸 잊지말길. 또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된 나무가 있는 고대 브리슬콘 소나무숲((Ancient Bristlecone Pine Forest)에 방문했다 북쪽으로 드라이브해가면 비숍(Bishop)이 나온다. 이곳에서는 로컬 맛집인 에릭 샤츠 베이커리(schatsbakery.com)에서 빵과 페이스트리를 맛보는 것도 좋겠다. 그렇게 맘모스 레이크에 도착하면 캘리포니아에서는 볼 수 없었던 엘사 공주님이 살 것만 같은 겨울 왕국 정취를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스키는 물론 겨울 산행도 할 수 있어 LA에서는 하기 힘든 겨울 액티비티를 제대로 즐길 수 있다.     ▶visitmammoth.com       ■세코야/킹스캐년   겨울 숲 정취를 제대로 느끼고 싶다면 당연히 세코야/킹스캐년 국립공원이다. 미국 달력 사진 0순위인 이곳은 태고적 자연의 웅장함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어 전세계 하이커들의 성지기도 하다. 인기 코스로는 수령 2200살로 세계에서 가장 큰 나무로 알려진 셔먼 장군 트리(General Sherman Tree). 또 길쪽으로 쓰러진 통나무에 터널을 낸 터널 로그(Tunnel Log), 토코파 캐년 폭포까지 하이킹 하는 토코파 폭포 트레일(Tokopah Falls Trail), 시에라 산맥의 보석이라는 별명이 붙은 크레센트 메도우(Crescent Meadow), 자이언트 포레스트와 크레센트 메도우 사이 공원에 위치한 모로 락(Moro Rock) 등이 있다. 겨울철 방문은 도로 사정과 일부 폐쇄 지역 등을 공식사이트에서 알아보고 방문 계획을 세우는 것이 좋다.     ▶visitsequoia.com 이주현 객원기자로드트립 la근교 la근교 로드트립 조슈아트리 국립공원 캘리포니아 사막

2023-02-02

[문화산책] 사막의 별이 된 황갑주 시인

‘사막의 시인’으로 알려진 황갑주 시인이 지난해 10월27일 향년 92세로 세상을 떠났다. 고인의 유언에 따라, 주위에 알리지 않고 가족장으로 조용히 예식을 마쳤다고 한다. 그래서 문단에서도 모르고 있었다. 고인의 생전의 삶에 어울리는 깔끔한 마무리였다.   하지만, 고인의 예술세계와 미주한인문학에 남긴 업적을 그냥 넘길 수는 없는 일이다. 황갑주 시인은 미주한인문학의 첫 페이지를 펼친 중요한 문인이다. 미주한인문학계 최초로 발간된 동인시집 ‘지평선’의 산파역을 담당한 것이 바로 황갑주 시인과 언론인 이선주였다. 고원, 마종기, 황갑주, 최연홍, 김시면, 김병현, 석진영, 정용진 등 시인 10명의 작품이 수록된 ‘지평선’ 제1집이 발간된 것이 1973년이니, 꼭 50년 전의 일이다.   관점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는 이 ‘지평선’을 미주한인문학의 출발점으로 본다. 그러니까, 미주한인문학의 역사도 올해로 50년이 되는 셈이다. ‘지평선’은 4집까지 발간되고 그쳤고, 그나마 제1집과 제2집은 타자기로 쳐서 만들어진 수공업적인 책자였다. 하지만 재미동포문단에서 나온 최초의 동인지라는 역사적 의미를 갖는다. 정효구 교수는 이렇게 논문에 썼다. “역사적으로 볼 때 ‘지평선’은 1940대 초 만주의 망명문단이 엮은 ‘재만조선인시집(在滿朝鮮人詩集)’ 이후 두 번째로 해외동포문단에서 발간된 동인지이다. 그런 점에서 역사적 의의를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미주한국문인협회 문예지 ‘미주문학’의 모태가 된 것으로도 그 의의를 갖고 있다.” 이 동인지에 참여했던 시인들의 증언이나 연구들이 남아 있어, 역사적으로 정리할 수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황갑주 시인의 작품세계는 크게 사막의 노래, 민주화운동과 항쟁시, 통일 염원 노래, 그리움의 노래의 네 줄기로 나누어볼 수 있겠다. 황갑주 시의 바탕을 이루는 것은 겨레와 조국에 대한 짙은 사랑의 마음이다.   황 시인은 ‘사막의 시인’답게 사막을 노래한 시를 많이 썼다. ‘사막기’ 같은 시집이 대표적이다. 단순히 시를 쓰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로 애리조나 피닉스 등지의 사막에 살면서 사막의 정서를 직접 몸에 익히고, 아메리칸-인디언 문화에 심취하여 전문가 수준의 깊은 연구를 했고, 이에 대한 많은 글을 발표했다. 글자 그대로 사막을 사랑한 시인이었다. 그의 시에 등장하는 ‘사막’은 우리가 살고 있는 황량한 이민 현실을 상징하는 것이다.   황갑주 시인은 조국의 민주화운동에 앞장선 대표적 저항시인 중의 한 사람이다. 특히 1980년 5월 광주 민주항쟁의 정신을 알리는 일에 앞장섰다. 7인 시집 ‘빛의 바다’ 발간을 주도했고, 그 뒤로도 ‘라성에서 본 광주하늘’ 등 광주 정신을 알리는 여러 권의 시집을 펴내는 일에 힘썼다. 한국 내에서는 자유롭게 말할 수 없는 상황에서 발간된 이 책들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으로 평가된다.   황갑주 시인은 통일을 염원하는 시에 집중했다. 특히 말년에는 그 동안 썼던 통일시들을 정리해서 시집으로 펴내는 일에 열중했다. ‘조국아 너를 사랑한다’ ‘시인이 쓴 통일노래’ 등이 대표적인 작품집이고, 영어로 번역하여 출판하기도 했다.   황갑주 시인은 한 인터뷰에서 통일시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 이렇게 말했다. “나는 모두가 어머니의 마음으로 돌아가 하나가 되기를 소원합니다. 제 평생에 이런 날이 올지 모르지만 그때까지 나의 노래는 호흡이 멈추는 그 날까지 지속될 것입니다.”   이제 사막의 별이 된 황갑주 시인은 하늘나라에서 뜨거운 사랑의 시를 쓰고, 가까운 벗들에게 정겨운 손편지를 부지런히 써 보내고 있을 것으로 믿는다. 장소현 / 시인·극작가문화산책 황갑주 사막 황갑주 시인 대표적 저항시인 시인 10명

2023-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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