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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 산인가 사막인가

2007년 봄 방학, 남편의 아이보리 코스트 집회에 동행했다. 그곳 일정을 끝내고 건너간 가나에서 제일 먼저 엘미나 노예 성을 방문했다. 그러고 나서 하루를 머물었던 Busua 비치는, ‘사막을 건너는 여섯 가지 방법(Shifting Sands)’의 저자인 스티브 도나휴가, 이십 대에 그저 ‘따뜻한 해변을 찾아’ 내려가다 사하라 종단 후 도착한 바닷가였다.  
 
이후 이혼이라는 뜻밖의 사막을 걷게 된 사십 대의 그는 삶을 사막으로 표현한다. 인생이 단기적으로는 산꼭대기를 목표로 올라가는 것 같지만, 장기적으로는 목적지가 불분명한 사막을 걸어가는 것에 더 가깝다는 그의 생각은 살수록  공감이 간다.  
 
그 책에서 설명하는 사하라 사막 여행 당시 도움이 되었던 여섯 가지 방법은 이렇다. 1. 지도가 아니라 내면의 나침반을 따라가라 (Follow a compass, not a map) 2. 오아시스를 만날 때마다 쉬어가라 (Stop at every Oasis) 3. 모래에 갇히면 타이어에서 바람을 빼라 (When you are stuck, deflate tires) 4. 혼자서, 함께 여행하라 (Travel alone together) 5. 캠프파이어에서 한 걸음 멀어지라 (Step away from your campfire)  6. 허상의 국경에서 멈추지 말라 (Don’t stop at false borders)
 
이 책을 요즘 금요 독서모임에서 읽기 시작했다. 사막을 건너는 첫째 방법은, 지도가 아니라 내면의 나침반을 따라가라 (Follow a compass, not a map)는 것이다. 살다 보면 따라가던 지도가 맞지 않는 순간을 만난다. 목적지인 산봉우리가 갑자기 시야에서 사라져 버릴 때, 누구라도 길을 잃는다. 특히 모래 폭풍 한 번만 지나가면 왼쪽 모래 산 언덕이 오른쪽으로 옮겨가는 사막에서는 지도가 무용지물이다. 인생도 그렇다. 그래서 지도가 아니라 나침반을 따라가야 한다.
 
저자가 이혼이란 뜻밖의 사막을 만나, 따라가던 지도가 무의미해진 순간, 그는 자기 안의 나침반이 어느 방향을 가리키고 있는지 들여다보았다. 지금 가장 소중한 것은, 아이들과 전보다 오히려 더 좋은 관계를 가지는 것이라고 나침반이 말해주었다. 이후 일 년 반을 그는 매달 열흘씩 아내가 이사한 12시간 넘게 걸리는 그곳에 가, 저렴한 방을 빌려 아이들과 살았다. 음식을 해주고, 학교를 보내고, 아들의 축구 게임을 지켜봤다. 이 침대 저 침대 뛰며 놀다 시끄럽다고 쫓겨나기도 했다. 아이들과 그보다 더 가까워질 수는 없었다. 나침반을 따랐을 때, 하루하루가 살아났다. 당시 그의 삶의 목적을 찾아준 것은 먼 미래의 목표가 아니라, 마음속 나침반이었다.  
 
이처럼 변화무쌍 예측 불가한 사막의 삶을 사는 우리에게도, 내면의 나침반은 늘 방향을 제시해 준다. 지난주, 독서모임에서 함께 우리 마음의 나침반이 말하고 있는 것들을 나누었다. 매 순간을 음미하고 마음을 챙기렴, 제일 하고 싶은 것을 해, 자신을 잘 돌보자, 좀 인내심을 가져보자, 이렇게 마음의 나침반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하루하루 살다 보면, 오아시스도 만나고 목적지에도 도달하게 된다.
 
때로는 방황 같아도, 내면의 나침반을 따라가 보자. 내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어떻게 살고 싶은지, 따라가던 지도는 좀 접어놓고, 내 안의 나침반을 좀 찬찬히 들여다보아야 할 가을이 깊어간다. ([email protected])

김선주 / NJ 케어플러스 심리치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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