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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잔디 위에 사과 한 알

이름이 베버리라고 했다. 밴 나이스 시빅 센터 경찰서 앞 세 번째 나무 밑이 그녀의 집이었다. 거의 여든의 나이였고 다리가 아파 주로 잔디 위에 앉아서 생활했다. 비가 오면 경찰서 처마 밑에서, 추운 날에는 코인 런드리 건물 뒤쪽 더운 바람이 나오는 곳에서 지냈다.   베버리는 유대인, 프랑스계 미국인, 혹은 아르메니안이라고 했다. 학교 선생님, 랄프스 마켓의 캐시어, 건물주였다고 이제는 상관없는 단어처럼 말했다. 그 말이 맞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는 주위에 항상 파리가 날아다니고, 쓰레기 봉지에 든 것이 전 재산인 홈레스이었기에.     그때는 몸과 마음이 힘들었다. 풀타임으로 일했고, 아이들은 어렸고, 대학원에 다녔으니까. 자연스럽게 나의 하루는 당장 해야 할 일과 하지 않아도 될 일로 나뉘었다. 불평불만을 하거나 화를 내는 것은 후자였다. 그것도 시간과 정력이 있어야 한다.   감정 조절이 되지 않는 날에는, 그녀에게 향했다. 나무 밑을 한숨처럼 핥고 가는 바람을 맞으며 슬쩍 부풀려 쏟아냈던 사연에 이렇게 말했다. “듣는 내가 속이 상한데 너는 얼마나 힘드니. 멍텅구리 같은 놈들. 네가 얼마나 열심히 일했는데. 다 나가서 죽으라고 해.” 물론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고, 그녀가 뒤를 거들 만한 사안도 아니었다. 하지만 매번 커다란 위안이 되었다. 베버리는 항상 내 편이었다.   난청인 그녀는 가끔 보청기를 착용했다. 그 싸구려 보청기는 얼마나 큰지 귓가에 불쑥 튀어나왔고 이따금 삐 삐빅 삐이익하는 귓속을 후벼놓는 금속음을 냈다. 내가 놀라자, 보청기를 빼고 말했다.     점심을 먹었냐고 물었더니, 배시시 웃으며 점심때 햇빛이 비쳐서 이쪽으로 옮겼다고 말했다. 애당초 대답을 듣고자 물은 것은 아니었기에, 괜찮았다. 그녀를 보면 뒤집힌 풍뎅이처럼 자빠져 바둥거리는 맛도 있다는 시가 떠올랐다.   한번은 내게 사과를 줬다. 썩어가는 긴 손톱 밑에 때가 잔뜩 낀 손으로. 죄 없는 과일을 세제로 여러 번 씻었으나 도저히 먹을 수가 없어서 동료인 죠에게 건넸다. 맛있게 베어 무는 소리가 상쾌했다.     그 후, 다른 오피스로 전근하였다. 삼 년 전에, 그 근처에 볼일이 있어서 갔다가 그 나무로 발길을 돌렸다. 베버리는 자리에 없었다. 지나가는 시큐리티 가드에게 물었더니, 작년에 의식을 잃은 상태로 발견되어 구급차를 타고 떠난 것이 마지막이라 했다.     가로등이 하나씩 비인 하늘에 걸렸다. 잔디 위에 잘생긴 사과 한 알을 올려놓았다. 어디선가 삐 삐빅 삐이익하는 쇳소리가 들리는 듯해서 길게 늘어진 내 그림자를 밟고 한참 서 있었다.   이리나 / 수필가이 아침에 잔디 사과 싸구려 보청기 점심때 햇빛 나이스 시빅

2024-09-09

'일코노미<1인+이코노미>' 시대 소포장 식품 인기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소포장 제품이 주목을 끌고 있다.     작년 연방통계국에 따르면, 2022년 현재 1인 가정의 비율은 역대 최고인 29%를 기록했다. 1인 가구가 늘면서 적은 용량으로 소포장한 제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했다. 이에 업계는 일코노미(1인 가구+이코노미)시대를 겨냥해 소용량 즉석식품부터 소용량 반찬, 국, 밥 등 출시하며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히고 있다.     LA 한인마켓 업계 관계자는 “이러한 추세는 치솟는 인플레이션에 대비해 알뜰 소비가 확산되면서 필요한 양만 구입해서 버려지는 음식이 없도록 소량인 제품을 선택해 지출 부담을 줄이는 소비자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시온마켓에서는 하루 두 끼를 먹을 수 있는 국을 판매하고 있다. 소고기뭇국, 해물 순두부, 배춧국, 김치찌개, 갈비탕, 미역국, 된장찌개 등 1.5파운드 용량이 각각 8.99달러로 저렴한데다가 완성품이라 간편하게 먹을 수 있어 인기다.     이 외에도 1인용 컵밥 제품들이 매장의 한 면을 메우고 있다. 컵밥은 전자레인지에 데우기만 해도 되고 설거지가 따로 필요 없어 인기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최근에는 참기름 김치볶음밥 컵밥이 새로 입고됐다. 한 박스에 40~50달러 하던 명란젓도 튜브 형태 명란젓으로 대체되면서 간편하게 먹을 수 있고 가격이 6.99달러로 저렴해졌다.     과일도 소포장이 인기다. 4개 소포장 사과, 3개 소포장 배 그리고 딸기, 블루베리 작은 패키지도 판매 중이다. 이 외에도 김치, 과자, 밀키트 등도 1인 가구를 위한 작은 용량의 제품들이 매장을 채우고 있다. 밀키트 종류로는 매장에서 직접 만드는 해물탕, 동태탕 등이 있고 한국에서 수입한 알탕, 가오리찜 등이 10~20달러에 팔리고 있다.   시온마켓 버몬트점의 잔 윤 지점장은 “간편하고 작게 포장된 밀키트의 종류가 30%가량 늘고 매출도 10~15% 이상 올랐다”며 “특히 12개입 즉석밥 박스보다 가격이 비싼 3개입, 6개입 즉석밥이 더 잘 나가는 것을 보고 1인 가구가 늘어난 것을 실감한다”고 전했다.     갤러리아 마켓에서는 반찬 코너 한쪽에 온장고를 설치해놨다. 바로 먹을 수 있는 콩나물 해장국, 선지 해장국, 짬뽕 국물, 미역국과 조기구이와 꽁치구이 등이 있다. 국의 가격은 4.99~7.99달러다. 2.49달러에 한 끼 용량의 현미밥, 1.99달러의 흰 쌀밥 등도 판매 중이다. 갤러리아 마켓에서 판매하는 밀키트는 육개장(8.99달러), 제육볶음(6.99달러), 추어탕(5.99달러)이 있다.     갤러리아마켓 황종필 매니저는 “외식물가가 너무 올라 소비자들이 집에서 술 안주로 먹을 수 있는 대창 떡볶이와 구워 먹는 양념 곱창, 막창, 대창도 잘 팔린다”고 전했다. 가격은 10달러대로 저렴하다.     한남체인 LA점에서는 모둠 밑반찬(11~13달러)과 육개장, 된장찌개, 비지찌개, 해물 순두부 1인분용 포장(3~4달러)이 잘 나간다.     H마트에서는 1인 가구를 위해 1인분으로 소포장 된 족발, 편육, 보쌈김치 등도 판매 중이다. 가격은 5~7달러이다.   베이커리업계에서는 1인용 케이크, 작은 샌드위치를 메인으로 내놓고 있다. 코안도르 베이커리에서는 큰 사이즈의 케이크가 부담되는 이른바 ‘혼밥족’들을 겨냥한 미니 케이크(25~28달러)가 하루 20개 이상 팔릴 정도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또한, 6달러대의 작은 샌드위치도 잘 팔린다.     이 외에도 뜨거운 물에 풀어서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된장국, 계란국, 라면 국물 티백, 소용량 김 등 다양한 소포장 제품들이 쏟아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이 바뀌고 있는 만큼 제품과 양에 대한 선택권을 넓힌 제품들이 더 많이 등장하게 될 것”이라 설명했다.   정하은 기자이코노미 소포장 소포장 제품 소포장 사과 소용량 즉석식품

2024-01-23

[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뉴턴의 사과

역사적으로 유명한 사과를 꼽자면 이브의 사과, 뉴턴의 사과, 세잔의 사과, 그리고 애플 컴퓨터의 사과 등이다. 그 중에서도 역사상 인류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사과는 바로 아이작 뉴턴의 사과다.     전염병이 돌아서 학교를 떠나 고향에 내려온 뉴턴은 어느 날 우연히 나뭇가지에 매달렸던 사과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 갑자기 바보스러운 생각을 했다. 줄기에서 끊어진 사과는 왜 하늘로 치솟지 않고 땅 쪽으로 떨어지는지 궁금했던 뉴턴은 평소 엉뚱한 짓을 참 많이 하고 살았다.     달걀을 삶으려고 끓는 물 속에 회중시계를 넣은 것도 모자라서 이번에는 부엌에서 바깥으로 통하는 문에 큰 구멍, 그리고 그 옆에 작은 구멍을 나란히 냈다. 당시 뉴턴은 개 두 마리를 기르고 있었는데, 한 마리는 덩치가 컸고 다른 한 마리는 작은 강아지였다. 개들이 들어 오겠다고 문짝을 긁어 대고, 또 나가려고 문을 열어 달라고 보채서 열심히 만유인력을 연구하는 데 방해가 되었던 참에 개들 마음대로 들어오고 나갈 수 있도록 구멍을 두 개 내주었다.     하녀 생각에는 큰 구멍 하나만 내도 작은 강아지까지 들어오고 나갈 수 있는데 왜 구태여 구멍을 두 개씩이나 내주었는지 이상했다. 하녀는 그런 머리에서 나올 만유인력의 법칙이라는 것은 하등 쓸 데 없을 것으로 생각했다.   하녀의 걱정대로 뉴턴은 만유인력의 존재는 규명했지만, 그 힘이 어디서 왜 생기는지는 알지 못했다. 세월이 흘러 아인슈타인이 등장할 때까지 수많은 물리학자가 중력이 어떻게 생긴 힘인지도 모르면서 중력을 이용하여 천체의 움직임을 정확하게 계산하고 예측할 수 있었다. 뉴턴은 세계적인 명사가 되었으며 감히 뉴턴에게 대드는 일은 스스로 과학자이기를 포기한 무모한 경우였다.   하지만 아인슈타인의 생각은 달랐다. 사과가 땅으로 떨어지는 이유는 지구가 사과를 잡아당기는 힘이 아니라 거대한 질량을 가진 지구가 시공간을 짓누르기 때문에 생긴 경사면에 사과가 붙잡혔기 때문이라는 다소 엉뚱한 생각을 했다.     예를 들어 이불 소창을 펴서 한쪽 두 귀는 시어머니가 붙잡고 반대쪽 두 귀는 며느리가 붙잡아 팽팽히 당기고 있는데 곁에서 놀고 있던 어린 손자가 농구공을 팽팽히 펴진 소창 위에 던졌다. 농구공의 무게 때문에 이불 소창은 아래로 불룩 배가 나오게 된다. 재미가 들린 손자가 이번에는 탁구공을 그 위에 던졌다. 탁구공은 농구공이 만든 경사면을 따라 빙글빙글 돈다. 만약 공기의 저항과 소창 면에서 발생하는 마찰이 없다면 탁구공은 경사면을 따라 영원히 돌 것이다. 여기서 농구공을 태양으로, 탁구공을 지구로 바꾸면 지구는 진공이어서 저항이 없는 태양 주위를 끝없이 공전할 것이다. 뉴턴은 태양의 중력이 지구를 붙잡아서 그 주위를 공전시킨다고 생각했지만, 아인슈타인은 태양의 질량이 만든 공간의 왜곡에 지구가 붙잡혔다고 보았다. 같은 상황을 서로 달리 이해했다.   우리는 사과를 보면 먹음직스럽다는 생각이 들면서 뉴턴의 만유인력을 떠올린다. 그만큼 뉴턴의 사과는 우리 인류의 사고 자체를 바꿔놓았다. 웨스트민스터 사원에 잠든 뉴턴의 묘비명을 소개한다.     '자연의 법칙은 밤의 어둠 속에 감춰져 있었다. 신이 "뉴턴이여 있어라!"라고 말씀하시자 모든 것이 밝아졌다.' (작가)     박종진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사과 사과 세잔 사과 뉴턴 하녀 생각

2023-12-15

[아름다운 우리말] 어떤 말하기가 제일 어려울까?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쓰기가 어렵다는 사람도 많지만, 사실 쓸 일은 많지 않습니다. 쓸 일이 있을 때 도움을 받는 것도 쉬운 일입니다. 그러니 쓰기보다는 말하기가 어려운 일일 겁니다. 말하기는 즉각적이어서 준비가 아니라 그 순간에 말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당연히 실수가 적지 않습니다. 이러한 실수는 회복하기도 어렵습니다. 외국인도 그렇습니다만, 내국인은 더 심각합니다. 외국인이라면 실력 부족이지만, 내국인이라면 단순히 실수로 보지 않는 경우도 많기 때문입니다. 태도의 문제로 보기도 합니다.   말하는 행위에 대하여 연구하는 것을 언어학에서는 화행(話行)이라고 합니다. 화행은 화용론(話用論)의 중요한 개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화용론은 영어로는 ‘pragmatics’라고 합니다. 실용적이라는 말입니다. 문법적으로는 틀리지만, 상황으로 보면 맞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서 화용론에서는 상황이 중요합니다. 어떤 상황이냐에 따라 사용해야 하는 표현이 달라집니다. 같은 말이라고 해도 상황에 따라서는 오류가 됩니다. 말하기가 어렵다는 말은 바로 이 화행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주로 연구되는 화행의 종류로는 다음과 같은 것이 있습니다. 감사, 사과, 요청, 거절, 수락, 불평, 칭찬, 축하, 인사 화행 등이 대표적입니다. 살아가면서 수없이 맞닥뜨리는 상황의 화행입니다. 저는 화행을 공부하면서 문화에 따라 화행이 달라지는 것이 무척이나 재미있습니다. 문화에 따라 사과의 방식이 달라지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어떤 문화는 구체적으로 자기 잘못을 설명해야 하고, 어떤 문화에서는 단순히 잘못에 대해 용서를 빌어야 합니다. 구구절절 이야기하면 변명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종종 ‘차가 막혀서 늦었다.’는 사과에 더 화가 나는 경우도 있죠.   저는 화행을 공부하면서 어떤 화행이 인간으로서 가장 하기 어려울까 생각해보았습니다. 일단 인사화행은 쉬워 보입니다. 그러나 인사가 지나치게 형식적으로 바뀌면 진정한 인사는 아닌 겁니다. 상대의 건강이나 행운을 빌어주는 인사를 할 때, 자신의 마음 자세를 돌아볼 일입니다. 그렇게 보면 인사도 쉬운 일이 아닙니다. 저의 인사에도 수많은 거짓이 있습니다. 그의 행운이나 행복에는 관심이 없지만 그저 마무리 인사말로 그렇게 표현하고 있는 것뿐입니다.     감사화행은 비교적 쉽지 않을까요? 고마운 마음을 나타내는 것이니 그다지 거짓은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진심으로 감사하는 마음은 늘 고민해야 합니다. 사과는 어떤가요? 잘못했으니 사과를 하는 것은 당연할 겁니다. 하지만 사과의 순간에도 이게 정말 내 잘못인가에 대한 불만이 많습니다. 형식적인 사과는 상대의 마음에도 닿지 않습니다. 그런 사과의 말을 우리는 방송에서도 엄청나게 봅니다. 어쩌면 제일 솔직한 화행은 불평일 수 있겠습니다. 화가 나서 하는 화행이니 거짓이 숨을 수 없을 겁니다. 그러나 화가 난다고 다 표현할 수는 없습니다. 불평을 잘못하면 인생이 꼬이기도 합니다. 인간관계에서 제일 조심해야 하는 말하기이기도 합니다.   제가 생각할 때 제일 어려운 화행은 바로 칭찬과 축하입니다. 칭찬화행에는 상대의 장점을 살피는 정성이 있어야 합니다. 형식적인 칭찬은 상대를 기쁘게 하지 못합니다. 즉, 고래를 춤추게 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고래를 춤추게 하려면 관심과 표현력이 있어야 합니다. 모든 사람에게는 칭찬받을 부분이 있다는 생각은 불교 보현행원품의 ‘칭찬여래원’에도 나옵니다. 부처님을 칭찬할 수 있기 바란다는 말인데, 뭇 중생이 부처이니 모든 중생을 칭찬해야 하는 겁니다. 쉬운 일이 아니죠. 그래서 칭찬여래원은 수행의 언어입니다.   칭찬보다 더 어려운 것은 축하입니다. 다른 사람의 성공을 축하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진정으로 축하할 수 있는 사람은 부모뿐이라는 말도 일리가 있습니다. 형제간의 축하도 쉬운 일이 아닙니다. 축하는커녕 질투가 생기기도 합니다. 오죽하면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속담이 있을까요? 물론 저는 이러한 속담은 반성을 전제로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형제간의 질투가 정상은 아닐 겁니다.     저는 말하기를 공부하면서 모든 말하기는 수행이라고 느낍니다. 감사도 쉽지 않습니다. 사과도 어렵습니다. 사람 사이의 요청이나 거절, 불평이나 칭찬은 모두 수행의 과정입니다. 내가 입 밖으로 낸 말들이 진심이었는지, 상대에게 상처가 된 것은 아닌지 살펴야 합니다. 진정으로 칭찬하지 못하고, 사과하지 못하고, 고마워하지 못하고, 진심으로 축하하지 못하는 자신을 날마다 반성해야 하는 겁니다. 화행 공부는 언어학 공부이지만, 화행 공부는 결국 수행이기도 합니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아름다운 우리말 화행 공부 감사 사과 마무리 인사말

2023-11-26

[우리말 바루기] 심심한 사과

한 기업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사과문으로 인해 온라인상에서 문해력 저하 논란이 인 적이 있다.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는 글에 “하나도 안 심심하고 재미있다” “심심하다고 해서 더 기분이 나쁘다”는 등의 댓글이 달린 것이다.   일부 네티즌이 ‘심심하다’를 ‘지루하고 재미가 없다’는 뜻으로 이해해 벌어진 일이었다. 그러나 사과문에서의 ‘심심(甚深)하다’는 지루하다는 의미의 ‘심심하다’와 소리만 같을 뿐 의미가 다른 동음이의어다. ‘심할 심(甚)’ 자와 ‘깊을 심(深)’ 자가 사용돼 마음의 표현 정도가 매우 깊고 간절하다는 의미를 나타낸다. 따라서 ‘심심한 사과’는 깊고 간절한 사과를 뜻하는 표현이다.   동음이의어로 ‘심심하다’는 말이 지루하고 재미없다는 뜻으로 쓰이는 데다 ‘심심(甚深)하다’는 일상적 대화에선 잘 사용되지 않는 문어체적 표현이기 때문에 이런 오해가 생기는 듯하다. 이와 관련해선 간혹 “심심찮은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와 같은 표현도 등장한다.   ‘심심찮다’는 ‘심심하지 않다’가 줄어든 낱말로, 드물지 않고 꽤 잦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따라서 ‘심심찮은 사과’는 드물지 않고 잦은 사과라는 뜻이 돼 버린다.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는 의미를 표현하고자 한다면 “심심한 사과를 올린다” 등과 같이 써야 바르다.우리말 바루기 사과 표현 정도 저하 논란 일부 네티즌

2023-11-10

사과, 비트, 당근, 콜라겐을 통째로!

질병관리청의 국민건강통계에 따르면 과일과 채소의 권장량 하루 500g 이상을 섭취하는 비율이 25.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바쁜 현대인들이 신선한 야채나 과일을 매일 손질해 챙겨 먹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러한 이유로 풍부한 영양소와 다양한 효능의 건강주스가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중에서도 할리우드 스타들의 몸매 관리법으로 유명세를 치른 ABC 주스가 인기다. ABC 주스는 사과(Apple), 비트(Beet), 당근(Carrot)을 블렌딩한 것으로 각 식재료의 알파벳 첫 글자를 따서 이름 지어졌다.     이에 이롬(erom)은 한층 업그레이드된 ABC 주스를 선보인다. 국내산 ABC 주스에 콜라겐을 결합한 '이롬 ABC 뷰티 콜라겐(erom ABC Beauty Collagen)'이 그 주인공이다.     이롬 ABC 뷰티 콜라겐은 엄선한 국내산 사과, 비트, 당근을 3:1:3 최적의 황금비율로 담아내 천연 비타민과 무기질이 풍부하다. 몸에 활력을 주고 피부 미용, 피로 회복에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섬유질이 체내 독소를 배출하고 내장지방을 효과적으로 제거해 다이어트에도 도움을 준다. 또한 이롬 ABC 뷰티 콜라겐 1포에는 피부의 탄력을 책임지는 저분자 피쉬콜라겐이 1000mg 함유되어 있다. 체내 흡수율이 높은 저분자 피쉬콜라겐에 부원료로 레몬과 히비스커스를 더해 피부 건강을 속부터 챙길 수 있도록 했다. 새콤달콤한 맛과 1포당 35kcal의 부담 없는 열량도 장점이며, 스틱 젤리 타입으로 휴대 및 섭취도 간편하다.   속부터 건강과 아름다움이 차오르는 이너뷰티를 완성하고 싶다면 이롬 ABC 뷰티 콜라겐에 주목해 보자. 현재 핫딜에서 2박스를 구입하면 1박스를 무료로 받을 수 있다.     ▶문의 : (213)368-2611 ▶구입하기 바로가기 hotdeal.koreadaily.com핫딜 콜라겐 사과 당근 콜라겐

2023-02-12

[우리말 바루기] ‘유감’과 ‘사과’

‘유감’은 외교관계에서 자주 사용하는 단어다. ‘遺憾’이라고 적는다. ‘남길 유(遺)’와 ‘섭섭할 감(憾)’으로 구성된 한자어다. 마음에 안 차 섭섭하거나 불만스럽게 남아 있는 느낌을 말한다.   섭섭한 마음 없이 흡족할 때 “유감없다”고 얘기하는 것을 떠올리면 ‘유감’의 뜻이 명확히 와닿는다. 한마디로 언짢다, 서운하다, 아쉽다는 의미다. 우리의 사전적 풀이로 보면 잘못을 사과할 때 쓰기에 알맞은 낱말은 아니다.   ‘유감’이란 말을 외교무대로 끌어들인 건 일본이다. 껄끄러운 국가 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유감’에 완곡한 사과의 뜻을 담아 사용해 왔다. 지금은 관례상 ‘유감’을 ‘사과’로 이해해도 큰 문제는 없을 정도로 외교용어로 자리 잡았다.   ‘유감’은 사과뿐 아니라 외교적으로 항의를 하거나 불만을 완곡히 드러낼 때도 사용한다. “유엔 인권 전문가들, 일본의 오염수 방류 결정에 깊은 유감 표명” 등과 같이 쓰인다. 문제는 자기의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빌어야 하는 일반적인 상황에서도 ‘유감’을 광범위하게 쓴다는 점이다.   개인의 일탈로 물의를 빚은 공인이 곤혹스러운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유감의 뜻을 표한다” “유감의 말씀을 드립니다”처럼 얘기하는 건 부적절하다. 진정성 있는 사과로 받아들일 수 없다. 죄송하다, 미안하다, 사죄하다 등 진정성을 가지고 사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우리말 바루기 유감 사과 유감 표명 일탈로 물의 오염수 방류

2022-12-30

[이 아침에] 사과 두알과 김 세봉지

어른 섬기면 되로 주고 말로 받는다. 논밭 뙈기 받는 것보다 더 큰 사랑을 받는다. 사랑은 축복이다. 사랑은 베푸는 사람이 더 기쁘고 행복하다.   한 달에 한두 번 연세 많고 독거하시는 분,  장기간 투병하시는 몇 분께 요리해서 배달한다. 미리 나와 기다리시며 얼마나 반갑게 맞아 주시는지 황송할 따름이다. 내 인생에 이처럼 날 기다린 사람이 있었던가.     내 요리 실력은 ‘꽝’이다. 사실 꽝이었다. 레이철 레이쇼에 출연하던 둘때 딸이 인터뷰에서 자기가 요리를 잘하게 된 건 (나를 건너뛰고) 할머니 덕분이라고 해서 나를 물 먹였다. 그뿐이랴! 엄마가 잘 하는 건 단 두 가지, 추수감사절 터키와 빈대떡뿐이라고 해서 날 난감하게 했다. 화랑과 창작예술센터 운영하며 여섯 식구 건사하는 동안 식사도 흡입식으로 해결한 내 고충을 알 리가 없다.     다행히 어머니는 종갓집 요리 솜씨 뽐내는 분이셔서 생전에는 차려주신 밥상을 받아먹는 호강을 누렸다. 그러다 보니 한식 요리는 뒷전이고 여태 김치도 잘 못 담근다. 양식은 요리책 보고 그럭저럭 흉내 내는데 한식은 당초 무개념에 기본기가 없어 젬병이다. 김치야말로 고난도의 비법과 손맛이 필수라서 김치 장인 어른들과 물물교환, 반찬 갖다 드리고 얻어먹는다.     기댈 곳이 없으면 홀로서기가 정답이다. ‘노력은 모든 난관을 이긴다’는 목표를 정해 놓고 유튜브 보면서 유명 세프들의 레서피를 학습한 결과 일취월장, 믿거나 말거나 요리 솜씨 좋다고 칭찬(?)이 자자하다. 매달 색다른 메뉴를 개발해 다양하게 공수하는 데 성공했다.     나는 소문난 ‘파티 퀸’이다. 30년 동안 현대미술 화랑을 경영하며 유명화가들을 초청해 고객들을 위한 작품 전시와 리셥선을 기획했다. 감미로운 음악과 아름답게 장식한 식탁, 국제적 감각의 메뉴로 차려진 파티는 상류층 인사들을 전시장으로 유혹하기에 충분했다. 천방지축, 밥도 서서 삼키던 내가 ‘상류층 여인’으로 변신할 수 있었던 것은 미국 장군과 결혼한 프랑스 대령 크라우스부인 덕분이다. 흉내를 내려면 꽁지보다는 한걸음 앞서가는 게 모양새가 좋다   상류층의 차별에 밀리지 않기 위해선 ‘손자병법’이 고난도 작전이다. ‘지피지기 백전불패 (知彼知己 百戰不殆),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 상대가 알고 있는 모든 것을 능가하고, 그들이 가지지 못한 것, 가장 한국적이고 세계적인 것으로 승부수를 던지면 내 쪽으로 다가온다. 쪼그라들고  비겁해지면 짓밟히고 무시당한다. 사태를 잘 파악하고 올인하면 승부는 내 쪽이다.     나이 들면 사는 게 엄숙해진다. 정갈하고 소박한 내 반찬을, 가장 맛있게 먹을 분들이 소중하게 다가온다. 어른들께는 배달 간다고 미리 알리면 안 된다. 빈손으로 안 보내고 한 개라도 더 챙겨주시려고 부엌 살림을 뒤지시기 때문이다.     그저께는 도착 5분 전에 전화드렸다. 할머니는 사과 두알과 김 세 봉지를 주신다. 얼마나 주고 싶어셨으면 황급하게 사과 두알과 겉봉지 뜯어진 김을 주실까. 보물보다 더 귀한 선물을 곁에 두고 시동을 건다. 뜨거운 눈물이 핑 돈다. 사는 동안 이토록 뜨겁고 가슴 아린 귀한 선물을 준 사람이 몇이나 될까.     차가 멀어질 때까지 할머니는 손을 흔들고 계신다. 뜨거운 가슴으로 사랑할 사람이 있는 세상은 혼자라도 외롭지 않다. 이기희 / Q7 Editions 대표·작가이 아침에 세봉지 사과 한식 요리 상류층 인사들 상류층 여인

2022-12-19

[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사과 두 알과 김 세 봉지

어른 섬기면 되로 주고 말로 받는다. 논밭 뙈기 받는 것보다 더 큰 사랑을 받는다. 사랑은 축복이다. 보답 없는 친절이다. 사랑은 베푸는 사람이 더 기쁘고 행복하다.   한 달에 한 두 번 연세 많고 독거하시는 분, 장기간 투병하시는 몇 분께 요리해서 배달한다. 미리 나와 기다리시며 얼마나 반갑게 맞아 주시는지 황송할 따름이다. 내 인생에 이처럼 날 기다린 사람이 있었던가.     내 요리 실력은 ‘꽝’이다. 사실 꽝이였다. 레이쳘 레이쇼에 출연하던 둘째 딸이 인터뷰에서 자기가 요리를 잘 하게 된 건 (나를 건너 뛰고) 할머니 덕분이라고 해서 나를 물 먹였다. 그뿐이랴! 엄마가 잘 하는 건 단 두 가지, 추수감사절 터키와 빈대떡 뿐이라고 해서 날 난감하게 했다. 화랑과 창작예술센터 운영하며 여섯 식구 건사하는 동안 식사도 흡입식으로 해결한 내 고충을 알 리가 없다.     다행히 어머니는 종가집 요리솜씨 뽐내는 분이셔서 생전에는 차려주신 밥상을 받아먹는 호강을 누렸다. 그러다 보니 한식요리는 뒷전이고 여태 김치도 잘 못 담근다. 양식은 요리책 보고 그럭저럭 흉내 내는데 한식은 당초 무개념에 기본기가 없어 젬병이다. 김치야말로 고난도의 비법과 손맛이 필수라서 김치 장인 어른들과 물물교환, 반찬 갖다 드리고 얻어먹는다.     기댈 곳이 없으면 홀로서기가 정답이다. ‘이대로 반풍수로 살 순 없다’를 모토로  ‘노력은 모든 난관을 이긴다’는 목표를 정해 놓고 유튜브 보면서 유명 세프들의 레서피를 학습한 결과 일취월장, 믿거나 말거나 요리솜씨 좋다고 칭찬(?)이 자자 하다. 매달 색다른 메뉴를 개발해 다양하게 공수하는데 성공했다.     나는 소문난 ‘파티 퀸’이다. 30년 동안 현대미술 화랑을 경영하며 유명화가들을 초청해 고객들을 위한 작품 전시와 리셉션을 기획했다. 감미로운 음악과 아름답게 장식한 식탁, 국제적 감각의 메뉴로 차려진 파티는 상류층 인사들을 전시장으로 유혹하기에 충분했다. 천방지축, 밥도 서서 삼키던 내가 ‘상류층 여인’으로 변신할 수 있었던 것은 미국 장군과 결혼한 프랑스 대령 크라우스부인 덕분이다. 흉내를 내려면 꽁지보다는 한걸음 앞서 가는 게 모양세가 좋다   상류층의 차별에 밀리지 않기 위해선 ‘손자병법’이 고난도 작전이다. ‘지피지기 백전불패(知彼知己 百戰不殆).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 상대가 알고 있는 모든 것을 능가하고, 그들이 가지지 못한 것, 가장 한국적이고 세계적인 것으로 승부수를 던지면 내 쪽으로 다가온다. 쪼그라들고 비겁해지면 짓밟히고 무시당한다. 사태를 잘 파악하고 올인 하면 승부는 내 쪽이다.   나이 들면 사는 게 엄숙해진다. 정갈하고 소박한 내 반찬을, 가장 맛있게 먹을 분들이 소중하게 다가온다. 어른들께는 배달 간다고 미리  알리면 안 된다. 빈손으로 안 보내고 한 개라도 더 챙겨주시려고 부엌 살림을 뒤지시기 때문이다.   그저께는 도착 5분 전에 전화드렸다. 할머니는 사과 두알과 김 세봉지를 주신다. 얼마나 주고 싶으셨으면 황급하게 사과 두알과 겉봉지 뜯어진 김을 주실까.     보물보다 더 귀한 선물을 곁에 두고 시동을 건다. 뜨거운 눈물이 핑 돈다. 사는 동안 이토록 뜨겁고 가슴 아린 귀한 선물을 준 사람이 몇이나 될까. 차가 멀어질 때까지 할머니는 손을 흔들고 계신다. 뜨거운 가슴으로 사랑할 사람이 있는 세상은 혼자라도 외롭지 않다. (Q7 Editions 대표, 작가)       이기희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사과 봉지 종가집 요리솜씨 상류층 인사들 상류층 여인

2022-12-13

[음식과 약] 사과 먹는 시간

겨울철 사과를 먹는 것은 건강에 좋은 습관이다. 하지만 속설과 달리 아침 사과는 금사과가 아니다. 빈속에 사과를 먹으면 배가 아플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과에는 과당이 많이 들어있다. 사람에 따라 과당을 빠르게 소화 흡수하지 못하여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흡수가 덜 된 상태로 과당이 대장으로 내려가면 장내 미생물에 의해 발효되면서 배에 가스가 차거나 아플 수 있다.   사과에는 펙틴과 같은 섬유질, 소비톨과 같은 당알코올도 들어있다. 섬유질과 당알코올도 소장에서 소화 흡수가 안 돼 대장까지 내려가는 것은 마찬가지다. 변비 완화에 좋다는 프룬(말린 서양자두)에 소비톨이 특히 많이 들어있다. 하지만 사과의 경우, 문제의 주원인은 역시 과당인 것으로 나타났다. 1993년 네덜란드 과학자들이 실험으로 입증한 사실이다. 사과 주스를 마시고 소화 흡수가 잘 안 되는 어린이를 대상으로 과당, 소비톨, 둘을 함께 준 경우를 비교한 결과 과당이 제대로 흡수되지 않은 경우가 제일 많았다.   과당에 예민한 정도는 개인차가 있다. 5g도 안 되는 소량에도 배가 아픈 사람이 있는가 하면 50g 이상을 줘도 별문제 없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한 번에 많은 양을 빈속에 먹으면 가스가 차거나 복통을 겪을 생길 가능성이 높다. 2009년 임상시험에서 과당 50g을 섭취하도록 한 결과, 참가자 80%가 소화 흡수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당은 이름처럼 과일에 많이 들어있다. 사과·대추·배·포도·체리·바나나 같은 과일이 대표적이다. 채소 중에는 양배추·가지·양파에 많이 들어있다. 꿀과 같은 감미료, 콜라·사이다 같은 청량음료에도 액상 형태로 과당이 들어있다. 하지만 청량음료를 마시고 배가 아픈 사람 수는 예상보다 적은 편이다. 과당과 포도당이 1:1에 가까운 비율로 들어있기 때문이다. 기전은 분명치 않으나 포도당이 동일 비율로 들어 있을 경우 식품 속 과당이 더 잘 흡수된다.   배가 자주 아프고 가스가 차는 사람이라면 과당이 많이 들어있는 식품을 적게 먹을 때 증상이 나아지기도 한다. 그렇다고 건강에 유익한 채소와 과일을 먹지 말아야 할 이유는 없다. 대개의 경우 다른 음식과 함께 또는 식후에 먹는 것만으로도 쉽게 증상이 좋아진다. 식후에 먹으면 위장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져 과당이 소화·흡수되기에 충분한 여유가 생기기 때문이다. 아침 빈속에 사과를 먹어도 아무렇지 않은 사람이라면 그대로 좋다.   하지만 배가 아픈 사람이라면 저녁 식후에 먹는 거로 바꾸는 게 낫다. 저녁에 사과를 먹으면 아침에 화장실에서 배변이 시원하도록 도와준다. 즐겁고 건강한 삶의 기초는 이렇게 나 자신과 내가 먹는 음식에 대해 알아가는 데 있다. 정재훈 / 약사·푸드라이터음식과 약 사과 시간 겨울철 사과 사과 주스 과당과 포도당

2022-12-08

[잠망경] 사과를 하라니!

종종 병동에서 환자들이 치고받고 싸운다. 보조간호사들이 덤벼들어 뜯어말린다. 아직 감정의 앙금이 가시지 않은 둘을 인터뷰한다. 누가 먼저 때렸냐?     - “Who started it?”   이 질문은 병동환자들, 정치인들이 늘 신경을 곤두세우는 부분이다. 둘은 평소에 서로 감정이 좋지 않은 관계다. 한쪽은 감성적이고 다른 쪽은 이론에 밝지만 화제를 바꿔가며 상대를 몰아붙이는 능력이 딸린다. 사태의 발단은 얌전한 이론파보다 대체로 사사건건 시비를 거는 사나운 감성파에 있다.     -“HE did!”   사과(謝過)받기를 좋아하는 감성파가 이론파에게 사과를 요구한다. 이론파는 사과를 할 이유가 없지만 반대파의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사과의 뜻이 담긴 미약한 발언을 한다. 사과의 진정성이 이슈가 된다.   급기야 감성파는 사죄하라고 위협한다. 거창한 저주를 퍼붓는다. 이론파는 꿈지럭거린다. 보통사람은 이론파가 무슨 큰 죄를 저질렀다는 착각에 빠진다. 이론파 환자에게 미안한 생각이 든다. 그는 조그만 목소리로 말한다.     - “I am sorry!”   사례할 사(謝)에 지날 과(過). 사과(謝過)라는 한자어는 매우 묘한 말이다. 얼른 해석하면 ‘지난 일을 사례하다’는 뜻으로 들린다. 謝에 ‘잘못을 빈다’는 뜻이 있고 過에 ‘재앙’이라는 뜻도 있으니까 결국 지난 재앙의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빈다는 엄청난 의미가 ‘사과’다.   당신은 공식적인 연설을 마친 후 ‘고맙습니다’ 하는 순수한 우리말을 쓰는 대신 ‘감사(感謝)합니다!’ 하며 엄숙하게 말한다. 이때 感謝와 謝過는 분명히 일맥상통한다. 두 경우 다 자신의 톤(tone)을 낮추는 태도. ‘tone down’, 하면 음성을 낮추거나 색상을 부드럽게 한다는 뜻. 시쳇말로 꼬리를 내리는 태도다. 감성파는 이론파에게 바로 이것을 강요하고 있다.   ‘사과’에 해당하는 영어 단어가 있다. ‘apologize!’ ‘I am sorry’ 대신 이 말을 크고 낭랑하게 하면 주는 것 없이 폼이 난다. 명사형 ‘apology(사과)’는 15세기 초 라틴어로 ‘변명’이라는 뜻이었다. 상대의 용서를 구하기보다 자신을 정당화시키거나 핑계를 대는 뉘앙스가 넘친다. 사실 ‘apology’는 좀 건방진 말이다. 동사형 ‘apologize’가 잘못을 인정한다는 의미로 변한 것은 300년 후 18세기 초엽이었다.   고대영어 ‘sorry’는 전혀 다른 사연이다. 목이나 근육이 아프다는 뜻의 ‘sore’와 ‘sorrow(슬픔)’과 말뿌리가 같은 ‘sorry’에는 자발적 슬픔이 깔려 있다. 당신은 상(喪)을 당한 미국인 친구에게 ‘I am sorry(미안해요)’라고 속삭인다. 일상용어로 사용되는 ‘I am sorry’는 아닐 未, 편안 安, 즉 미흡하고 불안한 마음을 알려주는 것이다.   정호승의 시, ‘미안하다’  (2005) 전문을 소개한다.     길이 끝나는 곳에 산이 있었다/ 산이 끝나는 곳에 길이 있었다/ 다시 길이 끝나는 곳에 산이 있었다/ 산이 끝나는 곳에 니가 있었다/ 무릎과 무릎 사이에/ 얼굴을 묻고 울고 있었다/ 미안하다/ 너를 사랑해서 미안하다   정호승이 ‘미안하다’ 대신 ‘사과한다’고 읊조리는 상상을 해보라. 문법적으로 걸맞게 ‘널 사랑하는 걸 사과한다’ 해보라. 바로 다음 날 한 감성파 언론사가 사과의 진정성이 없다며 들입다 소란을 떨지 않을 것인가. 뭐, 아니라고? 아니면 말고! 서량 / 시인·정신과 의사잠망경 사과 이론파 환자 감성파 언론사 병동환자들 정치인들

2022-11-17

[잠망경] 사과를 하라니!

종종 병동에서 환자들이 치고받고 싸운다. 보조간호사들이 덤벼들어 뜯어말린다. 아직 감정의 앙금이 가시지 않은 둘을 인터뷰한다. 누가 먼저 때렸냐?     - “Who started it?”   이 질문은 병동환자들, 당신과 나같이 멋모르는 보통사람, 그리고 조석으로 뉴스를 제조해서 상대 정당에게 시비를 거는 정치인들이 늘 신경을 곤두세우는 부분이다. 둘은 평소에 서로 감정이 좋지 않은 관계다. 한쪽은 감성적이고 다른 쪽은 이론에 밝지만 화제를 바꿔가며 상대를 몰아붙이는 능력이 딸린다. 사태의 발단은 얌전한 이론파보다 대체로 사사건건 시비를 거는 사나운 감성파에 있다.     -“HE did!”   사과(謝過)받기를 좋아하는 감성파가 이론파에게 사과를 요구한다. 이론파는 사과를 할 이유가 없지만 반대파의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사과의 뜻이 담긴 미약한 발언을 한다. 사과의 진정성이 이슈가 된다.   급기야 감성파는 사죄하라고 위협한다. 거창한 저주를 퍼붓는다. 이론파는 꿈지럭거린다. 당신과 나같이 멋모르는 보통사람은 이론파가 무슨 큰 죄를 저질렀다는 착각에 빠진다. 이론파 환자에게 미안한 생각이 든다. 그는 조그만 목소리로 말한다.     - “I am sorry!”   사례할 謝에 지날 過. 謝過라는 한자어는 매우 묘한 말이다. 얼른 해석하면 ‘지난 일을 사례하다’는 뜻으로 들린다. 謝에 ‘잘못을 빈다’는 뜻이 있고 過에 ‘재앙’이라는 뜻도 있으니까 결국 지난 재앙의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빈다는 엄청난 의미가 ‘사과’다.   당신은 공식적인 연설을 마친 후 ‘고맙습니다’ 하는 순수한 우리말을 쓰는 대신 ‘감사(感謝)합니다!’ 하며 엄숙하게 말한다. 이때 感謝와 謝過는 분명히 일맥상통한다. 두 경우 다 자신의 톤(tone)을 낮추는 태도. ‘tone down’, 하면 음성을 낮추거나 색상을 부드럽게 한다는 뜻. 시쳇말로 꼬리를 내리는 태도다. 감성파는 이론파에게 바로 이것을 강요하고 있다.   ‘사과’에 해당하는 영어 단어가 있다. ‘apologize!’ ‘I am sorry’ 대신 이 말을 크고 낭랑하게 하면 주는 것 없이 폼이 난다. 명사형 ‘apology, 사과’는 15세기 초 라틴어로 ‘변명’이라는 뜻이었다. 상대의 용서를 구하기보다 자신을 정당화시키거나 핑계를 대는 뉘앙스가 넘친다. 사실 ‘apology’는 좀 건방진 말이다. 동사형 ‘apologize’가 잘못을 인정한다는 의미로 변한 것은 300년 후 18세기 초엽이었다.   고대영어 ‘sorry’는 전혀 다른 사연이다. 목이나 근육이 아프다는 뜻의 ‘sore’와 ‘sorrow, 슬픔’과 말뿌리가 같은 ‘sorry’에는 자발적 슬픔이 깔려 있다. 당신은 상(喪)을 당한 미국인 친구에게 ‘I am sorry, 미안해요’라고 속삭인다. 일상용어로 사용되는 ‘I am sorry’는 아닐 未, 편안 安, 즉 미흡하고 불안한 마음을 알려주는 것이다.   정호승의 시, ‘미안하다’ 전문을 소개한다. (2005) 길이 끝나는 곳에 산이 있었다/ 산이 끝나는 곳에 길이 있었다/ 다시 길이 끝나는 곳에 산이 있었다/ 산이 끝나는 곳에 니가 있었다/ 무릎과 무릎 사이에/ 얼굴을 묻고 울고 있었다/ 미안하다/ 너를 사랑해서 미안하다   정호승이 ‘미안하다’ 대신 ‘사과한다’고 읊조리는 상상을 해보라. 문법적으로 걸맞게 ‘널 사랑하는 걸 사과한다’ 해보라. 바로 다음 날 한 감성파 언론사가 사과의 진정성이 없다며 들입다 소란을 떨지 않을 것인가. 뭐, 아니라고? 아니면 말고! 서량 / 시인·정신과 의사잠망경 사과 apology 사과 이론파 환자 감성파 언론사

2022-11-15

[아름다운 우리말] 심심한 사과가 심심하다

문해력이라는 어려운 말이 유행어처럼 쓰이고 있습니다. 한국어 어휘 공부를 평생 하고 있는 저도 문해력이라는 말을 들은 지 그리 오래 안 되었고 사용해 본 적도 거의 없습니다. 굳이 보자면 학술어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마 이 글을 읽고 있는 사람도 문해력이 무슨 뜻이냐고 물으면 정확히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적을 겁니다. 주로 문해력의 개념을 어휘력과 혼동하여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문해력은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입니다.     젊은이나 청소년이 문해력이 떨어진다고 나무라는 사람이 많습니다. 사실 문해력은 나이와 그다지 상관없습니다. 요즘 청소년이라서 더 이해를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나이 많은 사람이 자주 쓰던 말을 나이 어린 사람이 잘 모르고, 나이 어린 사람이 요즘 쓰는 말을 나이 많은 사람이 잘 모르는 경우가 많은 겁니다. 자주 안 쓰는데 모르는 게 당연하지 않을까요? 이해가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문해력도, 어휘력도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어휘를 공부하는 저는 어휘를 더 많이, 정확하게 아는 것이 세상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또 어휘를 정확히 사용하는 게 내 생각을 깔끔하게 내 보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덧붙여 말하자면 말의 맛도 더 살아납니다.     저는 문해력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답답한 부분이 있습니다. 문해력이 없는 게 어찌 아이들만의 탓일까요? 아이들의 흥미를 고려하지 않은 내용, 비비 꼬아놓은 글을 읽고 답을 고르게 하는 평가, 쓰고 싶은 다양한 글감을 다루는 시간이 없는 등 교육의 문제는 없을까요? 문해력의 문제에는 많은 현상이 연결됩니다. 또한 지나치게 어려운 단어나 표현을 쓰는 사람에게는 문제가 없을까요?     최근에 ‘심심한 사과’에 대한 이야기가 문해력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예로 등장했습니다. 사실 이 문제는 어휘력의 문제가 아니라 심심한 사과의 진정성에서 출발하였다고 봅니다. 요즘에는 심심한 사과라는 표현에서 깊은 사과와 진정한 사과의 마음을 느끼지 못합니다. 이 표현이 변명의 말처럼 들리는 것은 저뿐일까요? 마치 유감을 표명한다는 표현과 비슷한 느낌입니다. 저는 종종 유감스럽게 생각하는 것이 잘못을 인정한다는 것인가 아니면 잘못이 드러나서 기분이 좀 그렇다는 것인가 헷갈립니다. 변명의 느낌 아닌가요?   저에게는 변명으로만 들립니다. 그러니 심심한 사과라는 표현을 오해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 아닐까요?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사과를 솔직하게 하여야 문해력이 생깁니다. 듣는 사람이 알아들을 만한 말로 하는 게 의사소통의 시작입니다. 저에게도 유감스럽지만 심심한 사과라는 표현은 그저 심심한 찌개를 먹듯이 별 감흥이 없습니다. 의사소통은 내가 한 말을 듣는 사람이나 읽는 사람이 이해해야 완성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겁니다. 문해력은 상호적입니다.   어쩌면 현재의 문해력을 늘리는 지름길은 한자공부를 강화하는 것일 겁니다. 주로 모르는 어휘표현은 한자어인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것을 위해서 가능하면 책이나 신문에 한자를 병용하면 좋겠죠. 고전을 많이 읽는 것도 도움이 될 겁니다. 그걸 원하는가요? 교육과정을 바꾸는 논의를 시작해 보면 어떤 결말이 나올까요? 제가 볼 때는 생산적 결말이 아니라 다툼만 일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하나 더 디지털 문해력이라는 말은 또 무슨 뜻인가요? 그 말이 더 어렵네요. 역시 이 말도 무슨 뜻인지 모르면서 디지털 문해력이 부족해서 문제라고 개탄하는 사람들이 보입니다. 디지털 문해력이란 말이 무슨 의미인지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본인의 생각과는 많이 다른 뜻일 겁니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아름다운 우리말 사과 한국어 어휘 생산적 결말

2022-08-28

[J네트워크] 심심한 사과

한국신문협회는 매년 NIE(신문활용교육) 워크북을 제작해 전국 초·중·고교의 신청을 받아 무료 배포한다. 워크북은 주요 시사 이슈를 주제로 정하고, 관련 기사 읽기를 통해 사고력을 기를 수 있게 구성됐다. 월드컵·전염병 등 시의성과 흥미, 학습 가치가 고루 있는 주제가 선정된다.   올해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세계의 선거 등 굵직한 이슈가 많아 ‘전쟁’이나 ‘선거’를 다룰 거라 예상했지만, 보기 좋게 빗나갔다. ‘신문기사 밑줄 치며 즐겁게 읽기’였다. 이슈가 아닌 ‘읽기 활동’ 자체를 다룬 거다.   신문협회에 주제 선정 기준이 바뀐 이유를 묻자 “요즘 학생들에겐 읽기가 가장 시급하다”고 대답했다. 초·중은 물론 고교에서도 짤막한 기사 하나 읽고 내용을 파악하는 학생이 드물다는 것이다. 시사 이슈에 대한 통합적 사고활동을 유도하던 워크북이, 충실한 정독과 사실적 이해를 돕는 교재로 바뀐 연유다.   최근 불거진 ‘심심(甚深)한 사과’ 논란은 워크북의 달라진 편제에 공감하게 한다. 깊고 간절한 마음을 담아 사과를 전한다는 의미를 가진, 매우 공적이고 정중하며 관용적인 이 표현이 어쩌다 ‘지루한 사과’로 오독돼 일부 네티즌이 분노 버튼을 누르게 됐을까.   문해력 논란은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지난해엔 ‘금일(今日)’이 오늘이냐 금요일이냐를 두고, 2020년엔 ‘사흘’이 3일이냐 4일이냐에 대해, 2019년엔 대중문화 평론가가 ‘명징과 직조’란 고급 어휘를 써도 되느냐 마느냐에 대해 논쟁이 불붙었다.   이 논란은 종종 “누가 옳으냐”의 격한 다툼으로 번진다. “금일의 뜻은 오늘입니다”란 설명에 “오해 소지가 있는 단어를 쓰면 어떻게 하냐”고 쏘아붙이고, ‘명징과 직조’란 표현을 사용한 평론가를 향해 “대중을 상대로 한 글로 먹고살면서, 대중이 모르는 말을 쓰는 건 문제”란 힐난하는 식이다.   베스트셀러 『역행자』에선 이런 태도를 과잉 자의식이라 부른다. 자신의 문제는 회피하고 상대의 잘못으로 돌려 위안을 얻는 ‘무한 합리화’이자 발전을 가로막는 자기모순이라 설명한다. 부족한 문해력을 키우는 방법은 많다. 한자 학습, 독서, 사전 검색 등이 대표적이다. 과잉 자의식의 해결법은 탐색과 인정이다. “내가 그걸 몰랐네”라는 단순한 인정에서 발전이 시작된다. 박형수 기자J네트워크 사과 대중문화 평론가 시사 이슈 신문기사 밑줄

2022-08-26

[기자의 눈] 같은 상황, 다른 결과

목이 따끔한 게 ‘혹시 코로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왠지 힘이 없고 열도 나는 듯했다. 그도 그럴 것이 주변에서 감염자가 늘다 보니 걱정은 마치 현실이 되는 듯했다. 과거 한차례 감염 경험이 있던 터라 재감염에 대한 우려는 더 컸다.     ‘합병증 위험이 높다던데’, ‘면역력이 더 떨어지면 어쩌나’. 미래에 대한 불안이 삽시간에 덮쳤고 일주일 내내 눈만 뜨면 코로나19 검사 키트를 꺼냈다.   결과는 항상 ‘음성’이었다. 하지만 몸과 마음은 이미 감염됐다고 단정 지은 듯 회복되지 않았다. 급기야 검사결과가 잘못됐을 거란 의심까지 들었다.     그러던 중 문득 부정적인 생각이 정상적이었던 현실을 불행하게 만들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진정 바라는 것이 감염되지 않은 것인지, 감염된 것을 확인하고 싶은 것인지 착각이 들었다.     인간은 하루에 많게는 6만 가지가 넘는 생각을 한다고 한다.  하지만 미국국립과학재단에 따르면 이 중 80%가 부정적인 생각이며, 생각의 95%는 이전에도 했던 것을 반복한다고 한다. 잠자는 시간 7시간을 제외한다면 1초에 1번꼴로 생각을 하고, 10번 중 8번은 부정적인 생각을 한다는 것이 된다. 행복이 생각을 통제하는 데서 나온다는 말이 나온 이유다.     부정적 사고의 위력은 생각보다 크다. 잘 알려진 사례는 과거 캄보디아에서 냉동창고에 갇혔던 선원이 숨진 사건이다. 냉동고는 고장이 나 내부 온도가 섭씨 18도가 넘었지만, 선원은 자신이 냉동창고에 갇혔다는 사실에 극도의 추위를 느끼다 결국 숨졌다고 한다.     이는 약효에 대한 불신이나 부작용에 대한 우려 등 부정적인 생각으로 인해 약효과가 제대로 발휘되지 않아 건강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치거나 부정적인 결과를 나타내는 현상 ‘노시보 효과’를 설명할 때도 자주 등장하는 예다.     특히 부정적인 생각을 많이 하는 경우 뇌졸중 확률이나 치매에 걸릴 위험성도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연구 결과다. 부정적인 생각이 건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증명한 것이다.     인간의 뇌는 부정적인 자극에 더 집중한다고 한다. 예를 들어 “코끼리를 생각하지 마라”고 하면 오히려 더 강조하는 효과가 나는 것처럼 말이다.   낙관주의자이자 세계적인 강연가 사이먼 샤이넥은 인간은 본능적으로 부정적인 편향에 따라 반사적으로 결정을 내릴 수 있기 때문에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꿔 말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예를 들면 스키선수들에겐 ‘나무를 피해’가 아니라 ‘눈길을 따라가’라고, 파일럿에겐 ‘장애물에 충돌하면 안 돼’가 아니라 ‘하늘로 날아가’라고 말하는 것처럼 말이다.     지난 1991년 일본 아이모리 현에 태풍이 몰려오면서 그 지역 사과 농사를 다 망쳤다. 재배 중이던 사과의 90%가 바닥에 떨어져 주민들은 근심에 빠졌다. 하지만 아직 떨어지지 않은 10%의 사과를 보며 달리 생각한 사람들이 있었다. 강력한 태풍에도 떨어지지 않은 사과를 보며 ‘합격 사과’라는 이름을 붙여 수험생에게 팔았고, 일반 사과보다 10배나 비싼 가격에도 날개 돋친 듯 팔렸다.     모든 상황에는 동전처럼 양면이 있다. 같은 어려운 상황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나타난다. 어려움 속 부정적인 생각은 본능이겠지만, 긍정적인 생각으로 전환할 수 있는 자유도 우리에게 주어졌다.     의지를 갖고 부정적인 생각을 헤집고 나온다면, 분명 가려져 있던 긍정적인 길을 볼 수 있다.   장수아 / 사회부기자의 눈 상황 부정적 사고 합격 사과 지역 사과

2022-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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