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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우리말] 심심한 사과가 심심하다

문해력이라는 어려운 말이 유행어처럼 쓰이고 있습니다. 한국어 어휘 공부를 평생 하고 있는 저도 문해력이라는 말을 들은 지 그리 오래 안 되었고 사용해 본 적도 거의 없습니다. 굳이 보자면 학술어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마 이 글을 읽고 있는 사람도 문해력이 무슨 뜻이냐고 물으면 정확히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적을 겁니다. 주로 문해력의 개념을 어휘력과 혼동하여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문해력은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입니다.  
 
젊은이나 청소년이 문해력이 떨어진다고 나무라는 사람이 많습니다. 사실 문해력은 나이와 그다지 상관없습니다. 요즘 청소년이라서 더 이해를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나이 많은 사람이 자주 쓰던 말을 나이 어린 사람이 잘 모르고, 나이 어린 사람이 요즘 쓰는 말을 나이 많은 사람이 잘 모르는 경우가 많은 겁니다. 자주 안 쓰는데 모르는 게 당연하지 않을까요? 이해가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문해력도, 어휘력도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어휘를 공부하는 저는 어휘를 더 많이, 정확하게 아는 것이 세상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또 어휘를 정확히 사용하는 게 내 생각을 깔끔하게 내 보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덧붙여 말하자면 말의 맛도 더 살아납니다.  
 
저는 문해력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답답한 부분이 있습니다. 문해력이 없는 게 어찌 아이들만의 탓일까요? 아이들의 흥미를 고려하지 않은 내용, 비비 꼬아놓은 글을 읽고 답을 고르게 하는 평가, 쓰고 싶은 다양한 글감을 다루는 시간이 없는 등 교육의 문제는 없을까요? 문해력의 문제에는 많은 현상이 연결됩니다. 또한 지나치게 어려운 단어나 표현을 쓰는 사람에게는 문제가 없을까요?  
 
최근에 ‘심심한 사과’에 대한 이야기가 문해력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예로 등장했습니다. 사실 이 문제는 어휘력의 문제가 아니라 심심한 사과의 진정성에서 출발하였다고 봅니다. 요즘에는 심심한 사과라는 표현에서 깊은 사과와 진정한 사과의 마음을 느끼지 못합니다. 이 표현이 변명의 말처럼 들리는 것은 저뿐일까요? 마치 유감을 표명한다는 표현과 비슷한 느낌입니다. 저는 종종 유감스럽게 생각하는 것이 잘못을 인정한다는 것인가 아니면 잘못이 드러나서 기분이 좀 그렇다는 것인가 헷갈립니다. 변명의 느낌 아닌가요?
 
저에게는 변명으로만 들립니다. 그러니 심심한 사과라는 표현을 오해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 아닐까요?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사과를 솔직하게 하여야 문해력이 생깁니다. 듣는 사람이 알아들을 만한 말로 하는 게 의사소통의 시작입니다. 저에게도 유감스럽지만 심심한 사과라는 표현은 그저 심심한 찌개를 먹듯이 별 감흥이 없습니다. 의사소통은 내가 한 말을 듣는 사람이나 읽는 사람이 이해해야 완성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겁니다. 문해력은 상호적입니다.
 
어쩌면 현재의 문해력을 늘리는 지름길은 한자공부를 강화하는 것일 겁니다. 주로 모르는 어휘표현은 한자어인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것을 위해서 가능하면 책이나 신문에 한자를 병용하면 좋겠죠. 고전을 많이 읽는 것도 도움이 될 겁니다. 그걸 원하는가요? 교육과정을 바꾸는 논의를 시작해 보면 어떤 결말이 나올까요? 제가 볼 때는 생산적 결말이 아니라 다툼만 일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하나 더 디지털 문해력이라는 말은 또 무슨 뜻인가요? 그 말이 더 어렵네요. 역시 이 말도 무슨 뜻인지 모르면서 디지털 문해력이 부족해서 문제라고 개탄하는 사람들이 보입니다. 디지털 문해력이란 말이 무슨 의미인지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본인의 생각과는 많이 다른 뜻일 겁니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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