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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네트워크] 심심한 사과

한국신문협회는 매년 NIE(신문활용교육) 워크북을 제작해 전국 초·중·고교의 신청을 받아 무료 배포한다. 워크북은 주요 시사 이슈를 주제로 정하고, 관련 기사 읽기를 통해 사고력을 기를 수 있게 구성됐다. 월드컵·전염병 등 시의성과 흥미, 학습 가치가 고루 있는 주제가 선정된다.
 
올해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세계의 선거 등 굵직한 이슈가 많아 ‘전쟁’이나 ‘선거’를 다룰 거라 예상했지만, 보기 좋게 빗나갔다. ‘신문기사 밑줄 치며 즐겁게 읽기’였다. 이슈가 아닌 ‘읽기 활동’ 자체를 다룬 거다.
 
신문협회에 주제 선정 기준이 바뀐 이유를 묻자 “요즘 학생들에겐 읽기가 가장 시급하다”고 대답했다. 초·중은 물론 고교에서도 짤막한 기사 하나 읽고 내용을 파악하는 학생이 드물다는 것이다. 시사 이슈에 대한 통합적 사고활동을 유도하던 워크북이, 충실한 정독과 사실적 이해를 돕는 교재로 바뀐 연유다.
 
최근 불거진 ‘심심(甚深)한 사과’ 논란은 워크북의 달라진 편제에 공감하게 한다. 깊고 간절한 마음을 담아 사과를 전한다는 의미를 가진, 매우 공적이고 정중하며 관용적인 이 표현이 어쩌다 ‘지루한 사과’로 오독돼 일부 네티즌이 분노 버튼을 누르게 됐을까.
 


문해력 논란은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지난해엔 ‘금일(今日)’이 오늘이냐 금요일이냐를 두고, 2020년엔 ‘사흘’이 3일이냐 4일이냐에 대해, 2019년엔 대중문화 평론가가 ‘명징과 직조’란 고급 어휘를 써도 되느냐 마느냐에 대해 논쟁이 불붙었다.
 
이 논란은 종종 “누가 옳으냐”의 격한 다툼으로 번진다. “금일의 뜻은 오늘입니다”란 설명에 “오해 소지가 있는 단어를 쓰면 어떻게 하냐”고 쏘아붙이고, ‘명징과 직조’란 표현을 사용한 평론가를 향해 “대중을 상대로 한 글로 먹고살면서, 대중이 모르는 말을 쓰는 건 문제”란 힐난하는 식이다.
 
베스트셀러 『역행자』에선 이런 태도를 과잉 자의식이라 부른다. 자신의 문제는 회피하고 상대의 잘못으로 돌려 위안을 얻는 ‘무한 합리화’이자 발전을 가로막는 자기모순이라 설명한다. 부족한 문해력을 키우는 방법은 많다. 한자 학습, 독서, 사전 검색 등이 대표적이다. 과잉 자의식의 해결법은 탐색과 인정이다. “내가 그걸 몰랐네”라는 단순한 인정에서 발전이 시작된다.

박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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