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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로고스, 파토스 그리고 에토스

미국의 대선 시계가 4년 전으로 다시 돌아갔다. 지난 2020년 대선에서 맞붙었던 민주당의 바이든 대통령과 공화당의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번 11월 선거에서 다시 대결을 벌이게 되었다. ‘리턴매치’다. 만나는 사람마다 누구를 뽑아야 할지 고민이라며 심중을 털어놓는다. 많은 사람이 미국 땅에 왜 이렇게 인물이 없냐며 실망감을 토로한다. 심지어 어떤 이는 미국이 세계 리더의 자리에서 서서히 물러나는 현상이라고 까지 말한다.   요즈음 우리 사회에서 형식적인 리더는 많지만 올바른 리더십을 발휘하는 리더가 적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이런 리더십의 부재로 인해 우리가 원하는 사회, 우리가 바라는 국가로부터 점점 멀어져 가고 있는 느낌이다.     그렇다면 리더십이란 무엇인가. 하버드 대학교 케네디 스쿨이 정의한 바에 의하면, 리더십이란 ‘도전적인 기회 속에서 비전을 명확히 세워 현실을 돌파해 나가기 위해 조직을 동원하는 활동’을 일컫는다. 그러기에 리더는 명확한 비전을 세우고 성공적인 활동을 하기 위한 필수 조건을 갖추어야 한다. 그것은 로고스(Logos)와 파토스(Pathos), 그리고 에토스(Ethos)다.     첫 번째, 로고스는 논리나 이성에 바탕을 두고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며 납득시키는 힘이다. 로고스는 법이나 규칙 또는 절차를 의미하기에 법치주의와 합리주의의 근간이 될 뿐 아니라 냉철한 판단력의 원동력이 된다. 두 번째, 파토스는 사람의 감정, 연민, 또는 욕망에 바탕을 두고 마음을 움직이며, 따뜻한 가슴에 호소하여 지지를 얻어내는 힘이다. 세 번째, 에토스는 개인이나 사회의 윤리에 바탕을 두고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을 뜻하며, 이 힘은 사회 구성원들뿐 아니라 외부와의 강한 결속력과 경쟁력을 끌어내는 힘을 갖게 한다. 그리고 에토스는 사회의 도덕성을 측정하는 기준이 된다.     그런데 리더가 이런 필수 조건을 갖추지 못하면 사회와 국가는 엄청난 혼란에 빠지게 된다. 그 이유는 이렇다. 로고스가 약하면, 비이성적이고 법과 절차를 무시하는 불법 사회가 될 확률이 높아지면서 사람들을 설득하는 힘을 잃게 된다. 그리고 파토스가 약하면, 인정이 메마르고 사회 분위기가 삭막해질 뿐 아니라 내부적으로 또는 외부와의 분쟁이 생길 우려가 커지게 된다. 마지막으로, 에토스가 약하면, 그 사회와 국가는 도덕성을 상실하게 된다.     그렇다면, 가장 훌륭한 리더는 어떤 사람일까? 그 대답은 명확하다. 로고스와 파토스 그리고 에토스를 균형있게 갖춘 사람이다. 그러기에 우리가 선출해야 할 지도자의 필수 조건은 차가운 머리와 따뜻한 가슴 그리고 높은 도덕성을 갖춘 인물이다.     선거철을 맞아 우리가 가장 갈망하는 것 중 하나는 유능하고 창조적인 리더십이다. 왜냐하면 리더십 부재 현상을 극복하고 진정한 리더십을 회복할 때, 우리가 열망하는 사회와 국가를 만들어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참여의 시대’가 되어야 한다고 리더십 전문가들은 주장한다. 한 명의 강력한 리더 보다는 다수의 평범한 리더들이 모든 분야에서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제 일방적인 목표 설정과 명령이 통하는 시대는 지났다. 조직의 구성과 운영방식 또한 많이 변했다. 대부분의 권한이 이제는 밑으로 위임되었을 뿐 아니라 조직 또한 팀 시스템으로 바뀌었다. 그러기에 로고스와 파토스, 그리고 에토스를 균형 있게 갖춘 다수의 평범한 리더들이 서로의 맡은 바 책임을 윤리적인 기준에 맞추어 실천해 나갈 때 사회는 발전하리라 확신한다.   손국락 / 보잉사 시스템공학 박사열린광장 로고스 파토스 로고스 파토스 리더십 부재 리더십 전문가들

2024-04-02

[사설] 한인타운 시의원, 대책 시급하다

LA한인타운이 포함된 LA시의회 10지구의 시의원 부재 사태가 장기화하고 있다. 지역구 시의원인 마크 리들리-토머스가 지난해 10월 뇌물수수 등 20가지 혐의로 연방대배심에 기소돼 직무 정지 처분을 받은 이후 1년 가까이 공백 상태다. 여기에 최근 법원이 허브 웨슨 대행의 직무 정지 여부 관련 결정을 연기하는 바람에 시의원 부재 사태는 더 길어질 전망이다.    이로 인한 지역 주민의 직간접 피해가 상당하다. LA시의원은 시정부에 대한 견제와 감시는 물론 지역구를 위한 정책개발 역할도 수행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주민 생활과 밀접한 업무들을 많이 다룬다. 그런데 10지구는 담당 시의원이 없다 보니 각종 행사와 프로젝트 진행, 민원 서비스에 차질을 빚고 있다. 또 시의회에서 지역 이익을 주장할 대변자가 없다 보니 다음 회계연도 예산 편성에서도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10지구 시의원 부재의 장기화는 정치인들의 욕심 때문이다. 우선 20가지나 되는 혐의로 기소된 리들리-토머스 의원은 자진 사퇴 생각이 없어 보인다. 이로 인해 일부에서는 리콜 후 보궐선거를 주장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대행 임명도 문제다. 지난 2월 웨슨 전 의원이 대행으로 임명됐을 당시 반대 목소리가 컸다. 하지만 누리 마르티네스 LA시의회 의장은 임명을 강행했다. 본인과 웨슨 전 의원과의 정치적 인연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결국 남부기독교회지도자회의(SCLC)라는 단체가 웨슨 대행에 대한 직무 정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LA시의회 10지구는 20만 명 이상이 거주하는 광범위한 지역이다. 더구나 한인상권 중심이고 거주 한인도 많다. 한인들의 해법 촉구 목소리가 더 커져야 한다.사설 한인타운 시의원 한인타운 시의원 10지구 시의원 시의원 부재

2022-08-24

[문장으로 읽는 책] 브래디 미카코『타인의 신발을 신어보다』

NS에 엠퍼시가 뿌리내리기 어려운 것은 그 플랫폼이 지나치게 인상 관리에 적합한 공간이기 때문이다. 그곳에서는 누군가와 직접 접촉할 때와 달리 보여주고 싶지 않은 표정은 보여주지 않아도 된다. 항상 무수한 청중이 있는 장소에서는 누군가에게 건네는 말이나 타인에 대한 말조차 인상 관리의 일환이다. 이처럼 각자가 자기 인상의 총체적인 프로듀스로 바쁜 공간에서는 그 사람의 ‘무대 뒤’ 모습에 관심을 갖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브래디 미카코『타인의 신발을 신어보다』   두 가지 공감력이 있다. 하나는 단순히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거나 가엽게 여기는 ‘심퍼시(sympathy)’. 또 하나는 역지사지 타인의 입장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지적인 공감력 ‘엠퍼시(empathy)’다. 저자는 극단적 갈등과 불관용의 시대 ‘타인의 신발을 신어보는’ 엠퍼시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민주주의를 위한 필수 요소이기도 하다. 타인의 신발을 신어보기 위해서는 먼저 내 신발을 벗어야 한다. 자기객관화다. ‘좋아요’가 넘쳐나는 공감의 공간인 SNS가 오히려 엠퍼시의 황무지가 되는 것도 이런 자기객관화 부재와 관련 있다.   “SNS가 일상에서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비인간적인 언어가 소용돌이치는 장소가 되어버린 것도 익명성보다 너무도 순수하게 ‘보이는 것이 전부’인 ‘무대 앞’이기에 타인을 한 사람의 인간으로 볼 수 없어 엠퍼시가 제대로 기능하지 않기 때문은 아닐까. 심퍼시적 ‘좋아요!’는 많이 누르지만 엠퍼시의 황야가 되기 쉬운 공간, 그곳이 SNS가 아닐까.”문장으로 읽는 책 브래디 신발 자기객관화 부재 공간 그곳 자기 인상

2022-07-21

[J네트워크] 리더의 우아한 퇴장법

지난달 27일 연방 상원 세출위원회가 2023 회계연도 국무부 예산을 심의하는 소위원회 회의실. 소위원장을 맡은 크리스 쿤스 상원의원이 “30년 넘게 소위에서 헌신적으로 책임을 다해줘 감사하다”며 패트릭 레이히 상원의원에게 덕담을 건넸다. 마이크를 넘겨받은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외교와 개발원조에 대한 투자의 중요성을 옹호하고 8개 정권에 걸쳐 국무장관들의 동반자가 돼 줘 고맙다”고 인사했다.   레이히는 1974년 버몬트주에서 당선된 이래 48년간 상원의원으로서 8명의 대통령을 경험한, 의회의 ‘전설’이다. 올해 82세인 그는 오는 11월 9선에 도전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올봄이 그의 마지막 예산 심의 참여가 된다. 동료들은 회의 중 짬을 내 그를 예우했다.   자신에 대한 칭찬이 쏟아질 때 그는 사전에 양해를 구하고 전화 통화를 위해 자리를 비웠다. 잠시 뒤 돌아온 그가 “밖에서 여러분의 친절한 말씀 잘 들었다. 곧장 뛰어들어오지 않은 이유는 너무 즐겼기 때문이다. 멈추게 하고 싶지 않았다”고 말하자 웃음이 터졌다. 레이히는 “제겐 과분하지만, 대단히 감사하다(undeserved but greatly appreciated)”고 했다. 당연한 듯 덥석 받지 않는 매너, 칭찬받을 만한지 잘 모르겠다는 겸양이 그의 품격을 더욱 높였다.   겸손이 몸에 밴 미국 지도자들을 자주 본다. 자신을 낮출수록 올라간다는 것을 아는 똑똑한 사람들이다. 레이히 상원의원은 실세 중 실세다. 정부 예산 씀씀이를 관리하는 세출위원회 위원장이고, 대통령 부재 시 권력 승계 서열이 부통령·하원의장 다음 3위인 상원 임시의장이다.   반세기 정치 여정을 마무리하고 집으로 갈 채비를 하는 그의 모습은 그즈음 방송된 문재인 대통령 인터뷰와 대비됐다. 성과는 부풀리고 실정은 모른 체하고, 아직 출범도 안 한 차기 정부를 향해 비판의 날을 세우고 훈수까지 두는 모양새는 문 대통령 자신이 이루지 못한 것들에 대한 아쉬움의 토로로 보였다. 한국과 비슷한 수준의 나라에서 현직 대통령이 임기 종료 직전에 차기 대통령을 포함, 자신을 지지하지 않은 계층을 향해 이토록 한기 서린 발언을 공개적으로 내놓은 적이 있나 싶다. 끝내 선거 패배를 인정하지 않은 채, 현대사에서 가장 황당하게 퇴장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외에는 기억에 없다.   레이히 상원의원은 지난해 11월 불출마를 선언할 때 이렇게 말했다. “이제 의사봉을 내려놓을 때다. 위대한 우리 주를 위해 이 일을 이어갈 다음 사람에게 횃불을 넘겨줄 때가 됐다. 이제 집에 갈 시간이다.” 박현영 / 워싱턴특파원J네트워크 퇴장법 리더 대통령 인터뷰 현직 대통령 대통령 부재

2022-05-05

[열린 광장] 소통 부재의 시대

 사회나 단체에서 조직과 구성원 간의 접촉(contact), 연결(connection), 소통(communication)은 중요하다. 이른바 ‘3C’다. 기계를 잘 돌아가게 하는 윤활유만큼 중요하다. 신문과 방송에도 자주 이 말들을 쓴다. 정치판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똑같이 쓰지만 이 단어들의 뜻은 각각 자신이 처한 입장과 지향점에 따라 전혀 판이하게 이용되고 해석된다.     예를 들어 극좌나 극우 세력들의 3C는 근본이 다르다. 자기 편끼리의  연결, 접촉, 소통은 모두 아전인수 식 ‘내로남불’의  전형이다. 물론 각자의 입장에 따라 뜨거운 갑론을박이 있을 수 있다. 그래서 끼리끼리 접촉과 연결은 다소 가능하더라도 상호간의 진정한 ‘소통’까지는 힘든 여정이 된다. 아니, 불가하다는 표현이 맞다. 왜냐하면, 그 기저(基底)에 인간에 대한 예의와 세상사 불문의 상식적 범주, 합리적 사고 등이 따르지 않기 때문이다. 사안에 따라 또는 필요에 따라 ‘소통하는 척’만 할 따름이다.     남녀간 사랑의 접촉, 연결, 소통도 마찬가지다. 이 역시 우리가 평소 생각하던 것과는 판이하게 다르게 해석된다.     지금 우리는 불과 몇 초 만에 서로가 ‘연결’되고 ‘접촉’되는 이전에는 상당도 하지 못했던 시대에 살고 있다. 초고속 인터넷망의 발달로 지구 반대편 사람과도 쉽게 연결될 수 있다. 하지만 연결되어 있다고 믿을 뿐 접촉에 불과한 것은 아닌지, 혹은 휴대폰으로 쉼 없이 문자와 메시지를 주고 받는 접촉을 소통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그러다 보니 금세기의 우리는 어쩌다 바로 코앞에서 식구들끼리 함께 바라보는 것조차도 불편하게 여기는 황당한 문화 속에 살고 있다. 눈을 뜨고 있지만 보이지 않고 볼 수 없는 세상을 살고 있다.     아프리카 부시맨들은 덤불 속에서 나오는 상대방의 모습이 보이면 “네가 보여!”라고 소리친다고 한다. 그러면 덤불에서 나오던 사람도 “나도 네가 보여!” 화답한다고 한다. 이렇듯 서로의 존재를 그대로 확인하는 이 꾸밈 없는 연결이 그들의 삶을 지탱해 주었다는 것이다.     사실 곰곰이 따져보면 사람들은 태어날 때부터 성격도 취향도 식성도 모두 다르다. 학교에 다니며 친구를 만나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그 다른 점은 더욱 커지게 된다. 더군다나 요즘은 개성을 필수 아이템으로 강요 받는 시대다. 그 차이가 더욱 두드러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우리 시대의 가장 큰 소통의 실패는 쉼 없는 접촉 속에서 진정한 연결고리를 잃어버린 데 있다. 연인끼리든 부부끼리든 또는 무늬가 다른 특정 조직체이든 그들에게 소통은 맹목적인 ‘일심동체’가 아니다. 서로가 서로의 다름을 먼저 이해하는 것만이 완벽한 ‘소통’을 위한 지름길임을 알아야 한다.     오늘 지금부터라도 우리 모두 접촉, 연결, 소통을 생활화하자. 이는 곧 만사형통의 ‘피톨’이 된다. 소통이란 서로간의 차이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둘 사이의 이질감을 이해하는 것임을 잊지 말자. 그렇지 않으면 둘 중 하나가 자신을 버리든지, 아니면 소모적인 다툼의 연속으로 인생을 헛되이 살든지, 양자택일을 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손용상 / 소설가·한솔문학 대표열린 광장 소통 부재 연결 소통 소통 부재 접촉 연결

2022-04-06

[칼럼 20/20] 소통의 리더십

사진1. 벤 로즈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의 딸 엘라가 대통령 집무실 바닥을 기어가면서 놀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바닥에 엎드려 엘라와 눈을 맞추며 웃고 있다.     사진2. 스페이스 셔틀 팀원들이 백악관을 방문했다. 사진 촬영이 끝난 후 오바마가 팀원들과 함께 사진 촬영을 위해 치웠던 소파를 제자리로 돌려 놓고 있다.   사진3. 2016년 새해 국정연설을 앞두고 오바마가 코디 키넌 연설비서관과 회의를 하고 있다. 오바마는 한 발을 탁자 위에 올린 채 서 있고, 맞은편의 키넌은 두 발을 탁자에 올리고 비스듬히 앉아 있다.     2015년 오바마 대통령 시절 백악관이 ‘올해의 사진’이라고 발표한 사진 중 일부의 설명이다. 비교적 상하관계가 엄격하지 않은 미국 사회에서도 파격적인 장면이다. 직위와 계층을 구분하지 않고 소통하는 대통령의 모습을 보여준다. 백악관을 방문한 한 흑인아이가 대통령도 곱슬머리인지 궁금하다고 하자 기꺼이 머리를 숙여 만지게 했던 일화는 유명하다.     한국에서 새 대통령이 선출됐다. 당선 첫 행보로 윤석열 당선인은 대통령 집무실을 청와대에서 용산 국방부 청사로 이전하는 ‘용산 시대’의 개막을 알렸다. 청와대를 임기 시작인 5월 10일 국민에게 개방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 문제가 처음 나왔을 때는 한국 현대사에서 제왕적 권위의 상징이었던 청와대를 떠나는 것이 초점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소통의 문제로 바뀌었다. 집무실 이전 발표 전 참모진과의 소통, 국민들의 의견수렴 과정을 통해 문제점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했다는 의견이다. 청와대는 그동안 소통 부재의 ‘구중궁궐’이었다. 소통 부재를 해소하기 위해 추진된 집무실 이전이 또다른 소통 부재를 부르고 있다. 소통은 공간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의 문제라는 말까지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의 한국은행 총재 후보지명을 놓고도 청와대와 당선인 측은 소통이 순조롭지 못하다. 청와대는 “당선인 측 의견을 들은 것”이라 했고, 당선인 측은 “협의·추천한 적 없다”고 말한다. 소통 부재가 불러온 충돌이다.     대통령 재임기간 중 오바마는 관료 및 대중과의 소통에서 탁월한 능력을 보였다. 소탈한 인간성을 바탕으로 타인의 말을 경청하고 자신의 의사를 진정성 있게 전달했다. 오바마 시절 관료들은 반대파까지 끌어안는 그의 소통 방식을 높게 평가했다. 연설을 듣는 대중은 마치 대통령이 자신에게만 말하는 것 같은 친밀감을 느꼈다고 한다.     리더십 전문가 존 발도니는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기고에서 “오바마의 소통 정치는 국민들로 하여금 대통령에 대해 신뢰를 갖게 한다”며 “소통은 정책 추진에 있어 국민의 협력과 동의를 이끌어 내는 주요 기술”이라고 강조한다.     소통은 공감을 동반한다. 자신의 의견을 타인에게 전달해 상호간 공감대를 만드는 것은 정치인이 갖춰야 할 능력이다. 공감이 생겨야 신뢰도 구축된다. 오바마 대통령이 ‘오바마케어’ 보험을 관철시킨 것도 공화당 반대 의원들을 하나하나 설득해 소통에서 공감으로, 다시 신뢰로 이어지는 과정이었다.     경영학의 소통 연구 전문가인 앤클 루트라 박사는 “훌륭한 소통 기술은 리더가 가진 가치나 신념을 대중들이 쉽게 이해하고 협력할 수 있게 만든다”며 “지도자가 갖는 여러 자질 중에서 가장 으뜸인 것은 ‘소통’에서 나오는 리더십”이라고 말한다.     소통은 수평적 관계에서 가능하다. 수직적 관계의 소통은 명령이나 지시에 가깝다. 역대 한국의 대통령은 소통의 문제에서 많이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지만 결국은 ‘불통’으로 임기를 마감했다. 이제 다시 새 대통령에게서 ‘소통의 리더십’을 기대해 본다. 김완신 / 논설실장칼럼 20/20 리더십 소통 소통 부재 소통 국민들 소통 정치

2022-03-24

[문화 산책] 전업작가 부재의 한인사회

 “자투리 토막글 이제 그만 쓰고, 오래 남을 굵직한 작품 좀 쓰세요!”   존경하는 선배님으로부터 호된 꾸지람을 들었다. 드릴 말씀이 없고 죄송해서 고개만 푹 숙이고 한동안 벌을 섰다.   생각해보면 참 부끄러운 일이다. 내가 쓴 희곡이 극단에서 공연되면서 극작가라고 불리기 시작한 것이 1971년이니까, 올해로 글쟁이 50년인데 자신 있게 내놓을 글이 없다는 건 매우 부끄럽고 서글픈 일이다.   되돌아보니 나는 그동안 허름한 ‘문화잡화상’을 열고 ‘생계형 글쟁이’로 살아왔다. 글을 써서 지금까지 먹고 살았고, 가정을 건사하고 아이들을 키운 셈이다. 광고문안, 신문·잡지 기사, 칼럼부터 시나 소설 같은 문학작품, 공연대본, 미술책에 이르기까지 가리지 않고 그야말로 닥치는 대로 써서 여기저기에 부지런히 발표하며 살아왔다.   그렇게 세상에 내놓은 글들을 그냥 버리기 아까워서, 형편 되는 대로 책으로 발간하다 보니 이런저런 책을 25권 넘게 펴내게 되었고, 50편의 희곡을 공연하거나 연극잡지에 발표했다.   늘 원고마감에 쫓기느라 오래 남을 묵직한 작품을 쓸 뭉텅이 시간을 가질 겨를은 아예 없는 신세였다. 그러다 보니 딱히 내세워 자랑할 만한 책도 없고 대단한 화제작도 못 낸 허름한 글쟁이가 되고 말았다.     물론 이런 것이 다 구차스러운 핑계에 지나지 않는다는 걸 잘 안다. 결국은 내가 큰 글을 쓸 능력이 없고, 철저한 작가정신도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나는 과감하게 크고 웅장한 작품을 쓰는 동료문인들을 진심으로 존경한다.   멋진 작품을 쓰겠다는 꿈을 버린 것은 아니지만 이제는 좀 늦은 것 같다. 그나마 지금까지 쉬지 않고 꾸준히 글을 쓸 수 있었던 것을 감사하고 또 감사하고 행복하게 생각한다. 하늘이 주신 복이려니 여겨 허리 꺾어 절한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나만 그런 것이 아니고 우리 미주 한인사회의 거의 모든 예술가들이 이런 척박한 환경에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작품에만 전념할 수 있는 이른바 ‘전업작가’는 정말 몇 명 안 된다.   예술로는 생계를 해결할 수 없으니, 글쟁이가 햄버거를 굽고, 화가가 마켓을 지키고, 음악가가 페인트칠을 하고, 연극인이 목수를 하고, 미술평론가가 남의 집 잔디 깎으러 다니고… 그러면서 작품을 해왔고 지금도 하고 있다.   출산, 육아, 가사를 책임져야 하고, 돈벌이까지 해야 하는 여성 예술가들의 경우는 한층 더 열악하다. 결혼을 하면 ‘경력 단절’을 피할 길이 없다.   이 사람들이 먹고 사는 걱정 없이 예술에만 전념할 수 있다면 좋은 작품이 많이 나올 텐데… 라는 생각을 하면 서글퍼서 눈물이 날 지경이다. 물론 돈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될 수는 없겠지만….   스승 김희창 선생님의 말씀이 떠오른다.   “어느 사람 자체가 예술일 때, 그 사람의 생활 자체가 예술일 때 얼마나 좋겠습니까. 이것은 만들어 되는 것도 아니고 공부해 되는 것도 아니고 자신에서 우러나야 하는데, 그 위에 정신과 생활(먹고 사는 데)에 여유가 있어야 하니 얼마나 어렵습니까.”   그래서 가끔 엉뚱한 생각을 해본다. 미주 한인사회에도 이건희 회장 같은 안목 높은 후원자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르네상스 시대의 후원자 같은 화끈한 존재면 더 고맙고…. 내가 알기로는 우리 미주 한인사회에도 돈을 엄청 많이 번 진짜 부자가 적지 않다는데 길게 보면 부동산 투자보다 제대로 된 사람에게 투자하는 편이 훨씬 현명할 텐데….     하도 답답해서 해본 생계형 글쟁이의 푸념이다. 장소현 / 시인·극작가문화 산책 전업작가 한인사회 전업작가 부재 미주 한인사회 문학작품 공연대본

2021-11-25

“지금 LA는 불타는 로마”…“더럽고 범죄는 급증”

“지금 LA를 보면 로마가 불타는 것 같다.”   안토니오 비야라이고사 전 LA 시장이 에릭 가세티 현 LA 시장을 향해 작심 비판을 했다.  비야라이고사는 지난 17일 NBC4와 인터뷰에서 “나는 LA에서 태어났고 여기서 자랐다. 내 평생 LA에서만 살았는데 이 도시가 이토록 더럽고 범죄가 급증한 것을 본 적이 없다. 작년에 범죄가 39% 상승했다. 노숙자가 급증하는 것을 보라”라면서 “지금 이 도시는 확실한 리더십이 부족하다”고 일갈했다.     비야라이고사는 비단 가세티 시장만의 문제가 아니라 LA 시청 전체의 리더십 부재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LA를 보면 많은 사람에게 로마가 불타던 시절을 생각나게 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내가 2013년 시장직에서 떠났을 때 LA는 경제적으로 활황이었다”면서 “이제 특단의 조처를 내릴 때다. 인간적인 접근도 필요하지만 그래도 이제는 뭔가 조처를 해야 할 때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비야라이고사는 최근 LA 시장 선거를 앞두고 50년 지기 친구인 캐런 배스(민주) 연방하원 의원 지지를 표명했다.     그는 배스 후보를 두고 “현재 우리가 필요로 하는 리더”라며 “LA가 현재 직면하고 있는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인물”이라고 추켜세웠다.     마크 리들리-토머스 LA 10지구 시의원이 최근 부패 혐의로 기소된 것을 포함해 시의원들이 잇달아 뇌물 스캔들에 연루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그는 “40년 가까이 리들리-토머스와 알고 지냈다”면서 “그를 존중하지만 현재 시 정부는 신뢰를 크게 잃은 상태”라고 지적했다. 원용석 기자

2021-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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