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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어멘토 박평식의 여행 이야기] 지축을 흔드는 자연의 포효

지축을 흔드는 굉음이 들려온다. 진원지는 코끼리 떼의 발소리도, 사자들의 포효도 아니다. 바로 까마득한 절벽 아래로 떨어지는 폭포 소리다. 하마와 악어 떼가 평화롭게 노닐던 잠베지강이 통째로 수직 낙하하며 하늘에 선명한 무지개를 두둥실 띄어낸다. 그 사이 천 길 낭떠러지로 떨어졌던 거대한 물안개 기둥은 다시 수백 미터를 솟아올랐다가 물안개가 되어 부슬부슬 비를 뿌린다.   의료선교에 나섰던 영국의 리빙스턴 박사가 발견한 빅토리아 폭포는 짐바브웨와 잠비아 국경에 걸친 건조한 평원 숲속에 꼭꼭 숨어 있다. 현지어로 '모시오나 투냐(굉음을 내는 연기)'라 불리는 빅토리아 폭포는 익히 알려진 대로 세계 3대 폭포이자 유네스코 지정 세계자연유산이다.     빅토리아 폭포는 일단 스케일이 매머드급이다. 길이 1.7km, 최대 낙차 110m에 방류량이 초당 8000t에 육박하는, 지구상에서 가장 긴 빅토리아 폭포의 위용을 마주하면 저절로 탄성이 터져 나온다. 빅토리아 폭포에는 1번부터 16번까지 뷰 포인트가 있다. 폭포 좌측 끝, 데이비드 리빙스턴 동상을 시작으로 마지막 16번은 잠비아와 짐바브웨를 가로지르는 빅토리아 다리를 보는 곳이다.   또한 폭포가 걸린 협곡 맞은편 절벽을 따라 산책로가 조성돼 있다. 폭포가 잘 보이는 지점마다 각 폭포의 특징을 살려 '메인 폭포' '무지개 폭포' '악마의 폭포' 등의 이름을 붙여놓았다. 하얗게 부서지며 솟아오른 물안개는 방향을 가늠할 수 없는 돌풍을 타고 이리저리 날아다니며 안개비와 폭우로 변해 기어코 비옷을 걸치게 한다. 소나기라도 만난 사람처럼 흠뻑 젖어도 아무도 개의치 않는다. 이에 화답하듯 빅토리아 폭포는 손을 뻗으면 닿을 것 같은 곳에 탐스러운 무지개를 선물한다. 메인 폭포 상류의 섬은 리빙스턴 아일랜드다. 카누를 타고 잠베지강을 따라 내려가던 리빙스턴이 폭포를 발견하고 급히 섬으로 피했다고 해서 그의 이름을 땄다. 이어지는 '말밥굽 폭포'와 '무지개 폭포'를 지나면 '안락의자 폭포'와 마지막 폭포인 '이스턴 폭포'가 차례로 이어진다.   짐바브웨와 잠비아의 국경 협곡에 아슬아슬하게 걸린 리빙스턴 다리(빅토리아 다리)는 유명한 번지점프 명소다. 폭포수가 천둥소리를 내며 회오리치는 협곡을 향해 몸을 던져 8초가량 자유낙하하는 사람들은 바라보기만 해도 아찔하다.   이처럼 빅토리아 폭포는 잠비아와 짐바브웨, 두 나라에 걸쳐 흐르는 만큼 양쪽에서 모두 감상해야 한다. 짐바브웨에서는 빅토리아 폭포의 정면이 보이지만 리빙스턴 다리 건너편 잠비아에선 드라마틱한 폭포의 측면 비경을 감상할 수 있다. 최근 전북대 명예교수가 아프리카 여행에서의 회고를 담은 책을 펴냈다. 그 책 제목을 소개하며 이 글을 마칠까 한다. '아프기 전 아프리카'. 박평식 / US아주투어 대표·동아대 겸임교수투어멘토 박평식의 여행 이야기 지축 자연 빅토리아 폭포 폭포 무지개 무지개 폭포

2024-11-21

[우리말 바루기] 탈락해야 하는 ‘ㄹ’

‘ㄹ’은 자음 가운데 입이 가장 크게 벌어진다. 혀끝을 튕기듯 윗잇몸에 살짝 댔다가 뗄 때 나는 소리다. ‘물, 불, 달’. 받침일 때는 혀끝을 입천장에 대고 혀 양옆으로 공기를 흘려보내야 한다. 자음이지만 모음 같은 성질도 있다.   그래서일까. ‘ㄹ’은 쉽게 자리를 비운다. ‘ㄴ’으로 시작되는 어미를 만날 때는 무조건 탈락한다. ‘놀다/ 노는’ ‘졸다/ 조는’ ‘달다/단’ ‘멀다/먼’처럼 된다. ‘날다’도 자연스레 ‘ㄹ’이 탈락해 ‘나는’이 된다.   그렇지만 ‘날으는 새’ ‘하늘을 날으는 자동차’ 같은 잘못된 표현도 흔하다. ‘놀다’ ‘졸다’ 등에선 안 그러는데, ‘날다’에선 ‘-으는’을 붙이려고 한다.     ‘무지개, 무좀, 무자리, 무자맥질’. 이 말들에서도 ‘ㄹ’이 탈락했다. 여기서 ‘무’는 모두 ‘물’이었다. ‘ㄹ’은 ‘ㅈ’ 앞에서도 조금 자취를 감춘다. 대부분 “울지 마라”라고 말하지만, 노랫말에서는 ‘우지 마라’도 보인다.   ‘멀지 않다’라는 말에서는 ‘ㄹ’이 탈락하면서 ‘머지않다’라는 낱말이 생겨났다. ‘멀지 않다’가 시간과 공간에 다 쓰인다면 ‘머지않다’는 시간과 관계된 맥락일 때만 온다.   ‘ㄹ’로 끝나는 말은 명사형을 만들 때 ‘ㅁ’을 붙인다. 모음으로 끝나는 말과 같다. ‘놀다/놂’ ‘졸다/졺’ ‘달다/닮’ ‘멀다/멂’이다. 이때 ‘ㄹ’은 적기는 하지만 발음하지 않는다. 우리말 바루기 탈락 무지개 무좀 자음 가운데

2024-09-22

'성소수자 깃발' 피살, 반폭력 요구 높아져

동성애를 상징하는 무지개 깃발을 업소 앞에 내걸었다는 이유로 60대 여성 업주가 총격을 받고 사망하자 전국의 동성애 옹호 단체들과 유명인들이 반폭력의 목소리를 높히고 있다.     〈본지 8월 22일 A-4면〉     샌버니디노 카운티 셰리프에 따르면 레이크 에로우헤드 인근인 시더 글랜에 위치한 옷가게 ‘맥파이(Mag.Pi)’ 주인인 올해 66세의 로라 앤 칼턴은 18일 자신의 업소에서 총격범에 의해 살해됐다.     패서디나 아트센터를 졸업한 칼턴은 패션 디자이너로 유명하고 스타들의 옷을 코디한 경력을 갖고 있으며 9명의 자녀를 두고 있다. 범인 트래비스 이케구치(27)는 셰리프 요원들의 추적 끝에 경관들의 총에 맞아 사망했다.     셰리프에 따르면 범인은 평소 강한 반동성애 감정을 갖고 있었으며, 경찰 등 사법기관에 대한 불만도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칼턴의 무고한 희생 소식이 알려지자 지역 내에 그를 알거나 지지해온 많은 이들이 꽃과 무지개 깃발을 업소 앞에 놓으며 추모했으며, SNS 등에서도 수만여 건의 메시지와 사진이 게재되는 등 애도의 물결이 일고 있다.   특히 칼튼은 자신이 동성애자가 아니었지만 옹호활동을 했으며 지역사회가 어려움에 있을 때에도 발벗고 나섰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안타까움을 더했다.     자신은 동성애자가 아니라고 밝힌 한 여성은 페이스북 메시지를 통해 “칼튼은 평소 균등과 사랑, 정의를 말하려고 노력했는데 이런 사람들을 이렇게 무차별 공격하는 일이 발생하다니, 무서운 세상이 아닐 수 없다”며 “가족 모두가 충격과 슬픔에 있을 것을 생각하니 먹먹하다”고 적었다.     동성애 옹호 단체의 한 대표는 “이런 어처구니 없는 일이 동성애자에 대한 공격의 한 부분에 불과할 정도로 엄청난 압박과 범행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 바로 오늘의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개빈 뉴섬 가주 주지사를 시작으로 영화배우 제이미 리 커티스 등 유명 연예인들이 칼턴의 사망에 애도를 표시하는 한편 지인들이 대규모 추모 행사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인성 기자 ichoi@koreadaily.com성소수자 반폭력 성소수자 깃발 반폭력 요구 무지개 깃발

2023-08-22

알록달록 사탕 모양 ‘무지개 펜타닐’ 주의보

알록달록한 사탕처럼 생긴 마약성 진통제 ‘펜타닐(사진)’이 젊은 층뿐 아니라 어린이까지 유혹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마약단속국(DEA)이 최근 경고했다.   CBS 방송에 따르면 앤 밀그럼 DEA 국장은 성명을 통해 “이른바 ‘무지개 펜타닐’이 지난달에만 18개 주에서 단속에 적발됐다”며 관련 주의보를 발령했다.   문제의 펜타닐은 밝고 화려한 색상을 띠고 있다. 알약, 가루뿐 아니라 분필 등 형태도 다양하다고 한다. DEA는 이런 마약이 만들어지는 이유에 대해 “마약상들이 젊은 성인이나 아동을 마약 중독으로 끌어들이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암환자용 진통제로 개발된 마약성 진통제 펜타닐은 효능이 헤로인보다 50배, 모르핀보다 100배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만큼 독성·중독성이 강해 과다복용으로 인한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펜타닐 과다복용 사망자는 지난해에만 10만7000명에 달했다.   최근 미국에는 멕시코를 통해 펜타닐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고 밀그럼국장은 경고했다. 당국은 멕시코 카르텔 2곳이 중국에서 원료를 수입, 마약을 제조해 미국으로 밀반입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앞서 7월 멕시코 중서부 도시 쿨리아칸의 한 창고에서는 펜타닐 알약이 한 번에 500㎏이나 단속에 적발되기도 했다. CBS는 당시 시세로 2억3000만 달러어치에 달하는 양이었다고 전했다.무지개 펜타닐 무지개 펜타닐 펜타닐 과다복용 펜타닐 알약

2022-08-31

[별별영어] 애플(apple)

지난 15일은 스승의 날이었습니다. 미국에는 기념일 대신 선생님께 사과를 드리는 풍속이 있어요. 개척시대에 선생님의 생계를 돕던 데서 시작되었다는데 지금은 거의 사라졌지만 선생님을 위한 카드나 컵에는 여전히 사과 문양이 들어가지요.   왜 하필 사과일까요? 성경에 나온 ‘금지된 과일(the forbidden fruit)’이 사과라고 믿기 때문이에요. 선악과가 과연 사과였는지는 알 길이 없지만, 그렇게 인식되면서 사과에 양면성이 생겼습니다.   긍정적으로는 인간이 자신의 위치를 깨닫고 분별력을 갖게 했다는 점에서 지혜와 연결됩니다. 바로 선생님의 사과로 배움과 교육을 상징하지요. 게다가 뉴턴이 중력의 원리를 깨닫는 데 사과가 등장해서 이 측면이 강해집니다.   부정적으로는 인간이 몰래 신의 뜻을 거스르게 한 유혹을 상징해요. 남자 목에 튀어나온 후두연골 부분을 ‘아담의 사과(Adam’s apple)’라고 부르는 것도 그 흔적이라는 뜻입니다.   사과는 건강에 이롭지만 죽음의 유혹이기도 해요. “매일 사과를 먹으면 의사를 멀리할 수 있다(An apple a day keeps the doctor away)”는 미국 속담이 있지요. 이때 ‘an’과 ‘a’로 굳이 하나라는 수를 표현하고 마을에 의사가 한 분 있던 시대라서 ‘the’를 사용해 서로 아는 바로 그 의사라고 나타낸 점이 흥미롭습니다. 한편 백설 공주를 죽일 뻔한 독이 든 사과와 앨런 튜링이 삼킨 사과는 죽음의 매개체죠. 컴퓨터의 아버지 튜링은 당시 영국서 불법이던 동성애로 화학적 거세를 받은 뒤 독을 주입한 사과를 먹고 자살했어요.   요즘은 사과하면 스티브 잡스가 세운 아이폰과 맥북 만드는 회사가 떠오르죠? 애플이라는 회사명은 짐작과 달리 튜링과 관련이 없답니다. 한 입 베어 먹은 무지개 사과 로고는 체리 같은 과일과 헷갈리지 않게 한 디자인 장치라네요. 다만 영어로 ‘한 입(bite)’과 ‘컴퓨터 메모리의 단위 바이트 (byte)’가 동음어라 재미있어요.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올지라도 나는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말도 있죠. 스피노자 혹은 루터가 거론되지만 누가 한 말인지는 분명치 않다고 해요. 여기서 사과의 긍정적인 의미는 더 깊어집니다.   가정의 달 5월에 어린이날, 어버이날에 이어 스승의 날이 있다는 것은 우리 문화의 특별한 점 같습니다. 훌륭한 선생님을 만나는 것은 가족만큼 큰 인연이며 삶에 전환점이 된다는 의미겠지요. 여러분의 기억에 남은 고마운 선생님은 누구신가요? 채서영 / 서강대 영문학과 교수별별영어 애플 apple 무지개 사과 사과 문양 컴퓨터 메모리

2022-05-18

[열린 광장] 스승에게 ‘애플’을 선물하는 이유

미국에는 기념일 대신 선생님께 사과를 드리는 풍속이 있습니다. 개척시대에 선생님의 생계를 돕던 데서 시작되었다는데 지금은 거의 사라졌지만 선생님을 위한 카드나 컵에는 여전히 사과 문양이 들어가지요.   왜 하필 사과일까요? 성경에 나온 ‘금지된 과일(the forbidden fruit)’이 사과라고 믿기 때문이에요. 선악과가 과연 사과였는지는 알 길이 없지만, 그렇게 인식되면서 사과에 양면성이 생겼습니다.   긍정적으로는 인간이 자신의 위치를 깨닫고 분별력을 갖게 했다는 점에서 지혜와 연결됩니다. 바로 선생님의 사과로 배움과 교육을 상징하지요. 게다가 뉴턴이 중력의 원리를 깨닫는 데 사과가 등장해서 이 측면이 강해집니다.   부정적으로는 인간이 몰래 신의 뜻을 거스르게 한 유혹을 상징해요. 남자 목에 튀어나온 후두연골 부분을 ‘아담의 사과(Adam’s apple)’라고 부르는 것도 그 흔적이라는 뜻입니다.   사과는 건강에 이롭지만 죽음의 유혹이기도 해요. “매일 사과를 먹으면 의사를 멀리할 수 있다(An apple a day keeps the doctor away)”는 미국 속담이 있지요. 이때 ‘an’과 ‘a’로 굳이 하나라는 수를 표현하고 마을에 의사가 한 분 있던 시대라서 ‘the’를 사용해 서로 아는 바로 그 의사라고 나타낸 점이 흥미롭습니다.     한편 백설 공주를 죽일 뻔한 독이 든 사과와 앨런 튜링이 삼킨 사과는 죽음의 매개체죠. 컴퓨터의 아버지 튜링은 당시 영국서 불법이던 동성애로 화학적 거세를 받은 뒤 독을 주입한 사과를 먹고 자살했어요.   요즘은 사과하면 스티브 잡스가 세운 아이폰과 맥북 만드는 회사가 떠오르죠? 애플이라는 회사명은 짐작과 달리 튜링과 관련이 없답니다. 한 입 베어 먹은 무지개 사과 로고는 체리 같은 과일과 헷갈리지 않게 한 디자인 장치라네요. 다만 영어로 ‘한 입(bite)’과 ‘컴퓨터 메모리의 단위 바이트 (byte)’가 동음어라 재미있어요.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올지라도 나는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말도 있죠. 스피노자 혹은 루터가 거론되지만 누가 한 말인지는 분명치 않다고 해요. 여기서 사과의 긍정적인 의미는 더 깊어집니다.   가정의 달 5월에 어린이날, 어버이날에 이어 스승의 날이 있다는 것은 우리 문화의 특별한 점 같습니다. 훌륭한 선생님을 만나는 것은 가족만큼 큰 인연이며 삶에 전환점이 된다는 의미겠지요. 여러분의 기억에 남은 고마운 선생님은 누구신가요?  채서영 / 서강대 영문학과 교수열린 광장 애플 스승 무지개 사과 사과 문양 컴퓨터 메모리

2022-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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