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별영어] 애플(apple)
지난 15일은 스승의 날이었습니다. 미국에는 기념일 대신 선생님께 사과를 드리는 풍속이 있어요. 개척시대에 선생님의 생계를 돕던 데서 시작되었다는데 지금은 거의 사라졌지만 선생님을 위한 카드나 컵에는 여전히 사과 문양이 들어가지요.왜 하필 사과일까요? 성경에 나온 ‘금지된 과일(the forbidden fruit)’이 사과라고 믿기 때문이에요. 선악과가 과연 사과였는지는 알 길이 없지만, 그렇게 인식되면서 사과에 양면성이 생겼습니다.
긍정적으로는 인간이 자신의 위치를 깨닫고 분별력을 갖게 했다는 점에서 지혜와 연결됩니다. 바로 선생님의 사과로 배움과 교육을 상징하지요. 게다가 뉴턴이 중력의 원리를 깨닫는 데 사과가 등장해서 이 측면이 강해집니다.
부정적으로는 인간이 몰래 신의 뜻을 거스르게 한 유혹을 상징해요. 남자 목에 튀어나온 후두연골 부분을 ‘아담의 사과(Adam’s apple)’라고 부르는 것도 그 흔적이라는 뜻입니다.
사과는 건강에 이롭지만 죽음의 유혹이기도 해요. “매일 사과를 먹으면 의사를 멀리할 수 있다(An apple a day keeps the doctor away)”는 미국 속담이 있지요. 이때 ‘an’과 ‘a’로 굳이 하나라는 수를 표현하고 마을에 의사가 한 분 있던 시대라서 ‘the’를 사용해 서로 아는 바로 그 의사라고 나타낸 점이 흥미롭습니다. 한편 백설 공주를 죽일 뻔한 독이 든 사과와 앨런 튜링이 삼킨 사과는 죽음의 매개체죠. 컴퓨터의 아버지 튜링은 당시 영국서 불법이던 동성애로 화학적 거세를 받은 뒤 독을 주입한 사과를 먹고 자살했어요.
요즘은 사과하면 스티브 잡스가 세운 아이폰과 맥북 만드는 회사가 떠오르죠? 애플이라는 회사명은 짐작과 달리 튜링과 관련이 없답니다. 한 입 베어 먹은 무지개 사과 로고는 체리 같은 과일과 헷갈리지 않게 한 디자인 장치라네요. 다만 영어로 ‘한 입(bite)’과 ‘컴퓨터 메모리의 단위 바이트 (byte)’가 동음어라 재미있어요.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올지라도 나는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말도 있죠. 스피노자 혹은 루터가 거론되지만 누가 한 말인지는 분명치 않다고 해요. 여기서 사과의 긍정적인 의미는 더 깊어집니다.
가정의 달 5월에 어린이날, 어버이날에 이어 스승의 날이 있다는 것은 우리 문화의 특별한 점 같습니다. 훌륭한 선생님을 만나는 것은 가족만큼 큰 인연이며 삶에 전환점이 된다는 의미겠지요. 여러분의 기억에 남은 고마운 선생님은 누구신가요?
채서영 / 서강대 영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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