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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영의 바람으로 떠나는 숲 이야기] 신비한 기운 넘치는 예술가 마을, 세도나(Sedona)

애리조나 주 수도 피닉스에서 북쪽으로 120마일의 거리에 예술가의 마을이라 불리는, 예쁜 도시 세도나가 위치해 있다. 애리조나주의 콜로라도 고원지대와 모하비 사막, 소노란 사막이 교차하는 곳에 붉은 사암들이 깎아지른 절벽처럼, 중세 시대의 성처럼, 혹은 수많은 생명체들이 엉켜있는 모습으로 첨탑같이 서있는 모습이 신비하다 못해 장엄하다.   이 도시 중앙에 오크크릭(Oak Creek)이라 부르는 개울을 따라 이어진 약 16마일 길이의 오크크릭 캐년 로드는 미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 중 한곳으로 뽑히고 있으며, 캠핑과 송어낚시, 그리고 물놀이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특히 이곳은 볼텍스 에너지(vortex energy)라는 거대하고 강력한 신비의 에너지가 도시 몇 곳에 회오리처럼 모여 있다고 해 많은 이들이 하이킹, 산악자전거 타기를 비롯해 다양한 기체험 프로그램 참가를 위해 몰려든다.   1902년까지만 해도 이곳은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200여 명의 주민들이 모여 사는 마을이었다. 붉은 바위산과 폰데로사 소나무와 주니퍼라고 부르는 향나무, 오크트리 등이 신비로운 모습의 바위들과 함께 어울려 있어 할리우드의 영화 촬영 장소로 사람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많은 관광객 들이 찾기 시작했다. 그 후 수많은 예술가들이 삶의 터전을 이곳으로 옮겨 그들의 작품들을 만날 수 있게 됐다.     세도나 중심가를 끼고 도로 양옆에 들어선 작고 큰 상점을 둘러보기만 해도 하루 해가 언제 떨어지는지 모를 정도로 지역 예술가들의 작품이 관광객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세도나에서 가볼만한 곳을 소개한다.     ▶벨락(Bell Rock Trail): 세도나 지역에서 기가 많이 모여 있다는 종모양을 닮은 바위산의 1.1마일의 황톳길을 걸어가면  숲 향, 햇살, 바람, 새들의 지저귐 등으로 잊고 있던 감성의 문을 열게 한다.   ▶슬라이드락 주립공원 (Slide Rock State Park): 오크크릭 캐년의 개울이 있는 주립공원으로 물놀이와 산책을 즐기기 위해 찾는 곳이다. 원래는 사과 과수원이었던 곳인데, 공원을 감싸고 있는 붉고 흰 사암 산들의 모습이 경이롭다.   ▶에어포트 메사 (Airport Mesa): 세도나 시를 안고 있는 붉은 산들과 조화를 이루고 있는 이곳은 세도나 시를 조망할 수 있는 곳으로 특히 해 뜨는 시간과 지는 시간에는 감동으로 다가오는 장소다. 근처 있는 세도나 시와 레드락 캐년 쪽을 바라볼 수 있는 에어포트 메사 볼텍스(Airport Mesa Vortex) 포인트를 적극 추천한다.   ▶가는 길: LA에서 애리조나주 피닉스까지 항공편을 이용하는 것이 편리하다. 공항에서 자동차를 렌트해서 17번 프리웨이 북쪽으로 약 100마일 정도 달리다 179번 하이웨이로 갈아탄 뒤 15마일 정도 달리면 만나게 되는 89A 하이웨이부터가 세도나 시다.  정호영 / 삼호관광 가이드정호영의 바람으로 떠나는 숲 이야기 예술가 마을 예술가 마을 지역 예술가들 애리조나주 피닉스

2023-11-02

작은 해변 마을에서 고즈넉한 평화를 만나다

아직 한낮 기온은 여전히 여름이지만 햇살의 느낌은 온도와 상관없이 가을의 문턱에 들어섰음을 느끼게 해준다.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계절이 돌아왔다. 이럴 땐 로드 트립이 제격인데 너무 짧지도 그렇다고 너무 멀지도 않은 곳으로 차를 몰아보고 싶다면 중가주 몬터레이 베이만한 곳이 없다. LA에서 차로 5~6시간 운전하면 도착하는 이곳은 남가주 해안과는 또다른 고즈넉한 멋을 자랑하는, 그래서 조금은 이국적인 느낌마저 자아내는 해안 마을. 또 스페인 식민시대의 흔적을 간직한 유서 깊은 건축물과 박물관 등 역사적 명소도 많아 할거리도 볼거리도 많아 머무는 동안 심심할 틈이 없다. 게다가 신선한 해산물과 농산물, 와이너리까지 인접해 있어 미식의 도시로도 유명하다.      ▶뭘 하며 놀까   몬터레이 베이는 소도시지만 즐길 거리가 많다. 다운타운 최고 번화가는 20세기 초 정어리 통조림 공장이 번성했던 캐너리 로우(Cannery Row)인데 해변을 끼고 형성된 이곳은 미국을 대표하는 문호 존 스타인벡의 동명 소설 '캐너리 로우'의 배경이 된 곳이기도 하다. 현재는 식당, 부티크, 상점 등이 밀집해 있어 관광객들로 늘 활기가 넘쳐난다. 캐너리 로우에 위치한 아쿠아리움 역시 방문해 볼 만하다. 해달, 해파리, 상어 등 다양한 해양 생물을 관람할 수 있는 이곳에선 다양한 전시도 관람할 수 있는데 현재는 심해 생물 관련 전시가 진행되고 있다. 만약 박물관과 역사에 관심이 많다면 존 스타인벡 하우스(John Steinbeck House)와 박물관(Monterey Museum of Art)도 방문해 볼만하다. 그리고 몬터레이 베이에서 차로 10~15분가량 떨어진 카멜(Carmel)에서 반나절 또는 한나절을 보내는 것도 좋겠다. 중가주의 대표적 부촌인 카멜은 아름다운 자연 경관과 해안으로 관광객에게도 사랑받는 휴양 도시. 그래서 이 작은 마을에 고급 호텔들과 고급 식당들이 즐비해 즐길 거리와 먹거리도 넘쳐난다. 또 포인트 로보스 주립보호구역(Point Lobos State Natural Reserve)이나 가랜드 랜치 파크(Garland Ranch Regional Park) 등에서 하이킹을 즐길 수 있으며 해안에서는 카약도 즐길 수 있다.     ▶17마일 드라이브     몬터레이 베이 여행의 백미는 뭐니 뭐니 해도 17마일 드라이브(17-Mile Drive)로 몬터레이 베이의 그림 같은 해안선을 제대로 느껴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17마일 드라이브는 몬터레이 게이트(Gate of Monterey)에서 시작하면 되는데 이곳 입장료는 차량 당 11.25달러이며 드라이 브 시간은 대략 2시간 정도 소요되지만 드라이브 중간중간 명소에 들러 구경하고 식사도 하다 보면 반나절은 족히 걸린다. 17마일 드라이브의 백미는 바로 페블 비치(Pebble Beach)인데 골퍼들의 성지 페블 비치 골프 코스를 품고 있는 페블비치 리조트에 들리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 이곳에선 리조트를 구경하는 것만으로 좋고 파인 다이닝과 쇼핑할 곳도 많다. 이외에도 퍼시픽 그로브, 헤른스 넥(Hearn's Neck), 스패니쉬 베이(Spanish Bay), 론 사이프러스(Lone Cypress), 버드락(Bird Rock) 등도 들러볼 만한 명소다. 만약 보다 더 색다른 경험을 원한다면 17마일 드라이브를 자동차가 아닌 자전거로 누벼보는 것도 좋겠다. 자전거는 매드독앤드잉글리시맨(maddogsandenglishmen.com)에서 대여할 수 있는데 일반 자전거 외에도 전기자전거도 대여할 수 있다.     ▶뭘 먹을까   몬터레이는 해안을 끼고 있어 신선한 해산물과 서부 농업의 중심지인 중가주에 위치하고 있어 신선한 농산물로 미식의 도시로 유명하다. 따라서 이곳을 방문했다면 맛집 순례는 필수. 신선한 해산물 요리를 맛보고 싶다면 몬터레이 베이 해산물 맛집 피시 하우스(Fish House Monterey)를 꼭 방문해야 한다. 이곳에선 랍스터, 연어, 오징어 요리가 유명한데 여기에 멋진 오션뷰는 덤이다. 또 블루 애비 레스토랑(Blue Aby Restaurant), 블랙 포 인트 그릴(Black Point Grill)에서도 오션뷰를 감상하며 맛있는 해산물 요리를 즐길 수 있다. 이외에도 밤바리나 트라토리아(Bambalina Trattoria)에서는 이탈리안 요리를, 캐너리 로우 브루잉 컴퍼니(Cannery Row Brewing Company)나 알바라도 스트리트 브루어리(Alvarado Street Brewery & Grill)에서는 수제 맥주와 스테이크, 피자, 버거 등 펍음식을 맛볼 수 있다.   사진=SeeMonterey.com 제공 이주현 객원기자해변 마을 해안 마을 스타인벡 하우스 남가주 해안

2023-10-05

[우리말 바루기] ‘지’를 띄어 썼다면?

 띄어쓰기는 맞춤법 57개 항 중 10개 항을 차지할 정도로 방대하고 예외도 많다. ‘지’도 혼란을 겪는 띄어쓰기 중 하나다.   우리말의 어미, 접사, 조사는 항상 앞말과 붙여 쓰고 의존명사는 띄어 쓴다. ‘지’는 어미와 의존명사의 형태가 같은 예다. ‘지’가 어미일 때는 앞말과 붙이고 의존명사일 때는 띄어야 한다.   “새로 들어온 직원이 얼마나 유능한 지 아직 잘 모르겠다” “기상 악화로 비행기가 제시간에 도착할 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와 같이 사용해선 안 된다. 이때의 ‘지’는 의존명사가 아니다. ‘-ㄴ지’ ‘-ㄹ지’의 형태로 쓰인 어미이므로 앞말과 붙여야 한다. “얼마나 유능한지” “제시간에 도착할지”로 붙여야 바르다.   띄어쓰기가 헷갈릴 때는 추측·의문을 나타내는 비슷한 형태의 어미로 바꿔 보면 명확해진다. “얼마나 유능한지”를 “얼마나 유능한가”로, “제시간에 도착할지”를 “제시간에 도착할까”로 바꿔도 무리가 없다. ‘-ㄴ지’를 ‘-ㄴ가’로, ‘-ㄹ지’를 ‘-ㄹ까’로 바꿔 의미가 통하면 기능이 같은 어미라고 생각하고 붙이면 된다.   “읽은 지 꽤 오래된 책인데도 문득문득 떠오르는 장면이 있다” “마을 어귀에서 출발한 지 얼마 안 돼 영화 속 장소에 도착했다” “우리가 만난 지 벌써 100일째다”의 경우는 어떨까? 이때의 ‘지’는 어떤 일이 있었던 때로부터 지금까지의 동안을 나타내는 의존명사이므로 ‘읽은 지’ ‘출발한 지’ ‘만난 지’로 띄어 쓰는 게 바르다. ‘지’는 시간의 경과를 나타낼 때만 의존명사이므로 띄어 쓰고 그 외에는 붙이면 된다고 생각하면 쉽다.우리말 바루기 마을 어귀 기상 악화 어미 접사

2023-08-29

24년 전 미네소타 설립 '한국어 마을' 방문

LA한국문화원은 오는 8~9일 미네소타주 콘코디아 언어마을 내 한국어 마을인 '숲속의 호수'에서 '찾아가는 K-컬처' 행사를 연다고 4일 밝혔다.   콘코디아 언어 마을(Concordia Language Villages)은 1961년 미네소타주 베미지 지역에 설립된 비영리 외국어 교육기관으로, 한국어를 비롯해 14개의 외국어 프로그램을 캠프 형태로 운영한다.   한국어 마을인 '숲속의 호수'는 1999년 개설됐으며, 매년 미 전역에서 100명이 넘는 현지인들이 참가해 태권도, 미술, 음악, 요리, 연극, 노래 등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자연스럽게 익힌다. 개설 이래 지금까지 수강생은 3000여 명에 달한다.   현재 스탠퍼드대학교 동아시아 언어.문화학과 교수인 대프나 주어 교수가 촌장을 맡아 한국어 마을 캠프를 총괄하고 있다.   캠프 운영 초반에는 빈자리도 많았지만, 한류 열풍이 불면서 지금은 "숲속의 호수 등록이 BTS 콘서트 티켓을 사는 것만큼 어렵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인기가 많다고 LA한국문화원은 전했다.   LA한국문화원은 이번 캠프에서 전통미술(한지공예.민화) 체험과 케이팝(K-Pop) 댄스 워크숍, 전통 다례 체험 등을 진행한다.   정상원 LA한국문화원장은 "올해부터 새로 운영하는 '찾아가는 K-컬처' 프로그램은 미 현지인들이 한국 전통문화의 우수성과 매력에 흠뻑 빠질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미네소타 한국어 한국어 마을 미네소타 설립 마을 방문

2023-07-04

[이 아침에] 사람이 그리웠다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일, 이런 상황이 아닐까?   “한 여인이 먼 외딴 섬에서 혼자 살았다. 어느 날 육지 사람들이 나타났다. 그들의 말을 알아들을 수는 없지만, 그들이 자기를 데리러 왔다는 사실은 알았다.  18년 전 온 마을 사람들도 그렇게 육지로 떠났다. 그 여인은 떠나간 그들을 만나 자기들의 언어로 수다를 떨 희망을 안고 섬을 나섰다. 그러나 그녀가 도착한 육지 마을에는 그녀의 ‘사람’들은 하나도 없었다. 그사이 모두 죽은 것이었다. 그녀는 자기 종족의 마지막 생존자, 그 종족 언어로 말할 수 있는 유일한 인간.”     실제 있었던 일이다. 남가주 해안에서 그리 멀지 않은 섬들이 있다. 산타바버러에서 70마일쯤 떨어진 산니콜라스 섬도 그중 하나다. 그 섬에는 약 1만 년 전부터 사람이 살고 있었다. 척박한 섬이었지만 100여명의 주민들이 먹고 살만 했다. 그들은 주변 다른 섬에 사는 추마시(Chumash)족과는 다른 언어를 쓰고 있었다.     18세기 후반부터 스페인이 캘리포니아에 진출하기 시작, 남쪽 샌디에이고부터 북쪽 샌프란시스코까지 21개의 미션(mission)을 지었다. 미션이란 가톨릭 성당과 병영을 겸한 식민지 경영의 전초 기지. 미션 근처의 원주민들을 집단 수용, 그들에게 개종과 노역을 강요하였다. 1821년 멕시코가 독립하면서 지원이 끊겨 미션들이 쇠락하기 시작했지만 19세기 후반까지도 미션은 백인들이 건설한 도시의 중심 역할을 했다.     19세기 초 태평양 해안 근처의 섬에 사는 원주민들을 육지로 데려와 미션에 수용시킨다. 1835년 산니콜라스 섬에 살던 사람들도 육지로 소개된다. 섬 전체의 주민 60여명을 배에 태우고 섬을 출발, 배가 섬에서 멀어지는 순간 한 여인이 배에서 뛰어내려 섬으로 돌아간다. 아이를 두고 온 것이었다. 배를 되돌릴 수 없는 상황, 그 여인은 그렇게 버려진다.   1853년, 그 섬에 바다 수달을 잡으러 들어갔던 백인들이 그녀를 발견해 육지로 데려온다. 아이는 죽었고, 그녀는 혼자였다. 그녀는 백인들과 같이 갔던 다른 원주민들의 말을 전혀 알아듣지 못하고 다른 원주민들도 그녀의 말을 한마디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래도 그녀는 수다를 떤다. 18년 동안 가두어져 있던 말의 둑이 터진 것처럼.     그녀의 출현은 당시 큰 뉴스거리였다. 그녀를 보러 많은 사람이 모여들었다. 그녀는 그들을 위해 자신이 입었던 나뭇잎 스커트를 입고 노래를 하며 춤을 추었다. 그리고 어린아이들에게 그녀가 가져온 조개껍데기도 주고 아무도 알아듣지 못하는 말로 즐겁게 떠들었다. 새로운 세계에 대한 호기심과 희망에 가득 차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육지에 온 지 7주 만에 숨졌다. 혼자서 18년 동안 살아온 그녀, 희망이 없어지자 세상을 떠났다. 그녀의 희망은 그녀의 ‘사람’들을 만나 자기들의 언어로 말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희망이 사라진 것을 깨달았다. 그녀에게 ‘사람’이란 같은 종족의 같은 말을 하는 사람, 그런데 그런 사람은 모두 죽었다.   그녀는 숨지기 직전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세례를 받았고, 후아나 마리아라는 이름으로 가톨릭 묘지에 묻혔다. 그녀의 이야기는 ‘산니콜라스 섬의 외로운 여인 (Lonesome Woman of San Nicholas Island)’이라는 제목의 낭만적 생존 소설로 미국의 청소년들에게 전해지고 있다. 김지영 / 변호사이 아침에 육지 마을 미션 근처 종족 언어

2023-04-23

[이 아침에] 사람이 그리웠다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일, 이런 상황이 아닐까?   “한 여인이 먼 외딴 섬에서 혼자 살았다. 어느 날 육지 사람들이 나타났다. 그들의 말을 알아들을 수는 없지만, 그들이 자기를 데리러 왔다는 사실은 알았다.  18년 전 온 마을 사람들도 그렇게 육지로 떠났다. 그 여인은 떠나간 그들을 만나 자기들의 언어로 수다를 떨 희망을 안고 섬을 나섰다. 그러나 그녀가 도착한 육지 마을에는 그녀의 ‘사람’들은 하나도 없었다. 그사이 모두 죽은 것이었다. 그녀는 자기 종족의 마지막 생존자, 그 종족 언어로 말할 수 있는 유일한 인간.”     실제 있었던 일이다. 남가주 해안에서 그리 멀지 않은 섬들이 있다. 산타바버러에서 70마일쯤 떨어진 산니콜라스 섬도 그중 하나다. 그 섬에는 약 1만 년 전부터 사람이 살고 있었다. 척박한 섬이었지만 100여명의 주민들이 먹고 살만 했다. 그들은 주변 다른 섬에 사는 추마시(Chumash)족과는 다른 언어를 쓰고 있었다.     18세기 후반부터 스페인이 캘리포니아에 진출하기 시작, 남쪽 샌디에이고부터 북쪽 샌프란시스코까지 21개의 미션(mission)을 지었다. 미션이란 가톨릭 성당과 병영을 겸한 식민지 경영의 전초 기지. 미션 근처의 원주민들을 집단 수용, 그들에게 개종과 노역을 강요하였다. 1821년 멕시코가 독립하면서 지원이 끊겨 미션들이 쇠락하기 시작했지만 19세기 후반까지도 미션은 백인들이 건설한 도시의 중심 역할을 했다.     19세기 초 태평양 해안 근처의 섬에 사는 원주민들을 육지로 데려와 미션에 수용시킨다. 1835년 산니콜라스 섬에 살던 사람들도 육지로 소개된다. 섬 전체의 주민 60여명을 배에 태우고 섬을 출발, 배가 섬에서 멀어지는 순간 한 여인이 배에서 뛰어내려 섬으로 돌아간다. 아이를 두고 온 것이었다. 배를 되돌릴 수 없는 상황, 그 여인은 그렇게 버려진다.   1853년, 그 섬에 바다 수달을 잡으러 들어갔던 백인들이 그녀를 발견해 육지로 데려온다. 아이는 죽었고, 그녀는 혼자였다. 그녀는 백인들과 같이 갔던 다른 원주민들의 말을 전혀 알아듣지 못하고 다른 원주민들도 그녀의 말을 한마디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래도 그녀는 수다를 떤다. 18년 동안 가두어져 있던 말의 둑이 터진 것처럼.     그녀의 출현은 당시 큰 뉴스거리였다. 그녀를 보러 많은 사람이 모여들었다. 그녀는 그들을 위해 자신이 입었던 나뭇잎 스커트를 입고 노래를 하며 춤을 추었다. 그리고 어린아이들에게 그녀가 가져온 조개껍데기도 주고 아무도 알아듣지 못하는 말로 즐겁게 떠들었다. 새로운 세계에 대한 호기심과 희망에 가득 차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육지에 온 지 7주 만에 숨졌다. 혼자서 18년 동안 살아온 그녀, 희망이 없어지자 세상을 떠났다. 그녀의 희망은 그녀의 ‘사람’들을 만나 자기들의 언어로 말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희망이 사라진 것을 깨달았다. 그녀에게 ‘사람’이란 같은 종족의 같은 말을 하는 사람, 그런데 그런 사람은 모두 죽었다.   그녀는 숨지기 직전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세례를 받았고, 후아나 마리아라는 이름으로 가톨릭 묘지에 묻혔다. 그녀의 이야기는 ‘산니콜라스 섬의 외로운 여인 (Lonesome Woman of San Nicholas Island)’이라는 제목의 낭만적 생존 소설로 미국의 청소년들에게 전해지고 있다. 김지영 / 변호사이 아침에 육지 마을 미션 근처 종족 언어

2023-04-19

[이 아침에] 현실과 환상 사이

어느 청명한 날, 아마존의 깊은 정글 속 작은 마을에 어마어마한 잠자리 한 마리가 폭풍과 구름을 몰고 날아들었다. 짙은 회색빛 몸체에 크고 번쩍이는 눈을 가진 거대한 잠자리는 마을 공터에 날아와 엄청난 먼지를 일으키며 천둥소리와 함께 온 마을을 공포의 도가니로 휘몰아 넣었다. 잠자리의 날개에서 나는 소리는 마치 칼로 바람을 베는 소리와 같았으며 꼬리에서는 연신 뜨거운 바람과 함께 불이 쏟아져 나와 번쩍번쩍 빛이 사방으로 퍼졌다. 그리고 날개의 칼바람이 움막 지붕과 마을의 정자나무 가지도 갈가리 찢어 허공으로 날려 보내 마을 사람들을 경악게 했다.     마을의 어른과 아이들, 그리고 나무 밑에서 낮잠을 자던 개들도 혼비백산하여 숲속으로 달아났다. 마을 사람들은 조상들로부터 전해 내려오던 재앙의 날이 도래한 것으로 생각했다. 이런 와중에서도 마을 촌장은 덤불 속에 몸을 숨긴 채 이 거대한 잠자리를 주의 깊게 관찰하고 있었다.     잠자리의 몸통이 열리면서 사람의 형상을 한 네 생물이 기어나와 두리번거리며 텅 빈 마을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그들의 머리는 둥글고 번쩍거렸고 커다란 검은 두 눈은 얼굴 절반을 덮었다. 네 생물은 광낸 구리 같이 빛나는 두꺼운 외투를 입고 있었다. 그들은 몸속에서 작은 물체를 꺼내 밝고 푸른 느낌의 하얀 빛을 반짝이며 마을의 움막들을 기웃거렸다. 얼마후 네 생물은 움막에서 가져온 작은 질그릇을 들고 거대한 잠자리의 몸속으로 기어들어가 횃불 모양의 불을 토하며 천둥소리와 함께 하늘 저편으로 사라졌다.     한동안 마을은 쥐죽은 듯이 조용했다. 조상들이 전해준 전설에 의하면 재앙의 날에는 천둥소리와 함께 하늘의 창문들이 열려 엄청난 양의 비가 쏟아져 내려 땅 위의 모든 생물을 지면에서 쓸어버린다고 했다. 촌장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재앙의 날이 우려했던 것 보다는 짧고 피해가 작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지난 겨울 마을 사람들이 사냥꾼의 별자리를 위해 정성껏 드린 제사 덕분으로 여겼다.   촌장은 자신의 움막으로 달려가 덤불 속에 숨어서 목격한 상황을 기록하기 위해 먹물과 나무껍질을 꺼냈다. 거대한 잠자리와 네 생물에 대해 상세하게 기록했다. 그리고 곧바로 마을의 중요한 물건들을 저장하는 동굴로 달려가 자신이 기록한 나무껍질을 질그릇 속에 소중히 보관했다. 촌장은 먼 하늘을 쳐다보며 “거대한 잠자리와 사람 같이 생긴 네 생물은 천둥소리와 함께 하늘 저편으로 사라지더라”며 혼자 중얼거렸다.     그 시간, 헤지 글로부 방송에서는 아마존 정글 속에 불시착한 아파치 헬기의 뉴스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손국락 / 보잉사 시스템공학 박사·라번대학 겸임교수이 아침에 환상 마을 촌장 한동안 마을 마을 공터

2023-02-28

[삶의 뜨락에서] 우물이 있던 마을

지금은 상수도의 발달로 우물을 거의 찾을 수 없지만 우물은 우리 선조들의 삶 속에 깊이 자리하고 있다. 신라 김유신 장군 집에 있던 우물은 재매정이란 이름으로 기록되어 있고, 궁궐에서 궁녀들이 우물 안으로 뛰어들었다는 숱한 비화가 전해지는가 하면, 민가에서는 아낙네들이 우물가에서 동네 쑥덕공론을 일삼기도 했다.     시인 윤동주는 ‘산모퉁이를 돌아 논 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집니다/’라고 했다. 시인이 들여다본 우물 속에 비친 자기 모습은 일제 식민지 치하에서 절망하는 청년들의 표상으로 볼 수 있으며, 윤동주의 이 ‘자화상’은 다른 시들과 함께 일제 경찰의 주목을 받았고 결국 시인은 후쿠오카 감옥에서 27세로 옥사하고 만다.     이렇듯 우물은 실생활에서 사라져도 이미지는 문학 속에서 영원히 존재하게 된다. 또한 우리는 ‘우물안 개구리( 井底之蛙)’나 ‘우물 안에서 하늘을 본다(坐井觀天)’는 말을 많이 들어왔다. 우물이 없어짐과 함께 우물이라는 말도 사어가 되지 않고 격언을 통해 의미로 남아있다. 여기에서 우물은 한정된 공간에서의 견문이 넓지 못함을 비유함으로써 젊은이들이 도시로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가야 한다는 필연성도 내포하고 있다. 이렇듯 성장기에 공부하러 또는 살아갈 방도를 찾아서 너도나도 고향을 떠나왔지만 잘 살든 그렇지 못하든 어디서 어떻게 살아가든 사람들은 동심이 자라던 고향에 대한 그리움의 정서를 품고 살아가는 것 같다.       필자가 어렸을 때 우리 동네에는 우물이 두 개 있었다. 하나는 마을 한가운데 있어서 두레박을 사용해서 물을 퍼 올리는 큰 우물이었는데 흰옷 입은 여인들이 그 주변에 있었던 거로 기억한다. 다른 하나는 읍내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동네 어귀에 있던 골맥이 샘이다. ‘골맥이’란 마을의 수호신을 나타내는 말인데 논둑길을 따라가면 시멘트와 돌로 둘러싸인 둥그런 샘이 있었다. 바가지로 물을 퍼 올리는 높지 않는 우물이었는데 항상 물이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고여있었다. 그런데 우리 할머니는 설날이 지나 정월 초이틀 이후 새벽 3~4시쯤 골맥이 샘으로 가 새로 고이는 차가운 물로 머리를 감고 목욕도 하셨단다.  그리고 맑은 물을 물동이 담아 이고 논둑길 제방둑길을 걸어오셨다고 한다. 머리에 고드름이 내리고 흰 한복 치마저고리는 얼음으로 버석거렸다고 하셨다. 집에 도착해서는 몸도 녹이지 않은 채 병풍을 친 소반에 정화수 올려놓고 정성스레 기도하셨다고 한다.     할머니가 별이 담긴 물을 이고 걸어오신 새벽의 얼음길은 내가 세상의 어려운 길을 지날 때마다 귀중한 자양분으로 작용한 것 같다. 고향을 떠나 이역만리에 살고 있지만 마음속으로 가끔 찾아가 산 복숭아꽃이 분홍으로 번지는 산과 들을 거닐기도 하고, 눈이 내리는 마을을 바라보기도 한다. 조상님들이 실천하시며 베풀어주신 가르침은 우물 안에서 솟아나는  맑은 물처럼 내 정신의 깊은 원천이 되어 있음을 느낀다.   권정순 / 전직교사삶의 뜨락에서 우물 마을 우물안 개구리 마을 한가운데 시인 윤동주

2023-01-19

[우리말 바루기] ‘재현’과 ‘재연’

1795년 정조는 창덕궁을 출발해 수원 화성으로 향했다. 아버지 사도세자의 묘소를 참배하기 위한 을묘원행이다. 혜경궁 홍씨의 회갑과 정조 재위 20년을 맞아 최대 규모의 능행차였다. 당시 모습을 보여 주는 행사가 열렸다.   이를 두고 “이틀간의 정조 능행차 재현에 3000여 명과 말 370여 마리 동원” “‘원행을묘정리의궤’를 토대로 해 정조 능행차를 옛 모습 그대로 재연” 등 ‘재현’과 ‘재연’을 혼용하고 있다. 어떤 단어를 쓰는 게 적절할까? 당시 왕실 행렬을 원형대로 보여 주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으므로 ‘재현’이란 말이 어울린다.   ‘재현(再現)’은 다시 나타나는 것이나 다시 나타내는 것을 말한다. 정조가 어머니께 미음 다반을 올리는 의식, 장안문 입성 전 갑옷으로 환복하는 모습도 ‘재현’이라고 볼 수 있다. ‘재연(再演)’은 한 번 했던 행위나 일을 되풀이함을 이른다. 능행차 행사 도중 관계자가 낙마한 일에 대해 “이런 아찔한 사태가 재연되지 않게 주의하겠다”고 말할 수 있다.   “삼국시대 마을을 재현해 놓은 박물관”처럼 모습·상황을 그대로 다시 보여 줄 때는 ‘재현’, “현장검증에 나선 피의자가 범행을 재연했다”와 같이 행위·일을 반복할 때는 ‘재연’을 사용하면 된다.우리말 바루기 재현 재연 아버지 사도세자 삼국시대 마을 의식 장안문

2023-01-16

[이 아침에] 외딴 바닷가 소년이 원한 것

한밤중 멕시코 오지의 바닷가에 홀로 남아 캠핑 동료들이 오기를 기다리게 되었다. 앞에 펼쳐진 밤바다는 교교한 달빛으로 아름답게 빛나지만 차가운 바닷바람과 인적없는 벌판에 혼자라는 무서움만 남는다. 마을에서 3마일 떨어진 이곳, 오직 오두막집 한 채가 있을 뿐이다. 인기척에 부스스 일어난 11세 소년 엔리케가  스스럼 없이 처음 본 내 손을 잡는다. 인적 없는 곳에서 무척이나 반가웠던 모양이다. 그 후부터 이곳을  방문할때마다 외로운 소년과의 만남을 이어 같다. 소년은 항상 흐트러진 머리, 찢어진 운동화에 남루한 옷차림, 그리고 웃음을 잃은 듯한 표정이었다. 무능한 아버지 대신 매일 조개를 캐서 생계를 돕고 있었다.     그의 때뭇지 않은 순수함이 안쓰러워 무언가 해주고 싶었다. 몇 번을 주저하더니 학교 갈 때 쓸 백팩이 갖고 싶다고 한다. 딸이 쓰던 백팩을 딸의 허락을 받고 주었다.  다음날 시내 병원으로 환자를 보러 나가는 길에 엔리케가 어린 조카들을 데리고 3마일이나 떨어진 마을 학교로 가는 모습을 봤다. 다른 아이들은 다 책가방이 다 있었다.     엔리케는 가난의 부끄러움과 부러움으로 학교에 다녔을 것이다. 생전 처음 가방을 멘 그의 즐거운, 아니 자랑스러운 표정을 본 순간 벅찬 감정이 가슴을 채운다. 우리애겐 필요없는 물건이지만 다른 곳에선 요긴하게 쓰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 후 엔리케가 마을 아이들의 자전거를 부러워하는 것을 알고 그에게 자전거를 갖다 주었다. 아들이 수년 전에 타다 창고에 넣어둔 것이었다. 기뻐하는 엔리케를 뒤로하고 진료를 갔다 돌아와 잠을 자려는데 텐트 밖에서 소음이 들린다. 그렇게 갖고 싶었던 자전거을 낮에는 타지 못하고 조개 캐는 일이 다 끝난 깜깜한 한밤중에 타고 있었던 것이다.     아들을 바닷가로 데리고 가 마을 아이들과 어울려 놀게 했다. 아이들은 쉽게  친구가 되고 금세 어울려 모래로 집을 짓고, 게와 소라, 조개를 잡고 갈매기를 쫓아 달리면서 깔깔거리는 모습이 한 폭의 정겨운 그림 같았다. 아들은 엔리케와 작별하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아들에게 “너와 엔리케의 다른 점이 무엇이지?”라고 물었다. 머뭇거리는 아들에게 “지금까지 너의 노력만으로 한 것은 하나도 없지? 단지 너는 미국에서 태어났고 엔리케는 멕시코 오지에서 태어난 것 뿐. 이런 은혜를 거저 받았으니 앞으로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지”라고 말했다. 아들이 항상 감사의 마음을 간직하고 보답의 응답을 보여주기를 바랐다.      추수감사절이 다시 찾아온다. 욕망의 계절을 반성하며 변함없는 순결한 자기 자신으로 돌아갈 정신적 재고 정리가 필요한 계절이다. 감사하는 마음을  되살리는 뜻깊은 추수감사절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최청원 / 내과의사이 아침에 바닷가 소년 바닷가 소년 소년 엔리케 마을 학교

2022-11-22

[살며 생각하며] 참 진리가 주는 자유함

지난 한주 무척 바빴다. 월요일부터 4박 5일 일정으로 뉴욕주 끝자락에 위치한 Lake Placid에 머물다 금요일 저녁 돌아왔다. 인구 2638명의 작은 산골 마을이 1932년, 1980년 겨울 올림픽을 개최하면서 일약 유명 관광지로 발돋움하면서 찾는 이들로 넘친다. 개인적으로 이번 여행은 지난 2월에 이어 두 번째다. 당시는 마지막 겨울 끝자락의 눈 나라였다면 이번은 가을의 찬란한 시작이 거기 있었다. “산마다 불이 탄다 고운 단풍에, 골마다 흘러간다 맑은 물줄기, 황금빛 논과 밭에 풍년이 왔네. 드맑은 하늘가에 노래 퍼진다. 눈이 닿는 우주 공간에 손이 닿는 구석구석에…”라는 찬송 가사가마음에 와 닿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산 White face를 오른 것이다. Adirondack park의 랜드마크 격인 1483m(4867ft)의 이 산은 4600피트까지 차가 올라간다. 나머지 267피트는 돌산 한 중앙을 꿰뚫고 꼭대기까지 연결된 엘리베이터를 이용하거나 외곽 등산로를 15분 정도 걸어서 오를 수 있다. 정상에 서면 야호! 하늘과 구름, 굽이굽이 이어진 산과 들판, 호수 사이로 북쪽으로는 몬트리올, 동북으로는 버몬트주가 손에 잡힐 듯 저 앞에 고개를 디민 모습을 굽어볼 수 있다.   다시 336마일을 돌아 토요일, 펜실베이니아주 랭커스터로 갔다. 수개월 전 예약한 성극 ‘David’을 관람하기 위해서다. 팬더믹 이전 본 작품들도 좋았지만, David는 정말 대단한 영감을 준 명작이었다. 전반부는 인간 다윗의 신실한 믿음과 하나님의 사람으로 쓰임 받는 과정이라며 후반은 실수와 범죄, 참회 그리고 용서하시는 하나님의 사랑 이야기다. 명장면을 꼽으라면 끝부분, 다윗이 넘어져 절망 중일 때 화면 가득 비친 구세주 예수의 모습과 함께, 용서의 상징인 듯 온 극장에 가득 흩날리는 흰 눈발과 사방에서 들려오는 천상의 화음들! 2000명 관객은 자신도 모른 채 눈가를 훔치며 아멘, 할렐루야 하고 화답한다.   성극 관람 후 찾은 곳은 ‘아미시 타운’이다. 1720년대 독일에서 건너온 재세례파 극보수주의 신앙촌 격으로 지금도 현대문명을 거부하고 옛 방식을 고집하며 불편 없이 살아가고 있었다. 직접 만든 검은색 계통의 옷을 주로 입고 4마리의 말이 끄는 쟁기로 땅을 갈며 작은 수확에도 만족해하는 듯하다. 전기도 가능한 직접 사용치 않고, 셀폰 대신 마을 전체가 공용전화 한 대로 비상시를 대비해도 불안해하지 않는다. 자녀들은 마을 내 학교에서 읽기 쓰기 더하기 빼기 정도만 배우고, 주 이동수단은 마차이고 단거리는 바퀴가 두뼘 정도에 지나지 않는 씽씽이를 사용한다.   요즘 세상이 변하고 있다. 금과옥조처럼 알고 지켜왔던 윤리와 도덕 신앙적 기준들이 무너지고 있어 혼란하다. 자녀들이 학교에서 가져온 교재나, 책을 무심코 펼치다 보면 민망한 내용과 장면들로 가득하고, 상대를 he, she 대신 they로 부를 것을 가르침 받고 그것이 옳다고 알고 있어 답답하다. 교회도 예외는 아니다. 성경에서 가증하다고 규정한 동성애 문제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용납당하고, 싫으면 당신들이 떠나라는 항변이 불편한 진실이다.   아미시인! 그들에게 세상은 무엇일까? 참 진리가 주는 자유함을 누리며 작은 불편을 신앙으로 감수하며 평안을 누리는 그들이 오늘 한없이 부럽고 귀한 존재로 느껴진다. 김도수 / 자유기고가살며 생각하며 진리 자유 극보수주의 신앙촌 뉴욕주 끝자락 산골 마을

2022-10-14

[삶의 뜨락에서] 여행의 행복 지수

우연히 일어나는 좋은 일을 기대하며 설레는 마음으로 집을 떠나는 일은 분명 여행의 진수일 것이다. 나이가 80을 넘으니 어디 가는 것도 조심스럽고 더구나 딸과 단둘이 차를 몰고 떠나는 것은 모험 같아 마음이 심히 내키지는 않았지만, 워낙 자연을 벗 삼아 4계절의 변화를 탐하는 딸의 지구력에 두손 들고 3박 4일 일정으로 우리는 미국 동북부 뉴욕주에 있는 레이크 플래시드(Lake placid)를 향해 힘찬 발걸음을 내디뎠다.     뉴저지에서 5시간이나 걸리는 레이크 플래시드는 산, 푸른 언덕, 호수와 스키 코스로 이루어진 그림 같은 지형으로 미국에서는 1932년과 1980년 두 차례 동계올림픽을 개최한 곳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플래시드 마을은 애디론댁 산맥과  레이크 플래시드 사이에 있는 데 집을 떠난 지 몇 시간 만에 이렇게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을 온전히 느낄 수 있으니 요즘 같은 팬데믹시대에 더없는 힐링이 되는 듯했다. 레이크 플래시드의 명물인 미로 호수(Mirrow lake) 뒤로 펼쳐져 있는 산들의 조화에 마음을 빼앗기며 시원하게 펼쳐진 호숫가에서 그동안 쌓인 찌든 마음의 때를 벗기고 있었다. 레이크 플래시드의 올림픽센터에 들러 뮤지엄도 보고 올림픽 스키 점핑 콤플렉스도 돌아보았다.    레이크 플래시드 메인 스트리트에서 차로 20여 분 안에 있는 화이트페이스 마운틴으로 향하는 길은 차로 거의 정상까지 올라갈 수 있었는데 미국에서 5번째로 높은(4867피트) 화이트페이스를 오르면서 푸른 하늘과 푸른 산, 밑으로 펼쳐져 있는 호수들을 보면서 나 자신이 얼마나 미미한 존재인가를 다시 한번실감하면서 자연의 위대함을 느꼈다. 산의 정상에서 사방을 둘러보니 어디를 봐도 막힘이 없고 마음이 느긋해지면서 얼마 전 지인이 보내온 글이 떠올랐다.       “자비존인(自卑尊人)”이라! “자신을 낮추고 상대방을 높여주면 다툼이 없다.”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이 만찬에 중국 관리들을 초대했다. 그런데 당시로써는 서양식 식사를 해본 적 없는 중국인들은 핑거볼에 담긴 손 씻는 물이 나오자 차인 줄 알고 마셔버렸다. 그러자 여왕은 그들이 당황하지 않도록 손 씻는 물에 손을 씻지 않고 같이 마셨습니다. 핑거볼에 손을 씻는 예의 형식도 중요하지만 이에 얽매이지 않고 상대를 배려해 핑거볼의 물을 같이 마시는 마음이 바로 진정한 ‘예’입니다. 상대가 누구더라도 자신을 낮추고 상대를 높여 주는 것입니다. 하여 맹자는 “공경하는 마음이 ‘예’이다”라고 하고 주자(朱子) 역시 “예는 공경과 겸손을 본질로 한다”고 했다.     마음에 욕심이 가득하면 찬 연못에도 물결이 끊는 듯해 자연에 묻혀 살아도 고요함을 느끼지 못한다. 하나 마음이 비어 있는 사람은 폭염 속에서도 서늘한 기운이 생겨 더위를 모르고, 시장 한복판에 살아도 시끄러움을 모르는 법이다. 자신을 낮추고 남을 높이면 세상에 다툼이 없이 화평할 것이다. 자신을 낮추면 높아질 것이요, 자신을 높이면 낮아질 것이라 했다.     나는 이번 여행에서 우연히 일어나는 좋은 일들로 많이 행복했다. 레이크 플래시드 메인 스트리트를 따라 걸으면서 사라토가 올리브 오일집에서 내가 좋아하는 ginger and black garlic 올리브 오일을 하나 집어 들었다. 정순덕 / 수필가삶의 뜨락에서 여행 행복 레이크 플래시드 행복 지수 플래시드 마을

2022-09-23

[삶의 뜨락에서] 여행의 행복 지수

우연히 일어나는 좋은 일을 기대하며 설레는 마음으로 집을 떠나는 일은 분명 여행의 진수일 것이다. 나이가 80을 넘으니 어디 가는 것도 조심스럽고 더구나 딸과 단둘이 차를 몰고 떠나는 것은 모험 같아 마음이 심히 내키지는 않았지만, 워낙 자연을 벗 삼아 4계절의 변화를 탐하는 딸의 지구력에 두손 들고 3박 4일 일정으로 우리는 미국 동북부 뉴욕주에 있는 레이크 플래시드(Lake placid)를 향해 힘찬 발걸음을 내디뎠다.     뉴저지에서 5시간이나 걸리는 레이크 플래시드는 산, 푸른 언덕, 호수와 스키 코스로 이루어진 그림 같은 지형으로 미국에서는 1932년과 1980년 두 차례 동계올림픽을 개최한 곳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플래시드 마을은 애디론댁 산맥과  레이크 플래시드 사이에 있는 데 집을 떠난 지 몇 시간 만에 이렇게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을 온전히 느낄 수 있으니 요즘 같은 팬데믹시대에 더없는 힐링이 되는 듯했다. 레이크 플래시드의 명물인 미로 호수(Mirrow lake) 뒤로 펼쳐져 있는 산들의 조화에 마음을 빼앗기며 시원하게 펼쳐진 호숫가에서 그동안 쌓인 찌든 마음의 때를 벗기고 있었다. 레이크 플래시드의 올림픽센터에 들러 뮤지엄도 보고 올림픽 스키 점핑 콤플렉스도 돌아보았다.       레이크 플래시드 메인 스트리트에서 차로 20여 분 안에 있는 화이트페이스 마운틴으로 향하는 길은 차로 거의 정상까지 올라갈 수 있었는데 미국에서 5번째로 높은(4867피트) 화이트페이스를 오르면서 푸른 하늘과 푸른 산, 밑으로 펼쳐져 있는 호수들을 보면서 나 자신이 얼마나 미미한 존재인가를 다시 한번실감하면서 자연의 위대함을 느꼈다. 산의 정상에서 사방을 둘러보니 어디를 봐도 막힘이 없고 마음이 느긋해지면서 얼마 전 지인이 보내온 글이 떠올랐다.       “자비존인(自卑尊人)”이라! “자신을 낮추고 상대방을 높여주면 다툼이 없다.”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이 만찬에 중국 관리들을 초대했다. 그런데 당시로써는 서양식 식사를 해본 적 없는 중국인들은 핑거볼에 담긴 손 씻는 물이 나오자 차인 줄 알고 마셔버렸다. 그러자 여왕은 그들이 당황하지 않도록 손 씻는 물에 손을 씻지 않고 같이 마셨습니다. 핑거볼에 손을 씻는 예의 형식도 중요하지만 이에 얽매이지 않고 상대를 배려해 핑거볼의 물을 같이 마시는 마음이 바로 진정한 ‘예’입니다. 상대가 누구더라도 자신을 낮추고 상대를 높여 주는 것입니다. 하여 맹자는 “공경하는 마음이 ‘예’이다”라고 하고 주자(朱子) 역시 “예는 공경과 겸손을 본질로 한다”고 했다.     마음에 욕심이 가득하면 찬 연못에도 물결이 끊는 듯해 자연에 묻혀 살아도 고요함을 느끼지 못한다. 하나 마음이 비어 있는 사람은 폭염 속에서도 서늘한 기운이 생겨 더위를 모르고, 시장 한복판에 살아도 시끄러움을 모르는 법이다. 자신을 낮추고 남을 높이면 세상에 다툼이 없이 화평할 것이다. 자신을 낮추면 높아질 것이요, 자신을 높이면 낮아질 것이라 했다.     나는 이번 여행에서 우연히 일어나는 좋은 일들로 많이 행복했다. 레이크 플래시드 메인 스트리트를 따라 걸으면서 사라토가 올리브 오일집에서 내가 좋아하는 ginger and black garlic 올리브 오일을 하나집어 들었다. 정순덕 / 수필가삶의 뜨락에서 여행 행복 레이크 플래시드 행복 지수 플래시드 마을

2022-09-21

[열린 광장] 할머니의 마을 잔치

아직도 기억한다. 할머니가 복날 집에서 기르던 개를 잡아서 마을 할머니들을 모아 개고기 파티를 열던 모습을 말이다. 할머니들은 함지박 둘레에 앉아서 개고기를 소금에 찍어서 먹기 시작했다. 막걸리를 주고받으면서. 금세 개 한 마리를 다 먹어 치웠다. 얼굴이 불그스레 달아오른 할머니들은 “아이고 잘 먹었다, 소질 껐네”라고 말했다. 소질이란 황해도 사투리로 ‘무엇을 먹고 싶은 욕망’을 뜻한다. 당시 열다섯 살이던 나는 의아했다. 아니 엊그제까지도 예쁘다고 쓰다듬어 주던 개를 어떻게 잡아먹을까. 억센 할머니는 집에서 왕이었다. 할아버지는 물론 누구도 그의 주장을 거역할 수 없었다.     한국 국회에서 개 식용 금지를 왜 입법하지 못하는가 답답하다. 국민 대다수가 입법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반면 개고기 식용은 개인의 자유라고 미지근한 태도를 보이는 사람, 우리 할머니처럼 소, 돼지, 닭을 먹는데 개고기 먹은 것을 가지고 호들갑 떨지 말라고 반문하는 쪽도 있다고 한다. 국민의 의견 수렴이 되지 않으니 국회는 이렇게도 저렇게도 하지 못하고 어정쩡한 태도를 보이는 것 같다.   한국 정부는 개 식용 금지법을 원치 않는 소수의 국민에 얽매이지 말고 하루속히 법을 만들기를 바란다. 눈부시게 발전한 한국은 이제 경제적으로 선진국의 반열에 들어섰다. 그러나 여전히 개고기를 먹는 국민이 존재하는 한 진정한 선진국 반열에 들어섰다고 볼 수 없다고 생각한다.   개는 소, 돼지, 닭과 다르다고 생각한다. 개는 사람과 같이 살아온 반려동물이다. 가족이나 마찬가지다. 나는 개를 기르지 않는다. 개를 기르면 가족 한 명이 늘어나는 것처럼 손이 많이 가고 정성과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꺼리고 있다.   대신 우리 집에는 장난감 개가 있다. 손녀가 선물로 준 푸들이다. 말썽부리지 않고 항상 얌전하게 앉아있다. 장난감 제조 기술이 워낙 발달해서 인지 진짜 개와 비슷하다. 눈망울도 똘똘하다. 귀가 볼그스레한 것이 손녀가 키우는 강아지 코코와 비슷하고 귀엽다.   이 장난감이 살아있는 개라면 먹이를 주어야 하고, 밖으로 데리고 나가서 운동도 시켜줘야 하고, 또 배변도 치워야 한다. 온 방을 모두 헤매고 다니며 개털을 날리고, 예뻐해 달라고 달려 붙을 것이다. 여간 노력이 많이 필요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나는 앞으로 로봇 강아지는 입양할 것을 생각하고 있다.     앞으로 한국도 몇 년 더 있으면 개고기를 먹는 인구가 많이 줄어들 것이다. 그러면 자연히 개고기를 먹지 않는 나라가 될 것이다. 윤재현 / 전 공무원열린 광장 할머니 마을 마을 할머니들 마을 잔치 식용 금지법

2022-08-08

[열린 광장] 할머니의 마을 잔치

아직도 기억한다. 할머니가 복날 집에서 기르던 개를 잡아서 마을 할머니들을 모아 개고기 파티를 열던 모습을 말이다. 할머니들은 함지박 둘레에 앉아서 개고기를 소금에 찍어서 먹기 시작했다. 막걸리를 주고받으면서. 금세 개 한 마리를 다 먹어 치웠다. 얼굴이 불그스레 달아오른 할머니들은 “아이고 잘 먹었다, 소질 껐네”라고 말했다. 소질이란 황해도 사투리로 ‘무엇을 먹고 싶은 욕망’을 뜻한다. 당시 열다섯 살이던 나는 의아했다. 아니 엊그제까지도 예쁘다고 쓰다듬어 주던 개를 어떻게 잡아먹을까. 억센 할머니는 집에서 왕이었다. 할아버지는 물론 누구도 그의 주장을 거역할 수 없었다.     한국 국회에서 개 식용 금지를 왜 입법하지 못하는가 답답하다. 국민 대다수가 입법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반면 개고기 식용은 개인의 자유라고 미지근한 태도를 보이는 사람,우리 할머니처럼 소, 돼지, 닭을 먹는데 개고기 먹은 것을 가지고 호들갑 떨지 말라고 반문하는 쪽도 있다고 한다. 국민의 의견 수렴이 되지 않으니 국회는 이렇게도 저렇게도 하지 못하고 어정쩡한 태도를 보이는 것 같다.   한국 정부는 개 식용 금지법을 원치 않는 소수의 국민에 얽매이지 말고 하루속히 법을 만들기를 바란다. 눈부시게 발전한 한국은 이제 경제적으로 선진국의 반열에 들어섰다. 그러나 여전히 개고기를 먹는 국민이 존재하는 한 진정한 선진국 반열에 들어섰다고 볼 수 없다고 생각한다.   개는 소, 돼지, 닭과 다르다고 생각한다. 개는 사람과 같이 살아온 반려동물이다. 가족이나 마찬가지다. 나는 개를 기르지 않는다. 개를 기르면 가족 한 명이 늘어나는 것처럼 손이 많이 가고 정성과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꺼리고 있다.   대신 우리 집에는 장난감 개가 있다. 손녀가 선물로 준 푸들이다. 말썽부리지 않고 항상 얌전하게 앉아있다. 장난감 제조 기술이 워낙 발달해서 인지 진짜 개와 비슷하다. 눈망울도 똘똘하다. 귀가 볼그스레한 것이 손녀가 키우는 강아지 코코와 비슷하고 귀엽다.   이 장난감이 살아있는 개라면 먹이를 주어야 하고, 밖으로 데리고 나가서 운동도 시켜줘야 하고, 또 배변도 치워야 한다. 온 방을 모두 헤매고 다니며 개털을 날리고, 예뻐해 달라고 달려 붙을 것이다. 여간 노력이 많이 필요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나는 앞으로 로봇 강아지는 입양할 것을 생각하고 있다.     최근 중앙일보 지면에서 ‘한국의 개 식용 종식 1인치 남았다’는 시리즈 기사를 관심 있게 읽었다. 전적으로 공감한다.  앞으로 한국도 몇 년 더 있으면 개고기를 먹는 인구가 많이 줄어들 것이다. 그러면 자연히 개고기를 먹지 않는 나라가 될 것이다. 윤재현 / 전 연방정부 공무원열린 광장 할머니 마을 마을 할머니들 사람우리 할머니 식용 금지법

2022-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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