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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현실과 환상 사이

어느 청명한 날, 아마존의 깊은 정글 속 작은 마을에 어마어마한 잠자리 한 마리가 폭풍과 구름을 몰고 날아들었다. 짙은 회색빛 몸체에 크고 번쩍이는 눈을 가진 거대한 잠자리는 마을 공터에 날아와 엄청난 먼지를 일으키며 천둥소리와 함께 온 마을을 공포의 도가니로 휘몰아 넣었다. 잠자리의 날개에서 나는 소리는 마치 칼로 바람을 베는 소리와 같았으며 꼬리에서는 연신 뜨거운 바람과 함께 불이 쏟아져 나와 번쩍번쩍 빛이 사방으로 퍼졌다. 그리고 날개의 칼바람이 움막 지붕과 마을의 정자나무 가지도 갈가리 찢어 허공으로 날려 보내 마을 사람들을 경악게 했다.  
 
마을의 어른과 아이들, 그리고 나무 밑에서 낮잠을 자던 개들도 혼비백산하여 숲속으로 달아났다. 마을 사람들은 조상들로부터 전해 내려오던 재앙의 날이 도래한 것으로 생각했다. 이런 와중에서도 마을 촌장은 덤불 속에 몸을 숨긴 채 이 거대한 잠자리를 주의 깊게 관찰하고 있었다.  
 
잠자리의 몸통이 열리면서 사람의 형상을 한 네 생물이 기어나와 두리번거리며 텅 빈 마을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그들의 머리는 둥글고 번쩍거렸고 커다란 검은 두 눈은 얼굴 절반을 덮었다. 네 생물은 광낸 구리 같이 빛나는 두꺼운 외투를 입고 있었다. 그들은 몸속에서 작은 물체를 꺼내 밝고 푸른 느낌의 하얀 빛을 반짝이며 마을의 움막들을 기웃거렸다. 얼마후 네 생물은 움막에서 가져온 작은 질그릇을 들고 거대한 잠자리의 몸속으로 기어들어가 횃불 모양의 불을 토하며 천둥소리와 함께 하늘 저편으로 사라졌다.  
 
한동안 마을은 쥐죽은 듯이 조용했다. 조상들이 전해준 전설에 의하면 재앙의 날에는 천둥소리와 함께 하늘의 창문들이 열려 엄청난 양의 비가 쏟아져 내려 땅 위의 모든 생물을 지면에서 쓸어버린다고 했다. 촌장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재앙의 날이 우려했던 것 보다는 짧고 피해가 작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지난 겨울 마을 사람들이 사냥꾼의 별자리를 위해 정성껏 드린 제사 덕분으로 여겼다.
 


촌장은 자신의 움막으로 달려가 덤불 속에 숨어서 목격한 상황을 기록하기 위해 먹물과 나무껍질을 꺼냈다. 거대한 잠자리와 네 생물에 대해 상세하게 기록했다. 그리고 곧바로 마을의 중요한 물건들을 저장하는 동굴로 달려가 자신이 기록한 나무껍질을 질그릇 속에 소중히 보관했다. 촌장은 먼 하늘을 쳐다보며 “거대한 잠자리와 사람 같이 생긴 네 생물은 천둥소리와 함께 하늘 저편으로 사라지더라”며 혼자 중얼거렸다.  
 
그 시간, 헤지 글로부 방송에서는 아마존 정글 속에 불시착한 아파치 헬기의 뉴스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손국락 / 보잉사 시스템공학 박사·라번대학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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