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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민과 대화’에 100여 명 참석…오렌지샌디에이고평통 개최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오렌지샌디에이고협의회(회장 설증혁, 이하 평통) 개최로 지난 16일 가든그로브의 OC한인회관에서 열린 ‘탈북민과의 대화’ 행사가 100여 명이 참석하는 성황을 이뤘다.   평통은 이날 오후 3시부터 평통 자문위원 40여 명이 참가한 정기 회의를 갖고 오후 4시부터 ‘남북 통일 정책과 자유 통일 독트린’ 강연과 탈북민과의 대화를 잇따라 개최했다. 일반에 공개한 강연과 대화 행사엔 약 60명의 한인 단체 관계자, 주민 등이 합류했다.   강승규 전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한국 평통 의장인 윤석열 대통령이 제시한 8·15 통일 독트린을 중심으로 강연했다.   한국 순교자 성당 청소년 국악팀의 난타 축하 공연에 이어 탈북민과의 대화가 시작됐다. 탈북민 3명은 자신들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전하고 참석자들과 대화를 나눴다.   2년쯤 전 미국에 온 50대 여성 M씨가 “20대인 아들이 아직도 북한에 있다. 지금도 언어와 환경에 적응하는 데 너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토로하자 참석자들은 아픔에 공감하며 숙연한 분위기에 빠졌다.   어바인에 사는 K씨는 북한에서 외화 담당 부서에서 일하며 해외의 상황을 판단하고 자식들의 미래를 고민하다 탈북했다고 밝혔다.   평통 측은 어바인에 사는 M씨와 K씨를 평통 특별자문위원으로 위촉하고 싶다고 제의했고, 이들 모두 흔쾌히 제안을 받아들였다고 전했다.   설증혁 회장은 “M씨와 K씨 모두 특별자문위원이 되면 북한의 생생한 이야기와 통일 관련 아이디어를 함께 공유하며 공공 외교의 일선에 서겠다고 다짐했다”며 “이렇게 우리 가까이에서 도움을 필요로 하는 탈북민을 우선적으로 돕는 것이 평통 본연의 사업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임상환 기자북한 탈북민 탈북민 3명 대화 행사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오렌지샌디에이고협의회

2024-11-18

탈북민과 대화의 장 마련…오렌지샌디에이고 평통

민주평화통일 자문회의 오렌지샌디에이고협의회(회장 설증혁, 이하 평통)가 내달 16일(토) 가든그로브의 OC한인회관(9876 Garden Grove Blvd)에서 '탈북민과의 대화' 시간을 갖는다.   평통은 지난 26일 가든그로브 사무실에서 진행된 운영위원회를 열어 내달 16일 오후 3시부터 자문위원 전원이 참석 대상인 4분기 정기 회의를 갖고 오후 4시30분부터 6시까지 '남북 통일 정책과 자유 통일 독트린' 강연과 탈북민과의 대화 행사를 잇따라 열기로 결정했다.   평통 측은 강연과 탈북민과의 대화는 관심 있는 이라면 누구나 참석할 수 있으며, 저녁 식사도 제공한다고 밝혔다.   설증혁 회장은 "현재 탈북민 3명의 참석이 확정됐고 앞으로 1~2명을 더 초청할 예정이다. 자유롭게 대화를 나누며 북한에 관한 궁금증을 해소할 좋은 기회이니 많은 한인이 참석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강연은 강승규 전 고려대학교 북한학과 교수가 진행한다. 설 회장은 "최근 북한군이 러시아를 돕기 위해 우크라이나 전선에 배치됐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이를 포함해 급변하는 한반도 정세에 관한 설명을 많이 해줄 것을 부탁했다"고 설명했다.   운영위원회는 연말, 내년 행사 계획도 논의했다. 평통 측은 12월 중 연말 모임을 갖기로 했으며 내년 1월 25일(토) 신년하례식을, 내년 3월 초에 차세대 장학금과 통일 기금 마련 골프대회를 각각 치르기로 했다.   또 여름 방학 중 차세대 모국 안보 투어를 진행하고 한국전 75주년과 광복 80주년을 기념하는 '통일 음악회'도 열 계획이다.   문의는 전화(714-357-6664)로 하면 된다. 임상환 기자탈북민 대화 대화 행사 현재 탈북민 민주평화통일 자문회의

2024-10-29

[우리말 바루기] ‘춘향이가’와 ‘춘향이는’

“춘향이가 간다”와 “춘향이는 간다”는 다르다. 느낌만 다른 게 아니다. ‘가’냐, ‘는’이냐에 따라 문장의 초점이 달라진다. ‘춘향이가’는 ‘춘향이’에 정보의 초점이 맞춰진다. 다음 대화에서 더 드러난다. “누가 가는 거야?” “춘향이가 간다.” 여기선 ‘춘향이’가 정보의 중심이란 걸 알 수 있다. ‘가’는 이럴 때 붙는다.   ‘춘향이는’은 ‘간다’에 초점이 있다. 다음에서 확인된다. “춘향이는 어떻게 할 거 같아?” “춘향이는 간다.” 이땐 ‘춘향이’보다 ‘간다’는 사실이 더 중요해 보인다. ‘는’은 이처럼 서술어에 초점이 놓일 때 온다. 다음 문장도 그렇다. “춘향이는 그네를 잘 탄다.” 이 문장의 초점도 춘향이에 있지 않고 ‘잘 탄다’에 있다.   “옛날에 몽룡이와 춘향이가 살았다.” 여기서 ‘춘향이가’ 대신 ‘춘향이는’이라고 한다면 어색하다. ‘춘향이’가 처음 나오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앞말이 첫 정보일 때는 ‘가’를 붙여야 자연스럽다. ‘춘향이는’은 ‘춘향이’가 재등장할 때 써야 어울린다. “춘향이가 살았다. 춘향이는 그네를 잘 탔다.” 둘째로 나오는 ‘춘향이’는 이미 알려진 정보가 된다. ‘는’은 이럴 때 쓰인다.   “춘향이가 그네를 잘 탄다는 걸 몽룡이는 모른다.” 여기서도 ‘춘향이가’라야 자연스럽다.  “너는 지는 해라면 그는 뜨는 해다”는 부자연스럽다. ‘너는’은 ‘네가’여야 한다. 우리말 바루기 다음 문장 다음 대화

2024-10-13

[새로운 여행지 찾기] 첫 날 목적 없이 걷다가 현지인과 대화도 재미

버킷 리스트를 작성하면, 아무래도 여행을 많이 꼽게 된다. 특히 한 곳에 오랫동안 거주했거나 여행이 잦지 않았던 경우에도 가보지 않은 곳이 많다. 버킷 리스트를 여행지로 가득 채우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유명한 곳만 찾다 보면 오가는 시간과 노력에 비해서 그저 그렇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자신만의 새로운 여행지를 찾는 방법을 제시한다. 몇 가지 방법을 알아봤다.   새로운 여행지를 찾는 것에 일정한 규칙이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관광 상품의 경우, 자세히 살펴보면, 대개가 경치가 좋아서 그것을 배경으로 사진 찍기 좋은 곳이 대부분이다. 얼굴만 바꾸면 모두 같은 사진이라고 해도 그리 틀린 말이 아닌 것처럼 들린다.   그렇게 경치를 좋아하는 사람, 역사적인 건물을 좋아하는 사람, 박물관을 좋아하는 사람, 향토 역사관을 좋아하는 사람 등 사람들의 얼굴이 다르듯이 생각과 취향이 다르게 마련이다.     밸리 거주 50대 정윤식(가명)씨는 최근 조기 은퇴했다. 평소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신기해하고 좋아했던 그는 한동안 여행에 전념하기로 마음 먹었다. 그래서 이전에 가졌던 몇 번의 관광사를 통한 여행 경험을 살려 다양한 여행지를 찾기 시작했다. 그런데 여행지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법, 새로운 언어로 소통하는 법, 식사할 장소를 찾는 법에 대한 정보가 별로 없다는 점을 발견했다.         1.문화적 차이=여행지는 어디든 독특하다. 명소, 건축물, 특산물 요리만이 아니다. 로마에 가면 로마의 법에 따르라는 말처럼 문화적으로 특이한 것이 많다. 미국 내에서도 다른 것이 제법 많다. 로컬 법률이 무엇인지, 여행 권고, 건강 관련 예방 조치가 있는지, 정치적 또는 사회적 불안이 있는지 알아봐야 한다.     미국을 포함한 여러 나라에서 서비스 종사자는 팁을 기대하는 반면, 다른 직종의 사람은 기대하지 않으며 일본과 같은 일부 지역에서는 팁을 모욕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지식은 가이드북을 읽고, 여행사에 물어보고, 여행지의 소셜 미디어를 팔로우하거나 찾아봐야 한다.     2.로컬 여행 블로그 참고=세부적인 여행 정보는 잡지나, 가이드북에 있지만 새로운 레스토랑, 잘 알려지지 않은 이벤트, 축제를 찾기 위해서 현지인이나 외국인이 운영하는 블로그를 추가로 찾아보는 것이 좋다. 유튜브를 포함한 SNS 사이트는 검색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Everyday Parisian in Paris, Secret NYC, A Lady in London 등이 꼽힌다. 이름만 봐도 뭔가 나올 것 같지 않은가.   3.대중 교통을 이용=마드리드, 베이징, 런던 등 대도시에는 대중 교통 자체가 문화적 수업과 같다. 지하철이나 버스 시스템을 이용하면 도시의 스타일, 문화적 차이, 전반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게다가 대중교통을 타면 현지인처럼 여행지를 즐길 수 있다.   여행 전 내비게이션 조사를 위해 대중교통 앱을 다운로드해서 얼마나 자주 운행하는지, 어디로 가는지, 환승이나 환승이 필요한지 확인해야 한다. 다른 승객을 지켜보는 것도 현명한 것이다. 어떻게 요금을 내고, 티켓을 검표하고, 역을 이동하는지 확인할 수 있다.     4.일상의 경험을 즐겨야=여행 중에 여유 시간이 있거나 현지인으로서의 삶을 실제로 느껴보고 싶다면 실제로 현지인의 일상을 즐겨볼 만 하다. 머리를 깎거나 매니큐어나 페디큐어를 받거나, 사무실 문화를 경험하기 위해 공동 작업 공간에서 하루를 보내거나, 극장에 가는 것도 좋다.   5.특별한 관심 그룹 찾기=비슷한 취미를 가진 사람을 찾는 것도 좋다. 지역 스포츠 및 음악 이벤트와 음식 축제에 참석하는 것이 방법이다. 공통 관심사를 가진 로컬 주민이나 여행자를 만나는 재미있는 방법이다. 거리 예술과 그래피티 투어도 있고 먹는 것을 좋아하면 푸드 투어도 있다.   6.번역앱 사용=새로운 도시와 새로운 언어를 탐험하는 또 다른 방법은 번역 도구를 사용하는 것이다. 구글 Lens, Scan & Translate를 사용하면 된다. 거리의 안내문을 간단히 구글 렌즈로 번역할 수 있다. 요즘은 AI 번역도 유용하다.   7.잘 알려지지 않은 명소 탐험=여행지에 도착해 여유 시간을 두어 번거로운 시간 제약 없이 산책하고 골목길을 돌아다니는 것도 요령이다. 목적 없이 걷고 흥미로운 상점, 시장, 공원을 살펴보고 로컬 주민을 만나는 것이다. 첫 날은 계획이나 일정 없이 여유 시간을 갖는 것이 새로운 시간대, 언어, 음식, 관습에 적응하는 데 도움이 된다.   8.지도 다운로드=새로운 도시를 탐색할 수 있도록 오프라인에서 구글맵스 지도 앱을 다운로드하라. 특히 골목길을 헤매는 동안은 범위를 벗어났을 때에도 탐색할 수 있다. 혹은 종이 지도를 사용하는 것이다. 호텔이나 방문자 센터에서 얻을 수 있다. 휴대전화 배터리가 방전될 경우를 대비해 백업이나 충전기와 코드를 챙기는 것이 좋다.     9.개인 투어 예약=관심 있는 지역을 탐험하고, 문화를 배우고, 현장에서 인맥을 쌓으려면 개인 투어를 예약하라. 여행 초기에 예약하는 것이 더 좋다. 가이드 워킹 투어를 이용하면 문화적 차이와 이벤트에 대해 물어보기에 좋다. 가이드북에서 읽어보지 못한 것을 들을 수 있다.     10.일반적인 문구를 배워야=언어를 아는 것이 새로운 지역을 탐험할 때 큰 도움이 된다.두오링고 같은 앱에서 몇 가지 기본 구문을 배우는 것이 좋다. 기본적인 인사라도 현지 언어로 말하려고 노력하라.     11.가장 맛있는 음식점=요즘은 특별히 시도하고 싶은 레스토랑을 찾으려면 앱에서 찾으면 된다.다른 방법은 로컬 주민처럼 먹는 것이다. 식당 밖에 줄 서 있는 로컬 주민을 따라가면 정말 맛있는 음식을 얻을 가능성이 높다.     12.현지에 머물러라=대형 호텔을 예약하는 대신, 베드 앤드 브렉퍼스트나 호스트와 함께 휴가용 임대 숙소에서 하룻밤을 보내라. 이런 유형의 숙박 시설의 주인과 직원은 볼거리와 즐길 거리에 대해 훨씬 더 잘 알고 있다. 관광객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덜 알려진 숨겨진 보석 같은 곳을 소개 받을 수 있다. 아니면, 어떤 곳이 관광객 함정인지,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피해야 할지 기꺼이 추천해준다. 개인 휴가용 임대 숙소를 이용한다면, 리뷰를 보는 것이 중요하다. 값싼 곳을 선택하지 말고 리뷰가 없다면 다른 곳에 가라.     13.방문자 센터에 들러보라.   14.의심스러울 때는 주저말고 도움 요청하라.   15.적어도 한 번은 새로운 것을 시도하라. 장병희 기자새로운 여행지 찾기 현지인 대화 로컬 여행 여행 경험 여행 정보

2024-09-08

[우리말 바루기] 문자 메시지

‘사람이 눈치가 있어야지’라는 인터넷 게시물이 인기를 끌었다. 카카오톡 대화를 옮겨온 것인데 눈치 없는 남자와 답답해하는 여자의 모습이 웃음을 자아낸다.   남자는 이것저것 물어보면서 계속 문자를 보내지만 여자는 그때마다 ‘넴’이라는 짧은 말로 답한다. 결국 남자가 “맨날 넴만. 솔직히 그렇게 시르세요?”라고 묻자 여자는 “불편해염”이라고 털어놓는다. “알겟어요”란 말에 다시 “넴”이라는 답이 돌아오면서 폭소를 터뜨리게 한다.   대화 내용을 보면서 재미있다는 것과 함께 다시금 한글의 우수성을 생각하게 된다. 우리말은 철자를 정확하게 표기하지 않거나 띄어쓰기를 제대로 하지 않아도 내용을 이해하는 데 큰 문제가 없다. 영어는 그렇지 못하다. 그만큼 한글이 속도와 정확성에서 앞선다는 얘기다.   다만 염려되는 것은 속도 때문에 특히 축약형 받침을 쓴다는 점이다. 남자가 보낸 문자메시지에서도 ‘잇으시면’ ‘배고프셧나바여’ ‘알겟어요’ 등의 표현이 나온다. 각각 ‘있’ ‘셨’ ‘겠’을 써야 할 자리에 쌍시옷 대신 시옷으로 표기한 것이다. 이런 식으로 문자가 유통되다 보니 아예 이것이 맞는 표기로 생각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데이비드 크리스털은 아이들이 문자메시지와 표준언어의 차이를 인식할 수 있게끔 교육시켜야 한다고 말한다.우리말 바루기 메시지 문자 문자 메시지 카카오톡 대화 데이비드 크리스털

2024-08-04

[이 아침에] 반세기 만에 트인 대화 물꼬

메시지를 받았다. “밥솥을 사서 밥을 했더니 고두밥. 우리 입맛에 맞을 쌀, 월마트에서 살 수 있는 걸로 추천 바랍니다.” 익히 알고 있는 이름이지만 모르는 사람 같았다. 알고 보니 50년 전 대학 클래스 동기였다. 그는 박사학위를 받고 모교인 서울교육대학에서 국어과 교수로 재직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을 뿐이다.   친구 소개로 전화번호까지 주고받았지만, 우린 피차 서로의 인성이나 취향 등에 관해 아는 게 없다. 살아온 환경과 생활 방식조차 다를 텐데. 풋풋했던 젊은 날의 애틋함이나 설렘 같은 건 없다. 어떻게 어느 선까지 대접해야 할까? 사람 교제를 좋아해 으레 손님방을 제공하고 있지만, 운전대까지 내려놓은 상태라 관광 안내도 자유롭지 못한 터. 여러 방법을 모색해 보았지만, 답을 못 찾았다.   그는 블로그에 올린 ‘플로리다 마이애미비치 거리에서 여경을 만나다’라는 글을 보냈다. 이어 호기심을 불러일으킨 ‘아이 러브 텍사스!’라는 글도 단숨에 읽어 내려갔다. ‘그들은 덮쳐 왔다 … 마치 훈련병이 무서운 교관에게 기합받지 않겠다는 듯 “아이 러브 텍사스!” 엉겁결에 사랑한 텍사스를 내일 떠난다.’     난 혼잣소리로 웃었다. 미 대륙 횡단 자동차 여행 중 모텔 화장실에서 썼단다. 글을 읽으며 옛 친구를 재발견한 듯했다.   졸업 후 50년 만에 대학 동기를 대면했다. 이상과 현실 차이가 너무 커서 방황했던 그 시절이 가까이 다가온다. 사라진 것이 아니고 나를 만들어준 중요한 요람이었다는 걸 뒤늦게라도 깨달은 게 다행이지 않을까. 그 동기를 잘 대접하고 싶은 건 그 시절 나를 존중해주고 싶은 마음에서다. 이제 칠십이 넘어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다른 세계를 열어가고 있지 않은가.       그는 우버를 이용해 로스앤젤레스에서 우리 집을 찾았다. 탁 트인 뜰 나무 그늘에 앉아 이야깃주머니를 꺼냈다. “어떻게 모교 교수가 될 수 있었어요?” 첫 질문을 시작으로 대화는 누에고치 실 풀리듯 이어졌다. 출생부터 대학 시절을 넘어 어렵고 힘들었던 10년 간의 강사 생활, 모교에서 후배 양성의 어려웠던 점, 은퇴 후 수필 쓰기와 강의에 빠졌단다. 둘은 공통점을 찾았다. 충남 홍성, 성장한 지역이 같고 수필을 쓴다는 점이다. 가로막혔던 무언가가 스르르 무너지는 듯했다. 반세기란 간격과 우려를 몰아내고 공감대를 형성한 게다. 자연스레 거실 겸 작업실로 안내했다. 서로 출판한 책들을 소개했다. 보유한 수필 강의록과 수필 학 책도 보여주었다. 미국 수필가 협회 활동상과 방문해 강의했던 한국 교수들도 소개했다. 그는 물 만난 고기처럼 수필 창작을 위한 열강을 쏟아냈다.     7시간 동안 만남이었다. 숙소로 돌아간 그가 쓴 글을 보내주었다. ‘그녀와 나는 대학 동기다. … 그녀와 나는 노는 물이 달랐다. 지금 기억으로는 둘은 대화한 적이 없다. 그녀가 특별히 관심 영역 안에 있지 않았다. 그저 이름과 안면을 익힌 채 각자 삶의 바다로 일엽편주처럼 떠돌기 반세기 만에 대화 광장에 손잡고 입장한 셈.… 그녀 소식은 우연히 알게 되었다. 미국을 여행하는 도중에 필연처럼’이라고 묘사했다.   수필은 정직하다, 수수하지만 지루하지 않고 진정성이 있는 산문이다. 수필가라는 교집합이 우리 대화 물꼬를 트이게 했다. 글의 힘이 아닐는지. 여전히 진행형이다. 이희숙 / 수필가이 아침에 반세기 대화 수필가 협회 수필 강의록 대학 동기

2024-07-24

[문장으로 읽는 책] 물속의 철학자들

“신은 보이지 않잖아요. 산소도 안 보여요. 그러니까 신은 산소 아닐까요.” 재미있는 의견이었다. 그 학생은 신이 만든 우주에 왜 산소가 없을까 의아한 모양이었다. 신이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고 하니, 신은 지구에 있는 것이다. 지구에는 산소가 있다. 그러니까 신은 산소인 것이다. “그러면 신은 몸속에도 있는 거네.” 내가 이렇게 말하자 그 학생은 “하지만 토하면 나가버려요”라며 수줍게 미소를 지었다.       나가이 레이 『물속의 철학자들』   학교·기업 등에서 ‘철학 대화’를 이끄는 저자의 책이다. “신은 존재할까”라는 질문에 한 여중생이 내놓은 답이다. 저자는 “어째서 엉뚱한 말은 미움을 받을까, 어째서 그런 건 철학이 아니라고 여겨질까”라고 묻는다.   “의외로 아이들은 엉뚱한 말을 하지 않는다. 어디선가 들은 적 있는 모범답안, 부모에게서 이어받았을 법한 사상, 사회에 널리 퍼진 상식을 입에 담는다. 질문에 대해서 ‘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정답’을 맞히려고 하기 때문이다.” 그에 비해 철학자들은 이상한 말, 꽤나 비상식적인 사고실험을 하는 존재다. 정답 아닌 자신만의 답을 찾는다.   우리 삶 속 철학의 쓰임새를 묻는 책이다. “우리에게는 질문이 있다. 때로는 어이없고, 때로는 골머리를 앓고, 주룩주룩 눈물을 흘릴 것 같은 질문이. 언제까지 계속 일해야 하는 건가요? 사람을 사랑한다는 건 무엇인가요? 보통이란 뭔가요? 나는 태어나도 괜찮았던 걸까요? 질문 때문에 쓰러질 듯해도 질문과 함께 계속 살아가는 것. 그것을 나는 철학이라고 부르고 싶다.” 양성희 / 중앙일보 칼럼니스트문장으로 읽는 책 철학자 물속 철학 대화 모범답안 부모 나가이 레이

2024-07-03

[디지털 세상 읽기] 읽기 능력을 잃게 된다면

근래 들어 학생들의 문해력이 크게 줄어들었다는 경고가 많이 나온다. 단순히 문장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책이나 기사 같은 텍스트를 읽는 기술, 즉 읽기 능력 자체가 줄어들고 있다. 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것은 출판업계다. 책 판매 감소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유튜브처럼 초 단위로 보는 사람의 주의를 붙잡는 영상에 익숙하다 보니 사람들은 한 번에 수십 페이지씩 읽는 전통적인 독서를 지속할 만큼 집중하는 걸 힘들어한다는 주장도 있다.   읽기 능력의 감소를 나쁘게 볼 것만은 아니라는 반론도 있다. 인터넷과 스마트폰 시대에 들어서면서 텍스트에 대한 의존도는 줄었을지 몰라도 흡수하는 정보의 양을 오히려 늘었다는 거다. 이미지와 동영상을 통해 압축적으로 받아들이는 경우 단순히 텍스트를 매개로 하는 것보다 상상력은 덜 사용하겠지만, 더 구체적인 이해가 가능할 수 있다. 따라서 동영상을 통한 정보 습득을 나쁘게만 볼 건 아니라는 거다. 젊은 층일수록 영상을 몇 배속으로 빠르게 보는데 이는 속독법과 다를 바 없다.   최근에 나온 책, ‘읽지 못하는 사람들’에 따르면 인간은 글자를 읽게 진화하지 않았다고 한다. 대화 능력과 달리, 문자를 읽고 해독하는 능력을 모든 사람이 갖춰야 한다고 생각한 것은 최근의 일이어서 인간의 뇌는 다른 용도로 진화된 기능을 읽기에 전용(轉用)하고 있다는 것. 우리는 인구의 대부분이 책을 읽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인터넷의 확산 이전부터 많은 사람이 다양한 이유로 읽기를 힘들어했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어쩌면 텍스트를 주요 소통수단으로 사용했던 것은 인류 역사에서 짧은 기간에 불과할지 모른다. 중요한 것은 정보의 전달과 습득 그 자체이지, 그 수단이 아닐 수 있다. 봉화가 사라졌다고 해서 인류가 소통을 멈춘 게 아니다. 박상현 / 오터레터 발행인디지털 세상 읽기 능력 대화 능력 읽기 능력 정보 습득

2024-06-16

[잠망경] 꿈속의 대화

환자 열 대여섯을 앉혀 놓고 담론을 펼친다. 오늘은 ‘agitation, 동요(動搖)’에 대하여 얘기할까 하는데, 이 어려운 라틴어가 어디에서 유래했는지 아느냐. 이탈리아계 젊은이가 자신 있게 말한다. ‘acid indigestion, 위산과다’에서 왔습니다.   1980년대 뉴욕 이탈리아계 이민자들이 ‘agita’라는 슬랭을 쓰기 시작했다. 산(acid)을 뜻하는 이탈리아어 ‘acido’의 사투리. 1990년 중반쯤 정신적 동요까지 포함해서 누구나 알아듣는 슬랭이 됐다 한다. 그러나 ‘agita’와 ‘agitation’는 스펠링이며 발음이 비슷하다는 데서 그치고 만다. ‘agitation’는 워낙 ‘흔들림’이라는 뜻이었단다.   ‘agitation’의 뜻은 현대어에서 크게 셋으로 나뉜다. ①정신적으로 불안하거나 흥분한 상태 ②정치적으로 대중을 선동하는 행동 ③액체를 섞어서 심하게 흔드는 행동.   일단 ‘agitation’을 동요라고 했지만  요동(搖動) 혹은 요동질이라 번역하면 어떨까 싶기도 하다. 병동에서 환자와 직원이 겪는 요동을 세 가지 유형으로 구분해서 설명한다.   ①육체적 요동 - 다른 환자나 직원을 때리거나, 이물질을 삼키거나, 팔목에 상처를 내고 벽에 머리를 부딪치는 자해행위, 기물파손 등 소란을 일으키는 경우.   ②언어적 요동 - 질문이 있다며 손을 든 후 질문은 하지 않고 일장연설을 하는 행동. 그만하라고 종용하면 금방 끝내겠다 해 놓고 그러지 않는 작태. 다른 환자는 또 다른 수법을 쓴다. 기차 화통(火筒)을 삶아 먹었는지 견딜 수 없이 큰 목소리로 영화, ‘스타 워즈, 별들의 전쟁’에 나오는 짧은 대사를 주절댄다. 결과? 물리적 고통이 아닌 감각적 고통.   ③두뇌적 요동 - 겉으로는 멀쩡하지만 속으로 두뇌가 부글부글 작동하는 상태. 직접 남을 괴롭히지는 않는다. 이 부류에 속하는 환자는 왕성한 환상과 환각 상태를 애써 감추면서 겉으로는 시치미를 뚝 떼고 처신하려 노력한다. 이들의 특징은 남들 앞에서 독백을 가끔 혹은 자주 하는 데 있다. 여차하면 눈에 보이지 않는 상대와 심한 논쟁이 터지기도 한다.     ③은 ‘Internal world, 내면세계’와 ‘external reality, 외부현실’을 분간하지 못하는 것이 큰 이유라고 해석한다. 꿈속에서 누구와 격하게 대화를 나누다가 갑자기 큰 소리로 잠꼬대하는 것이 좋은 예라고 덧붙인다.   그룹테라피가 끝난 후 내게 두뇌적 요동현상이 일어난다. 우리의 모든 대화가 꿈속의 대화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은 아닐까. 나는 내 내면세계를 서술하는 독백을 삼가는 데 익숙할 뿐, 다른 사람 앞에서 잠꼬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당신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서량 / 시인·정신과 의사잠망경 꿈속 대화 두뇌적 요동현상 agitation 동요 육체적 요동

2024-05-20

[잠망경] 꿈속의 대화

나와 크게 다름없어 보이는 환자 열 대여섯을 앉혀 놓고 담론을 펼친다. 오늘은 ‘agitation, 동요(動搖)’에 대하여 얘기할까 하는데, 이 어려운 라틴어가 어디에서 유래했는지 아느냐. 이태리 태생 젊은이가 자신 있게 말한다. ‘acid indigestion, 위산과다’에서 왔습니다.   1980년대 뉴욕 이태리 이민자들이 ‘agita’라는 슬랭을 쓰기 시작했다. 산(acid)을 뜻하는 이태리어 ‘acido’의 사투리. 1990년 중반쯤 정신적 동요까지 포함해서 누구나 알아듣는 슬랭이 됐다 한다. 그러나 ‘agita’와 ‘agitation’는 스펠링이며 발음이 비슷하다는 데서 그치고 만다. ‘agitation’는 워낙 ‘흔들림’이라는 뜻이었단다.   ‘agitation’의 뜻은 현대어에서 크게 셋으로 나뉜다. ①정신적으로 불안하거나 흥분한 상태 ②정치적으로 대중을 선동하는 행동(예: 유튜브로 느끼는 요즘 한국 정치 판국) ③액체를 섞어서 심하게 흔드는 행동(예: 바텐더가 손님 앞에서 폼나게 과시하는 칵테일 셰이킹).   일단 ‘agitation’을 동요(動搖)라 처음에 옮겼지만 요동(搖動) 혹은 요동질이라 번역하면 어떨까 싶은데. 아니면 눈 감고 아웅 하는 식으로, ‘지x’이라 할까나. 어쨌거나 위에 열거한 ①②는 올데갈데없이 ‘지엑스’스럽지만③은 절대 그렇지 않다.   병동에서 환자와 직원이 한결같이 겪는 요동을 세 가지 유형으로 구분해서 설명한다.   ①육체적 요동 - 다른 환자나 직원을 애매한 이유로 때리거나, 못이나 배터리 같은 이물질을 삼키거나, 모종의 수법으로 팔목에 상처를 내는, 또는 벽에 머리를 쾅쾅 부딪치는 자해행위, 몸을 날려 ‘exit’ 사인, CCTV 카메라를 떼어내거나 공중전화를 부수는 기물파손 등등 육체를 사용해서 물리적 소란을 일으키는 경우.   ②언어적 요동 - 아침 조회 시간에 질문이 있다며 손을 든 후 질문은 하지 않고 일장연설을 하는 행동. 모두 고만하라고 거듭거듭 종용하면 금방 끝내겠다 해 놓고 그러지 않는 작태. 다른 환자는 또 다른 수법을 쓴다. 옛날 우리 슬랭으로, 기차 화통(火筒)을 삶아 먹었는지견딜 수 없이 큰 목소리로 영화, ‘Star Wars, 별들의 전쟁’에 나오는 짧은 대사를 주절대는 본때를 보여준다. 결과? 물리적 고통이 아닌 감각적 고통.   ③두뇌적 요동 - 겉으로는 멀쩡하지만 속으로 두뇌가 부글부글 작동하는 상태. ①②처럼 직접적으로 남들을 괴롭히지는 않는다. 이 부류에 속하는 환자는 왕성한 환상과 환각 상태를 애써 감추면서 겉으로는 시치미를 뚝 떼고 처신하려 노력한다. 이들의 특징은 남들 앞에서 독백을 가끔 혹은 자주 하는 데 있다. 여차직하면 눈에 보이지 않는 상대와 심한 논쟁이 터지기도 한다. 관광객티를 내며 맨해튼에 가보시라. 당신은 혼잣말을 크게 뇌까리며 걸어가는 노숙자를 여럿 만날 것이다.   ③을 좀 공들여 설명한다. ‘Internal world, 내면세계’와 ‘external reality, 외부현실’을 분간하지 못하는 것이 큰 이유라고 해석한다. 꿈속에서 누구와 격하게 대화를 나누다가 갑자기 큰 소리로 잠꼬대하는 것이 좋은 예라고 덧붙인다.   그룹테러피가 끝난 후 내게 두뇌적 요동현상이 일어난다. 우리의 모든 대화가 꿈속의 대화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은 아닐까. 나는 남에게 내 내면세계를 서술하는 독백을 삼가는 데 익숙할 뿐, 다른 사람 앞에서 잠꼬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당신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서량 / 시인·정신과 의사잠망경 꿈속 대화 두뇌적 요동현상 agitation 동요 육체적 요동

2024-05-14

'부에나파크 경찰과 대화' 행사

오렌지카운티 한인상공회의소(이하 상의, 회장 짐 구)가 부에나파크의 한인 비즈니스 업주, 주민이 경찰과 만나 대화하고 민원 사항을 건의하는 행사를 연다.   상의가 조이스 안 부에나파크 부시장(1지구)의 도움을 받아 마련한 행사 명칭은 ‘스테이트 오브 더 세이프티(State of The Safety)’이며, 오는 15일(수) 오전 11시부터 오후 1시30분까지 엘러스 이벤트 센터(8150 Knott Ave) 내 헤리티지 홀에서 진행된다.   프랭크 누네스 부에나파크 경찰국장이 행사에 참석해 지역사회 치안 현황에 관해 설명하고 범죄의 타깃이 됐을 때,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합법적이며 현명한 방법인지 알려주고 범죄 피해 예방 팁도 제공할 예정이다. 누네스 국장과 한인 경관들은 참석자의 질문에 답하고 치안 관련 애로 사항도 청취한다.   짐 구 상의 회장은 “실제 벌어진 범죄 사례를 소개하고 동영상 자료도 보여줘 이해를 돕게 된다. 한인 경관 8명이 나오고 부에나파크 시 직원이 한국어 통역을 맡게 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범죄 피해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팁은 부에나파크 외 다른 지역 한인 업주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니 많이 참석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조이스 안 부시장은 “부에나파크 주민과 오렌지카운티 한인 상권의 중심지에서 비즈니스를 하는 한인들이 범죄 피해 걱정 없이 지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시의 매우 중요한 과제다. 평소 경찰에 바라던 것을 알리고 경관들과 교류할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참석 예약은 웹사이트(bit.ly/bp_safety)에서 할 수 있다. 문의는 상의에 전화(714-638-1440)로 하면 된다. 임상환 기자경찰 대화 대화 행사 행사 명칭 오렌지카운티 한인상공회의소

2024-05-08

[디지털 세상 읽기] 싸움톡의 기술

스마트폰이 가져다준 편리함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지만, 사람들이 가장 자주 사용하는 게 카카오톡과 같은 메신저 앱이다. 메신저는 필요하면 전화처럼 동기화(실시간) 소통이 가능하고, 원하지 않을 경우 이메일처럼 비동기화 소통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그런데 그 이점 때문에 많은 사람이 이를 말다툼의 수단으로 사용한다.     문자로 싸운다고 해서 영어로 ‘펙스팅(fight+texting)’이라 부르는 이런 소통법은 미국의 영부인 질 바이든이 남편을 떠나지 않는 경호원들이 듣지 않게 싸우는 방법으로 사용한다고 해서 유명해졌다.   싸움이 좋은 건 아니지만, 갈등을 풀어야 할 때 말로 다투는 것보다 오히려 낫다는 주장도 있다. 당장 답을 해야 하는 대면 대화와 달리, 원하지 않을 경우 답을 늦게 할 수 있기 때문에 시간이 흐르면서 감정이 가라앉기도 한다는 것이다. 특히 말로 생각을 밝히는 데 익숙하지 않은 성격이라면 자기 생각을 정리해서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시간을 벌 수도 있다. 면전에서는 자존심 때문에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도 메신저에서는 뜻을 굽히기도 한다.   하지만 메신저로 싸우는 게 항상 좋은 것만은 아니다. 사람이 말로 의사소통을 할 때는 문장만으로 생각과 감정을 전달하는 게 아니다. 상대방은 말하는 사람의 음성의 크기, 얼굴 표정, 바디 랭귀지를 통해 의미를 종합적으로 파악하는데, 문자에는 그런 요소들이 모두 빠지기 때문에 쉽게 오해를 부른다. 가령 “네”라고 짧게 대답한다면 흔쾌한 대답일 수도 있지만, 기분이 상했다는 뜻일 수도 있다.     사람들이 “네” “네네” “넵” “넹” 등의 다양한 표현을 개발하고, 이모지를 함께 넣어서 전달하는 이유가 그거다. 중요한 건 대면 대화와 메신저의 장단점을 잘 이해하고 적절하게 활용해서 갈등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이다. 박상현 / 오터레터 발행인디지털 세상 읽기 기술 비동기화 소통 대면 대화 자기 생각

2024-05-08

[문장으로 읽는 책] 물속의 철학자들

“신은 보이지 않잖아요. 산소도 안 보여요. 그러니까 신은 산소 아닐까요.” 재미있는 의견이었다. 그 학생은 신이 만든 우주에 왜 산소가 없을까 의아한 모양이었다. 신이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고 하니, 신은 지구에 있는 것이다. 지구에는 산소가 있다. 그러니까 신은 산소인 것이다. “그러면 신은 몸속에도 있는 거네.” 내가 이렇게 말하자 그 학생은 “하지만 토하면 나가버려요”라며 수줍게 미소를 지었다.     나가이 레이 『물속의 철학자들』   학교·기업 등에서 ‘철학 대화’를 이끄는 저자의 책이다. “신은 존재할까”라는 질문에 한 여중생이 내놓은 답이다. 저자는 “어째서 엉뚱한 말은 미움을 받을까, 어째서 그런 건 철학이 아니라고 여겨질까”라고 묻는다.   “의외로 아이들은 엉뚱한 말을 하지 않는다. 어디선가 들은 적 있는 모범답안, 부모에게서 이어받았을 법한 사상, 사회에 널리 퍼진 상식을 입에 담는다. 질문에 대해서 ‘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정답’을 맞히려고 하기 때문이다.” 그에 비해 철학자들은 이상한 말, 꽤나 비상식적인 사고실험을 하는 존재다. 정답 아닌 자신만의 답을 찾는다.   우리 삶 속 철학의 쓰임새를 묻는 책이다. “우리에게는 질문이 있다. 때로는 어이없고, 때로는 골머리를 앓고, 주룩주룩 눈물을 흘릴 것 같은 질문이. 언제까지 계속 일해야 하는 건가요? 사람을 사랑한다는 건 무엇인가요? 보통이란 뭔가요? 나는 태어나도 괜찮았던 걸까요? 질문 때문에 쓰러질 듯해도 질문과 함께 계속 살아가는 것. 그것을 나는 철학이라고 부르고 싶다.” 양성희 / 중앙일보 칼럼니스트문장으로 읽는 책 철학자 물속 철학 대화 모범답안 부모 나가이 레이

2024-04-10

[문예 마당] 함께 나누는 대화

며칠 전 커피숍에서 무엇인가 아쉬운 마음으로 나오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친우들과의 대화 내용은 몸 어디가 아프다는 이야기, 자식 이야기, 손자 이야기 그리고 남 이야기가 주였다. 은퇴 후 시간 여유가 있다 보니 친구들, 또는 아는 사람들과 이야기할 기회가 많아졌다. 그런데 대화를 자주 하다 보니 조심해야 할 소재들이 있음을 느낀다.   주위에 나이 든 사람이 많다 보니 몸 곳곳에 아픈 십자가들을 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그에 관한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문제는 본인의 아픈 이야기를 시작으로 주변 사람들의 아픈 이야기까지 이어진다. 이런 유쾌하지 않은 이야기를 계속하는 대화는 피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또한 본인의 과거 이야기, 자식 또는 손자들에 관한 이야기도 적지 않게 나온다. 대부분이 자랑거리다. 하지만 아무리 자랑스럽고 좋은 이야기라도 공유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라면 듣는 사람은 부담을 느끼게 된다. 사생활 (privacy)을 중시하는 미국 사람들은  본인의 이야기, 혹은 자식이나 가정에 대한 이야기는 다른 사람에게 잘 하지도 않고 묻지도 않는다.     한국 정치에 대한 이야기도 빠지지 않는 소재다. 한국 정치 이야기를 하다 보면 서로 얼굴을 붉히는 상황까지 벌어지기도 한다. 한국을 떠난 지도 오래되었고 우리 생활과는 거리가 있는 한국 정치에 관한 이야기를 하려면 자기주장이 강한 논쟁보다는 차라리 토론 형태로 하는 편이 훨씬 유익하다고 생각된다. 논쟁은 누가 옳은지 흑백을 가리자는 대화이기에 서로 열을 받게 되지만, 토론은 무엇이 옳은지를 찾는 것이기에 언쟁으로 번질 가능성이 작다. 한국 정치에 관심을 갖는 것은 좋지만 직접 할 수일은 별로 없지 않은가. 더구나 본인이 미국 시민권자라면.     우리는 본인이 직접 보거나 경험한 것이 아니라 남에게서 들은 내용을 다른 사람에게 전할 때도 많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이런 경우 대부분이 좋지 않은 내용이다.     고대 그리스의 유명한 철학자 소크라테스와 그의 친구가 주고받았다는 이야기 내용이 흥미롭다. 소크라테스는 저술이나 일기를 남기지 않았지만, 그의 제자인 플라톤 이, 특히 크세노폰 등이 소크라테스의 일화나 행적을 많이 남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느 날 소크라테스의 친우가 “네 친우에 관련된 이야기를 하나 들었는데 ”라고 말하자,  소크라테스가 먼저 세 가지 질문을 했다는 것이다. 그들의 대화 내용은 이러했다.     친우: “네 친우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소크라테스: “나에게 하려고 하는 이야기는 네가 직접 들은 이야기인지 혹은 다른 사람한테 들을 이야기인가?”   친우: “실은 내가 다른 사람에게서 들은 이야기인데?”   소크라테스: “그러면 너는 그 이야기가 사실인지 모르는구나. 그런데 그 이야기는 좋은 이야기인가, 아니면 안 좋은 이야기인가?”     그리고 끝으로 소크라테스는 다시 물었다. “자네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우리  삶에 도움이 되는 이야기인가? 만일 그 이야기가 우리에게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는 이야기라면 그 이야기를 할 이유가 있을까?”   소크라테스의 질문에는 “사실이 아닌 남의 이야기를 듣고 그 이야기를 전하지 말라”는 내용과 “그 이야기가 사실이라도 좋지 않은 내용의 이야기는 말하지 않는 편이 좋다”는, 그리고 “만일 그 내용이 좋지 않더라도 내 생활에 경각심을 울리는 이야기”라면 듣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좋은 대화가 되기 위해서는 목적이 분명하고 참석자들과 공유할 수 있는 주제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상대방의 대화를 중간에 끊지 말고, 존중하는 자세로 경청하고, 상대방의 의견에 대한 고려와 예의를 차리는 것이 건강한 대화를 유지하는 방법이다. 이와 더불어 대화를 통해 성장할 수 있도록 지난 일보다는 오늘과 내일을 위해서 책을 읽고 나 자신이 말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일이라고 생각된다.   이명렬 / 작가문예 마당 대화 수필 이야기 자식 손자 이야기 이야기 내용

2024-03-21

[취재 수첩] 무연고자와 라면 한 봉지

무연고자 박철언(64)씨의 삶은 늘 쓸쓸했다.   그래도 마지막 가는 길 만큼은 외롭지 않았다.   지난 7일 세인트제임스교회 김요한 신부가 열어준 장례식은 조촐해도 온정이 가득했다. 〈본지 12월21일자 A-1면〉   노숙자, 무연고자와 같은 소외 계층은 우리 주변에 늘 있다. 중요한 건 박씨와 같은 안타까운 일이 또다시 생겨나선 안 된다는 점이다.   취재가 끝나고 셸터를 운영 중인 김 신부에게 물었다. 이 문제의 해결책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구체적인 방안을 듣는가 했는데, 답변은 의외로 단순했다.   “라면이랑 생필품이 필요하죠. 아, 담배도….”   김 신부는 “이 사람들 돌보는 건 사실 별것 없다”며 “일반인이 가진 ‘의지’라는 게 별로 없기 때문에 데리고 살면서 사고 안 치고 잘 먹고 잘 자는 일이 가장 중요할 뿐”이라고 말했다.   한인타운에서 셸터 사역을 펼친 지 15년 째다. 지금까지 약 300명 정도의 노숙자가 김 신부의 셸터를 거쳐 갔다.   그 중 살아보겠다고 의지를 갖고 취직까지 한 사례는 30명이 채 안 된다. 갱생 비율이 10%에도 못 미치는 셈이다.     나머지는 뚜렷한 목적 없이 하루를 그냥 살아가는 이들이다. 술을 마시고 행패를 부리거나, 다른 이들과 싸우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셸터에서의 삶이 답답해서 다시 거리로 뛰쳐나간 경우가 대부분이다.   김 신부는 돈 얘기를 꺼내는 것도 싫어했다. 오히려 재정 지원을 받는 게 불편하다는 입장이다. 돈을 받게 되면 도움을 주는 이들이 이래라저래라 하니까 그보다 음식이나 주면 좋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LA시의 노숙자 정책도 슬쩍 꼬집었다.   김 신부는 “노숙자 문제라는 건 돈으로만 해결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라며 “어쩌면 셸터가 이 사람들에겐 또 하나의 감옥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그들의 현실을 파악하고 어느 정도 유연한 접근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 마디를 덧붙였다. 정부와 달리 일반 시민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고 했다.   그는 “굳이 돕겠다면 셸터에 와서 여기 사람들과 몇 마디 대화나 좀 해주고 잠시라도 시간을 보내주면 좋겠다”며 “이들은 가족도 없지 않나. 사람 간에 어떤 인정을 느끼게 되면 바뀔 수도 있다”고 했다.   무연고자에게 필요한건 거창한 지원이 아니다. 라면 한 봉지, 대화 몇 마디면 충분할 수 있다. 제2의 박철언씨가 나와선 안 된다. 장열 기자취재 수첩 무연고자 봉지 노숙자 무연고자 무연고자 박철언 봉지 대화

2023-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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