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기고 스스로 해결하려다 치료시기 놓쳐"
“수면제 30알을 먹고도 그냥 피곤했대요.” LA카운티 정신건강국(DMH) 정신질환 모바일 대응팀(PMRT) 임상사회복지사 윤수태(사진) 대원은 정신질환이라면 일단 숨기고 피하는 한인들의 문제를 지적했다. 10년 현장 경력의 윤 대원은 LA한인타운·LA다운타운·웨스트LA 등이 포함된 ‘PMRT 서비스 지역 4’을 담당하는 유일한 한인 대원으로, 우울증, 자살 충동, 조현병 등 정신질환 관련 신고를 받고 현장에 투입돼 언어 장벽이 있는 한인들을 돕고 있다. 윤 대원은 특히 지난해 팬데믹으로 인해 비즈니스 실패 등으로 자살을 시도한 한인들이 많았다고 전했다 〈본지 11월 17일 자 A3면〉. 그러면서 이들은 공통적으로 자신들의 자살 시도를 인정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고 덧붙였다. 윤 대원은 “한 번은 한인 여대생이 팬데믹으로 조그맣게 하던 액세서리 판매 사업이 문을 닫게 되자 함께 있던 동생이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 수면제를 먹었다”며 “다행히 동생에게 발견돼 급히 응급실로 옮겨졌는데, 잠이 안 와서 먹었을 뿐이라며 자세한 답변을 일축했다”고 전했다. 그는 “우울증이 오면 생각이 복잡하니 깊은 잠에 들고 싶은 충동이 생기는데, 이게 우울증이고 정신적으로 위험한 상태인지 모르는 한인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또 윤 대원은 “과거 한국에서 유명 인사였던 한 여성은 갑자기 조현병을 앓게 됐는데 부모가 스스로 해결해보려다가 뒤늦게 우리에게 도움을 요청했다”며 “하지만 그때는 이미 심각해진 상황이었고 메디칼로 서비스를 받고 싶어도 이전 치료 기록이 없어 후속 조처에 난항을 겪었다”고 전했다. 이어 “한 번은 한인 남매 중 누나가 조현병이 심했는데 나중에 치료하면서 누나는 회복되고, 같이 살던 남동생이 그 영향으로 조현병에 시달린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윤 대원은 “누구나 받아드리기 힘든 게 정신질환이다. 그렇지만 빨리 상태를 인정하고 받아드린다면 그다음부터 치료는 쉽다”며 “숨기고 피하는 건 상황만 악화시킬 뿐, 절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조언했다. PMRT는 DMH 산하 긴급 지원 및 환자분류 부서(EOTD)에 속해 정신질환 관련 사건에 투입되는 위기대응팀(crisis team)이다. 911에 접수된 신고를 받고 경찰과 DMH 임상의가 함께 투입되는 긴급대응팀(emergency team)과는 차이가 있다. 윤 대원은 상황과 증상에 따른 올바른 신고처를 강조하면서 “만약 정신질환으로 인한 폭력적인 상황 및 환자가 있을 경우 911에 ‘SMART’(Systemwide Mental Assessment Response Team· 전조직 정신평가대응팀)를 요청해야 한다”고 전했다. 반면 “보호자가 몇 시간 정도 보호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PMRT에 신고해야 한다”며 “PMRT는 현장에 나가 환자 상황이나 위험정도를 평가한 뒤 병원을 배정하거나 맞는 지원 서비스를 연결해주며, 강제입원시킬 수 있는 권한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인타운에 거주할 경우 ‘PMRT 서비스 지역 4’(213-351-2813)로 연락할 수 있고, 그 외에 DMH 핫라인(800-854-7771)이나 211로 연락해 PMRT를 요청할 수 있다. 장수아 기자치료시기 정신질환 한인 대원 정신질환 모바일 정신질환 관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