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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을 단골로 만들려면!

 저는 나이 40에 신학대학에 편입했습니다. 그 당시 대전에서 사업을 하고 있었으며, 전도사로 사역하고 있었습니다. 새벽예배 설교를 한 후에 천안에 있는 신학대학에서 강의를 들었습니다. 학생들은 정장 차림의 저를 교수인줄 알았다고 합니다. 같이 공부했던 분들은 대부분 15년 정도 어렸습니다. 그 중의 한 분인 강 목사님은 고향인 농촌에서 목회를 하고 계십니다. 그는 먼저 친구들의 사업장을 들려 전도를 했습니다. 초등학교 동창 중에 슈퍼마켓을 하는 여자 동창이 있었습니다. 그는 여자 동창에게 이제 교회에 나오면 좋겠다고 권했습니다. 여 사장은 사업 때문에 시간을 내기 어렵다고 대답하더니, 갑자기 교회에서 도둑질을 가르치느냐고 묻더랍니다. 왜 그러한 질문을 하냐고 물었습니다. 신자들도 물건을 훔치기 때문이라고 대답했습니다.       강 목사님은 여자 동창에게 훔치는 순간을 몰랐다면 어쩔 수 없지만 훔치는 현장을 보았을 때는 폭로를 하면 되지 않느냐고 말했습니다. 사장은 그러면 안 된다고 대답했습니다. 들킨 사람은 슈퍼에 오지 않을 것이고, 좋지 않은 소문을 내고, 다른 사람도 슈퍼에 오지 못하도록 하기 때문이라고 대답했습니다. 사장은 오히려 훔친 사람에게 과자와 같은 상품을 덤으로 준다고 말했습니다. 덤을 받은 사람은 좋은 소문을 내고 다른 사람까지 데리고 온다고 했습니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도둑을 잡은 슈퍼는 3년 안에 망한다!” 라는 옛 어르신들의 지혜로운 말씀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강 목사님은 다음 주일 예배 시간에 황금률로 알려진 마태복음 7장 12절을 본문으로 설교를 했습니다. 본문은 “그러므로 무엇이든지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 이것이 율법이요 선지자니라”이었습니다. 강 목사님은 그의 삼촌이 초등학교 시절에 있었던 이야기로 설교를 시작했습니다.       삼촌이 초등학교를 다닐 때는 1960년대 초반이었습니다. 먹을 것이 없던 시절이었습니다. 삼촌은 친구들과 학교 급식창고를 털기로 했습니다. 급식 창고에는 미국에서 원조를 받은 옥수수 가루와 분유가 있었습니다. 허겁지겁 분유를 퍼먹었습니다. 분유를 급히 먹다보니 목이 막혔습니다. 그런데 하필 그 때 창고 옆을 지나던 숙직 선생님께 들켰습니다. 이제는 죽었다!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선생님은 분유를 급히 먹다 목이 막히면 큰일 난다고 하시면서 물을 주셨습니다. 감동을 받은 삼촌과 친구들은 나도 선생님 같은 사람이 되겠다고 다짐했답니다. 강 목사님은 미국의 부자 가운데 페니(J. C. Penny, 1875-1971) 라는 사람의 예도 들었습니다. 그는 고등학교 졸업 후 콜로라도에서 육류사업을 시작했습니다. 호텔에 가장 좋은 고기가 납품했는데, 호텔 주방장은 끊임없이 뇌물을 요구했습니다. 뇌물을 주면 손해를 보는 쪽은 고객들이고, 그만큼 질이 떨어지는 고기를 납품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뇌물을 주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호텔 주방장은 고기 납품을 중단시켰습니다.       그는 실망하지 않고 잡화점을 열었습니다. 가게 이름을 ‘황금률 가게(Golden Rule Store)'라고 하였습니다. 가게 문 앞에 “너희는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는 마태복음 6:33 말씀을 크게 써서 붙였습니다. 비난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그의 사업은 해를 거듭할수록 규모가 커졌습니다. 1929년 세계대공황의 여파로 빚쟁이들에게 시달리게 되었습니다. 불면증으로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냈습니다. 어느 날 아침, 병실 복도 끝에서 아름다운 찬송이 들렸습니다. “너 근심 걱정 말아라. 주 너를 지키리. 주 날개 밑에 거하라. 주 너를 지키리.” 그의 눈에는 눈물이 흘러내렸습니다. 다시 용기를 내어 막노동부터 시작하여 편의점을 열었습니다. 고통당하고 있는 이웃이 누구인가를 생각하던 중, 당시 은퇴하고 갈 곳 없는 목사님들을 위하여 살기 좋은 플로리다에 콘도 100채를 지어 은퇴 목사님들을 모시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죽을 때까지 그의 소유를 선교를 위해 사용했습니다. 페니가 세상을 떠날 즈음에는 수입의 90% 가량을 하나님께 드리고 있었습니다. 그의 이름을 딴 1,108개(2011년)의 J. C. Penney 백화점이 생겨나게 되었습니다. 그는 자기 이름 James Cash의 약자, J. C.를 Jesus Christ라고 했습니다. 그는 만년에 이렇게 간증했습니다. “처음에 나는 늘 ‘피땀 흘려 번 돈이니 내가 마음대로 할 권리가 있다.’ 라고 생각하는 시험에 빠졌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뜻을 깊이 깨달았을 때, 주는 기쁨이 움켜쥐고 있는 기쁨보다 훨씬 큰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라고 했습니다.   이은혜 기자단골 초등학교 동창 은퇴 목사님들 삼촌과 친구들

2025-01-15

낮엔 커피숍 밤엔 와인바…매장도 투잡 뛴다

LA한인타운의 커피숍들이 ‘낮에는 커피 전문점으로 저녁에는 와인바’로 변신하며 수입원 다각화에 나섰다.     시장조사업체 이비즈월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가주에 있는 커피숍은 뉴욕(8413개)과 텍사스(6979개)를 합한 것보다 많은 1만5667개였다. 이 중 LA에만 커피숍이 3552개가 있다. 가주 내 커피숍 5개 중 1개는 LA에 있는 셈이다.   특히 LA한인타운이 커피숍 메카로 자리를 잡으며 커피숍간 경쟁은 더 치열해지는 와중에 인플레이션과 기후변화 등의 영향으로 원두와 우유를 포함한 비용은 대폭 상승하면서 매출 마진이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커피숍보다 수익성이 나은 와인바 운영으로 수익 증대를 꾀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또한, 커피숍 관계자들은 “와인바 고객이 커피숍 단골로도 바뀌고 반대인 경우도 꽤 있어서 고객 증대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LA한인타운 올림픽 불러바드 선상의 엠코(MCO)는 낮엔 커피를 주력으로 판매하지만, 저녁에는 와인바인 ‘레드룸’으로 운영하고 있다. 붉은 조명을 활용해 주점 특유의 분위기를 구현한다.   6가와 하버드 인근의 쓰리타임(3THYME)은 지난해부터 저녁에는 와인바(NiteThyme)로 전환해서 영업하고 있다. 지셀라 윤 매니저는 “타운 내 커피숍은 많아서 경쟁이 치열한 반면, 와인바는 많지 않아서 틈새시장을 노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음료 색깔, 원두 품질, 가게 인테리어 등 하나라도 다른 커피숍과는 확실히 차별화해야 생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에는 한류 덕에 소주, 막걸리도 찾는 고객이 늘어서 한국 주류 메뉴도 출시했다는 게 윤 매니저의 설명이다. 이외 올림픽 불러바드와 카타리나가 만나는 M플라자 2층에 위치한 M카페 역시 향후 수개월 내로 와인바를 론칭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와인바 운영을 넘어서 주류 판매를 열심히 하는 업소도 있다. 샌드위치숍인 오픈마켓은 커피도 팔고 있지만, 와인을 비롯한 막걸리, 소주 등 전통주도 판매한다. 브라이언 리 오픈마켓 대표는 “지역 생산·유통 업자들로부터 유기농 와인을 들여온다”며 “주류를 비롯한 굿즈 판매가 업소 매출의 약 60%를 차지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주류 판매에는 인건비가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마진도 많이 남고 비교적 싼 값에 내놓을 수 있다”고 설명을 더했다. 주류 판매가 새로운 수입원으로써 업소에 활력을 불어넣는다는 의미다.     서재선 기자 [email protected]커피숍 와인바 커피숍 관계자들 커피숍 메카 커피숍 단골

2024-08-25

[열린광장] 의의식주(醫依食住)

‘양철북’의 저자인 독일의 시인이자 소설가 귄터 그라스는 1999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결정된 소감을 묻는 기자들에게 “영광”이라는 뜻의 몇 마디를 던지고 “치과병원에 약속이 있다”면서 총총히 사라졌다.     구강 건강이 치아만이 아니라 소화기와 뇌에도 중요함을 알고 그랬을까?  입안 청결을 위해 식사 후에는 거르지 않고 치실과 치간 칫솔까지 쓰면서 양치질을 철저히 한다. 3, 3, 3원칙, 즉 식후 30분 이내에 3분씩, 하루에 3번의 칫솔질을 하기로 한 결심을 실천하려고 오래전부터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도 최근 2개의 임플란트와 2개의 크라운으로 부실한 치아들을 대체하고 보완했다. 입 안에 유익균과 유해균 등 3억 마리 이상의 세균이 득실거린다니 자주 깨끗이 씻는 수밖에 없을 듯하다.      치과병원에서 해마다 두 번씩 권하는 스케일링을 위해 단골 병원을 방문했는데, 늦은 시간인데도  30분이나 기다려 진료 차례가 되었다. 45분 정도 걸린 치석 제거는 오만상을 찌푸리게 하는 고역이었지만, 마치고 나니 기분은 개운했다.  치아와 연령은 상관관계가 높은 모양이다. 나이가 들수록 퇴행은 늘고, 치료를 많이 받을수록 건강과 수명도 늘어나는 셈일 것이다.      거리로 나오니 바로 길 건너 다른 치과병원의 간판이 시야에 들어왔다. 그러고 보니 전철역 주변에 치과가 4곳이나 있지 않은가. 치과만이 아니다. 정형외과도 네거리 코너마다 들어섰고, 안과와 내과, 피부과, 이비인후과 등등 작은 병원들이 자리 잡고 있는데, 방문한 곳마다 모두 붐볐던 기억이 난다. 대도시도 아닌데 그 많은 병원이 나름대로 성업 중인 것이다.     요즈음 늘어나는 것은 병원이고, 잘 되는 곳도 병원이라는 말도 들린다. 오죽하면 의과대학이 가장 인기가 높아 지원자 쏠림 현상까지 나타날까?     평균 수명이 점점 늘어나는 이유로 의학의 발달과 의료시설 이용 증가가 꼽히고 있다. 옛날부터 인간이 살아가는데 주요한 기본 요건으로 ‘의식주(依食住)’를 꼽아왔는데, 이제는 거기에 의료 의(醫)자가 더해져 ‘의의식주(醫依食住)’가 되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터덜터덜 걷는 귀갓길에 인간과 질병, 치료에 관해 이런저런 생각이 떠올랐다.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살아가는 일만 해도 행운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병원에 가기도 힘든 환자들, 제대로 의료혜택을 받지 못하는 서민들의 사정도 머릿속에서 고개를 들었다.     한국 정부에서 의과대학의 입학 정원을 늘려 의사 수를 증원하는 계획을 발표하자 의사 단체가 파업을 벌여 나라가 시끄럽다. 의사들의 요구에도 이유가 있겠지만, 의사의 격무도 줄이고 환자의 진료 시간도 여유롭게 함으로써 국민건강을 증진한다는 대국적 차원으로 보면 상식적이지 않다. 앞으로 의료 수요가 점점 더 늘어날 터인데 국민건강까지 담보로 하는 집단이기주의에 씁쓸한 느낌이 든다. 의사의 희생과 봉사를 윤리 강령으로 삼는 의료의 경전 히포크라테스 선서의 정신은 어디에서 잠자고 있을까? 아프리카 오지에서 몸 바쳐 봉사하다가 생을 마친 알베르트 슈바이처의 고귀한 박애정신은 아예 먼 이야기일 따름인가? 송장길 / 언론인·수필가열린광장 의사 단체 의료시설 이용 단골 병원

2024-01-12

[동창회 골프대회 참가 한양대] "우리는 단골 출전팀, 다크호스 되겠다"

  단골 출전팀이 또 나왔다. 한양대학교 동문회 팀이다. 매년 열리는 중앙일보 동창회 골프 챔피언십에 한양대학교가 빠질 수는 없다.   한양대학교 남가주 동문회 조병용 부회장은 “한양대는 한번 빼고 지금까지 모두 참가했다”며 “우리는 순위와 관계없이 다들 골프를 좋아하고 중앙일보가 주최하는 대회라 의미가 있기 때문에 매년 출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한양대학교 팀이 참가에만 의의를 두는 건 아니다. 뜨거운 승부의 세계 속에서 모교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열정을 다하겠다는 각오다.   조 부회장은 “지난 2013년 열렸던 24회 대회에서 한양대학교 강태식 선수가 73타로 개인전 메달리스트의 영예를 안기도 했다”며 “올해 출전하는 선수들도 실력자이기 때문에 컨디션만 좋다면 충분히 순위 경쟁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했다.   올해 한양대는 홍은택, 이흥렬, 강필성, 한수흠 선수가 출전한다. 동문 중 최정예로 팀을 꾸렸다.     조 부회장은 “특히 한수흠 선수의 경우는 대회 당일 컨디션만 좋다면 충분히 ‘로우 싱글’ 스코어도 가능할 것”이라며 “기세를 몰아 순위권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다크호스가 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한편, 한양대학교는 1939년 김연준 박사가 설립한 동아공과대학이 전신이다. 종로구 경운동 천도교회관에서 토목과, 광산과, 건축과 등 2년제 3개 학과로 첫발을 내디뎠다. 이후 1959년 종합대학인 한양대학교로 인가를 받았다. 한양대는 지난해 중앙일보가 실시한 대학 종합평가에서 서울대, 연세대, 성균관대에 이어 4위를 차지했다. 관련기사 대회 역사 첫 시니어·일반부 동반 우승 목표…동창회 골프대회 참가 서울고 [동창회 골프대회 참가 학성고] "첫 출전, 단합하는 멋진 모습 보여줄 것" "장타자 앞세워 비거리로 승부하겠다"…동창회 골프대회 참가 숭실대 동창회 골프-건국대 “이번 참가 계기로 동문회 활성화 점화” 한양대학교 GCEO, 실력도 승부욕도 모두 싱글 "이기러 나왔다" 작년 우승팀, 올해 2연패 도전…고려대 사범대 부속고 동창회 골프대회 참가 경동고…실전 코스 연습 우승 겨냥 동창회 골프대회 참가 용산고 “무조건 우승, 아니면 출전 안 했을 것” '이대 나온 여자들' 필드에 뜬다…동창회 골프대회 참가 이화여대 “‘청바지’ 골프 실력 제대로 보일 것” 동창회 골프대회 참가 경기여고 '우승 도전' 동창회 골프대회 열기 뜨겁다 [알림] 동창회 골프대회 열립니다 장열 기자 [email protected]동창회 골프대회 참가 한양대 다크호스 출전팀 단골 출전팀 한양대학교 동문회 한양대학교 남가주

2023-06-13

[문화 산책] 화폐에 나오는 예술가들

화가 윌리엄 터너, 세잔, 뭉크, 자코메티,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 모차르트, 생텍쥐페리, 신사임당….   이 사람들의 공통점은? 통용되는 화폐의 모델로 등장한 예술가들이다.   미국의 시인이자 배우, 인권운동가이며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흑인 여성’ 중 한 사람인 마야 안젤루(1928~2014)가 25센트 주화(동전)에 새겨졌는데 흑인 여성으로는 처음이라고 한다. 미국 사회 각 분야에서 업적을 남긴 여성들을 기리는 ‘미국 여성 쿼터 프로그램’의 하나라고 한다.   동전에는 하늘을 우러러보며 좌우로 두 팔을 뻗은 안젤루 시인의 모습을 담았는데 연방 재무부는 “안젤루의 시에서 영감을 받았으며 그녀가 살았던 방식을 상징한다”고 설명했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화폐를 새로 디자인할 때마다 우리는 미국이 중시하는 가치, 미국 사회가 어떻게 진보했는지에 대해 말할 기회를 얻는다”라고 성명을 통해 밝혔다.   이 기사를 읽고 궁금해서 자료를 찾아보니, 세계적으로 화폐의 모델이 된 예술가가 제법 많다.   통용되는 화폐는 시대의 얼굴이다. 돈을 보면 그 시대, 그 나라의 사회, 문화, 경제상을 엿볼 수 있다.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지만 화폐는 한정된 작은 공간에 발행 국가의 역사, 문학, 음악, 미술, 과학, 정치 등을 독창적인 예술성과 조형미로 표현하고 있다. 또한 화폐의 디자인은 그 나라 국민들의 보편적인 정서 가치를 가장 함축적으로 표현한 국가 예술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한국은행의 자료에 따르면, 세계 46개국 은행권 앞면의 디자인을 분석한 결과 인물초상이 83.2로 압도적이었고, 대체로 국민적 존경을 받는 역사적 인물이나 정치 지도자가 단골 모델로 등장한다. 대한민국으로 치면 세종대왕이나 이순신 장군 등이다. 참고로, 한국에서 가장 오랜 기간 모델로 등장한 단골은 단연 세종대왕이다.   인물 초상의 경우 대체적으로 후진국으로 갈수록 정치인, 특히 국가원수가 많이 등장한다. 반면 선진국으로 갈수록 비정치인 특히 문화예술인이 등장하는 빈도가 높은 것으로 분석되었다.   예를 들어, 유로화 통일 이전에 통용되었던 프랑스의 프랑화는 종류별로 모으면 문화예술 사전이 될 정도라고 한다. 예술가가 화폐의 모델로 등장한 대표적 예를 몇 가지 꼽아보면 다음과 같다.   작곡가 베를리오즈, 화가 폴 세잔, 인상파 음악의 시조 드뷔시, 건축가 에펠, 철학자 파스칼, 생텍쥐페리 등이 모델로 등장한다. 그밖에 소설가 찰스 디킨스, 화가 윌리엄 터너(영국), 작곡가 모차르트, 심리학자 프로이트(오스트리아), 화가 라파엘로, 작곡가 벨리니, 무선전신 발명가 마르코니(이탈리아), 소설가 나쓰메 소세키(일본) 등도 화폐의 등장인물이었다.   여성으로는 과학자 퀴리부인(프랑스), 교육자 몬테소리(이탈리아), 과학자이자 화가인 메리안(독일), 여권운동가 로자 메이레더(오스트리아), 소프라노 가수 넬리 멜바(호주) 등이 화폐의 모델이다.   한국의 예술가 중에서 돈의 모델을 선발한다면 누가 꼽힐까? 신사임당이 여성 대표 겸 화가로 선발된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문화 산책 예술가 화폐 단골 모델 모차르트 생텍쥐페리 기간 모델

2022-05-02

[문화 산책] 화폐에 나오는 예술가들

화가 윌리엄 터너, 세잔, 뭉크, 자코메티,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 모차르트, 생텍쥐페리, 신사임당….   이 사람들의 공통점은? 통용되는 화폐의 모델로 등장한 예술가들이다.   미국의 시인이자 배우, 인권운동가이며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흑인 여성’ 중 한 사람인 마야 안젤루(1928~2014)가 25센트 주화(동전)에 새겨졌는데 흑인 여성으로는 처음이라고 한다. 미국 사회 각 분야에서 업적을 남긴 여성들을 기리는 ‘미국 여성 쿼터 프로그램’의 하나라고 한다.   동전에는 하늘을 우러러보며 좌우로 두 팔을 뻗은 안젤루 시인의 모습을 담았는데 연방 재무부는 “안젤루의 시에서 영감을 받았으며 그녀가 살았던 방식을 상징한다”고 설명했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화폐를 새로 디자인할 때마다 우리는 미국이 중시하는 가치, 미국 사회가 어떻게 진보했는지에 대해 말할 기회를 얻는다”라고 성명을 통해 밝혔다.   이 기사를 읽고 궁금해서 자료를 찾아보니, 세계적으로 화폐의 모델이 된 예술가가 제법 많다. 화가, 문인, 작곡가, 가수 등 분야도 다양하다. 예술가들이 그만큼 국민들과 친숙하고, 높은 대접을 받고 있다는 뜻이다. 참 부럽다.   통용되는 화폐는 시대의 얼굴이다. 돈을 보면 그 시대, 그 나라의 사회, 문화, 경제상을 엿볼 수 있다.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지만 화폐는 한정된 작은 공간에 발행 국가의 역사, 문학, 음악, 미술, 과학, 정치 등을 독창적인 예술성과 조형미로 표현하고 있다. 또한 화폐의 디자인은 그 나라 국민들의 보편적인 정서 가치를 가장 함축적으로 표현한 국가 예술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한국은행의 자료에 따르면, 세계 46개국 은행권 앞면의 디자인을 분석한 결과 인물초상이 83.2로 압도적이었고, 대체로 국민적 존경을 받는 역사적 인물이나 정치 지도자가 단골 모델로 등장한다. 대한민국으로 치면 세종대왕이나 이순신 장군 등이다. 참고로, 한국에서 가장 오랜 기간 모델로 등장한 단골은 단연 세종대왕이다. 50년 가까운 세월에 걸쳐 여러 액면가의 돈에 두루 사용된 수퍼모델인 셈이다.   인물 초상의 경우 대체적으로 후진국으로 갈수록 정치인, 특히 국가원수가 많이 등장한다. 반면 선진국으로 갈수록 비정치인 특히 문화예술인이 등장하는 빈도가 높은 것으로 분석되었다.   예를 들어, 유로화 통일 이전에 통용되었던 프랑스의 프랑화는 종류별로 모으면 문화예술 사전이 될 정도라고 한다. 스위스 은행권에도 건축가, 작가, 음악가 등 예술가가 자주 등장한다. 예술가가 화폐의 모델로 등장한 대표적 예를 몇 가지 꼽아보면 다음과 같다.   작곡가 베를리오즈, 화가 폴 세잔, 인상파 음악의 시조 드뷔시, 건축가 에펠, 철학자 파스칼, 생텍쥐페리 등이 모델로 등장한다. 그밖에 소설가 찰스 디킨스, 화가 윌리엄 터너(영국), 작곡가 모차르트, 심리학자 프로이트(오스트리아), 화가 라파엘로, 작곡가 벨리니, 무선전신 발명가 마르코니(이탈리아), 소설가 나쓰메 소세키(일본) 등도 화폐의 등장인물이었다.   여성으로는 과학자 퀴리부인(프랑스), 교육자 몬테소리(이탈리아), 과학자이자 화가인 메리안(독일), 여권운동가 로자 메이레더(오스트리아), 소프라노 가수 넬리 멜바(호주) 등이 화폐의 모델이다.   한국의 예술가 중에서 돈의 모델을 선발한다면 누가 꼽힐까? 신사임당이 여성 대표 겸 화가로 선발된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 장소현 / 시인·극작가문화 산책 예술가 화폐 단골 모델 모차르트 생텍쥐페리 기간 모델

2022-04-21

[열린 광장] 걱정을 잘라주는 이발사

하버드대 탈 벤 샤하르 교수가 가르치는 ‘행복’은 하버드대 마이클 센델의 ‘정의’, 예일대 셸리 케이건의 ‘죽음’과 더불어 아이비리그 3대 명강의로 꼽힌다. 샤하르 교수는 하버드 역사상 가장 규모가 컸던 두 수업 ‘긍정심리학’과 ‘리더십 심리학’을 담당하는 교수다.     베스트셀러 ‘해피어’의 저자이자 치열한 경쟁과 스트레스에 갇혀 사는 현대인들에게 행복을 강의하는 유명 교수지만 정작 샤하르 교수가 행복을 배운 곳은 따로 있었다. 매달 들르는 동네 이발소였다.     미국에서 공부를 마치고 고국 이스라엘로 돌아온 그는 텔아비브 교외의 조그마한 동네에서 거의 20년 동안 작은 이발소를 운영하는 단골 이발사 ‘아비’를 만나면서 삶의 지혜와 행복의 지름길을 발견했다.     이발소를 찾은 어느 날이었다. 샤하르가 머리를 자르는 동안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던 한 중년 손님은 이발사 아비에게 자신의 기분을 상하게 한 신발가게 점원의 무례함과 상스러움에 대해 불평을 늘어놓았다.     그가 한바탕 푸념을 마치자 이발사 아비가 이렇게 말했다. “전 원래 성미가 불같았지만 친구에게 배운 기술 덕분에 분노를 조절할 수 있게 됐어요.” 비결이 무엇인지 궁금해하는 손님들에게 이발사는 자신이 배운 분노 조절 기술을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주차장에서 차를 대는 상황을 상상해보라고 했다. 당신은 약속에 늦었고, 빈자리를 찾아 주차장을 몇 바퀴 돌았다. 마침내 차를 빼려는 운전자가 보였고, 당신은 그 차가 주차장을 빠져나가기까지 참을성 있게 기다렸다. 드디어 그 빈자리에 차를 대려는 찰나, 커다란 SUV가 나타나 겨우 생긴 주차 공간을 가로채 버렸다.   아비의 말이 이어졌다. “제 입장에서 그 운전자의 행동은 싸움을 거는 거나 다름없어요. 경적을 울리고 최소한 창문을 열고 욕이라도 한바탕 퍼부어줘야 속이 시원할 일이죠.”   샤하르와 신발가게에서 기분을 잡친 손님이 그의 말에 동의하며 고개를 거푸 끄덕였고, 아비는 이야기를 이어갔다. “하지만 당장 그 순간에는 깨닫지 못해도, 그렇게 감정을 표출하는 행동은 결국 제게 상처를 입힐 뿐이에요. 제가 싸움이나 논쟁에서 이기더라도 결국은 분노가 안에서부터 저를 잡아먹게 되거든요.”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요?” 신발가게에서 기분이 상한 손님이 물었다. “방금 내 자리를 가로챈 것이 대형 SUV가 아니라 커다란 젖소였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이발소 안에 있던 사람이 모두 웃음을 터뜨리자 아비의 목소리도 높아졌다. “거봐요 효과가 있죠? 만약 주차 공간을 가로챈 것이 젖소였다면 자리를 뺏긴 사람도 싸움보다 한번 크게 웃고 말 거예요. 상상력을 조금만 발휘하면 남은 하루를 씩씩대며 보낼 필요가 없다니까요.”   샤하르 교수는 아비와의 대화를 통해 발견한 행복의 비결을 모아 책으로 내면서 ‘걱정을 잘라드립니다’라는 제목을 달았다. 내 자리를 가로채며 들어오는 대형 SUV 같은 현실을 만나면 걱정을 잘라주는 이발사가 가르쳐 준 대로 유쾌한 상상력을 발휘할 때다. 그것을 젖소라고 생각하며 웃어 넘길 때 행복이 찾아올 것이다.   이창민 / 목사·LA연합감리교회열린 광장 이발사 걱정 이발사 아비 단골 이발사 텔아비브 교외

2022-01-20

[이 아침에] 위대한 탈출을 꿈꾸며

생의 지표가 달라졌다. 오래 살다 보니 탈출의 기회가 온 거다. ‘대량 퇴직(Great Resignation)’의 대열에 나도 합류했다. 꿈 같은 일이다. 죽을 때까지 일에 매달려 허덕거리며 살 생각을 했다.     앞만 보고 달리던 표지판을 치우니 나아갈 길이 훤히 보인다. 벼랑 끝에 몰려도 끄나풀이라도 잡고 싶어 안달했다. 남부럽지 않은 ‘잘난 인생’을 살기 위해  사회·경제적 지위를 이룩하는 것이 성공이라 믿었다.     화랑을 경영하며 얻은 자신감으로 큰 도시로 가서 한판 벌여 볼 생각으로 이사 갈 준비를 착착 진행했다.     근데 웬 날벼락, 근사한 화랑 오픈할 장밋빛 꿈이 코로나로 무참히 박살났다. 그나마 다행인 건 이사 갈 준비하며 몇 년 전부터 온라인 판매를 시작하고 도매업으로 바꾼 것. 이사 간다며 화랑 건물을 처분해 경영상 큰 손실을  막을 수 있었다.     다시 낙향(?)해 이대로 무너질 수 없다며 원래 있던 화랑 근처에 새 건물 짓기 위해 팔방으로 설쳐댔다. 애들이 “이제 좀 편안하게 살아요. 나이도 있는데 화랑은 그만 하세요”라고 말렸지만 ‘내 나이가 어때서’를 속으로 열창하며 일축했다.     그래도 화랑 단골 고객들은 ‘돌아온 탕자’를 쌍수로 환영했다.     온라인 장사는 소매상보다 운영이 편하고 투자금도 적고 시간도 절약된다. 이참에 소매 사업을 접을까 말까, 어디까지 축소할까 마음을 굳힐 때까지 하루에 백번도 더 왔다갔다 했다.     결심은 쉽지 않았다. 결국은 물질적인 것보다 비물질적인 것, 만질 수 있는 것보다 만질 수 없는 것, 실체가 없는 것들을 추구하기로 작정했다.   ‘대량 퇴직’은 산업분야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노동자들이 회사를 떠나는 자발적인 퇴직 현상을 말한다. 사람들은 재택근무를 하게 되면서 일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됐고 인생의 중요도가 바뀌었다. 일이 인생의 전부인 것 같은 워커홀릭도 코로나로 인해 건강과 가족의 중요성을 실감하게 됐다.   사람들은 더 이상 회사나 직업에 인생을 걸지 않는다. 펜데믹으로 삶의 우선 순위를 재평가하기 시작한 것이다.     요즘 나는 스트레스가 너무 없어 스트레스 받을 지경이다. 소매 화랑 다시 오픈할 생각 접고 반백수로 사는 일이 너무 즐겁다. 내 시간을 내 맘대로 쓸 수 있어 좋다. 종횡무진 서두를 일 없고, 흡입식으로 삼키던 식사도 우아하게 먹는다. 초저녁에 취침해 눈 붙이고 한밤중에 일어나 칼럼 쓰고 아침에 늦잠 자도 아무도 시비 걸지 않는다. 허겁지겁 도시락 싸들고 화랑 문 열 시간 맞춰 출근할 일 없으니 시간은 항상 내 편이다.     ‘세상은 고수들에게는 놀이터고 하수들에게는 지옥이다’라는 영화 속 대사는 틀린 말인지 모른다. 모든 것을 누리는 고수가 되면 스스로를 일 지옥에 가둔다. 하수들은 포장마차에서 순대 한 접시 소주 한잔에 인생을 논한다. 편하게 쉽게 사는 사람이 진정한 고수다. 절벽에서 점프 안 하고 되돌아 설 줄 아는 사람, 위대한 대탈출을 꿈꾸는 자는 고수다. 이기희 / Q7파인아트 대표·작가이 아침에 탈출 화랑 건물 소매 화랑 화랑 단골

2021-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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