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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의의식주(醫依食住)

‘양철북’의 저자인 독일의 시인이자 소설가 귄터 그라스는 1999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결정된 소감을 묻는 기자들에게 “영광”이라는 뜻의 몇 마디를 던지고 “치과병원에 약속이 있다”면서 총총히 사라졌다.  
 
구강 건강이 치아만이 아니라 소화기와 뇌에도 중요함을 알고 그랬을까?  입안 청결을 위해 식사 후에는 거르지 않고 치실과 치간 칫솔까지 쓰면서 양치질을 철저히 한다. 3, 3, 3원칙, 즉 식후 30분 이내에 3분씩, 하루에 3번의 칫솔질을 하기로 한 결심을 실천하려고 오래전부터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도 최근 2개의 임플란트와 2개의 크라운으로 부실한 치아들을 대체하고 보완했다. 입 안에 유익균과 유해균 등 3억 마리 이상의 세균이 득실거린다니 자주 깨끗이 씻는 수밖에 없을 듯하다.  
 
 치과병원에서 해마다 두 번씩 권하는 스케일링을 위해 단골 병원을 방문했는데, 늦은 시간인데도  30분이나 기다려 진료 차례가 되었다. 45분 정도 걸린 치석 제거는 오만상을 찌푸리게 하는 고역이었지만, 마치고 나니 기분은 개운했다.  치아와 연령은 상관관계가 높은 모양이다. 나이가 들수록 퇴행은 늘고, 치료를 많이 받을수록 건강과 수명도 늘어나는 셈일 것이다.  
 
 거리로 나오니 바로 길 건너 다른 치과병원의 간판이 시야에 들어왔다. 그러고 보니 전철역 주변에 치과가 4곳이나 있지 않은가. 치과만이 아니다. 정형외과도 네거리 코너마다 들어섰고, 안과와 내과, 피부과, 이비인후과 등등 작은 병원들이 자리 잡고 있는데, 방문한 곳마다 모두 붐볐던 기억이 난다. 대도시도 아닌데 그 많은 병원이 나름대로 성업 중인 것이다.  
 


요즈음 늘어나는 것은 병원이고, 잘 되는 곳도 병원이라는 말도 들린다. 오죽하면 의과대학이 가장 인기가 높아 지원자 쏠림 현상까지 나타날까?  
 
평균 수명이 점점 늘어나는 이유로 의학의 발달과 의료시설 이용 증가가 꼽히고 있다. 옛날부터 인간이 살아가는데 주요한 기본 요건으로 ‘의식주(依食住)’를 꼽아왔는데, 이제는 거기에 의료 의(醫)자가 더해져 ‘의의식주(醫依食住)’가 되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터덜터덜 걷는 귀갓길에 인간과 질병, 치료에 관해 이런저런 생각이 떠올랐다.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살아가는 일만 해도 행운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병원에 가기도 힘든 환자들, 제대로 의료혜택을 받지 못하는 서민들의 사정도 머릿속에서 고개를 들었다.  
 
한국 정부에서 의과대학의 입학 정원을 늘려 의사 수를 증원하는 계획을 발표하자 의사 단체가 파업을 벌여 나라가 시끄럽다. 의사들의 요구에도 이유가 있겠지만, 의사의 격무도 줄이고 환자의 진료 시간도 여유롭게 함으로써 국민건강을 증진한다는 대국적 차원으로 보면 상식적이지 않다. 앞으로 의료 수요가 점점 더 늘어날 터인데 국민건강까지 담보로 하는 집단이기주의에 씁쓸한 느낌이 든다. 의사의 희생과 봉사를 윤리 강령으로 삼는 의료의 경전 히포크라테스 선서의 정신은 어디에서 잠자고 있을까? 아프리카 오지에서 몸 바쳐 봉사하다가 생을 마친 알베르트 슈바이처의 고귀한 박애정신은 아예 먼 이야기일 따름인가?

송장길 / 언론인·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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