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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러싱 옛 금강산 식당 자리에 새 건물 들어서나

30여년간 한인 커뮤니티 네트워킹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던 퀸즈 플러싱 금강산 한식당이 있던 자리에 14층 규모의 건물이 들어설 가능성이 제기됐다.   13일 지역매체 QNS닷컴에 따르면 금강산의 빈 자리(노던불러바드 138-30)에 14층 건물 건축 계획서가 제출됐다. 바로 옆 부지(노던불러바드 138-32)엔 19층 규모의 주거용 건물 건축 계획서가 지난 2022년 10월 접수된 바 있다.   부동산 전문지 더리얼딜(The Real Deal)·부동산 중개업체 RIPCO 리얼 에스테이트에 따르면 금강산이 있던 실내면적 13만7000스퀘어피트 규모의 건물과 연면적 14만3000스퀘어피트 부지는 2022년 10월 4800만 달러에 매매됐다.   구매자는 중국계 장항동(Hang Dong Zhang)이며, 그는 KIT 리얼티로부터 소유권을 이전받았다.   거래는 RIPCO의 브로커 스티픈 프레우스와 안드레아스 에프디미오우가 중개했다.   장씨는 당시 14층 규모의 주상복합 콘도미니엄을 짓겠다고 밝혔고, 이후 계획을 다소 변경해 19층 규모의 건축 계획서를 먼저 제출했다.   그로부터 2년가량이 흘러 14층 규모의 별도 건축 계획도 밝힌 것이다. 변경된 계획대로 건설된다면 182피트 높이의 6만5387스퀘어피트 규모의 건물이 들어선다. 1층엔 리테일 업체가 입주하고, 대부분은 외래 진료 시설이 될 것으로 보인다. 139곳의 주차 시설도 갖춘다.   앞서 제출된 19층 규모의 건물은 197피트 높이의 10만4075스퀘어피트 규모의 건물로, 125개의 유닛과 287곳의 주차 시설을 갖출 예정이다.     또한 2022년 기존 건물을 철거하겠다고 밝혔던 것과 달리 철거 승인 소식은 이날 현재까지 없다. 이에 따라 완공 예정일도 미정이다.   이곳은 7호선 메인스트리트 전철역과 걸어서 이동할 수 있을 정도로 가까운 금싸라기 땅이다.   한편 신청서는 린종 주오(Linzhong Zhuo)씨의 이름으로 작성됐지만, 매체의 보도를 종합하면 실소유주는 장씨다. 건설사는 HPL 엔지니어링이다. 강민혜 기자 [email protected]플러싱 금강산 건물 건축 6만5387스퀘어피트 규모 10만4075스퀘어피트 규모

2024-08-14

[문화산책] 새들과 물고기를 부러워하며…

#마음풍경 1   매년 유월이 되면 “우리의 소원은 통일, 꿈에도 소원은 통일” 노랫소리가 가슴을 울린다. 아리고 쓰리다. 우리에게는 통일(統一)도 중요하지만, 더 절실하게 필요한 것은 통일(通一)이라고 신영복 교수는 강조했다. 외교적 군사적 정치적 통일(統一)과 함께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통일(通一)이야말로 진정한 ‘하나 됨’이라는 말씀이다. 공감이 간다. (신영복이란 이름을 거론하는 것만으로도 문제가 되는 현실이 참 아프다.)   어느 통일이든 좋으니, 하루라도 빨리 되기를 간절히 바라지만, 내 생전에 이루어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안타깝고 슬프다.   #마음풍경 2   38이라는 숫자가 화투판에서는 막강한 힘을 쓴다는데, 민화투도 칠 줄 모르는 내게는 그저 조국을 둘로 갈랐던 38선으로만 아프게 읽힌다. 목숨 걸고 삼팔선을 넘은 삼팔따라지의 후손이 느끼는 강박관념 때문일까? (지금은 휴전선으로 과거의 38선과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부디 이런 푸념이 어린 시절 어머니 등에 업혀 삼팔선을 넘어와 살아남은 자의 처량한 넋두리이기를 빈다.   #마음풍경 3   6·25 한국전쟁이 발발한 지 70년 넘는 세월이 흘렀다. 전쟁을 직접 몸으로 겪었던 국민이 그리 많이 남지 않았다는 뜻이다. 달리 말하면 전쟁을 모르는 세대가 국민의 대다수를 이루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런 세대 변화에 따라 통일에 대한 생각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전쟁을 겪지 보지 않은 세대를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해보면, 통일을 꼭 해야 하나? 이대로 살면 되는 거 아닌가? 통일을 하면 오히려 더 골치 아파지는 거 아니냐? 이런 의견이 만만치 않게 나온다고 한다.     지독한 반공교육에도 불구하고 그렇다. 젊은 세대는 과거 세대와 생각이 전혀 다른 것이다. 세월이 조금 더 지나 전쟁세대가 더 없어지면 생각은 더 달라질 것이다.   #마음풍경 4   북한은 걸핏하면 미사일을 쏘아댄다. 아슬아슬 무섭다. 궁지에 몰려서 그런다고 하는데,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다른 시각으로 보면 미사일은 돈 덩어리다. 돈뭉치를 하늘로 쏘아 올리는 셈이다. 그것 때문에 죄 없는 북한 주민들은 굶주려야 한다. 북한에서는 굶어 죽는 사람이 늘고 있다는데, 남쪽에서는 한없이 먹어대는 ‘먹방’이니 맛집 탐방 따위가 인기를 끌고 있단다. 참 마음이 아프다. 대체 이걸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늘 배가 고팠던 피난 시절이 떠오른다. 그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우리는 전 국민이 필사적으로 일했고, 드디어 세계적으로 잘 사는 나라로 빛나게 되었다. 하지만 북녘은 아직도 가난하다. 그런데 도울 길이 없다.   #마음풍경 5   대북 정책은 정권마다 바뀐다. 열렸다 닫혔다 변덕이 많고, 일관성이 없으니 앞날을 예측하기도 어렵다.   개성공단도 문을 닫았고, 금강산 관광도 막힌 지 오래다. 남북 교류 자체가 끊기고 사방이 꽉 막혔다. 언제 다시 열릴지 알 길도 없다.   남쪽에서도 사람들은 이념에 따라 날카롭게 나뉘어서 무섭게 대립한다. 생각을 말하기도 극히 조심스럽고, 통일을 염원하는 글 한 줄 쓰기도 어렵다. 답답하다.   김민기의 노래 ‘철망 앞에서’를 들으며, 제 마음대로 자유롭게 넘나드는 새들과 물고기 떼를 부러워한다. 장소현 / 시인·극작가문화산책 물고기 새들 신영복 교수 노랫소리가 가슴 금강산 관광

2023-06-08

[시조가 있는 아침] 장안사(長安寺)

  ━   장안사(長安寺)     이은상 (1903-1882)   장하던 금전벽우(金殿碧宇)   찬 재되고 남은 터에   이루고 또 이루어 오늘을 보이도다   흥망이 산중에도 있다 하니   더욱 비감하여라   - 노산 시조집     ━   가곡왕 노산     삼국시대에 창건된 금강산 장안사. 고려 때는 원나라 순제의 황후 기씨가 전국 최고의 사찰로 화려하게 중건하였다 한다. 금으로 된 전각(金殿)이 푸른 하늘(碧宇) 아래 빛나던 그 웅장하던 모습이 몇 차례의 화재로 차디찬 재가 되고 말았다. 그 후 다시 중창을 거쳤으나 기황후가 봉안하였다는 1만 5천 불(佛)의 모습은 찾을 길 없다. 흥망이 인간 세상에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이 산중에도 절이 지어지고 쓰러지는 흥망이 유수하니 더욱 슬프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에서 시가 가장 많이 노래가 된 시인은 노산 이은상일 것이다. 가고파, 봄처녀, 옛 동산에 올라, 성불사의 밤, 금강에 살으리랏다 등이 모두 그의 시조를 가사로 했다. 이 시조도 홍난파가 작곡해 1933년 작곡자의 작품집인 ‘조선가요작곡집’을 통해 발표되었다.   노산의 시조가 노래가 많이 된 까닭은 시의 탁월성 때문이겠지만 시조가 갖고 있는 기본 운율의 덕분이 아닐까 한다. 시조는 당초 노래(唱)로 불리워졌다. 시조는 리듬을 갖춘 시이기 때문에 작곡가들이 좋아하는 형식일 수도 있을 것이다.   1982년의 여름, 선생께서 위독하시단 말을 듣고 댁으로 찾아뵌 것이 처음이자 마지막 만남이었다. 유자효 / 시인시조가 있는 아침 장안사 금강산 장안사 노산 시조집 가곡왕 노산

2022-12-08

안보수장들 "러, 중간선거 개입땐 강력제재"

미국의 국가안보를 책임지는 부처 수장들이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러시아의 선거개입 움직임을 한목소리로 경고했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 댄 코츠 국가정보국(DNI) 국장, 크리스토퍼 레이 연방수사국(FBI) 국장, 커스텐 닐슨 국토안보부 장관, 폴 나카소네 국가안보국(NSA) 국장은 2일 백악관에서 공동 브리핑을 하고 러시아의 선거개입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정보와 안보 수장들이 한꺼번에 백악관 연단에서 러시아를 비판한 것은 이례적이다. 일부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16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러시아의 미국 선거개입을 부인한 푸틴 대통령의 주장을 옹호해 거센 역풍을 맞은 데 대한 여론 무마용 자리로 해석하기도 했다. 백악관은 이날 브리핑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의 선거개입을 막기 위해 범정부 차원에서 광범위한 노력을 기울일 것을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정보와 안보 수장들은 차례로 마이크를 잡고 부처별로 강력한 대응 의지를 강조했는데 코츠 DNI 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개입 개입 문제에 최우선으로 대응할 것을 특별히 지시했다"면서 "미국을 약화하고 분열시키려는 러시아의 선거 메시지를 계속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레이 FBI 국장은 "러시아는 지난 2016년 대선에서도 개입하려고 시도했고, 지금 이 순간도 계속 시도하고 있다"고 밝혔고 닐슨 장관은 "미국의 민주주의가 표적이 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트럼프 행정부로서는 한층 강력한 러시아 제재에 나서려는 의회의 강경 기류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공화당의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는 러시아가 또다시 선거에 개입하면 좌시하지 않겠다고 경고하고 에너지.금융 부문에도 제재를 가하는 법안이 제출돼 있다고 말했다. 신복례 기자 [email protected]

2018-08-02

“한국이 기회 덥석 물게 한 건 트럼프”

트럼프 vs 문재인, ‘한반도의 봄’ 이끈 주역은 정세현 “트럼프, 북 텍스트 정확히 읽어” 12월 국무부 출신 유엔 사무차장 방북 한 달 뒤 김정은 신년사서 유화 제스처 김여정 방한-올림픽 참가-정상회담 발전 김대중·노무현 대통령 시절 통일부 장관을 지낸 정세현 한반도평화포럼 이사장은 “한국이 기회를 덥석 물게 한 것은 트럼프”라며 북한의 텍스트를 적확하게 이해한 트럼프 행정부를 사실상 한반도의 봄을 가져온 주역으로 지목했다. 이같은 발언은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운전자론과 트럼프 정부의 대북협상 주도론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판단과 운용이 더 적실하게 적중했으며, 그가 ‘게임 체인저’로서 키를 쥐었다는 해석으로 받아들여 질 수 있어 주목된다. 정세현 전 장관은 3일 민주평통 애틀랜타협의회가 주최한 ‘한반도 냉전구도 이제는 해체되는가’를 주제로 한 애틀랜타 초빙 강연에서 “북한은 김일성 시절인 1992년, 김정일 시절인 2000년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과 만났을 때도 미국의 군사침략이 없다는 전제 아래 심지어 ‘주한미군 인정-북미수교’, ‘핵 포기-북미수교’라는 텍스트를 지속적으로 보냈는데 클린턴 이후 네오콘이 점유한 부시 행정부가 거절했다”며 “그러나 ‘비핵화가 선대의 유훈’이라는 김정은 위원장의 메시지 속 똑같은 텍스트를 사업가 기질이 큰 트럼프가 정확히 읽은 뒤 북미 관계에 변화를 가져오도록 이끈 것”이라고 봤다. 이날 정 전 장관은 사정거리가 미국에 다다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호’ 발사로 냉각된 한반도 정세가 일대 전환점을 맞이한 사건으로 평창 동계올림픽보다 이른 시점인 지난해 12월 5-9일(미국시간 5-8일) 제프리 펠트먼(Jeffrey D. Feltman) 유엔 정무 담당 사무차장의 방북을 꼽았다. 그는 “사실상 국무부 출신 유엔 관리의 배후에는 미국이 있었다”며 “작년 말 미국이 제공한 미 군용기를 탄 유엔 관리의 메시지가 북한에 전달된 뒤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가 나온 사실에 주목했다”고 했다. 펠트먼 사무차장 일행이 베이징에서 고려항공편으로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한 사실은 익히 알려졌지만, 뉴욕에서 베이징 서우두공항까지 타고 간 이동수단은 일찍이 보도된 바 없다. 당시 헤더 노어트 국무부 대변인은 펠트먼 사무차장이 미국 정부의 어떤 메시지도 지참하지 않고 북한에 갔다며 이번 방북과 미국 정부가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작년 12월 4일자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유엔 정무부는 트위터를 통해 “북한의 사전 초청에 응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38노스’ 공동설립자인 조엘 위트(Joel Wit)는 같은 날 WP 인터뷰에서 “미국과 북한의 새로운 대화 채널이 열릴 여지가 있다는 의구심이 든다”고 했다. 적어도 이 시점까지는 군용기 이동설은 미 언론들도 인지하진 못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유엔 사무차장 일행이 미 군용기를 타고 갔다”는 정 전 장관의 초빙 강연 중 발언이 사실이라면 트럼프 행정부의 배후설에 무게가 실릴 수밖에 없다. 정 전 장관은 “미국은 김정은의 신년사가 나오면 평창올림픽을 앞둔 한국이 기회를 덥석 물을 것으로 봤고, 예상대로 한국이 북한 김여정의 방한을 허용한 데 이어 북한의 올림픽 참가까지 받아들여 남북정상회담으로 진전된 것”이라며 “북한은 문재인 등에 업혀 태평양을 건너 트럼프를 만나자는 생각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펠트먼 사무차장은 방북 뒤 뉴욕에서 한국 특파원들과 가진 기자회견에서 “평창올림픽은 한반도 긴장국면이 다른 방향으로 갈 수 있는 일련의 기회라고 설명했다”며 북한에서 주고받은 대화 내용의 일부를 공개한 바 있다. 강연이 끝나고 미국을 배후에 업은 유엔 관리의 방북이 한반도 해빙무드 조성에 결정적이었다고 보는 것인지 묻는 기자의 질문에 정 전 장관은 “그렇다고 봐야 한다”고 거듭 확인했다. 이날 강연 내용이 한반도의 봄을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한 것으로 읽힌다는 질문에는 “(3국 정상)다들 역할은 있는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이에 앞선 강연에서 정 전 장관은 미주 한인들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재선되도록) 투표해야 한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그는 “처음에는 트럼프와 김정은 모두 불확실성이 커 오판에 의한 전쟁이 일어나는 게 아닌가 우려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상원의원도 주지사 경력도 없지만, 부동산으로 돈을 벌어 모든 수를 꿰고 있고 대단한 멘탈 파워를 갖고 있다. 한인들은 한반도 문제에 관한 한 트럼프가 재선되도록 투표해야 할 것”이라고 권했다. 이날 행사에는 독립기념일 연휴임에도 한인회관을 가득 채울 정도의 청중이 찾았다. 한인회 관계자는 “ 8명씩 40여 개 테이블이 꽉 들어찰 정도니 350명은 되는 것 같다”고 했다. 김형률 평통 회장은 강연에 앞선 인사말에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이렇게 많은 한인이 찾아주셔서 대단히 감사하다”고 전했다. 허겸 기자

2018-07-04

‘금강산·100명 상봉’에 묶인 이산가족의 눈물

끌려 다니는 우리 정부도 문제 “8월 상봉” 당첨은 바늘구멍 ‘이산상봉 최우선’ 공약 어디갔나 자국민 송환 최선 미·일 배워야 사상 최대 규모의 북한 내 미군 유해 송환이 임박했다. 6·25전쟁 중 북한 땅에서 전사한 미군 가운데 200여 구의 유해를 넘겨받기 위해 운반용 관이 북송됐고, 관계자들이 막판 외교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한다. 지난 12일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합의에 따른 조치다. 이 같은 모습을 지켜보는 남북 이산가족과 납북·억류자 가족의 심정은 착잡하다. 미군 유해는 죽어서도 고향을 찾는데, 산 사람은 기약이 없기 때문이다. 무엇이 이런 차이를 만들어 냈는지 짚어본다. 노무현 정부 집권 당시인 2006년 6월 열린 남북 적십자 실무접촉. 북한은 비공개 회담에서 현금 40만 달러 상당의 영상 장비와 함께 버스 10대, 승용차 6대를 달라고 남측에 요구했다. 우리 측이 이산가족 상봉 규모를 확대하기 위해 화상면회 방식의 상봉을 제안하자, LCD 모니터와 컴퓨터 등을 사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버스와 승용차는 생사확인을 위해 지방을 다녀야 한다며 제공해달라고 했다. 컴퓨터와 LCD 모니터는 대북제재에 오른 전략물자였다. 결국 정부는 “중국산으로 사서 쓰라”며 달러를 건네기로 결정했다. 이런 내막을 언론이 보도하자 이재정 당시 통일부 장관은 “그런 사실이 없다”고 거짓 해명을 했다. 북한도 “북남 협력관계에 찬물을 끼얹는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발뺌했다. 그 시간 미국 등 국제사회의 눈을 피해 통일부 사무관 P씨가 남포항으로 가는 배에 올랐다. 당국자는 “분홍색 비누 상자에 100달러 100장이 묶인 돈다발 40개를 넣어 북측 인사에게 몰래 전달하는 007 작전이었다”고 귀띔했다. 남북한 모두 이산가족 상봉 문제를 인도적 사안이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내막을 살펴보면 차이가 확연하다. 북한은 이산상봉을 철저하게 정치적 이슈로 다뤄왔다. 핵과 미사일 도발로 경색시켰던 남북 관계의 분위기를 바꾸려 할 때 단골 메뉴로 들고나온다. 자신들이 대단한 인도적 아량을 베푸는 것처럼 내세운다. 상봉장에 나온 북측 가족은 최대 수개월의 집중 교육을 받고 등판한다. 북에서 온 아들이 70년 만에 만난 노모를 앞에 둔 채 표창과 훈장을 들고 ‘수령 만세’를 외치는 안타까운 장면이 되풀이된다. 쌀과 비료를 얻어내는 실리 챙기기 수단으로도 써먹는다. 그동안 20차례의 이산가족 상봉이 열릴 때마다 거의 예외 없이 대북지원이 이뤄졌다. 2000년 8월 1차 상봉 직후 쌀 30만톤, 옥수수 20만톤이 제공됐고, 이후 2007년까지 210만톤의 쌀이 더 북송됐다. ‘퍼주기’ 방식의 대북지원이란 비판이 일자 7억2000만 달러 규모의 유상차관 형태로 건네졌지만, 북한은 아예 갚을 생각을 않고 있다. 이산상봉에 있어 북한은 ‘갑’이 위치를 점하고 있다. 상봉 규모는 남북 각 100명, 장소는 금강산이란 틀은 깨지지 않는다. 월남자·납북자 등 자기들 입맛에 맞지 않는 경우 생사확인 과정에서 ‘사망했거나 행방불명’이라고 눙쳐버린다. 판 깨기도 서슴지 않는다. 2004년 9차 상봉 때 통일부 간부가 ‘천출명장(天出名將, 김정일을 하늘이 낳은 장군으로 찬양하는 표현)’ 선전 글귀를 문제 삼고, 2006년 13차 상봉 때 TV 방송이 ‘납북’ 표현을 쓰자 북한은 행사 중단 카드로 이산가족을 애타게 했다. 북한에 끌려가는 듯한 우리 정부 태도에도 문제는 있다. 1~3차 상봉 때 서울·평양을 동시에 상호 방문하는 상봉행사를 한 뒤 북한은 장소를 금강산으로 바꾸자고 제안했다. 서울을 다녀간 북측 가족이 발전상에 동요할까 우려한 것이다. 정부는 이를 덜컥 수용했고, 고령 이산가족이 교통과 숙박이 불편한 북측 지역으로 달려가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시범행사 차원에서 남북 각기 100명으로 시작한 상봉 규모를 늘리지 못하는 것도 문제로 꼽힌다. 그나마 북한이 내킬 때마다 찔끔찔끔 상봉하다 보니 지난 2015년 마지막 상봉까지 20차례 만나는 데 그쳤다. 우리측 전체 상봉 신청자 13만 2124명 가운데 2000명 정도만 이산의 한을 풀었다는 얘기다. 이런 문제는 지난달 22일 열린 판문점 적십자 회담에서도 재연됐다. 4.27 판문점 선언에서 합의한 8.15 계기 이산상봉을 오는 8월20~26일 치르기로 했지만 ‘각기 100명, 금강산’은 여전했다. 우리 측 회담 수석대표를 맡은 박경서 한적 회장은 “생산적 회담이었다”고 주장했지만 진전 있는 합의를 내놓지는 못했다. 박 회장은 “5만7000명 이산가족의 한을 푸는 프로그램을 북측과 협의 중”이라며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하지만 이전 틀을 벗어나지 못한 합의에 이산가족 사회는 실망감을 감추지 못한다. 25일 한적 본사에서 열린 이산상봉 후보자 컴퓨터 추첨장을 찾은 평북 철산 출신의 박성은(95)옹은 “오늘 안 되면 언제 될지 알 수 없다. 내가 살면 몇 년 살겠냐”라며 고대했지만 결국 탈락했다. 그는 현장을 떠나며 “이제 이산상봉은 끝났다”고 말했다. 박 옹처럼 마지막 희망을 거는 90세 이상 고령 상봉 신청자만 1만2391명에 이른다. 전체 상봉 신청자 중 이미 7만 5234명이 유명을 달리했고, 생존자는 5만 6890명이다. 역대 정부는 대북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이산상봉을 꼽아왔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 이런 목소리는 부쩍 잦아들었다. 이산가족 상봉과 납북·억류자 귀환 같은 사안은 한·미 군사훈련 중단과 평화무드 조성, 대북 경협 이슈에 밀려났다. 남북관계의 물꼬를 트는 첫 단추는 예술단 교환 공연이 차지했다. 내달 초 평양에서 열릴 통일농구는 “경평축구보다는 농구가 좋다”는 김정은의 판문점 언급에 맞춰 최우선으로 일정이 잡혔다. 지난 4월 남북 정상회담은 북한 최고지도자 김정은을 대화의 장으로 이끌어 낸 ‘역사적인’ 변곡점이 됐다. 북한이 핵·미사일 도발을 멈추고 일단 평화의 서막을 열게 했다는 평가도 가능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국민들의 마음 한구석은 헛헛해지고 있다. 대북협상을 책임진 미국 고위 관리는 장기 억류됐던 자국민 3명을 전용기에 태워 귀환했다. 북·미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합의를 소홀히 했다는 비판을 받기는 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군 유해 송환을 공동성명에 담았고, 북측은 즉각 이행에 착수했다. 여기에 2002년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한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가 납치 일본인 5명을 데리고 귀환했던 장면이 오버랩된다. 판문점 정상회담을 중계한 TV 화면 속에서 우리 국민들이 보고 싶던 장면이 있다. 김정은이 문 대통령을 향해 “북측에 억류됐던 6명이 지금 판문각에 와있다. 문 대통령님과 대한민국 국민께 드리는 나의 성의 표시다”라며 생색을 내는 모습이다. 북측과 정상회담 물밑 접촉을 벌였다는 청와대와 국정원의 고위인사들은 이런 ‘명장면’을 만들었어야 한다. 김정은 위원장이 판문점에 공수해야 했던 건 평양냉면이 아니다. 이영종 통일북한전문기자 겸 통일문화연구소장

2018-07-03

“같이 금강산 구경 갑시다”

한인노인회 회원들은 요즘 금강산 관광을 떠날 생각에 가슴이 부풀어 있다.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북미정상회담에서도 비핵화 등의 파격적인 ‘빅 딜’이 성사될 경우 금강산 가는 길이 10년만에 다시 열릴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 테레비 볼 만 합니다.” 나상호 노인회장은 3일 한인회관에서 열린 어버이날 기념 행사에서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그는 자신이 실향민이라는 점을 밝히고 “금강산 관광 다시 한다고 그러면, 노인회 일주일 문 닫고 회원들 같이 금강산 구경 갑시다. 여러분 기대 하십시오”라며 부푼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지난달 27일 남북 정상이 만난 판문점 ‘평화의 집’ 2층 회담장에는 ‘금강산 화가’로 유명한 신장식 작가의 길이 6.8m짜리 ‘상팔담에서 본 금강산’이 배경으로 걸려 있었다. 두 정상은 회담 내내 이 그림을 돌아보면서 논의했다. 또 남북 정상이 판문점 선언을 통해 비무장지대의 ‘평화지대’ 전환을 추진키로 합의함에 따라 금강산 육로가 열릴 것이라는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한편, 김영준 총영사는 3일 축사에서 “세계에서 유래가 없을만큼 한국의 경제와 민주주의가 눈부시게 발전한 것은 어르신들의 헌신 때문”이었다며 “정부를 대표해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날 어버이날 기념식에서는 한인회, 민주평통, 조이너스케어, 노아은행, 한인교회협의회, 데이빗김 선거진영, 한국순교자천주교회, 코너스톤종합보험, 제일은행, 진고개잔치집, 유약국, 코너약국, 창고식품, 신한은행, 김영, 최은하씨 등이 노인회에 후원금을 전달했다. 오찬 후 2부 여흥시간에는 풍물팀의 민요 공연, 시니어 라인댄스팀과 입춤, 시니어 합창단, 아람 보구 장구, 사물놀이, 색소폰 동우회의 축하공연 등이 이어졌다. 조현범 기자

2018-05-03

'금강산 피격' 합동조사단 구성, 한국정부 발표

한국정부가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씨 피격 사망과 관련 13일 합동조사단을 구성키로 하고 북한에는 책임있는 행동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정부는 성명에서 박씨 피살사건은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 될 수 없다"며 "북측 군은 아무런 무장도 하지 않았고 저항의사도 없는 것이 분명한 여성 관광객에게 총격을 가해 사망에 이르게 했다. 이는 누가 봐도 잘못된 조치로서 도저히 일어날 수 없고 결코 일어나서는 안되는 일"이라고 지적한 뒤 철저한 진상조사를 위한 북한의 협조를 촉구했다. 김호년 통일부 대변인은 북측 발표와 CCTV를 통해 파악된 피해자의 호텔 출발 시각 등에 근거 "북측 설명대로라면 호텔을 나선때부터 사망시까지 피해자의 총 이동시간이 20분인데 이동 거리는 3.3km"라면서 "50대 여성인데다 이동구간이 백사장이라는 점에서 북측 주장에 논리적 모순이 있다"면서 정식으로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나 11일 박씨 피살사건이 발생했을 때 합동참모본부가 처음에는 '질병사로 추정된다'고 청와대에 보고한 사실이 이날 확인됨에 따라 정부의 미숙한 대처와 늑장보고 문제가 재차 제기됐다. 한편 북한 노동신문은 13일 개인 필명의 논평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11일 시정연설에서 언급한 '전면적 대화' 제안에 대해 "새로운 것이란 하나도 없고 지금까지 아래 것들이 떠들어오던 것을 되풀이한 것으로 논할 일고의 가치도 없는 것"이라며 공식 거부했다.

2008-07-13

금강산 피격 사망, 바빠진 외신들 '한반도 먹구름'

"이명박 대통령이 이전의 강경 입장에서 벗어나 식량 지원 재개 등을 제안하며 북한과의 대화를 회복하려고 했는데 금강산 총격 사망 사건으로 먹구름이 끼게 됐다." 영국 BBC는 11일 발생한 금강산 관광객의 피격.사망 소식을 전하면서 이같이 분석했다. AP.AFP.로이터 일본 교도통신 및 중국 신화통신 등 세계 주요 통신과 언론도 이번 사건을 긴급 타전하면서 "한반도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고 전했다. AP는 "북한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보여 온 이 대통령이 이날 국회 개원 연설에서 남북 간 대화를 제의한 뒤 불과 몇 시간 만에 피격 사건 소식이 전해지면서 남북 간 긴장이 높아지고 남한 정부가 금강산 관광을 중단했다"고 보도했다. AFP는 "북한 초병이 제한구역에서 길을 잃은 남한 관광객에게 총격을 가한 것은 남북한 양국 간의 긴장을 상징하는 사건"이라고 전했다. 베이징에서 열리고 있는 북핵 6자회담 각국 대표단들은 이번 사건이 6자회담에 미칠 영향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웠다. 금강산 관광 사건.사고 일지 ▶ 1999년 6월 관광객 민영미씨 북측에 억류. 40여 일간 관광 중단 ▶ 2003년 4월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으로 60여 일간 관광 중단 ▶ 2003년 8월 정몽헌 회장 자살로 1주일간 관광 중단 ▶ 2004년 10월 27일 60대 관광객 계곡에 빠져 사망 ▶ 2005년 6월 5일 관광객 정모(37)씨 사망. 심장마비로 추정 ▶ 2006년 2월 27일 만물상 관광객 오모(57)씨 사망 ▶ 2007년 7월 20일 만물상 관광버스 전복 대학생 등 6명 부상 ▶ 2007년 10월 15일 구룡폭포 인근 무룡교 와이어 끊겨 20여 명 추락. 3명 중상 ▶ 2008년 7월 11일 관광객 박왕자(53)씨 북한군 총격에 사망

2008-07-11

금강산서 피격 사망…남북 긴장, 주부 관광객 북한초병 총맞고 숨져

금강산 관광을 하던 한국인 주부가 북한 초병의 총격을 받고 사망해 남북간 긴장감이 조성되고 있다. 한국 통일부는 11일(이하 한국시간) "오늘 오전 5시쯤 금강산 관광객인 주부 박왕자(53.여.서울 상계동.사진)씨가 장전항 인근 기생바위와 해수욕장의 중간 지점에서 북측 초병의 총격을 받아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한국 정부는 12일부터 진상이 규명될 때까지 금강산 관광을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박씨는 이날 오전 4시30분쯤 숙소인 비치호텔을 나와 혼자 산책하던 중 사고를 당했다. 박씨의 시신은 현대아산 측이 수습해 속초병원으로 이송한 뒤 이날 밤 서울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안치됐다. 속초병원 측은 박씨가 등 뒤에서 날아온 두 발의 총탄을 등과 엉덩이에 맞고 숨졌다고 밝혔다. 북측은 오전 9시20분쯤 금강산 관광사업자인 현대아산 측에 '박씨가 관광객 통제구역을 지나 북측 군 경계지역에 진입해 초병이 정지 명령을 내렸으나 도주해 경고사격을 가한 뒤 발포했다'고 통보해왔다고 통일부는 밝혔다. 박 씨의 시신이 발견된 금강산해수욕장 내 '군 경계구역'과 출입이 자유로운 '자유구역' 사이에는 2m 높이의 철망이 세워져 있다. 이로인해 박씨가 어떻게 철망을 넘을 수 있었느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한편 현재로서는 북한측의 일방적인 주장 외에 정확한 진상을 파악할 방법이 없는 만큼 한국 정부의 조사가 끝나기 전까지는 각종 의혹들이 더욱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최상태 기자 [email protected]

2008-07-11

'금강산 피격 사망 사건' 북한, 정부에 바로 통보 안해

11일 새벽(이하 한국시간) 금강산에서 남측 관광객이 북한군 초병의 총격으로 사망하는 중대 사건이 발생했는데도 정부는 사건이 일어난 지 18시간이 지난 이날 오후 11시까지 북한과 접촉조차 하지 못했다. 이날 관광객 박왕자씨가 피격당했다는 시간은 오전 5시였다. 북한 당국이 현대아산 측에 이를 알린 것은 오전 9시20분쯤이었다. 현대아산은 오전 11시30분 정부에 관련 사실을 전달했다. 정부가 6시간30분 동안 사태 파악을 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통신 시스템과 보고 체계는 완벽하게 갖춰져 있지만 (현대아산 측에서) 현장을 확인하고 조치를 취하느라 시간이 걸렸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오전 11시30분 이후로부터도 10시간 넘게 흐른 이날 밤까지 정부는 경위 파악에 필수적인 북한 당국과의 연락을 하지 못한 채 대책 마련에만 고심했다. 이는 현재 남북 당국 간 접촉이 전면 중단된 때문이다. 북한은 지난 3월 27일 개성공단의 남북교류협력사무소의 남측 당국자 11명을 추방한 데 이어 같은 달 29일엔 김태영 합참의장의 북핵 선제 공격 시사 발언을 문제 삼아 "남측 당국자들의 군사분계선 통과를 전면 차단하겠다"고 발표했다. 다음달 10일엔 금강산 관광지구에 머무르고 있던 조달청 직원을 추방했다. 그래서 현재 북한 지역엔 남측 당국자가 전혀 없는 상태다. 북한은 지난달엔 옥수수 5만t 지원 제의에 대한 입장을 묻는 전화통지문을 정부가 보내겠다고 하자 아예 "전화통지문을 받지 않겠다"며 접촉 자체를 거부했다. 이 때문에 이날 오후 4시 통일부의 긴급 브리핑은 북한 측이 현대아산에 전달한 내용을 다시 언론에 밝히는 모양새밖에 되지 않았다. 정부가 현대아산이 중계한 북한의 주장을 다시 국민에게 중계한 셈이다. 통일부는 브리핑에서 "북측에서 공식적으로 통보받은 내용은 없다"고 말했다. 박씨가 피격당해 사망한 지 9시간이 지난 이날 오후 2시쯤 금강산 관광객들이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측 지역으로 들어갔지만 정부는 현대아산을 통해 관광객들에게 상황을 알리는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뒤늦은 상황 파악에 후속 조치까지 이뤄지지 않았다. 통일부는 "금강산에 남은 관광객들은 예정대로 관광을 마치고 귀환한다"고만 밝혔을 뿐 현지 관광객들이 총격 사망 사태를 알고 있는지에 대해선 답하지 않았다. 정부는 이날 홍양호 통일부 차관을 단장으로 관계 부처 합동대책반을 구성해 진상조사를 통해 상응 조치를 할 것을 약속했다. 하지만 조사가 제대로 이뤄질지는 의문이다. 조사를 위해선 정부 당국자가 군사분계선을 넘어 금강산 현장을 확인해야 하는데 현재로선 이런 과정이 차단돼 있기 때문이다. 채병건 기자

2008-07-11

금강산서 南관광객 北초병에 피격·사망

금강산을 관광 중이던 우리 국민이 11일 북한 군의 총격을 받아 사망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12일부터 금강산 관광을 잠정 중단하는 한편 사건에 대한 진상 규명에 착수했다. 통일부는 이날 "오늘 오전 5시께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53.여.서울 노원구 상계동)씨가 장전항 북측 구역내 기생바위와 해수욕장 중간지점에서 북측 초병의 총격을 받아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박씨는 이날 오전 4시30분께 숙소인 비치 호텔에서 나가 해수욕장 주변을 혼자 산책하던 중 변을 당했다. 북측은 '박씨가 관광객 통제구역을 지나 북측 군경계 지역에 진입하자 초병이 정지를 요구했고 박씨가 그에 불응한 채 도주하자 발포했다'고 금강산 관광 사업자인 현대아산측에 설명했다. 금강산과 개성공단에서 우리 국민이 북측 인사의 가해로 사망하기는 이번이 처음으로, 현 정부 들어 남북 당국간 대화가 중단된 상황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향후 남북관계 전반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전망이다. 박씨 시신은 북측의 통보를 받은 현대아산이 수습한 뒤 남측으로 이송, 현재 속초 병원에 안치돼 있다고 통일부는 전했다. 숨진 박씨는 우측 등 쪽에서 가슴 부위 관통상과 좌측 엉덩이 부분 관통상을 입었으며 속초병원 검안의는 "직접 사인은 호흡부전이며 선행 사인은 흉부 총상"이라며 "등 뒤 쪽에서 총격을 당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통일부 당국자는 "오전 11시30분 현대아산측으로부터 이번 사건에 대해 유선으로 통보받은 뒤 관계기관에 통보했다"면서 "아직 북측으로부터 이번 사건과 관련해 공식적으로 통보받은 내용은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 사태와 관련, 12일부터 사건 진상이 규명될 때까지 금강산 관광을 잠정 중단하기로 하는 한편 홍양호 통일부 차관을 단장으로 하는 관계부처 합동 대책반을 구성, 진상조사 및 향후대책을 마련키로 했다. 김호년 통일부 대변인은 "우리 관광객이 사망한 사고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이번 사고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을 한다는 인식을 갖고 진상규명과 관련한 조치를 취할 것이며 북측도 이런 진상규명 활동에 적극 협조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또 "진상조사 결과에 따라 합당한 상응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통일부는 현재 금강산에 남아있는 관광객은 예정된 일정을 마친 뒤 귀환토록 할 계획이며 개성 관광은 정상적으로 계속 진행한다고 전했다. 현대아산은 금강산에 체류 중인 남측 관광객이 11일 입북한 680명을 포함해 1천300여명이며 정부가 금강산 관광을 잠정 중단함에 따라 11일 오후 5시께 일부 관광객이 내려오고 12일 오전부터 순차적으로 조속히 귀환시킬 방침이라고 밝혔다. 금강산 관광은 1999년 6월 관광객 민영미씨 억류사건으로 40여일 중단된데 이어 2003년 4월에는 사스(SARS.중중급성호흡기증후군)를 이유로 60여일간, 그해 8월에는 정몽헌 회장 자살로 일주일간 중단됐었다. (연합뉴스)

2008-07-11

금강산 여행객들 `출입통제 얘기 못들었다`

북한군의 총격으로 금강산에서 숨진 박왕자(53.여)씨의 동료 여행객들은 11일 저녁 서울에 도착해 "피격 장소인 해안에 가지 말라는 경고를 한 번도 듣지 못했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단체 관광버스를 타고 이날 오후 6시50분께 서울 송파구 잠실동 종합운동장 앞에 도착한 여행객 권태진(55.여)씨는 "가이드건 정부건 그 누구도 우리에게 그쪽(박씨가 숨진 장소)에 들어가서는 안된다는 이야기를 한 번도 안해줬다"고 밝혔다. 권씨 등은 취재진에 지도를 보여주며 "박씨가 숨진 장소는 금강산해수욕장 금강빌리지 서쪽 해안이다"며 "새벽 4시에 거기 갔다는 게 이상하긴 하지만 어쨌든 그런 이야기는 미리 해줬어야 하는 게 아니냐"고 말했다. 다른 여행객들도 권씨의 말에 맞장구를 치며 "그런 이야기를 못들어봤다"고 이야기했다. 통일부 등에 따르면 박씨는 오전 4시30분께 숙소인 금강산 비치호텔을 나와 호텔 인근 해수욕장 주변을 산책하던 중 관광객 통제구역을 지나 북측 군 경계지역에 들어섰다가 북측 초병의 총격으로 사망했다. 이날 충격 속에 귀국한 이들 여행객은 2개조로 나뉘어 한 조는 버스 3대로 종합운동장 앞까지 와 해산했고, 나머지는 버스 1대로 광화문에 도착했다. 박씨 피격 소식에 놀란 다른 여행객들의 가족 10여명이 자가용을 몰고 종합운동장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버스에서 내리는 식구들을 반갑게 맞이하기도 했다. 버스에서 내린 여행객들은 어두운 표정으로 "좋은 일이 아니니까 얼른 잊어버리자"고 이야기를 나눴고, 한 남성은 "살아돌아온 게 다행이다"라고 했다가 옆 사람으로부터 "그런 이야기는 하지 말라. 죽은 사람도 있는데…"라는 핀잔을 듣기도 했다. 한편 광화문으로 여행객을 싣고 온 버스는 당초 새문안교회 앞에서 관광객들을 내려줄 예정이었으나 취재진이 모여있는 새문안교회 대신 종로 보신각으로 돌아가 오후 7시30분께 승객들을 내려준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

2008-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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