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피격 사망 사건' 북한, 정부에 바로 통보 안해
4월10일 이후 당국간 접촉 전면 중단된 상태, 정부 브리핑도 현대가 전한 북측 주장 되풀이
현대아산은 오전 11시30분 정부에 관련 사실을 전달했다. 정부가 6시간30분 동안 사태 파악을 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통신 시스템과 보고 체계는 완벽하게 갖춰져 있지만 (현대아산 측에서) 현장을 확인하고 조치를 취하느라 시간이 걸렸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오전 11시30분 이후로부터도 10시간 넘게 흐른 이날 밤까지 정부는 경위 파악에 필수적인 북한 당국과의 연락을 하지 못한 채 대책 마련에만 고심했다.
이는 현재 남북 당국 간 접촉이 전면 중단된 때문이다. 북한은 지난 3월 27일 개성공단의 남북교류협력사무소의 남측 당국자 11명을 추방한 데 이어 같은 달 29일엔 김태영 합참의장의 북핵 선제 공격 시사 발언을 문제 삼아 "남측 당국자들의 군사분계선 통과를 전면 차단하겠다"고 발표했다.
다음달 10일엔 금강산 관광지구에 머무르고 있던 조달청 직원을 추방했다. 그래서 현재 북한 지역엔 남측 당국자가 전혀 없는 상태다. 북한은 지난달엔 옥수수 5만t 지원 제의에 대한 입장을 묻는 전화통지문을 정부가 보내겠다고 하자 아예 "전화통지문을 받지 않겠다"며 접촉 자체를 거부했다.
이 때문에 이날 오후 4시 통일부의 긴급 브리핑은 북한 측이 현대아산에 전달한 내용을 다시 언론에 밝히는 모양새밖에 되지 않았다. 정부가 현대아산이 중계한 북한의 주장을 다시 국민에게 중계한 셈이다. 통일부는 브리핑에서 "북측에서 공식적으로 통보받은 내용은 없다"고 말했다.
박씨가 피격당해 사망한 지 9시간이 지난 이날 오후 2시쯤 금강산 관광객들이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측 지역으로 들어갔지만 정부는 현대아산을 통해 관광객들에게 상황을 알리는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뒤늦은 상황 파악에 후속 조치까지 이뤄지지 않았다. 통일부는 "금강산에 남은 관광객들은 예정대로 관광을 마치고 귀환한다"고만 밝혔을 뿐 현지 관광객들이 총격 사망 사태를 알고 있는지에 대해선 답하지 않았다.
정부는 이날 홍양호 통일부 차관을 단장으로 관계 부처 합동대책반을 구성해 진상조사를 통해 상응 조치를 할 것을 약속했다. 하지만 조사가 제대로 이뤄질지는 의문이다. 조사를 위해선 정부 당국자가 군사분계선을 넘어 금강산 현장을 확인해야 하는데 현재로선 이런 과정이 차단돼 있기 때문이다.
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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