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이 아나토미' 샌드라 오 “언젠가 아시안 ‘블랙 팬서’도 나올 것”
최근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한국계 여성들의 열정이 세계를 뒤흔들고 있는 가운데 배우 샌드라 오(52·오미주)는 할리우드에서 인종편견을 깬 인물로 유명하다. 그는 2005년 ‘그레이 아나토미’에서 골든글로브 여우조연상, 2018년 ‘킬링이브’로 골든글로브 TV 드라마 부문 여우주연상, 제25회 배우 조합상 여배우상 등을 휩쓸었다. 특히 킬링이브에서 영국 MI5 요원으로 출연한 그는 아시아계라는 인종성이 드러나지 않을 정도의 며 명품 연기로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이민자인 그에게 한인이라는 것은 중요한 정체성 중 하나다. 그는 영국 잡지 ‘더 젠틀 우먼’과의 인터뷰에서 “매우 전형적인 한국 가정에서 자랐다”고 말했다. 자식들이 높은 학위를 따고 편하게 살길 바라는 부모의 마음일 것이다. 그는 자신의 가족은 모두 석사 학위가 있다고 한다. 그는 우연히 뮤지컬을 보고 배우의 길로 들어섰다. 고등학생 때부터 연기를 시작해 집안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캐나다 국립영화학교에 입학했다. 이후 1995년 샌드라 오는 할리우드에 진출하게 된다. 처음에 그는 아주 작은 배역 혹은 존재감이 없는 배역에 캐스팅됐다. 당시 업계에서 만연했던 백인 중심주의, 성차별, 연령 우대 등을 이겨내고 커리어를 이어간 결과 당당히 아시아계 여성으로서 주연의 자리를 꿰찰 수 있었다. 샌드라 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가져다준 작품은 2005년 방송한 ‘그레이 아나토미’다. 샌드라 오는 외과 의사 역인 크리스티나 양을 연기해 2005년 골든글로브와 배우조합상에서 여우조연상과 여배우상, 2007년에는 배우조합상 앙상블상을 받았다. 이후 그는 2018년 BBC 아메리카의 TV 드라마 ‘킬링이브’의 주연 영국 MI5 요원으로 출연하게 됐다. 그는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 스스로 주연을 맡을 거라 상상할 수 없었다”며 “나도 모르게 사회에 그렇게 교육된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설명했다. 2021년에는 넷플릭스 시리즈 ‘더 체어’에서 명문 대학 유색인종 여성 최초의 학과장 캐릭터를 연기하기도 했다. 그가 걸어온 유색인종, 여성으로 사는 삶이 투영되는 역할이다. 샌드라 오는 유명인으로서 자신의 영향력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아태계를 지지하는 비영리단체 CAPE(Coalition of Asian Pacific in Entertainment)에서 진행한 ‘나는 샌드라 오(#IAm Sandra Oh)’라는 인터뷰에서 “내가 처음 배우라는 길에 들어섰을 때는 일이 없었다. 인종차별을 알릴 만한 캠페인도 없었으며 인터뷰는 상상도 못 했다. 하지만 많은 것이 변했고 그 변화가 매우 느리더라도 변하고 있다는 사실에 놀랍다. 언젠가 아시아계 ‘블랙팬서’가 생기는 날이 올 것이다. 그때가 올 때까지 난 매일 연습할 것”이라고 말했다. 할리우드는 전통적으로 백인 사회의 전유물로 여겨졌다. 아직도 감독, 작가, 배우 등 영화 제작의 다양한 분야에서 백인의 비율이 월등하다. UCLA가 최근 발표한 ‘할리우드 다양성 보고서’에 따르면 동양인은 2022년 개봉된 영화의 주요 배역 중 2.3%, 전체 역할 중 6.5%밖에 차지하지 않는다. 또 지난해 개봉한 영화 중 동양인 영화감독의 비율은 5.6%, 작가는 4.5%에 불과했다. 최근 할리우드에서 부족한 다양성에 대한 여러 논쟁이 오가고 있지만, 아직도 할리우드의 영상물 제작 과정에서 동양인의 존재가 묻히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샌드라 오는 LA 폭동 사태를 연상하게 하는 내용의 독립영화에 출연하거나 ‘블랙 라이브스매터(BLM)’ 운동을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등 소수계를 위한 영향력 행사에 나서고 있다. 공인인 배우로서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지난 2021년 3월 20일에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에서 열린 아시아계 혐오 범죄 반대 집회에서 연설해 인종차별 금지를 위해서 힘썼다. 또한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선 “엄마 아빠 사랑해요”라고 한국어로 수상 소감을 전했다. 한국인으로서의 그의 자긍심을 엿볼 수 있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정하은 기자아나토미 그레이 그레이 아나토미 배우조합상 앙상블상 골든글로브 여우조연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