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어멘토 박평식의 여행 이야기] 지구 끝 청자빛 빙하의 유혹
토레스 델 파이네(칠레)
그중 칠레가 자랑하는 토레스 델 파이네(Torres del Paine) 국립공원은 태고의 순수한 자연이 마지막 희망처럼 남아 있는 곳이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이 선정한 '죽기 전 꼭 가봐야 할 50 곳' 중 최상위에 랭크돼 있다.
만년설로 덮여 있어 새하얀 드레스를 걸쳐 입은 듯한 토레스 델 파이네는 화강암으로 이뤄진 3개의 거대한 봉우리다. 테우엘체(Tehuelche) 족의 언어로는 '푸른 탑' '푸른 뿔'을 뜻한다.
주요 볼거리는 파이네산의 3형제봉과 살토 그란데 폭포, 그레이 빙하 호수의 떠다니는 빙하들 그리고 밀로돈 동굴 등이다. 하늘을 찌를 듯 높이 치솟은 암봉들 사이로 빙하가 녹아 냇물로 흐르다가 폭포가 되어 힘차게 떨어지고, 크고 작은 영롱한 호수들이 만들어진다. 한마디로 별천지가 따로 없다.
이곳은 유네스코 생물 다양성 보존지역으로 지정돼 있다. 낙타와 사슴을 섞어놓은 듯한 과나코를 비롯해 퓨마, 안데스 콘 도르, 얀두, 플라멩코, 사슴 등 여러 야생동물들이 이곳을 터전 삼아 살아가고 있다.
그레이 호수는 말 그대로 회색빛 호수다. 그레이 빙하가 녹아 형성된 호수로 석회질이 많아 물 색깔이 회색으로 보인다. 호수 뒤편으로는 설산이 굽이치고 흰 구름조차 산봉우리에 무심히 내려앉아 가던 길을 멈추고 비경을 감상하는 듯하다. 무엇보다 그레이 호수에서는 빙하의 끝자락에서 거대한 얼음덩어리가 굉음을 내며 호수로 무너져내리는 절경을 자주 목격할 수 있다. 유람선을 타고 빙하 가까이 다가갈수록 입이 쩍 벌어진다. 우뚝 솟은 산봉우리를 두루마기 삼아 유빙이 코앞으로 둥둥 떠내려간다. 태고의 빙하는 꼭 고려청자처럼 오묘한 빛깔이다. 여행자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빙하를 직접 만져보기도 하고 으깨서 맛을 보기도 한다.
토레스 델 파이네는 또한 전 세계의 트래커들을 불러 모으는 세계 3대 트래킹 스팟으로도 유명하다. 가능하다면 가장 인기 있는 4박 5일짜리 W 트랙에도 도전해 볼 만하다. 산봉우리 사이로 톱날처럼 솟아있는 웅장한 산줄기를 바라보고 청량한 공기를 깊이 마셔보는 것만으로도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 된다. 투명한 에메랄드빛을 머금은 페오에 호수까지 트래킹을 마친다면 누구나 이 말에 공감할 것이다.
"이곳을 보지 않고 지구의 아름다움을 논하지 말라."
박평식 / US아주투어 대표·동아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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