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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물처럼 낮은 곳으로…

하늘의 별이 된 ‘아름다운 사람’ 김민기는 새벽마다 ‘아침이슬’이 되어 우리를 찾아온다. 이슬, 아주 작고 영롱한 물이다.   ‘좋은 사람’ 김민기가 남긴 가장 소중한 가르침은 스스로를 ‘뒷것’으로 낮추는 마음일 것이다. 나는 그렇게 믿는다. 그리고, 그 가르침은 지금 이 순간에도 매우 절실하다. 아무 데서나 앞에 나서서 설쳐대는 쓰레기 인간들이 넘쳐나는 이 세상에 김민기의 낮고 굵은 목소리는 엄청난 죽비다.   ‘뒷것’이라는 낱말을 대하면 ‘노자 도덕경’의 물이 떠오른다. 상선약수(上善若水), 모든 것이 잘 이루어지도록 섭리하면서도, 자기를 전혀 드러내지 않고, 낮은 데로만 흘러 고인 바다 같은….   상선약수 편을 찾아 읽노라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나도 물처럼 살았으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다양한 해설이 있는데, 김민기가 아버지처럼 모신 장일순 선생은 이렇게 풀이했다.   “가장 착한 것은 물과 같다. 물은 만물을 잘 이롭게 하면서 다투지 않고, 뭇사람들이 싫어하는 곳에 처한다.”   장일순 선생이 강조한 가르침 중에 “밑으로 기어라”라는 말씀이 있다. 사람들 밑으로 기면서 섬겨 모시는 마음 없이는 참 지도자가 될 수 없다는 말씀이다. 그러니까, 노자의 물이나 민기의 ‘뒷것’과 같은 뜻이다.   물처럼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모두가 그렇게 물의 덕성을 닮으려 애쓰며 산다면 세상이 한결 푸근하고 촉촉해질 텐데….   낮은 곳으로 흐르는 겸손, 막히면 돌아가는 지혜, 더러움을 받아내는 포용력, 어떤 그릇에도 담기는 융통성, 바위도 뚫어내는 인내와 끈기, 폭포와 같은 용기, 유유히 흘러 바다에 이르는 대의 등을 물의 칠덕(七德)이라 부른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매우 지혜롭고 훌륭한 가르침이다.   물의 덕성은 도가사상의 중요한 핵심이다. 그래서 ‘노자 도덕경’ 여러 곳에서 물을 이야기한다. 가령, 세상에 물보다 더 부드럽고 여린 것은 없지만, 단단하고 힘센 것을 치는데 물을 이길만한 것이 없다는 가르침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렇게 부드럽고 여린 물이 화를 내면 대단히 무섭다. 멀리 볼 것도 없이, 세월호 참사, 해병대 채상병 비극을 둘러싼 추잡한 소용돌이…. 이런 비극을 극복하고 물의 화를 달래기 위해서는 모두가 서로 다투지 말고 스스로를 낮춰야 한다. 그것이 노자의 가르침이다.   혹시 가장 낮아지려고 서로 다투는 희비극이 벌어지지는 않을까? 천만에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 가장 낮은 곳의 물은 평평하다. 다툴 필요가 없다.   세상 만물을 이롭게 하면서도 자기 공을 전혀 내세우지 않고, 낮은 데로만 흐르는 겸손, 스스로를 낮추는 자세를 배우고 싶다. 지극히 당연한 것이 통하지 않는 세상에서 그 지극히 당연한 가치를 지키기 위해 몸 바쳐 희생하는 사람은 존경받아 마땅하다. 그런 사람, 그런 지도자가 그립다.   김민기의 ‘뒷것’이라는 낱말이 새삼스레 감동으로 스며드는 것도 그런 까닭이다. 그런 우직스러운 사람들 덕분에 그나마 세상이 돌아간다는 걸 우리는 잊고 산다. 물이나 공기의 고마움을 잊고 사는 거나 마찬가지다. 세상은 그런 사람다운 사람을 바보나 미련한 자로 낮잡아보며 함부로 대한다. 나도 그랬다. 부끄럽다.   아무튼, 흐르는 물을 바라보며 마음을 비우고 조용히 자신의 내면을 응시하는 시간이 그립고 아쉽다. 낮은 데로만 흘러 고인 바다…   끝으로 실없는 농담 한마디. 나는 스스로를 낮추는 데 유리하다. 키가 매우 짧기 때문에…. 장소현 / 시인·극작가문화산책 노자 도덕경 고인 바다 장일순 선생

2024-08-01

[수필] 지상에서 영원으로

봄이 곁에 와 있다. 아침 햇볕이 따스하니 정겹다. 먼 산이 가까이 보인다. 겨우내 처진 어깨가 펴지는 기분이다. 제철 음식이 있듯, 음악도 계절에 어울리는 곡이 있다. FM에서는 스트라우스의 봄의 소리 왈츠, 비발디 사계 중 봄, 같은 경쾌한 곡을 들려준다.   한동안 궂은 날씨로 미루었던 정원 산책에 나선다. 비 온 뒤라 그런지 신선하고 차분하여 걷기에 쾌적한 날씨다. 더 바랄 것이 없는 아침이다.   정원을 지키고 있는 꽃나무들. 겨우내 동백이 연속적으로 꽃을 피운 후 이제는 슬며시 봄꽃들에 자리를 내어 주고 있다.   붓꽃, 군자란, 수선화, 히야신스, 튤립, 이름 모를 꽃까지 함께 피어 봄의 정원을 풍요롭게 한다. 먼 길을 떠났던 철새들이 돌아와 한 철을 보내기 위해 둥지를 트느라 부산히 움직이며 숲의 고요를 깨고 있다. 계절이 바뀜을 절로 느끼게 한다.   잠시 쉬어 가려고 벤치에 앉았다. 이곳에 있는 벤치 등받이에는 부모, 또는 조부모, 심지어는 먼저 떠난 배우자를 그리워하며 사랑했다는 간략한 문구를 넣은 기증자의 이름이 쓰여 있다.   진분홍빛이 섞여 퍽 화사한 꽃사과 나무 그늘에 앉아 잠시 쉬는데 전화기가 진동으로 계속 울려 받지 않을 수 없었다. 지인의 남편이 갑작스레 작고했다는 부음이다. 믿어지지 않았으나 받아들여야 하는 현실이다. 시간이 잠시 정지되는 것 같았다. 고인은 원래가 완벽주의 성격이어서 무엇 하나도 대강하는 법이 없었다. 식사 습관이라든지 운동 습관, 대인 관계까지 철두철미하여 주위 사람들을 주눅 들게 하기도 했다.   인명은 재천임을 다시금 느끼게 한다. 영원에 비하면 지상에서의 시간은 한순간이다. 전도자가 이르되 “범사에 기한이 있고, 천하만사가 때가 있나니, 날 때가 있고, 죽을 때가 있으며, 심을 때가 있고, 심은 것을 뽑을 때가 있으며, 울 때가 있고, 웃을 때가 있으며 슬퍼할 때가 있고, 춤출 때가 있으며, 사랑할 때가 있고, 미워할 때가 있으며.” (전도서 3장)   메모리얼 데이에 어머니 묘소에 가면 새로 이사 온 이웃이 늘어난다. 그중에는 무엇이 그리 급했는지 아직 오지 않아도 되는 나이에 와 있는 젊은이의 묘비를 본다. 미국의 2021년 통계에는 남녀노소 전체 사망자 수가 346만 명 이상으로 집계되어 있다. 어느 죽음인들 핑계 없는 무덤이 없다지만 그 시기는 하늘만이 아시기에 다행으로 생각한다.   장례 문화도 나라에 따라 조금씩 다른 것 같다. 이곳에서는 보통 장지에는 평소 가까이 지냈던 친인척이 참석하고 그 후에 교회 같은 곳에서 추도식을 하기도 한다. 가족사진, 지인들과 함께 찍은 사진, 고인이 즐겨 듣던 CD 등 유품을 가져와 고인에 대한 회고의 시간을 가지며 조문객들이 함께 유가족을 위로할 수 있는 분위기가 된다.   장례식 때에 화환을 사양하기도 하고, 꼭 원한다면 꽃 대신에 메모리얼 기금으로 고인 생전에 애정을 갖고 있던 곳, 교회나 자선 단체 같은 기관에 남기도록 한다.   몇 해 전 보스턴을 지나며 슬리피 할로우 (Sleepy Hollow) 공원묘지에 들러 보았다. 랄프 왈도 에머슨, 루이자 메이 알콧 가족, 헨리 소로우 가족, 나다니엘 호손 등 명예의 전당에 오른 문인들의 묘소가 모여 있다. 묘비 앞에 연필, 펜, 심지어 작은 노트북까지 갖다 놓은 것을 본다. “그만큼 좋은 글을 남겼으면 됐지, 이제 안식하는 시간에 무슨 얘기를 더 기대하느냐”고 동행하던 딸의 얘기다.   공원묘지 언덕 위로 스산한 바람이 스쳐 가던 그때가 엊그제처럼 생각되는데  몇 해가 되었으니 속절없이 시간이 흘러갔다.   친구에게 어떻게 조의를 표하는 것이 적절한가?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어설픈 말보다는 목메 있을 그에게 따끈한 물 한 잔 건네주면 되겠지 싶다.   전화기 진동이 다시 울린다. 장례꽃 부탁할 곳을 아는 데가 없느냐고 묻는다. 외국인 친구가 꽃꽂이 강사를 하며 사업을 하고 있다. 뜻밖의 어려움을 당한 친구에게 하나라도 거들어 줄 일이 생겨 다행이었다.   얼마 전에 꽃 가게 친구와 나눈 대화다. 그녀 자신의 장례식에는 붉은 장미 한 송이만 준비해 달라고 가족에게 미리 부탁했다고 한다. 천국에는 셀 수도 없이 아름다운 꽃들이 많이 있을 테니 딱 한송이의 장미를 가지고 가 그날까지 지켜주신 은혜에 감사하며 주님께 드리고 싶다고 한다.   생각지도 못했던 부고를 받고 시간 지나는 것도 잊었다. 벤치를 옮겨 다니며 마음을 진정시킨다. 봄의 정원이 인생의 정원으로 무대가 바뀌었다. 오늘을 살아있다는 것이 하나의 기적 아닌가? 요즈음 화두에 오르는 ‘메멘토 모리’, 죽음을 기억하며 살아가라는 교훈이다.   막연한 약속을 꿈꾸었던 어제의 시간, 현실에 부딪히며 엄살을 하는 오늘의 시간, 신기루를 향해 달려갈 내일(?)의 시간이 남아있다. 과거, 현재, 미래의 시간이 시점이 다를 뿐 결국은 수평이든 수직이든 한 선상 위로 남게 될 것이다. 누구는 (이러이러한) 삶을 살았노라고 얘기할 것이다. 그 괄호 안에 어떤 문구가 들어가게 될 지가 남은 숙제다.   내가 선한 싸움을 싸우고 나의 달려갈 길을 마치고 믿음을 지켰으니 이제 후로는 나를 위하여 의의 면류관이 예비 되었으므로…(딤후 4)   신앙도 남달랐던 고인을 생각하며 집에 돌아와 아무 그림도 없는 흰색 카드에 이 말씀을 옮겨 적으면서 친구보다 먼저 나 자신이 위로를 받게 되었다.   카미유 생상의 죽음의 무도에서는 12 번의 종소리로 죽음을 예정하는 음악이 시작된다. 이미 종소리는 시작되었다. 황혼 아래의 시간이 얼마나 남았을까? 외국 영화 하단에 쓰여 있는 자막처럼 휙휙 지나가고 있다. 우리의 삶도 해피 엔딩이 되기를 바란다. 우리 생애 마지막 자막은 “지상에서 영원으로!”  독고 윤옥 / 수필가수필 영원 가족사진 지인들 정원 산책 고인 생전

2023-05-18

[수필] 멋진 유언장

수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는 신문을 우편으로 받아보곤 했다. 지금은 신문이 집으로 날마다 배달된다. 그 기쁨을 즐기는 사람은 남편이다. 방에서 오전 나절 신문을 독파하는 그이의 모습이 참 보기 좋다. 반면 늙은 노견까지 밥을 챙겨야하는 나는 오전시간이 늘 분주하다. 그래서 남편은 특종기사가 나오면 큰소리로 나를 부르거나 신문을 가져와 나의 코앞에 펼쳐 주기도 한다.     오늘은 갑작스런 부음소식에 우리 가족이 잠시 멍해졌다. 수년전 고인이 다른 도시로 이사를 가신 후에는 한 번도 뵙지 못했기 때문이다. 16년 전인가 보다. 한지인의 소개로 그분을 처음 만났다. 잘못되어가는 한인사회를 바로잡기 위하여 잡지를 만들려 하니 도와달라고 청하셨다.     나는 늘 조용히 수필만 쓰던 터이라 금방 대답을 드리지 못하고 망설였다. 한번은 점심을 사주시면서 이민 와 고생했고 한 때는 가발사업으로 성공한 이야기 등을 들려주셨다. 너무 많아 다 기억을 못하겠지만 아무튼 대단한 분임을 느낄 수 있었다. 키는 자그마하고 머리는 염색한 것처럼 새까맣고 정의와 배짱이 두둑한 분, 매운 작은 고추 맛을 느끼게 하던 서울사나이였다.     고인의 개인 사무실이 편집실이었다. 디자이너와 나, 그리고 사장님. 회의하여 내 아이디어로 만든 잡지의 이름이 결정되니 당장 ‘주필’이라고 인쇄된 명암 상자를 만들어 와 내밀며 잘해보자며 부탁했다. 내가 여성이여서인지 그분과 자주 식사를 한 적은 없다. 가끔 조언을 하실 뿐. 디자이너와 나에게 월급을 주셨다. 그리고 한번은 법정에 가자고 하셨다. 내 생애에 처음 가보는 법정은 한 여류인사가 한인사회의 부조리 선거와 공금에 대한 것들을 고소한 사건이었다. 고인의 말대로 당시 고발당한 여러 한인들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돈과 명예가 걸리면 이런 수치스러운 일들이 한인사회에 유행병처럼 만연하고 있던 때였다. 당시 거주하던 곳은 한인 인구도 2만 명도 채 되지 않았다.     알고 보니 고인은 경복고와 연대 상대를 나온 인재였고 오래전 한인 회장이었다. 지금처럼 공탁금 없이 추대를 통해 한인회장으로 봉사하던 좋은 시절이었다. 그는 잘못된 한인회에 퍽 분노하고 있었다. 1963년 도미하여 1974년부터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한 분으로 당차고 지도력이 뛰어난 분이었느니 당연했다.     골프로 사람들과 사교했다. 주변엔 형님이라고 따르는 분들이 많았다. 늘 지갑을 열어 술 한 잔하며 후배들에게 식사를 사주던 분이었다. 아쉽게도 지금은 함께 어울려 한인사회를 걱정하던 분들이 한 분 두 분 세상을 먼저 떠나버렸으니 그간 얼마나 허무했을까.     은퇴마을 라구나우즈로 이사를 간 후엔 암 진단을 받았다는 슬픈 소식이 들려왔다. 한동안 다시 건강해지셨다는 전화로 목소리를 듣고 나도 안심했는데, 요 몇 해 내가 무심해버린 사이에 그분의 부음소식이 왔다.   다음은 그분이 차분하게 생전에 준비해둔 고별인사이다.     “사랑하는 선후배 그리고 친지 분들께, 장기간 투병하면서 연락을 드리지 못했습니다. 근 60여 년간의 미국 생활에서 저를 아껴 주시고 격려를 해주신 지인 분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돌이켜보면 저에게는 엄청난 인연과 과분한 행운이었습니다. 특히나 여러분과의 사회활동은 큼 기쁨이었습니다. 이제 돌아갈 날을 앞두고 저의 운명에 장례식은 간략하게 가족장으로 할 것으로 유언했습니다. 어려운 이시기에 저의 죽음이 여러분께 도리어 불편함을 끼칠까 우려됩니다. 여러분과 가족이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이재덕 올림-   가족이 낸 광고 속에서 한참 패기 있던 모습의 그분 사진을 본다. ‘운명 전에 준비하셨다’는 광고 글귀를 읽는 동안 행복했던 추억에 잠기지만 눈물이 흐른다. 사람들이 붙여준 별명처럼 황소고집이던 고인은 신념을 가진 일에는 언제나 당당하게 말하며 살았던 분이었다.     흔하지 않는 그분의 멋진 고별인사가 나의 심금을 울렸다.  최미자 / 수필가수필 유언장 여류인사가 한인사회 수년전 고인 오래전 한인

2022-07-14

[상속법] 은퇴계좌 상속 계획

2020년 전에는 일반적인(traditional) 은퇴계좌 소유자가 사망했을 시 수혜자가 은퇴계좌 금액을 인출할 때 자신의 예상 평균수명(life expectancy)을 사용해 매년 최소 인출 금액(Required Minimum Distribution)을 찾아 쓸 수 있었다. 하지만 국세청에서 이 룰에 대한 변경이 있었고 이제는 은퇴계좌 소유자 사망 후 10년 안에 수혜자가 고인 은퇴계좌의 모든 금액을 인출해야 한다. 이것이 중요한 이유는 수혜자가 그만큼 소득세를 빠르게 지불해야 하고 은퇴계좌가 대부분 많은 사람의 가장 큰 재산으로 소득세 지불이 크기 때문이다.     보통 은퇴계좌는 유언장이나 리빙 트러스트를 만들었다고 해도 유언장이나 리빙 트러스트에 따라 수혜자가 상속을 받지 않게 되어있다. 물론 리빙 트러스트 자체를 은퇴계좌 수혜자로 변경해 놓았다면 말이 달라지지만 이렇게 할 경우 세금적으로 불리한 부분이 있다. 그래서 은퇴계좌 수혜자를 리빙 트러스트로 하고 싶다면 변호사와 충분한 상담 이후에 하는 것을 권장한다.   일반적으로 그렇다면 어떻게 은퇴계좌를 상속하는 것이 효율적인지 알아보겠다. 우리가 보통 일반적인 가족을 얘기할 땐 본인, 배우자, 자녀 둘이 흔한 경우일 것이다.     만약 본인이 은퇴계좌 수혜자를 100% 배우자로 해놓고 남은 자녀를 50%씩 그다음 순위 배우자로 지정한다면 어떻게 될까? 앞서 말한바 같이 고인의 사망 후 10년 안에 수혜자가 은퇴계좌를 상속 받고 금액에 따른 소득세를 지불해야 하지만 여기엔 예외가 있다. 만약 생존 배우자가 고인의 은퇴 계좌를 상속받을 경우 생존 배우자는 은퇴계좌를 자신의 은퇴계좌를 넘길 수 있다(roll over). 이렇게 할 경우 생존 배우자는 72세가 되기 전까지 고인의 은퇴계좌 금액을 인출하지 않아도 되고 은퇴계좌는 그 시간 동안 복리로 인해 계속 불어날 수 있다.     상속세는 어떨까? 만약 본인이 배우자를 100% 수혜자로 지정해 놓는다면 사망 후 배우자에게 증여세나 상속세 없이 상속되게 된다. 은퇴계좌 금액은 더는 고인의 총 유산 금액에 포함되지 않고 생존 배우자의 유산에 포함되게 된다. 현재 평생 상속세 면제 금액이 일인당 1200만불 정도이다. (2026년엔 500만불로 줄게 될 예정이다). 이 뜻은 1200만불 미만까지는 상속세가 아예 없다는 내용이다. 만약 생존배우자가 고인의 사망 후 9개월 이내 국세청에 form 706 를 파일한다면 생존 배우자는 고인이 사용하지 않은 평생 면제 금액까지 물려받게 되며 1200만불의 두배인 2400만불까지 상속세 없이 상속할 수 있게 된다. 많은 사람이 국세청 Form 706을 파일하지 않아도 된다고 얘기할 수 있지만, 상황에 따라서 평생 면제 금액을 두배로 올려놓는 것이 중요 할 수 있다.     생존 배우자는 고인의 은퇴계좌를 물려받는데 있어 이점이 매우 크다. 하지만 이후 생존 배우자까지 사망했을 시 자녀들은 10년 안에 은퇴계좌에 있는 총 재산을 받아야 하고 그에 따른 소득세를 지불해야 한다. 하지만 이것은 일반적인 은퇴계좌  (traditional IRA) 일 때 적용되고 로스 은퇴계좌(Roth IRA)는 소득세 혜택을 받지 않은 계좌이기 때문에 소득세를 지불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10년 안에 은퇴계좌에 있는 총 재산을 받아야 하는 법은 이 경우에도 적용이 된다.   ▶문의: (213)459-6500 스티븐 채 변호사상속법 은퇴계좌 상속 은퇴계좌 수혜자 은퇴계좌 금액 고인 은퇴계좌

2022-03-15

[시로 읽는 삶] 주머니에 관한 짧은 수다

죽음이란 그래,/ 주머니가 없는 옷/ 입고 가는 길이지// 삶이란 결국/ 주머니가 없는 옷을 입으면 불편해서/ 가방 메고, 우산 쓰고/ 가는 길이지// (…) 그러나 이쯤에서/저 타는 노을빛 한강으로 힘껏/ 열쇠꾸러미를 던질 수는 없는 일이다// 주머니가 없는 옷을 입고서/ 걷고 또 걸어보는/ 이 밤의 산책이 괴롭지 않은 거다// 길이 고마운 거다     -서경온 시인의 ‘주머니가 없는 옷’ 부분       죽음이란 주머니가 없는 옷을 입고 가는 길이라는 시적 통찰이 돋보인다. 죽음은 무엇도 지참할 수 없다. 영혼까지도 버려야 하는 게 죽음이니까. 이 사실적 진실이 시인의 인식으로 더 명료하게 다가온다.   빨래하려고 내놓은 옷가지의 주머니를 뒤지다 보니 지폐 몇장이 나온다. 어디에 두었는지 몰라 찾고 있던 액세서리나 영수증 따위가 나오기도 한다. 주머니는 요긴한 보관수단이다. 요즘 세상은 많은 주머니를 필요로 한다. 지나치게 주머니에 집착하기도 한다.     지인 한 분은 샤워하다 쓰러져 그 자리에서 유명을 달리했다. 충분히 더 살 수 있는 나이여서 안타깝고 황망했다. 유품을 정리하다 보니 숨겨놓은 것인지 비축해 놓은 것인지 여기저기서 돈주머니가 나왔다고 한다. 평소 근검절약으로 재산을 일군 부자란 건 알았지만 그렇게 많은 돈주머니가 숨어 있을 줄은 가족도 몰랐다고 한다.   더 황당한 일은 가족들이 어딘가에 돈을 더 숨겨놨을 것이라며 찾아보느라 정작 고인을 향한 예를 제대로 갖추지도 못하더라는 것이다. 숨겨져 있던 주머니들은 남겨진 가족들에게 복이 되기는커녕 화가 되었음은 자명하다.   삶의 길에선 많은 주머니를 가진 사람이 유리하다. 얼마를 갖고 있느냐에 따라 우대를 받곤 하니까. 우리는 절대 죽지 않을 것처럼 주머니를 챙긴다. 인생이 애초부터 소유가 관건인 것처럼, 그것이 최선이고 생의 가치를 높이는 것처럼, 그래서 주머니가 적은 사람은 가득 찬 주머니를 주렁주렁 매달고 있는 사람을 선망하곤 한다.     죽음에는 후일담이 있다. 죽음으로 삶이 평가되곤 하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지닐 수 없는 죽음으로 비로소 한 인생이 지닌 가치가 고스란히 드러나기도 한다. 준비하지 못한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생의 전모가 드러나 씁쓸함을 목격하게 되는 일은 흔하다.     삶을 빈손이 되는 죽음처럼 가벼이 여길 수는 없겠다. 무소유를 예찬하지만 주머니가 없는 옷의 불편함을 견디는 일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건 아닐 것이다. 무작정 열쇠꾸러미를 한강에 던질 수는 없을 터이니 말이다. 삶에는 삶의 책무가 있다. 그러므로 책임을 다해야 한다. 다만 누구도 피할 수는 없는 죽음, 길 끝에 다다를 때를 준비할 필요가 있겠다.   주머니를 하나씩 줄여가는 일은 그나마 할 수 있는 준비과정 아닐까 싶다. 지참이나 소유보다 나눔과 공유를 미덕으로 삼으려는 마음이야말로 최선일 것이다. 주머니의 소유 여부를고민할 게 아니라 주머니를 어디에다 어떻게 풀어놓느냐가 고민이어야 한다. 많은 소유가 화근이 될 이유는 없겠다. 꽁꽁 싸맨 채 풀지 않거나 숨겨놓는 게 화를 자초하는 일이다.   떨어진 주머니에 어패 들었다는 속담도 있다. 허름한 주머니에 귀한 것이 들어있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지만, 보잘것없는 해진 주머니라도 뒤져보면 뭔가 들어 있을 거다. 하찮은 것이라도 꺼내서 누군가와 나누다 보면 본래 지닌 가치보다 훨씬 큰 의미가 되는 반전을 경험하게도 될 것이다. 조성자 / 시인시로 읽는 삶 주머니 서경온 시인 노을빛 한강 정작 고인

2022-03-15

[골프칼럼] <2168> 고인 물은 썩어도 흐르는 물은 맑다

테이크백(take back)과 탑 스윙은 볼을 맞추기 위한 준비단계로 전체 스윙 중에서 인체의 심장부에 해당하는 중요한 부분이다.   심장의 박동수(스윙리듬)가 고르지 않다면 호흡에 지장이 있듯, 스윙에서도 그 흐름을 방해한다. 스윙의 첫 단계인 테이크백과 손목 꺾기(cocking), 그리고 백 스윙의 정점인 탑 스윙의 3대 요소가 조화를 이뤄야 비로서 정상적인 다운 스윙에 돌입할 수 있다.     백 스윙 때 가능하면 왼팔을 ‘쭉’ 펴라는 것도 스윙 궤도(arc)를 늘리는 방법 중 하나로 강한 임팩트를 만들기 위한 전초전 작업이다. 이를 보조하기 위해 어드레스(setup)때 오른쪽 팔꿈치는 약간 내려 오른쪽 갈비뼈 부위에 닿는 기분이 들어야 하며 어드레스를 끝낸 상태는 왼팔보다 오른팔이 낮은 위치에 있어야 한다.     만약 왼쪽 팔보다 오른쪽 팔이 높아지거나 동등한 위치에 있게 되면 백 스윙 때 오른쪽 팔꿈치가 늦게 접혀 팔꿈치가 뜨거나(frying elbow) 손목 꺾기가 어려워 백 스윙을 끝낸 상태라도 오른쪽 겨드랑이가 벌어지며 탑 스윙에서 클럽 헤드는 사선으로 넘어간다.     이럴 경우 정상적인 테이크백을 둔화시키며 자연히 탑 스윙의 정점에서 다운 스윙으로 이어질 때 꺾였던 손목이 일찍 풀려, 클럽 헤드가 양 손보다 먼저 볼을 향해 내려와 원하지 않는 아웃사이드 인(outside in)궤도가 만들어져 최악의 샷이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이를 교정하기 위해서는 손목이 자동적으로 백 스윙 중에 꺾여야 하며 의식적인 손목 꺾기는 삼가 해야 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테이크백 때 양 손이 오른발 앞을 지나며 허리 높이에 도달했을 때 클럽 헤드 무게와 백 스윙 반동에 의해 손목이 자연스럽게 꺾이며 탑 스윙 위치에 도달해야 한다.     특히 백 스윙 중 왼손으로 클럽 헤드 무게의 느낌이 감지되어야 원만한 스윙 궤도를 만들 수 있으며 강한 임팩트를 생산할 수 있다. 즉 느낌과 클럽이 일체 되어 백 스윙을 시작할 수 있어야 클럽 헤드 무게에 실려 가중되는 속도(클럽 헤드 스피드)를 증폭시킬 수 있다는 뜻이다.     고무줄도 당길수록 탄력이 높아지는 것과 같은 이치로 백 스윙 때 왼팔이 가능한 펴져야 정상 궤도를 유지하며 호쾌한 장타와 정확도를 기대할 수 있다.그러나 나이가 들수록 왼팔 펴기가 어렵다고 한다. 하지만 탄력 유지는 나이와 상관없이 유지가 가능해 나이 탓은 핑계에 불과하다.     다시 말해 왼팔이 굽어지면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굽어진 팔에도 탄력만 있다면 무리해 왼팔 펴기를 고집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며 충분한 준비운동과 평상시 스트레칭은 필수 사항임을 기억해야 한다.     ‘고인 물은 상하지만 흐르는 물은 맑다’ 라는 옛말과 같이 체조하는 기분으로 왼팔 펴기와 탄력성에 집중하면 짧아지는 비 거리도 보충해 나갈 수 있다.   -ThePar.com에서 본 칼럼과 동영상 등 박윤숙골프에 관한 모든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박윤숙 / Stanton University 학장

2021-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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