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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고 싶다" 고백은 "살려 달라"는 외침

한인들 마음이 아프다.     자살로 삶의 힘겨움을 벗어나려는 한인들이 캘리포니아주에서만 한 해 수십 명씩 나온다. 〈본지 2월 15일자 A-1, 4면〉   대안은 없을까.     정신건강 전문가들은 한인들에게 “극단 선택은 절대 대안이 될 수 없다”고 강조하고 또 강조한다.     그레이스 박 한인타운청소년회관(KYCC) 클리닉서비스 매니저는 “자살 충동을 느끼는 사람 대부분은 사실 진심으로 죽고 싶어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더 이상 희망이 없다’고 느낀 나머지 대안을 찾지 못한다”며 “현재의 고통을 벗어날 유일한 방법이 자살밖에 없다고 느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LA카운티 정신건강국(LACDMH) 김재원 정신건강 트레이닝 코디네이터도 “최악의 상황인 분들과 대화해보면 ‘지금 문제만 해결되면 살아갈 의미와 희망이 있다’는 모습을 보인다”고 말했다.     ■마음 표현과 경청   자살을 생각하고 실행에 옮기려는 사람 대부분 사전에 위험신호를 보인다. 이 신호는 “나를 살려달라”는 외침이다. 자살을 실행에 옮기려는 이들에게 나타나는 공통점은 비슷하다.     LACDMH에 따르면 자살위험 직접 신호는 “죽고 싶다. 모든 것을 끝내겠다. 살아갈 힘이 없다. 그동안 고마웠다”와 같은 말을 자주 하는 모습이다.   행동으로 보여주는 신호는 소중한 물건을 남에게 준다. 가족이나 사랑하는 이에게 “더 잘해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말을 한다. 삶의 목표 상실 및 자포자기 고립감을 표현한다. 사람들과 관계를 멀리한다.   정신과 전문의에 따르면 ‘우울증, 양극성장애, 불안 장애, 약물중독, 과도한 스트레스, 큰 정신적 충격’은 자살 충동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특히 중증 우울증이나 자살 생각에 빠져 있을 때는 ‘약물이나 술’을 멀리해야 한다. '약물과 술'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면 충동성이 높아져 자살 위험이 높다고 한다.   정신건강 상담전문가는 우울증 또는 자살 전조증상을 겪는 당사자는 내면의 아픔을 ‘적극 표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평소 마음을 나누고 속을 털어놓을 수 있는 ‘정서적 지지그룹’을 만드는 것도 좋다.   김 코디네이터는 “자살을 생각할 만큼 삶이 힘들 때 고통을 누군가에게 이야기하면 ‘끓어 오르는 냄비 뚜껑을 열어 열을 식히는 효과’처럼 극심한 고통을 줄일 수 있다. 도움받는 가장 빠른 길은 마음속 어려움을 호소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자성 정신과 전문의(LA)도 “현재 본인이 처한 힘든 상황을 전문가 등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하는 시도가 가장 큰 ‘관문’이자 상황 개선 가능성의 순간”이라고 강조했다.     이때 가족, 친구와 지인의 관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평소와 다른 모습을 보이거나 우울해 보이는 가족이나 친구에게 ‘혹시 자살을 생각하느냐’고 묻고, 경청한 뒤 도움을 줘야 한다.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은 주변의 관심과 따뜻한 손길을 가장 원해서다.   ■대화·상담·약물치료   실제 본지 한인사회 마음건강 설문조사(1월 12일~22일 진행) ‘죽고 싶은 생각이 들 때 가장 필요했던 도움’ 질문에서도 응답자 217명 중 절반 가까이가 가족과 주변의 관심(27%) 및 주변인과 대화(18%)를 꼽았다. 경제적 지원(25%), 기타(20%)상담 및 치료 관련 정보(10%)가 뒤를 이었다. 응답은 잠자기,스스로 극복, 성경읽기, 종교활동, 혼자 참기 등이다. 〈그래픽 참조〉       정신건강 전문의는 가족과 지인은 자살 충동을 호소하는 이의 말을 ‘유심히’ 듣고 ‘대화’를 나누라고 당부했다. 자살을 생각하는 당사자가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충분히 느끼게 해주는 자세가 중요하다.   김 코디네이터는 “특히 가족은 서로의 아주 작은 변화도 잘 알아볼 수 있는 가장 가까운 사이”라며 “가족구성원이 힘들어할 때는 작은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해야 한다. 힘든 일도 얼마든지 이야기하도록 ‘무비판적인 자세’로 대해주면 좋다”고 말했다.   또한 가족이나 주변인은 대화를 요청한 이에게 ‘자살을 언제부터 생각했는지, 구체적인 실행방법도 알아봤는지’ 등을 물어본 뒤, 전문가 상담을 권해야 한다. 상황에 따라 약물치료로 빠른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한다.   김 정신과 전문의는 “(자살 충동 등) 힘든 상황을 수치나 실패로 여겨선 안 된다. 전문가와 이야기를 통해 상황을 객관화하면, 현재 처한 상황을 개선할 의지와 희망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신건강 무료상담 제공   본지 설문조사 응답자 중 약 57%는 정신건강 상담이나 지원단체 관련 정보를 ‘모른다’고 답했다. 언어장벽에 따른 정신건강 서비스 접근 불편, 한국어 사용 전문가 정보 부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여러 한인 비영리단체와 LACDMH에서는 한인 우울증과 자살예방을 위한 전문가 무료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LACDMH는 2010년부터 한인 자살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자살 예방 및 중재기술을 위한 훈련 ▶자살예방 심화 과정 ▶찾아가는 자살예방 세미나(jkim@dmh.lacounty.gov) 등을 한국어로 제공한다. LA한인타운에서는 정신건강센터(510 S Vermont Ave)도 운영하고 있다.   LACDMH 핫라인(800-854-7771, 한국어 6번), 한인가정상담소(213-389-6755), 이웃케어클리닉(213-235-1210), 한인타운청소년회관(213-365-7400), 전국 자살방지 핫라인(988)은 우울증 등 말 못할 어려움에 부닥친 이들에게 정신건강 전문가 상담을 무료로 제공한다.   사설〉LA카운티 정신건강국(CDMH) 김재원 코디네이터가 한인들에게 자살중재훈련을 하고 있다. [LA카운티 정신건강국 제공]   관련기사 "성공 강박 벗어나 미국식 개방적 사고 즐겨야" "죽고 싶다" 고백은 "살려 달라"는 외침 한인 극단선택 비율, 아시안 중 최다…한인 극단 선택 실태·대책① [연도별 한인 극단적 선택 현황 분석] 아시아계의 2배…성공·체면 중시가 문제 키워 김형재 기자 kim.ian@koreadaily.com고백 외침 정신건강 상담전문가 la카운티 정신건강국 정신건강 전문가들

2024-02-15

[이 아침에] 장미꽃을 받는 날의 단상

2월은 다른 달에 비해 2,3일이 부족한 달이기에 애잔하고 허전한 느낌이 든다. 하지만 2월은 사랑의 달이다. 2월14일이 아름다운 사랑이 꽃피는 ‘발렌타인스 데이’ 이기 때문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사랑만큼 값지고 보람 있는 것은 없으리라. 사랑한다는 일은 절대의 신앙이요, 순수한 아름다움이다. 사랑을 전하는 발렌타인스 데이는 사랑하는 대상에게 담아 두었던 마음을 표현하는 날이다. ‘사랑한다’는 말은 기분 좋은 말이며 세상을 아름답게 한다. 말을 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모두 행복하다.   사랑이 없는 인간관계란 공기 없는 동굴과도 같다.  그렇기 때문에 더 사랑을 찾고, 사랑에 기대고, 사랑에 몰입하는 모습을 천만 가지로 그려내며 산다.   사랑에는 나이가 없다. 사랑 때문에 울고 웃고, 고통받는다 하더라도 사랑은 인생에 불을 지펴주는 황홀한 연소이며 갱신의 불이다. 불 꺼진 삭막한 인생길 보다는 불타는 행복한 시간을 갖는 것이 낫다.     남편 생전에 꽃을 받아본 적이 없는 나는 남편에게 꽃을 받는 기분이 어떨까 궁금했다. 그래서 지인들에게 “기분이 어땠냐?”고 물었다. 말로는 안 하던 짓 갑자기 왜 하냐고, 꽃 살돈 있으면 현찰로 주든가, 저녁이나 살 것이지라고 핀잔을 줬지만 속으로는 로맨틱한 기분이 들어 좋았다고 한다.     야구에서 투수가 아무리 스트라이크를 던져도 포수가 잘 받아주지 못하면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지 못한다.  두 사람의 호흡이 잘 맞아야 한다는 의미다.  우리 세대는 발렌타인스 데이가 무엇을 하는 날인지 모르고 살았다. 우리 문화가 아니기 때문이다. 한국 남편들은 감정을 잘 드러내지는 않지만 그들 나름대로 아내에게 애정을 표현하는 은은한 언어가 있다. 반면 미국인 남편들은 아내에게 끊임없이 “당신을 사랑한다”고 말한다. 이 말이 뜸해지면 애정이 식은 것으로 간주한다.     레이건 전 대통령이 아내 낸시 여사에게 보낸 발렌타인스 데이 카드를 보면 구구절절 애정이 넘쳐난다. “당신은 나의 행복 그 자체요. 내가 당신을 스윗 하트라고 부르는 이유는 당신처럼 달콤한 사람이 없기 때문이오. 나에게는 하루하루가 발렌타인스 데이요. 내가 왜 당신을 사랑하는지 아오? 당신은 항상 당신답기 때문이오. 내가 이 세상에 다시 태어나서 배우자를 선택하라면 주저 없이 당신을 또 택할 것이오. 당신과의 삶은 정말 후회가 없었소.”     발렌타인스 데이 장미꽃에는 이 정도의 사랑 고백이 담긴 카드도 함께 보내야 한다. 덜렁 꽃만 보낸다면 쓸데없는 짓 한다는 핀잔을 듣기 십상일 것이다. 선물에는 마음이 담겨야 하는데 마음 표시는 없고 비싼 꽃만 전달되면 효과가 떨어진다.   사랑은 아름다운 삶의 주제이며 원천이다. 설사 죽음 같은 아픔이 올지라도 영원히 마르지 않는 사랑의 샘물을 마시며 살 수밖에 없다. 사랑의 샘물은 나를 키우고, 내 영혼을 빛내고, 내 인생을 영롱한 꽃 빛으로 물들이는 생명수다. 우리는 누구나 신비로운 그 샘물을 마시며 살아가는 것이다. 사랑하면서 살아간다는 것은 인생을 사랑하는 길인 것이다.   사랑의 날을 맞아, 사랑을 돌아본다. 짧은 인생에서 나는 지금 어떤 사랑을 가꾸며 표현하고 있는가.   김영중 / 수필가이 아침에 장미꽃 단상 사랑 고백 사랑 때문 발렌타인스 데이

2024-02-08

[독자 마당] 95세의 삶

우리 부부는 고령에도 크게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살게 해 주신 은혜에 감사했다. 또 아들에 이어 손자도 치과의사가 되었고, 증손자를 만나는 기쁨을 주신 것에도 감사했다. 몸의 움직임이 자유스럽지 못한 아내가 하루 세끼를 꼬박 챙겨준 것도 감사할 일이었다.       그런데 호사다마라 했던가. 이런 감사 고백을 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내가 응급실을 거쳐 양로병원에 입원하는 일이 벌어졌다. 그리고 회복이 어려워 존엄사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까지 악화됐다. 나를 비롯한 가족 모두가 큰 충격과 슬픔을 겪었다.     돌이켜 보면 아내와 오랜 세월 동고동락했다. 특히 아내와 함께했던 이민생활 40여 년은 만만치 않은 시간이었다. 가족의 생계를 위해 리커스토어, 마켓도 운영했고, 친구의 원단공장에서 야간 근무도 했었다.     우리 부부는 고생스러웠지만 잘 성장해 가는 아이들이 큰 보람이었다. 건강하게 자란 아이들은 이제 사업가, 전문직 종사자로 자리를 잡았다. 우리 부부에게 이보다 더 큰 기쁨은 없었다. 전국의 유명 대학에 진학한 자손들의 졸업식에 참석하는 것도 우리 부부에게는 큰 기쁨이었다.     은퇴 후에는 미국의 유명 관광지를 두루 여행했고, 한국의 가족을 만나러 가는 것도 즐거운 일이었다. 90세 생일에는 자녀들이 정성스럽게 준비한 감사예배에 많은 지인을 초대해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       하지만 인명은 재천이라 했던가. 아내가 나보다 먼저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내가 먼저 떠나야지” 했던 소망이 허사가 되었다. 인생사가 내 뜻대로만 되는 것은 아닌 듯하다.     먼저 간 아내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 “이 세상에서 못다 한 정과 사랑, 하늘나라에서 만나 마음껏 나눕시다. 사랑합니다.”      이승원·요바린다독자 마당 감사 고백 사랑 하늘나라 우리 부부

2024-02-06

[수필] 제자의 고백

그 시절은 6·25전쟁 직후라 모두 가난하고 어려운 시기였다. 나는 고향의 모교인 초등학교로 발령받았다. 처음 시작하는 직장생활이라 설렘과 두려움의 기억이 까마득한 데 오랜 세월이 지나갔건만 추억은 생생하게 그대로 남아 있다.   학교 건물은 폭격으로 반 이상이 폐허가 되었고 넓은 강당과 교실 10여 개만 남아 있을 뿐이었다. 궁여지책으로 강당을 여섯 개의 교실로 나누었다. 그중 한구석에서 학생들은 송판에 네 다리를 세운 조그만 책상을 각자 가져와서 공부했다. 찬 마룻바닥에 앉아 오들오들 떨면서 매서운 추운 날씨였지만 빛나는 눈으로 나를 맞아 주었던 3학년 1반 남아들이었다.   학생들의 손등은 터서 갈라지고 발가락은 동상에 걸려 벌겋게 부어 있는 가여운 아이들이었다. 그래도 잘 참고 견디며 열심히 공부하는 그들이 대견했다. 그중에는 산 넘고 들길을 1시간 이상 걸어온 학생도 있었다. 전쟁 중 부모를 잃고 보육원에서 지내는 학생도 3명이 있었다.   하루는 가정방문을 핑계 대고 보육원을 찾아갔다. 그리고는 3명의 학생이 지내는 모습을 보았다. 시설은 너무도 비참했다. 사랑에 굶주린 아이들은 웃음을 잃고 양지바른 곳에서 병든 병아리처럼 웅크리고 않아 아무 표정이 없었다. 그들은 배고픔에 먹을 것만 신경 쓰고 눈치를 보는 듯했다. 그 당시 보육원은 구호물자에 의존하여 하루하루를 지탱하고 있었다. 가여운 아이들, 어떻게 할 수 없을까‘ 하는 마음은 있는데, 나에게는 아무런 힘이 없는 게 안타까웠다.   내가 제일 힘들었던 일은 가난한 학생들에게 매월 기성회비(학교 운영비)를 담임이 독촉하여 걷는 일이었다. 말할 수가 없었다. 그 탓에 우리 반이 항상 꼴찌였다. 무상으로 교육할 수 있으면 좋을까 싶었다. 그런데 형벌처럼 전교 학급에서 수납된 기성회비는 나에게 다 가져왔다. 서무과장에게 매일 통계를 내어 돈과 함께 보고하는 업무를 내게 맡으라고 한 것이었다.   그러다 아찔한 사건이 벌어졌다. 받은 기성회비를 교실에 두고 자리를 비운 사이 돈이 없어진 것이었다. 가슴은 두근두근 속만 태우고 조심하지 않은 나의 실수라 누구에게 말도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진땀을 흘리며 친지께 사정하여 겨우 해결했다. 안도의 한숨을 쉬고 서산을 바라보니 저녁노을이 붉게 물들어 있었다. 노을의 고운 빛깔은 나의 마음을 위로해 주었다. 삭막한 내 마음을 위로하여 주는 듯 황홀하고 포근하게 가슴 속 깊은 곳에 다가왔다.   그런데 어려움 속에서도 항상 웃는 얼굴의 똑똑한 반장, 조윤모가 퇴근하는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고개를 들지 못하는 반장과 함께 집으로 오는 동안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 “강원도에서 피난 나올 때 부모를 잃고 작은 엄마와 둘이 삽니다. 작은 엄마는 돈 벌어 오라며 밥도 안 주고 매질까지 해요.” 윤모는 절박하게 돈이 필요한 사정을 털어놓았다. 어린 것이 얼마나 힘들어할까, 마음이 쓰렸다. 나는 저녁을 먹이고 위로하며 용기를 잃지 말라고 했다. 그의 표정을 보니 할 말이 있는듯한데 눈치만 보고 망설이다 말을 못하고 돌아가는 것이 눈에 띄었다.   근무했던 4년간 많은 사연을 뒤로하고 대전에 있는 초등학교로 옮기며 고향을 떠났다. 10여 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나는 결혼을 하고 엄마가 되었다. 하루는 해군 제복 차림의 말쑥한  군인이 집에 찾아왔다. 어떻게 왔을까? 그는 내게 정중히 인사를 하고는 “선생님. 저 조윤모입니다”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상상도 못 한 일이었다. 그보다는 바쁜 시간을 쪼개어 잊지 않고 찾아온 제자가 고맙고 반가웠다. 제자는 단정히 앉아 망설임 없이 “용서해 주세요. 제가 선생님의 돈을 훔쳤습니다” 하며 눈물을 흘리는 게 아닌가.   제자가 그 일로 인해 오랜 세월 얼마나 힘들었을까 생각하니 가슴이 찡했다. 그러면서 제자의 진정한 고백에 나도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나는 제자를 안아주며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었다. 용서하는 기쁨, 용서받는 기쁨, 그 순간의 감동을 지금까지 잊을 수 없다. 모진 세파를 겪으며 참고 견디었으니 잘 살기를 마음 깊이 빌어 주었다.   어려운 시절 만고풍파 겪으며 살았을 불쌍한 아이들, 그는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이제 이순을 넘긴 노년이 된 제자들이 궁금해진다. 어떻게 변해 있을까? 우연히 길거리에서 마주쳐도 서로 알아보지 못하고 지나가겠지 싶다. 만남과 헤어짐은 우연이 아니고 깊은 인연이 있다 생각한다. 제자는 진심으로 양심 고백을 할 수 있는 심성을 가졌으니 틀림없이 올바르게 살고 있을 거라 믿는다.   정직하게 정도를 걸어온 사람만이 마음의 평화와 축복을 받을 것이리라.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 없는 삶이 몇이나 있으랴. 잠시 있다 가는 인생길, 많이 사랑하고 아름다운 발자취 남기고 싶다. 이복자 / 수필가수필 제자 고백 양심 고백 강당과 교실 반장 조윤모

2024-01-25

워싱턴 관객들 향한 진심어린 '고백(GO BAEK)'

    인기가수 백지영의 투어 콘서트 '고백'(GO BAEK)이 23일 워싱턴DC 워너 극장의 객석을 가득 메우며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백지영의 고백 콘서트는 지난해 11월부터 한국 전역 순회 후 최근 시애틀, 뉴욕에 이어 워싱턴 일정을 끝으로 미주지역 투어를 마쳤다.     관객들은 백지영씨가 오프닝 곡으로 파워풀한 댄스곡 ‘추락’, ‘새드살사’, 대시’를 선보이자 뜨겁게 환호했다. 이어 발라드 장인이란 수식어를 입증하듯 백 씨는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 ‘새벽 가로수길’, ‘IF I’ 등을 깊은 감성의 목소리로 열창하며 관객들의 박수 갈채를 이끌어냈다.   백 씨는 관객들의 열기에 ‘총 맞은 것처럼’, ‘사랑 안해’, ‘그 여자’ 등 히트곡을 이어 부르며 워싱턴 지역 한인들의 오랜 공연 갈증을 해소시키는 듯 했다.   특별히 이날 공연에는 다채로운 연령대의 관객들을 배려한 선곡이 눈에 띄었다. ‘무시로’를 부를 때는 노년 관객층의 호응을 이끌어냈으며, ‘잘못된 만남’, ‘이브의 경고’, ‘Tears’ 등을 부를 때는 관객들이 하나돼 떼창으로 화답했다.       이날 콘서트는 마음속 이야기를 가감없이 꺼내는 ‘고백'(告白)의 의미와 '백지영과 함께 가자'는 이중적인 의미(GO BAEK)를 담은 콘서트 제목 답게 관객들과의 소통에 정성을 담았다. 공연 중간 관객의 팬심을 드러내는 노래 자랑 코너가 진행됐으며, 공연 막바지 홀연히 사라진 가수가 뒷문으로 등장해 관객들과 일일이 셀카를 찍는 깜짝 팬서비스가 펼쳐지기도 했다.       김예림(스프링필드 거주)씨는 “어린 시절 백지영의 노래를 매일 따라 부르던 때가 떠오르며 소녀 시절로 돌아간 느낌이었다”면서 “가수로서의 모습뿐 아니라 백지영씨의 인간적인 면모를 볼 수 있어 무척 감동스러운 자리였다”고 전했다.         김윤미 기자 kimyoonmi09@gmail.com워싱턴 관객 워싱턴 관객들 고백 콘서트 워싱턴 지역

2023-04-24

[만나봤습니다] 가수 백지영

      인기가수 백지영이 오는 23일(일) 투어 콘서트 '고백'(GO BAEK) 공연을 위해 워싱턴을 찾았다. 지난해 11월부터 고백 콘서트를 한국 전역을 돌며 개최해 최근 미주지역 투어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백지영 씨를 만났다. 5년만에 워싱턴을 다시 찾은 백 씨는 “언제나 항상 솔직하고 진실한 사람으로, 가수로 살기 위해 기쁜 마음으로 노력하겠다"며 "그동안 공연장에서 관객들과 직접 소통하지 못한 아쉬움을 이번 콘서트에서 제대로 풀어보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백 씨와의 1문1답.     -지난 2018년 방문했을 당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어쩌면 가족들 보다 더 많이 본 게 아닌가 할 정도로 오랜 기간 함께 일해온 스태프들과 중간에 짬을 내어 워싱턴 구경한 게 기억난다. 초록초록한 색감을 좋아하는데 워싱턴 모뉴먼트 풍경이 딱 그랬다. 기념탑은 웅장하고 하늘과 주변 풍경은 푸르고....또 음식들도 다 맛있어서 한국 가서 한동안 계속 생각 났다”     -‘고백’이라는 제목으로 미주 투어를 하고 있는데. “고백은 팬데믹으로 힘든 상황을 보낸 우리 모두를 위로하는 공연이다.  Go Back, 행복했던 예전으로 돌아갔으면 하는 바람과 Go Baek Z Young, 저 백지영과 앞으로 힘차게 달려나가자, 라는 의미도 있고.. 고백, 마음 한편에 고이 접어둔 고백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담은, 그런 공연이다”       - 워싱턴한인들은 세계 정치의 중심에 살고 있다는 자부심이 강하다. 앞서 시애틀과 뉴욕에서 공연을 마쳤는데 워싱턴과 다른 점이 있었나? “다른 점은 못 느꼈고 동포분들 모두 열정적인 모습으로 공연을 관람해 주셔서 너무 좋았던 기억뿐이다. 등장하자마자 큰 환호와 박수를 보내주셔서 긴장감이 싹 날아갈 정도였다”     -모든 노래가 유명하지만 특별히  ‘떼창’으로 부를 수 있게 선정한 곡이 있다면?   “여전히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시는 ‘총 맞은 것처럼’, ‘그 여자’, ‘잊지 말아요’를 동포들과 다 같이 부르면 그 감동이 배가 될 것 같다! 내가 애창하는 곡이기도 하고... 공연장에서 함께 부르고 싶다”     -팬들에게 공연에 임하기 전 하고 싶은 말은?   “이번 공연은 댄스 곡이 많을 거라고 당차게 포부(?)를 밝혔었는데요!  이 한 몸 바쳐 열심히 춰볼 테니 관객분들도 마음 단단히 먹고 오세요. 귀한 발걸음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김윤미 기자 kimyoonmi09@gmail.com만나봤습니다 백지영 가수 인기가수 백지영 고백 콘서트 그동안 공연장

2023-04-20

[시조가 있는 아침] 고백하노니 -성춘복 (1936-)

 너와 나 나뉘어서 멀리를 바라본들    다음의  둘보다야 더 잘게 쪼개어져    우리 둘  지쳐간 이승 강물로 합치려나.   -한국현대시조대사전   부부는 운명의 동행   부부란 한 곳을 바라보고 함께 가는 사람이다. 이 동행은 이승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마침내 강물로 합쳐질 운명의 동행이 부부라고 하겠다.   성춘복 시인은 1959년 현대문학으로 데뷔한 이후 한국문인협회 이사장 등을 지내며 문단의 중심을 지켜온 분이다.     1971년 천상병 시인이 실종됐을 때, 선생은 동료 문인들과 함께 ‘새’라는 시집을 발간했다. 천 시인이 부디 살아 있기를 바라는 기원의 시집이었다. 동백림 간첩단 사건에 연루돼 고초를 겪어 심신장애를 겪고 있던 동료를 위해 시집은 사육배판 초호화 장정으로 꾸며졌다.   이 시집 발간이 보도됨으로써 무연고자로 서울시립정신병원에 수용돼 있던 천 시인이 발견됐다. 성 시인은 십시일반 모금을 하여 병원에서 조금이라도 나은 처우를 받을 수 있도록 주선했다. 그때까지 천상병은 평론가로 더 알려져 있어 시집 ‘새’의 발간으로 많은 시를 쓴 것을 알게 됐다고 허영자 시인은 회고한다.     유자효 / 시인시조가 있는 아침 성춘복 고백 성춘복 시인 천상병 시인 시집 발간

2021-10-27

나이키 임원 "난 사실 사람 죽인 조폭" 아픈과거 고백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나이키의 '조던 브랜드'를 이끄는 래리 밀러(72) 회장이 과거 자신의 살인 범죄 사실을 털어놨다. 14일 BBC방송 등에 따르면 밀러 회장이 미국의 스포츠 전문지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트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16살이던 1965년 18세 소년을 총으로 살해한 사실을 고백했다. 밀러는 13살에 필라델피아의 한 갱단에 가입했고 비행 청소년의 삶을 보냈다. 그러던 중 16살이던 1965년 자신의 친구가 라이벌 갱단에 의해 살해되자 보복하기 위해 3명의 친구와 총을 들고 나섰다. 밀러 회장은 그 과정에서 18세 소년 에드워드 화이트를 죽였다. 가장 처음 마주친 사람이 화이트였는데 그는 친구의 죽음과 전혀 관계가 없는 인물이었다. 밀러 회장은 살인죄로 교도소 생활을 했다. 그는 "(살인에) 아무 이유가 없었기 때문에 훨씬 더 힘들었다"고 자신의 범죄를 돌아봤다. 이번 고백에 대해서는 오랫동안 아이들, 친구, 직장 동료에게 숨겨왔기 때문에 결정이 무척 힘들었다고 밝혔다. 밀러 회장은 "이 사건에서 도망친 오랜 세월 때문에 나는 과거를 숨기려 했고 사람들이 이를 알아차리지 못하길 바랐다"고 말했다. 그는 1997년부터 나이키에서 일했고, 그 이전에는 미국 식품회사 크래프트 푸드와 캠벨 수프에서 임원으로 일했다. 미국프로농구(NBA) 구단인 포틀랜드 트레일블레이저스의 구단주를 맡기도 했다. 밀러 회장은 구직신청 때 수감생활을 한 데 대해 거짓말한 적은 일절 없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터뷰에 앞서 측근인 마이클 조던과 애덤 실버 NBA 커미셔너에게도 관련 사실을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고백은 곧 출간될 밀러 회장의 자서전 '점프, 길거리에서 임원실까지 비밀 여정'에 상세히 담길 예정이다. 그는 자서전에 살인 사건 외에도 여러 범죄로 소년원과 교도소에서 수차례 복역한 일들도 적었다고 설명했다. 밀러 회장은 자신의 이야기가 위험에 처한 청소년이 폭력의 삶에서 벗어나는 데 도움이 되고 감방에 다녀온 이들이 여전히 사회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을 깨닫도록 영감을 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한 개인의 실수가, 인생 최악의 실수이더라도 나머지 인생에서 일어날 것을 지배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laecorp@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21-10-15

감동의 '국제시장' 아직도 안보셨나요

영화 '국제시장'의 인기가 식을 줄 모른다. 북미 개봉 3주차 주말을 지나면서도 '국제시장'의 흥행 성적은 꾸준히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박스오피스 수익을 바탕으로 집계해 보면 개봉 후 26일까지 뉴욕과 뉴저지 지역에서 영화를 관람한 관객은 2만 여 명에 이른다. 특히 뉴저지 에지워터멀티플렉스에서는 현재까지 박스오피스 수익 약 12만 달러를 기록해 뉴욕.뉴저지 흥행의 중심에 서 있다. 북미 전체 46개관 누적 수익은 153만 달러에 이른다. 지난 주말 영화를 봤다는 뉴저지 거주 권석태(32)씨는 "친구들과 다섯 명이서 함께 갔는데 모두 눈물을 쏟았다"며 "원래 슬픈 영화를 봐도 눈물을 흘리지 않는 편인데 '국제시장'을 보고는 펑펑 울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한 권씨는 "영화를 보고 어머니와 통화하는데 어머니도 수화기 너머로 눈물을 훔치셨다"고 덧붙였다. 한국에서도 흥행 돌풍은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영화는 24일 기준 누적 관객수 1180만1047명을 돌파했다. 이는 '태극기 휘날리며'를 뛰어넘어 역대 흥행 8위에 해당되는 성적. 역대 휴먼 드라마 사상 최고의 오프닝 스코어(18만4972명) 역대 1월 1일 최다 관객수(75만1253명) 등의 기록을 연이어 세우며 흥행 질주를 이어가고 있다. 영화는 6.25 전쟁 당시 흥남 철수 난리통에 아버지와 막내 동생을 잃어버린 덕수가 걸어온 삶의 여정을 보여준다. 아버지와 동생을 향한 마음의 빚을 떠안고도 삶의 무대에서 악착같이 일하며 남은 가족들을 부양하기 위해 이리 뛰고 저리 뛰는 주인공과 함께 한국의 현대사를 그려낸다. 현재 뉴욕.뉴저지에서는 에지워터 멀티플렉스와 노스버겐 컬럼비아파크시네마스12 베이사이드 베이테라스AMC를 비롯해 화잇스톤에 있는 칼리지포인트 멀티플렉스(28-55 Ulmer St.)에서 상영중이다. www.CJ-Entertainment.com 이주사랑 기자/ jsrlee@koreadaily.com

2015-01-26

[살며 생각하며]'국제시장'은 영화다

"쌍안경에 묻혀들어오는 처참한 광경은 피난민들과 그들 옆에 놀란 병아리들처럼 아이들이 있었다." 1950년 크리스마스를 불과 3일 앞둔 12월 22일 한국전에 물자수송을 맡은 7800톤의 메더디스 빅토리아 호의 선장 레나드 라루(Leonard Larue)의 고백이다. 그의 살신성인(殺身成仁) 이야기는 필자가 2012년 6월 16일자 칼럼에 소개한 바 있다. "배에 실려있는 병기와 차량들을 바다에 던져라 그리고 저 피난민들을 태워라. 태울 수 있는 만큼 많이." 그 한마디에 생사(生死)의 갈림을 체험한 분들의 악착같은 삶의 여정이 영화 '국제시장' 이야기다. 60명 정원에 이미 47명의 승무원이 타고 있던 화물선 빅토리호. 무려 1만4000명을 죽음 직전에 구한 기적의 배와 보트 피플로 기네스북에 등재되었다. 한국정부는 선장 레나드 마루에게 을지무공훈장을 미의회는 갤런트상을 미교통부는 '인류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구출을 한 배'로 선포하였다. 1950년 12월 눈보라가 매섭게 휘날리던 당시 북한의 최대항구 원산은 이미 중공군의 수중에 들어간 상태였다. 사람 키높이로 쏟아진 폭설가운데 8만여 명의 중공군들이 친 포위망을 뚫고 유령처럼 밀려온 장진호 일대의 미해병 1사단 2만여 명과 북쪽에서 고립되어있던 미 10군단 10만 명의 병력과 장비 수십만의 피난민은 흥남부두를 아비규환(阿鼻叫喚)으로 만들고 남았다. 그 장사진 속에 수많은 덕수와 그 가족의 피말리는 탈출기와 이산의 고통은 분단 한국민이 치른 자유민주주위의 값비싼 댓가였고 피난지 부산에서의 고초는 전쟁세대가 겪어야만 했던 어쩔 수 없는 처절한 몸부림에 지나지 않는다. 인간적 가치나 문화적 갈등 내일을 향한 꿈 등은 극소수 영화 속에 등장하는 정주영이나 앙드레 김 같은 특출한 사람들에게 어울리는 사치일 뿐이다. 가진 것이라곤 젊음과 몸뚱이 하나 뿐인 당신들에게 독일의 탄광이나 월남의 정글정도는 가족이 살기위한 무한 담보(擔保)로 보였을 것이다. 영화 '국제시장'을 두고 진영 간에 시비가 요란하다는 보도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이 뜬금없이 본 적도 없는 영화를 두고 '애국가가 울려퍼지면 부부싸움조차 중단하고 경례' 운운하면서 뭔가 각본있는 보수진영의 노림수로 의심받게 한 빌미를 제공한 면도 있다. 그렇다고 영화 '변호사'를 좌 '국제시장'을 대표적인 '우'로 서로 욕하고 진영 갈등으로 몰고가는 것은 서글프다. 소통과 화합의 작가정신이 훼손되고 오히려 또 하나 갈등의 분화로 사회적 낭비를 초래해 가는 것이 안타깝다. '국제시장'을 본 소감은 한마디로 우리 이민 세대의 이야기처럼 보인다. 눈보라가 휘날리던 흥남부두는 70~80년대 당시 맨몸으로 떠났던 김포공항 상황과 별반 다를 바 없다. 덕수가 가족이란 이름으로 몸을 던졌던 국제시장은 이민세대가 부딪힌 폐허같이 인적 드문 브로드웨이와 플러싱의 상가 옛 모습들과 비교가 된다. 덕수가 독일의 탄광과 월남의 정글을 망설이지 않고 들어갔듯이 그들 또한 브롱스와 할렘을 마다하지 않았다. 영화 '국제시장'은 적어도 3대가 같이 앉아서 눈물 흘리며 볼 수 있는 착한 가족영화다. 부모는 물론 할아버지 세대의 애환을 떠올리며 뜨거운 눈물로 감사할 수 있는 좋은 소재다. 거기에 왜 '좌'가 있고 '우'가 있을까. 영화는 관객의 기호를 충족하고 대중의 공감을 표출해 내면 흥행을 이끌 수 있다. 그래서 '국제시장'은 오늘도 우리 동포들을 하루 수천명씩 극장 앞으로 끌어모으고 있다. 덕수에게 비치는 기울어진 세상과 뒤틀린 감정이 보인다. 변화에 대한 거부감과 상실감이 곧잘 분노가 되어 좌충우돌(左衝右突)한다. 혹시 우리 이민세대에게도 이런 타성이 있지 않을까? 뭔가 잡고 있지 않으면 나락으로 밀려 떨어져버릴 것 같은 완고한 좌절감이 우리를 잠 못들게 하지는 않을까? 덕수가 변한 세상을 인정하고 '꽃분이네 가게'를 놓았던 것처럼 우리들도 버릴 때 오는 상쾌한 승리감을 이 영화를 통해서 얻었으면 한다. 그래도 마뜩찮으면 자신의 삶을 향해 스스로 큰 공로상을 드려봄이 어떨까. 열심히 살아서 대견 감사하다고….

2015-01-23

[칼럼]가슴의 빗장을 열어주는 영화 ‘국제시장’

나이가 들어가면 아름다운 추억을 곱씹으면서 산다고들 어르신들이 이야기한다. 모처럼의 한국 방문을 하면서 이제 나 역시 나이가 들어가는지 신문 광고를 보다가 우연히 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살리는 문구를 발견하고 안간다고 우기는 조카들을 데리고 심야 영화를 보러갔다. 자라면서 한번도 “아빠”라고 불러 본 기억이 없는 돌아가신 아버지를 회상하게 하는 장면들마다 눈물을 짓지 않을 수 없었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그즈음 아버지께서는 몸이 편찮으셔서 집에 계셨는데 늘 충혈된 눈으로 나를 반기곤 했다. 별로 부유하지 못한 가정에서 자라난 나는 어린 시절 TV에 대한 맹신으로 하루의 가장 중요한 일과가 TV를 보는 시간이었다. 지금 생각하니 그 당시에도 호랑이를 닮은 어머니의 무서운(?) 교육에 대한 집념이 드라마나 그외 TV 시청을 하는 것에 많은 제한을 두었다. 더군다나 5시가 넘어야 나오는 TV에 대한 애절함은 갈증 후에 찬 물을 마시는 그것과 같았다. 오후 내내 TV를 본다는 일념으로 살 던 시절인데 그 당시는 하루종일 TV 방송이 나왔는데 그것은 이산가족 찾기라는 프로였다. 우리 가족은 이산가족이 없지만 주변의 아버지 친구분들은 늘 그리운 가족에 대한 회한이 있었던 터라 TV 시청은 대단했다. 눈물과 한숨과 그리움으로. 화면에 나오는 그들의 상봉 장면을 보고 이유없이 함께 울었던 기억이 새삼스럽다. 영화속에서 주인공 ‘덕수’가 여동생을 상봉하는 장면에서 영화를 관람하던 대부분의 사람들이 눈시울을 적시는 모습이었다. 배우들의 연기도 또 얼마나 실감이 나던지 너무나 실제 상황들 처럼 보여 가슴을 쓸어 내리지 않을 수 없었다. 영화 ‘국제시장’에서 함께 감정을 나누고 아픔을 나누었던 이산 가족의 상봉과 함께 도심에 울려 퍼지는 애국가도 옛 생각에 잠기게 했다. 중·고등학교 시절 만원버스를 타고 다니면서 기억에 남은 일 중에 하나가 어김없이 오후 5시만 되면 애국가가 울려 퍼지고 아무리 바빠도 우리는 그 자리에 꼿꼿이 서서 애국심을 보여야 했었다. 이런 장면들이 시대를 공감하며 나누는 영화로 많은 사람들에게 머리를 끄덕이게 하였으리라 생각이 된다. 주인공이 내뱉는 대사에는 30년 전의 추억들이 담겨 있고, 지나간 시간이라 말로 설명하기에 너무나 안타까운 세대들의 가슴 빗장을 열게 하는 장면들이 눈물짓게 한다. 가장 실제와 가까우면서 그러나 그 깊은 내면의 잠재한 아픔과 해결되지 않는 그 무엇을 뒤집어 털어내는 힘이 바로 이 영화의 힘은 아니었을까? 아버지의 생활력을 닮은 자식이 아버지가 되어 그보다 더 심한 역동기의 삶을 살아내게 하는 그 힘이 이 영화를 보는 모든 아버지들의 삶을 대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영화와 같은 대중 매체를 통한 감정의 정화는 참으로 위대하기에 이 세대를 외로워 하는 많은 아버지들과 그들을 이해하기엔 너무 소중하게 자란 자식 세대 간의 거리를 좁혀 주는 훌륭한 아주 훌륭한 가족영화로 자리매김을 하길 기대해 본다.

2015-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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