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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가슴의 빗장을 열어주는 영화 ‘국제시장’

한연성 재미한국학교 워싱턴협의회장

나이가 들어가면 아름다운 추억을 곱씹으면서 산다고들 어르신들이 이야기한다. 모처럼의 한국 방문을 하면서 이제 나 역시 나이가 들어가는지 신문 광고를 보다가 우연히 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살리는 문구를 발견하고 안간다고 우기는 조카들을 데리고 심야 영화를 보러갔다.

자라면서 한번도 “아빠”라고 불러 본 기억이 없는 돌아가신 아버지를 회상하게 하는 장면들마다 눈물을 짓지 않을 수 없었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그즈음 아버지께서는 몸이 편찮으셔서 집에 계셨는데 늘 충혈된 눈으로 나를 반기곤 했다. 별로 부유하지 못한 가정에서 자라난 나는 어린 시절 TV에 대한 맹신으로 하루의 가장 중요한 일과가 TV를 보는 시간이었다. 지금 생각하니 그 당시에도 호랑이를 닮은 어머니의 무서운(?) 교육에 대한 집념이 드라마나 그외 TV 시청을 하는 것에 많은 제한을 두었다.

더군다나 5시가 넘어야 나오는 TV에 대한 애절함은 갈증 후에 찬 물을 마시는 그것과 같았다. 오후 내내 TV를 본다는 일념으로 살 던 시절인데 그 당시는 하루종일 TV 방송이 나왔는데 그것은 이산가족 찾기라는 프로였다. 우리 가족은 이산가족이 없지만 주변의 아버지 친구분들은 늘 그리운 가족에 대한 회한이 있었던 터라 TV 시청은 대단했다. 눈물과 한숨과 그리움으로. 화면에 나오는 그들의 상봉 장면을 보고 이유없이 함께 울었던 기억이 새삼스럽다. 영화속에서 주인공 ‘덕수’가 여동생을 상봉하는 장면에서 영화를 관람하던 대부분의 사람들이 눈시울을 적시는 모습이었다. 배우들의 연기도 또 얼마나 실감이 나던지 너무나 실제 상황들 처럼 보여 가슴을 쓸어 내리지 않을 수 없었다.

영화 ‘국제시장’에서 함께 감정을 나누고 아픔을 나누었던 이산 가족의 상봉과 함께 도심에 울려 퍼지는 애국가도 옛 생각에 잠기게 했다. 중·고등학교 시절 만원버스를 타고 다니면서 기억에 남은 일 중에 하나가 어김없이 오후 5시만 되면 애국가가 울려 퍼지고 아무리 바빠도 우리는 그 자리에 꼿꼿이 서서 애국심을 보여야 했었다. 이런 장면들이 시대를 공감하며 나누는 영화로 많은 사람들에게 머리를 끄덕이게 하였으리라 생각이 된다.



주인공이 내뱉는 대사에는 30년 전의 추억들이 담겨 있고, 지나간 시간이라 말로 설명하기에 너무나 안타까운 세대들의 가슴 빗장을 열게 하는 장면들이 눈물짓게 한다. 가장 실제와 가까우면서 그러나 그 깊은 내면의 잠재한 아픔과 해결되지 않는 그 무엇을 뒤집어 털어내는 힘이 바로 이 영화의 힘은 아니었을까? 아버지의 생활력을 닮은 자식이 아버지가 되어 그보다 더 심한 역동기의 삶을 살아내게 하는 그 힘이 이 영화를 보는 모든 아버지들의 삶을 대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영화와 같은 대중 매체를 통한 감정의 정화는 참으로 위대하기에 이 세대를 외로워 하는 많은 아버지들과 그들을 이해하기엔 너무 소중하게 자란 자식 세대 간의 거리를 좁혀 주는 훌륭한 아주 훌륭한 가족영화로 자리매김을 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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