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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고 싶다" 고백은 "살려 달라"는 외침

[중앙일보·USC 공동 기획…힐링 캘리포니아 프로젝트]
한인 극단 선택 실태·대책-2
"그동안 고마웠다" 등 말하면 위험 직접 신호
가장 큰 도움은 관심·대화…무비판 경청 중요

LA카운티 정신건강국(CDMH) 김재원 코디네이터가 한인들에게 자살중재훈련을 하고 있다. [LA카운티 정신건강국 제공]

LA카운티 정신건강국(CDMH) 김재원 코디네이터가 한인들에게 자살중재훈련을 하고 있다. [LA카운티 정신건강국 제공]

한인들 마음이 아프다.  
 
자살로 삶의 힘겨움을 벗어나려는 한인들이 캘리포니아주에서만 한 해 수십 명씩 나온다. 〈본지 2월 15일자 A-1, 4면〉
 
대안은 없을까.  
 
정신건강 전문가들은 한인들에게 “극단 선택은 절대 대안이 될 수 없다”고 강조하고 또 강조한다.  
 


그레이스 박 한인타운청소년회관(KYCC) 클리닉서비스 매니저는 “자살 충동을 느끼는 사람 대부분은 사실 진심으로 죽고 싶어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더 이상 희망이 없다’고 느낀 나머지 대안을 찾지 못한다”며 “현재의 고통을 벗어날 유일한 방법이 자살밖에 없다고 느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LA카운티 정신건강국(LACDMH) 김재원 정신건강 트레이닝 코디네이터도 “최악의 상황인 분들과 대화해보면 ‘지금 문제만 해결되면 살아갈 의미와 희망이 있다’는 모습을 보인다”고 말했다.  
 
■마음 표현과 경청
 
자살을 생각하고 실행에 옮기려는 사람 대부분 사전에 위험신호를 보인다. 이 신호는 “나를 살려달라”는 외침이다. 자살을 실행에 옮기려는 이들에게 나타나는 공통점은 비슷하다.  
 
LACDMH에 따르면 자살위험 직접 신호는 “죽고 싶다. 모든 것을 끝내겠다. 살아갈 힘이 없다. 그동안 고마웠다”와 같은 말을 자주 하는 모습이다.
 
행동으로 보여주는 신호는 소중한 물건을 남에게 준다. 가족이나 사랑하는 이에게 “더 잘해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말을 한다. 삶의 목표 상실 및 자포자기 고립감을 표현한다. 사람들과 관계를 멀리한다.
 
정신과 전문의에 따르면 ‘우울증, 양극성장애, 불안 장애, 약물중독, 과도한 스트레스, 큰 정신적 충격’은 자살 충동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특히 중증 우울증이나 자살 생각에 빠져 있을 때는 ‘약물이나 술’을 멀리해야 한다. '약물과 술'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면 충동성이 높아져 자살 위험이 높다고 한다.
 
정신건강 상담전문가는 우울증 또는 자살 전조증상을 겪는 당사자는 내면의 아픔을 ‘적극 표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평소 마음을 나누고 속을 털어놓을 수 있는 ‘정서적 지지그룹’을 만드는 것도 좋다.
 
김 코디네이터는 “자살을 생각할 만큼 삶이 힘들 때 고통을 누군가에게 이야기하면 ‘끓어 오르는 냄비 뚜껑을 열어 열을 식히는 효과’처럼 극심한 고통을 줄일 수 있다. 도움받는 가장 빠른 길은 마음속 어려움을 호소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자성 정신과 전문의(LA)도 “현재 본인이 처한 힘든 상황을 전문가 등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하는 시도가 가장 큰 ‘관문’이자 상황 개선 가능성의 순간”이라고 강조했다.  
 
이때 가족, 친구와 지인의 관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평소와 다른 모습을 보이거나 우울해 보이는 가족이나 친구에게 ‘혹시 자살을 생각하느냐’고 묻고, 경청한 뒤 도움을 줘야 한다.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은 주변의 관심과 따뜻한 손길을 가장 원해서다.
 
■대화·상담·약물치료
 
실제 본지 한인사회 마음건강 설문조사(1월 12일~22일 진행) ‘죽고 싶은 생각이 들 때 가장 필요했던 도움’ 질문에서도 응답자 217명 중 절반 가까이가 가족과 주변의 관심(27%) 및 주변인과 대화(18%)를 꼽았다. 경제적 지원(25%), 기타(20%)상담 및 치료 관련 정보(10%)가 뒤를 이었다. 응답은 잠자기,스스로 극복, 성경읽기, 종교활동, 혼자 참기 등이다. 〈그래픽 참조〉    
 
그래픽

그래픽

정신건강 전문의는 가족과 지인은 자살 충동을 호소하는 이의 말을 ‘유심히’ 듣고 ‘대화’를 나누라고 당부했다. 자살을 생각하는 당사자가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충분히 느끼게 해주는 자세가 중요하다.
 
김 코디네이터는 “특히 가족은 서로의 아주 작은 변화도 잘 알아볼 수 있는 가장 가까운 사이”라며 “가족구성원이 힘들어할 때는 작은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해야 한다. 힘든 일도 얼마든지 이야기하도록 ‘무비판적인 자세’로 대해주면 좋다”고 말했다.
 
또한 가족이나 주변인은 대화를 요청한 이에게 ‘자살을 언제부터 생각했는지, 구체적인 실행방법도 알아봤는지’ 등을 물어본 뒤, 전문가 상담을 권해야 한다. 상황에 따라 약물치료로 빠른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한다.
 
김 정신과 전문의는 “(자살 충동 등) 힘든 상황을 수치나 실패로 여겨선 안 된다. 전문가와 이야기를 통해 상황을 객관화하면, 현재 처한 상황을 개선할 의지와 희망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신건강 무료상담 제공
 
본지 설문조사 응답자 중 약 57%는 정신건강 상담이나 지원단체 관련 정보를 ‘모른다’고 답했다. 언어장벽에 따른 정신건강 서비스 접근 불편, 한국어 사용 전문가 정보 부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여러 한인 비영리단체와 LACDMH에서는 한인 우울증과 자살예방을 위한 전문가 무료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LACDMH는 2010년부터 한인 자살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자살 예방 및 중재기술을 위한 훈련 ▶자살예방 심화 과정 ▶찾아가는 자살예방 세미나(jkim@dmh.lacounty.gov) 등을 한국어로 제공한다. LA한인타운에서는 정신건강센터(510 S Vermont Ave)도 운영하고 있다.
 
LACDMH 핫라인(800-854-7771, 한국어 6번), 한인가정상담소(213-389-6755), 이웃케어클리닉(213-235-1210), 한인타운청소년회관(213-365-7400), 전국 자살방지 핫라인(988)은 우울증 등 말 못할 어려움에 부닥친 이들에게 정신건강 전문가 상담을 무료로 제공한다.
 
사설〉LA카운티 정신건강국(CDMH) 김재원 코디네이터가 한인들에게 자살중재훈련을 하고 있다. [LA카운티 정신건강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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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재 기자 kim.ian@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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