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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 강박 벗어나 미국식 개방적 사고 즐겨야"

[중앙일보·USC 공동 기획…힐링 캘리포니아 프로젝트]
한인 극단 선택 실태·대책 ③·끝

한인사회 자살 증가 현상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 올바른 대처를 위해서는 구성원의 인식전환과 적극적인 행동변화가 중요하다. LA카운티정신건강국(CDMH) 및 자살예방 활동을 펼치는 여러 정신건강 전문가는 한인들의 인식전환을 당부했다. 무엇보다 죽고 싶다는 생각으로 힘겨울 때 꼭 ‘이야기’를 하라고 강조한다. 이때 주변 관심과 도움의 손길은 한 생명을 살릴 수 있다는 사실도 명심해야 한다. 가족과 친구가 고립된 상황 속에서 도움을 요청하는 ‘징후’를 포착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현장에서 자살예방 활동을 펼쳐 온 전문가의 조언과 당부를 직접 들어봤다.
 
솔직한 표현과 적극적인 활동 중요
양두석 가천대 교수
 
“한국은 물질 우선, 극심한 경쟁, 성공 지상주의, 빈부격차 증가, 체면치레가 팽배해지면서 세계에서 자살률이 가장 높은 나라가 됐습니다. 연예인 자살 등 무분별한 자살보도도 많습니다. 미국에 거주하는 한인도 한국의 자살 소식을 언론과 소셜미디어로 자주 접합니다. 한인 자살률에 크게 영향을 미친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 자살예방 활동을 펼치는 양두석(사진) 교수는 미주 한인도 자살을 ‘하나의 해결 수단’으로 여기는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양 교수는 “정신적으로 어려움에 처해 희망을 잃은 사람들이 주변이나 관공서에 도움을 요청하지 않고 스스로 극복하려 노력한다”며 “결국 고독과 외로움이 심해져 우울증이 발생한다. 치료를 받지 않고, 상황이 악화되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한인에게 마음의 짐을 내려놓고 미국식 여유와 개방적 사고를 즐기라고 제안했다. 중국계와 일본계 등 같은 아시아권 이민자가 개방적이고 솔직한 미국 문화에 적응한 모습을 예로 들었다.  
 
그는 “한인은 낯선 미국사회에서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으로 치열하게 산다. 실패할 경우 더 큰 좌절감과 상대적 박탈감, 심리적 고통과 외로움을 견디지 못해 자포자기 심정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가 많이 발생한다”며 “이민자로서 각자의 생활여건에 만족할 줄 알고, 우울증 증세가 나타나면 치료를 통해 극복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양 교수는 자살 문제는 개인의 문제가 아닌 문화·사회·경제·환경적 요인으로 발생하는 만큼 한인단체, 언론, 정부기관이 각종 정보와 실질적 도움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LA카운티정신건강국 프로그램 등 구체적인 도움방법을 한인에게 지속해서 알려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이 해결방법을 찾는 길을 모색해 달라”고 당부했다.  
 
끙끙 앓던 감정 표현하면 숨통 트여
수잔 정 정신과 전문의
 
정신과 전문의 수잔 정 박사는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면 “꼭 주변에 마음속 이야기를 해보라”고 당부했다. 죽고 싶은 마음을 가족이나 친구에게 털어놓는 순간 끙끙앓던 감정이 표출된다. 감정은 두뇌 전두엽 영역으로, 입밖으로 표현하는 순간 사고하는 능력이 발현된다고 한다.  
 
정 박사는 “자살은 ‘충동성’이 강하다”며 “이때 혼자서만 해결하고 싶어하면 마음의 병이 깊어지고, 자칫 즉흥적인 자살시도로 이어질 수 있다. 누군가에게 마음속 고민을 이야기하려는 자세가 제일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죽고 싶은 생각 등을 주변에 말할 때는 우선 ‘친근한 상대방’을 찾아야 한다. 정 박사는 “꼭 전문 상담사나 의사일 필요는 없다”면서 “다만 청소년 등 젊은층은 공감 능력이 더 나은 학교 선생님이나 연장자에게 말하는 것이 좋다. 성인일 경우 좋아하는 친구, 교회 목사님, 존경하는 직장 선배 등과 이야기를 나누면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이런 ‘대화의 힘’은 문제해결 능력을 키운다고 한다. 자살 고민을 이야기함으로써 대안을 찾아보려는 사유의 힘이 작동하는 것.
 
정 박사는 경청의 자세도 강조했다. 그는 “누군가 죽고 싶다는 마음을 털어놓으면 ‘좋다 나쁘다’ 판단하지 말고 따뜻하게 들어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만약 누군가 자살 방법까지 생각했다고 말할 경우에는 반드시 전문의 상담 등 즉각적인 도움을 주어야 한다. 정 박사는 “이미 자살 방법 등을 결정하고 준비한 사람은 힘든 결정을 한 뒤로, 오히려 마음이 평안해지는 등 심리상태가 나아지곤 한다. 언제든지 실행에 옮길 수 있기 때문”이라며 “힘들어하던 사람이 갑자기 좋아진 모습일 때는 특히 더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정 박사는 “우울증이나 정신질환을 창피하게 생각할 필요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심한 우울증과 자살 충동 등은 두뇌의 (일시적) 질환으로 적절한 항우울제나 정서 안정제를 복용하고, 상담치료와 병원 입원 등을 통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수잔 정 마음 건강 열린 상담실’이라는 유튜브 채널(www.youtube.com/@dr.susanchung)에서는 우울증, 공황장애, 조울증, 게임중독, 주의산만증 등 한인에게 꼭 필요한 정신건강 정보를 자세히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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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재 기자 kim.ian@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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