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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 건 탈북…넘지못한 편견의 벽

누리지 못했던 자유 하나만 바라보고 목숨을 걸고 북한을 탈출했다. 제 3국을 거쳐 어렵게 미국까지 온 그들이  먼저 마주한 것은 자유와 희망, 행복 대신 차별과 편견이었다.   지난 12일 LA한인타운에서 열린 ‘북한이탈주민의 날’ 기념 제1회 미주 탈북민대회에서는 미국에 사는 탈북민 50여명이 자리해 그들만의 아픔을 나누고 알렸다. 이날 탈북민 권정순, 고명옥씨에게서 생사를 오간 탈북 이후 그들이 마주한 사회의 안타까운 현실을 직접 들었다.   ▶3차례 강제 북송 … 미국 정착   함경남도 단천 출신의 권정순씨는 강제 북송만 세 번 당했다. 어떻게 탈북을 네 번이나 할 수 있었는지 묻자 그는 “보위부에서 근무하신 부모님 인맥의 도움도 있고, 집안 친척 중 고위 인사가 여럿 있었다”고 간략하게만 말했다.     지난 1997년 7월 중국으로 첫 탈북을 감행했다. 가난 때문이었다. 무작정 돈을 벌기 위한 선택이었다. 그는 “부모님 모두 보위부에서 근무해 어려서는 가난이라는 걸 몰랐다”며 “그런데 부모님들이 고난의 행군 때 돌아가셔서 형편이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권씨가 향한 곳은 중국 연길이었다. 그녀는 “흔히 말하는 인신매매였다”며 “모르는 중국 남자한테 돈 받고 팔려가 3년간 같이 살았고 딸도 하나 있었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당시 권씨의 나이는 26세였다.   2003년 중국에서 강제 북송된 그녀는 지난 2009년 2월 다시 탈북했다. 중국 쿤밍, 태국을 거쳐 한국에 도착했다. 그런데 그가 마주한 한국은 차별과 편견의 사회였다. 그는 “식당에 취직해 첫 월급 130만 원을 받았다”며 “나중에 알고보니 다른 직원들의 첫 월급은 180만원이었다”며 차별을 설명했다.     한국 경찰의 편견도 있었다. 술자리에서 합석한 남성이 친구 몸을 더듬고 뺨을 때려 경찰에 신고했지만 출동한 경관들은 오히려 권씨 일행을 불법체류자로 의심했다고 한다.   권씨는 지난 2017년 미국에 왔다. 중국에서 친하게 지냈던 중국인 친구를 만나러 왔다가 지금의 한인 남편을 만났다. 미국에서조차 편견을 마주한 그녀는 탈북민 단체를 운영하게 됐다. 미주북한인권통일연대 회장직을 맡아 탈북민 인권 제고에 앞장서고 있다. 권씨는 “한국 정치권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진심으로 탈북민의 인권을 외치는 사람은 거의 보지 못했다”며 “일부 한인 단체들은 탈북민이라는 주제를 들먹이며 소위 돈벌이를 하려고 한다. 진심으로 탈북민들에게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중국에 있는 그리운 딸   함경북도 출신의 고명옥씨는 권씨와 달리 한국을 거치지 않고 바로 미국에 왔다. 2008년 고씨는 아들을 출산한 지 한 달 만에 탈북했다. 산후조리도 못 한 몸을 이끌고 갓 태어난 아들까지 업어가며 추운 강을 건넜다. 그 후 중국, 베트남, 라오스, 태국을 거쳐 7년만인 2015년 미국에 도착했다. 지금은 유타에 살고 있다. 미국을 선택한 계기를 묻자 “태국 난민 수용소에서 한국을 가려고 했는데 아들이 영어권 나라로 가고 싶다고 했다”고 답했다.   탈북민이라는 사실로 고씨는 온갖 고초를 겪었다. 탈북 이후 겪었던 어려움에 관해 묻자 고씨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그녀는 “그때 생각만 하면 말 못할 정도로 마음이 무거워지고 지금도 트라우마로 남아 있다”며 “북한 사람인 걸 알고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에서는 탈북민 여성들이 인신매매로 물건처럼 팔려가는 경우가 많다”며 “연령별로 1000위안(약 138달러), 5000위안(약 687달러) 등에 팔려간다”고 설명했다.     고씨가 탈북한 지 3년 후 고씨의 딸도 뒤따라 중국으로 탈북했다. 그는 “딸이 중국 애들과 어울렸는데 중국인 부모들이 딸이 북한인이라는 이유로 어울리지 못하게 했다”면서 “딸이 커서는 중국인들에게 북한 사람이라는 이유로 맞기도했다”고 전했다.   고씨의 희망은 인간다운 삶이다. 그는 “중국에서는 신분 문제 때문에 아들이 학교도 다니지 못했다”며 “미국에서는 착실히 공부해 사회에 기여했으면 좋겠다”고 소망을 밝혔다. 탈북민을 향한 차별과 편견에 대해서는 “딱한 북한 동포들을 품어주길 바란다”며 “미국을 비롯한 국제 사회에서도 여러 방면으로 도와달라”고 말했다. 김경준 기자고난 핍박 여성 탈북민들 미주 탈북민대회 거주 탈북민

2024-07-15

자온 침의 여성 건강 효과 [ASK미국 파동의학/자연치유학-한청수 파동병원 원장]

▶문=자온 침(磁溫針)이 여성 하복부 건강 및  냉증 개선에 어떻게 도움을 주는가?       ▶답=자온 침 시술은 여성의 아랫배 주변에 자침을 하고 침 주변으로 유도전류에 의해 열에너지가 발생하는 자기장치를 연결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하면 침 주변에 자기장이 형성되어 강력한 자기장이 세포 회복을 도와주고 침체되어 있는 자궁과 난소의 기능을 끌어올리게 된다. 시술 초반에는 따뜻한 온열효과를 높이기 위해 온궁에만 집중했으나 실제로 시술을 하다 보니 온열 기능이 매우 강력하여 최근에는 따뜻한 온도를 느끼는 것보다는 자기장 발생력을 강화하고 그로 인한 치료 효과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러한 원리를 자궁과 난소의 정상적인 기능 회복 치료에 적용하고 있다.     자온 침을 받을 수 있는 환자군으로는 하복부 냉증 천골 냉증 좌골 냉증 등 특정 부위에 심한 냉감을 느끼는 여성 시리면서 극심한 하복통을 느끼는 골반염 환자 통증을 동반하는 난관염 자궁근종 자궁선근증 등 난소 자궁 병변을 가진 여성 근종 내막증 물혹 수술 후 관리가 필요한 여성 고난도 난임 여성 등이 있다. 특히 3차 이상의 고차 수 시험관 아기를 준비하는 여성 중에 하초 냉증이 심하거나 난소기능 저하가 극심한 분들에게는 필수적으로 자온 침 치료 진행을 추천한다.     자온 침 시술을 받으면 어떤 효과가 있을까? 자온 침 시술을 받으면 체내 곳곳에 열에너지가 충분히 전달된 후 자궁과 난소의 극효혈에 자온 침으로 2차 열에너지와 교번 전자기장 에너지가 빠르게 지속적으로 공급됨으로써 골반강 내 혈류순환을 극대화된다.     이 과정에서 자궁과 난소가 위치한 하복부의 체액과 혈액을 자온 침을 놓는 20~30분가량 순간적으로 온보(溫補) 하여 기혈순환을 신속하게 개선한다. 또한 손실되는 열에너지를 계속 보충하면 세포 회복을 촉진하고 정상 조직 활성화에 도움을 주며 면역력의 회복으로 자궁 질환의 치료를 돕는다. 따라서 자온 침 시술은 하복부 뱃살 및 질환 등 여성 건강에 많은 효과를 가져다줄 수 있다.   ▶문의:(213)386-2345/큐바이오 파동 한방병원 www.wbqacu.com 한청수 파동병원 원장미국 자연치유학 여성 하복부 여성 근종 여성 고난

2023-04-19

[삶의 뜨락에서] 고난이 복이라던데

우리 아들 Jay가 대학을 마치고 다행히 뉴욕에 원하던 직장을 구해서 열심히 일 한지 몇 해인가 지났을 때 일이다. 그때 Jay는 그의 직장에 있는 상관의 권유를 받아들여서 그 상관과 함께 다른 직장으로 일자리를 옮기고, 따라서 Jay는 새 직장으로부터 이전보다 훨씬 더 많은 연봉을 받게 된 일이 있었다. 우리 모든 식구가 기뻐한 것은 우선 Jay가 자기 상관에게 그렇게 성실하게 보였다는 것 그리고 새 직장에서 예상치 않은 보너스를 받은 것 모두가 우리를 기쁘게 한 것이다.     그해가 2001년 바로 미국에 치명적인 9·11 테러가 일어나던 때였고 그 사건이 있고 난 뒤 각 회사마다 사태 조정이라 명칭 아래 서둘러 우선 가장 근래에 입사한 사람 순서대로 감원을 시작했다. 당연히 불과 6개월 전에 입사한 Jay가 감원 대상의 한 사람이 된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 Jay는 그동안 주머니가 넉넉해져서 여유 있게 살던 중에 하루아침에 하늘이 무너진, 아니면 밑 빠진 독이 된 심정으로 당장 생활비와 아파트 월세를 준비하러 길로 나서야 했다. 부모가 도와주는 것도 한계가 있어서 집으로 돌아와 새 직장을 찾아보라고 권면하였지만 무슨 이유에선지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리고 Jay가 새로운 직장을 찾기까지 일 년 반이란 긴 세월을 제대로 잠잘 틈도 없이 열심히 몸으로 버티고 믿음으로 어려움을 견디며 지내다가 마침내 새로이 Bank of America에 입사하게 되고 안정된 직장인의 삶을 찾게 되었다. 그동안 뉴욕에서 그의 삶은 ‘고난’이란 말의 뜻조차도 익히 알지 못하고 성장한 Jay에게 턱없이 크고 고통스러운 경험이 되었지만, 꼭 그렇게만 말할 수 없게 된 역설적인 사건이라고 생각된다.   마침내 태풍과 같은 Jay의 고난이 지나고 얼마 후 나는 그에게 그동안을 어떻게 견뎌왔는지를 좀 더 자세히 들어볼 기회가 있었다. 그는 그동안 세 개의 임시 직장(Part time job)을 가지고 살았는데 하나는 별로 신통치 못한 판매업이고 하나는 뉴욕 경제 신문사에서 편집을 도운 일이고 다음은 고급 바에서 술 만들어주는 바텐더(Bartender)로 일했다며 그는 바텐더 면허증을 따기 위해서 3개월간 따로 교육도 받았다고 했다. 이런 사정을 들으면서 나 자신은 어릴 때 술은 아예 입에 대지도 말라는 할머니의 교훈을 받아온 터라 맘 속으로 크게 염려되긴 했지만, 말로 표현하지는 않았다. Jay가 술을 손님의 취향을 따라 섞어서 만들어 주는 동안 그의 앞에 앉아있는 손님이 술김에 토해 내는 그들 마음속 깊은 곳으로부터의 아픔과 분노와 눈물과 처절함을 묵묵히 들으면서 때로는 그와 함께 아파하는 상담사로 아니면 위로자가 되는 경우가 적지 않게 있기도 했다. 그리고 그런 손님일수록 자리를 뜰 때 엄청나게 많은 팁을 Jay 손에 쥐여 주고 가곤 했다고 한다.   사실 Jay는 20대 중반까지는 세상 물정이라곤 하나도 모르면서 곱게만 살다가 9·11 테러 사건을 만나게 되었고 그 사건 때문에 진정한 의미의 ‘고난’이 무엇인지 체험하게 되었다. 또 그가 바텐더 노릇을 하면서 일 년이 넘는 기간 동안 만나본 여러 명 각계각층 고객들이 친히 들려준 생생한 인생 체험담이 더는 Jay 나이 20대가 아니라 갑작스럽게 40대 중반에 성숙하고 유능한 중년 신사로 만들어 주었다.   “고난이 복이라던데”라는 말이 있는데 어떤 이들에게는 고난이 복일 뿐만이 아니라 인생의 큰 반전이 됨을 나는 믿는다. 황진수 / 수필가삶의 뜨락에서 고난 임시 직장 바텐더 면허증 바텐더 노릇

2023-01-25

[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고난은 축복의 통로

나는 당신께 파란하늘을 원했지만 / 당신은 나를 먹구름 아래 있게 하셨다 / 나는 이 땅의 낙원을 꿈꿨지만 / 당신은 길고 깊은 가시밭 길을 걷게 하셨다 / 그 고난의 끝에서 나는 당신을 만났다 / 손을 내민 그의 손에 못자국은 / 흔들리는 영혼의 깊은 위로가 되었다 / 당신의 소리에 귀 기울일 때마다 / 내속의 불순물은 강렬히 타 올랐다 / 비극도 아닌, 그렇다고 희극도 아닌 / 고통 후 찾아드는 평안함 / 당신을 향한 소망이 자라나 / 살아도 죽고, 죽어도 사는 / 샘 할 수 없는 영원을 찾게 하셨다     천장이 높은 교회의 성가대석에서 헨델의 ‘메시아’를 노래했다. 모든 교인들이 일어나 마지막 곡인 ‘할렐루야’를 경청했다. 지휘자의 인사에 이어 성가대가 머리 숙여 인사를 했다. 솔리스트 몇명과 오케스트라의 소개가 끝난 후 박수 소리를 들으며 자리에 앉았다. 참았던 눈물이 흘러 내렸다. 나는 교인이 다 빠져나간 텅 빈 교회에 오랫동안 앉아있었다. 눈물을 훔친 두 손이 젖을 때까지 나는 그 자리에서 일어날 수 없었다. 그때 나는 20대의 청년이었고 시카고행을 며칠 앞두고 있었다. 그때 나를 만지셨던 못자국 난 당신의 손을 잊을 수 없다. 그 때 내 속에 머물렀던 따뜻한 감격은 매년 부활절을 맞을 때마다 오랫동안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펜더믹 상황으로 오랫동안 대면예배를 드리지 못했다. 올해 초부터 다시 교회에 나가 예배를 드리고 있다. 고난을 기쁨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은 ‘영원의 위로’ 덕분이었다. ‘인생을 가까이서 바라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고 했던 찰리 채플린의 말처럼, 당면한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주어진 상황과 약간의 거리를 둘 필요가 있다. 끝을 알 수 없는 우주의 관점에서 지구, 그리고 인간은 그야말로 원자 수준에도 미치지 못할만큼 지극히 미미한 존재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사람은 내면에 소망의 씨앗을 품고 있다.   하지만 평소에는 주로 외부세계에 관심을 갖다 보니 이를 인식하지 못하다가 고난이 닥쳐왔을 때 비로소 나를 돌아볼 기회가 찾아온다. 주어진 고통에 관심이 집중되면서 다른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그 덕분에 깊은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시간을 더 많이 갖게 된다. 이처럼 고난은 영원 가까이에 잠들고 있는 내면을 깨워준다. 결과적으로 우리를 소망에 보다 가까이 가도록 이끌어 준다. 그렇다고 고난이 소망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는 것은 아니기에 고난이 소망을 주는 것이라고 말하기보다는 고난이 내 안에 감추어진 소망을 구해온다는 표현이 맞을 듯하다. 그 섬세한 과정은 마치 금이 풀무불을 통해 불순물이 제거되어 순도가 높아지듯, 외부의 잡음을 제거해 우리의 영혼을 보다 청결하게 소망에 가까이 드러나도록 만들어 준다.   고난이 기쁨이 되는 이유에 대한 사유는 우리의 삶을 곧게 할 뿐만 아니라 풍성한 삶으로의 초대를 이끌어 오기도 한다. 고난을 오히려 기쁨으로 여기는 것, 더 나아가 고난을 소망할 수 있도록 이끄는 것은 내 안의 하나님이 강하실 때에만 이뤄질 수 있다. 그러니까 나와 전혀 대등한 관계가 될 수 없는 전능하신 분이, 자신의 사랑으로 우리를 중요한 존재로 바꿔주셨다는 것을 인정할 때 고난은 더 이상 고난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나에게 다가온 고난은 오히려 길을 만들어 이 땅에서도 천국의 소망으로 나아갈 수 있는 축복의 통로가 되는 것이다. <올해도 당신의 부활을 노래할 것이다. 십자가에 달리셔서 우리를 구원하시고, 부활하셔서 우리의 산 소망이 되신 주님을 소리 높여, 목놓아 찬양할 것이다. (시인, 화가)     신호철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고난 축복 이상 고난 박수 소리 오랫동안 대면예배

2022-04-18

[문화 산책] 고난에 굴하지 않는 삶

세계적 스타 피아니스트 알리스 사라 오트(Alice Sara Ott, 33세)가 지난 2019년 1월, 독주회를 앞두고 갑자기 왼손이 굳어지는 증세로 ‘다발성 근경화증 진단을 받았다’고 발표하여, 세계 음악계를 놀라게 했다.   피아니스트가 손을 못 쓰게 된다는 건 사형선고나 마찬가지다. 클래식 음악계의 아이돌 스타 같은 인기를 누리는 사라 오트가 그런 병에 걸리다니!   다발성 근경화증, 천재 첼리스트 재클린 뒤프레를 죽음으로 몰아넣어 널리 알려진 병이다. 뒤프레는 26살 이 병을 진단 받은 2년 뒤 은퇴했으나, 증세가 악화해 42살에 세상을 떠났다.   이 병은 중추신경계의 신경섬유가 자가면역 때문에 손상 당하는 질환이다. 신경전달에 이상이 생겨 특히 시각, 감각, 팔다리의 움직임 등이 원활하지 못하게 만들고, 신체 마비와 현기증, 시력장애 등 다양한 증상들을 수반하는데, 20~30대에 나타나고 특히 여성 환자가 많다고 한다.   투병 중인 사라 오트가 지난달 19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KBS 교향악단과 협연했다. 이 날 연주한 곡은 모리스 라벨의 ‘왼손을 위한 피아노 협주곡’이었다. 라벨이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다가 오른팔을 잃은 친구 피아니스트 파울 비트겐슈타인을 위해 만든 작품으로 유명한 곡이다.   그러니까, 왼손 다발성 경화증을 앓고 있는 사라 오트가 그 왼손으로, 왼손으로만 쳐야 하는 곡을 연주한 셈이다. 음악 이전에 감동이 밀려온다.   독일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 뮌헨에서 태어난 사라 오트는 피아노를 전공한 어머니의 영향으로 4살 때 피아노 연주를 시작했고, 다섯살에 뮌헨에서 2000여명의 관객을 상대로 첫 연주회를 열었다. 어렸을 때부터 음악은 어떤 말보다 더 많은 것을 얘기하는 언어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이후 유럽과 일본의 수많은 콩쿠르를 휩쓸며 10대엔 신동, 20대엔 젊은 천재로 불리면서 스타 연주자로 인기를 누려왔다. 사라 오트는 피아니스트 겸 일러스트레이터, 디자이너를 겸하고 있는 다재다능한 연주자로도 유명하다.   동양과 서양을 조화시킨 매력적인 용모로 늘 얘깃거리를 몰고 다니는 화제의 피아니스트, 맨발로 피아노 페달을 밟는 연주는 그의 트레이드마크다. 피아노와 더 가까워지는 효과적인 방법으로 금속 페달을 맨발로 밟는다고 한다.   그런 그가 피아니스트로는 치명적인 병에 걸린 것이다. 하지만 오트는 발병 사실을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알리면서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처음엔 마치 세상이 소멸하는 듯한 느낌이어서 걷잡을 수 없는 상태로 지냈지만, 최선을 다하면 결과는 달라진다고 굳게 믿는다며, 앞으로 어떤 상황이 될지 모르지만, “지금까지와 같이 나의 삶, 내가 걸어갈 여정, 나의 연주에 충실하겠다”고 당당히 말했다고 한다.   예술가이기에 앞서 한 인간으로 존경스러운 모습이다. 예상하지 못한 불행으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게 존재 자체만으로도 큰 위안을 줄 것이다.   불행 중 다행이랄까, 이 병을 완치하기는 어렵지만 의학의 발전 덕분에 대부분의 환자들이 충분한 수명을 누릴 수 있게 됐다고 한다.   사라 오트는 발병 이후엔 연주회를 이전보다 줄였지만, 최근에도 새 음반 ‘삶의 메아리(Echos of Life)’를 발표하는 등 꾸준히 활동하고 있다.     이 음반은 쇼팽의 ‘스물네 개의 전주곡’ 중간에 자신이 특별한 의미를 부여했던 곡들을 삽입한 형식이다.   예측불허 인생, 그 길에 들어섰지만 좌절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면 끝에서 만나는 결과는 달라진다고 굳게 믿는 그에게 힘찬 응원의 박수를! 병마로 인한 인생의 고난에 굴하지 않고 도전하는 알리스에게 축복이 있기를! 장소현 / 시인·극작가문화 산책 고난 피아니스트 맨발 피아노 연주 스타 연주자

2021-12-17

"나쁜 일은 우연히 일어날 뿐…신 원망 안한다"

 고난은 어디서 오는가. 성가신 질문이다. 수세기 동안 신학자 철학자 등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고자 했다. 만약 신(神)이 있다면 왜 악 고통 등을 허용하는가. 팬데믹 사태 허리케인 산불 등 근래의 악재는 고난의 의미를 다시 사유하는 계기가 됐다. 고난과 두려움이 일상을 삼키면 인간은 그 지점에서 원인을 찾는다. 그리고 삶을 고찰한다. 특히 종교를 소유한 이들은 세상의 이치를 절대자의 섭리하에 수용하려는 경향도 보인다. 퓨리서치센터가 팬데믹 사태 가운데 고난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삶에서 고난이 다가온 건 우연인가 필연인가.   코로나 동안 인생의 의미 돌아봐 4명 중 1명 "고난의 이유 생각해"   고난은 '신' 아닌 인간 때문에 발생 일부 "고난으로 신의 존재 의심해"   팬데믹은 초유의 사태였다. 살면서 이런 적이 있나 싶었다.   미국 성인(18세 이상) 4명 중 1명(23%)은 "지난 1년 사이 삶의 의미 고난의 이유와 목적 악재가 발생하는 이유 등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봤다"고 응답했다.   숙고를 통해 얻은 결론(중복 응답 가능)을 물었다. 대부분 신에게 고난의 탓을 돌리지 않았다. 고난은 '우연히(happen)' 발생하는 것이라고 여겼다.   응답자들은 시기적으로 봤을때 나쁜 일은 대부분 또는 일정 부분에서 '단지 우연하게(just happen.86%)' 일어난다고 답했다. 이어 고난은 대부분 또는 일정 부분에서 개인의 행동이 초래한 결과(71%) 대부분 또는 일정 부분에서 사회가 구조화되면서 빚어낸 결과(69%) 대부분 또는 일정 부분에 있어 사람들에게 좀 더 강해지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고난이 존재함(62%) 등이라고 답했다.   삶 가운데 존재하는 것은 이유가 있다. 미국인들의 일반적인 생각이다.   종교 신앙 등과 관계없이 미국인 10명 중 7명(68%)은 '삶의 모든 것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퓨리서치센터는 보고서를 통해 "사람들은 고난이라는 것이 우연히 찾아오지만 대부분 어떤 일이 발생할때 원인 또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주목할 만한 것은 팬데믹 사태와 같은 악재 속에서도 신을 비난하거나 신앙이 흔들렸다고 말하는 응답자는 소수였다는 점"이라고 전했다.   오늘날 탈종교 현상이 가속화하는 미국이지만 그래도 기독교적 사상은 아직도 스며있다.     이번 퓨리서치센터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10명 중 6명(58%)이 성경이 묘사하는 '하나님(God)'을 믿고 있다. 추가로 3명 중 1명(32%)은 우주에 어떤 절대적인 힘 강력한 영적 존재가 있는 것으로 여겼다.     절대자 또는 영적 세계를 믿는다고 답한 이들에게 고난의 의미를 바탕으로 신과 인간 사이의 관계에 대해 질문을 던져봤다.   신의 존재를 믿는다고 답한 응답자 중 80%는 '이 세상에서 발생하는 대부분의 고난은 신이 아닌 사람들 때문에 생겨나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렇다면 신은 고난을 일부러 허용하는 것인가. 응답자들은 인간에게 주어진 일종의 '자유 의지'가 있다고 답했다.   절대적 존재를 믿는 응답자 10명 중 7명은 사람들로 인해 고난이 찾아오는 것을 두고 '인간은 하나님 또는 절대자의 계획에 어긋나는 방식으로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와 동시에 응답자 2명 중 1명(50%)은 '세상에서 발생하는 고난을 멈추게 하지 않는 것도 신이 허용하는 것이다. 그것도 신의 섭리의 일부분'이라고 생각했다.   오히려 고난에 대해서는 '신' 보다는 '사탄(satan)'을 책망했다. 미국 성인의 44%가 '세상에서 발생하는 대부분의 고난은 대부분 사탄에게 원인이 있다'고 답했다.     종교별로는 약간씩 차이가 있다. 고난의 원인이 사탄에게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복음주의 개신교인(73%) ▶흑인 개신교인(69%) ▶주류 개신교인(47%) ▶가톨릭 교인(43%) 등의 순이다.   종교와 관계없이 고난 등으로 인해 신의 존재를 의심하거나 절대자를 부정한다는 답변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응답별로 보면 미국 성인 중 ▶고난을 겪게되면 전지전능 사랑의 하나님이라는 존재를 의심하게 된다(16%) ▶고난은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14%) 등 소수의 응답자만이 고난과 신의 존재를 부정적으로 결부시켰다.   고난을 통한 삶의 고찰은 사후 세계에 대한 존재 여부까지 생각하게 만들었다.   미국인 10명 중 7명(73%)은 '천국(heaven)'의 존재를 믿는 것으로 조사됐다. 기독교인들을 세부적으로 나눠보면 복음주의 개신교인(96%) 흑인 개신교인(93%) 가톨릭 교인(90%) 주류 개신교인(88%) 등 대부분이 천국의 존재를 믿었다. 젊은층(18~49세.67%) 보다 50세 이상(80%)이 민주당원(64%)보다 공화당원(85%)이 천국의 존재를 믿는다고 답한 비율이 높았다.   천국이 있다면 '지옥(hell)'도 있는가. 이는 천국을 믿는다고 답한 비율과 약간의 차이를 보였다.   미국 성인 응답자의 62%가 '지옥의 존재를 믿는다'고 답했다. 이는 천국을 믿는다고 답한 비율보다 약 11%p 적었다.   기독교계내에서도 복음주의 개신교인(91%) 흑인 개신교인(89%) 등은 대부분 지옥의 존재를 믿는다고 답한 반면 가톨릭 교인(74%) 주류 개신교인(69%) 등의 답변 비율은 다소 낮았다. 이와 함께 공화당원의 75%는 지옥의 존재를 믿었고 민주당원은 52%에 그쳤다.   천국과 지옥에 대한 개념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을까.   퓨리서치센터는 보고서에서 "천국을 믿는다고 답한 응답자의 대부분은 천국을 '고통에서 벗어나 새로운 몸을 갖고 죽은 사람들과 재회하고 하나님을 만날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했다"며 "반면 지옥은 '세상에서 지었던 죄를 지옥에서 심리적 육체적 고통으로 경험하고 하나님과의 관계가 영원히 단절되는 곳'이라고 정의했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천국은 누가 갈 수 있는가. 천국을 믿는다고 답한 응답자들에게만 물어봤다.   우선 천국이 있다고 생각하는 응답자 중 39%는 '하나님을 믿지 않아도 천국에 갈 수 있다'고 답했다. 하나님을 믿지 않으면 천국에 갈수 없다고 생각하는 응답자 역시 32%였다.   기독교인 내에서는 견해가 확연하게 갈렸다. 우선 복음주의 개신교인(71%)과 흑인 개신교인(59%)은 '하나님을 믿지 않으면 천국에 갈 수 없다'고 답했다. 반면 가톨릭 교인(68%) 주류 개신교인(56%) 등은 절반 이상이 '하나님을 믿지 않아도 천국에 갈 수 있다'고 응답했다.   이러한 답변의 성향은 종교적 신념의 확고함과도 어느 정도 연결된다.   우선 복음주의 개신교인 중 69% 흑인 개신교인의 50%는 '나의 종교만이 영원한 천국으로 이끌어 갈 수 있는 유일하고도 참된 신앙'이라고 답했다. 반면 자신의 종교만이 천국으로 이끈다는 믿음을 가진 주류 개신교인(29%) 가톨릭 교인(25%)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한편 이번 퓨리서치센터 조사는 지난 9월20~26일 사이 성인(18세 이상) 7252명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신뢰도는 95%(오차범위 ±1.9%)다.   장열 기자원망 고난 복음주의 개신교인 주류 개신교인 성인 응답자

2021-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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