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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고난은 축복의 통로

신호철

신호철

나는 당신께 파란하늘을 원했지만 / 당신은 나를 먹구름 아래 있게 하셨다 / 나는 이 땅의 낙원을 꿈꿨지만 / 당신은 길고 깊은 가시밭 길을 걷게 하셨다 / 그 고난의 끝에서 나는 당신을 만났다 / 손을 내민 그의 손에 못자국은 / 흔들리는 영혼의 깊은 위로가 되었다 / 당신의 소리에 귀 기울일 때마다 / 내속의 불순물은 강렬히 타 올랐다 / 비극도 아닌, 그렇다고 희극도 아닌 / 고통 후 찾아드는 평안함 / 당신을 향한 소망이 자라나 / 살아도 죽고, 죽어도 사는 / 샘 할 수 없는 영원을 찾게 하셨다
 
 
천장이 높은 교회의 성가대석에서 헨델의 ‘메시아’를 노래했다. 모든 교인들이 일어나 마지막 곡인 ‘할렐루야’를 경청했다. 지휘자의 인사에 이어 성가대가 머리 숙여 인사를 했다. 솔리스트 몇명과 오케스트라의 소개가 끝난 후 박수 소리를 들으며 자리에 앉았다. 참았던 눈물이 흘러 내렸다. 나는 교인이 다 빠져나간 텅 빈 교회에 오랫동안 앉아있었다. 눈물을 훔친 두 손이 젖을 때까지 나는 그 자리에서 일어날 수 없었다. 그때 나는 20대의 청년이었고 시카고행을 며칠 앞두고 있었다. 그때 나를 만지셨던 못자국 난 당신의 손을 잊을 수 없다. 그 때 내 속에 머물렀던 따뜻한 감격은 매년 부활절을 맞을 때마다 오랫동안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펜더믹 상황으로 오랫동안 대면예배를 드리지 못했다. 올해 초부터 다시 교회에 나가 예배를 드리고 있다. 고난을 기쁨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은 ‘영원의 위로’ 덕분이었다. ‘인생을 가까이서 바라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고 했던 찰리 채플린의 말처럼, 당면한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주어진 상황과 약간의 거리를 둘 필요가 있다. 끝을 알 수 없는 우주의 관점에서 지구, 그리고 인간은 그야말로 원자 수준에도 미치지 못할만큼 지극히 미미한 존재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사람은 내면에 소망의 씨앗을 품고 있다.
 
하지만 평소에는 주로 외부세계에 관심을 갖다 보니 이를 인식하지 못하다가 고난이 닥쳐왔을 때 비로소 나를 돌아볼 기회가 찾아온다. 주어진 고통에 관심이 집중되면서 다른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그 덕분에 깊은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시간을 더 많이 갖게 된다. 이처럼 고난은 영원 가까이에 잠들고 있는 내면을 깨워준다. 결과적으로 우리를 소망에 보다 가까이 가도록 이끌어 준다. 그렇다고 고난이 소망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는 것은 아니기에 고난이 소망을 주는 것이라고 말하기보다는 고난이 내 안에 감추어진 소망을 구해온다는 표현이 맞을 듯하다. 그 섬세한 과정은 마치 금이 풀무불을 통해 불순물이 제거되어 순도가 높아지듯, 외부의 잡음을 제거해 우리의 영혼을 보다 청결하게 소망에 가까이 드러나도록 만들어 준다.

 
고난이 기쁨이 되는 이유에 대한 사유는 우리의 삶을 곧게 할 뿐만 아니라 풍성한 삶으로의 초대를 이끌어 오기도 한다. 고난을 오히려 기쁨으로 여기는 것, 더 나아가 고난을 소망할 수 있도록 이끄는 것은 내 안의 하나님이 강하실 때에만 이뤄질 수 있다. 그러니까 나와 전혀 대등한 관계가 될 수 없는 전능하신 분이, 자신의 사랑으로 우리를 중요한 존재로 바꿔주셨다는 것을 인정할 때 고난은 더 이상 고난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나에게 다가온 고난은 오히려 길을 만들어 이 땅에서도 천국의 소망으로 나아갈 수 있는 축복의 통로가 되는 것이다. <올해도 당신의 부활을 노래할 것이다. 십자가에 달리셔서 우리를 구원하시고, 부활하셔서 우리의 산 소망이 되신 주님을 소리 높여, 목놓아 찬양할 것이다. (시인, 화가)
 
 

신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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