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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 위한 건강정보 행사 열린다

퀸즈한인교회와 뉴욕한인봉사센터(KCS)가 공동으로 한인들을 위한 건강정보 이벤트를 개최한다.     행사 타이틀은 ‘KCQ+KCS 건강의 날’로 오는 10일 오후 12시부터 4시까지 퀸즈 이스트엘름허스트에 위치한 퀸즈한인교회 베드로관(8900 23애비뉴)에서 열린다.     이날 행사에서 퀸즈한인교회 의료선교팀은 혈압과 혈당 체크, 발 건강 진단과 상담, 물리치료·작업치료·교정치료와 상담, 한방치료와 상담 등을 방문자들에게 제공한다. 관심있는 사람은 선교지역별 건강 관리 교육에 대한 정보도 얻을 수 있다.     KCS 공공보건리서치센터에서는 B형 간염과 당뇨 검사를 실시하고 치매선별검사와 상담을 제공한다. 정신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은 현장에서 정신건강클리닉 상담을 받은 후 추가 진료 예약을 안내받을 수 있다.     이외에도 코로나19 자가진단키트의 사용법을 익히고 정확한 마스크 착용방법도 배워볼 수 있고, 아시안 혐오범죄에 대응하기 위한 요령을 숙지하고 호신용 알람도 받을 수 있다.     오바마케어·에센셜플랜·메디케어 등 뉴욕주정부 건강보험에 대해 상담하고 소득에 따라 저렴하게 병원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NYC케어 가입 정보도 얻을 수 있다.     문의는 718-939-6137 또는 718-672-1150.  장은주 기자 chang.eunju@koreadailyny.com건강정보 한인 건강정보 행사 건강정보 이벤트 퀸즈한인교회 의료선교팀

2022-07-08

"시니어들에 최신 건강정보 제공할 것" 임영빈 노년내과 전문의

 "노년내과 전문의가 되리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습니다. 존경하는 아버지와 같은 위장내과를 하고 싶었는데 그게 뜻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지난 2018년 7월부터 한인타운에서 노년내과 전문의로 개업한 임영빈 박사(MD)는 전형적인 1.5세다. 그의 비전과 능력에 한인 의료계가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임 박사는 아버지 임대순 박사와 같이 대를 이어 내과 전문의를 하고 있는 2세 의사다. 아버지 임대순 박사는 위장내과 전문의는 물론 비타민D 박사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중학교 1학년인 아들을 미국으로 유학시켰고 나중에는 임박사 자신이 미국으로 이민와서 의사면허시험부터 레지던트와 전문의 과정을 거쳐 전문의가 된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아들 임 박사가 의사가 되는 과정도 쉽지 않았다. 레지던시를 수료한 UCLA-하버 메디컬 센터가 카운티 병원이어서 온갖 질병을 만났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환자가 제때 의료 서비스를 받지 못해 병을 키워 오는 곳이었고 응급실에는 환자들이 너무 많아 복도에 의자를 놓고 진료를 했어야 하는 상황이 흔했다. 주변 몇몇 병원이 소속 레지던트를 보내 실습시키게 했을 만큼 탄탄한 임상경험을 자랑하는 훈련장이기도 했다. 밤을 새는 당직 때는 위급한 중환자들을 진료했고 심폐소생술을 하며 보호자와도 어려운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하지만 이렇게 어려운 과정을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은 아버지 임대순 박사의 헌신을 기억했기 때문이다.     임 박사는 "어려서부터 아버지가 위장내과 전문의로 명성이 자자해 롤모델인 아버지의 뒤를 이으려는 생각뿐이었다"면서 "하지만 전공을 정하기 전에 류머티스 관절염을 앓으면서 내시경 같은 섬세한 시술을 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아 노년내과로 방향을 틀었다"고 말했다.   한인 의료계가 임 박사의 개업을 크게 환영한 것은 베이비부머가 은퇴하면서 시니어에 대한 의료수요가 폭발하고 있는 가운데 임박사같이 노년내과를 전공한 전문의가 아쉬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임 박사는 "치매 환자를 치료하는데 본인은 스스로 어디가 어떻게 아픈지 모르니 가족에게 전화해야 했고 또한 청력도 좋지 않은 시니어에게 큰 소리로 얘기하는 것을 보며 환자 진료가 매우 어렵다는 것을 알았다"면서 "하지만 외래에서 시니어 환자를 여러 진료과로 돌리며 결국 지치게 하는 미국 의료시스템에서 진득하게 환자를 돌봐주는 노년내과가 정답이라고 깨달아 스탠퍼드 대학병원 노년내과 과정에 진학했다"고 말했다.     과정을 마칠 때쯤 스탠퍼드 의대에서는 임 박사에게 임상교수직을 제의해 왔다. 세계적인 대학병원에서 임상교수를 한다는 것은 매우 영광스러운 일이지만 LA로 돌아와 아버지와 함께 진료를 하기로 그는 결정했다. 임 박사는 여러 가지 제안에도 한 가지를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내가 필요한 곳이 어디인지' '내 장점으로 사회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를 생각해 보고 한국어를 완벽히 구사할 수 있는 장점으로 한인 시니어들에게 최신 노년내과 진료를 하는 것이 스탠퍼드나 UCLA 대학에 남는 것보다 의미 있다는 판단을 했다는 것이다.     임박사는 또한 클리닉 말고도 구독자 13만 명을 헤아리는 유튜브 스타도 됐다. 스탠퍼드와 UCLA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면서 알게 된 백인 상위 1%의 노년기 건강 비결을 소개하고 있다.   임박사는 "전세계 한인 시니어에게 최신 노인학을 전달하고 있다. 유튜브에서 '노년건강'을 전문으로 다루는 곳이 없다"면서 "영상을 통해 노년기에 대해 제대로 된 인식을 나누고 건강정보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장병희 기자건강정보 노년내과 노년내과 전문의 임영빈 노년내과 위장내과 전문의

2021-12-31

사기꾼은 시니어를 좋아한다

한인 시니어들이 사기를 많이 당한다는 증거나 근거는 전혀 없다. 또한 “시니어 대상 사기라고? 우리 한인 시니어들이 바본줄 아냐? 사기를 당하게, 경험도 많은 시니어들이 그럴리 없다”라는 얘기를 오히려 들었다. 맞다. 한인 시니어들이 쉽게 사기를 당하지 않는다. 그래도 세상이 어수선하다. 몇가지 사례로 시니어 대상 사기를 알아본다. 연간 사기 피해액 30억달러 AARP 집계론 72가지 유형 사회보장국 "전화 통보 안해" 시니어라고 특별히 사기를 더 당하는 것은 아니다. 사기꾼이 나이나 인종, 피부색, 성별을 고려해 사기를 치겠나. 그런데 사기꾼의 시각은 다를 수 있다. #아이작 김(72세)씨의 경험담이다. 어느날 집으로 한통의 우편물이 왔다. 무슨 브로셔와 설명서였다. 거기에는 김씨가 겪고 있는 어려움을 해결해주겠다는 솔깃한 내용이 있었다. 김씨는 당시 틀니(의치)를 하고 있었는데 대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 해결책을 찾고 있던 차였다. “틀니 위쪽을 개조해 그 장치를 달면 대화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겁니다. 이거다 싶었습니다.” 그런데 김씨가 이런 문제점이 있다는 것은 병원의 테라피스트들만 안다. 그들은 정부에 보고를 할테고 이로 인해 환자들의 신상정보는 어딘가에 모인다. 김씨는 자신의 정보 유출을 괴념치 않았다. 브로셔에 따르면 첨단 제품이라 정부 의료혜택을 받고 있는 김씨는 단 한푼도 내지 않는다고 설명돼 있었다. 김씨는 ‘밑져야 본전’이지만 잘되면 어려움을 해소하게 되니 서명을 하고 틀니를 그 업체에 수신자 부담의 우편으로 보냈다. 며칠 후 개조된 틀니는 왔다. 그런데 브로셔와 달리 어딘지 불편했다. 효과도 크지 않았다. 속았다 싶었지만 이미 ‘버스는 떠난’ 상태다. 김씨의 경우, 본인은 1달러도 내지 않았기에 넘어갔다. 물론, 며칠후 치과에 가서 틀니를 다시 만들어야 했다. 수 개월후 정부의 의료혜택을 관장하는 부서에서 한 통의 편지가 왔다. 돈을 내라는 것도 누군가 잘못했다는 얘기도 없었지만 신기술로 틀니를 개조해 줬던 그 업체가 수천달러를 청구했고 정부는 모두 지불했다는 것이다. 다만 김씨가 손해 본 것은 없다. 많지 않은 경우지만 실제 한인타운에서 일어났던 일이다. 사기를 친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저 제품이 신통치 않았을 뿐이다. 누가 누구하고 협조해 정부 돈을 타먹었는지 알 수 없다. 의도하거나 본의 아니게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는 사람들의 시각에서 시니어들은 좋은 마케팅 대상이다. 시니어들은 “우리가 얼마나 세상 경험이 많은데 사기를 당하겠냐”고 항변할 수 있지만 ‘프로’ 사기꾼들에게 소비자는 항상 약자이며 먹잇감이다. 일단 시니어들은 돈이 많다. 은퇴자금이나 연금도 있고 소셜연금도 받고 그렇지 않더라도 SSI를 받는다. 자녀 교육비 부담 등도 없어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편이다. 이런 점을 프로들은 잘 알고 있다. 아울러 아이작 김씨 경우처럼 자기 주머니에서 나가는 것이 아니므로 클레임을 하지 않는다. 김씨의 경우, 본인이 서명했기에 사기라고 인정하기에는 애매한 부분도 있다. 대부분의 시니어가 먹잇감인 이유는 돈도 돈이지만 사기를 당해도 하소연을 하거나 어떤 경우든 끝까지 쫓아오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시니어 대상 사기 피해액은 매년 30억달러에 달한다는 통계가 있다. 전국은퇴자협회(AARP)의 자료에 의하면, 시니어를 상대로 한 사기의 종류가 무려 72가지나 된다. 오죽하면 시니어 대상 마케팅 사기를 금지하는 법(the Senior Citizens Against Marketing Scams Act of 1994)까지 있다. 언론에 밝혀진 사례는 다음과 같다. ▶잡지 구독= 잡지사 직원으로 위장해 구독료 인하해준다며 접근해 15만명에 3억 달러의 금전 피해를 일으켰다. ▶로토사기= 파크 등에서 혼자 앉아 있는 60~80대 여성에게 접근해 자신은 체류신분 문제로 당첨된 복권을 못찾고 있으나 받으면 줄터이니 현금을 빌려달라고 제안한다. 복권국 직원도 사칭했다. 3년동안 16명이 속아 피해액이 19만 달러다. ▶가짜 금괴 판매= 80세 시니어에게 접근해 자신은 신분문제로 8000달러짜리 금괴를 팔 수 없으니 4000달러에 사라고 유인해 현금을 사취했다. ▶소셜연금 사기= 중국어와 한국어로도 전화를 걸어온다. 사회보장국으로 가장해 소셜번호와 인적사항을 묻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수수료를 요구한다. 사기로 의심하면 연금이 중단되거나 FBI의 수사대상이 된다고 협박한다. 사회보장국에서 밝힌 직원이 하지 않는 일은 다음과 같다. -소셜번호가 정지됐다는 전화·방문 통보 -즉각적인 페이먼트 및 송금 요구 -크레딧·데빗 카드 번호 요구 -기프트카드로 페이먼트 요구 -재심 요청 기회없는 페이먼트 요구 -수혜액 인상 또는 승인을 위한 돈 요구 등이다. ▶밀린 유틸리티비용 사기= 로보콜 등으로 밀린 요금을 납부하지 않으면 전기와 수도서비스가 중단된다고 협박한다. 알려준 번호로 전화를 걸면 일정액의 요금을 카드로 결제하라고 다그친다. DWP는 전화로 수도 및 전기요금을 요구하는 경우는 ‘100% 사기’라고 밝힌 바 있다. ▶특효약 사기= 맥도날드 같은 곳에서 만난 시니어들에게 당뇨나 고혈압에 즉효라는 만병통치약을 소개한다. 바람잡이 시니어가 효능을 봤다고 하면서 분위기를 띄운다. 그렇게 대단한 약이 있다면 길에서 팔지 않아도 잘 팔린다. ▶금광투자 사기= 금광 채굴 수익을 미끼로 거액을 뜯는다. 샘플을 보여주며 투자자를 모은다. ▶국세청 사칭 사기= 사기범들은 대부분 피해자들에게 전화해 밀린 세금이 남아있는데 액수가 크지 않다고 말하고 당장 입금하지 않으면 체포될 수 있다고 협박한다. 특히 관련 내용을 잘 모르는 소수계 노인들에게 중국어, 베트남어, 스패니시 등으로 접근한다. ▶손주 납치 위협 사기 등이 있다. 프로 사기꾼들에게 속아넘어가지 않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시니어로서 기본적인 마음가짐을 평소부터 다져볼 필요가 있다. 우선 세상에 나만 특별하게 잘 되는 일은 없다. “나에게 이런 행운이"라는 것은 일어나지 않는다. 또한 경우에 따라서는 정부돈을 빼가는 것이라 개인적인 손해가 없다고 시니어에게 사기치는 이런 사기꾼들을 굳이 도와줄 필요가 있을까. 그 손해는 결국 시니어들과 우리 후손들이 지게 될 것이다. 사기 안당하려면…항상 가족과 상의해라 시니어를 대상으로 한 사기중 가장 진보한 것이 바로 보이스피싱이다. 한국에서는 중국 등에서 걸려오는 보이스피싱 사기가 많은데 미국에서도 심신이 미약한 시니어를 대상으로 다양한 보이스피싱 사기 범죄가 일어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가장 중요한 것은 당황해서 범인들이 시키는대로 따라하는 것이 아니라 가족 등과 상의하고 생각한 뒤에 행동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외에도 시니어를 대상으로 하는 사건을 막기 위해서는 ▶개인정보(신상 및 금융) 철저히 보호하고 ▶긴급 상황에서는 전화 끊고 생각해보고 ▶은행 등 금융계좌 잔고를 수시로 확인하고 ▶크레딧 점검(Annual Credit Report.Com) 등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장병희 기자 chang.byunghee@koreadaily.com

2021-10-03

“기억력 믿지 말고 패스워드는 적어두세요”

나이가 들어서인지 자주 사람들의 이름을 잊어버린다. 이제는 젊은 시절 좋아했던 미남 배우 오빠의 이름마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얼굴은 기억이 나고 출연 작품도 또렷한데 이름은 생각이 안 난다. 그래도 누구를 탓하랴. 시니어가 된 세월을 탓해야지. 코로나19 이후 시니어도 인터넷 의존도가 커졌다. 자연스럽게 패스워드를 사용하는 경우가 증가하면서 바로 생각 나지 않아 당황하는 경우도 많다. 패스워드와 관련한 시니어들의 경험과 대처법을 들어봤다. 유명 사이트도 '해킹 피해' 예방 필요 일반 사이트 정보, 가족 공유하면 좋아 귀찮아도 메모지 등에 기록 습관 중요 노후 대책처럼 정리해야 낭패 면해 #에릭 김(59)씨는 최근 자신의 소셜연금 수령액을 알아보기 위해서 사회보장국(ssa.gov) 웹사이트에 가입했다. 개인정보를 다루는 곳이다 보니 가입 절차가 복잡했다. 평소에 쓰지 않는 이메일 주소를 넣어야 했다. 스마트폰을 사면서 유튜브를 보기 위해 형식적으로 만들었던 이메일 주소를 입력했다. 스마트폰 번호도 집어 넣었다. 그리고도 요구하는 정보가 많았다. 집주소는 당연하고 보안을 위한 질문 3가지를 입력해야 했다. 어머니나 아버지의 미들네임을 요구했는데, 한국사람에게 미들네임이 특별한 게 없는 탓에 이 또한 난이도가 높은 문제다. 당사자야 미들네임을 가끔 쓸 수도 있어 영어 철자가 있지만 한국에서 몇 년 전에 돌아가신 아버지와 어머니의 미들네임의 철자를 급조해야 하는 것이다. 이외에도 보안을 위한 질문은 여러 가지가 더 있다. 첫 번째 몰았던 차는 무엇인가? 태어난 도시나 태어난 병원의 이름은 무엇인가? 모두 개인만이 알고 있는 질문을 고르고 답을 넣으면 나중에 패스워드를 잃어버렸을 경우 본인 확인을 위해서 필요하기에 정성껏 입력해야 한다. 뭘 이런 것까지 알아야 하는가 싶은 것을 입력해 둬야 한다. 에릭씨는 만일을 생각해, 이날 입력한 것을 따로 적어놨다. 업데이트 안 하면 이것도 무용지물이지만 없는 것보다는 낫다. 결국 에릭씨는 사회보장국에서 보내주는 확인코드를 스마트폰으로 받고 이를 입력해서 웹사이트 가입에 성공했다. 일부 시니어들이 가입 과정에서 자녀의 도움을 받다가 입력 실수를 하는 바람에 사회보장국 오피스를 직접 방문해야 했다는 얘기를 들었던 터라 에릭씨는 쉽게 가입한 것만으로도 기뻤다. 요즘 사회보장국 로컬 오피스가 닫혀 있고 예약만 가능한 시스템이라서 일이 훨씬 더 복잡해질 뻔했다. #에리카 이(58)씨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 몇 년 전 신분 도용 범죄의 피해자가 된 적이 있다. 어디서 샜는지 자신의 소셜번호가 노출됐고 신청하지도 않은 은행 구좌의 확인 요청 우편물을 받아야 했고 어떤 웹사이트에선 크레딧 라인 개설을 위한 확인 우편물을 받기도 했다. 급기야는 하지도 않은 구매를 취소해야 했다. 에리카씨는 도대체 뭐가 문제인가 싶어서 3대 크레딧 평가 기관 사이트에 가입한 적이 있다. 에리카씨의 경험 상 크레딧 평가기관 가입이 가장 어려웠다. 이전에 살았던 거리 이름은 물론, 이제까지 모기지를 제공했던 금융기관의 이름을 모두 알아야 했다. 체이스나 뱅크오브아메리카 같은 대형업체는 쉽게 기억했지만 중간에 모기지 노트를 금융기관끼리 사고 파는 과정에서 생전 처음 봤던 소규모 모기지 회사 이름은 기억조차 나지 않아 확인에 애를 먹기도 했다. 이렇게 크레딧 리포트에는 있지만 다른 사람들은 모르는 정보가 퀴즈 형식으로 질문한다. 온라인 관련 뉴스 중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이 바로 웹사이트에서 아이디를 비롯한 사용자의 신상 정보를 해킹이다. 이런 뉴스를 듣는 일반 사용자들은 가슴이 철렁 내려 앉는다. 우려되는 것이 다른 사이트에서의 추가 해킹이나 도용범죄 피해자가 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같은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최근 해킹된 T모빌 사이트에 가입된 아이디와 패스워드가 다른 전자상거래 사이트와 같다면, 신상정보를 ‘어둠의 경로(다크웹 등)’를 통해 얻게 된 ‘어둠의 자식(절도범)’들이 자신은 무엇인지도 모르는 물품을 어디인지도 모르는 곳으로 배송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관리를 못한 내 책임이 된다. 물론 해당 사이트들은 보안과 관련해 소비자의 피해를 보상해주는 경우도 많지만 귀찮은 것은 내 몫이다. 아이디나 패스워드 관리가 귀찮아서 가급적 회원 가입을 꺼려하는 에릭씨지만 인터넷 서핑을 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만든 아이디와 패스워드가 수십 개에 달한다. 이것을 따로 메모지에 적어서 모아놓거나 사진을 찍어 놓고 아니면 남은 방법은 모두 같은 것으로 사용한다. 대신 아이디도 패스워드도 아주 길고 까다롭고 복잡하게 하는 수밖에 없다. 영어 대문자와 소문자, ‘! @ # $ %’ 같은 특수문자를 여기저기에 섞어 넣는 것도 유용한 방법 중 하나다. 에릭씨의 경우, 자신의 이메일 주소를 비롯해 몇 가지는 같은 패스워드를 쓴다. 심지어는 가족들도 모두 알고 있다. 아이디는 다르지만 패스워드가 같기 때문에 가족들에게도 비밀이 아니다. 그는 “환갑 다된 나이에 별다른 비밀도 없다. 필요하면 내 이메일도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통해서 가족 누구나 들어와서 본다”면서 “특히 아마존 프라임 사이트는 막내 딸까지 모두 함께 사용한다. 그래도 10년 넘게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말했다. 에릭씨는 가족과 공유하기에 패스워드를 매우 특이하기 만들었다. 그의 신상정보와 아무런 관련이 없고 특수문자와 대소문자를 적절하게 응용했기에 전문 소프트웨어로 해킹하려고 노력하더라도 50만 년이 걸린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또 에릭씨가 가족과 패스워드 공유가 가능한 것은 마치 집의 와이파이 패스워드처럼 생각하게 됐기에 가능해졌다. 또 노화되는 신체만큼 기억력에 자신이 없어진 것도 이유다. 어디에 적어 놨는데 적어 놓은 곳을 잊어버린 경우가 몇 번 있었다. “주위에선 이제 환갑도 안된 사람이 무슨 걱정이 그렇게 많느냐고 핀잔을 줍니다. 하지만 세월은 빨리 갑니다. 코로나19가 아니어도 몇 년 새 시간이 빨리 갔습니다. 노후 자금을 준비하듯 이런 것도 미리 대비해야죠.” 장병희 기자 chang.byunghee@koreadaily.com

2021-09-19

시니어 위한 대표적 단체 'AARP' 연 16불 회비 내면 다양한 할인 혜택

사람들의 모임은 실로 다양하지만 시니어 나이의 사람들만을 목표로 한 모임이 있다. 바로 시니어들의 경제적인 이익을 위해 만들어진 자생 조직이 비영리단체인 미국은퇴자협회(AARP, American Association of Retired Person)다. 은퇴자 이익단체 AARP의 역사와 역할 등 전반적인 정보를 알아보자. #1960년생인 여연국(가명)씨는 은퇴자를 위한 프로그램을 알아보기 위해 온라인을 뒤졌다. 지인의 소개로 AARP라는 단체의 웹사이트를 알게 됐다. 9월 1일 사이트(aarp.org)에 접속했다. 아직 회원 가입을 안했지만 사용에는 문제가 없다. 첫 페이지에는 ‘소셜시큐리티 자금이 2034년에 고갈된다’는 기사를 위시해 ‘올해 소셜시큐리티에서 바뀌는 큰 변화’ ‘개인별 수혜액 계산기’ 같은 정보가 제공됐다. 그 아래에는 읽을거리로 ‘가짜 온라인 관광 피하는 법’ ‘50대에 시작해 잘할 수 있는 프랜차이즈 15개’ 등이 준비돼 있다. 검색은 영어 키워드로 해야하는 불편이 있지만 시니어들에게 특화된 사이트라 감수해야 한다. AARP(이하 AA)는 대개 50세부터 가입이 가능하다. 시니어라는 잣대로는 좀 이른 나이고 은퇴라는 기준으로 봐서는 50대보다 일찍 은퇴하는 사람도 있으니 50세가 적당한 나이다. 50대 초반부터 은퇴 계획을 세워야 하기도 하고 요즘 같은 100세 장수시대에는 제2의 인생을 시작하는 나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AA는 501(C)4로 분류되는 비영리단체다. 한인사회에서 활동하는 비영리단체들이 속하는 501(C)3와는 다르다. 두 단체 분류의 목적은 자선, 교육 등 비슷하지만 허용되는 활동 방법이 다르다. 501(C)3은 한마디로 정치적인 활동, 즉 선거캠페인이나 선거에 참여할 수 없다. 반면 501(C)4나 (C)5, (C)6은 가능하다. AA는 은퇴자들의 권익을 위해서 특정 후보나 정책을 지지하거나 반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메디케어의 나이를 바꾼다면 AA가 연방의사당 앞에서 시위에 나설 가장 큰 조직이 될 것이다. AA는 매달 매거진을 발간하고 있다. 따지고 보면 AA의 회비는 매거진 구독료다. 비영리단체 AA의 주요 수입원은 회비와 관련 사업에서 나오는 수익이다. AA의 시작은 1958년 에델 퍼시 앤드러스(Ethel Percy Andrus)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앤드러스 여사가 1944년 교사직에서 정년 퇴직하자마자 건강보험이 끊기는 등 퇴직자에 대한 매몰찬 차별과 불이익에 반발해 퇴직교사를 모아 퇴직교사협회를 1947년에 결성하면서 시작됐다. 앤드러스 여사는 퇴직교사들의 건강보험 회복을 위해 집요하고 체계적인 투쟁을 벌여 1955년에 드디어 해결했다. 그러나 이런 문제가 퇴직교사들만이 아니라 퇴직자 모두의 문제라는 점을 깨닫고 회원 자격을 개방하고 확대해 1958년 미국은퇴자협회(AARP)로 발전시켰다. AA는 창립 당시 회원이 5만명 정도였으나, 2018년 50세 이상의 35%에 해당하는 3800만명으로 늘어나 미국은 물론 세계 최대 규모의 시니어단체가 됐다. 회원 자격은 50세 이상 미국인이면 누구나 가능하며 현재는 현직에서 일하는 50세 이상인 회원도 3분의 1이나 된다고 알려져 있다. 회원의 평균 연령은 65세이고 연회비는 16달러다. 정치적으로 언제나 중립이지만 워낙 거대한 단체이다 보니 정치적인 영향력이 막강하다. 저소득 고령자를 위해 의료혜택을 넓히도록 한 ‘메디케이드(medicaid)' 제도 설립과 고용에서 연령차별을 없애는 연령차별철폐고용법(1967)을 이끌어내는 등 사실상 정년제를 폐지시킬 만큼 정책결정에 막강한 영향력을 미쳤다고 평가받는다. 지난 1999년부터는 풀네임을 안쓰고 AARP라고 쓴다. 새로운 변화가 시작된 것이다. AARP라고만 쓰면서부터 은퇴자들만을 위한 단체가 아니라 인생 제 2막, 새로운 지평을 열고자 하는 50세 이상 모두를 대상으로 하는 단체임을 천명한 것이다. 이제 AARP는 ‘An Ally for Real Possibilities(실질적인 가능성을 위한 동반자)’라는 문구의 머리 글자로 AARP의 슬로건이기도 하다. AARP의 회원 혜택은 매우 다양하다. 제휴를 맺은 보험사나 은행, 기업 등을 통해 시니어 건강보험은 물론 생명보험, 자동차 보험 등에 대한 자세한 안내를 받을 수 있고 가입 시 혜택도 받을 수 있다. 호텔, 리조트, 렌터카 등 여행 관련 업계에서도 할인 혜택이 있다. 쇼핑몰과 레스토랑 등 일상 속의 할인 혜택도 많다. AA 웹사이트에는 무료 재정 상담, 구인 구직, 은퇴 설계, 시니어 이성 친구 만나기 등의 서비스도 있다. 적극적인 로비도 AA의 중요한 활동이다. 미국 정치권을 좌지우지 하는 3대 로비단체 중 하나로 꼽힌다. 회원이 가장 많다 보니 ‘표’의 위력이 막강하다고 평가된다. 또한 돈이 풍부하니 로비 자금도 많다. 로비에 열성적이기도 하다. 로비는 고령자의 이익에 반하는 법령을 제정하거나 개정하려는 움직임이 보이면 이를 저지하기 위해 공청회 등 다양한 방법으로 의회에 압력을 가하는 것이다. 또 소비자로서의 시니어 권리 획득과 확대에도 힘을 쏟아 기업의 부당한 대우나 노년에게 불리한 제도를 바꾸기도 한다. ◆시니어 관련 한글 사이트 AARP는 아무래도 영어 사이트, 영어 정보라서 눈에 쉽게 들어오지는 않는다. 그래서 몇군데 한글 사이트를 찾아봤다. ▶시니어코리안(seniorkorean.com)=역사가 오래됐지만 업데이트가 느린 점이 단점이다. 사회보장과 관련된 정보가 빼곡히 정리돼 있다. ▶실버코리안(silverkorean.com)=메디캘, 메디케어부터 라이프, 커뮤니티 등 여러 메뉴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시니어APT 메뉴에는 97개의 LA인근 시니어 아파트의 리스트가 정리돼 있다. 다만 2021년에 들어와서는 업데이트가 별로 없다. ‘휴면 사이트’이지만 그점을 감안하고 보면 정보는 대체적으로 쓸만하다. ▶50플러스유에스에이(50plususa.com)=여행, 건강/미용, 경제/부동산, 정보/리뷰, 에세이, 한국라이프 등 6가지 대분류로 이뤄진 한글사이트다. 지난해 8월부터 시작됐고 1년간 꾸준히 업데이트되고 있다. 하지만 시니어를 위한 기사보다는 50세 이상을 강조하고 있다. ▶US메트로뉴스(usmetronews.com)=LA지역에서 지난 2월 발행되기 시작한 같은 이름의 월간지 기사가 서비스 된다. 특히 소셜연금, 메디케어, 은퇴플랜, 건강, 부동산, 교육, 문화, 라이프 등의 메뉴를 통해 다양한 기사가 제공된다. 장병희 기자 chang.byunghee@koreadaily.com

2021-09-06

35년간의 최고 연봉 기준으로 수혜액 산정

최소 10년 일해야 수혜자격 갖춰 30년 일하면 나머지 5년은 0처리 수령액 계산 빈부격차 줄이기 초점 만기 은퇴 연령 조금씩 늦춰 조정 소셜 시큐리티는 일반적으로 ‘소셜연금’이라고 부른다. 연금이라서 자기가 일하면서 낸 부담금을 기준으로 나중에 받는다. 또한 빨리 받으면 깎기고 늦게 받으면 엑스트라 크레딧으로 수령액이 늘어난다. 하지만 연금 특성상 총액은 정해져 있지 않으므로 일찍 사망하면 자신은 그만큼 총액에서는 손해다. 언제 받는게 가장 유리한지 따져봤다. 소셜 연금에 대한 토픽은 매우 다양하다. 그래서 몇 가지 기본적인 것을 알아보면, 우선 몇 년을 부어야 최고 얼마를 받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직장인들은 매달 급여의 6.2%를 소셜시큐리티텍스로 납부한다. 여기에 고용주가 6.2%를 더하므로 자영업자나 프리랜서의 경우는 12.4%를 납부한다. 급여의 10%정도를 매달 미래를 위해서 연금으로 내고 있는 셈이다. 연금이다보니 최소 부담 기간이 있다. 미국 소셜연금은 10년은 부어야 수혜자격이 생긴다. 정확히는 1년을 4분기로 나눠서 40분기를 내야 연금 수혜 자격이 생긴다. 만약 9년 6개월을 일하고 세금을 냈다면 6개월 더 일하는 것이 좋다는 조언이 그래서 나온다. 그러면 최대 부담기간이 있을까. 40년이나 45년 모두 가능하다. 하지만 40년이나 45년을 부담해도 그중 가장 많은 소득을 올린 35년을 기준으로 월간 평균치를 산출해서 수혜금액을 결정한다. 물론 인플레이션을 고려한다. 반면 35년이 안되고 30년이면 어떤가. 이런 경우 5년은 0으로 계산돼 수혜금액이 깎인다. 25세부터 35년을 일하면 60세라는 점을 고려해보면 35년이 짧지 않다. 소셜연금 과세 징수 금액의 상한선이 있다. 2021년에는 14만2800달러다. 15만달러를 벌었어도 부담액은 14만2800달러까지만 낸다. 이 기준은 해마다 상승하고 있다. 2020년에는 13만7700달러였다. 미국은퇴자협회인 AARP에 의하면, 2021년 소셜연금 월 평균은 1543달러다. 최고액수인 3895달러를 받는 사람도 9%나 된다. 그러면 낮은 수령액도 따져보자. 한달에 1000달러씩 35년을 벌어 세금을 내면, 대략 월 900달러를 소셜연금으로 받게 된다. 캘리포니아 한인 시니어중 일부가 받는 웰페어(SSI)가 910.72달러(연방정부 수혜액은 월794달러)라는 것을 감안하면 얼마나 낮은 액수인지 알 수 있다. 그러면 소셜연금은 부은 만큼 준다는데 내가 매달 낸 금액을 그대로 돌려주는 것인가. 그러면 그것은 정기적금이지 연금이 아니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만약 부은 금액에 물가상승분만 고려해 돌려주면 세금을 많이 낸 사람과 가난한 사람의 연금 격차가 너무 많이 난다고 전한다. 또한 연금이므로 일찍 죽는 사람도 있고 늦게 죽는 사람도 있으니 낸만큼 돌려주는 것은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계산일 뿐이다. 그래서 사회보장국은 평균 월수입을 지수화했다. 35년 과세수입만 연금 계산에 포함시켰다. 이를 지수화된 평균 월소득(Average Indexed Monthly Earinings·AIME)이라고 부른다. AIME는 평생 수입중 가장 높은 35년치를 모두 합치고 여기에 물가상승지수를 계산해 현재의 화폐가치로 환산한 한달치 수입이다. 사회보장국은 AIME를 근거로 기초보험금을 계산해 준다. 고소득자와 저소득자의 차이를 줄이기 위해서 금액 구간별 지급 비율이 다르다. AIME가 0~996달러이면 90%를, 이후 997~6002달러 구간은 32%를, 6003달러 이상은 15%를 지급한다. 이렇게 구간별 금액을 모두 합친 것이 받게 되는 총액이다. 예를 들어보면, 1955년생인 브라이언씨의 35년간의 최고 소득이 편의상 합쳐서 168만달러라고 하면, 이를 35년으로 나누면 매년 4만8000달러가 되고 한달에 4000달러꼴이다. 이것이 브라이언씨의 AIME다. 그러면 첫 996달러까지는 90%이므로 896.40달러가 나온다. 여기에 2번째 구간은 3004달러(4000-996)의 32%이므로 961.28달러다. 그러므로 브라이언씨의 만기 은퇴연령인 소셜연금은 1857.68달러(896.40+961.28)다. 2021년 만기은퇴 연령인 66세2개월인 사람은 3148달러를 받는다. 이들은 월 1만달러 이상 번 사람이다. 만약 AIME가 1만달러라면, $996 X 90%+(6002-996) X 32% +(10000-6002)X 15%=896.40+1601.92+599.70이므로 3058달러를 받게 된다. 소셜연금은 개인 선택에 의해서 수혜시기를 결정할 수 있다. 62세에 신청하면 조기 지급으로 30%쯤 깎여서 대략 70%를, 65세는 100%, 70세에는 이자를 덧붙여 받아 대략 130%를 받게 된다. 2021년을 기준으로 보면, 62세인 1959년생은 최대 2324달러를, 만기은퇴연령이 66세2개월인 1955년생은 3148달러를, 70세인 1951년생은 3895달러를 받는다. 원래 100%를 받는 연령이 65세였는데 수년 전부터 만기은퇴연령(Full Retirement Age)이 도입되면서 100% 지급 시기가 늦어지고 있다. 올해는 1955년생이었는데 내년에는 1956년생이 66년 4개월, 1957년생은 66년 6개월 등으로 늦어지다가 1960년생의 만기은퇴연령은 만67세가 된다. 그러면 개인 선택은 어떤 기준으로 이뤄지는 지를 알아보자. 우선 건강상태다. 지병을 앓고 있다면, 62세부터 받는 것을 선호할 수 있다. 또한 수령액을 따져보니 62세나 65세나 차이가 많이 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연금도 소득이므로 과세대상이다. 일을 하고 다른 소득이 있다면 미리 받을 필요가 없다. SSI를 받게 될 경우도 고려해야 한다. 또 여윳돈 있으면 미리 받는 것도 좋다. 62세와 65세의 건강 상태가 다르다. 빨리 받고 빨리 즐기는 것도 선택 사항이다. 빨리 은퇴해 하루라도 젊을 때 여행을 가는 경우다. 마지막으로 라이프 체인지, 즉 커리어를 바꿀 경우에도 수혜 시기를 저울질할 필요가 있다. [전문가의 조언] 수혜시기 정하면 번복 안 돼 ▶수혜시기를 선택하는 것은 일회성이다. 한번 정하면 번복이 안된다. ▶65세에 받는 것보다 62세부터 적게 받는 것이 메디캘을 받는데 유리한 경우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배우자가 죽고 50%를 받다가 다른 배우자를 만나서 재혼하면 이전 배우자의 50% 수혜는 종료된다. ▶계획을 미리 세워야 한다. 왜냐하면 소셜연금만 갖고 생활이 불가능하다. ▶은퇴플랜을 짤 때, 인컴 소스, 의료 보험 메디캘 여부, 거주장소 등을 따져서 수혜시기를 결정해야 한다. ▶소셜연금과 관련해 가장 애통한 상황은 본인은 35년 넘게 열심히 일했는데 64세에 사망한 경우다. 한 푼도 받지 못했다. 그나마 배우자는 50%를 받게 된다. 장병희 기자 chang.byunghee@koreadaily.com

2021-08-29

'주택 에퀴티를 은퇴 연금으로' 관심 커져

어려운 이민생활 끝에 극적으로 내 집을 마련했는데 몇년이 지나 은퇴를 앞두고 있다. 그동안 일할만큼 일했는데 아직 모기지가 몇년이나 남았다. 그렇다고 모기지 때문에 일을 더 하는 것은 내키지 않는다. 내 집을 담보로 잡는 또다른 금융상품인 리버스 모기지에 대해 알아봤다. FHA보증 리버스 모기지 #1 60대 중반의 김 모씨는 최근 30년 넘게 다닌 직장을 그만뒀다. 팬데믹 탓도 있지만 다람쥐 챗바퀴처럼 살아온 삶이 계속되는 게 지겨워서다. 살고 있는 집을 처분하려니 재산세 문제나 주택시세가 너무 오르는 등 여러가지 문제가 걸렸다. 처음에는 변호사를 하고 있는 큰 아들과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작은 아들에게 물려주려고 했는데 둘다 어린 시절 추억도 없는 집을 굳이 갖고 싶은 생각도 없고 돈이 아쉬운 것도 아니라며 팔아서 노후를 풍족하게 쓰라고 권한다. 그래서 일단 모기지 페이먼트를 내지 않고 오히려 연금같이 받는 리버스 모기지를 선택했다. #2 이모씨도 비슷한 경우다. 남들처럼 여행도 가고 싶은데 ‘사는 집’ 말고는 가진 것이 별로 없다. 그래서 부부가 살기에는 너무 넒은 집을 팔기로 결정했다. 그래서 알아보니 현재 집을 팔고 작은 집을 사게 되면 판매 대금의 8~10%가 경비로 나간다. 차라리 그럴바엔 상대적으로 저렴한 경비의 리버스 모기지로 방향을 바꿨다. 모기지는 집을 사기 위해서 은행으로부터 큰 돈을 꾸고 매달 작은 돈을 갚는 방식의 주택융자 금융상품이다. 반면 거꾸로라는 의미가 붙은 리버스 모기지는 내 집을 팔기 위해서 은행으로부터 작은 돈을 받고 나중에 집을 넘기는 금융상품이다. 여러 가지 조건이 있겠지만 종국엔 내 집을 파는 것은 맞다. 현금이나 집 말고 다른 재산이 넉넉하면 굳이 알 필요도 없는 금융상품이다. 정부기관인 FHA가 보증하는 리버스 모기지는 일반적인 융자와 몇가지 다른 점이 있다. 우선 리버스 모기지로 발생한 이자와 원금은 받지 않고 있다가 집을 매각할 때 정산한다. 리버스 모기지가 필요한 경우는 위의 김모씨 같이 현재 살고 있는 집에서 계속 살면서 에퀴티를 노후 자금으로 쓸 수 있다. SNA 파이낸셜 남상혁 대표는 “노후 거주에 적합한 기존 주택에서 평생 살고자 할 경우 노후 자금으로 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경우는 이모씨 같이 거래경비가 높아 선택하는 경우, 마지막에 낮은 재산세를 유지하거나 메디케이드 같은 의료혜택을 유지하는 경우다. 집을 팔아서 현금을 들고 있거나 다른 형태로 재산을 갖고 있으면 몇가지 복지 혜택에 걸림돌이 될 수 있는데 비해 자기가 ‘사는 집’은 예외가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자격 조건 리버스 모기지를 하려고 해도 안되는 집이 있다. 금융 상품이다보니 현재 시세 대비 에퀴티가 최소한 35~40%는 넘어야 된다. 또한 직접 거주하는 주택만 가능하다. 이런 경우 소유하고 있는 주택이 여러 채가 있더라도 한 집만 된다는 얘기다. 싱글하우스는 물론, 2~4유닛도 가능하다. 다만 콘도의 경우에는 FHA가 승인한 콘도여야 한다. 주택 타이틀에도 부부를 제외한 다른 가족은 빠져야 한다. 리버스 모기지를 처분할때 집에 남은 에퀴티는 상속이 가능하나 주택 자체는 상속할 수 없다. 리버스 모기지는 은퇴금융상품이기에 몇가지 조건이 따른다. 우선, 부부 중 최소 한 명은 만 62세가 넘어야 한다. 2016년부터는 소득 증명도 필요해졌다. 재산세를 납부하고 집을 유지할 수 있는 정도의 소득수준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에퀴티가 많은 경우, 소득 조항은 무관하게 가능하다. 소셜연금을 100% 인정하므로 충분히 받는 경우 이 조건은 쉽게 통과된다. 하지만 모기지론을 받을 때 소득을 입증하고 월 페이먼트를 따져 지급 능력을 따지듯이 모기지를 제외하고 크레딧카드나 자동차 페이먼트가 과도하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은퇴자를 위한 금융상품이기에 직접 주택에 거주하는 조건을 지켜야 한다. 잠시 비우는 것은 문제가 없지만 렌트를 주는 것은 리버스 모기지 중단의 사유가 될 수 있다. 물론 재산세 납부와 보험 가입을 통해 최소한의 주택관리도 필요하다. ▶종류 기존 주택을 갖고 리버스 모기지를 하는 경우, 금액은 적지만 주택시세와 상관없이 고정 금액을 매달 받을 수 있는 평생 페이먼트(Tenure), 고정금리로 페이먼트를 없앨 수 있는 일시불 방식, 라인오브크레딧 방식 등으로 나뉜다. 라인오브크레딧 방식이 에퀴티 라인오브크레딧과 다른 점은 쓰지 않는 금액만큼 현금 라인이 늘어날 수 있다. 새로 구입해서 리버스 모기지를 하는 경우, 40~50%를 다운페이하고 나머지는 리버스 모기지를 받는 것으로 평생 페이먼트 부담 없이 거주할 수 있다. ▶오해 리버스 모기지를 하게 되면 집을 은행에 뺏기는 것으로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오히려 페이먼트를 하지 않게 되므로 집을 뺏길 염려는 없다. 또 주거용이므로 메디캘이나 웰페어를 받는 경우에도 가능하다. 최근 55세 이상의 시니어의 경우, 새로운 주택으로 옮기더라도 기존의 재산세 과세액을 그대로 갖고 갈 수 있는 법령이 나왔다. 하지만 리버스 모기지는 이런 번거로움 없이 계속 살게 되면서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인한 재산세 상승의 문제를 피할 수 있다. 주택시세가 낮아져서 융자금 보다 높아도 재산정을 하지 않으므로 집주인에게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 이는 FHA 보험에서 보증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또 다른 금융 상품에 비해 이자율도 수수료도 좋다. 설계를 잘하면 평생을 보장 받을 수 있고 에퀴티가 남으면 상속도 가능하다. 또 빚이 남아 있어도 에퀴티가 있으면 빚을 갚고도 이용이 가능하다. ▶신청 절차 및 관리 리버스 모기지를 신청하려면, 비영리 기관에서 1시간의 상담을 받아야 융자 신청이 가능하다. 크레딧 리포트를 확인하고 감정(appraisal)을 마친 후 소득 자료와 거주 증명 서류를 갖고 신청하면 된다. 3~4주면 절차가 종료된다. 리버스 모기지는 선불 벌금이 없다. 목돈이 생기면 바로 갚아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리버스 모기지 케이스 스터디 홍길동(76세)와 홍옥순(75세)씨 부부이고 주택시세는 50만달러, 모기지는 8만달러가 남아 있다. 융자 가능액은 감정가의 61.4%다. 이는 부부중 젊은 배우자인 홍옥순씨의 나이가 적용돼 나온 수치다. 그래서 융자가능액은 $500,000 X 0.614=$307,000이다. 여기서 기존 모기지 $80,000를 빼면, $227,000가 되고 여기에 비용으로 $4,900를 차감한다. 그러면 리버스 금액은 $220,100이 된다. 이 수치는 추정치이며 이해를 돕기 위한 모델로 사례별로 다르다. 또한 지급방식을 선택하면 일시불로는 $131,000를, 라인오브크레딧은 쓰지 않으면 $222,100부터 증액된다. 또 평생 매월지불연금은 $1,510정도이고 기간 매월 지불 연금일 경우, 기간에 따라 금액이 다르다. [케이스 연구=남상혁 대표] 장병희 기자 chang.byunghee@koreadaily.com

2021-08-15

시니어는 몇 살부터?…"그때 그때 달라요"

페니실린의 등장 이래 인류의 평균 수명은 꾸준히 늘었났다. 직장 선배나 상사를 일컫던 시니어(Senior)가 이제는 연령 구분 잣대의 하나로 자리 잡았다. 시니어의 기준을 알아보고 그에 따른 혜택도 따져보자. '시니어'는 일상에서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일컫는 말이다.시니어 시티즌의 줄임말로 이해하면 된다. 시니어는 또 고참을 의미한다. 많은 경험과 경력을 갖고 있는 고참 시민이다. 이런 경우 반대말은 신참을 의미하는 주니어다. 하지만 시니어는 일상에서 조금 다른 뉘앙스로 들린다. 고참보다는 쓸데 없는 경험이 많은 사람으로 들릴 때가 있다. 현역이 아닌 은퇴한 사람으로도 들린다. 본지는 노인협회, 노인회관 등 고유명사가 아니면 노인 대신 '시니어 시티즌'이라는 의미로 시니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노인은 늙은 사람인데 '늙은'의 의미가 상대적이기에 가급적 노인이라는 단어를 안쓴다. 상대적인 의미의 시니어를 일상에서는 어떻게 쓸까. 시니어는 몇 살부터 해당될까. 우선 많은 사람이 시니어를 은퇴와 상관 관계가 있다고 본다. 많은 사람들은 60~70세 사이에 은퇴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시니어 시티즌은 상당히 주관적인 단어다. 어떤 곳에서는 50세나 55세도 시니어라고 하고 또다른 곳에서는 65세를 시니어라고 부른다. 다양한 조직의 시니어 기준을 살펴보자. ▶AARP 가장 어린 나이부터 시니어로 규정한 곳이 바로 미국은퇴자협회(AARP)다. 협회는 50세가 되기 바로 직전에 회원 신청서를 보내 협회 가입을 독려한다. 50세부터 은퇴자이며 시니어로 규정한 것이다. 물론 연령대가 낮을수록 회원 확보가 쉽다는 점도 있다. 은퇴가 필요한 나이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기에 회사나 조직에 따라 다를 수 밖에 없다. ▶연방 센서스국 연방 센서스국에서는 65세로 정했다. 센서스국 자료에 따르면, 65세 이상을 '올더 피플'이라고 부른다. 이는 데이터 수집과 보고를 위한 분류다. 올더 피플은 2010년엔 인구의 13%였는데 2014년엔 4600만명, 2060년 9800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24%로 증가할 전망이다. ▶식당 할인 식당과 소매업소는 매우 다양한 기준을 갖고 있다. 이런 기준이 필요한 이유는 시니어 시티즌 할인이 있기 때문이다. AARP 회원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업소의 경우 50세가 시니어다. AARP회원들은 식당 할인은 물론, 차량 렌트, 여행 등에서도 혜택을 받는다. ▶DMV 차량등록국(DMV)도 주마다 다소 차이는 있지만 65~80세를 시니어로 본다. 차량국의 시니어 기준은 결코 반갑지 않다. 시니어는 자동갱신이 안돼서 운전면허증을 갱신하려고 신청하면 특별하게 심사한다. 시력 저하, 인지 저하, 느린 반응 등 운전이 힘든 증상이 있는지 세밀하게 검사하기 위해서다. 주마다 기준이 다르지만 시력검사와 주행검사를 시행하는 곳도 많다. 가주의 경우 나이 때문에 면허를 뺏기지는 않는다. 하지만 70세가 넘으면 특별 기준이 적용된다. 시니어들은 신체적, 정신적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서 주치의의 서면 의료기록을 요구받을 수도 있고 필기, 시력, 주행 시험에 응해야 한다. 또 안전 운전할 수 있다는 증거를 제출해야 한다. 이렇게 시니어 특별 관리는 주마다 다르다. 젊은층이 많은 조지아는 64세, 은퇴자가 많이 거주하는 플로리다는 80세다. ▶자동차 보험 자동차 보험도 시니어에 민감하다. 시니어들에게는 보험료를 더 받는다. 회사에 따라 65세부터인 경우도 있고 80세인 경우도 있다. 반면 캘리포니아를 포함한 30개 이상의 주에서는 특별한 주행시험에 합격한 55세 이상에게 보험료를 할인한다. ▶시니어 하우징 FHA법에 의하면, 주거지를 찾는 사람의 인종, 피부색, 출신지, 종교, 성별, 장애 여부, 임신 및 자녀 유무 등으로 차별하면 안된다. 그래서 시니어만이 거주해야 하는 은퇴촌이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래서 FHA는 올더 퍼슨을 위한 거주라는 특별 규정을 만들었다. 이는 55세 이상이 거주하는 시니어 아파트, 시니어 콘도, 시니어 커뮤니티에서는 미성년 자녀가 있는 가정에 대해서 렌트나 구매를 제한할 수 있다. 덕분에 시니어 하우징에는 대다수 거주자가 55세 이상이다. 물론 모든 거주자를 62세 이상으로 제한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 55세나 62세 모두 시니어다. ▶은퇴 연금 은퇴연금인 401k나 IRA를 59.5세 이전에 인출하면 조기인출 벌금으로 10%를 내야 한다. 또한 70.5세가 되면 최소 금액을 인출해야 된다. ▶소셜연금 1935년 루즈벨트 대통령이 소셜시큐리티법을 만들었을 때 미국인의 평균 수명은 61세였다. 하지만 현재는 79세다. 그래서 소셜 연금의 정액 수혜 연령이 늦어지게 됐다. 원래는 65세였는데 현재는 67세로 늦어졌으며 생년에 따라서 수혜 시작 나이가 다르다. 1937년이전에 태어났으면 65세고 1943년부터 1954년 출생은 66세다. 1960년 이후 출생자는 67세다. 이런 기준 나이는 조금씩 높아지고 있다. 물론 62세부터 소셜 연금을 받을 수는 있다. 이 경우 조기인출에 따른 삭감된 연금 수령액을 받게 된다. ▶메디케어 메디케어는 연방정부에서 제공하는 시니어 대상의 건강보험플랜이다. 만 65세가 돼야 해당된다. 만 65세 생일이 되기 4개월 전부터 신청서를 받아준다. 하지만 메디케어는 전액 무료 건강보험이 아니다. 다만 어떤 보조 플랜을 선택하느냐에 따라서 매달 보험료를 내야 하고 디덕터블(개인 부담금)도 있다. ▶SNAP 추가영양보조프로그램(Supplemental Nutrition Assitance Program)은 저소득층 가정을 위한 식품 보조프로그램이다. 나이에 따라 제공되는 연방 프로그램으로 만60세가 넘어야 하며 몇가지 조건이 있다. 소득과 자산, 동거 가족 숫자에 따라서 수혜 여부가 결정된다. 결론적으로 시니어는 운전면허증을 갱신하거나 식당에서 할인을 받을 때, 시니어 커뮤니티에 들어가고 싶은 때 등 어떤 서비스를 받으려고 할 때 필요한 카테고리다. 서비스 회사나 기관에 따라서 각기 다른 나이 기준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유연하며 언제라도 바뀔 수 있는 상대적인 숫자다. 특히 의학의 발달과 평균 수명의 연장으로 기준 나이와 상관없이 시니어의 나이 폭이 넓어지고 있다. 이제 시니어의 정의를 조심스럽게 바꿔야 할지도 모르는 세상이다. 앞으로 시니어는 이전과는 다른 인생의 단계로 보는 시각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소셜연금을 언제부터 수령하는 게 맞는지는 사람마다 처지에 따라서 다르다. 예전같이 시니어는 그저 세상을 떠나는 날을 기다리는 처지가 아니다. 하루라도 더 가치 있게 사는 삶을 개척해야 할 이유다. 장병희 기자 chang.byunghee@koreadaily.com

2021-08-01

노년기 운동은 과유불급 …능력치의 ‘55% 미학’ 지키자

매사에 최선을 다하면 최상의 결실을 볼 수 있을까. 분야를 막론하고 정상에 오른 승자들을 보면 한결같이 “불굴의 의지로 쉼 없이 노력했다”는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베토벤이 악성(樂聖)이 된 이면에는 천부적 자질뿐 아니라 가난한 음악가 아버지가 피아노 연습을 손가락이 마비될 때까지 시켰다는 슬픈 사연이 존재한다. 피겨 여왕 김연아 선수도 새로운 점프 기술을 익히기 위해 3000번 이상 빙판에 엉덩방아를 찧었다고 알려져 있다. 어느 분야건 전문가가 되려면 최소한 1만 시간의 훈련 기간이 필요하다는 미국 콜로라도대 심리학자인 앤더스 에릭슨의 ‘1만 시간의 법칙’이 통용된다. 얼핏 보면 목표 달성과 노력은 비례 관계인 것처럼 보이지만 복잡한 세상사는 의지와 정성, 시간을 많이 쏟는다고 반드시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은 아니다. 대표적인 예가 건강 관리다. 나이 따라 운동강도 달라야 뛰어난 지적 능력과 성실성을 인정받는 A씨(58·남). 명문대 졸업 후 전형적인 엘리트 코스를 밟아왔다. 과음·과식도 안 하고 담배도 안 피우며 운동도 꾸준히 하는 편이다. 하지만 세월에는 장사가 없는 법. 중년이 되면서 뱃살이 조금씩 늘더니 50대 후반이 되자 젊은 시절에 비해 체중이 10㎏ 가까이 증가했다. 의학적으로 인체는 노화와 더불어 성장호르몬 감소 등으로 근육은 줄고 복부를 중심으로 지방은 증가하다 보니 중년이 되면 10년에 5㎏ 정도 체중이 는다. 그런데 노년기로 향할수록 심폐기능·근력·지구력·호르몬 분비 등이 저하돼 운동해도 원하는 효과나 목표를 달성하기 쉽지 않다. 그러던 A씨가 지난해 1년에 걸쳐 체중을 무려 8㎏이나 줄였다. 비법을 물었다. 그는 “달고 기름진 음식만 피하면서 세 끼를 먹고, 운동은 출퇴근 때 1시간씩 걷기와 퇴근 후 헬스장에서 맥박이 1분에 180번을 기록할 때까지 뛰었다”고 했다. A씨는 체중 감량이 목표인 청년에게는 모범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그의 연령을 고려하면 몸을 혹사한 셈이다. 지금 정도의 운동을 지속하면 관절 손상을 비롯해 건강을 해치는 여러 상황에 직면할 위험이 상존한다. 의학적으로 바람직한 운동 강도는 건강한 성인을 기준으로 했을 때 220에서 나이를 뺀 수치인 ‘최대 심박 수(1분에 뛰는 심장 박동 수)’의 75% 선이다. 다시 말해 57세였던 A씨 건강에 좋은 정도의 맥박은 220에서 57을 뺀 163에서 0.75를 곱한 값인 122회 정도다. 권장되는 운동 강도는 나이 들수록 줄어 노년기에는 맥박이 최대 심박 수의 55% 정도가 좋다. 건강한 70세 노인이라면 운동할 때 맥박이 1분에 90회를 넘지 않아야 하는데 이는 운동할 때 ‘노래는 못해도 대화는 할 수 있을 정도’다. 나이 들수록 달리기보다는 걷는 게 건강에 더 유익하다. 실제 미국의 로렌스버클리연구소는 18~80세 성인 5만 명을 대상을 한 대규모 연구 결과를 통해 걷기가 달리기보다 고혈압(7.2% 대 4.2%), 고지혈증(7% 대 4.3%), 심장병(9.3% 대 4.5%) 등의 발병 위험을 줄이는데 더 효과적이라고 발표했다. 중년 이후에는 과유불급의 진리가 두뇌 건강에도 적용된다. 최근 호주 멜버른대 경제사회연구소는 40대 이상 성인 남녀 6500명을 대상으로 근무시간에 따른 두뇌 활동을 측정한 결과 1주일에 25시간 이하로 일하는 그룹이 가장 효율적이었다. 35시간 이상 일하면 효율성이 줄기 시작해 60시간 이상 일하는 사람의 인지 능력은 아무 일도 안 하는 사람보다 더 낮아졌다. 뇌도 과도하게 사용하다가는 전혀 사용하지 않느니만 못한 것이다. 물론 이는 중년 이후의 뇌에 해당한다. 참고로 나이 들수록 정보를 받아들이고 익히는 뇌세포 기능은 저하된다. 하지만 뇌세포를 서로 연결해주는 수상돌기는 지적 자극을 많이 받을수록 증가하기 때문에 젊을 때부터 독서나 예술 활동을 많이 한 사람은 매사를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능력이 나이 들면서 좋아진다. 독일의 대문호 괴테가 80대에 파우스트를 집필할 수 있었던 이유다. 뇌도 무작정 많이 사용하기보다는 적절한 시간, 좋은 정보로 자극해야 지혜로운 노인이 될 수 있다. 식생활도 중용의 원칙이 적용된다. 현재까지 건강하게 오래 사는 데 좋다고 가장 널리 알려진 방법이 열량을 제한하는 소식(小食)이다. 동물 실험에서도 보통 쥐보다 40% 정도 적게 먹은 쥐가 병도 덜 걸리고 오래 산다. 이 세상에 많이 먹어서 좋은 음식은 없다. 생명 유지에 필수인 물조차 많이 마시면 몸이 붓고 신장에 부담을 준다. 아무리 비싼 음식, 몸에 좋다고 생각되는 음식이라도 약간 부족한 듯 섭취해야 한다. 이렇듯 행복한 노후를 향한 러브에이징을 위해선 중년부터 모든 방면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치의 절반을 약간 상회하는 55% 정도에서 만족할 수 있는 절제의 미덕을 발휘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나치거나 모자라지 않는 정도의 욕심만 내는 인격과 많지도 적지도 않은 중간 지점을 파악할 수 있는 분별력을 겸비해야 한다. 뇌 건강엔 내면 소통이 도움 분석심리학자 칼 구스타프 융은 조화롭고 성숙한 인간이 되려면 인생 전반기에는 현실에 적응하기 위해 구체적인 목표를 세운 뒤 노력해서 성취해야 하며, 인생 후반기가 되면 현실적 성취보다 자신의 내면세계와 소통하면서 자아실현을 향해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한 바 있다. 과연 지금의 나는 인생의 어느 지점에 서 있으며 무슨 일을 해야 할까. 아름다운 노년기를 준비하는 사람이라면 지금부터라도 앞만 보며 달릴 게 아니라 값진 인생을 살기 위해 필요한 실천 방안을 찾아 나서야 한다. ◆황세희 서울대 의대 졸업 후 서울대병원에서 인턴.레지던트.전임의 과정을 수료했다. 서울대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미국 MIT대에서 연수했다. 1994년부터 16년간 중앙일보 의학전문기자로 활동하면서 '황세희 박사에게 물어보세요' '황세희의 남자 읽기' '황세희 의학전문기자의 몸&맘' 등 인기 칼럼을 연재했다. 황세희 / 국립 중앙의료원 건강증진예방센터장

2020-10-07

제2 유년기로 돌아가는 노년기, 학이시습지가 으뜸

100세 시대의 진정한 노후 대책은 무엇일까.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의 ‘2050년 한국 인구 피라미드’ 보고서에 따르면 고령사회 대한민국은 10년 후면 인류 최초로 여성의 기대 수명이 90세를 넘긴다고 한다. 남성도 세계 최고(84세)인 초장수국가가 된다. 기대 수명 90세 사회란 ‘90대 성인’을 어디서나 볼 수 있다는 뜻이다. 또 초저출산율까지 겹쳐 30년 후면 90세 노인이 20세 청년보다 많을 전망이다. 인류 최초, 세계최고란 단어에서 보듯 길어진 노년기에 대한 이상적인 선진 모델은 없다. 청년을 위한 나라, 중년을 위한 나라가 없듯 노인을 위한 나라도 유토피아로 존재한다. 바람직한 노후 설계는 개개인의 몫이다. 돈, 노후 건강과 직결되지 않아 안타깝게도 바쁜 중년기를 지나다 보면 대부분은 ‘어쩌다 노인’이 된다. 그리고 생활 방식은 이전 그대로를 유지하며 산다. 대부분 ‘노후에는 돈이 효자’라며 큰 부자, 작은 부자, 중산층 가릴 것 없이 노년기에도 재테크에 집착하면서 몸에 좋다는 건강식품과 운동법을 찾는 데 열과 성을 기울인다. 물론 소득 하위 20%가 소득 상위 20%보다 기대 수명 6년, 건강 수명 11년이 더 짧다는 보건사회연구원의 발표처럼 빈곤과 질병은 서로 밀접한 연관성을 가지면서 행복한 노후의 걸림돌로 작용한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이 작동한다. 큰 부자가 중산층보다 무병장수하는 것도 아니며, 미슐랭급 식당만 다닌다고 구내식당 애용자보다 건강 수명을 늘릴 수도 없다. 노후 건강에 필요한 체력 역시 촌로가 정상급 운동선수보다 못할 이유가 딱히 없다. 의학적으로 한국인에게 권장되는 건강 식습관은 매끼 밥·국·반찬 세 가지 정도의 전통 한식을 배고프지 않을 정도로 소박하게 섭취하는 것이다. 또 세계보건기구(WHO)가 권장하는 1주일분 건강 운동량도 조금 숨이 차고 땀이 나는 강도는 150분, 격렬한 운동을 하면 75분 정도다. 시간과 강도가 같다면 최고급 스포츠센터에서 하건 뒷산을 오르건 운동 효과는 같다. 실제 장수촌은 부촌이 아니라 신체 활동을 많이 해야 하는 바닷가나 구릉 지대에 많다. 이처럼 논리적으로 기본적인 의식주가 해결된 사람은 양질의 노후를 위해 재테크와 건강 관리에 에너지를 집중시킬 필요가 없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좋은 집, 넉넉한 통장 잔고, 안정된 연금 수령까지 보장된 고학력자 A씨(60)도 고수익 투자처를 찾고, 강남 건물주 B씨(80)도 증권사 전광판을 보며 하루를 시작한다. 배부른 사자는 눈앞의 노루를 사냥하기 위해 애쓰지 않는다. 그러니 필요 이상의 재물을 끊임없이 쌓으려는 갈망은 생존 본능도 아니며 합리적 판단의 결과도 아니다. 정신분석학자 프로이트는 인간이 돈(物神)에 집착하는 이유는 죽음에 대한 원초적 공포와 불안에서 벗어나기 위한 가장 현실적 대안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일단 물신이 되면 돈은 일상을 풍요롭게 해주는 수단을 넘어 인생의 목표로 변한다. 예컨대 1억원을 목표로 설정하는 순간, 1억원을 모을 때까지는 죽음이 찾아오지 않을 거라는 믿음을 갖게 된다. 일단 목표를 달성하면 또다시 새로운 목표를 설정하는 방식으로 죽음의 공포를 떨쳐버리려는 노력을 지속한다. 물론 이 모든 과정은 무의식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의식 세계에서는 자신의 행동이 어디에서 기인하는지 인지하지 못한다. 사실 바람직한 노후를 살아갈 ‘준비된 노인’은 적절한 돈과 신체 건강뿐 아니라 정신적 성숙함과 사회적 기능이 조화를 이루는 사람이다. 노년기 정신적 변화는 ‘제2의 유년기’로 불릴 만큼 자기중심적이면서 동시에 남에게 의존적으로 변하는 특징을 보인다. 어린애처럼 인정하기 싫은 현실을 부정하고 매사를 남 탓으로 돌려 대인관계도 어렵고 사회적 고립도 흔하다. 이런 정신적 퇴행을 극복하려면 젊을 때부터 타인을 배려하고 자신의 언행을 돌아보는 ‘훈련’을 해야 한다. 항상 미숙한 언행을 일삼던 사람이 은퇴 후 작심한다고 성숙한 노인으로 변모할 수는 없다. 근육량이 줄어드는 노년기에도 일상생활을 활발하게 하려면 젊을 때부터 근력을 많이 키워둬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성숙한 성인은 혼자 있어도 불안과 고독을 호소하기보다는 독서, 음악 감상, 영화 관람, 취미 활동 등을 통해 만족스러운 시간을 갖는다. 20세건, 90세건 마찬가지다. 평생 책을 멀리하던 사람이 노년기에 시간이 많아졌다고 갑자기 독서를 좋아하기는 어렵다. 음악 감상도, 미술 관람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한 살이라도 젊을 때부터 내게 맞는 취미를 찾아 ‘나 홀로’ 즐길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배우고 익히면 즐겁다(學而時習之, 不亦說乎)’는 공자님 조언을 실천하는 일이야말로 훌륭한 노후 대비책인 셈이다. 젊을 때부터 정신적 퇴행 대비 90세에도 가족이나 이웃과 좋은 관계를 맺으면서 살아가려면 현직에 있을 때부터 자신의 성격적 특징과 장단점을 파악해 대인 관계를 해치는 요인을 절제하고 부족한 요소를 첨가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사회심리학자 레이처(Reicher)는 노년기 성격을 ▶성숙형 ▶은둔형 ▶무장형 ▶분노형 ▶자학형 등 5가지로 분류한 바 있다. 과연 나의 성격은 어떤 유형이며 나 자신은 스스로 얼마나 만족하는가. 또 닮고 싶은 성격에 가까워지려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가. 사랑스러운 90세 성인이 되기 위해서는 매일 짧은 시간이라도 자신의 바람직한 미래상을 위한 자아 성찰의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황세희 / 국립중앙의료원 건강증진예방센터장

2020-07-22

‘기억 착오’는 무의식적 자기방어…유리한 내용만 기억

이용수 할머니 과거사 생생히 기억 말 바꾼 윤미향 “기억 착오” 주장 인간은 이기심 충족 위해 기억 활용 정신적 충격 클 때 심인성 기억상실 기억 장애·거짓말 서로 혼동하기도 신록(新祿)이 세상을 희망으로 물들이는 5월의 마지막 월요일인 지난 25일.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 1928년생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의 생중계 기자회견은 사회 정의 실현이라는 역사적 평가를 넘어 고령사회 대한민국에 초고령 노인의 사회적 기능과 역할을 보여준 희망의 메시지였다. “…92년 6월 25일 신고할 적에…(중략)…29일에 모임이 있다고 해서 갔다…(중략)…한국 나이 16세, 만 나이로는 14살 때 밤중에 끌려가…” 이 할머니는 생생한 육성으로 참혹했던 위안부 생활,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와 정의기억연대의 문제점 등을 논리정연하게 조목조목 나열했고 특정 일자도 명확하게 적시했다. ‘92세 노인은 기억이 흐릿하고 판단력이 부족할 것’이라는 세간의 편견을 일시에 불식시키는 순간이었다. 사실 77억이 넘는 인구를 성별·연령·학력·인종·국적 등으로 그룹을 나눠 특징을 서술하고 일반화하는 일은 누구나 범하기 쉬운 오류다. 그나마 신체적·외형적 측면은 단순 분류가 어느 정도 가능하다. 체격과 체력은 남성이 강하고 유연성은 여성이 좋다는 식이다. 물론 남자보다 체격이 크고 체력도 강한 여성, 여성보다 유연한 남성도 드물지 않다. 성격과 능력을 포함한 내적·정신적인 측면은 1000억개의 신경세포가 수 십년간 개개인의 유전적·환경적 요인과 상호 작용하는 과정에서 형성되다 보니 몇 가지 기준으로 사람을 분류하고 평가하기는 더더욱 힘들다. 일례로 흔히 연령에 따라 인지 능력을 추정하는 일도 보편성을 갖기에는 무리가 뒤따른다. 나이 들수록 기억력은 감소하지만, 인생 경험과 학습을 통해 통찰력은 향상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평생 뇌 기능 활성화를 위해 노력한 사람은 노년기에도 떨어진 기억력을 강화된 통찰력으로 보충하면서 젊은 사람을 능가하는 인지 능력을 발휘한다. 82세 때 대작 ‘파우스트’를 탈고했던 괴테, 90세에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지휘했던 하이팅크, 95세에도 매일 6시간씩 첼로 연습을 통해 실력을 향상했다는 카살스 등이 대표적인 예다. 기억력만 보더라도 타고난 능력과 학습 정도에 따라 개인차는 매우 크다. 기억력이 뛰어난 노인은 자신의 젊은 시절보다는 못하지만 웬만한 청장년들보다 우수한 기억력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용수 할머니도 자신의 크고 작은 경험담을 날짜까지 세세하게 언급하며 설명하지 않았는가. 반면 이 할머니보다 36년 젊은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은 8년 전 자신이 구입한 아파트 대금에 관한 설명조차 사실과 달랐고 이후 말을 번복하면서 "오래된 일이라 ‘기억 착오’였다”라고 주장했다. 윤 당선인의 말 바꾸기가 기억 착오 때문인지, 태연스레 거짓말을 하는 인격 문제인지는 본인만 알 일이다. 정신의학적으로 ‘기억’은 경험을 통해 얻은 지식과 정보를 뇌의 특정 부위에 기록한 뒤 저장해 두었다가 필요한 상황이 되면 적절히 꺼내서 사용하는 능력이다 인류는 다른 생명체보다 뛰어난 기억력 덕분에 위기 상황에서도 현명하게 행동해 지구촌 만물의 영장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경험도 좋은 일, 나쁜 일이 있으며 감정이 실리는 상황도 있고 무관심하게 지나치는 경우도 있다. 그러다보니 인간의 뇌는 의식적, 혹은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이기심을 충족하면서 고통스러운 감정에서도 벗어나는 방향으로 기억을 활용한다. 예컨대 심한 정신적 충격을 받게 되면 상황 그 자체는 뇌에 기록도 되고 저장도 된다. 하지만 괴로운 상황을 기억하기 싫은 마음이 너무 커지다 보면 일정 기간 그 사건을 회상하는 기능이 마비된다. ‘심인성 기억 상실’이 발생하는 이유인데 어느 순간 모든 기억이 전부 되살아난다. 윤 당선인이 주장한 기억 착오는 심리적 고통 없이 자신의 정신 건강을 지키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거짓된 내용을 기억하는 상태다. 기억나지 않는 부분에 대해 이야기를 꾸며서 메우는 작화증(作話症, confabulation), 자신에게 유리한 내용만 선택적으로 기억하는 회상성 조작(retrospective falsification) 등이 있다. 기억은 개개인이 느끼는 감정하고도 밀접한 연관성을 가진다. 통상 신나는 기억이나 슬픈 기억은 뇌에 쉽게 기록되고 저장도 잘돼 오랜 세월이 흘러도 뇌리에 생생하게 남아있다. 고통의 순간을 잊으려고 노력해도 끊임없이 떠올라 괴로움에 빠지게 되는 이유다. 우울할 때보다 즐거울 때 기억 떠올리기 쉬워 기억을 회상하는 과정에도 감정이 관여하는데, 통상 우울할 때보다는 즐거울 때 기억을 떠올리기가 쉽다. 기억력을 극대화해 학습 능력을 높이고 싶다면 연령과 상관없이 항상 즐거운 상태를 유지하는 게 유리한 셈이다. 일상에서 접하는 가장 흔한 기억력 문제는 의식적으로 진실을 부정하는 거짓말이다. 진실을 인정하고 본인의 치부가 드러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한 이기심의 발로다. 때론 거짓말을 하는 당사자가 자신의 주장이 기억 장애 탓인지 거짓말인지를 혼동하기도 한다. 이번에 제기된 정의기억연대의 불투명한 후원금 사용에 관한 의혹은 누가, 어떤 종류의 기억 장애를 일으킨 상황인지, 그 진실을 밝혀줄 신속하고 정확한 검찰 수사를 기대해 본다. 황세희 / 국립중앙의료원 건강증진예방센터장

2020-07-15

‘무례한 성인’ 욕망 통제 못하면, 지구촌 곳곳 지옥촌 된다

핵가족·저출산에 버릇없이 자라 성인돼도 공동체와 조화 못이뤄 권력 잡으면 인격장애 유사 증상 비판 못 견디고 공감 능력 떨어져 무리한 요구하면 단호히 거절하고 나쁜 행동은 상응한 응징 받게 해야 세계가 일일생활권으로 운용되는 21세기다. 평생 가족이나 이웃들과 교류하는 전통사회와 달리 개방된 사회에서는 익명성을 가진 수많은 이방인과 더불어 살아야 한다. 상대방의 언행을 예측하기도 힘들고 대응법도 상황에 따라 유동적이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팬데믹(pandemic)은 사람 간 교류를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비대면 시스템으로 바꿔나가고 있다. 한 가족처럼 운영되는 지구촌이지만 낯선 사람들과 비대면 접촉으로 다양한 교류를 하는 시대가 전개될수록 성숙한 인간상에 대한 요구는 날로 커지고 있다. 남들 고통 받아도 아랑곳 안 해 반면 현대화와 더불어 진행된 핵가족화·저출산 현상은 성숙한 성인의 비율을 줄여왔다. 본인을 우주의 중심에 두고 매사를 자기 뜻대로 하려는 ‘버릇없는 아이(spoiled child)’들이 양산된 탓이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가기 마련이다. 일단 버릇없는 아이로 자란 뒤엔 버릇없는 청소년기를 거쳐 ‘무례한 성인(spoiled adult)’으로 사회에 진출하기 쉽다. 무례한 성인은 주변 사람들의 스트레스 지수를 올리고 불쾌감을 조성하는 부정적인 존재다. 만일 이런 사람이 권력자가 되면 공동체는 집단 스트레스 상황을 넘어 위험에 빠지기도 한다. 무례한 성인은 문명인으로 사는 법을 배우지 못한 미숙하고 불완전한 인간이기 때문이다. 성숙한 성인은 동물적 본능으로 소통하는 신생아가 학습과 훈육 과정을 통해 문명인으로 재탄생한 모습이다. 훈육 없이 성장한 사람은 호모 사피엔스의 유전자에 각인된 본능적 오욕칠정(五慾七情)만을 추구하며 살기 쉽다. 통제받지 못한 욕망이 표출되는 사회는 남태평양 이스터 섬 원주민의 비극적 결말처럼 수시로 지구촌 곳곳을 지옥촌으로 만든다. 나치에 의해 죄 없는 600만 유대인이 학살된 사건도 불과 80여년 전 산업화를 주도하던 유럽에서 일어났다. 정신의학적으로 무례한 성인은 인격 장애의 다양한 특징을 보여준다. 인격(성격)은 개개인의 특징적인 언행과 생각, 감정 등을 보여주는 성향인데, 타고난 성품과 양육 환경이 합쳐져 형성된다. 예컨대 천성이 불안정한 아이도 성숙한 어머니가 양육하면 인격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현저히 줄어든다. 인격 장애자 비율은 일반 인구의 5~25% 선이니 절대 적지 않다. 모든 문제를 남 탓으로 돌리고 본인의 잘못은 전혀 인정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의심해볼 만하다. 그들은 본인 때문에 남들이 아무리 고통을 받아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혹시라도 ‘그토록 무례한 행동을 했으니 본인도 조금은 불편한 마음이겠지’라고 생각한다면 오판이다. 사실 인격은 출생 후 성인이 될 때까지 수십 년에 걸쳐 만들어진 결과물이라 전문가도 교정하기 어렵다. 고약한 성격이 본인을 괴롭히거나 불편하게 만들지 않다 보니 고치겠다는 의지도 전혀 없다. 간혹 문제 행동으로 타의에 의해 병원을 찾기도 하는데 주된 치료법은 정신 치료다. 물론 이때도 전문가들은 그들의 문제점을 설명하고 고치라는 식의 조언은 안 한다. 옳은 말도 안 듣기 때문이다. 대신 치료자는 상황별로 적절한 현실 대처법을 일러준다. 예컨대 폭력으로 경제적 손해를 봤으니 앞으로는 폭력을 사용하지 말라는 식이다. 미국은 엄격한 응징 시스템 그렇다면 다양한 인격 장애 특징을 보이는 무례한 사람과 공동체 생활이나 사회적 관계를 맺어야 하는 보통 사람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우선 명확한 기준을 설정한 뒤 무리한 요구 사항은 처음부터 단호하게 거절해야 한다. 잘못된 언행은 결코 상황을 조정할 수 없다는 점을 주지시켜야 한다. 또 나쁜 행동 때문에 피해를 봤다면 마땅히 그에 상응하는 ‘응징’을 받게 해야 한다. 그래야 반복되는 피해를 줄일 수 있다. 흔히 “미국 중산층은 사회 규범을 잘 따른다”는 말을 하는데 이면에는 이민자 사회인 미국의 엄격한 응징 시스템이 존재한다. 20년 전 미국 고속도로를 달리다 ‘창밖에 물건 던지면 1000달러’라는 문구를 인상 깊게 본 기억이 난다. 흥미로운 사실은 무난하게 사회생활을 하던 사람도 일단 권력자가 되면 공감 능력이 떨어지고 공격적으로 변하면서 인격 장애인의 특징을 보인다는 점이다. 사소한 비판도 인정하지 못하고 본인의 잘못에 대해 당당하다. 공감 능력을 담당하는 뇌의 신경세포(거울 뉴런) 기능이 약해진 탓인데 절대 권력자일수록, 또 권력을 차지한 기간이 길수록 이런 증상은 더 심해진다. 몇 년마다 선거를 통해 유권자가 권력자의 통치 기간을 제한하는 민주주의가 우수한 사회제도로 정착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무례한 행동에 대한 대처법은 큰 집단 간 협상이나 거래를 할 때도 적용된다. 아무리 큰 조직도 결국은 최고 권력자 개인의 언행을 움직이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지난 16일 남북연락사무소 폭파 이후 군사도발을 암시하던 북한이 24일, 돌연 태도를 바꿔 대남 군사행동 계획을 보류한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태도 변화의 이유를 최근 우리 사회에서 반북 정서가 크게 확산 중인 데다, 북미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우리 정부의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향후 북한 당국의 폭력적이고 무례한 언행을 우리 정부가 어떤 묘안으로 대응해 건강하고 균형 있는 남북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 서울대 의대 졸업 후 서울대병원에서 인턴·레지던트·전임의 과정을 수료했다. 서울대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미국 MIT에서 연수했다. 1994년부터 16년간 중앙일보 의학전문기자로 활동하면서 ‘황세희 박사에게 물어보세요’ ‘황세희의 남자 읽기’ 등 칼럼을 연재했다. 황세희 / 국립중앙의료원 건강증진예방센터장

2020-07-01

꿈 좇아 좀 떨어져 살면 어때…그게 ‘창의적 부부’

‘부부는 한집 살아야’ 관념에 갇혀 ‘나’는 다 빠진 채 겉만 좋은 부부 뜨개질 취미인 아내 손 끌고 산행? 자신만의 시간 찾으려 상대 무시 얼마 전 아침 방송에서 세컨드 라이프에 대해 강의할 기회가 있었다. 은퇴 이후 인생의 두 번째 청춘을 어떻게 보내고 싶은지 물어보자 한 중년의 남자 게스트가 말했다. “저는 애들 다 크면 서울 생활 정리하고 귀어(歸魚)할 생각이에요. 작은 배를 사서 낚시도 하고, 집은 게스트하우스처럼 꾸며서 가끔씩 지인들 불러서 맛있는 것 해먹으면서 재미있게 살고 싶어요.” “그렇군요. 그런데 아내분은 어떻게 생각해요?” 그러자 그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말도 못 꺼내게 하죠. 아내는 도시 여자라 어촌에서는 못 산대요.” 말은 그렇게 해도 표정을 보니 쉽게 포기할 것 같지 않았다. 그만큼 오랫동안 소중히 간직한 그의 로망이자 꿈이었던 것이다. ‘어떻게 아내를 설득하면 되겠냐’는 그에게 내가 준 해법은 아주 심플했다. “아내가 반대해도 귀어 꼭 하세요. 대신에 서울에 살고 싶다는 아내 뜻도 존중해줘요. 부부가 30년 가까이 같이 살았으면 충분하잖아요. 이제는 두 사람이 살아가는 형태를 좀 ‘창의적으로’ 바꿔봐요.” '손잡고 함께 취미 생활’ 프레임 깨야 지금 중년의 시절을 보내고있는 우리는 결혼에 관한 수많은 규칙과 불문율 속에서 살아왔다. 내가 스물다섯에 결혼할 때만 해도 여자는 20대 중반, 남자는 20대 후반이면 가정을 꾸리는 게 당연했다. 60년 같이 살아갈 동반자를 선택하는 어마어마한 일을 그 어린 나이에 해치워버린 것이다. 철모르는 20대가 뭘 아나. 자기가 누군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나머지 반쪽을 선택할 성숙함이 있을 리 없다. 그래서 결혼은 ‘이 세상 최고의 무모하면서도 불확실한 도전’일 수밖에 없다. 게다가 보수적인 결혼 시스템은 끝내는 것도 보통 복잡한 게 아니다. 들어갈 때는 예식장이나 구청에서 해결하지만 나올 때는 반드시 법원을 거쳐야만 한다. 때문에 우리는 한번쯤 자신에게 반드시 물어봤어야 한다. 나는 결혼에 적합한 사람인가? 나는 부모가 되어도 괜찮은 사람인가? 그러나 남들의 시선과 사회적 알람에 따라 우리는 이 중요한 질문과 선택을 건너뛰어버렸다. 그리고 또다시 사회가 정해놓은 룰에 따라 ‘경쟁력 있는 가정 만들기’에 돌입했다. 남편은 일해서 돈 벌고, 아내는 그 돈으로 자녀교육을 시키고, 아이들은 공부 열심히 해서 성과를 내는 프로젝트팀이 탄생하는 것이다. 결국 ‘아이가 얼마나 좋은 대학에 갔느냐’ 그 결과에 따라 부부의 20년 결혼 생활 점수가 매겨진다. 퍼스트 라이프가 끝났을 때 우리에게 크고 작은 상처가 남는 것도 그 때문이다. ‘회사 은퇴하니 여유 생겨 좋다’는 남편의 말 이면에는 ‘아직 능력 있는데 2년만 더 써주지…’라는 쓰디쓴 독백이 깔려있다. 회사 바깥에서는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할 방법을 잊어버렸기 때문이다. “애들이 독립하니 홀가분해요”라는 아내의 말에도 ‘이제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네…’라는 혼잣말이 숨어있다. 엄마들은 아이를 키우면서 피하고 싶었던 진리와 마주한다. 인간은 절대 내가 원하는 대로 안 된다는 것을. 아무리 열심히 해도 ‘성과’가 안 날 수 있는 것이 바로 한 생명을 낳고 키우는 일이다. 운이 좋아 자녀가 잘된다 해도 아이를 유학 보내느라 노후에 자금난을 겪거나 부부 관계가 무너지는 집이 허다하다. 가족 관계건 돈이건 건강이건 균형이 깨지는 것이 피할 수 없는 인간사다. 그래서 우리의 세컨드 라이프는 대부분 상처와 함께 시작된다. 부족하고 어설펐던 서로와 살아주느라, 고된 밥벌이의 시간을 살아내느라 부부 둘 다 얼마나 고생이 많았나. 그간의 상처를 보듬어주면서 미뤄왔던 서로의 꿈과 로망을 찾아가도록 격려하고 지원해줄 사람도 둘밖에 없다. 그런데 이때 많은 부부가 자신도 모르게 ‘반칙’을 한다. ‘화목한 부부’의 프레임에 갇혀 서로의 발목을 잡는 것이다. 가장 흔한 사례가 비슷한 취미를 강요하는 것이다. 뜨개질이 취미인 아내를 주말마다 산에 끌고 다니는 남편들이여, 여행 싫어하는 남편을 자꾸 비행기에 태우려는 아내들이여, 그런 게 바로 반칙이다. 당신 옆의 아내와 남편은 어제 동호회에서 만난 사람이 아니다. 취미가 똑같은 게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육체가 다르면 재능이 다르고, 좋아하는 일이 다르고 다른 생각을 하는 게 정상이다. 게다가 우리는 한집에 살았어도 각자의 시간을 각자의 장소에서 너무 오래 보냈다. 부부의 관심사와 취미가 달라지는 것도 너무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많은 부부가 ‘손 잡고 함께 취미 생활하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중년 부부의 이미지’에 갇혀 세컨드 라이프마저 나다운 선택을 주저한다. 자신만의 시간을 찾으려는 상대를 주저앉히기도 한다. 그러나 꿈과 로망, ‘나’는 다 빠진 채 무기력하게 남들 보기에만 좋은 부부로 24시간 같이 있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세컨드 라이프에서는 상대방을 무릎 꿇릴 게 아니고 서로의 무릎을 맞대고 진지하게 물어야 한다. ‘그동안 애들 키우고 먹고사느라 너무 고생 많았지, 당신은 지금부터 어떻게 살고 싶어?’ 지인 중 한 부부는 이 질문을 정말 진지하게 서로에게 물어봤단다. 평생 교사와 직장인으로 일하다 정년퇴직한 아내와 남편은 30년간 묻어둔 가슴 속 얘기를 꺼냈다. “나는 애 키우고 학교 다니느라 한 번도 집을 떠난 적이 없었잖아. 앞으로는 해외 여기저기서 3개월씩 살아보면서 그동안 미뤄왔던 글을 써보고 싶어. 여행 에세이 작가가 되는 게 꿈이야.” “나는 강릉 고향집에 내려가서 나만의 음악실 만들어서 악기 연습하고 친구들 모아서 가끔씩 연주회도 하면서 자유롭게 살고 싶어.” 서로의 진심을 확인한 부부는 매우 창의적인 해법을 찾아냈다. 서울의 집을 팔아 작은 집으로 옮기고 그 집을 가족의 ‘베이스캠프’로 삼기로 했다. 그리고 각자가 원하는 라이프스타일대로 아내는 3개월씩 해외와 서울 집을 오갔고, 남편도 강릉 고향집에 자신이 꿈꾸던 작업실을 마련해 로망을 실현했다. 그리고 가끔씩 모임이 있으면 온 가족이 베이스캠프에서 반갑게 만나곤 했다. 가끔 온 가족이 베이스캠프서 얘기꽃 “앞으로도 우리에게 가장 맞는 삶의 형태로 계속 조정해나갈 거예요. 나이가 들면 건강 문제도 있으니 제가 강릉에 내려갈 수도 있고, 남편이 서울에 올라올 수도 있겠죠. 중요한 건 남들 시선 신경 쓰지 않고 우리 둘이 서로가 원하는 모습을 인정하고 지원해주기로 했다는 거예요.” 생계 노동자도, 누구의 엄마 아빠도 아닌 온전한 ‘나’로서 살아가는 부부의 얼굴에는 여유와 생기가 돌았다. 너무나 크리에이티브하게 라이프스타일을 만들어가는 그들을 보며 오랫동안 갖고 있던 고정관념이 깨지는 느낌이었다. 부부가 100쌍이면 100가지 형태의 모습으로 사는 게 당연하다. 그럼에도 우리 머릿속에는 고정관념 때문에 서너 가지의 선택지밖에 없다. 동거, 별거, 이혼, 그리고 졸혼. 나이 들어 이혼은 절대 쉬운 선택이 아니다. 오랜 세월 얽혀 있는 게 너무 많다. 대출도 얽혀있고, 집도 얽혀있고, 가족 간의 인간관계는 말할 것도 없다. 이혼과 졸혼, 동거와 별거 사이에도 무수하게 많은 선택지가 존재한다. 무 자르듯 한 번에 결단하지 말고, 각자의 상황에 맞는 최적의 형태를 만들어보면 어떨까. 행복한 세컨드 라이프를 만들려면 부부가 무지 창의적이어야 한다. 인생의 수많은 희로애락을 겪으면서도 내 옆에 있는 단 한 사람. 지지고 볶고 싸워도 내 유일한 동지는 옆에 있는 그 사람이다. 30년 함께 애쓰고 희생한 사람의 의리로, 성숙한 인간 대 인간으로, 이제는 진심을 다해 물어봐주자. “당신, 지금부터 어떤 삶을 살고 싶어?” 김미경 / 유튜브 김미경TV 대표

2020-06-10

5060 은퇴에 팬데믹까지…생각회로 바꿔 디지털에 접속을

팬데믹은 잠깐 버티면 될 일 아닌 삶 방식 완전히 바꿀 티핑 포인트 스마트·인스타 구매, 비대면 뱅킹 디지털 플랫폼 소비부터 시작을 “대표님, 아무래도 오늘이 마지막 강의일 것 같아요.” “그래요. 잠잠해지면 3~4월쯤에 다시 봐요.” 지난 1월 22일, 기업 강연 담당 직원과 이런 대화를 나눌 때만 해도 솔직히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엎어진 김에 쉬어 간다고, 그동안 열심히 달렸으니 2월 한 달 정도는 강의 없이도 괜찮겠다 싶었다. 그런데 아니었다. 봄이 되면 사그라질 거라 생각했던 코로나19는 여전히 힘이 셌고, 3월도 그다음 4월도 무대 위 강연은 없었다. 그제야 깨달았다. ‘잠깐 몇 달이 아니라 올 연말까지 강연 현장엔 못 돌아가겠구나.’ 예전 일상으로 다시는 못 돌아갈 듯 강사라는 내 직업 특성상 우리 회사의 매출은 강연 수입이 절대적이다. 강연이 몇 달이나 끊겼다는 건 곧 직원들에게 줄 월급이 끊겼다는 걸 의미한다. 과거에는 직원 수를 줄여서 위기를 넘겼다. 모두를 끌어안고 가기에는 내 능력이 역부족이었다. 그때마다 더 나은 답을 찾지 못한 나의 무능력을 얼마나 탓하고 원망했는지 모른다. 그래서 이번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위기가 닥쳤을 때 굳게 결심했다. 아무리 힘들어도 다시는 단 한 명의 직원도 놓치지 않겠다고. 57세의 내가 이번에는 반드시 다른 답을 찾아내겠다고 말이다. 그때부터 손에 잡히는 대로 책을 읽고 신문을 보고 각종 리포트를 들여다보며 힌트를 찾아 헤맸다. 한 달쯤 지나고부터 조금씩 실마리가 보이기 시작했고, 드디어 커다란 흐름을 발견했다. 그건 바로 팬데믹이 잠깐만 버티면 해결되는 일시적인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 전 세계의 먹고사는 방식을 완전히 뒤바꿀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라는 것이다. 바이러스가 잠잠해지면 사람들이 다시 강연장을 찾아줄까? 물론 지금보다는 사람들 사이의 거리가 훨씬 좁아질 것이다. 하지만 2차, 3차 쇼크가 예고된 상황에서 예전처럼 수천 명이 운집하는 모임은 드문 일이 될 것이다. 백신이 개발되면, 그때는 다시 예전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지 않을까? 안타깝지만 다시는 못 돌아간다. 돌아가더라도 우리가 알던 그 모습, 그 내용은 아닐 것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우리에게 강제로 '새로운 습관’을 연습시키고 있다. 학생들은 학교에 안 가는 연습을, 직장인들은 집에서 일하는 연습을, 자영업자들은 온라인에서 물건 파는 연습을 강제로 하는 중이다. 언택트(비대면) 연습을 1년 이상 계속하면 어떻게 될까? 언택트가 우리의 일상이 될 것이다. 이는 곧 새로운 디지털 기술을 배우지 않으면 먹고사는 일조차 어려워진다는 걸 의미한다. 나는 참 운이 좋은 사람이다. 2년 전 게임 유튜버 ‘도티’를 만났으니 말이다. "대표님, 텔레비전에서 강의하려고 애쓰지 마시고 유튜브에 채널을 만들어서 강의하면 더 좋을 것 같아요.” 이제와 말이지만, 그때만 해도 유튜브가 이렇게 거대한 플랫폼이 될지 꿈에도 몰랐다. 도티도 내 눈엔 그저 게임에 빠진 청년일 뿐이었다. “얼마나 고생해서 만든 영상인데 그걸 공짜로 나눠주라고요?” 나도 모르게 울컥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2년 전 유튜버 도티와 만남 하지만 저항은 오래가지 않았다. 유튜브 채널들을 살펴보고 관련 책을 읽어보니 도티의 말이 전부 옳았다. 그 즉시 채널을 만들고 독학으로 촬영과 편집 기술을 익혔다. 시공간의 제약으로 오프라인 강연에선 하지 못했던 다양한 이야기를 영상에 담아 올렸다. 그러자 감사하게도 2년 만에 구독자가 100만 명을 넘어섰다. 팬데믹 이후 강연 요청이 없어진 뒤에도 내가 버틸 수 있었던 건 온라인 공간에 구축한 나만의 방송국 덕분이다. 지난 2년간 쌓아온 디지털 실력은 팬데믹 위기 속에서도 내 업에 맞는 새로운 언택트 비즈니스를 상상할 수 있는 기초가 되어줬다. 지금까지 인생 후반기에 조심해야 할 리스크는 다섯 가지 정도였다. 은퇴창업 실패와 금융사기, 중대 질병, 황혼 이혼, 성인자녀 지원이다. 이 다섯 가지만 잘 관리하면 60 이후에 적어도 돈 걱정은 안 한다는 게 은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조언이었다. 하지만 팬데믹 이후 공식이 완전히 달라졌다. 디지털에 익숙한 1020에게는 팬데믹 위기가 엄청난 기회가 될 것이다. 하지만 5060에겐 엎친 데 덮친 더블 리스크다. 돈을 움켜쥐고 남은 노후의 시간을 버티는 과거 부모 세대의 방식이 더는 통하지 않는 건 그래서다. 팬데믹 이후 달라진 세상에서 가장 나답게 세컨드 라이프를 살기 위해선 새로운 답을 찾아야 한다. 세컨드 라이프를 앞둔 사람들이 팬데믹 위기에 제대로 대응하기 위해선 세 가지 연습이 필요하다. 첫째, 언택트 경제에 유능해지는 연습이다. 지난 몇 달간 전 국민이 언택트 연습을 강제로 하면서 이미 상당수 비즈니스와 일하는 방식이 디지털로 전환됐다. 지금 추세라면 얼마 안 가 디지털 플랫폼을 모르면 물건을 못 팔고, 디지털 협업 툴을 모르면 사업을 할 수 없고, 디지털 화폐를 모르면 금융 거래를 못 하게 될 것이다. 디지털 초보인 5060이 단번에 1020만큼 잘할 수는 없다. 하지만 빠르게 배우는 방법은 있다. 디지털 플랫폼의 소비자가 되는 것이다. 스마트 스토어와 인스타그램으로 물건도 사보고, 카카오뱅크나 토스 같은 비대면 뱅킹으로 계좌이체도 해보는 것이다. 50년 먹고산 힘으로 불황 이겨내길 둘째, ‘못 한다’에서 ‘안 한다'로 생각을 바꾸는 연습이다. 팬데믹 이후 강의가 뚝 끊겼을 때는 막막하고 억울하고 서러웠다. 누가 다시 나를 불러줄 때까지 그 자리에 주저앉아 절망하는 것밖에 다른 선택이 없었다. 나 스스로 생태계를 바꿔버리는 용기를 연습했다. ‘직접 만나지 않고도 대규모 강의를 할 수 있는 방법이 있지 않을까? 그래, 라이브로 랜선 강의를 해보는 거야.’ 아무리 큰 위기도 내가 먼저 용기를 내서 다른 길을 택해야 적극적으로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셋째, 50년간 먹고산 힘을 꺼내 쓰는 연습이다. 팬데믹은 우리가 알던 삶의 모든 공식을 바꾸고 있고, 5060의 세컨드 라이프에도 예외가 아니다. 모두가 팬데믹 리스크에 집중할 때 우리 세대는 디지털 리스크와 은퇴 리스크까지 동시에 해결해야 한다. 너무 급하게 온 위기에 방향을 못 잡고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 세대에겐 강력한 힘이 있다. 바로 50년간 먹고산 힘이다. 팬데믹이 아무리 힘이 세다고 해도 50년간 나와 내 가족을 먹여 살린 힘만큼 막강하진 않다. 세상에서 가장 크고 무서운 힘은 먹고산 힘이다. 게다가 우리에겐 불황과 호황을 수차례 겪으면서 몸으로 답을 찾아낸 경력이 있다. 당장 눈앞에 있어서 커 보일 뿐, 멀리서 바라보면 팬데믹도 우리가 겪어낸 불황 중 하나일 뿐이기 때문이다. 김미경 / 유튜브 김미경TV대표

2020-05-13

‘어시스티드 리빙’ 이건 따져보자…위생, 직원 관리 시스템 먼저 확인을

직원들의 코로나 집단 감염으로 문제가 되고 있지만 시니어들에게는 중요한 선택 중 하나다. 홈케어(Home Care) 즉, 집에서 가족이나 방문한 의료인의 도움을 받아 거주하는 경우도 많지만 투약, 간호 등 전문적인 케어가 필요한 경우 보통 ‘어시스티드 리빙(assisted living)’ 즉, ‘보조생활’ 시설에 입주한다. 거동이 불편한 경우도 있을 수 있지만 여전히 중병에 걸리지 않았으며 너싱홈이 아직은 부담스러운 상황에 하게되는 선택이다. 전국에 운영중인 보조생활 시설은 수만여 개에 달한다. LA한인타운 인근에도 무려 300여개가 넘는 시설이 있으며 운영 방식도 영리, 비영리 등 다양하다. 시설들에 입주한 한인들의 숫자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그렇다면 이렇게 많은 시설들 중 시니어 본인에게 또는 부모님에게 맞는 조건과 환경은 어떤 것들일까. 보조 생활 시설을 선택할 때 필요한 확인 사항들을 점검해본다. 1. 필요한 케어가 있나 보조생활시설은 여전히 '독립적인' 시니어들을 위한 곳이지만 현재 휠체어를 타고 있거나 불편한 거동으로 샤워를 할 수 없는 상태라면 관련 서비스가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케어는 자격을 가진 직원들이 충분하게 고용되어 있는지가 핵심이다. 가격이 저렴하다고 해서 선택하다보면 오히려 더 힘든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 가주는 소셜서비스국이 자체 사이트(secure.dss.ca.gov/CareFacilitySearch/Search/ElderlyAssistedLiving)를 통해 보조생활시설의 규모와 수용인원, 직원들의 숫자를 미리 볼 수 있다. 하지만 서류에서만 보는 내용과 직접 방문해 확인하는 것은 천지차이일 수 있다. 사이트를 통해 자료를 수집하고 시니어가 필요로하는 케어 서비스와 전문성을 가진 직원들이 충분히 있는지 직접 방문해서 확인해야 한다. 동시에 입소문도 잘 들어두는 것이 좋으며, 주변에 문의해 이미 시설을 이용한 선험자들을 찾아보는 것도 방법이다. 2. 기관 검증과 라이선스 가주 소셜서비스국 사이트에서는 정부 기관의 정기적인 관리감독을 기록한 내용도 볼 수 있다. 일부 시설들은 위생 또는 사고 등의 문제로 라이선스를 잃거나 보류 중인 곳들도 적지 않다. 만약 시설에 큰 문제가 없어보이는데 정부 제재를 받은 곳이 있다면 그 이유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문제가 있었다면 충분히 해결됐는지도 설명을 요구해야 한다. 동시에 혹시라도 문제가 발생했을 때 시설이 라이선스를 보유하지 못한 경우에는 추후 문제 발생시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질 수 있다. 라이선스와 정기적인 시설 감독이 제대로 이뤄졌다면 더 나아가 공식적으로 제기된 문제 또는 항의에 대해 시설 책임자가 어떻게 조치하고 해결했는지도 검토해야한다. 이런 정보들은 모두 가주 소셜서비스국 해당 사이트에 공식적으로 등록되어있다. 3. 비용 감당이 가능한가 보조생활 시설들은 한달 평균 ‘3800여 달러’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아무리 시설이 좋아도 그 비용이 높다면 현실적으로 선택하기 어려워진다. 오르는 물가와 인건비로 시설들의 비용은 올해 전년대비 평균 3.36%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상 정부의 도움과 보조를 받을 수 없는 부분이라서 재정적으로 냉정해져야하는 부분이다. 따라서 이 사안은 시니어들과 자식들, 또는 경제적으로 부양하는 사람들이 함께 의논해야할 사안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향후 어느 정도의 기간동안 비용이 들어가게 될지 가늠하고 준비해야한다. 4. 의료적인 케어는 개인의 조건에 따라 의료적인 케어는 중요한 부분이다. 시설들은 개별 규정에 따라 직원들이 정기적으로 약을 배부하기도 하고, 의사와의 진료 약속을 대신 잡아주기도 한다. 또한 정기적으로 물리치료사를 동원해 필요한 입주자들에게 치료를 제공하며, 일부에서는 장기간의 흡연, 마약, 음주에 따른 재활 프로그램을 제공하기도 한다. 동시에 상주하는 간호사의 경력과 성향도 눈여겨 봐둘만 하다. 5. 활동과 콘텐츠도 중요 개인적인 건강과 상황에 따라 다를 수도 있지만 시니어들도 누릴 수 있는 활동과 사교 공간도 필요하다. 일부 시설에서는 거동이 가능한 시니어들이 필드트립과 야외활동을 가도록 지원하기도 하고 일부 시설은 계절별로 칵테일 파티를 하기도 한다. 또 장소와 공간 조건에 따라 스포츠 활동도 지원하고 있다. 이런 내용이 필요한 시니어라면 입주 전에 반드시 확인해보고 직접 현장을 경험해볼 필요가 있다. 6. 포함된 부가 서비스들 시설에서도 여전히 시니어들은 기존에 누리던 것들을 기대한다. 케이블TV, 전화기, 와이파이도 구비되어 있는지 볼 필요가 있다. 요리도 취향에 따라 직접하는 시니어들도 적지 않으니 부엌시설 또는 공동 식사가 제공되는 횟수 등도 참고해야 한다. 세탁과 각종 위생용품의 제공 여부도 점검해야 한다. 또한 운전이 불가능하다면 정기적으로 쇼핑이나 장보기가 가능한지도 물어야 한다. 여성 시니어들이 정기적으로 미용실도 다녀올 수 있는지도 확인해둘 필요가 있다. 최인성 기자 choi.inseong@koreadaily.com

2020-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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