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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기 운동은 과유불급 …능력치의 ‘55% 미학’ 지키자

최대 심박수 55%가 적당
두뇌도 과다 사용은 금물
적절해야 건강상태 유지

매사에 최선을 다하면 최상의 결실을 볼 수 있을까. 분야를 막론하고 정상에 오른 승자들을 보면 한결같이 “불굴의 의지로 쉼 없이 노력했다”는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베토벤이 악성(樂聖)이 된 이면에는 천부적 자질뿐 아니라 가난한 음악가 아버지가 피아노 연습을 손가락이 마비될 때까지 시켰다는 슬픈 사연이 존재한다. 피겨 여왕 김연아 선수도 새로운 점프 기술을 익히기 위해 3000번 이상 빙판에 엉덩방아를 찧었다고 알려져 있다. 어느 분야건 전문가가 되려면 최소한 1만 시간의 훈련 기간이 필요하다는 미국 콜로라도대 심리학자인 앤더스 에릭슨의 ‘1만 시간의 법칙’이 통용된다. 얼핏 보면 목표 달성과 노력은 비례 관계인 것처럼 보이지만 복잡한 세상사는 의지와 정성, 시간을 많이 쏟는다고 반드시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은 아니다. 대표적인 예가 건강 관리다.

나이 따라 운동강도 달라야

뛰어난 지적 능력과 성실성을 인정받는 A씨(58·남). 명문대 졸업 후 전형적인 엘리트 코스를 밟아왔다. 과음·과식도 안 하고 담배도 안 피우며 운동도 꾸준히 하는 편이다. 하지만 세월에는 장사가 없는 법. 중년이 되면서 뱃살이 조금씩 늘더니 50대 후반이 되자 젊은 시절에 비해 체중이 10㎏ 가까이 증가했다.

의학적으로 인체는 노화와 더불어 성장호르몬 감소 등으로 근육은 줄고 복부를 중심으로 지방은 증가하다 보니 중년이 되면 10년에 5㎏ 정도 체중이 는다. 그런데 노년기로 향할수록 심폐기능·근력·지구력·호르몬 분비 등이 저하돼 운동해도 원하는 효과나 목표를 달성하기 쉽지 않다.



그러던 A씨가 지난해 1년에 걸쳐 체중을 무려 8㎏이나 줄였다. 비법을 물었다. 그는 “달고 기름진 음식만 피하면서 세 끼를 먹고, 운동은 출퇴근 때 1시간씩 걷기와 퇴근 후 헬스장에서 맥박이 1분에 180번을 기록할 때까지 뛰었다”고 했다. A씨는 체중 감량이 목표인 청년에게는 모범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그의 연령을 고려하면 몸을 혹사한 셈이다. 지금 정도의 운동을 지속하면 관절 손상을 비롯해 건강을 해치는 여러 상황에 직면할 위험이 상존한다.

의학적으로 바람직한 운동 강도는 건강한 성인을 기준으로 했을 때 220에서 나이를 뺀 수치인 ‘최대 심박 수(1분에 뛰는 심장 박동 수)’의 75% 선이다. 다시 말해 57세였던 A씨 건강에 좋은 정도의 맥박은 220에서 57을 뺀 163에서 0.75를 곱한 값인 122회 정도다. 권장되는 운동 강도는 나이 들수록 줄어 노년기에는 맥박이 최대 심박 수의 55% 정도가 좋다. 건강한 70세 노인이라면 운동할 때 맥박이 1분에 90회를 넘지 않아야 하는데 이는 운동할 때 ‘노래는 못해도 대화는 할 수 있을 정도’다.

나이 들수록 달리기보다는 걷는 게 건강에 더 유익하다. 실제 미국의 로렌스버클리연구소는 18~80세 성인 5만 명을 대상을 한 대규모 연구 결과를 통해 걷기가 달리기보다 고혈압(7.2% 대 4.2%), 고지혈증(7% 대 4.3%), 심장병(9.3% 대 4.5%) 등의 발병 위험을 줄이는데 더 효과적이라고 발표했다.

중년 이후에는 과유불급의 진리가 두뇌 건강에도 적용된다. 최근 호주 멜버른대 경제사회연구소는 40대 이상 성인 남녀 6500명을 대상으로 근무시간에 따른 두뇌 활동을 측정한 결과 1주일에 25시간 이하로 일하는 그룹이 가장 효율적이었다. 35시간 이상 일하면 효율성이 줄기 시작해 60시간 이상 일하는 사람의 인지 능력은 아무 일도 안 하는 사람보다 더 낮아졌다. 뇌도 과도하게 사용하다가는 전혀 사용하지 않느니만 못한 것이다. 물론 이는 중년 이후의 뇌에 해당한다.

참고로 나이 들수록 정보를 받아들이고 익히는 뇌세포 기능은 저하된다. 하지만 뇌세포를 서로 연결해주는 수상돌기는 지적 자극을 많이 받을수록 증가하기 때문에 젊을 때부터 독서나 예술 활동을 많이 한 사람은 매사를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능력이 나이 들면서 좋아진다. 독일의 대문호 괴테가 80대에 파우스트를 집필할 수 있었던 이유다. 뇌도 무작정 많이 사용하기보다는 적절한 시간, 좋은 정보로 자극해야 지혜로운 노인이 될 수 있다.

식생활도 중용의 원칙이 적용된다. 현재까지 건강하게 오래 사는 데 좋다고 가장 널리 알려진 방법이 열량을 제한하는 소식(小食)이다. 동물 실험에서도 보통 쥐보다 40% 정도 적게 먹은 쥐가 병도 덜 걸리고 오래 산다. 이 세상에 많이 먹어서 좋은 음식은 없다. 생명 유지에 필수인 물조차 많이 마시면 몸이 붓고 신장에 부담을 준다. 아무리 비싼 음식, 몸에 좋다고 생각되는 음식이라도 약간 부족한 듯 섭취해야 한다.

이렇듯 행복한 노후를 향한 러브에이징을 위해선 중년부터 모든 방면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치의 절반을 약간 상회하는 55% 정도에서 만족할 수 있는 절제의 미덕을 발휘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나치거나 모자라지 않는 정도의 욕심만 내는 인격과 많지도 적지도 않은 중간 지점을 파악할 수 있는 분별력을 겸비해야 한다.

뇌 건강엔 내면 소통이 도움

분석심리학자 칼 구스타프 융은 조화롭고 성숙한 인간이 되려면 인생 전반기에는 현실에 적응하기 위해 구체적인 목표를 세운 뒤 노력해서 성취해야 하며, 인생 후반기가 되면 현실적 성취보다 자신의 내면세계와 소통하면서 자아실현을 향해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한 바 있다. 과연 지금의 나는 인생의 어느 지점에 서 있으며 무슨 일을 해야 할까. 아름다운 노년기를 준비하는 사람이라면 지금부터라도 앞만 보며 달릴 게 아니라 값진 인생을 살기 위해 필요한 실천 방안을 찾아 나서야 한다.

◆황세희 서울대 의대 졸업 후 서울대병원에서 인턴.레지던트.전임의 과정을 수료했다. 서울대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미국 MIT대에서 연수했다. 1994년부터 16년간 중앙일보 의학전문기자로 활동하면서 '황세희 박사에게 물어보세요' '황세희의 남자 읽기' '황세희 의학전문기자의 몸&맘' 등 인기 칼럼을 연재했다.


황세희 / 국립 중앙의료원 건강증진예방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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