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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칼럼] <2309> 골프 살리는 원·스윙 개념

샷 실수 후 대부분의 골퍼들은 ‘헤드업’이라는 지적을 주로 받는다.   실제 골퍼들이 스윙을 하거나 끝나면 90% 이상 헤드업으로 인한 실수를 저지른다.   자각증상은 없지만 임팩트 전에 머리를 들든지, 아니면 목표 방향으로 볼과 함께 딸려나가 스윙궤도가 바뀌며 뒤땅(fat shot)이나 탑핑(topping)도 발생한다.   머리를 움직여서는 안 된다. 그렇다고 ‘꼭’ 붙들어 두라는 것도 아니다.   스윙이란 개인의 신체적 조건과 습관에 따라 합리적인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그렇다면 왜 머리 고정에 실패할까? 이것은 스윙이라는 기본개념을 잘못 인식하고 있는 것에 원인이 있다. 스윙이란 상체와 하체의 반 회전 운동과 팔의 상하운동이 조합되어 세 가지 율동과 함께 클럽이 회전되며 원형의 궤도를 만드는 원(arc) 운동이다.   이 원리를 이해하지 못하면 스윙이 혼란스럽고 원운동을 감지할 수 없으며 손으로 클럽을 회전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앞선다.   즉 몸을 중심으로 평면궤도가 아닌 수직형에 가까워 올바른 스윙궤도를 이탈, 손 조작에 의존하는 샷을 한다는 뜻이다. 특히 오른쪽어깨에 경직이 생기며 오른손으로 볼을 떠올려 다운스윙에서 왼쪽의 움직임이 일시 멈추고 몸 회전이 정지되는 이상한 현상도 발생한다.   따라서 우측 허리 회전이 멈추며 볼을 맞히던 오른손과 어깨의 움직임이 상향조정, 순식간에 헤드업을 제공하는 원인도 제공한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자연히 왼쪽 팔꿈치가 굽어지며 양손을 자신의 몸통 쪽으로 끌어당기며 볼을 쳐 오른쪽의 과다한 힘에 왼쪽이 약해지며 상체의 스웨이(sway)나 헤드업 등이 빈발한다.   헤드업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몸의 경직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 첫 번째 숙지해야 할 사항이고 둘째는 다운스윙 중, 오른쪽어깨가 자신의 턱을 목표 방향으로 밀며 스웨이(sway)는 물론 헤드업을 발생시킨다.     헤드업이나 스웨이를 방지하려면 발상 전환이 필요하고 연습장이나 실전에서 이 같은 실수를 최소화하려면 사물을 이용하는 방법이다.   이 사물이란 골프볼, 헤드 커버, 티펙이나 심지어 골프장의 잔디 조각도 이용할 수 있다.   티펙을 이용할 경우 어드레스 때 자신의 오른발 앞쪽(toe)에 티를 놓는다. 그리고 스윙을 시작해 다운스윙을 지나 임팩트 후, 즉 볼을 친 후 지면에 놓은 티펙을 확실하게 본 후 피니시에 들어가는 방법이다. 이것은 헤드업도 방지할 뿐만 아니라 팔로스루와 클럽헤드의 익스텐션(extension)에도 도움을 줘 일거양득의 효과를 볼 수 있으며 특히 탑 스윙에서 일시 멈춘 후 다운스윙으로 이어져야 스윙을 극대화 시킬 수 있다.   ▶ThePar.com에서 본 칼럼과 동영상, 박윤숙과 동아리 골프도 함께할 수 있습니다. 박윤숙 / Stanton University 학장골프칼럼 골프 스윙 스윙 개념 회전 운동 오른손과 어깨

2024-09-12

[우리말 바루기] ‘반나절’은 몇 시간일까?

‘나절’은 하룻낮의 절반쯤 되는 동안이다. 그렇다면 ‘한나절’은 하룻낮의 절반이다. 즉 하룻낮을 12시간으로 본다면 ‘한나절’은 6시간이 된다. ‘반나절’은 ‘한나절’의 반이므로 3시간이 된다. 너무나 단순하고 쉽다. 이렇게 알고 있는 사람이 많다.   과거의 표준국어대사전은 이렇게 풀이돼 있어 오해하거나 헷갈릴 여지가 거의 없었다. 그러나 2011년 국립국어원은 언어 현실을 반영한다면서 ‘한나절’의 의미에 ‘하룻낮 전체’라는 내용을 추가한다. 그리고 ‘반나절’은 ‘한나절의 반’ 또는 ‘하룻낮의 반’이라고 풀이한다. 여기에서 대혼란이 발생한다.   ‘한나절’은 기존처럼 6시간도 되지만 하룻낮 전체인 12시간도 된다. 그리고 ‘반나절’은 3시간도 되고, 6시간도 된다. ‘전국 반나절 생활권’이란 말은 차를 타고 가서 일을 보고 돌아오는 시간까지 포함하므로 왕복 5~6시간 정도의 거리를 뜻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니까 여기서 ‘반나절’은 6시간인 셈이다.   이렇게 되면 결국 나절과 한나절·반나절이 모두 6시간을 나타낼 수 있으므로 이때는 셋이 동의어가 된다.   ‘한나절’ ‘반나절’은 시간 개념으로서의 효용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정확한 시간을 나타내려면 ‘한나절’ 대신 6시간·12시간, ‘반나절’ 대신 3시간·6시간 등의 표현을 써야 한다.우리말 바루기 반나절 시간 전국 반나절 시간 개념 모두 6시간

2024-09-08

[아름다운 우리말] 언어로 보는 세상

우리가 언어를 보는 관점은 학자마다 조금씩 다릅니다. 언어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학설이 결정되기도 합니다. 언어와 사고와의 관계에 대해서도 논의가 많습니다. 사고가 먼저인지, 언어가 먼저인지는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의 논의만큼이나 풀리지 않는 논제입니다.     인간은 모두 개인입니다. 각각 따로 살고, 따로 보고, 따로 냄새 맡고, 따로 듣고, 따로 느낍니다. 당연히 우리는 주관의 세상을 삽니다. 우리는 나 아닌 사람의 세상을 모르고, 나 아닌 사람의 감각을 모릅니다. 우리는 마치 서로를 알고 이해하는 듯하나 우리는 다른 이의 경험을 직접 공유한 적이 없습니다. 서로 어떻게 보고 듣는지 알 수 없고, 어떻게 느끼는지 전혀 알지 못합니다. 내가 본 대로 본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부모 자식 사이에도, 부부 사이에도, 쌍둥이 사이에도 똑같이 감각을 공유할 수는 없습니다. 내 감각은 나만이 알 수 있습니다.   우리는 내 주관의 세상을 살면서 끊임없이 객관의 세상을 꿈꿉니다. 왜냐하면 주관의 세상에서는 소통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서로를 모르는데 소통을 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서로를 이해하고 하나가 되려고 노력합니다. 공감이나 동감이나 동정은 다 하나가 되자는 표현입니다. 내 속 깊이에 있는 그 무엇이 그의 속 깊은 곳과 맞닿아 있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그렇게 되면 좋겠다고 희망합니다. 이심전심의 세계는 주관과 주관의 소통을 깊이 보여주는 경지입니다.   모두 서로 다른 주관으로 살아간다면 소통은 어렵습니다. 상대의 느낌으로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때 필요한 것이 바로 언어입니다. 언어는 주관을 객관화하는 장치입니다. 우리는 모두 다른 색을 볼지 모르지만 파란색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습니다. 그 이미지 사이에도 차이가 있겠으나 우리는 그 차이마저 지우고 하나로 인식합니다. 그래서 같은 언어를 쓰는 사람은 같은 곳, 같은 것을 바라보게 됩니다. 그래서 우리는 눈이 흰색이고, 하늘이 파란색이고, 불이 붉은색임을 압니다. 저는 언어는 우리 주관이 약속한 객관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언어는 소통의 도구입니다. 화자의 머릿속에 있는 주관적 개념을 언어라는 청각영상을 통해서 구체화, 객관화합니다. 그러면 그 객관화된 언어는 청자의 머릿속에 다시 개념으로 주관화합니다. 언어가 없다면 객관적 소통은 불가능합니다. 그런 점에서 보자면 서로 다른 언어에는 분명하고도 깊은 골짜기가 놓입니다. 서로 이해한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언어가 다르면 머릿속 개념은 일치할 수 없습니다. 어느 언어에서나 바라보는 세계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언어가 한 세계라는 말은 그래서 너무나도 맞는 말입니다. 우리말의 푸른색과 영어의 푸른색은 다릅니다. 우리말의 ‘춥다’와 태국어의 춥다는 느낌이 다를 겁니다. 세상은 그대로 존재하는 듯이 언어로 본 세상은 시시각각 달라지기도 합니다. 언어로 본 세상은 곳곳마다 변화합니다. 언어는 우리 마음과 마음을 이어줍니다. 이심전심이 있다면 그것은 언어의 세상일 수도 있습니다. 마치 언어를 떠나야 마음의 세상이 오는 것처럼 말하지만 언어의 세상이야말로 공통의 세상이고 소통의 세상입니다.     언어가 또 다른 언어를 만나는 순간은 늘 흥미롭습니다. 개인 간의 언어가 만나고, 사회 간의 언어가 만납니다. 서로 다른 언어를 만나 서로의 특별함에 놀라고 기뻐합니다. 그러면 새로운 세계가 열립니다. 모르는 세상이 펼쳐집니다. 언어를 통해서 우리는 세상을 보고 있는 겁니다. 언어가 사고이고, 사고가 언어입니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아름다운 우리말 언어 주관적 개념 주관과 주관 머릿속 개념

2024-07-07

[기고] ‘5·16’을 상기해 보자

1959년 한국을 방문했던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그해 11월 상원 외교분과위원회에 ‘콜론 보고서’라는 것을 제출했다. 이 보고서에는 “한국에는 민주주의의 껍질만 남은 것도 기적이다. 한국에는 민주주의가 적당하지 않은 것 같다. 차라리 인자한 전제정치가 타당할는지 모른다. 교육을 받은 젊은층이 그들의 재능과 힘을 발휘할 곳을 찾지 못해 지식 프롤레타리아트로 발전해갈 상당한 위험성이 있다. 젊은 사람들은 희망을 잃고, 부자는 점점 부자가 되고 가난한 사람들은 점점 가난해 지고, 또 양심이란 것을 지키는 사람은 전부 소외되거나 배척되고, 목적을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자들만이 출세하는 사회이기 때문에 불원 한국 사회는 심각한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4·19’ 민주혁명 성공 이후 집권한 윤보선-장면 정부의 무능한 민낯을 담은 팔리 보고서도 백악관에 제출됐다. 보고서는 “1961년 2월 현재 한국은 병든 사회다. 정부, 언론, 교육, 교회, 기업 등 기본 기관들의 구조가 모두 부정, 부패와 사기로 관통돼 있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적절한 조처를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앞으로 더욱 강한 반미 분위기가 형성될 가능성도 있어 우려된다고 했다. 당시 ‘4·19’가 가져다준 민주주의가 설익은 채 휘청거리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팔리 보고서가 제출 된 지 두 달여 만에 5·16이 일어났다.     로버트 앨런 달은 민주주의를 체계적으로 연구한 정치학자이다. 그는 정치학에서 통용할 수 있는 민주주의 개념을 정립하기 위해 민주주의를 제도적 측면에서 정의하였다. 하지만 그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평범한 사람들이 행복할 수 있는 민주주의 구현을 위한 권력 편재성 등의 조건도 언급했다.  그는 “참다운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행하려면 민주주의를 가능케 하는 경제적, 산업적 기반과 민주주의를 운영할 수 있는 중상층 형성, 국민의 민주시민 의식이 필수”라고 했다. 민주주의 본질을 정의한 것이다.   5.16을 통해 집권한 박정희 대통령은 이러한 민주주의 본질을 정확하게 꿰뚫고 있었다. 그는 “우리는 자유 민주 체제보다 더 훌륭한 제도를 아직 갖지 못했다. 그러나 아무리 훌륭한 제도라 하더라도 이를 지킬 수 있는 능력이 없으면 민주 제도처럼 취약한 제도 또한 없다”고 말했다   장준하는 사상계를 통해 5.16 지지 선언을 했다. 그는 “4·19 혁명이 입헌 정치와 자유를 쟁취하기 위한 민주주의 혁명이었다면, 5·16은 부패와 무능과 무질서와 공산주의의 책동을 타파하고 국가의 진로를 바로 잡으려는 민족주의적 군사혁명”이라고 했다.   박 대통령은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통해 한국을 산업국가로 도약시켰고, 새마을 운동으로 농촌 진흥과 국민의 근면, 자조, 협동 정신을 일깨웠다. 1968년에 선포한 국민교육헌장을 통해 ‘반공·민주정신’에 투철한 애국애족이 우리의 삶의 길이며 자유 세계의 이상을 실현하는 기반임을 강조했다. 세계 현대사는 ‘반공·민주정신’이 없는 민주주의는 제대로 존립할 수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의 자유·민주 체제는 더없이 취약하고 허약한 상태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반공·민주 정신을 굳건히 했기에 남북대결 상황에서 굳건히 나라를 지키며 발전할 수 있었다.   박 대통령은 “우리 후손들이 오늘에 사는 우리 세대가 그들을 위해 무엇을 했고, 조국을 위해 어떠한 일을 했느냐고 물을 때 우리는 서슴지 않고 조국 근대화의 신앙을 가지고 일하고 또 일했다고 떳떳하게 대답할 수 있게 합시다”고 외쳤다. 이것이 5·16의 정당성을 대변하는 말이 아닐까. 박철웅 / 일사회 회장기고 상기 민주주의 본질 민주주의 구현 민주주의 개념

2024-05-28

"혼잡 없애는 게 아니라 재분배"

다음달 30일 시작되는 교통혼잡료 시행과 관련해 세 건의 반대 소송 심리가 17일 진행됐다.   이날 맨해튼 연방법원서 루이스 리먼 판사 주재로 진행된 심리에선 ▶교통혼잡료에 반대하는 뉴요커들이라는 이름의 공화당원들 ▶로어맨해튼 배터리파크시티의 두 거주민 ▶마이클 멀그루 뉴욕시 최대 공립교 교사노조위원장·비토 포셀라 스태튼아일랜드보로장이 각각 제기한 소송의 합동 공방전이 벌어졌다.   쟁점은 연방고속도로청(FHWA) 환경영향평가(Environmental Assessment, EA)의 적절성 여부다. 원고들은 ▶뉴저지주 ▶스태튼아일랜드 ▶브롱스 남부 대기 질이 나빠질 것라며 MTA가 보고서로 이를 발표하고도 방치했다고 했다.   또한 ▶저소득층·유색인종 삶의 질 저하 ▶타주 통근자들에 부당한 비용 유발 ▶소기업 지출 상승으로 인한 경제 위축도 지적됐다.   메트로폴리탄교통공사(MTA)는 ▶전기버스 ▶일평균 400만명이 쓰는 대중교통 시스템에의 10억 달러 예산 확충으로 맞받았다.   재노 리버 MTA 회장은 "모든 소송의 기본 논리는 유사하다"며 "MTA를 향한 게 아니라 4000장 분량의 EA가 부적절하다고 조 바이든 행정부, 즉 연방정부에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4000장 분량, 4년간의 연구가 충분하냐고 묻는다면 그렇다고 답하겠다. 연방정부는 우리에게 A+ 점수를 줬고, 자신있게 강행하는 이유"라고 했다.   두 원고를 대리하는 앨런 클링거 변호인은 "교통혼잡료 개념 자체에 반하는 게 아니다"라며 "적절한 평가가 없다는 게 핵심이다. 혼잡을 없애는 게 아니라 재분배한다. 통근 불편·여행 부담을 초래할 것이며, MTA는 타지역 오염이 늘 것을 알면서도 예방책도 없다"고 했다. 타 원고 변호인 데이비드 케인도 "타지역 피해 완화책은 전무한 수준"이라고 했다.   리먼 판사는 지난해 12월 27일~3월 11일까지 MTA가 공청회를 연 것이 충분하지 않냐고 물었고, 클링거 변호인은 "그렇다. 충분하지 않다. MTA 세수 계획"이라고 했다. 이에 재커리 배넌 FHWA 변호인은 "주민들의 피드백을 받아 광범위하게 검토했다"며 "수십 차례의 세미나를 했고, 수백 명의 의견을 들었다. 이해관계자들은 다 참여했다"고 반박했다.   한편 지난달 3~4일 필 머피 뉴저지 주지사, 마크 소코리치 포트리 시장이 각각 제기한 소송 심리가 뉴저지주 연방법원서 열렸고, 이 때도 EA의 적절성 여부가 쟁점이었다. 당시 리오 고든 판사는 시행 전 결론을 내리겠다고 했다. 강민혜 기자 [email protected]재분배 혼잡 교통혼잡료 시행 교통혼잡료 개념 뉴저지주 연방법원

2024-05-17

[손원임의 마주보기] 자아-네잎클로버

사람은 인식과 느낌, 행동의 주체로서 자아를 갖는다. 이 자아(自我)는 영어로는 에고(ego)라 하며, ‘나’라는 의미다. 우리 자아는 의식의 통일체로서 일관성을 보이며, 태어나 아동기와 소년기를 거쳐 청년기, 성인 초기에 대부분 확립된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인간이란 평생 동안 ‘자아’, 즉 “나는 누구인가?”를 찾아서 끊임없이 생각하고, 자신의 행동을 갈고 닦아가며, 자신을 변화시키며 정체성을 확립해가는 존재다. 이에 자아라는 개념은 철학적으로도, 심리학적으로도, 그리고 의학적으로도 딱히 ‘이것이다’라고 정의하기가 애매하다. 우리는 자아를 개개인을 대상으로 제한적으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그 범위를 넓혀 세상과 만물을 대상으로 광범위하게 바라보고 확대 적용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래서 도덕적인 초자아(superego)라는 개념과 본능(id)과 자아의 균형을 이루는 중용의 도와 법칙이 등장한 게 아닌가.     사실상 자아는 좀 더 세부적으로 말해서, 4가지 구성 요소로 구분해서 이해할 수 있다. 쉽게 생각하자면, 자아를 네잎클로버(four-leaf clover)나 4개의 조각으로 이루어진 직소퍼즐(jigsaw puzzle)에 비유할 수 있다. 첫번째는 ‘자아 인식(self-awareness)’이다. 두번째는 ‘자아 개념(self-concept)’이다. 세번째는 ‘자아 통제(self-control)’다. 네번째는 ‘자아 존중(self-esteem)’이다.     ‘자아인식’은 자신을 타자와 별개의 존재로 자각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 어린이가 자기 가족을 도화지에 크레용으로 그리고 나서, “우리 가족은 아빠, 엄마, 그리고 나 세 명이예요”라고 말하는 경우다. ‘자아개념’은 자아에 대한 정보의 축적이다. 주로 인지발달과 함께 이루어지며, 이는 자존감의 기초를 형성한다.     부모라면 누구나 자식들이 이렇게 하는 말들을 들어봤을 것이다. “나는 얼굴이 우리 아빠/엄마랑 진짜로 많이 닮았어요!” 혹은 “나는 여자가 아니라 아빠처럼 남자라서 힘이 무척 세요.” ‘자아통제’는 자기조절 능력이다. 이는 충동 조절력, 만족지연능력, 좌절감과 분노 조절력을 말한다. 예를 들어, 사탕을 먹고 싶어도 참을 수 있거나, 화가 나도 소리지르지 않고 친절한 말로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표현하는 것이다. 아동의 발달지표에 따르면, 어린이는 이미 두 살부터 자아통제력을 보이기 시작한다.     마지막으로 ‘자아존중’이다. 자아존중감은 자신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로서, 자신을 가치 있고 유능한 사람이라고 믿는 정도에 따라 긍정적 또는 부정적인 경향을 낳는다. 결국 아이가 부모에게서 사랑 받는다고 느끼고, 학교에서도 인정받고, 자신을 이 사회의 필요한 존재로서 인식해야 자존감이 향상되고, 이런 판단은 아이의 올바른 정체감의 형성에 도움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아이가 항상 이렇게 말하고 우울해하면 어떻게 되겠는가? “우리 엄마가 내 성적표를 보고, 내게 ‘바보’라고 큰소리치면서 화내셨어. 나는 정말 ‘멍청해’!” 여기서 중요한 점은 자아의 네가지 하위 개념들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꾸준한 발전과 변화의 가능성이 있다는 데에 있다. 따라서 우리 자신에게도 그렇지만, 특히 우리 자녀의 바람직한 자아 형성을 막거나 방해하지 않도록 하자. 말하자면, 부모가 자식에 대해서 ‘너는 원래 그런 사람이니까’ 혹은 ‘내 아이는 별 수 없어’ 하는 식으로 단념하고 마음의 귀를 닫아버리는 것이 가장 위험하다.     나는 어린 시절에 친구들과 함께 행운의 네잎클로버를 찾아 이곳 저곳을 헤매던 적이 많았다. 하지만 제대로 된 ‘정형의’ 네잎클로버를 발견한 기억은 거의 없다. 아마도 우리는 영원히 우리 삶이 질 때까지 우리 자신의 ‘완전한’ 자아를 이루지도 찾지도 못할 수 있다. 그러므로 우리 아이들에게 너무 완벽을 요구하지도 너무 재촉하지도 말자. 아이들은 숨을 고르고 쉴 공간이 필요하다. 어린이는 자신의 시간표에 따라서, 그들 고유의 재능을 찾아 자신감을 갖고, 사회인으로서 의사 표현의 자유를 누리며 살 수 있는, 그런 “자아의 네잎클로버”를 아름답게 그려가야 한다. (전 위스콘신대 교육학과 교수, 교육학 박사)   손원임손원임의 마주보기 네잎클로버 자아 생각하자면 자아 자아 개념 자아 형성

2024-04-16

[기독교와 사회물리학] 현대교회의 포지셔닝

기업의 마케팅에서 포지셔닝(positioning)은 제품의 품질, 가격, 브랜드 가치, 판매 서비스 등에 대한 이미지를 미래의 잠재적 고객의 마음속에 자리 잡게 하여 현재의 매출이 지속 가능하도록 만드는 판매전략이다. 광고계의 아버지라 불리는 데이비드 오길비(David Ogilvy)는 기업 광고는 소비자와 시장의 관점이 이미지에 있음을 인지하고 브랜드, 제품, 서비스 분야에서 약점과 강점을 파악한 후 기업의 이미지 확립을 위해 장기적인 재정 투자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단기간의 영업활동이 아니라 지속해서 매출을 올릴 수 있도록 시장의 고객들과 끊임없이 소통하라고 제언한다. 포지셔닝 개념을 대중화한 마케팅 컨설턴트 잭 트라우트(Jack Trout)와 알 리스(Al Ries)는 치열한 기업 생태계에서 포지셔닝은 이미지를 구축하는 창조적 활동이며 메시지를 마인드에 침투시키는 전쟁이라고 표현한다. 일반화된 포지셔닝 개념은 현재 세대가 지닌 이미지가 잠재적으로 미래세대의 마음에 자리 잡게 하여 지속 가능하도록 하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현대교회는 전인적(holistic) 신앙의 이미지 포지셔닝을 소홀히 한 것 같다. ‘종교를 갖게 된다면 기독교는 피하고 싶다’, ‘하나님은 좋은데 교회는 싫다’, ‘교회는 가고 싶은데 교인은 싫다’, ‘예수는 좋은데 목사는 싫다’, ‘개독교’, ‘가나안 교인’, ‘플로팅(floating) 그리스도인’ 등의 표현은 예수님을 믿고 구원받은 이들로 이루어진 사랑과 믿음의 공동체로서 현대교회의 이미지가 부정적임을 반영한다. 이제 현대교회는 하나님 나라에 합당한 사람이 되기(살후 1:5) 위해 전인적 신앙을 실천하는 공동체의 이미지를 다시 세워 포지셔닝 해야 한다.   먼저 현대교회는 회심에 대한 이미지를 다시 정립하면 좋겠다. 회심을 통한 내면적 변화는 성화를 이루어 가는 첫걸음이다. 예수 그리스도를 개인의 구세주로 믿고 회심한 변화가 존재적으로만 이해되어 성화에 이르는 실천적 과정이 소홀이 여겨지고 있다. 회심이 성화의 단계까지 전인적으로 일어나 성숙한 그리스도인이 되게 하는 이미지로 포지셔닝 되어야 한다. 성화의 과정은 삶과 생활이 예수님 닮아갈 수 있도록 내면적 변화뿐만 아니라 외형적 행동과 습관의 변화를 이룩한다. 이를 위해 자신을 철저하게 십자가에 못 박고 옛사람을 죽이며 악마의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죄악의 본성과 싸워 승리할 수 있기를 성령께 간구하는 훈련의 여정이다. 신분적으로는 영원한 하늘나라의 시민권을 소유한 그리스도인으로서 어떤 고난과 역경이 닥쳐와도 믿음의 원천에서 흘러나오는 기쁨으로 당당히 맞서며 하나님 나라의 복음을 전하는(눅 4:43) 전도자가 되는 것이다. 캐나다 신학자 지바 크룩 (Zeba Crook)은 회심을 내면적 성찰 경험에 국한하지 않고 하나님과의 인격적 관계 속에서 일어나는 충성의 행동 변화라고 말한다.   또한, 현대교회는 지역의 문화 활동에 참여하여 선교적 공동체의 이미지를 포지셔닝을 할 수 있다. 현대교회는 적극적으로 과학기술 문화를 교회사역에 수용하는 편이다. 그리스도인으로서 받은 문화명령(창 1:28)과 위임명령(마 28:18-20)을 구체적으로 문화 사역에 적용하여 지역사회의 문화적 필요를 채우며 복음을 증거할 수 있다. 큰 교회는 교육관, 체육관, 다목적 실 등을 활용해서 지속적인 돌봄 사역이나 교육 사역을 기획할 수 있다. 지역에 연주자들을 초대하여 공연할 수도 있고, 강사를 초청해 세미나를 열 수도 있다. 작은 교회는 일 년에 한 번이라도 지역사회의 문화행사에 자원봉사로 참여하거나 노인 요양기관이나 어린이 양육기관을 방문하여 공연할 수도 있다. 교회의 규모에 맞게 다양한 문화 사역을 통해 선교적 교회의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고 비신자들에게 섬김의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다. 문화복지에 교회가 관심을 두고 지역사회를 섬기며, 새로운 문화 콘텐츠를 개발하면서 비신자와 파트너가 되고 네트워킹을 이루어 소통하면서 복음을 증거할 수 있다. 바라기는 한국 및 한인교회가 영적 포지셔닝을 통해 미래세대를 교회에 머물게 하고 잠재적으로 복음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존경받는 성숙한 공동체가 되었으면 좋겠다.  조철수 / 목사·맥알렌세계선교교회기독교와 사회물리학 현대교회 포지셔닝 이미지 포지셔닝 포지셔닝 개념 이미지 확립

2024-03-25

[뉴스 포커스] 달라져야 할 ‘시니어’ 개념

‘시니어(senior)’는 주로 일정 연령 이상의 노령자라는 의미로 사용된다. 하지만 딱히 ‘몇 살 이상’이라는 규정은 어디에도 없다. 그러다보니 기준도 제각각이다. 대형 프랜차이즈 식당 가운데도 맥도날드,데니스,아이홉 등에선 55세 이상이면 시니어 혜택을 주지만, 60세 이상 돼야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곳도 많다. LA시와 LA카운티도 차이가 있다. LA시는 60세 이상이면 시 소유 골프장의 그린피를 할인해 주는 반면, LA카운티는 65세 이상 부터 할인이 된다.     다만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시니어의 기준은 65세 이상인 듯하다. 연방정부의 의료보험인 메디케어 혜택을 받기 시작하는 나이가 65세 부터이기 때문 아닐까 싶다. 그러고 보니 한국에서 무료로 지하철을 이용할 수 있는 나이도, 복수국적이 허용 되는 연령도 65세 이상이다. 이 정도 연령이면 은퇴 생활이 시작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요즘 ‘시니어 현역’이 늘고 있다. 과거 같으면 은퇴할 나이에 여전히 왕성환 활동력을 보이는 분들이다. 70대 중반에 아직도 새벽같이 출근하는 한인 기업인도 여든 나이에 업계 트렌드를 파악하기 위해 매일 열심히 공부하는 한인 회장님도 이런 분들이다.           그런데 지구촌 주요 국가들은 인구 노령화를 우려하고 있다. 전체 인구 숫자는 정체, 내지 감소하는데 노령 인구 비율은 점차 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도 예외가 아니다. 가장 최근인 2020년 센서스 자료를 보면 미국의 65세 이상 인구는 5800만 명, 전체 인구의 16.8% 가량 된다. 그런데 이 비율이 매년 높아지고 있다. 베이비부머 세대의 본격적인 진입 영향이다. 드디어 올해는 65세가 되는 인구가 410만 명으로 역대 최대 규모라고 한다. 매일 1만1000명이 65세가 된다는 얘기다. 이런 증가 추세는 1962년 생들이 65세가 되는 2027년까지 지속될 전망이다. 3년 후에는 미국인 5명 중 1명이 65세 이상의 시니어가 된다.       인구 노령화에 대한 우려는 주로 경제적 측면에서 비롯된다. 생산활동 참여 인구가 줄어 성장 동력은 약해지는 반면, 의료·복지 등 사회적 비용 지출은 더 늘어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한마디로 젊은층의 시니어 인구 부양 부담이 더 커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성급한 전망인 듯하다. 요즘 시니어들의 모습이 과거와는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평균 수명이 길어지고 사회·경제적 시스템이 변화하면서 시니어들의 양상도 달라졌다. 과거에 비해 더 오래 일하고 자녀들에 대한 의존도도 줄었다.      여론조사 기관인 퓨리서치센터의  지난해 조사에 따르면 65세 이상 미국인 가운데 20% 가량은 여전히 일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비율은 35년 전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는 것이다. 더구나 일하는 시니어의 3분의 2는 풀타임 직업을 갖고 있다고 답했다.      시니어들의 자산 규모도 계속 늘고 있다. 연방준비제도의 소비자 금융 조사에 따르면 65~74세 사이의 중간 순 자산 규모는 41만 달러로 조사됐다. 2010년의 28만여 달러에 비해 10여 년 만에 50% 가까이 늘었다. 시니어 자산 가치 증가는 주택가격 상승과 다양한 은퇴 투자 플랜 덕이다. 과거 시니어들이 주로 연금에 의존해 생활했다면 지금은 은퇴 투자상품, 사회보장연금 등 수입원이 다양하다. 그리고 자산과 수입이 늘다 보니 시니어 그룹은 새로운 소비층으로 부상하고 있다. 많은 기업들이 신흥 시장의 등장에 주목하는 이유다.   시니어 층의 부상은 경제적 측면뿐 아니라 사회적으로 다양한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이들의 활동 반경이 과거의 시니어들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이제 ‘시니어’의 개념도 달라져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은퇴 생활을 시작하는 시기가 아니라, 인생의 다음 단계를 설계하는 시기로 말이다. 김동필 / 논설 실장뉴스 포커스 시니어 개념 시니어 인구 시니어 혜택 시니어 현역

2024-02-08

[우리말 바루기] 갑진년(甲辰年)

2024년 새로운 태양이 희망을 머금고 힘차게 솟아올랐다. 음력 간지(干支)상으로 올해는 갑진년(甲辰年), ‘푸른 용(청룡)’의 해다.   간지상의 해는 10간(天干)과 12지(地支)가 순차적으로 배합해 만들어진다. 60가지 조합이 반복되므로 육십갑자 또는 줄여 육갑이라 부른다. 띠는 사람이 태어난 해를 12지가 나타내는 동물의 이름으로 이르는 것이다.   용은 12간지 중 유일하게 상상 속 동물이며 신비로운 이미지로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용띠 해에 태어난 사람은 창의력과 상상력을 발휘하는 일에서 적응을 잘 한다고 한다. 또한 정직하고 공정한 성향으로 주변 사람들에게서 존경받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올해는 4년마다 찾아오는 윤년(閏年)이기도 하다. 윤년은 지구가 태양을 공전하는 시간과 보통 1년 365일로 돼 있는 달력의 시간 차이로 인해 발생하는 오차를 줄이고자 4년에 한 번 1년의 날짜를 366일로 정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올해는 2월이 29일까지 있다.   갑진년, ‘푸른 용의 해’와 같은 간지상 개념은 음력으로 따진다. 따라서 정확하게는 아직 계묘년(癸卯年) ‘검은 토끼의 해’다. 설날(음력 1월 1일)인 오는 2월 10일에야 비로소 갑진년이 시작된다.     “2024년 갑진년 새해가 밝았습니다”라고 하는 경우가 있다. 요즘은 대부분 양력으로 해를 구분하므로 음력으로 갑진년이 들어 있는 해라는 점에서 어느 정도 용인할 수 있는 부분이라 생각된다.우리말 바루기 간지상 개념 시간 차이 대부분 양력

2024-01-02

[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시간을 찾아서

크리스마스 캐럴이 한창일 때 / 숲속 집은 거의 지어지고 있다 / 추운 마음 손을 녹이고 / 하루하루 뜨거운 삶을 살아간다 / 늦게 도착한 어두워지는 행성 / 무사한 하룻길을 뒤돌아보는 시간 / 함께 맞이하는 생소한 아침도 / 당신의 손으로 준비한 빛나는 시간이었음에 / 가슴을 채우며 다가오는 생명 숨소리 / 녹아내리는 삶은 쌓인 눈의 무게보다 가볍지 않기에 / 너는 왔던 길을 뒤돌아본다 / 그믐이 지는 하늘을 건너 우리 뜨거웠던 하늘 가 / 멋모르고 만들었던 숲속 집으로 / 노을을 안고 시간을 거슬러 숲으로 간다     산책길이 이리 아름다울 수가 없다. 크리스마스를 2주 앞둔 겨울. 징글벨이 울리고 산타 할아버지가 눈썰매를 타고 지붕 굴뚝에 내려와 아무도 모르게 착한 아이에게 선물을 주고 간다는 눈 덮인 동네에 봄 같은 겨울이 찾아왔다. 잔디가 파릇해지고 하늘이 높고 푸르다. 숲속을 걷다 보면 산새들의 노랫소리가 청명하다.     걷다 보면 만나는 풍경들이 있다. 평소엔 대수롭지 않게 바라보던 하늘, 노을을 배경으로 떠 있는 구름 한 점만으로도 다른 분위기를 내기도 한다. 낙엽이 두껍게 깔려있는 좁은 길가로 빽빽하게 나무들이 줄지어 서 있어 돌아오는 길을 자칫 잃어버릴 수도 있겠다 생각했다. 덤불 사이로 길을 내기도 하고 끊어진 길을 되돌아 나오기도 하였지만 휴대전화의 셔터를 마구 누를만큼 풍경이 내게로 왔다. 삐죽이 튀어나온 갈대가, 바닥에 떨어진 낙엽 한 장이, 돌멩이에 피어난 이끼가, 어두워지는 하늘에 흐르는 구름이, 언덕에 걸려있는 노을 한 장이 그토록 마음을 위로할 줄은 미처 몰랐다. 세상 어느 구석을 바라보아도 아름답지 않은 곳은 없다.   그 아름다움을 눈으로 찾아내고 마음에 담지 못함은 나의 눈과 마음이 열려있지 못한 까닭이리라. 당신의 손은 오늘도 빛나는 하루를 펼치는데 눈을 가리고 입을 막고 있음은 손에 쥐어도 버리고 갈 것만 찾는 우리의 멍든 가슴 때문은 아닐런지. 변해가는 하늘을 바라보다 쉼 없이 우리 곁을 지나가는 시간을 본다. 붙잡고 싶었다. 달려가 앞서 보기도 하고, 옷소매를 부여잡아 끌어보기도 하였지만 시간은 돌아 보지 않는다.     그리스 신화에 시간의 신 크로노스(Chronos)는 달려가는 젊은 청년의 모습, 발에는 날개가 달려 있고 오른손에는 날카로운 칼이 들려 있으며, 이마에는 곱슬곱슬한 머리카락이 늘어뜨려져 있지만 뒷머리에는 머리카락이 한 오라기도 없다. 쉼 없이 달려야 하니 발에 날개가 달려 있고, 창끝보다 날카로와야 하기에 오른손에 칼이 들려 있고, 만나는 사람이 잡을 수 있도록 앞이마에 머리칼이 늘어뜨려져 있으나, 지난 후에는 누구도 잡을 수 없도록 뒷머리가 없음을 의미한다. 시간은 곧 기회이지만 한번 놓친 기회는 다시 오지 않는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게다.     그런데 고대 그리스인들은 절대적이며 수학적 측면에서 수량화가 가능한 시간을 주관하는 크로노스(Chronos) 외에 질적인 시간을 주관하는 카이로스(Kairos)라는 신을 이야기하고 있다. 전자는 일상적이며 안정과 지속을 상징한다면, 후자는 축제와 같은 비일상적이며 기회와 변화, 행복과 불행 등을 상징하고, 또한 인간의 의지에 의해 정의되기도 하는 시간 개념이라는 점에서 시간을 바라보는 우리의 답답한 마음을 위로해 준다.     우리는 크로노스의 삶을 살아야 하지만 순간순간 나에게 다가오는 시간을 카이로스(Kairos)의 시간적 개념으로 살아야 한다. 카이로스의 시간은 눈금 같은 시간이 아니라 풍요롭고 사랑스러우며 창의적이다. 나는 노을을 안고, 바람에 기대어 시간을 거슬러 숲으로 가고 있다. (시인, 화가)     신호철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시간 시간적 개념 하늘 노을 크리스마스 캐럴

2023-12-11

[우리말 바루기] ‘리터’의 표기법

미국은 미터법이 자리 잡지 못한 국가다. 여러 차례 시도에도 관습을 이기지 못한 탓이다.   우리의 평수 개념이 끈질긴 생명력을 보이는 것과 마찬가지다. 땅 면적에 ㎡를 쓰라고 법률로 못 박았지만 일상에선 평(약 3.3㎡)이 혼용되는 실정이다.   1963년 계량법에 따라 척(尺)·승(升)·관(貫) 등으로 길이·부피·무게를 재는 척관법 대신 미터법을 쓰도록 했다.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미터법은 길이·너비는 미터(m), 부피는 리터(L), 질량은 킬로그램(㎏)을 기본 단위로 하는 십진법을 사용한 도량형법이다. 83년엔 건물·토지 지적에도 ‘평’을 못 쓰게 했다.   2007년엔 법정 단위 사용을 의무화했다. 부동산을 평 대신 ㎡, 금을 돈 대신 g으로 거래하도록 단속에 나섰다.   미터법에 의한 단위의 읽기와 쓰기에도 규칙이 있다. 아직도 많은 사람이 넓이 단위인 ㎡를 ‘평방미터’로, 부피 단위인 ㎥를 ‘입방미터’로 잘못 읽는다. 도량형 표준화에 따라 각각 ‘제곱미터’ ‘세제곱미터’로 읽어야 한다. 건설분야에 뿌리 내린 대표적인 일본어 찌꺼기다. 평방미터를 축약한 ‘평미(平米, へいべい)’, 입방미터를 줄인 ‘입미(立米, りゅうべい)’에서 온 말이다.   미터법을 표기할 때 가장 많이 보이는 오류는 ‘리터’다. 필기체 ‘ℓ’은 바른 표기가 아니다. 정자체 L 또는 l이 국제적으로 공인된 기호다. 우리말 바루기 표기법 대신 미터법 도량형 표준화 평수 개념

2023-12-01

[아메리카 편지] 오리? 아니면 토끼?

어느덧 14개월 된 딸이 요즘 온갖 동물 그림에 빠져 하나하나 손가락질하며 물어본다. 돼지 그림을 보면 “꿀꿀”, 코끼리가 보이면 “뿌우웅”, 말을 보고는 “이히힝” 소리를 낸다. 물론 아직 아이가 실제 동물을 본 건 아니다. 그런데도 그 어린 나이에 다양한 양식으로 그려진 동물을 정확히 분별하는 게 신기할 뿐이다.   시대별 회화 양식을 천착한 20세기 중반 미술 이론가 에른스트 곰브리치는 그 당시 심리학 연구를 동원해 우리가 재현된 이미지를 어떻게 인식하는지에 관해 중요한 연구를 했다. 비트겐슈타인으로 유명해진 ‘오리-토끼 그림’(사진)은 어떻게 보면 토끼로 보이고 어떻게 보면 오리로 보이는데, 아무리 노력해도 동시에 두 동물을 보기 힘들다. 곰브리치는 이를 이용해 우리가 그림을 인지하는 능력은 상상력이 동원되는 두 단계의 절차라고 생각했다. 일단 그림 자체의 물질적인 요소를 감지하고, 그러고 나서 그림이 나타내는 실체를 파악한다고 보았다.   반면에 동시대 철학자 리처드 볼하임은 곰브리치와는 달리 그림을 인지하는 과정은 두 가지 측면을 동시에 담은 복합적인 하나의 절차로 파악했다. 눈에 보이는 그림의 물리적인 요소(색·모양 등)를 감지하는 동시에 그림이 나타내고자 하는 실체를 이해한다고 보았다.   흥미롭게도 이 두 이론가는 모두 그림이 나타내고 있는 ‘실체’를 이미 알고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돼지라는 동물을 한 번도 보지 못한 우리 딸은 여러 가지 그림이 나타내는 무언가의 공통분모를 파악하고 그 개념을 추상적으로 감지하고 있다. 그런 딸을 보고 있으면 나는 플라톤의 이데아 사상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된다. 플라톤에 따르면, 이 세상의 수많은 돼지는 가장 돼지다운 추상적인 돼지 개념(이데아)의 불완전한 복사본일 뿐이다. 그 개념을 감지하는 어린아이의 지혜는 참으로 경탄스럽다. 김승중 / 고고학자·토론토대 교수아메리카 편지 토끼 돼지 그림 동물 그림 돼지 개념

2023-07-28

[브랜드 이야기] 돌멩이 하나로 새 두 마리를 잡으려면?

동물의 세계에서 서로 협조하면서 공생 관계를 유지하는 현상을 ‘심바이오시스(symbiosis)’라고 한다. 물떼새들과 악어의 공생관계는 잘 알려진 예다. 악어새로도 불리는 물떼새는 악어의 입속에 남아있는 고기 찌꺼기를 처리한다. 이를 통해 물떼새는 먹이를 얻고, 악어는 입 안 청결의 이익을 얻게 되는 것이다.     얼룩말과 타조의 공생관계는 더 놀랄만하다. 얼룩말은 시력은 상당히 발달한 데 비해 후각은 그렇지 못하다. 반면 타조는 후각은 상당히 발달했지만 시력은 약하다. 맹수의 위협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얼룩말의 시력과 타조의 후각이 공조하는 형태의 공생관계는 신기할 따름이다.   우리는 공생 관계를 각각의 개체가 최소한의 노력으로 최대의 효과를 얻을 수 있는 효율성의 관계로 이해할 수 있다. 공생 관계에서 나오는 효율성은 분업형태에서도 같다. 그러나 필자는 또 다른 형태의 효율성에 대해 알아보려고 한다. 그것은 우리에게 친근한 상승효과 (synergy)다.     상승효과는 ‘돌멩이 하나로 두 마리 새를 잡는다’는 말로 쉽게 설명이 된다. 돌멩이 하나로 새 한 마리도 잡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한데 새 두 마리를 동시에 잡는다는 것은 높은 효율성의 좋은 예가 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브랜드 전략에 상승효과의 효율성을 활용할 수 있을까? 우선 새를 잡으려는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요구조건 (수단)들을 확인해야 한다. 돌멩이도 있어야 하고 숨어서 돌을 던질 수 있는 장소도 필요하며, 새도 여러 마리가 모여있는 장소여야 한다. 또 새들이 도망가지 않도록 주위 환경도 조용하여야 할 것이다. 만약 이런 요구 조건들이 서로 보완적인 기능을 갖춰 도와준다면 목적은 더 효율적으로 달성할 수 있게 된다. 이것이 상승효과다.     즉, 상승효과를 위해서는 두 가지 원칙이 요구된다. 첫째, 특정한 목적을 위해 동원되는 요구조건들 각각이 목적과 직접 연결되는 일관성의 원칙이다. 두 번째는 그 조건들이 상호 도움을 주는 보완성의 원칙이다. 이 두 가지 원칙이 만족되면  우리는 브랜드 전략에서 높은 효율성을 기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돌멩이가 몸을 숨기고 던져 새를 잡는데  알맞는 크기고, 숨을만한 장소도 새들과 가까이 있으며, 새가 3~4마리가 아니라 떼로 모여 있는 장소이고, 주위 환경이 언제나 조용한 장소면 이 요구 조건들은 분명히 서로 보완성을 갖게 된다. 이러한 경우에 돌멩이 하나로 새 두 마리를 잡을 수 있는 가능성은 상당히 높아질 것이다.     한인들도 잘 알고 있는 한국의 브랜드들을 통해 상승효과의 매력을 구체적으로 알아보자.     1960년대 이후 한국인의 입맛은 오랫동안 조미료 ‘미원’이 지배하고 있었다. 제일제당은 1968년 ‘미풍’이라는 조미료 회사를 인수해 이 막강한 브랜드에 도전했지만 한마디로 참패를 맛봤다. 제일제당의 자존심은 땅에 떨어졌고, 절치부심하며 8년이 흘렀다. 제일제당은 1975년 새로운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것이 ‘다시다’ 역사의 시작이었다.     제일제당은 미원이 주도하고 있었던 조미료 시장을 ‘화학조미료’ 시장으로 규정하고, 소비자의 인식을 ‘화학조미료 vs 천연 조미료’로 바꾸는 작업을 시작했다.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 그 유명한 ‘고향의 맛… 다시다’였고 드라마 ‘전원일기’로 유명했던 김혜자씨를 모델로 내세웠다.     또한 천연 조미료 개념을 확산시키기 위해 ‘고향의 맛을 찾아서’라는 캠페인을 벌이며 “그래, 이 맛이야~”라는 감성적 메시지를 전달했다. 고향의 저녁노을과 밥 짓는 모습을 연상시키는 장치를 통해 한국인의 정서를 자극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천연 조미료의 개념에 ‘고향의 맛’ 이라는 브랜드 슬로건과 광고 모델, ‘고향의 맛을 찾아서’라는 캠페인 모두 일관성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또 이 요소들은 서로 도움이 되는 높은 수준의 보완성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다시다’의 역사가 48년이나 되었지만 아직도 소비자들의 뇌리에는 ‘고향의 맛’ ‘그래 이 맛이야’라는 핵심 메시지가 여전히 남아있다. 다시다는 미원으로 대표되던 기존의 발효 조미료 시장을 복합 조미료 시장으로 전환했고, 이 시장에서 70% 수준의 압도적인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또 한가지 예는 식품업체 풀무원이다. 한국에서 유기농 먹거리 판매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1980년 중반부터다. 그 당시 유기농 식품 개념은 미국에서도 생소한 것이었다. 풀무원의 기업 이념은 가족들이 먹을 수 있는 ‘바른 먹거리’를 소비자들에게 제공한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목표를 위해 풀무원이 택한 일련의 전략은 풀무원이 한국의 소비자들에게 유기농 음식과 자연식품의 대표 기업으로 인식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첫째, 회사가 판매하는 모든 제품에 인공 조미료와 색소, 그리고 부패 방지용 화학 성분들을 일절 사용하지 않는 것이었다.  둘째, 소비자에게 모든 제품을 신선하게 공급하기 위해 냉장 유통체계를 구축했다. 셋째, 모든 제품에 GMO(유전자 변형 농수산물) 원료를 사용하지 않았다. 그 이외에 여러 가지 혁신적인 정책과 전략들이 만들어지고 시행됐다.     상기한 세 가지 전략은 바른 먹거리 원칙과 일관적으로 관련이 있다. 게다가 각각 상호 효과를 높여주는 보완성을 보여준다.  특히 첫째와 둘째 정책의 보완성은 특기할 만하다. 아무리 방부제와 인공색소 등이 함유되지 않은 바른 먹거리를 생산한다고 해도 신선도가 유지될 수 없는 비냉장 유통으로 소비자들에게 공급하였다면 그것은 비보완성의 극명한 예가 됐을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풀무원은 상당한 비용과 위험부담에도 불구 냉장유통을 고집해 보완성의 극대화가 가능했다. 바로 이런 상승효과로 인해 소비자들은 풀무원 브랜드를 바른 먹거리를 판매하는 상표로 인식하고 있다. 1980년 중반, 유기농 개념이 전무하던 시절 중소기업이었던 풀무원이 시행한 전략들은 엄청난 효율성으로 돌멩이 하나로 새 두 마리를 잡은 것과 다름없었다.   박충환 / 전 USC석좌교수브랜드 이야기 돌멩이 상승효과 조미료 시장 조미료 개념 돌멩이 하나

2023-07-04

밴쿠버 영상산업과 한국의 K-콘텐츠 관심 갖겠다

 5월말에서 6월 초까지 아시아 4개국에 무역사절단 개념으로 다녀온 BC주 수상과 장관들이 한국 K-컨텐츠와 협력하는 사업에 관심을 갖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BC주의 데비드 이비 주수상과, 재그럽 브라(Jagrup Brar) 국무부통상 장관(Minister of State for Trade) 장관, 그리고 브렌다 베일리(Brenda Bailey) 고용경제개발혁신부 장관(Minister of Jobs, Economic Development and Innovation)은 지난 20일 오전 11시 15분에 줌을 통해 아시안 언론들과 라운드테이블 미팅을 가졌다.   이번 회의는 한국과, 일본, 싱가포르, 베트남을 무역사절단으로 다녀온 성과를 해당 국가 이민자 언론을 통해 알리기 위한 자리로 마련됐다.   이에 따라 본 기자를 포함한 한인 언론과, 베트남, 일본 언론들이 초대됐다.   베일리 장관이 주관한 이번 회의에서, 이비 주수상은 "현재 제일 무역 파트너인 미국과 중국간 관계가 악화되고, 캐나다와 중국 외교 관계도 경색되고 있어, 새로운 통상을 위한 파트너가 필요하다는 생각해 BC주의 3번째 4번째 무역 교역국인 일본과 한국을 포함한 싱가포르, 베트남을 방문하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들 아시아 국가를 선택한 것에 대해 이비 주수상은 "BC주가 태평양에 접한 주로 태평양 연안 국가와 문화 경제적으로 깊은 유대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며, BC주에 해당 국가의 이민사회가 크다는 것도 한 이유로 들었다.   이어진 베일리 장관은 화상회의에 늦게 참여하는 브라 장관을 대신해 한국과 일본 방문 성과에 대해 브리핑 했는데, 한국과 일본에는 주로 IT 관련 기업과의 관계를 모색을 중점으로 두고 밴쿠버에 투자를 한 일본의 소니와 한국의 카밤을 방문했다고 밝혔다.   특히 한국에서는 세계 최대 규모의 시각효과(VFX) 스튜디오 중 하나인 VA스튜디오를 방문했다고 소개했다. 이는 밴쿠버가 갖는 영상 인프라와의 협력을 통해 한국의 관련 기업이 북미로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모색했다는 설명이다.   질의 시간을 통해, 밴쿠버가 노스헐리우드라고 불릴만큼 영상 인프라가 발달되어 있고, 한국은 오징어 게임 등 K-콘텐츠가 넷플릭스와 같은 OTT를 통해 세계적으로 크게 성장하고 있어 서로 협력을 해서 시너지 효과를 볼 수 있는 기회가 있는 것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이에 대해 베일리 장관은 "오징어 게임과 기생충 등을 밴쿠버 필름 페스티발 등을 통해 봤다"며, 영상, 애니메이션, 비디오 게임 등 각기 다른 3가지 산업에서의 기회를 다 협력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비 주수상은 "한국 영상 산업계에 BC주의 관련 기반 시설과 능력에 대해 소개하는 기회를 제시했다"며, 향후 더 적극적으로 한국 영상 콘텐츠 업계에 더 많이 BC주의 역량을 알리는데 다음 무역사절단이 집중해 달라는 본 기자의 제안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         표영태 기자영상산업 밴쿠버 고용경제개발혁신부 장관 국무부통상 장관 무역사절단 개념

2023-06-23

[브랜드 이야기] 기업도 ‘정체성’이 있어야 성공한다

고객들이 제품의 우수성은 인지하지 못하고 가격에만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는 사업주들의 불평을 자주 듣는다. 하지만 확실한 브랜드 차별화 없이 고객의 충성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그렇다면 어떻게 성공적인 차별화가 가능할까? 막대한 홍보비용 지출 없이 효과적으로 차별화할 수 있는 방법들을 생각해 보자.   브랜드 차별화는 두 가지 요인에 의해 이뤄진다. 내재적 요인과 외재적 요인이다.     내재적 요인은 제품의 성능, 혜택 또는 서비스 등 브랜드 자체에 존재하는 것들을 말한다. 반면 외재적 요인은 고객에게 제품의 독특한 특징들을 알려주는 일종의 신호들(signals)로 종류는 다양하다. 이 외재적 요인들이 브랜드 차별화에 끼치는 영향력은 내재적 요인에 상응할 만큼 크다. 그렇다면 외재적 요인에 의한 차별화 방법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외재적 요인 중 첫 번째는 ‘브랜드 개념 (brand concept)’이다. 이것은 제품의 특징 또는 브랜드가 추구하는 방향을 간단한 슬로건 형태로 표현한 문장이다. 그런데 많은 브랜드가 기억에 남을만한 슬로건조차 없는 경우가 많다.     1848년 탄생해 지금까지 소금 시장 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는 모톤 솔트(Morton salt)를 예로 들어보자. 소금은 그 당시는 물론 지금도 차별화가 매우 어려운 제품이다. 왜냐하면 소금은 소금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톤은 미국의 소비자 대부분이 기억하고 있는 슬로건을 브랜드 개념으로 설정해 차별화에 성공했다. 그 슬로건은 ‘When it rains, it pours(비가 와도 흘러나온다)’ 이다. 즉, 모톤의 소금은 비가 오는 날에도 뭉치지 않고 용기 밖으로 잘 나온다는 의미다.       그 이외 잘 알려진 브랜드 슬로건들이 많다. 나이키의 ‘Just Do It’, 디즈니의 ‘The happiest place on earth’, 드 비어스의 ‘A diamond is forever’, BMW의 ‘The ultimate driving machine’, 올스테이트의 ‘You’re in good hands’, 그리고 홀마크의 ‘When you care enough to send the very best’ 등이다.     제품뿐만 아니라 유명인들의 브랜드 슬로건도 있다.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Do not ask what your country can do for you, ask what you can do for your country’과 인권운동가 마틴 루터 킹 목사의 ‘We have a dream’ 등이다.     두 번째는 브랜드 로고다. 브랜드 로고의 중요성은 지난 번 칼럼에서 이미 강조한 바 있다. 사진에서 보듯이 소녀가 비 오는 날에 우산을 쓰고 모톤사의 소금통을 거꾸로 들고 있는 모습은 미국의 소비자 대부분이 인지하고 있는 전설적인 로고다. 흥미있는 사실은 이 로고가 용기에 그려져 있다는 점이다.     이처럼 제품 포장이나 용기에 있는 로고는 브랜드 차별화에 상당히 효과적이다. 나이키가 35달러를 주고 사용하기 시작한 스우시(swoosh) 로고는 브랜드 차별화에 엄청난 영향을 끼쳤으며 현재 이 로고의 가치는 현재 350억 달러나 된다니 놀랄만한 일이다.      세 번째는 제품디자인과 포장이다. 제품 디자인과 포장은 제품 보호 역활도 하지만 동시에 소비자의 시각을 끄는 역활도 한다. 애플(Apple)의 포장 디자인은 제품 차별화에 엄청난 기여를 했다. 또 ‘티파니 블루(Tiffany‘s Blue)’라는 말도 있다. 이 말은 보석업체인 티파니의 포장이 푸른색인 것에서 유래됐다.     이밖에 날렵하면서 화려하고 재미있게 디자인된 앱솔루트 보드카(Absolute Vodka)의 병은 소비자들에게 파티에서 마셔야 할 술로 생각하게 한다.       이런 브랜드 차별화의 외재적 요인들을 한인 업체들도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브랜드 개념을 대변하는 슬로건, 로고 그리고 포장 디자인은 차별화에 기여하는 요소들이다. 그러나 이들 요소의 효과를 극대화 하기 위해서는 상호 보완적 관계를 갖도록 해야 한다.     먼저 차별화가 어려운 소금 제품의 차별화에 성공한 모톤은 ‘When it rains, it pours’라는 쉬운 용어의 슬로건을 만들어 제품의 강점을 표현했다. 그리고 노란색의 비옷에 우산을 쓴 소녀가 소금통을 거꾸로 들고 있는 포장 용기를 통해 슬로건의 효과는 더 커진다. 놀랍게도 180년 전 선보인 최초의 포장 용기와 최근의 포장 용기는 유사하다.     모톤 소금 브랜드에서 이들 세 가지 요소들의 상호 보완성은 명확하다. 고객들은 모톤 소금 용기를 볼 때마다 브랜드 슬로건과 로고를 동시에 기억하게 된다. 이들 세가지 요소들이 상호 보완성을 통하여 모톤 브랜드의 정체성(identity)을 분명하게 나티내고 있다.   또 다른 성공적인 상호 보완의 예인 나이키를 보자. 나이키의 ‘Just Do It’ 슬로건, 포장지의 스우시 로고, 그리고 제품에 붙어있는 스우시 로고는 나이키의 브랜드 정신을 표현하고 있다. 더는 미루지 말고 당장 운동을 시작하라는 메시지가 시각적으로 강하게 나타나 있다. 이것이 나이키 브랜드의 정체성이다.     모톤이나 나이키의 예에서 보듯이 슬로건과 로고, 그리고 포장 디자인이 상호 보완성을 통해 고유의 정체성을 만들면 브랜드 차별성은 극대화 된다. 이 정체성이 차별화에 주는 영향은 몇십년이 지나도 소비자에게 쉽게 기억된다.     이 정체성은 우리가 잘 알려진 음악을 듣거나 그림을 보면 쉽게 그 작곡가나 화가를 떠올리는 것과 같다. 그리고 베토벤의 음악인지 모차르트의 음악인지, 또는 피카소의 그림인지 달리의 그림인지 쉽게 구별할 수 있게 한다.  이미 그들의 정체성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별명 또한 브랜드의 정체성과 같은 역활을 하고 있다. 별명을 들으면 쇱게 누구인지 그리고 어떤 사람인지 쉽게 상기가 된다.   이미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거나 새로 시작하려는 한인들도 기업의 정체성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는 것이 성공을 위해 필요한 일이다.    박충환 / 전 USC석좌교수브랜드 이야기 정체성 성공 브랜드 차별화 브랜드 슬로건들 브랜드 개념

2023-03-14

교통혼잡료 동상이몽, 또 흐지부지되나

뉴욕시가 추진 중인 교통혼잡료 부과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일고 있다. 뉴욕시정부와 메트로폴리탄교통공사(MTA) 등은 대중교통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려면 교통혼잡료 부과가 필수적이라고 주장하는 한편, 뉴저지주 주민과 정치인들은 이중과세라며 반발하고 있어 합의점이 쉽게 모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교통혼잡료는 맨해튼 60스트리트 남단 상업지구에 진입하는 운전자들에게 최대 23달러를 부과하는 것을 말한다.   9일 뉴욕타임스(NYT)는 “도심에 차가 너무 많다는 데에는 대부분 동의하면서도, 아무도 교통혼잡료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 분위기”라며 각자 상황에 따라 내놓는 해결책도 제각각이라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교통혼잡료 개념은 앤드류 쿠오모 전 뉴욕주지사가 추진하기 시작했지만, 수년째 세부 사항을 확정하지 못하고 지지부진한 상태다.   적극 찬성하는 측은 뉴욕시와 MTA다. 재노 리버 MTA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교통혼잡료로 환경 문제를 해결하고, 대중교통 개선에 자금을 투입할 수 있다”고 수차례 주장했다. 싱가포르·밀라노·런던 등엔 교통혼잡료가 도입돼 약 12년간 차량 수가 39% 줄었고, 뉴욕시에서도 최대 20% 차량 통행을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상업용 트럭 통행량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MTA는 예상했다.   하지만 매일 뉴저지주와 뉴욕주를 오갈 수밖에 없는 직장인, 상업용 트럭 운전자, 택시·우버기사 등의 불만은 클 수밖에 없다. 이미 비싼 통행료를 부담하는 뉴저지 통근자들이 교통혼잡료까지 추가로 부담하면 ‘이중과세’라는 지적도 나온다. 상업용 트럭 운전자 콘스탄틴(37)은 “결국 교통혼잡료는 트럭으로 배송되는 물건 가격까지 높여 소비자 부담만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교통혼잡료 부과 정책에 찬성하지 않는 사람이 4분의 3에 달한다는 분석 결과도 나왔다. 조시 고트하이머(민주·뉴저지 5선거구) 연방하원의원은 “MTA가 지난달 진행한 6번의 공청회에 참석한 사람들의 75%가 교통혼잡료에 찬성하지 않는다고 답했다”며 “MTA는 이 제안을 철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통혼잡료에 반대하는 이유로는 ▶이중과세 ▶MTA의 현금갈취 ▶지역사회 피해 ▶소상공인 타격 등이 꼽혔다.   김은별 기자 [email protected]교통혼잡료 동상이몽 교통혼잡료 동상이몽 교통혼잡료 부과안 교통혼잡료 개념

2022-09-09

[기독교와 사회물리학] 교회의 지속가능한 발전

 21세기에 접어들면서 지속가능한 발전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에 대한 개념은 사회, 경제, 정치에서 사용되지만 상세한 의미는 다르다. 일반적으로 지속가능한 발전은 1987년 세계환경발전위원회에서 밝힌 ‘우리 공동체의 미래’ 보고서의 정의에 따르며 한국의 지속가능한 발전법에는 지속가능성에 기초해서 현재 세대의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하여 미래세대가 사용할 경제 사회 환경 등의 자원을 낭비하거나 여건을 저하시키지 아니하고 서로 조화와 균형을 이루는 발전으로 이해한다.     즉 지속가능한 발전은 현세대의 발전 노력이 다음 세대의 삶의 질을 높일 뿐만 아니라 다음 세대가 누릴 환경도 지키는 발전을 추구한다. 2002년 유엔이 마련한 세계정상회의에서 요하네스버그 선언문이 채택되면서 지속가능한 발전의 개념은 환경보존, 경제발전 및 사회발전이 균형 있게 이루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18세기 중반 산업혁명으로 시작된 경제발전은 과학기술발전과 보조를 같이하며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이룩하여 식량 생산력 향상, 인구증가, 의학의 발전을 이루었다. 인류는 경제발전이 풍요로운 삶의 양과 좋은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현대에 이르러 성장의 한계를 경험하면서 선진국임에도 불구하고 빈곤과 가난의 사회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으며 의료의 사각지대가 여전히 존재하고 환경은 오염되고 생태계는 파괴되어 통제할 수 없는 이상기후 현상이 발생하게 되었다.     지속가능성 논의는 무차별적 경제성장이 부의 소유와 소비에 대한 인간의 탐욕에서 비롯되어 현대사회의 사회문제 및 환경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는 반성과 비판에서 출발하였다.     지속가능성은 다음 세대를 위해 경제와 사회 및 환경을 통합적으로 고려하여 지속가능한 발전을 도모하는 미래지향적 개념이다.   이와 같은 지속가능성 개념을 한인교회에 적용해 볼 수 있다. 그동안 교회의 부흥을 비전으로 양적 수적 성장을 추구해 온 한인교회는 이제 성장의 한계를 경험하고 양적으로 질적으로 쇠퇴의 길을 걷고 있다. 교회 수와 신자 수가 감소하고 있으며 기독교인에 대한 사회적 평가도 매우 부정적이다.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 이후에 한국교회의 신뢰도는 20% 정도로 나타났는데 이는 10명 중 2명만이 교회를 신뢰하고 있다는 뜻으로 낯선 사람에게서 경험하는 신뢰도 보다도 떨어지는 평가이다. 또한, 가나안 교인이라 불리는 교회 도피 신자가 100만 명이 넘었다. 교회 주일학교의 어린이와 청소년은 사라지고 있으며 오히려 학부모들이 학업을 이유로 교회 출석을 막고 있다. 이제 한인교회는 지속가능성 개념을 적용하여 교회건축, 선교적 사역 같은 양적 성장과 신자의 수적 성장도 추구하되 이타적이고 겸손한 인격적 성숙을 조화롭게 이룩하여 이기적이고 독선적인 이미지를 벗어버리고 긍정적인 사회적 호감도를 끌어내야 한다.     현대교회는 다음 세대가 자유와 평등을 기반으로 행복추구가 보장된 사회에서 신앙생활을 하며 복음이 필요한 이들을 섬기고 돌볼 수 있는 선교적 환경과 복음적 교육 생태계를 유기적으로 조성하여 교회의 지속가능성을 발전시켜야 한다. 교회의 지속가능한 발전은 다음 세대가 경험할 하나님 나라를 기대하며 성장과 성숙, 부흥과 섬김, 교육과 선교가 조화롭게 추구될 때 이루어진다.   [email protected] 조철수/ 목사·맥알렌세계선교교회기독교와 사회물리학 지속가능 교회 지속가능성 개념 환경보존 경제발전 지속가능성 논의

2022-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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