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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우리말] 언어로 보는 세상

우리가 언어를 보는 관점은 학자마다 조금씩 다릅니다. 언어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학설이 결정되기도 합니다. 언어와 사고와의 관계에 대해서도 논의가 많습니다. 사고가 먼저인지, 언어가 먼저인지는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의 논의만큼이나 풀리지 않는 논제입니다.  
 
인간은 모두 개인입니다. 각각 따로 살고, 따로 보고, 따로 냄새 맡고, 따로 듣고, 따로 느낍니다. 당연히 우리는 주관의 세상을 삽니다. 우리는 나 아닌 사람의 세상을 모르고, 나 아닌 사람의 감각을 모릅니다. 우리는 마치 서로를 알고 이해하는 듯하나 우리는 다른 이의 경험을 직접 공유한 적이 없습니다. 서로 어떻게 보고 듣는지 알 수 없고, 어떻게 느끼는지 전혀 알지 못합니다. 내가 본 대로 본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부모 자식 사이에도, 부부 사이에도, 쌍둥이 사이에도 똑같이 감각을 공유할 수는 없습니다. 내 감각은 나만이 알 수 있습니다.
 
우리는 내 주관의 세상을 살면서 끊임없이 객관의 세상을 꿈꿉니다. 왜냐하면 주관의 세상에서는 소통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서로를 모르는데 소통을 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서로를 이해하고 하나가 되려고 노력합니다. 공감이나 동감이나 동정은 다 하나가 되자는 표현입니다. 내 속 깊이에 있는 그 무엇이 그의 속 깊은 곳과 맞닿아 있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그렇게 되면 좋겠다고 희망합니다. 이심전심의 세계는 주관과 주관의 소통을 깊이 보여주는 경지입니다.
 
모두 서로 다른 주관으로 살아간다면 소통은 어렵습니다. 상대의 느낌으로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때 필요한 것이 바로 언어입니다. 언어는 주관을 객관화하는 장치입니다. 우리는 모두 다른 색을 볼지 모르지만 파란색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습니다. 그 이미지 사이에도 차이가 있겠으나 우리는 그 차이마저 지우고 하나로 인식합니다. 그래서 같은 언어를 쓰는 사람은 같은 곳, 같은 것을 바라보게 됩니다. 그래서 우리는 눈이 흰색이고, 하늘이 파란색이고, 불이 붉은색임을 압니다. 저는 언어는 우리 주관이 약속한 객관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언어는 소통의 도구입니다. 화자의 머릿속에 있는 주관적 개념을 언어라는 청각영상을 통해서 구체화, 객관화합니다. 그러면 그 객관화된 언어는 청자의 머릿속에 다시 개념으로 주관화합니다. 언어가 없다면 객관적 소통은 불가능합니다. 그런 점에서 보자면 서로 다른 언어에는 분명하고도 깊은 골짜기가 놓입니다. 서로 이해한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언어가 다르면 머릿속 개념은 일치할 수 없습니다. 어느 언어에서나 바라보는 세계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언어가 한 세계라는 말은 그래서 너무나도 맞는 말입니다. 우리말의 푸른색과 영어의 푸른색은 다릅니다. 우리말의 ‘춥다’와 태국어의 춥다는 느낌이 다를 겁니다. 세상은 그대로 존재하는 듯이 언어로 본 세상은 시시각각 달라지기도 합니다. 언어로 본 세상은 곳곳마다 변화합니다. 언어는 우리 마음과 마음을 이어줍니다. 이심전심이 있다면 그것은 언어의 세상일 수도 있습니다. 마치 언어를 떠나야 마음의 세상이 오는 것처럼 말하지만 언어의 세상이야말로 공통의 세상이고 소통의 세상입니다.  
 
언어가 또 다른 언어를 만나는 순간은 늘 흥미롭습니다. 개인 간의 언어가 만나고, 사회 간의 언어가 만납니다. 서로 다른 언어를 만나 서로의 특별함에 놀라고 기뻐합니다. 그러면 새로운 세계가 열립니다. 모르는 세상이 펼쳐집니다. 언어를 통해서 우리는 세상을 보고 있는 겁니다. 언어가 사고이고, 사고가 언어입니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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