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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지상에서 영원으로

봄이 곁에 와 있다. 아침 햇볕이 따스하니 정겹다. 먼 산이 가까이 보인다. 겨우내 처진 어깨가 펴지는 기분이다. 제철 음식이 있듯, 음악도 계절에 어울리는 곡이 있다. FM에서는 스트라우스의 봄의 소리 왈츠, 비발디 사계 중 봄, 같은 경쾌한 곡을 들려준다.   한동안 궂은 날씨로 미루었던 정원 산책에 나선다. 비 온 뒤라 그런지 신선하고 차분하여 걷기에 쾌적한 날씨다. 더 바랄 것이 없는 아침이다.   정원을 지키고 있는 꽃나무들. 겨우내 동백이 연속적으로 꽃을 피운 후 이제는 슬며시 봄꽃들에 자리를 내어 주고 있다.   붓꽃, 군자란, 수선화, 히야신스, 튤립, 이름 모를 꽃까지 함께 피어 봄의 정원을 풍요롭게 한다. 먼 길을 떠났던 철새들이 돌아와 한 철을 보내기 위해 둥지를 트느라 부산히 움직이며 숲의 고요를 깨고 있다. 계절이 바뀜을 절로 느끼게 한다.   잠시 쉬어 가려고 벤치에 앉았다. 이곳에 있는 벤치 등받이에는 부모, 또는 조부모, 심지어는 먼저 떠난 배우자를 그리워하며 사랑했다는 간략한 문구를 넣은 기증자의 이름이 쓰여 있다.   진분홍빛이 섞여 퍽 화사한 꽃사과 나무 그늘에 앉아 잠시 쉬는데 전화기가 진동으로 계속 울려 받지 않을 수 없었다. 지인의 남편이 갑작스레 작고했다는 부음이다. 믿어지지 않았으나 받아들여야 하는 현실이다. 시간이 잠시 정지되는 것 같았다. 고인은 원래가 완벽주의 성격이어서 무엇 하나도 대강하는 법이 없었다. 식사 습관이라든지 운동 습관, 대인 관계까지 철두철미하여 주위 사람들을 주눅 들게 하기도 했다.   인명은 재천임을 다시금 느끼게 한다. 영원에 비하면 지상에서의 시간은 한순간이다. 전도자가 이르되 “범사에 기한이 있고, 천하만사가 때가 있나니, 날 때가 있고, 죽을 때가 있으며, 심을 때가 있고, 심은 것을 뽑을 때가 있으며, 울 때가 있고, 웃을 때가 있으며 슬퍼할 때가 있고, 춤출 때가 있으며, 사랑할 때가 있고, 미워할 때가 있으며.” (전도서 3장)   메모리얼 데이에 어머니 묘소에 가면 새로 이사 온 이웃이 늘어난다. 그중에는 무엇이 그리 급했는지 아직 오지 않아도 되는 나이에 와 있는 젊은이의 묘비를 본다. 미국의 2021년 통계에는 남녀노소 전체 사망자 수가 346만 명 이상으로 집계되어 있다. 어느 죽음인들 핑계 없는 무덤이 없다지만 그 시기는 하늘만이 아시기에 다행으로 생각한다.   장례 문화도 나라에 따라 조금씩 다른 것 같다. 이곳에서는 보통 장지에는 평소 가까이 지냈던 친인척이 참석하고 그 후에 교회 같은 곳에서 추도식을 하기도 한다. 가족사진, 지인들과 함께 찍은 사진, 고인이 즐겨 듣던 CD 등 유품을 가져와 고인에 대한 회고의 시간을 가지며 조문객들이 함께 유가족을 위로할 수 있는 분위기가 된다.   장례식 때에 화환을 사양하기도 하고, 꼭 원한다면 꽃 대신에 메모리얼 기금으로 고인 생전에 애정을 갖고 있던 곳, 교회나 자선 단체 같은 기관에 남기도록 한다.   몇 해 전 보스턴을 지나며 슬리피 할로우 (Sleepy Hollow) 공원묘지에 들러 보았다. 랄프 왈도 에머슨, 루이자 메이 알콧 가족, 헨리 소로우 가족, 나다니엘 호손 등 명예의 전당에 오른 문인들의 묘소가 모여 있다. 묘비 앞에 연필, 펜, 심지어 작은 노트북까지 갖다 놓은 것을 본다. “그만큼 좋은 글을 남겼으면 됐지, 이제 안식하는 시간에 무슨 얘기를 더 기대하느냐”고 동행하던 딸의 얘기다.   공원묘지 언덕 위로 스산한 바람이 스쳐 가던 그때가 엊그제처럼 생각되는데  몇 해가 되었으니 속절없이 시간이 흘러갔다.   친구에게 어떻게 조의를 표하는 것이 적절한가?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어설픈 말보다는 목메 있을 그에게 따끈한 물 한 잔 건네주면 되겠지 싶다.   전화기 진동이 다시 울린다. 장례꽃 부탁할 곳을 아는 데가 없느냐고 묻는다. 외국인 친구가 꽃꽂이 강사를 하며 사업을 하고 있다. 뜻밖의 어려움을 당한 친구에게 하나라도 거들어 줄 일이 생겨 다행이었다.   얼마 전에 꽃 가게 친구와 나눈 대화다. 그녀 자신의 장례식에는 붉은 장미 한 송이만 준비해 달라고 가족에게 미리 부탁했다고 한다. 천국에는 셀 수도 없이 아름다운 꽃들이 많이 있을 테니 딱 한송이의 장미를 가지고 가 그날까지 지켜주신 은혜에 감사하며 주님께 드리고 싶다고 한다.   생각지도 못했던 부고를 받고 시간 지나는 것도 잊었다. 벤치를 옮겨 다니며 마음을 진정시킨다. 봄의 정원이 인생의 정원으로 무대가 바뀌었다. 오늘을 살아있다는 것이 하나의 기적 아닌가? 요즈음 화두에 오르는 ‘메멘토 모리’, 죽음을 기억하며 살아가라는 교훈이다.   막연한 약속을 꿈꾸었던 어제의 시간, 현실에 부딪히며 엄살을 하는 오늘의 시간, 신기루를 향해 달려갈 내일(?)의 시간이 남아있다. 과거, 현재, 미래의 시간이 시점이 다를 뿐 결국은 수평이든 수직이든 한 선상 위로 남게 될 것이다. 누구는 (이러이러한) 삶을 살았노라고 얘기할 것이다. 그 괄호 안에 어떤 문구가 들어가게 될 지가 남은 숙제다.   내가 선한 싸움을 싸우고 나의 달려갈 길을 마치고 믿음을 지켰으니 이제 후로는 나를 위하여 의의 면류관이 예비 되었으므로…(딤후 4)   신앙도 남달랐던 고인을 생각하며 집에 돌아와 아무 그림도 없는 흰색 카드에 이 말씀을 옮겨 적으면서 친구보다 먼저 나 자신이 위로를 받게 되었다.   카미유 생상의 죽음의 무도에서는 12 번의 종소리로 죽음을 예정하는 음악이 시작된다. 이미 종소리는 시작되었다. 황혼 아래의 시간이 얼마나 남았을까? 외국 영화 하단에 쓰여 있는 자막처럼 휙휙 지나가고 있다. 우리의 삶도 해피 엔딩이 되기를 바란다. 우리 생애 마지막 자막은 “지상에서 영원으로!”  독고 윤옥 / 수필가수필 영원 가족사진 지인들 정원 산책 고인 생전

2023-05-18

총격 희생 한인가족 후원금 150만불 달해

텍사스주 댈러스 교외 쇼핑몰 총기 난사 사건으로 희생된 한인교포 일가족의 안타까운 사연이 알려지면서 기부 행렬이 줄을 잇고 있다.   8일 모금·후원 사이트 ‘고펀드미’에는 조규성(38)·강신영(36)씨 부부와 두 자녀의 영어 이름, 가족사진, 사연과 함께 도움의 손길을 모아달라는 내용의 모금 페이지가 개설됐다.   후원 요청 불과 28시간 만인 9일 오후 4시 현재 무려 2만9000여명이 참여해 146만9220달러의 후원금이 모였다. 당초 모금 목표액은 5만 달러였다.   이 페이지 작성자는 “우리는 이 가족의 친구들”이라며 “빛과 사랑, 축복으로 가득해야 할 그날 오후가, 8명의 희생자를 남긴 총기 난사 학살로 한순간에 끝나버렸다. 신디(강신영씨)와 규(조규성씨), 3살 제임스는 비극적으로 목숨을 잃은 희생자에 포함됐고, 가족은 깊은 슬픔에 빠져있다”고 전했다.   이어 “(병원) 중환자실에서 퇴원한 6살 아들 윌리엄은 이 끔찍한 사건에서 가족 중 유일한 생존자가 됐다”며 “이 페이지는 그들의 장례식과 그밖에 필요한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가족들을 돕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큰아들은 어깨에 총상을 입었고 수술 후 몸 상태는 어느 정도 회복됐지만, 정신적으로 큰 충격에 빠진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모금 페이지에는 “윌리엄, 엄마 아빠가 늘 곁에서 지켜주실 거야”, “어른들이 미안해 정말 많이 미안해 기도할게” 등 윌리엄의 쾌유와 회복을 비는 글들이 영어와 한국어로 올라왔다.   댈러스한인회는 댈러스한인문화센터 내에 한인교포 가족을 비롯해 이번 총격 사건 희생자들을 위한 분향소를 운영한다.   분향소는 9일부터 13일까지 5일 동안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까지 운영된다.   박종원 기자한인가족 후원금 총격 희생 한인교포 일가족 가족사진 사연

2023-05-09

[기고] 가족사진 속 아버지

 가족에 대한 기억은 오감으로 구성된다. 같은 시간과 공간 속에서 공유되었을 일상의 냄새, 미각, 소리 그리고 감촉과 색상은 유대감으로 채색된다. 가족의 일원으로 더불어 살아내는 삶 속에서 때론 모진 삭풍을 헤집는 연약한 손바닥의 온기를 서로가 붙잡을 때마다, 세상 그 어떤 가치보다 형언하기 힘든 애정은 실핏줄처럼 형성된다.     대나무가 마디를 짓듯 인생의 고비마다 가족과 함께했던 기억은 너무도 선명하게 새겨진다. 대나무가 높이 자랄 수 있는 것은 사이사이 마디가 있기 때문이다. 거친 비바람에 견딜 수 있는 것도 중간중간 마디가 있기 때문이다. 마디가 없다면 미끈해 보일지 몰라도, 마디가 있기에 시련을 견딜 수 있는 힘이 생긴다. 내게 아버지는 대나무의 마디 같았고 오감의 결정체 같던 존재였다. 온전한 진실에 너무 무감했다.   함께할 시간이 더 남았다고 막연하게 기대했던 아버지를 홀연히 떠나보내며 유품을 정리하니 빛바랜 사진들이 서럽게 추슬러진다. 가물거리는 기억이 사진 속 얼굴을 통해 또렷이 상기되는 것조차 아버지와의 이별 앞에 북받쳐 오르는 슬픔으로 치환된다. 누구나 가족의 죽음을 통해 이별과 상실을 배운다는 건 고통스럽고 처연한 일이다. 누구도 비껴갈 수 없는 일이지만 가능한 한 늦게 천천히 겪을 수만 있다면 그 얼마나 좋겠는가. 그러나 한 치 앞을 못 보는 인간의 한계는 차마 어쩌지 못하는 가족과의 이별 앞에 속절없고 무기력하다. 생명을 어루만지는 의사로서 가족의 죽음을 차마 감내해야 하는 고통은 배가된다.   아버지와 함께했던 가족사진으로 그제서야 떠오른 기억은 평온한 삶에 제동을 건다. 삶은 어쩔 도리 없는 관습의 반복이라지만 사진 속 평온했던 소소한 일상조차 제대로 반복하지 못한 우를 범하였다는 자책감이 격하게 역류한다. 홀로서기에 안착했다고 자만했던 아들이 아버지의 떠남 이후 시답잖은 헌사를 하게 될 줄은 몰랐다. 어떤 이유에서건 인생의 ‘산티아고’를 걷고 있던 아버지에게 아들은 건조했다. 어쩌면 여름 산 지천에 널린 패랭이꽃의 위로만으로 도리를 다하였다고 자만했을지도 모를 일이다.아, 무심했다.   가족사진 속에서 여전히 젊음이 박제된 채 불멸의 푸름으로 아버지는 남아 있다. 빛바랜 흑백 사진 속 고향 마을 인근의 저수지 풍경은 아스라한 유년의 이데아로 배어있다. 아버지의 여우비 같았던 청춘의 존재가 소환되는 사진 속 그곳은 백설기 구름 같던 백서향이 융단처럼 깔렸다. 온종일 걸어도 인기척조차 없는 고즈넉한 숲길 배경 속, 사람 좋은 웃음으로 서 있는 아버지의 모습은 이른 아침에 뜨는 이사빛의 영롱함이다. 그러고 보니 오늘 아침 면도를 하던 거울 속 내 모습이 무척이나 닮아 있다. 영락없는 아버지의 자식이다.     시인 정호승의 ‘아버지들’ 속 아버지는 ‘석 달 치 사글세가 밀린 지하 셋방’이고 ‘아침 출근길 보도 위 누가 버린 낡은 신발 한 짝’이며, ‘벽에 걸려 있다가 그대로 바닥으로 떨어진 고장 난 벽시계’ 같은 존재로 그려진다. 세상의 모든 아버지는 자식만큼은 ‘햇볕 잘 드는 전셋집’에서 ‘새 구두’ 와 ‘인생의 시계가 고장 나지 않는’ 평탄한 삶을 살기 원한다. 나의 아버지도 그랬다. 나이가 차 들어 아버지를 이해하고 나니 이제는 가족사진 몇장의 기억으로만 존재하는 당신의 부재가 너무 아파져 새벽을 기웃거린다.   아버지를 떠나보내고 쉬이 잠들지 못하는 밤이 모질게 계속되고 있다. 거스를 수 없는 부질없는 연민일지도 모른다. 아니면 차오르는 슬픔을 억누르지 못하는 아들의 통렬한 오열일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이제야 알겠다. 가족사진 속 저수지에서 아버지와 누린 유년의 행복은 ‘가장의 무게에 대한 공감의 부재’에 기초했다. 자식의 그 이기적 행복을 이제 아버지에게 돌려 드릴 기회가 없다.   의료기기 빼곡한 중환자실에서 아버지의 밤새 안녕함에 감사했던 순간들. 사랑한다고 또렷이 말하며 아버지를 꼭 안아주었던 그때 그 시간이 차라리 그립다. 죽음은 모든 삶의 순간과 가치를 재정렬한다. 아버지의 삶과 죽음이 전해준 고귀한 가르침은 의사로서의 남은 삶에 가장 큰 지표로 남을 것이다. 빛바랜 가족사진 속 아버지의 내리사랑 온기가 오감에서 사라지지 않도록 연로하신 환자들에 대한 치사랑으로 승화시킬 것이다. 안태환 / 의학박사기고 가족사진 아버지 내리사랑 온기 중간중간 마디 이별과 상실

2022-02-23

[이 아침에] 사랑과 배려로 새날을 연다

처음으로 미국에 와 살며 연말이면 특이한 풍경을 보았다. 친척이나 친한 이웃에 초청을 받으면, 나는 음식이나 선물을 들고 갔다. 그때마다 느낀 것 중에 하나이다. 어떤 이웃은 한 벽면에 온통 수십 통의 카드를 가득히 장식해 놓은 것이다. 한참 들여다보면서 느낌이 참 좋았다. 가지가지 그림 속에서 개성이 느껴지는 카드의 분위기가 흥미로웠다.   또한 우체국에 가면 조용히 그 긴 줄을 기다리는 이곳 사람들에게도 놀라웠다. 마치 이것저것 꾸러미 싸들고 부모와 형제를 찾아 인사가던 한국의 명절 분위기와 흡사했다. 형식은 달라도 사람 사는 모습이 나를 감동시킨 것이다.     나도 카드를 쓰려고 동네 ‘홀마크’ 가게에 자주 들락거렸다. 또 아프터 세일이 있는 것을 알면서는 1년 전부터 여러 박스의 카드를 구입하기도 했다. 신이 나서 연말이면 수십 년 동안 한국과 미국으로 80여 통의 카드를 써 보냈다. 비행기 타고 가는 비용보다 훨씬 비용이 적게 드는 인사가 아닌가.     이제 나이가 드니 손목과 손가락이 아파서 11월부터 쓰기 시작하여 하여 12월 중순까지는 완료한다. 보내는 즐거움도 좋지만 답장을 받아보는 느낌은 더욱 즐겁다.   카드 속에는 편지지 한 장에 타이프를 쳐서 쌓인 1년 소식을 보내오던 미국 친구들과 조카의 카드도 있었다. 진심과 정성이 느껴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싱거운 한 문장이나 그저 이름만 달랑 써서 보내오는 것과 가족사진 카드만 보내오는 것도 있다. 그처럼 개인의 마음이 가지각색으로 담겨 있었다.   그러니 나도 배려를 해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부담이 되지 않도록 어떤 분들에게는 이메일이나 전화로 새해 인사를 시작했더니 훨씬 내 일이 점점 수월해졌다. 올해도 집안일에 쫓기어 사는 나는 카드 숫자를 줄여 미국의 지인들에게만 20여 통을 썼다. 덕분에 기뻐하시는 목소리를 전화로 들었다. 한편 해마다 받은 카드 중에 내용이 좋거나 그림이 특별한 것들은 책장에 세워두고 자주 쳐다보기도 한다.   요즈음 아이들은 필기체를 학교에서 가르치지 않으니 문자만 칠 줄 알지 글을 쓸 줄 모른다는 이야기를 우연히 들었다. 대부분의 부모도 신문과 책을 전혀 보지 않고 건강에 해로운 전화기만 들여다보니 슬프고 안타까운 세상이다. 사람은 종종 얼굴 표정을 보면서 만나 서로 다른 의견을 듣고 대화하며 종이 편지도 쓰며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 사람들 사이에 따듯한 정이 흐르는 새해를 기원한다. 최미자 / 수필가이 아침에 사랑 새날 가족사진 카드 카드 숫자 새해 인사

2022-01-13

"가족·장수사진 무료로 찍어드려요"

    "한인들이 이민을 오고도 먹고 살기 바쁘기 때문에 가족사진 하나 남기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듣게 됐다. 잠시나마 여유를 갖고 추억을 만들어드리고자 시작하게 됐다"      조지아주 사진동호회 아사동(애틀랜타 사진 동호회) 설립을 주도한 폴 황(52)씨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무료로 가족·장수사진을 제공하게 된 계기에 대해서 설명했다. 그러면서 올해는 그동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중단됐던 사진 봉사활동을 재개할 거란 소식을 알렸다.    조지아주 둘루스에서 아사동은 10년 가까이 전시회와 함께 가족 사진과 어르신들의 장수사진을 무료로 찍어주는 봉사활동을 해왔다. 그러나 2019년부터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전시회가 중단되면서 2년 동안 이 봉사도 사실상 멈췄다.     아사동은 백신 부스터샷 접종이 가능해진 만큼 올해부터 다시 한인사회에 자그마한 힘이 되고자 무료로 가족사진과 어르신들을 위한 장수사진을 제공하기로 했다. 전시회는 생략하기로 했다.     황 씨는 "코로나19로 한동안 진행을 하지 못하다 보니 죄송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라며 "가족·장수사진을 통해 통해서 이민사회에 기쁨을 전달하고 싶다"고 말했다.      아사동 회원들은 10년 전 많은 한인들이 이민을 온지 시간이 꽤 지났음에도 다들 미국 생활에 적응하기 바빠 가족사진을 찍지 못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들은 이 이야기를 듣고 한인들을 위해 가족사진을 제공하고자 무료봉사를 시작했다.       황 씨는 가족사진을 시작한지 이듬해 가족사진 행사에 방문했던 한 가족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임신 초기 신혼부부였는데 그다음해에는 태어난 아이와 뱃속에 새로운 아기와 함께 나타났고 또 그 다음 해에도 뱃속의 아이와 두 아이와 함께 참여했다고 한다.      '장수사진'이란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마음에서 아사동이 붙인 이름이다. 영정사진으로 종종 오해를 받곤 하지만 아사동 회원들은 어르신들이 내년에도 그 다음해에도 '장수사진' 촬영장에 나타나 사진을 찍으시라는 의미에서 이를 '장수사진'으로 부르고 있다.    황 씨에 따르면 회원들은 '장수사진'이 영정사진으로 쓰였다는 소식을 듣기도 한다. 그때마다 아사동 회원들은 큰 아쉬움을 느낀다고 했다.     황씨는 잉크비, 인쇄비 등을 어떻게 해결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매번 아사동에서 회원들이 기부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 정도 비용은 사진기, 부품 가격에 비하면 얼마 되지 않는다"면서도 "시간을 내주고 봉사를 해주는 회원들의 수고에 그저 감사할 뿐"이라고 말했다.     아사동으로부터 가족사진과 장수사진을 원하는 이는 누구나 오는 22~23일, 29~30일(주말) 둘루스 카페 로뎀 전시실에서 토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일요일 오후 2시부터 7시까지 복장을 갖추고 찾아가면 된다. 예약은 없고 시간 내 방문한다면 8x10 규격의 인화사진을 받을 수 있다.       아사동은 ‘아틀란타 사진 동호회’의 머리글자를 딴 이름으로 조지아주 최대의 사진 동아리이다. 2006년 9월 폴 황씨가 인터넷 기반으로 시작했고 현재 등록 회원은 1000명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사진을 통해 미국에서 살아가는 한인들의 삶의 모습을 나누고 각 지역 정보를 제공하겠다는 것이 설립 취지다. 슬로건은 ‘이 땅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 우리들이 살아가는 이 땅의 모습’이다. (홈페이지:https://www.asadong.org) 박재우 기자장수사진 가족 장수사진 촬영장 가족사진 행사 가족사진 하나

2022-01-11

[칼럼 20/20] 총을 든 가족

이번에는 연방하원의원 가족이 ‘총’을 들었다. 지난주 토머스 매시 의원(켄터키주·공화당)이 트위터에 크리스마스 가족사진을 올렸다. 가족 7명 모두가 총을 든 사진이다. 사진 위쪽에는 ‘메리 크리스마스! 추신. 산타클로스는 탄약을 가져다 주세요(Santa, please bring ammo)’라고 썼다. 사진 속 가족은 총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이 트위터에 올려진 것은 미시간주 옥스퍼드 고교 총격사건이 발생한 지 4일 후였다. 4명이 목숨을 잃은 참극이다. 용의자 15세 소년은 살인, 테러 등으로 기소됐고 부모도 과실치사 혐의를 받고 있다.     매시 가족에 대한 비난이 빗발쳤다. 단순 실수나 해프닝 정도로 넘어갈 수도 있다. 하지만 연방의원의 트위터는 국민을 대상으로 한다. 총기소유에 대한 강력한 지지 표시다.     매시는 총기 권리 행사에 직접 총을 갖고 참석한 정도로 열렬한 총기 옹호론자이다. 현재 법사위원회에 소속돼 있다. 법사위원회는 총기류 관련 법제정에도 관여한다.     미국에서 총기사고는 끊이지 않는다. 그때마다 규제 목소리가 높지만 시간이 지나면 잠잠해진다. 그리고 총기사건은 또 터진다.     2017년 기준 유엔마약범죄사무소(UNODC) 통계에서 미국은 인구 10만 명당 총기 피살자가 4.26명이다. 선진국 만을 비교하면 부동의 1위다. 세계 전체로는 8위지만 1~7위까지는 모두 남미 국가들이다.     총기 옹호론자들은 총이 문제가 아니라 사람이 문제라고 주장한다. 지난 6월 AR-15 반자동 소총의 캘리포니아 판매금지 조치에 위헌 판결이 내려졌다. 재판을 담당했던 로저 베니테스 판사는 판결문에서 “범죄자와 테러리스트의 총은 위험하지만 책임감 있고 법을 준수하는 시민에게는 소유 권리가 주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총기 규제 입장은 철저한 통제만이 대형 총기 살상을 막는 길이라고 강조한다. 총을 범죄에 사용할 만한 사람을 식별하는 것이 총기 규제보다 훨씬 어렵기 때문이다.     스위스의 총기 보급률은 미국보다는 조금 낮지만 총기 사망자는 미국의 8~12% 정도에  그친다. 소유는 인정하되 규제에 철저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일부 주에서는 총기 구입과 라이선스 취득이 운전면허증 받기보다 쉽다.   매시 의원의 트위터 사진이 알려진 후 프레드 구텐버그가 사진을 올렸다. 구텐버그는 지난 2018년 2월 플로리다주 파클랜드 고교 총기난사 사건으로 14살 딸을 잃은 아버지다. 현재 총기반대 운동가로 활동하고 있다. 17명의 희생자와 20여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파클랜드 참사는 역사상 가장 잔혹한 교내 총기난사 중 하나다.     구텐버그는 트위터에 2장의 사진을 올렸다. 한 장은 그의 딸을 마지막으로 찍은 사진이고 다른 하나는 총기난사로 숨진 딸이 묻힌 곳이라고 소개했다. 두 가정의 각기 다른 사진은 미국의 총기소유 찬반 논쟁을 대변하고 있다.     매시 의원은 7일 켄터키 지역 신문 ‘쿠리어 저널’을 통해 트위터에 올린 총을 든 가족 사진을 지울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연주를 즐겨 가족들이 악기를 들고 사진을 찍은 적이 있다며 사격을 좋아해 악기 대신 총을 든 것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악기 대신 총기를 든 것이 재미있지 않냐고 반문했다.     가족 사진이 올려진 후 전국에서 매시 의원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다. 그런 중에도 1주가 채 안 돼 8만1000개의 ‘좋아요’도 있었다.   작년 미국 총기사망자 수는 1만9380명이다. 지난 20년간 최고치다. 미성년자도 상당수 포함됐다. 교육정보 매체 ‘에듀케이션 위크’에 따르면 11월 말 기준 올해 28건의 교내(K-12학년) 총격사건이 발생했다. 역시 1999년 이후 최고치다.   한 해가 끝나가지만 총기 범죄에 대한 대책은 없다. 여전히 총기 규제 찬반 목소리만 요란할 뿐이다. 김완신 / 논설실장칼럼 20/20 가족 크리스마스 가족사진 총기 옹호론자들 연방하원의원 가족

2021-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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