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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사랑과 배려로 새날을 연다

처음으로 미국에 와 살며 연말이면 특이한 풍경을 보았다. 친척이나 친한 이웃에 초청을 받으면, 나는 음식이나 선물을 들고 갔다. 그때마다 느낀 것 중에 하나이다. 어떤 이웃은 한 벽면에 온통 수십 통의 카드를 가득히 장식해 놓은 것이다. 한참 들여다보면서 느낌이 참 좋았다. 가지가지 그림 속에서 개성이 느껴지는 카드의 분위기가 흥미로웠다.
 
또한 우체국에 가면 조용히 그 긴 줄을 기다리는 이곳 사람들에게도 놀라웠다. 마치 이것저것 꾸러미 싸들고 부모와 형제를 찾아 인사가던 한국의 명절 분위기와 흡사했다. 형식은 달라도 사람 사는 모습이 나를 감동시킨 것이다.  
 
나도 카드를 쓰려고 동네 ‘홀마크’ 가게에 자주 들락거렸다. 또 아프터 세일이 있는 것을 알면서는 1년 전부터 여러 박스의 카드를 구입하기도 했다. 신이 나서 연말이면 수십 년 동안 한국과 미국으로 80여 통의 카드를 써 보냈다. 비행기 타고 가는 비용보다 훨씬 비용이 적게 드는 인사가 아닌가.  
 
이제 나이가 드니 손목과 손가락이 아파서 11월부터 쓰기 시작하여 하여 12월 중순까지는 완료한다. 보내는 즐거움도 좋지만 답장을 받아보는 느낌은 더욱 즐겁다.
 


카드 속에는 편지지 한 장에 타이프를 쳐서 쌓인 1년 소식을 보내오던 미국 친구들과 조카의 카드도 있었다. 진심과 정성이 느껴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싱거운 한 문장이나 그저 이름만 달랑 써서 보내오는 것과 가족사진 카드만 보내오는 것도 있다. 그처럼 개인의 마음이 가지각색으로 담겨 있었다.
 
그러니 나도 배려를 해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부담이 되지 않도록 어떤 분들에게는 이메일이나 전화로 새해 인사를 시작했더니 훨씬 내 일이 점점 수월해졌다. 올해도 집안일에 쫓기어 사는 나는 카드 숫자를 줄여 미국의 지인들에게만 20여 통을 썼다. 덕분에 기뻐하시는 목소리를 전화로 들었다. 한편 해마다 받은 카드 중에 내용이 좋거나 그림이 특별한 것들은 책장에 세워두고 자주 쳐다보기도 한다.
 
요즈음 아이들은 필기체를 학교에서 가르치지 않으니 문자만 칠 줄 알지 글을 쓸 줄 모른다는 이야기를 우연히 들었다. 대부분의 부모도 신문과 책을 전혀 보지 않고 건강에 해로운 전화기만 들여다보니 슬프고 안타까운 세상이다. 사람은 종종 얼굴 표정을 보면서 만나 서로 다른 의견을 듣고 대화하며 종이 편지도 쓰며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 사람들 사이에 따듯한 정이 흐르는 새해를 기원한다.

최미자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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