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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0] 총을 든 가족

김완신 논설실장

김완신 논설실장

이번에는 연방하원의원 가족이 ‘총’을 들었다. 지난주 토머스 매시 의원(켄터키주·공화당)이 트위터에 크리스마스 가족사진을 올렸다. 가족 7명 모두가 총을 든 사진이다. 사진 위쪽에는 ‘메리 크리스마스! 추신. 산타클로스는 탄약을 가져다 주세요(Santa, please bring ammo)’라고 썼다. 사진 속 가족은 총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이 트위터에 올려진 것은 미시간주 옥스퍼드 고교 총격사건이 발생한 지 4일 후였다. 4명이 목숨을 잃은 참극이다. 용의자 15세 소년은 살인, 테러 등으로 기소됐고 부모도 과실치사 혐의를 받고 있다.  
 
매시 가족에 대한 비난이 빗발쳤다. 단순 실수나 해프닝 정도로 넘어갈 수도 있다. 하지만 연방의원의 트위터는 국민을 대상으로 한다. 총기소유에 대한 강력한 지지 표시다.  
 
매시는 총기 권리 행사에 직접 총을 갖고 참석한 정도로 열렬한 총기 옹호론자이다. 현재 법사위원회에 소속돼 있다. 법사위원회는 총기류 관련 법제정에도 관여한다.  
 
미국에서 총기사고는 끊이지 않는다. 그때마다 규제 목소리가 높지만 시간이 지나면 잠잠해진다. 그리고 총기사건은 또 터진다.  
 
2017년 기준 유엔마약범죄사무소(UNODC) 통계에서 미국은 인구 10만 명당 총기 피살자가 4.26명이다. 선진국 만을 비교하면 부동의 1위다. 세계 전체로는 8위지만 1~7위까지는 모두 남미 국가들이다.  
 
총기 옹호론자들은 총이 문제가 아니라 사람이 문제라고 주장한다. 지난 6월 AR-15 반자동 소총의 캘리포니아 판매금지 조치에 위헌 판결이 내려졌다. 재판을 담당했던 로저 베니테스 판사는 판결문에서 “범죄자와 테러리스트의 총은 위험하지만 책임감 있고 법을 준수하는 시민에게는 소유 권리가 주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총기 규제 입장은 철저한 통제만이 대형 총기 살상을 막는 길이라고 강조한다. 총을 범죄에 사용할 만한 사람을 식별하는 것이 총기 규제보다 훨씬 어렵기 때문이다.  
 
스위스의 총기 보급률은 미국보다는 조금 낮지만 총기 사망자는 미국의 8~12% 정도에  그친다. 소유는 인정하되 규제에 철저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일부 주에서는 총기 구입과 라이선스 취득이 운전면허증 받기보다 쉽다.
 
매시 의원의 트위터 사진이 알려진 후 프레드 구텐버그가 사진을 올렸다. 구텐버그는 지난 2018년 2월 플로리다주 파클랜드 고교 총기난사 사건으로 14살 딸을 잃은 아버지다. 현재 총기반대 운동가로 활동하고 있다. 17명의 희생자와 20여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파클랜드 참사는 역사상 가장 잔혹한 교내 총기난사 중 하나다.  
 
구텐버그는 트위터에 2장의 사진을 올렸다. 한 장은 그의 딸을 마지막으로 찍은 사진이고 다른 하나는 총기난사로 숨진 딸이 묻힌 곳이라고 소개했다. 두 가정의 각기 다른 사진은 미국의 총기소유 찬반 논쟁을 대변하고 있다.  
 
매시 의원은 7일 켄터키 지역 신문 ‘쿠리어 저널’을 통해 트위터에 올린 총을 든 가족 사진을 지울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연주를 즐겨 가족들이 악기를 들고 사진을 찍은 적이 있다며 사격을 좋아해 악기 대신 총을 든 것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악기 대신 총기를 든 것이 재미있지 않냐고 반문했다.  
 
가족 사진이 올려진 후 전국에서 매시 의원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다. 그런 중에도 1주가 채 안 돼 8만1000개의 ‘좋아요’도 있었다.
 
작년 미국 총기사망자 수는 1만9380명이다. 지난 20년간 최고치다. 미성년자도 상당수 포함됐다. 교육정보 매체 ‘에듀케이션 위크’에 따르면 11월 말 기준 올해 28건의 교내(K-12학년) 총격사건이 발생했다. 역시 1999년 이후 최고치다.
 
한 해가 끝나가지만 총기 범죄에 대한 대책은 없다. 여전히 총기 규제 찬반 목소리만 요란할 뿐이다.

김완신 /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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