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대법원, ‘어퍼머티브 액션’ 위헌 결정
보수 성향 법관 6명인 대법원, 하급심 판결 뒤집어
1961년 JFK 행정명령 이후 62년 만에 폐기 수순
‘역차별’ 비판 나왔던 한인·아시안 커뮤니티, 찬반 엇갈려
연방대법원이 대학 입학 시 소수계 인종을 우대하는 ‘어퍼머티브 액션’(Affirmative Action)이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지난해 여성의 낙태권을 보장했던 판결이 뒤집힌 데 이어, 이번에는 60년 이상 계속된 정책이 사라지게 되면서 사회 전반에 미칠 파급효과에 관심이 쏠린다.
연방대법원은 ‘공정한 입시를 위한 학생 연합’(SFA)이 하버드대와 노스캐롤라이나대를 상대로 ‘어퍼머티브 액션을 사용해 백인과 아시안 지원자를 차별했다’며 제기한 소송의 상고심에서 29일 각각 6대 2, 6대 3으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9명의 대법관 중 하버드대를 졸업한 커탄지 브라운 잭슨 대법관은 하버드대 결정엔 불참했다.
SFA는 2014년 소송을 시작할 당시 각 대학이 객관화된 시험 점수 외에 인종·가정환경·소득 수준 등을 반영하면서 성적이 우수한 백인과 아시안 학생들이 차별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급심에서는 모두 기각됐지만, 공화당 행정부가 임명한 대법관이 6명이나 되는 보수 우위의 연방대법원에서 위헌 결정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존 로버츠 대법관은 판결문에서 “학생은 인종이 아닌 개인 경험을 바탕으로 대우받아야 한다”며 “너무 오랫동안 대학들이 개인의 정체성을 가늠하는 기준으로 피부색이라는 잘못된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인종이 대학 지원자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대학이 고려하는 것까지 금지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어퍼머티브 액션은 흑인 인권운동이 활발했던 1961년 존 F 케네디 당시 대통령의 행정명령으로 도입됐다. 정부 기관들이 인종·신념·피부색·출신 국가와 무관하게 고용되도록 적극적(affirmative)인 조처를 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이후 대학에서 흑인 입학 비율이 올라가는 등 미국 내 다양성을 제고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백인과 아시안들은 인종에 따른 가산점 제도가 오히려 대학 입학 시에 역차별적이라는 주장을 꾸준히 제기했다.
이날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선 하루종일 논쟁이 이어졌다. 한 한인 학부모는 “높은 SAT 점수를 받고서도 대학이 다양성을 고려하는 과정에서 배제됐던 한인 학생들의 명문대 입학이 늘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반면 또 다른 한인 학부모는 “이번 결정은 백인들에게만 유리할 뿐, 이 과정에서 아시안은 이용당했다고 생각한다”며 “평등한 입학을 하려면 레거시 입학이 사라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연방대법원 결정에 강력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수십년간의 판례와 진보 정책을 뒤집는 것”이라며 “미국이 상징하는 바를 바꿀 순 없다”고 강조했다.
김은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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