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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잔디 위에 사과 한 알

이름이 베버리라고 했다. 밴 나이스 시빅 센터 경찰서 앞 세 번째 나무 밑이 그녀의 집이었다. 거의 여든의 나이였고 다리가 아파 주로 잔디 위에 앉아서 생활했다. 비가 오면 경찰서 처마 밑에서, 추운 날에는 코인 런드리 건물 뒤쪽 더운 바람이 나오는 곳에서 지냈다.   베버리는 유대인, 프랑스계 미국인, 혹은 아르메니안이라고 했다. 학교 선생님, 랄프스 마켓의 캐시어, 건물주였다고 이제는 상관없는 단어처럼 말했다. 그 말이 맞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는 주위에 항상 파리가 날아다니고, 쓰레기 봉지에 든 것이 전 재산인 홈레스이었기에.     그때는 몸과 마음이 힘들었다. 풀타임으로 일했고, 아이들은 어렸고, 대학원에 다녔으니까. 자연스럽게 나의 하루는 당장 해야 할 일과 하지 않아도 될 일로 나뉘었다. 불평불만을 하거나 화를 내는 것은 후자였다. 그것도 시간과 정력이 있어야 한다.   감정 조절이 되지 않는 날에는, 그녀에게 향했다. 나무 밑을 한숨처럼 핥고 가는 바람을 맞으며 슬쩍 부풀려 쏟아냈던 사연에 이렇게 말했다. “듣는 내가 속이 상한데 너는 얼마나 힘드니. 멍텅구리 같은 놈들. 네가 얼마나 열심히 일했는데. 다 나가서 죽으라고 해.” 물론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고, 그녀가 뒤를 거들 만한 사안도 아니었다. 하지만 매번 커다란 위안이 되었다. 베버리는 항상 내 편이었다.   난청인 그녀는 가끔 보청기를 착용했다. 그 싸구려 보청기는 얼마나 큰지 귓가에 불쑥 튀어나왔고 이따금 삐 삐빅 삐이익하는 귓속을 후벼놓는 금속음을 냈다. 내가 놀라자, 보청기를 빼고 말했다.     점심을 먹었냐고 물었더니, 배시시 웃으며 점심때 햇빛이 비쳐서 이쪽으로 옮겼다고 말했다. 애당초 대답을 듣고자 물은 것은 아니었기에, 괜찮았다. 그녀를 보면 뒤집힌 풍뎅이처럼 자빠져 바둥거리는 맛도 있다는 시가 떠올랐다.   한번은 내게 사과를 줬다. 썩어가는 긴 손톱 밑에 때가 잔뜩 낀 손으로. 죄 없는 과일을 세제로 여러 번 씻었으나 도저히 먹을 수가 없어서 동료인 죠에게 건넸다. 맛있게 베어 무는 소리가 상쾌했다.     그 후, 다른 오피스로 전근하였다. 삼 년 전에, 그 근처에 볼일이 있어서 갔다가 그 나무로 발길을 돌렸다. 베버리는 자리에 없었다. 지나가는 시큐리티 가드에게 물었더니, 작년에 의식을 잃은 상태로 발견되어 구급차를 타고 떠난 것이 마지막이라 했다.     가로등이 하나씩 비인 하늘에 걸렸다. 잔디 위에 잘생긴 사과 한 알을 올려놓았다. 어디선가 삐 삐빅 삐이익하는 쇳소리가 들리는 듯해서 길게 늘어진 내 그림자를 밟고 한참 서 있었다.   이리나 / 수필가이 아침에 잔디 사과 싸구려 보청기 점심때 햇빛 나이스 시빅

2024-09-09

[우리말 바루기] ‘햇빛’, ‘햇볕’

눈부신 해가 비친다면 이를 ‘햇볕’이라 해야 할까, ‘햇빛’이라 해야 할까?   ‘햇볕’은 해가 내리쬐는 뜨거운 기운을 뜻한다. 태양의 열(熱)과 관련된 것으로, 살갗을 통해 뜨거움 또는 자극의 정도를 느낄 수 있다. 피부를 햇볕에 오래 노출하면 피부가 상하거나 벗겨지기도 한다. “낮에는 햇볕이 뜨거워 아직도 외출할 때 조심해야 한다” “햇볕에 피부를 그을렸다” 등처럼 쓸 수 있다.   ‘햇빛’은 해에서 나오는 빛을 뜻한다. 태양의 광(光)선과 관련된 것으로, 시신경을 자극해 물체를 볼 수 있게 하는 전자기파다. 이로 인해 ‘밝음’의 정도를 가늠할 수 있다. “햇빛에 눈이 부셔 눈을 제대로 뜰 수가 없다” “한낮의 햇빛을 가리기 위해 집 안 곳곳에 커튼을 쳐 놓았다” 등과 같이 사용된다.   비가 그친 뒤 눈부신 해가 비친다면 이는 태양의 광선과 관련된 것이므로 ‘햇볕’이 아니라 ‘햇빛’이 적절한 표현이다. 즉 ‘눈부신 햇볕’이 아니라 ‘눈부신 햇빛’이 더욱 어울리는 표현이다.   문제 하나 더. “○○이 강하게 내리쬐는 바닷가에서는 선크림을 바르고 긴팔 옷을 입는 등 화상에 주의해야 한다”에서 ○○에 들어갈 적절한 말은 ‘햇볕’과 ‘햇빛’ 가운데 어느 것일까? 여기에서는 명암의 정도를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태양의 뜨거움으로 인해 화상을 입을 수 있으니 조심하라는 의미이므로 ‘햇볕’을 써야 바르다. 눈이 부신 건 ‘햇빛’, 뜨거운 건 ‘햇볕’이라고 기억하면 된다.우리말 바루기 햇빛 햇볕 문제 하나

2024-04-09

[오픈 업] 1등과 2등 사이, ‘햇빛 교육’

큰 딸네가 고심 끝에 가주에서 다른 주로 이주했다. 자녀 교육 관련 이유가 가장 크다. 손주들이 전학한 학교는 대학처럼 넓다. 아도비식의 나지막한 건물이 여럿 보인다. 건물 사이사이에는 벤치가 마련된 정원들이 있고, 어떤 정원은 몇 개의 건물 통로들로 둘러싸인 ‘아트리움’ 형태다. ‘아트리움’은 중앙 홀이라는 뜻인데, 의학에서의 ‘아트리움’은 심방을 일컫는다. 학생들의 동선과 조경 모두를 염두에 둔 설계로, 학생들은 건물 유리 벽을 통해 자연을 보면서 복도를 지나다닌다. 어떤 정원의 중간에는 아담한 관목들로 둘러싸인 연못도 있다. 이 연못에는 거북이가 살고 있단다.       정원은 학생들의 침묵과 묵상의 공간이다. 틴에이저들이란 철없는 세대라는 편견을 갖고 있던 나는 그들이 삶과 학업 문제로 고심하는 긍정적인 너드(nerd)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들도 나름의 고민거리가 있는 것이다.       건물 밖을 나서니, 나이깨나 먹은 꺽다리 플라타너스 고목들이 샛노란 이파리를 달고 있다. 잊고 있던 학창시절 가을날 같다. 나의 기억에 가을이란 고민의 계절이다. 의과대학 재학 시절의 가을은 새빨간 단풍잎들이 복잡한 사고를 정리해 주지 못했다. 미래를 향한 걱정과 희망은 가을 계절병의 농도를 부추겼다. 이곳 시골스러운 중고교에도 LA의 유수 학교들과 다를 바 없이 고심해야 할 일들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 가운데, 교정 한편에 있는 축구 경기장으로부터 들려오는 응원 함성이 실없는 고민은 그만하라고 한다. 아이들은 듬직하다. 그들의 열중한 모습이 싱싱하고 아름답다.     이곳에서 동급생은 경쟁자가 아니라 친구다. 함께 화학 실험을 하고, 함께 오케스트라에서 연주하면서 각자의 악기로 음악을 만들어 내고, 햇빛 속에서 달린다. 무럭무럭 자라는 봄날의 푸른 나뭇잎처럼 싱싱하다. 이것이 내가 늘 부러워했던 ‘햇빛 교육’이 아니던가!   나는 모국에서 모든 정규 교육 과정을 끝내고 뉴욕주립대학 의과대학에서 수련의 과정을 마친 후 전문의가 되었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기 두어 해 전쯤 부터인가, 치맛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치맛바람이 왜, 어떻게 시작했는지 모르지만, 하여간 심하게 불었다. 대백과사전이 정의한 세 종류의 치맛바람 중, 가장 심하게 불었던 바람이 교육제도를 흔들었던 것이 아닐까 싶다. 참고로 세 종류의 바람이란 계 모임처럼 경제계를 흔들던 치맛바람, 춤바람 등을 말한다.       치맛바람은 매사에 최고가 돼야 한다며 자녀들의 학구열을 부추겼다. 1등과 2등, 또는 일류와 이류로 나누고, 금수저, 은수저, 흙수저니 하는 ‘수저 계급’을 의미하는 말까지 등장한 것은 ‘1등병’ 교육의 병폐가 아닌가 싶다.       그런 가운데, ‘1등병’도 예방이 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게 했던 클래스가 있었다. 중학교 때 미군 장교의 부인이 잠깐 영어 수업을 진행한 적이 있었다. 그 선생님은 ‘하나뿐인 최고’라는 표현은 옳지 않고, ‘여러 최고 중의 하나(One of the Best)’라는 표현이 바르다고 했다. 우리가 알고 있던 것과는 다른 전혀 새로운 개념을 소개한 것이다. 우리가 전전긍긍하며 도달하려는 정점에 한 명이 먼저 도달할 수 있지만 여럿이 함께 도달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일깨워 준 것이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은 교육을 ‘인간 형성의 과정이며 사회개조의 수단이다…. 사회발전을 꾀하는 작용’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반면 영어 참고서에는 교육이란 지식, 기술과 형질, 특질의 전수라고 되어 있다. 나아가서는 한 인간이 비판적 사고력을 가질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덧붙여 설명한다. 한국적 정의는 사회에 귀결되고, 서양적 정의는 개인의 성장을 강조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내 손주들을 비롯한 차세대들이 동서양의 철학이 함께하는 ‘햇빛 교육’의 주인공이기를 바란다. 그렇게 건강하고 긍정적인 상황이 된다면 공부벌레가 된다 해도 상관 없겠다.     류 모니카 / 한국어진흥재단 이사장·종양 방사선학 전문의오픈 업 햇빛 교육 햇빛 교육 자녀 교육 정규 교육

2023-11-14

[우리말 바루기] ‘햇빛’, ‘햇볕’

비가 그친 뒤 눈부신 해가 비친다면 이를 ‘햇볕’이라 해야 할까, ‘햇빛’이라 해야 할까?   ‘햇볕’은 해가 내리쬐는 뜨거운 기운을 뜻한다. 태양의 열(熱)과 관련된 것으로, 살갗을 통해 뜨거움 또는 자극의 정도를 느낄 수 있다. 피부를 햇볕에 오래 노출하면 피부가 상하거나 벗겨지기도 한다. “낮에는 햇볕이 뜨거워 아직도 외출할 때 조심해야 한다” “햇볕에 피부를 그을렸다” 등처럼 쓸 수 있다.   ‘햇빛’은 해에서 나오는 빛을 뜻한다. 태양의 광(光)선과 관련된 것으로, 시신경을 자극해 물체를 볼 수 있게 하는 전자기파다. 이로 인해 ‘밝음’의 정도를 가늠할 수 있다. “햇빛에 눈이 부셔 눈을 제대로 뜰 수가 없다” “한낮의 햇빛을 가리기 위해 집 안 곳곳에 커튼을 쳐 놓았다” 등과 같이 사용된다.   서두에서 말한 것처럼 비가 그친 뒤 눈부신 해가 비친다면 이는 태양의 광선과 관련된 것이므로 ‘햇볕’이 아니라 ‘햇빛’이 적절한 표현이다. 즉 ‘눈부신 햇볕’이 아니라 ‘눈부신 햇빛’이 더욱 어울리는 표현이다.   문제 하나 더. “○○이 강하게 내리쬐는 바닷가에서는 선크림을 바르고 긴팔 옷을 입는 등 화상에 주의해야 한다”에서 ○○에 들어갈 적절한 말은 ‘햇볕’과 ‘햇빛’ 가운데 어느 것일까? 태양의 뜨거움으로 인해 화상을 입을 수 있으니 조심하라는 의미이므로 ‘햇볕’을 써야 바르다.우리말 바루기 햇빛 햇볕 문제 하나

2023-05-05

[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Holy Hill에 내린 가을

시카고 근교에서 단풍이 아름답게 물든 지역을 꼽으라면 스타브드 락(Starved Rock)과 하우스 언더 락(House on the Rock)을 많은 사람들이 추천 하리라 본다. 사실 단풍은 우리 집 뒤란에도, 우리 주변에 작은 파크에서도 볼 수 있지만 더 넓고 다양한 색의 단풍을 만나려고 오늘 위스컨신 Holy Hill로 향한다. 부쩍 쌀쌀해진 새벽 공기로 주변에 나무들은 점점 더 붉게 물들어 가고 있다.     앞 차 뒷 유리창에 가로수의 잎들이 아롱지고 가을 햇빛이 따갑게 내리쬐는 들길을 2시간 남짓 달려 당도한 곳. 120년 동안 우거진 숲을 내려다보며 산 위에 우뚝 서 있는 고풍의 성당이 한 눈에 들어온다. 하늘로 치솟은 두 개의 뾰족한 타워가 구름에 닿았고 때마침 12시 미사에 참석하려는 인파와 관광객들로 운동장보다 더 큰 파킹장엔 이미 빽빽하게 자동차로 메워져 있었다.     끝을 모르게 뻗은 나무들 사이를 걷는다. 나무가 뿜어내는 향이 온몸에 배어 가을 정기로 가득하다. 좁은 길을 오르다 산 중턱 커다란 바위에 걸터앉아 올라 온 산 아래를 내려다 본다. 구불구불한 길 위로 삼삼오오 사람들이 오르고 있다.     우리는 늘 선택의 기로에서 한 길만 택하여 이곳까지 왔다. 오늘 이곳으로 떠나 오면서도 여러 갈레 길 중 조금 시간은 더 걸리지만 풍광이 아름다운 로컬 길을 일부러 택하였다. 어쩌면 삶은 무수한 선택의 선 위에 존재한다. 그러니 후회나 불평은 부끄러운 일이다. 오는 길 내내 가을은 내게 부딪혀 왔다. ‘보고 싶은 너 / 가을 햇볕에 눈물도 말려야지’ 어머니 같은 김남조 시인의 시 귀절이 생각났다. 가을은 내게 가르치지 안았지만 나는 가을의 묵언수행을 몸으로 받아내고 있다. 얼마나 소중한 선택이었는가. 그 선택으로 나는 오늘 Holy Hill 산 중턱에서 이마에 흐른 땀을 닦아내고 있다.     내 앞에 서 있는 너   반가움으로 흔들리는 들꽃   그리운 얼굴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가을이 내려 앉은 나무마다   노을빛 영롱한 계절을 담아   저마다 폼 내던 삶도   이젠 내려 놓아야 할 시간 버린 뒤 찾아오는 따뜻함     양지 밭에 쪼그려 앉아   땅 파며 놀았던 유년의 아련한 행복 오랜 시간 흐른 뒤 시간과 생명 속으로   잔잔한 울림 되어 밀려오는데 하늘은 구름을 그리고 나무는 스스로를 붉히며 옷을 벗고 바다는 물결을 밑그림처럼 무늬 했는데   나는 오늘 어떤 내가 되어가고 있나     마음껏 그 싹을 피워 오랜 인고의 시간을 흐른 후에 피어난 꽃들도 자신을 버린 후에야 비로소 씨앗을 맺을 수 있다. 작은 실개천을 흐르던 물 줄기도 함께 어우러지며 재잘대던 강줄기를 만나 점점 깊어지고 넓어졌던 행복한 기억을 떠난 후에야 바다를 만날 수 있다. 초록의 무성한 입들이 하나 둘 저마다의 색깔로 변해 가는 깊은 가을. 나무도 우리 인생도 이와 같이 변하여 간다. 그리고 언젠가 때가 되면 잎사귀마저 홍조가되어 마지막을 장식하듯, 우리의 삶도 아름답게 황혼으로 물들어 갈것이다. 한계절 을 풍미하던 나뭇잎이 낙엽이 되어 떨어지듯 나도 나를 지으신 당신 앞에 긴 여정을 내려 놓아야 할 날이 불현듯 찿아올 것이다.   삶의 뒤안길에 찾아오는 따뜻함. 양지 밭에 쪼그려 앉아 땅을 파며 놀았던 유년의 아련한 행복.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도 삶에 대한 진지한 태도와 함께하는 시간 속으로 잔잔한 울림이 가슴 가득 밀려온다. 하늘은 구름을 그리고, 바다는 물결을 밑그림처럼 무늬 했는데 오늘 나는 어떤 내가 되어가고 있나? (시인, 화가)   신호철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holy hill holy hill 가을 정기로 가을 햇빛

2022-10-13

[우리말 바루기] ‘햇빛’, ‘햇볕’

‘햇볕’은 해가 내리쬐는 뜨거운 기운을 뜻한다. 태양의 열(熱)과 관련된 것으로, 살갗을 통해 뜨거움 또는 자극의 정도를 느낄 수 있다. 피부를 햇볕에 오래 노출하면 피부가 상하거나 벗겨지기도 한다. “햇볕에 피부를 그을렸다” 등처럼 쓸 수 있다.   ‘햇빛’은 해에서 나오는 빛을 뜻한다. 태양의 광(光)선과 관련된 것으로, 시신경을 자극해 물체를 볼 수 있게 하는 전자기파다. 이로 인해 ‘밝음’의 정도를 가늠할 수 있다. “햇빛에 눈이 부셔 눈을 제대로 뜰 수가 없다” “한낮의 햇빛을 가리기 위해 집 안 곳곳에 커튼을 쳐 놓았다” 등과 같이 사용된다.   서두에서 말한 것처럼 비가 그친 뒤 잠시 눈부신 해가 비친다면 이는 태양의 광선과 관련된 것이므로 ‘햇볕’이 아니라 ‘햇빛’이 적절한 표현이다. 즉 ‘눈부신 햇볕’이 아니라 ‘눈부신 햇빛’이 더욱 어울리는 표현이다.   문제 하나 더. “○○이 강하게 내리쬐는 바닷가에서는 선크림을 바르고 긴팔 옷을 입는 등 화상에 주의해야 한다”에서 ○○에 들어갈 적절한 말은 ‘햇볕’과 ‘햇빛’ 가운데 어느 것일까? 여기에서는 명암의 정도를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태양의 뜨거움으로 인해 화상을 입을 수 있으니 조심하라는 의미이므로 ‘햇볕’을 써야 바르다.   눈이 부신 건 ‘햇빛’, 뜨거운 건 ‘햇볕’이라고 기억하면 된다.우리말 바루기 햇빛 햇볕 문제 하나

2022-07-28

[살며 배우며] 비타민 D 이야기

새해 첫 월요일에 갑자기 한파가 몰려와 아침에 월요등산을 취소하고, 오후에 이웃 몇 부부가 집 가까운 공원을 걸었다. 걸으며 비타민 D가 코로나 감염에도 영향을 끼친다는 신문 기사이야기도 나오고, 겨울철 햇빛을 적게 받아 비타민 D가 결핍될 가능성도 이야기했다. 같이 걷는 김 장로님이 비타민 D 보충을 위해 알약을 먹는다고 했다. 나도 비타민 D 알약 한 알을 매일 먹는다는 이야기를 했다. 다른 약은 안 먹는 내가 유독 비타민 D 만 먹게 된 과정도 이야기 했다.    매년 하는 건강검진 결과 보고서에 비타민 D 가 부족하다고 적혀있었다. 은퇴하기 전 내가 아직도 70대 초반이었다. 건강검진 받은 때가 오하이오 북쪽 겨울철이기에 야외활동을 덜해 햇빛을 많이 못 받아서 그런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는 의견을 친구이기도 한 가정의와 나누었다. 그 해 여름 골프도 치고 마당의 풀도 깎으며 야외활동을 많이 하며 햇빛도 많이 받을 때 다시 피검사를 했다. 여전히 비타민 D 부족이라고 결과가 나왔다. 햇빛에 매일 20분만 노출 되도 저절로 생긴다는 비타민 D가 여름내 야외 활동 하는 나에게 어떻게 부족하지? 이것도 늙어 가는 과정인가?   가정의의 충고대로 약방에서 산 비타민 D 알약 한 알씩 아침마다 먹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차 한잔을 마시는데 알약을 넣고 잘 저어서 마셨다. 그 후, 건강 검진 보고서에서 비타민 D 부족이란 말이 없어졌다. 은퇴하고 이사 와서 건강 검진 받은 결과도 비타민 D 가 정상 범위로 나왔다. 그래서 계속 비타민 D를 먹는다. “다른 약은 먹는 거 없어요?” 검진 받을 때 그런 질문 많이 받았다. 없다고 하면 고개를 갸웃하는 분들도 있다. ‘아침에 마시는 차의 뜨거운 물 속에 비타민 필을 넣으면 비타민이 파괴되지 않을까요?’ 하고 묻는 분도 있었다. 그럴 가능성도 있지만, 피검사에서 비타민 D 가 부족하지 않고 정상이라고 하니 나는 하던 대로 한다.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늙은 사람들에게 비타민 D가 부족하다고 한다. 늙어질수록 젊었을 때보다 실외 활동, 특히 겨울 철에는 더 실외 활동이 줄어들어 햇빛에 노출이 적어지는 노인에게 비타민 D 가 부족하다. 햇빛에 많은 노출은 피부암을 만든다는 상식 덕에 짧은 노출 시에도 햇빛차단제를 바르는 것도 비타민 D 부족을 돕는다고 한다. 근육활동량도 젊어서보다 줄어들어 골 밀도를 유지 하려면 비타민D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한다.     비타민 D는 뼈를 만드는 칼슘을 대장과 콩팥에서 흡수하는데 도움이 되고, 흡수된 칼슘을 운반하여 뼈대가 크게 유지되도록 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알려졌다. 비타민 D가 부족한 사람들이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도 잘되고 병에 걸리면 치사율도 높다는 연구들이 나오면서 요즈음 비타민 D에 관한 관심이 높아 졌다. 비타민 D가 면역력에 영향을 끼친다는 연구결과는 전부터 잘 알려졌다.     특히 노년층에 비타민 D가 부족하면 뼈가 약해지는 속도가 빨라지고, 균형감각이 약해지고, 면역체계가 약화하여 암이나 다른 병에 걸리기 쉽게 만들고, 계절적인 우울증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고 한다. 비타민 D가 부족하면 집중력도 떨어지고, 체중 감량도 어렵게 된다고 한다.     비타민 D가 많은 음식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찾아 보았다. 표고 버섯과 양송이 버섯 등 식물에 있고, 고등어, 연어, 청어, 정어리, 대구 등 물고기류와, 달걀에도 있다고 한다. 비타민 D가 필요하다고 과다 복용하면 칼슘이 과도하게 흡수되어 결석 증이나 석화화증이 생길 위험이 있다고 한다.     내가 몇 년째 먹는 비타민 D 알약은, 투명한 유리로 만든 것 같은 작은 콩알 만 한 캡슐인데 한 개씩 아침에 뜨거운 차에 타서 휘저어 녹이면 기름방울이 물위에 뜬다. 작은 콩알만 한 알약 650개가 주먹만한 플라스틱 병에 들었다. 내가 먹는 용량이 과학적으로 내가 필요한 만큼인지 아닌지를 전문가나 의사와 의논한 적이 없기에 하루 적정 양인지 아닌지는 나도 모른다.  살며 배우며 비타민 이야기 비타민 d 신문 기사이야기 겨울철 햇빛

2022-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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