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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읽기] 중국 부동산 시장의 ‘탐욕 카르텔’

덩샤오핑이 개혁개방의 기치를 내건 1978년, 광둥(廣東)성 순더(順德)의 한 시골 청년이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나온다. 이름은 양궈창(楊國强). 그는 건설 현장을 돌며 벽돌을 쌓고, 타일을 붙였다. 농민공 양궈창이 자기 사업을 시작한 건 1992년. 덩샤오핑이 제2의 개혁개방을 선언했던 바로 그해다. 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 회사 비구이위안(碧桂園)은 그렇게 탄생했다.   양궈창의 성공은 ‘345모델’로 상징된다. 공사 시작 3개월 만에 분양을 시작하고, 4개월 만에 분양을 끝내고, 그 돈으로 다시 5개월 안에 다른 땅을 잡아 개발에 나서는 방식이다. 최고의 사업 모델이라는 찬사를 받기도 했다.   ‘탐욕의 카르텔’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지방 정부는 세수 확보를 위해 가능한 한 많이 토지(사용권)를 팔아야 했다. 부패 관료들은 토지 가격을 깎아주고, 아파트를 챙겼다. 분양이 시작되면 투기꾼은 은행 돈으로 아파트 매집한다. 은행은 집값의 70%, 경우에 따라 90%까지 빌려주기도 한다. 그래도 걱정 없다. 집값은 어차피 오를 것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를 거치며 시장은 냉각됐다. 2020년 시행된 ‘3개 레드라인(개발사 재무 건전성 지침)’이 위력을 발휘하면서 아파트 불패 신화는 무너졌다. 돈의 흐름이 끊기면서 ‘345모델’은 작동하지 않았고, 거꾸로 회사를 파국으로 내몰았다.   탐욕은 끝없다. 비구이위안 CEO인 양후이옌(楊惠姸, 양궈창의 둘째 딸)은 지난 7월 말 계열사인 비구이위안서비스(碧桂園服務)의 보유 주식 20%를 궈창(國强)공익기금회에 기부한다. 시가 64억 위안, 우리 돈 1조원이 넘는 규모다. 궈창공익기금회는 양궈창 일가가 홍콩에서 운영하는 자선기금. 시장에서는 “양가(楊家)가 망해가는 회삿돈을 빼돌려 자금을 세탁하고 있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시진핑(習近平) 주석은 적당히 타협할 생각이 없다. “부패와 투기로부터 시장을 구할 테니 소비자들은 힘들어도 참아라”라는 메시지를 내보냈다. 공동부유의 기치는 더 높게 나부낀다.   비구이위안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2년 전 위기에 빠진 민영기업 헝다를 보자. 버틸 힘을 소진한 헝다는 보유 자산과 개발 프로젝트를 ‘빅 핸드(정부)’에 넘겨야 할 처지다. 국유화는 정해진 수순으로 보인다. “(시장이 위기에 처했으니) 국가가 나서고 민간은 물러나야 한다.” 시진핑의 중국은 국진민퇴(國進民退) 논리로 주요 민영기업을 하나둘 손에 넣고 있다. 비구이위안 사태를 추동하는 또 다른 로직이다. 한우덕 / 한국 차이나랩 선임기자중국읽기 중국 부동산 부동산 시장 탐욕 카르텔 회사 비구이위안

2023-08-21

[주간 증시 브리핑] 두려워할 때 사고, 탐욕 부릴 때 팔라

주식시장은 이번 주 상승했다. 5주 만이다. 올해 들어 최악의 주로 기록했던 지난주 폭락을 완전히 복구할 정도는 아니었어도 일단 회복세로 돌려놓는 첫발은 내디뎠다. 올해 1월달 상승세는 2월 들어 하락세로 뒤집어졌다. 지난주까지 4주 연속 하락한 다우지수는 2월달 4.2% 떨어졌다. 1월에 2.8% 오른 것을 넘어선 수치이다.     그리고  이번 주 수요일(3월1일)  16주 최저치로 고꾸라졌다.  올해 들어 상승했던 것을 모두 반납하고도 647포인트까지 더 떨어진 처참한 순간이었다. 반면 2월달 1.2% 떨어지는 데 그친 나스닥은 1월에 10.6%  폭등했다. 이는 6개월 만에 최대폭이자 무려 24년 만에 가장 크게 오른 최고의 1월달로 기록됐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의 격언들중  “남들이 탐욕 부릴 때 팔고, 두려워할 때사라” 라는 구절이 있다. 주식시장을 움직이는 두 가지 요소는 두려움과 기대감이다. 오를 거라는 기대감 속에서 장은 상승하고 떨어질 거라는 두려움 속에서 하락한다. 투자심리는 이러한 두려움과 기대감 속에서 일희일비하며 요동친다.     더디게 잡히고 있는 인플레이션을 목표치인 2%대로 낮추기 위한 지속적인 추가 금리 인상과 연준의 피벗(pivot) 없이 내년도까지 유지될 수 있는 최종 금리(5.5% 이상)에 대한 두려움은 날마다 투자심리를 압박하는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예상치를 웃돌며 호조를 기록하고 있는 경제지표들 역시 투자자들의 멘탈을 흔들었다. 그 결과 10년 만기와 2년 만기 국채금리는 2주 연속 각각 4개월과 16년 최고치로 치솟았다.       그러나 지난 목요일(2일) 한 연준 인사의 발언은 연준의 피벗 (pivot) 가능성을 전격 부활시켰다. 딱히 비둘기파적인 발언이 아니었음에도 올여름 금리인상이 멈출 수 있다는 발언은 확대해석됐고 투자자들은 패닉 바잉을 몰고 왔다. 불붙은 매수심리는 다음날인 금요일까지 이어졌다. 그 결과 목요일 오전까지만 해도 2주 연속 하락한 주를 기록하고 있던 장은 상승한 주로 탈바꿈했다.           불확실하고 위태로운 상황에서도 멘탈이 흔들리지 않는 전략적인 매수나 매도는 항상 요구된다. 이소룡의 1971년 “Be like water”라는 유명한 TV 인터뷰가 있다. “마음을 비우고 물처럼 형태가 없게 하라. 컵에 물을 넣으면 물은 컵이 되고 찻주전자에 넣으면 찻주전자가 된다. 물은 흐르거나 충돌할 수 있다. 친구여 물이 되어라”.  이는 곧 물처럼 유연하면 어떠한 상황에 닥쳐도 빠르게 적응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불안정한 시기에는 미리 방향을 정해놓고 한쪽으로 쏠리기보다 물 흐르듯 부드럽게  장의 움직임에 대처하는 끈기 있는 현명함이 필요하다. 김재환 아티스 캐피탈 대표 info@atiscapital.com주간 증시 브리핑 탐욕 올여름 금리인상 사고 탐욕 비둘기파적인 발언

2023-03-03

[이 아침에] 짧은 인생 쫄깃하게 살기

세상에 쉬운 일은 없다. 땅 짚고 헤엄치기도 물이 갑자기 불어나면 익사한다.     어릴 적 냇가에서 놀 때는 얕은 곳에서 물개 헤엄치며 퍼덕거렸다. 한여름 땡볕에 발바닥이 따끔거려도 모래사장에 집을 만들고 붉은 해가 하늘을 통째로 삼킬 무렵 ‘밥 묵어라’ 큰 소리로 부를 때까지 놀았다. 어둑어둑 해가 지는 길을 따라 엄마 손에 끌려 집으로 돌아갈 때는 약간 슬펐다. 내일 다시 동무들이랑 모래성 쌓을 생각을 하면 풍선껌을 씹을 때처럼 가슴이 부풀어 올랐다.     ‘재미있다’는 감정은 즐거운 상태를 말한다. 무슨 일을 할 때 편안함, 기쁨, 만족, 짜릿함이 솟구치고 흐뭇하면 행복해진다. 인간은 행복해지기를 원하지만 반복되는 일상에 지쳐 감정이 무디게 되고 욕망과 탐욕, 물질과 권력의 늪에 빠져 뒤죽박죽 헝클어진 일상을 반복한다. 탐욕을 버리면 사는 게 가벼워진다. 어깨가 덜 무겁다. 짧은 인생을 짜릿하게, 쫄깃하고 맛있게 사는 건 선택이다.   자고 나면 치솟는 먹거리 물가로 한숨이 깊은데도 올겨울 가장 많이 찾는 간식으로 붕어빵이 등극했다. 따끈따끈 김이 모락모락 나는 붕어빵을 먹던 어린 시절은 행복했다. 바삭하고 쫄깃쫄깃한 붕어 배 속에 들어있던, 달짝지근하게 입안을 감돌던 앙꼬맛! 앙꼬는 외래어로 우리말로는 ‘팟소’라 부르는데 나는 여태 ‘앙꼬’라는 추억의 단어에 애착이 간다. 고향 떠나 멀리 타국을 헤매도 붕어빵의 쫄깃하고 달콤한 추억은 세월을 거슬러 흐른다.       가장 좋아하는 것, 정말 하고 싶은 일에 매달리면 사는 게 행복해진다. 소소한 작은 일도 부단히 노력하면 생의 방향이 바뀐다. 씨앗 뿌리지 않고 거두는 수확은 없다.  목표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실망하지 말자. 아무런 목표도 목적도 없이 태어났다. 목표는 수정하고 다시 세우면 된다. 죽는 날까지 지우고 반복하다 죽는다     사랑하는 사람으로 주변에 울타리를 만들자. 너무 크지도, 화려하지 않게, 좋아하는 사람들이 언제든지 넘어올 수 있게 담장은 낮게 만들자. 달콤한 유혹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사랑 말고, 소소한 말에 귀 기울이고 미소 짓는 사람 몇 명만 있으면 쫄깃하고 단맛 나게 살 수 있다.       철학자 에피쿠로스는 ‘못 가진 것에 대한 욕망으로 가진 것을 망치지 마라. 지금 당신이 가진 것 역시 한때는 바라기만 했던 것 중의 하나였을 것이다’라고 말한다.  현재의 삶에 의미를 부여하고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인생의 열쇠를 찾으란 뜻이다.     자신에게 ‘올인’하라. ‘내’가 없으면 아무것도 없다. 지구가 공전을 멈춘다 해도 존재하지 않는 것들은 의미를 깨닫지 못한다.     외롭다는 것은 사람이 그립다는 말이다. 가슴이 외로움으로 흔들릴 때는 일기를 쓰면 된다. 미사여구가 아닌 가슴이 흘리는 눈물 몇 방울 적으면 된다. 태양도 바람도 눈물 흘린다. 불타올라도 언젠가는 지고 슬프기는 마찬가지다. 혼자 있어도 같이 있어도 외롭다. 기뻤던 날들, 아름답고 사랑한 시간을 떠올리며 추억의 강에 배를 띄운다.   이기희 / Q7 Editions 대표·작가이 아침에 인생 철학자 에피쿠로스 탐욕 물질 한여름 땡볕

2023-02-12

[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짧은 인생 쫄깃하게 살기

세상에 쉬운 일은 없다. 땅 짚고 헤엄치기도 물이 갑자기 불어나면 익사한다. 내가 제일 무서워하는 건 바다! 수영을 못하기 때문에 빠지면 익사할 확률이 높다. 어릴 적 냇가에서 놀 때는 얕은 곳에서 물개 헤엄치며 퍼득거렸다. 한여름 땡볕에 발바닥이 따끔거려도 모래사장에 집을 만들고 붉은 해가 하늘을 통째로 삼킬 무렵 ‘밥 묵어라’ 큰소리로 부를 때까지 놀았다. 매일 같은 동무들과 똑같은 소꿉놀이를 반복해도 재미있고 신이 났다. 어둑어둑 해가 지는 길을 따라 엄마 손에 끌려 집으로 돌아갈 때는 약간 슬펐다. 내일 다시 동무들이랑 모래성 쌓을 생각을 하면 풍선껌을 씹을 때처럼 가슴이 부풀어 올랐다.     ‘재미 있다’는 감정이 즐거운 상태를 말한다. 무슨 일을 할 때 편안함, 기쁨, 만족, 짜릿함이 솟구치고 흐뭇하면 행복해진다. 인간은 행복해지기를 원하지만 반복되는 일상에 지쳐 감정이 무디게 되고 욕망과 탐욕, 물질과 권력의 늪에 빠져 뒤죽박죽 헝클어진 일상을 반복한다. 탐욕을 버리면 사는 게 가벼워진다. 어깨가 덜 무겁다. 짧은 인생을 짜릿하게, 쫄깃하고 맛있게 사는 건 선택이다.   자고 나면 치솟는 먹거리 물가로 한숨이 깊은데도 올 겨울 가장 많이 찾는 간식으로 붕어빵이 등극했다. 어묵과 호떡, 군고구마가 그 다음 순위다.     붕어빵도 진화를 거듭, 치즈붕어방, 흑임자크림빵, 대왕붕어빵, 황금잉어빵, 곰곰단팥붕어방 등 가지가지다. 따근따끈 김이 모락모락 나는 붕어빵을 먹던 어린 시절은 행복했다. 바싹하고 쫄깃쫄깃한 붕어 배속에 들어 있던, 달짝지근하게 입안을 감돌던 앙꼬맛! 앙꼬는 외래어로 우리말로는 ‘팟소’라 부르는데 나는 여태 ‘앙꼬’라는 추억의 단어에 애착이 간다. 고향 떠나 멀리 타국을 헤매여도 붕어빵의 쫄깃하고 달콤한 추억은 세월을 거슬러 흐른다.       가장 좋아하는 것, 정말 하고 싶은 일에 매달리면 사는 게 행복해진다. 소소한 작은 일도 부단히 노력하면 생의 방향이 바뀐다. 씨앗 뿌리지 않고 거두는 수확은 없다.     목표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실망하지 말자. 아무런 목표도 목적도 없이 태어났다. 목표는 수정하고 다시 세우면 된다. 죽는 날까지 지우고 반복하다 죽는다.     사랑하는 사람으로 주변에 울타리를 만들자. 너무 크지도, 화려하지 않게, 좋아하는 사람들이 언제든지 넘어올 수 있게 담장은 낮게 만들자. 달콤한 유혹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사랑 말고, 소소한 말에 귀 기울이고 미소 짓는 사람 몇 명만 있으면 쫄깃하고 단맛 나게 살 수 있다.     철학자 에피쿠로스는 ‘못 가진 것에 대한 욕망으로 가진 것을 망치지 마라. 지금 당신이 가진 것 역시 한때는 바라기만 했던 것 중에 하나였을 것이다’라고 말한다.     현재의 삶에 의미를 부여하고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인생의 열쇠를 찾으란 뜻이다. 자신에게 ‘올인’하라. ‘내’가 없으면 아무 것도 없다. 지구가 공전을 멈춘다 해도 존재하지 않는 것들은 의미를 깨닫지 못한다.   외롭다는 것은 사람이 그립다는 말이다. 가슴이 외로움으로 흔들릴 때는 일기를 쓰면 된다. 미사여구가 아닌 가슴이 흘리는 눈물 몇 방울 적으면 된다.     태양도 바람도 눈물 흘린다. 불타올라도 언젠가는 지고 슬프기는 마찬가지다. 혼자 있어도 같이 있어도 외롭다. 기뻤던 날들, 아름답고 사랑한 시간들을 떠올리며 추억의 강에 배를 띄운다. (Q7 Editions 대표, 작가)                 이기희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인생 치즈붕어방 흑임자크림빵 철학자 에피쿠로스 탐욕 물질

2023-01-31

정·재계 “기업 탐욕에 의한 인플레 막자”

높은 물가의 주범 중 하나로 기업들의 ‘그리드플레이션’이 지목되면서 미국 정·재계에서 기업들에 제품 가격을 올리지 못하도록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그리드플레이션은 탐욕을 뜻하는 그리드와 인플레이션의 합성어로, 기업들이 제품과 서비스 가격을 과도하게 올려 물가가 상승하는 현상을 뜻한다.   월가와 정치권에서는 코로나19 발생 이후에도 미국 기업들의 이익 폭이 줄지 않은 것을 눈여겨보며 이들이 그리드플레이션을 불러왔다고 지적했다.   알버트 에드워즈 소시에테제네랄(SG) 글로벌 전략가는 최근 1년간 미국 기업들의 이익이 사상최대치를 기록했다며 “미국 기업들이 2020년 경기침체의 경기 순환적 영향을 받지 않고, 이익이 감소하지 않은 것이 이상하다”며 그리드플레이션 가능성을 언급했다.   폴 도노반 UBS 이코노미스트도 “기업들이 소비자들에게 높은 가격을 전가하고, 지금의 고물가 상황을 이용해 이익 마진을 높이는 데 활용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의원들도 지속적으로 미국 기업들이 인플레이션의 주범이라고 비판했다.   버니 샌더스 연방 상원의원은 “경제위기는 인플레이션이 아니라 기업들의 탐욕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도 에너지 기업들의 이익이 ‘믿을 수 없을 만큼 많다’며 이들에게 ‘횡재세(초과이익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기업들의 탐욕이 결국 소비자들의 수요 감소를 불러와 이제 더는 기업들이 소비자들에게 물가 상승분을 전가하는 것이 어려워졌다고 매체는 설명했다.   최근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에게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대다수 기업은 소비자들의 수요가 둔화하고 있으며, 인플레이션이 지속하면 소비가 더 줄어들 것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브라이언 코넬 타겟 CEO는 3분기 실적 발표 후 “소비자들의 행동이 인플레이션과 금리 상승, 경제적 불확실성에 큰 영향을 받고 있다”고 언급했다.   더그 맥밀런 월마트 CEO도 “인플레이션이 고객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고 있어 우리는 가격과 비용을 빠르게 줄이는 데 총력을 다 할 것”이라고 말했다.인플레 탐욕 그리드플레이션 가능성 기업 탐욕 물가 상승분

2022-11-27

[기고] 탐욕·분노·우둔이 일으키는 전쟁

신문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기사를 읽다가 어머니 생각에 잠시 멍해 있었다. 왜 그러는지 묻는 도반 스님에게 “엄마 생각나서”라고 한마디 꺼냈다가 모친의 비극적 생애 한 조각까지 주절주절 읊고 말았다.   모친에겐 일찍이 전쟁 나간 남편이 있었다. 청상과부로 세월 가는 며느리가 안타까워 시어른이 나서서 내 부친에게 시집 보냈다고 한다. 어머니의 가련한 미소는 슬픔과 그리움에서 비롯되었다. 훗날 전쟁 나간 남편이 북쪽에 살아있다는 소문을 듣고부터는 침묵도 길어졌다.     지나고 보면 대개가 기억에도 남지 않는 역사의 한 페이지에 불과하지만, 전쟁이 낳은 수많은 비극의 주인공들은 지금도 우리 주위에서 생생하게 찾아볼 수 있다. 당장 우크라이나의 전쟁터만 해도 그렇다. 죽은 아이를 안고 우는 어머니, 임산부와 태아의 죽음, 그리고 끝없이 이어지는 피란 행렬.   죽음의 공포가 따르는 그 피란 행로가 얼마나 기막히고 고단할지 나는 짐작도 안 된다. 물론 세상에는 그들을 바라보는 연민의 눈길도 많고, 전쟁을 그만두라는 외침도 많이 들린다. 그런데도 사람을 해치고 도시를 파괴하는 전쟁은 잔인하게 계속되고 있다.   돌아보면 고작 한 달 사이인데, 세상에는 참 많은 일이 있었다. 우크라이나에는 전쟁이 났고, 우리나라는 새 대통령이 선출되었다. 코로나는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러한 때, 나 같은 보통의 종교인은 그저 두 손 모아 ‘세계평화, 국태민안’을 기도하며, 코로나에 지쳐 절에 찾아오는 이들을 토닥이는 게 최선이다.   단언컨대, 전쟁은 악업일 뿐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그 어떤 전쟁도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었다. 수많은 사람이 죽었고, 겨우 살아낸 자에게는 고통만이 남았다. 침략국 군주들은 한결같이 도덕이 없어야 군사전략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민간인 학살을 자행했다. 또 아이러니하게도 전쟁이 어떤 이에게는 부를 가져다주기도 한다.   불교에서는 전쟁과 같은 크고 작은 중생계의 다툼과 갈등의 원인을 탐욕과 분노, 어리석음에서 찾는다. 즉 ‘탐진치(貪瞋癡)’로 인해 생긴 갈등이 개인적으로나 집단적으로 표출된다고 생각한다.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의 원인도 탐진치 세 가지 원인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물론 구체적인 내용이야 다르겠지만, 탐욕 하나만 하더라도 각자 내 나라를 이롭게 하려던 것이, 다른 한편에서는 갈등과 충돌을 일으키는 원인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인류가 행해온 수많은 전쟁과 다툼, 살육은 벗어나기 힘든 인간의 업보인지도 모르겠다.   유발 하라리에 의하면, 인간은 언어소통을 하고 상상력으로 문명을 개척하며 사회협동을 하고, 그로 인해 많은 것을 극복하며 지구의 주인공이 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를 증명하듯 우리는 지금 네트워크에 의한 정보량도 충분하고, 서로 소통하며 협력하기도, 멀리서 응원하며 난민지원을 함께하기도 한다. 협력하는 것만이 생존의 길이 된다.   다만 불행하게도 전쟁을 막고 인류공영을 이루기 위해 국제연맹과 국제연합(유엔)까지 만들어 협력해도 여전히 전쟁을 막는 데는 역부족이다. 어디 그뿐인가. 지역별로 경제블록도 만들고, 방위체제를 만드는 것도 또 다른 분쟁의 불씨가 되기도 한다.   언론인 크리스 헤지스에 의하면 “각 나라가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면 할수록 실제로 최악의 사태가 일어날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고 한다. 즉 전쟁에 대비하고자 더 좋은 무기를 만들수록 전쟁이 일어날 확률은 더 높아진다는 말이다. 뭔가 깊이 생각해볼 말이다.   아무튼 불교는 “중생의 번뇌가 끝이 없어도 그를 해결하려는 노력 또한 계속해야 한다”고 말한다. 평화를 위한 우공이산(愚公移山) 말고 달리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어리석은 듯 보이더라도 한 삼태기씩 꾸준히 흙을 옮겨야 마침내 태산을 옮기듯, 평화를 위해 무던히 노력해야 한다. 개인과 집단 모두 꾸준히 참고 노력해야만 약소한 나라의 생존을 약탈하면서 욕망을 채우는 일을 막아낼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원영 스님 / 청룡암 주지기고 탐욕 분노 우크라이나 전쟁 훗날 전쟁 어머니 생각

2022-04-04

[기고] 탐욕·분노·우둔이 일으키는 전쟁

신문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기사를 읽다가 어머니 생각에 잠시 멍해 있었다. 왜 그러는지 묻는 도반 스님에게 “엄마 생각나서”라고 한마디 꺼냈다가 모친의 비극적 생애 한 조각까지 주절주절 읊고 말았다.   모친에겐 일찍이 전쟁 나간 남편이 있었다. 청상과부로 세월 가는 며느리가 안타까워 시어른이 나서서 내 부친에게 시집 보냈다고 한다. 어머니의 가련한 미소는 슬픔과 그리움에서 비롯되었다. 훗날 전쟁 나간 남편이 북쪽에 살아있다는 소문을 듣고부터는 침묵도 길어졌다.     지나고 보면 대개가 기억에도 남지 않는 역사의 한 페이지에 불과하지만, 전쟁이 낳은 수많은 비극의 주인공들은 지금도 우리 주위에서 생생하게 찾아볼 수 있다. 당장 우크라이나의 전쟁터만 해도 그렇다. 죽은 아이를 안고 우는 어머니, 임산부와 태아의 죽음, 그리고 끝없이 이어지는 피란 행렬.   죽음의 공포가 따르는 그 피란 행로가 얼마나 기막히고 고단할지 나는 짐작도 안 된다. 물론 세상에는 그들을 바라보는 연민의 눈길도 많고, 전쟁을 그만두라는 외침도 많이 들린다. 그런데도 사람을 해치고 도시를 파괴하는 전쟁은 잔인하게 계속되고 있다.   돌아보면 고작 한 달 사이인데, 세상에는 참 많은 일이 있었다. 우크라이나에는 전쟁이 났고, 우리나라는 새 대통령이 선출되었다. 코로나는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러한 때, 나 같은 보통의 종교인은 그저 두 손 모아 ‘세계평화, 국태민안’을 기도하며, 코로나에 지쳐 절에 찾아오는 이들을 토닥이는 게 최선이다.   단언컨대, 전쟁은 악업일 뿐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그 어떤 전쟁도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었다. 수많은 사람이 죽었고, 겨우 살아낸 자에게는 고통만이 남았다. 침략국 군주들은 한결같이 도덕이 없어야 군사전략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민간인 학살을 자행했다. 또 아이러니하게도 전쟁이 어떤 이에게는 부를 가져다주기도 한다.   불교에서는 전쟁과 같은 크고 작은 중생계의 다툼과 갈등의 원인을 탐욕과 분노, 어리석음에서 찾는다. 즉 ‘탐진치(貪瞋癡)’로 인해 생긴 갈등이 개인적으로나 집단적으로 표출된다고 생각한다.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의 원인도 탐진치 세 가지 원인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물론 구체적인 내용이야 다르겠지만, 탐욕 하나만 하더라도 각자 내 나라를 이롭게 하려던 것이, 다른 한편에서는 갈등과 충돌을 일으키는 원인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인류가 행해온 수많은 전쟁과 다툼, 살육은 벗어나기 힘든 인간의 업보인지도 모르겠다.   유발 하라리에 의하면, 인간은 언어소통을 하고 상상력으로 문명을 개척하며 사회협동을 하고, 그로 인해 많은 것을 극복하며 지구의 주인공이 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를 증명하듯 우리는 지금 네트워크에 의한 정보량도 충분하고, 서로 소통하며 협력하기도, 멀리서 응원하며 난민지원을 함께하기도 한다. 협력하는 것만이 생존의 길이 된다.   다만 불행하게도 전쟁을 막고 인류공영을 이루기 위해 국제연맹과 국제연합(유엔)까지 만들어 협력해도 여전히 전쟁을 막는 데는 역부족이다. 어디 그뿐인가. 지역별로 경제블록도 만들고, 방위체제를 만드는 것도 또 다른 분쟁의 불씨가 되기도 한다.   언론인 크리스 헤지스에 의하면 “각 나라가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면 할수록 실제로 최악의 사태가 일어날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고 한다. 즉 전쟁에 대비하고자 더 좋은 무기를 만들수록 전쟁이 일어날 확률은 더 높아진다는 말이다. 뭔가 깊이 생각해볼 말이다.   아무튼 불교는 “중생의 번뇌가 끝이 없어도 그를 해결하려는 노력 또한 계속해야 한다”고 말한다. 평화를 위한 우공이산(愚公移山) 말고 달리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어리석은 듯 보이더라도 한 삼태기씩 꾸준히 흙을 옮겨야 마침내 태산을 옮기듯, 평화를 위해 무던히 노력해야 한다. 개인과 집단 모두 꾸준히 참고 노력해야만 약소한 나라의 생존을 약탈하면서 욕망을 채우는 일을 막아낼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원영스님 / 청룡암 주지기고 탐욕 분노 우크라이나 전쟁 훗날 전쟁 어머니 생각

2022-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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