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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읽기] 중국 부동산 시장의 ‘탐욕 카르텔’

덩샤오핑이 개혁개방의 기치를 내건 1978년, 광둥(廣東)성 순더(順德)의 한 시골 청년이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나온다. 이름은 양궈창(楊國强). 그는 건설 현장을 돌며 벽돌을 쌓고, 타일을 붙였다. 농민공 양궈창이 자기 사업을 시작한 건 1992년. 덩샤오핑이 제2의 개혁개방을 선언했던 바로 그해다. 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 회사 비구이위안(碧桂園)은 그렇게 탄생했다.
 
양궈창의 성공은 ‘345모델’로 상징된다. 공사 시작 3개월 만에 분양을 시작하고, 4개월 만에 분양을 끝내고, 그 돈으로 다시 5개월 안에 다른 땅을 잡아 개발에 나서는 방식이다. 최고의 사업 모델이라는 찬사를 받기도 했다.
 
‘탐욕의 카르텔’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지방 정부는 세수 확보를 위해 가능한 한 많이 토지(사용권)를 팔아야 했다. 부패 관료들은 토지 가격을 깎아주고, 아파트를 챙겼다. 분양이 시작되면 투기꾼은 은행 돈으로 아파트 매집한다. 은행은 집값의 70%, 경우에 따라 90%까지 빌려주기도 한다. 그래도 걱정 없다. 집값은 어차피 오를 것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를 거치며 시장은 냉각됐다. 2020년 시행된 ‘3개 레드라인(개발사 재무 건전성 지침)’이 위력을 발휘하면서 아파트 불패 신화는 무너졌다. 돈의 흐름이 끊기면서 ‘345모델’은 작동하지 않았고, 거꾸로 회사를 파국으로 내몰았다.
 


탐욕은 끝없다. 비구이위안 CEO인 양후이옌(楊惠姸, 양궈창의 둘째 딸)은 지난 7월 말 계열사인 비구이위안서비스(碧桂園服務)의 보유 주식 20%를 궈창(國强)공익기금회에 기부한다. 시가 64억 위안, 우리 돈 1조원이 넘는 규모다. 궈창공익기금회는 양궈창 일가가 홍콩에서 운영하는 자선기금. 시장에서는 “양가(楊家)가 망해가는 회삿돈을 빼돌려 자금을 세탁하고 있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시진핑(習近平) 주석은 적당히 타협할 생각이 없다. “부패와 투기로부터 시장을 구할 테니 소비자들은 힘들어도 참아라”라는 메시지를 내보냈다. 공동부유의 기치는 더 높게 나부낀다.
 
비구이위안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2년 전 위기에 빠진 민영기업 헝다를 보자. 버틸 힘을 소진한 헝다는 보유 자산과 개발 프로젝트를 ‘빅 핸드(정부)’에 넘겨야 할 처지다. 국유화는 정해진 수순으로 보인다. “(시장이 위기에 처했으니) 국가가 나서고 민간은 물러나야 한다.” 시진핑의 중국은 국진민퇴(國進民退) 논리로 주요 민영기업을 하나둘 손에 넣고 있다. 비구이위안 사태를 추동하는 또 다른 로직이다.

한우덕 / 한국 차이나랩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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