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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탐욕·분노·우둔이 일으키는 전쟁

신문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기사를 읽다가 어머니 생각에 잠시 멍해 있었다. 왜 그러는지 묻는 도반 스님에게 “엄마 생각나서”라고 한마디 꺼냈다가 모친의 비극적 생애 한 조각까지 주절주절 읊고 말았다.
 
모친에겐 일찍이 전쟁 나간 남편이 있었다. 청상과부로 세월 가는 며느리가 안타까워 시어른이 나서서 내 부친에게 시집 보냈다고 한다. 어머니의 가련한 미소는 슬픔과 그리움에서 비롯되었다. 훗날 전쟁 나간 남편이 북쪽에 살아있다는 소문을 듣고부터는 침묵도 길어졌다.  
 
지나고 보면 대개가 기억에도 남지 않는 역사의 한 페이지에 불과하지만, 전쟁이 낳은 수많은 비극의 주인공들은 지금도 우리 주위에서 생생하게 찾아볼 수 있다. 당장 우크라이나의 전쟁터만 해도 그렇다. 죽은 아이를 안고 우는 어머니, 임산부와 태아의 죽음, 그리고 끝없이 이어지는 피란 행렬.
 
죽음의 공포가 따르는 그 피란 행로가 얼마나 기막히고 고단할지 나는 짐작도 안 된다. 물론 세상에는 그들을 바라보는 연민의 눈길도 많고, 전쟁을 그만두라는 외침도 많이 들린다. 그런데도 사람을 해치고 도시를 파괴하는 전쟁은 잔인하게 계속되고 있다.
 


돌아보면 고작 한 달 사이인데, 세상에는 참 많은 일이 있었다. 우크라이나에는 전쟁이 났고, 우리나라는 새 대통령이 선출되었다. 코로나는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러한 때, 나 같은 보통의 종교인은 그저 두 손 모아 ‘세계평화, 국태민안’을 기도하며, 코로나에 지쳐 절에 찾아오는 이들을 토닥이는 게 최선이다.
 
단언컨대, 전쟁은 악업일 뿐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그 어떤 전쟁도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었다. 수많은 사람이 죽었고, 겨우 살아낸 자에게는 고통만이 남았다. 침략국 군주들은 한결같이 도덕이 없어야 군사전략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민간인 학살을 자행했다. 또 아이러니하게도 전쟁이 어떤 이에게는 부를 가져다주기도 한다.
 
불교에서는 전쟁과 같은 크고 작은 중생계의 다툼과 갈등의 원인을 탐욕과 분노, 어리석음에서 찾는다. 즉 ‘탐진치(貪瞋癡)’로 인해 생긴 갈등이 개인적으로나 집단적으로 표출된다고 생각한다.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의 원인도 탐진치 세 가지 원인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물론 구체적인 내용이야 다르겠지만, 탐욕 하나만 하더라도 각자 내 나라를 이롭게 하려던 것이, 다른 한편에서는 갈등과 충돌을 일으키는 원인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인류가 행해온 수많은 전쟁과 다툼, 살육은 벗어나기 힘든 인간의 업보인지도 모르겠다.
 
유발 하라리에 의하면, 인간은 언어소통을 하고 상상력으로 문명을 개척하며 사회협동을 하고, 그로 인해 많은 것을 극복하며 지구의 주인공이 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를 증명하듯 우리는 지금 네트워크에 의한 정보량도 충분하고, 서로 소통하며 협력하기도, 멀리서 응원하며 난민지원을 함께하기도 한다. 협력하는 것만이 생존의 길이 된다.
 
다만 불행하게도 전쟁을 막고 인류공영을 이루기 위해 국제연맹과 국제연합(유엔)까지 만들어 협력해도 여전히 전쟁을 막는 데는 역부족이다. 어디 그뿐인가. 지역별로 경제블록도 만들고, 방위체제를 만드는 것도 또 다른 분쟁의 불씨가 되기도 한다.
 
언론인 크리스 헤지스에 의하면 “각 나라가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면 할수록 실제로 최악의 사태가 일어날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고 한다. 즉 전쟁에 대비하고자 더 좋은 무기를 만들수록 전쟁이 일어날 확률은 더 높아진다는 말이다. 뭔가 깊이 생각해볼 말이다.
 
아무튼 불교는 “중생의 번뇌가 끝이 없어도 그를 해결하려는 노력 또한 계속해야 한다”고 말한다. 평화를 위한 우공이산(愚公移山) 말고 달리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어리석은 듯 보이더라도 한 삼태기씩 꾸준히 흙을 옮겨야 마침내 태산을 옮기듯, 평화를 위해 무던히 노력해야 한다. 개인과 집단 모두 꾸준히 참고 노력해야만 약소한 나라의 생존을 약탈하면서 욕망을 채우는 일을 막아낼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원영스님 / 청룡암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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