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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 빈 복도·밀실의 공포…‘샤이닝’에 모성애 결합

공포영화의 영원한 교과서 ‘샤이닝’(1980)은 소설가 잭(잭 니컬슨)이 한겨울 폭설로 운영이 불가능한 오버룩 호텔에 관리인으로 오면서 시작된다. 조용한 환경에서 소설을 쓸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가족들과 호텔로 온 잭의 가족은 알 수 없는 공포에 시달린다. 자신에게 닥칠 미래를 예시할 수 있는 능력(샤이닝)을 지닌 아들 대니는 보이지 않는 영혼들을 만나면서 호텔에 드리워진 음산한 기운을 직감한다. 폭설로 호텔이 고립되자 환상과 현실의 경계에서 서서히 미쳐가는 잭 그리고 그를 지켜보는 아내와 아들. 점점 가까워져 오고 있는 극한의 공포가 불안을 고조시킨다.     스티븐 킹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샤이닝’은 호텔에서 죽은 쌍둥이 자매의 등장과 호텔 복도에 피가 쏟아지는 여러 명장면들로 지금도 많이 회자되고 있는 작품이다. 컴퓨터 그래픽을 사용하지 않고도 큐브릭의 완벽주의가 연출해낸 공포의 순간들은 스릴러 영화의 바이블로 인식되어 왔다.   큐브릭 감독의 마지막 영화 ‘눈을 크게 감고(Eyes Wide Shut)’(1999)의 섹스파티 장면에서 의사 빌(톰 크루즈)을 에스코트하는 미모의 여인으로 출연했던 스튜어트 손다이크는 레즈비언인 자신의 성 정체성을 영화에도 적용한다. 대학시절부터 ‘샤이닝’의 정교한 미장센에 매료되었던 손다이크의 두 번째 연출작  ‘배드 싱스’는 퀴어 여성들의 등장과 뒤틀린 모성애를 가미시킨 ‘샤이닝’의 오마주다.     ‘샤이닝’의 레즈비언 버전으로 리메이크된 ‘배드 싱스’는 그래픽 기술을 사용, 더 자극적인 장면을 연출해내려는 요즘의 공포영화들과는 다르다. 대신 손다이크 감독은 점차 밀도를 높여 가는 큐브릭 스타일의 긴장감으로 20대 친구 4명이 텅 빈 호텔에서 주말을 보내며 겪게 되는 일련의 사건들을 나열한다. 그리고 모녀 관계를 인류 최초의 ‘원초적 관계’로 되돌려 놓으려는 자신의  주제에 집중한다. 감독은 모녀 관계에 개입된 사회적 규범을 파괴하며 ‘샤이닝’을 연상시키는 미묘한 기시감과 텅빈 복도를 활용한 공포와 불길한 집착, 밀실 공포증으로 영화를 채워 나간다.     전설적 감독 스탠리 큐브릭의 명작을 오마주한 저예산 인디 영화 ‘배드 싱스’는 모성을 주제로 한 손다이크의 3부작 중 두 번째 작품이다. 김정 영화평론가 ckkim22@gmailcom샤이닝 모성애 모성애 결합 호텔 복도 집착 밀실

2023-08-25

[글마당] 한 물건에 집착하는 아이와 나

나는 집에서 다운 조끼를 입고 있다가 더우면 벗어서 의자에 깔고 앉는다. 방을 옮길 때도 끼고 다닌다. 잠자리에도 조끼를 앞으로 입고 껴안고 잔다.     지난밤 자다가 몸이 으스스했다. 내 가슴에 조끼가 없다. ‘그냥 자자’며 나를 다독였지만, 잠이 오지 않았다. 일어났다. 다운 조끼를 찾아서 앞에 걸치고 부드러운 촉감을 만지다가 옛 생각에 빠졌다.     작은아이는 태어날 때부터 부드러운 하늘색 담요를 항상 끼고 놀았다. 어딜 가든 그 담요를 질질 끌고 나가려고 했다. 담요는 색이 바래고 낡아졌다. 아무리 유사한 새것을 줘도 막무가내였다. 감추고 주고를 반복하다가 촉감이 같은 갈색 곰 인형을 사줬다. 한동안은 그 담요를 찾다가 포기했는지 곰 인형을 끼고 조용해졌다.     곰 인형도 낡고 더러워졌다. 삐져나온 속살 꿰매기를 서너 번. 더는 수리가 불가능해져 벽장 속에 감췄다. 아이는 찾고 나는 주기를 반복하다가 쓰레기통에 버렸다. 몇 날 며칠 쓰레기통을 뒤지며 곰 인형을 찾는 아이를 보며 무척 후회했다.     그 이후 곰 인형 대신인지 아이는 겨드랑이의 보드라운 살을 수시로 만졌다.     “또 만져. 너 혹시 겨드랑이 만지작거리는 것이 엄마가 곰 인형을 버려서니?”     “형이 하도 난리 쳐서 엄마가 형에게만 집중했잖아요. 그래서 나는 엄마를 힘들게 하지 않으려고 곰 인형하고 조용히 있었어요.”     “저런 미안해라. 곰이 너무 낡아서 위생상 안 좋아서 버렸어. 엄마 아빠는 너를 형과 똑같이 사랑했잖아?”     “네 알아요.”   아이의 말이 맞다. 큰아이는 수시로 먹겠다고 울며 내 곁을 떠나지 않아 키울 때 무척 힘들었다. 내 머리카락을 잡아당기고 말라서 움푹 팬 내 쇄골도 잡고 매달렸다. 계속 뛰고 달리는 아이가 다칠까 봐 온 정신은 큰아이에게 있었다.     작은아이는 배 안에서 발길질도 하지 않고 얌전하더니 태어나서도 보채지 않았다. 아이가 보챈 것은 담요와 곰 인형을 감추고 주지 않았을 때뿐이다. 아이는 자라면서 소리 없이 움직이며 애교 섞인 유머로 집안 식구를 웃긴다.     “엄마는 네가 화내는 것을 보지 못했다. 어떻게 사람이 화를 내지 않을 수 있니?”     “엄마, 화를 내서 돈이 생겨요? 쓸데없이 왜 화를 내요.”     무언의 반항인가?     “이번 크리스마스 선물로 곰 인형 사줄게. 엄마를 용서해라.”     “아니에요. 이젠 괜찮아요. 나이키(프렌치 불도그)가 있잖아요. 나이키는 예전에 내 곰을 닮았어요. 정말 사랑스러워요. 나는 나이키만 있으면 돼요.”   내가 다운 조끼를 입고 매만지며 자듯이 아이도 나이키를 배 위에 올려놓고 살살 만지면서 잔다. 그때 내가 왜 아이의 소중한 담요와 곰 인형을 버렸을까? 후회한다. 아이에게 너무 미안해 잠을 설쳤다. 이수임 / 화가·맨해튼글마당 물건 집착 다운 조끼 엄마 아빠 하늘색 담요

2022-12-16

과외활동의 종류에 집착 말아야…무엇보다 얼마나 깊이 관여가 중요

명문대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이라면 과외활동(EC)이 중요하다는 말을 여러 차례 들어봤을 것이다.     입시에서 당연히 학업성적이 중요하지만 입학경쟁이 치열한 톱 대학들은 학교에서 단순히 ‘올 A’를 받는 학생을 원하지는 않는다. 수업 외 시간을 의미 있는 활동에 투자하는 학생이 더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이 현실이다.     이렇게 생각해 보자. 완벽에 가까운 성적을 받는 학생들은 너무나 많다. 전국에 4만 개가 넘는 고등학교가 있다. 그러나 나의 몇몇 관심사와 똑같은 조합을 가진 학생은 쉽게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나에게 의미 있고 중요한 활동을 꾸준히 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삶이 향상되고,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되며, 대학 지원자로서도 더 강력한 위치를 점하게 된다.  과외 활동이 암을 치료할 정도로 대단하거나 바이올린 천재라는 찬사를 들을 정도로 거창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커뮤니티 봉사활동을 수천 시간 동안 하고, 5~6개 교내 클럽의 회장을 동시에 맡아야 하는 것도 아니다. 만약 내가 시간 날 때마다 부모님의 비즈니스를 돕거나 어린 형제자매를 돌보는 일을 정성껏 해왔다면 이 또한 과외활동 리스트에 포함시켜도 좋다.     독서를 좋아해서 다양한 장르의 책을 많이 읽었다면 에세이를 통해 이를 표현하는 것도 추천한다.   하지만 알아야 할 것이 하나 있다. 드림스쿨에 합격을 ‘보장’할 만큼 최고의 과외활동 조합은 없다는 것이다. 대학 입시에서 100% 통하는 마법의 공식은 없다. 확률 싸움일 뿐이다.     그렇다면 대략 이런 결론이 추려진다. 자신에게 이렇게 자문해 보라.     내가 해당 과외활동에 재미를 느끼는가? 나와 타인에게 의미가 있고 가치가 있는 일을 하는 것처럼 느끼는가? 앞으로도 더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가? 이들 질문에 대한 대답이 ‘예스’로 나온다면 대학 원서에 써도 좋다고 보면 된다. 대답이 ‘노’로 나온다면 원서에 안 쓰는 게 낫다고 보면 된다.     만약 내가 한 활동이 얼마나 독특함과 특별함을 가진 것인지 걱정이 된다면 그건 내가 그 활동에 깊이 몰입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관심이 부족하면 제아무리 독특한 과외 활동도 나에게 특별하게 와 닿지 않는 법이다. 대학이 확인하고 싶은 것은 ‘지원자가 어떤 사람이고 무엇에 관심을 갖는가’이지, ‘대학이 이런 활동을 원할 것’이라고 추측해서 학생이 그대로 하는 것이 아니다. MIT의 입학사무처는 과외활동에 대해 “입시에서 유일한 정답은 대학을 위해서 옳다고 생각하는 활동이 아니라, 지원자 본인을 위해 옳은 일을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원서에서 인상적으로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활동을 골라서 하면 안 된다.   과외활동은 그것을 하는 것 자체가 즐겁고 도전적이기 때문에 선택해야 의미가 있고 결과도 빛난다. 남의 옷을 입듯, 나에게 맞지 않는 활동을 한다면 하면서도 흥미를 잃거나 오래 지속하기 어려워진다.     꼭 기억해야 할 것은 과외활동의 종류에 집착하지 말라는 것이다.     무엇을 했느냐보다는 내가 얼마나 깊이 있게 관여했느냐가 중요하다. 열정적으로 참여했다면 어떤 종류의 액티비티도 좋은 활동이다. 너무 특별한 활동에 집착할 이유는 없다.     일부 학생들은 남들이 안 하는 특별한 활동을 해야 지원자들 사이에서 돋보일 것이라는 압박감을 가지고 있다. 사실상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나의 인생에 가치를 더하고, 입학 사정관이 봤을 때 고등학교 4년간 내가 어떻게 생활해 왔는지 눈앞에 그려질 수 있다면 충분하다.     학교 수업 외에 교실 밖에서 한 활동은 어떤 것이든 과외 활동으로 볼 수 있다. 전형적인 인턴십이나 리서치, 스포츠뿐만 아니라, 파트타임으로 일한 경험, 가족과 가정을 위해 책임감을 갖고 한 일, 개인적 프로젝트, 취미, 독립적인 리서치 등도 포함된다.     만약 커피숍에서 일주일에 한두 번 일했거나, 개인 블로그를 운영했거나, 시간 날 때마다 팟캐스트를 했다면 이것도 포함될 것이다. 패밀리 사정상 오후 시간을 코흘리개 형제자매를 돌보면서 보내야 했다면, 이 또한 과외 활동으로서 인정받을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나’ 다움이다. 나에게 꼭 맞는 옷을 입고 그것을 대학에 잘 보여주는 것, 이것이 핵심이다.     ▶문의: (855)466-2783   www.theadmissionmasters.com 빈센트 김 카운슬러 / 어드미션 매스터즈과외활동 집착 과외활동 조합 해당 과외활동 과외활동 리스트

2022-10-09

[열린 광장] 권력을 향한 끝없는 집착

대선 후 정권이양은 민주주의의 꽃이다. 반대당의 승리는 정치적 바람의 이동을 의미한다. 미국이 민주국가인 것은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와 겸허한 패배 수용 때문이다.   재집권 의지를 드러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난 행적이 요즘 논란이다. 작년 1월 6일 연방의사당 난입 사건은 우발적인 폭동이 아니라 트럼프의 권력 집착에 따른 ‘치밀하고 조직적인 시나리오의 정점’이었다는 것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이 조 바이든 선거인단을 거부하고 인준을 동결해 시간을 번다. 경합주의 동조하는 의원들로 트럼프 선거인단을 새로 구성한다. 법무부는 새 선거인단을 만들 틀을 세운다. 국가정보기관은 투표기를 압수한다.’     이는 트럼프 시절 무역·제조업 정책국장이었던 피터 나바로가 밝힌 것이다.   1887년에 제정된 선거인단법은 선거 후 의회에서 부통령이 결과를 인준하는 법이다. 트럼프 진영은 주의 선거 결과가 논란이 되면 의회가 대신 대통령을 선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마이크 펜스는 헌법 절차에 따라 조 바이든을 인준했고 이번 달 초 연설에서 “트럼프가 틀렸다. 나는 결과를 뒤집을 권한이 없다”고 말했다.   2020년 12월 14일 애리조나, 미시간, 네바다, 조지아, 위스콘신, 펜실베이니아, 뉴멕시코 등 7개 주에서 대체 선거인단(alternate elector) 14명이 모였다. 10명은 트럼프가 승자임을 인정한다는 서류에 서명해서 의회에 제출했다. 펜실베니아와 뉴멕시코의 대체 선거인단 4명은 대선 결과가 뒤집혔을 때 서류가 효력이 있다며 제출했다. 묻힐 뻔했던 서류들을 발견한 뉴멕시코와 미시간주 검찰총장이 법무부에 조사를 의뢰하면서 전모가 밝혀졌다.     트럼프는 실제로 개인 변호사인 루돌프 줄리아니와 법무부 장관이던 윌리엄 바에게 국토안보부와 법무부의 합법적인 투표기 압수에 대해 상의했다. 또 방위군이 경합주의 투표기를 압수하는 행정명령도 고려했다. 하지만 측근들의 강력한 반대로 무산됐다.     ‘대통령기록법(Presidential Records Act)’은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의 백악관 녹음파일 사유화 시도로 1978년 제정됐다. 퇴임 대통령은 재임 시절의 모든 기록과 받은 선물을 국가문서보관소(NARA)에 넘겨야 한다. 하지만 트럼프는 기밀 서류가 포함된 15개의 서류 상자를 플로리다 자택으로 가져갔다.     NARA는 트럼프 정부의 많은 서류 분실을 발견하고 거의 1년을 협상했다. 비협조적이면 의회와 법무부에 서한을 발송한다는 초강력 항의 경고를 보내고 돌려받았다. 하지만 트럼프의 습관적인 서류 찢기로 인해 테이프로 붙였거나 아예 없어진 중요 서류들이 많다. 러시아 푸틴 대통령과 회담 후에 통역사의 메모를 빼앗은 일화도 있다.     정치자금 1억2200만 달러를 모금한 트럼프는 공화당 최고의 권력자다. 11월 중간선거에서 그의 지지를 받은 후보와 아닌 후보 간의 당내 예선 격돌이 예상된다.     자존심은 강해도 자존감이 부족한 듯한 트럼프는 자기 이익이 먼저다. 재선될 가능성도 있다. 균형적 사고와 판단력을 가진 정치인을 지지하는 현실 감각이 필요하다. 롤모델은 아니어도 법을 경시하거나 지탄을 받는 인물이 국가 수장이 돼서는 안 된다.  정 레지나 / LA독자열린 광장 권력 집착 트럼프 선거인단 권력 집착 도널드 트럼프

2022-02-21

[이 아침에] 내 영혼의 ‘창고’

차고 문을 열었다. 거라지에는 식솔들의 삶이 만든, 희로애락의 길고 짧은 이야기들이 정차되어 있었다. 언젠가부터 나는 차를 보관하는 공간인 거라지에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쓸 물건들을 갈무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무엇이든 그곳에 넣었던 나의 게으름 탓에 그곳은 이제 발 디딜 틈도 없이 빽빽해졌다. 꽉 찬 거라지 문을 열면 뒤죽박죽 엉킨 사연들이 세월의 순서조차 무시된 채 뻥튀기 기계 속의 팝콘들처럼 마구 튀어나온다.     거라지에 물건을 더 이상 보관할 공간이 없어지자 집안은 삶의 군더더기가 쌓여만 갔고 빈구석마다 겹겹이 얹어졌다. 과거의 역사와 살아 있는 역사 사이에 교통정리가 절실했다. 서둘러 지난 세월에 채워진 것들을 비워내고, 매일 생기는 삶의 부스러기들을 그곳에 옮기기로 했다. 과거에서 탈피하여 현실로 그리고 미래로 가야 하기 때문이다.   하늘의 허공이 모든 것을 품을 수 있듯이, 비운다는 것은 모든 것을 채울 수 있음을 의미하지 않을까. 어쩌면 채워짐과 비워짐은 칼날의 양면같이 한몸인 듯도 싶다. 그러기에 동양화의 여백도 채워진 푸른 숲의 풍경과 함께 그림의 일부로 간주되지 않는가.   오늘 아침 문득 떠오르는 해를 마주하며 가슴에 온갖 삶을 품은 탓에 정지된 채 미동도 못하고 서 있는 거라지가 눈에 들어왔다. 어쩌면 거라지는 나를 닮았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제와 오늘과 미래의 세 시제에 다리를 걸친 채, 갖가지 희로애락의 감성이 포화상태로 채워져 숨이 멎을 듯 서있는 거라지는 바로 내가 아닌가. 오해와 집착, 아집과 애증이 만든 여러 부정적인 감정들이 엉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다, 끝내는 더 이상 발을 디딜 수 없이 정지된 차고가 되어 세상 한가운데에 무기력하게 서 있는 나.     새해를 맞으며 마음에 남은 어제의 찌꺼기를, 내일을 위해 정갈하게 정화시켜야겠다. 살라야 할 불순물이 많은 내 영혼에 정화의 불이 점화되면 그 불길은 삽시간에 커지고 거세질 듯싶다. 검붉게 타오를 아집과 편견 그리고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부정적인 생각들. 하지만 한바탕의 거대한 소각이 끝난 뒤, 정화되어 생긴 빈 여백은 그 어느 때보다 맑고 투명하리라.   마음을 비운다는 것은, ‘작은 나’에서 ‘큰 나’로 영혼이 성숙해지는 것이다. 내 혼이 작은 나를 비워내 허공과 같아지면 세상에 품지 못할 것이 무엇이 있을까. 가슴을 허공같이 비워 주변 모두를 품을 수 있는 것은 아마도 빈 공간의 너그러움 때문일 듯도 싶다.     영혼의 거라지가 깨끗하고 맑게 비워지면  그곳에 넉넉한 선반을 달고 싶다. 그리고 그 선반 위에 ‘이해의 상자’ ‘소통의 상자’ ‘사랑의 상자’ 등 여러 개의 영혼이 따뜻해지는 상자들을 진열해 놓고 싶다. 그리하여 산골 옹달샘에서 솟는 끊이지 않는 샘물처럼 내 가슴의 거라지에도 끊이지 않는 포근한 사랑이 넘쳤으면 좋겠다.     머지않은 언젠가, 내 영혼의 거라지에서는 새로운 역사가 시작될 것 같다. 김영애 / 수필가이 아침에 영혼 창고 집착 아집과 아집과 편견 갖가지 희로애락

2022-01-27

[이 아침에] ‘작은 것이 최상의 행복을 만든다’

‘펄럭여도 찢기지는 마라.’ 내가 나에게 하는 새해 당부다. 잘났다고 앞서 갈 생각 말고 힘들다고 뒤처지지도 말자. 눈에 뵈는 것만 보고 판단하지 말고 잘 보이려고 누구에게도 아부하지 말자. 거울 속 비친 내 얼굴이 예전 같지 않아도 실망하지 말고 세월이 부대끼며 살아온 흔적 품고 견뎌내자. 행복의 열쇠 찾아 허둥대며 두리번거리지 말자. 너무 알려고 애쓰지 말고 모르는 건 그냥 넘어가자. 까탈부리지 말고 의연하게 살자.     출발은 시작이다. 몰아쉬던 가쁜 숨 잠시 멈추고 생의 방향과 각도를 바꾸면 풍요로운 내일이 펼쳐진다. 지금 이 시간 내게 가장 소중한 사람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기다림의 시간은 아름답다. 시작은 멈출 수 없는 발걸음이다. 상황을 바꿀 수는 없지만 멋진 생을 만드는 힘은 내 속에 있다.     프리드리히 니체는 ‘모두를 위한, 그 누구도 위한 것이 아닌’이란 부제가 붙은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신은 죽었다’고 선언한다. 은둔자로 10년간 산중 명상을 마친 차라투스트라는 현란한 어휘와 매몰찬 독설로 삶과 예술, 사상 등에 대해 장쾌하고 시적인 언어로 군중에게 설파한다. 인간 내면에 있는 ‘사막’을 목격하고 새로운 세계의 새로운 인간을 위한 새로운 원칙을 제시한다. 총 4부로 구성된 이 책은 차라투스트라의 가르침이라는 제목 아래 제1부 방랑자 차라투스트라의 출발, 2부 미래의 인간인 ‘초인’을 찾아가는 여정, 3부 ‘영원회귀’의 오솔길을 거니는 차라투스트라의 고난, 4부 걷고 뛰고 춤추는 독자로 구성되어 있다.     차라투스트라는 기존의 절대적 가치였던 선이 무너졌다는 의미로 ‘신은 죽었다’고 말한다. ‘신이 죽었다’는 말은 신의 지위가 박탈되었다는 것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인데 니체는 신이 죽어서 사람들이 느끼는 허무주의를 어떻게 해야 극복할 수 있는지를 이 책을 통해 가르치려 했다.     미켈란젤로는 1501년부터 1504년까지 3년 동안 한 덩어리의 대리석으로 거대한 다비드상을 조각했다. 골리앗과 싸우기 직전 망태를 메고 적을 강렬하게 응시하면서 돌을 쥐고 막 던지려는 순간의 모습이 생생하게 새겨져 있다.     부수지 않으면 새로 만들지 못하고 버리지 않으면 채울 수 없다. 불필요한 부분을 망치로 칼로 도려내야 진실로 아름다운 불멸의 형상을 창조할 수 있다.     지난 날을 후회하지 말자. 후회와 연민은 독이다. 연민은 다른 사람을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다. 나를 불쌍히 여기는 연민은 비극의 지름길이다. 잘못 살았던 어제를 후회하고 절망하지 말자. 행복이든 불행이든 인생은 나홀로 가는 길이다     동행이 있으면 좋겠지만 혼자라도 행복해지는 비결을 찾아나선다. 타인에게 말 걸기 하듯 스스로에게 말 걸고 누구에게도 휘둘리지 않고 살아갈 목표를 점검하며 새해를 맞는다. 욕망과 집착, 후회가 생을 망가트린다. 사랑도 명예도 재물도 집착의 굴렁쇠다. 무의미한 하루에서 의미를 찾으며 다시 유년의 꿈을 담은 연을 하늘 높이 날려 보낸다. 니체의 어록으로 새해를 맞는다. ‘가장 작은 것, 가장 조용한 것, 가장 가벼운 것, 바스락거리는 도마뱀 몸짓, 숨결 하나, 휙하는 소리, 한순간. 작은 게 최상의 행복을 만든다.’ 이기희 / Q7 파인아트 대표·작가이 아침에 행복 방랑자 차라투스트라 집착 후회 프리드리히 니체

2022-01-11

[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가장 작고 소중한 것들

‘펄력여도 찢기지는 마라.’ 내가 나에게 하는 새해 당부다. 잘났다고 앞서 갈 생각 말고 힘들다고 뒤쳐지지도 말자. 눈에 뵈는 것만 보고 판단하지 말고 잘 보일려고 누구에게도 아부하지 말자. 거울 속 비친 내 얼굴이 예전 같지 않아도 실망하지 말고 세월이 부대끼며 살아온 흔적 품고 견뎌내자. 행복의 열쇠 찿아 허둥대며 두리번거리지 말고 잃어버렸다 해도 열쇠는 다시 만들면 된다. 너무 알려고 애쓰지 말고 모르는 건 그냥 넘어가고 까탈부리지 말고 의연하게 살기로 다짐한다.   사랑이 떠나갔다고 허전해 하지 말자. 사랑은 떠나가도 그 빈자리에 새로 사랑이 둥지 튼다. 작은 성냥불 불씨 하나 가슴 속에 남아있으면 사랑은 다시 불타오른다. 출발은 시작이다. 몰아 쉬던 가쁜 숨 잠시 멈추고 생의 방향과 각도를 바꾸면 풍요로운 내일이 펼쳐진다. 지금 이 시간 내게 가장 소중한 사람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기다림의 시간은 아름답다. 시작은 멈출 수 없는 발걸음이다. 상황을 바꿀 수는 없지만 멋진 생을 만드는 힘은 내 속에 있다.   프리드리히 니체는 ‘모두를 위한, 그 누구도 위한 것이 아닌’이란 부제가 붙은 ‘짜라투스트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신은 죽었다’고 선언한다. 은둔자로 10년간 산중 명상을 마친 차라투스트라는 현란한 어휘와 매몰찬 독설로 삶과 예술, 사상 등에 대해 장쾌하고 시적인 언어로 군중에게 설파한다. 인간 내면에 있는 ‘사막’을 목격하고 새로운 세계의 새로운 인간을 위한 새로운 원칙을 제시한다.   총 4부로 구성된 이 책은 차라투스트라의 가르침이라는 제목 아래 제1부 방랑자 차라투스트라의 출발, 2부 미래의 인간인 ‘초인’을 찾아가는 여정, 3부 ‘영원 회귀’의 오솔길을 거니는 차라투스트라의 고난, 4부 걷고 뛰고 춤추는 독자로 구성되어 있다. 짜라투스트라는 기존의 절대적 가치였던 선이 무너졌다는 의미로 ‘신은 죽었다’고 말한다. ‘신이 죽었다’는 말은 신의 지위가 박탈되었다는 것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인데 니체는 신이 죽어서 사람들이 느끼는 허무주의를 어떻게 해야 극복할 수 있는지를 이 책을 통해서 가르치려 했다.   미켈란젤로는 1501년부터 1504년까지 3년 동안 한 덩어리의 대리석으로 거대한 다비드상을 조각했다. 골리앗과 싸우기 직전 망태를 메고 적군을 강렬하게 응시하면서 돌을 쥐고 막 던지려는 순간의 모습이 생생하게 새겨져 있다. 부수지 않으면 새로 만들지 못하고 버리지 않으면 채울 수 없다. 불필요한 부분을 망치로 칼로 도려내야 진실로 아름다운 불멸의 형상을 창조할 수 있다.   지난 날을 후회하지 말자. 후회와 연민은 독이다. 연민은 다른 사람을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다. 나를 불쌍히 여기는 연민은 비극의 지름길이다. 잘못 살았던 어제를 후회하고 절망하지 말자. 행복이던 불행이던 인생은 나 홀로 가는 길이다. 동행이 있으면 좋겠지만 혼자라도 행복해지는 비결을 찿아나선다.   타인에게 말 걸기 하듯 스스로에게 말 걸고 누구에게도 휘둘리지 말고 살아갈 목표를 점검하며 새해를 맞는다. 욕망과 집착, 후회가 생을 망가트린다. 사랑도 명예도 재물도 집착의 굴렁쇠다. 무의미한 하루에서 의미를 찿으며 다시 유년의 꿈을 담은 연을 하늘 높이 날려 보낸다. ‘가장 작은 것, 가장 조용한 것, 가장 가벼운 것, 바스락거리는 도마뱀 몸짓, 숨결 하나, 휙 하는 소리, 한 순간. 작은 게 최상의 행복을 만든다’는 니체의 어록으로 새해를 맞는다. (Q7 Fine Art 대표, 작가)   이기희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작고 방랑자 차라투스트라 집착 후회 프리드리히 니체

2022-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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