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 빈 복도·밀실의 공포…‘샤이닝’에 모성애 결합
배드 싱스(Bad Things)
스티븐 킹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샤이닝’은 호텔에서 죽은 쌍둥이 자매의 등장과 호텔 복도에 피가 쏟아지는 여러 명장면들로 지금도 많이 회자되고 있는 작품이다. 컴퓨터 그래픽을 사용하지 않고도 큐브릭의 완벽주의가 연출해낸 공포의 순간들은 스릴러 영화의 바이블로 인식되어 왔다.
큐브릭 감독의 마지막 영화 ‘눈을 크게 감고(Eyes Wide Shut)’(1999)의 섹스파티 장면에서 의사 빌(톰 크루즈)을 에스코트하는 미모의 여인으로 출연했던 스튜어트 손다이크는 레즈비언인 자신의 성 정체성을 영화에도 적용한다. 대학시절부터 ‘샤이닝’의 정교한 미장센에 매료되었던 손다이크의 두 번째 연출작 ‘배드 싱스’는 퀴어 여성들의 등장과 뒤틀린 모성애를 가미시킨 ‘샤이닝’의 오마주다.
‘샤이닝’의 레즈비언 버전으로 리메이크된 ‘배드 싱스’는 그래픽 기술을 사용, 더 자극적인 장면을 연출해내려는 요즘의 공포영화들과는 다르다. 대신 손다이크 감독은 점차 밀도를 높여 가는 큐브릭 스타일의 긴장감으로 20대 친구 4명이 텅 빈 호텔에서 주말을 보내며 겪게 되는 일련의 사건들을 나열한다. 그리고 모녀 관계를 인류 최초의 ‘원초적 관계’로 되돌려 놓으려는 자신의 주제에 집중한다. 감독은 모녀 관계에 개입된 사회적 규범을 파괴하며 ‘샤이닝’을 연상시키는 미묘한 기시감과 텅빈 복도를 활용한 공포와 불길한 집착, 밀실 공포증으로 영화를 채워 나간다.
전설적 감독 스탠리 큐브릭의 명작을 오마주한 저예산 인디 영화 ‘배드 싱스’는 모성을 주제로 한 손다이크의 3부작 중 두 번째 작품이다.
김정 영화평론가 ckkim2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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