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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치면 안 좋은 생활습관…장시간 수면 오히려 해로워

시니어가 되면서부터 건강에 좋은 식품이 있다고 하면 관심을 갖게 마련이다. 그러나 건강에 좋다는 음식이나 건강 보조제를 무조건 많이 섭취한다고 좋은 것은 아니다. 지나치면 오히려 건강에 해로운 음식과 생활습관을 알아봤다.   ▶수면= 평소 수면 시간이 평균 7~8시간보다 안되는 경우는 큰 문제다. 하지만 너무 많이 자면 오히려 건강에 해롭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매일 9시간 이상 수면을 취한 사람이 이보다 덜 잔 사람보다 알츠하이머에 걸릴 확률이 2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8시간 이상 숙면을 취하는 것이 좋다.   ▶비타민= 고용량 비타민이 건강에 오히려 좋지 않다는 연구 결과들이 종종 발표되고 있다. 한 전문가는 "일일 권장량보다 4배 이상 높은 특정 영양소를 지속적으로 섭취하면 암이 발병될 수 도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의사가 특별히 권고하지 않은 한 어떤 보조제도 일일 권장량의 100%를 초과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와인= 와인은 다른 주류에 비해서 건강에 좋아서 심지어는 심장병 발병률은 높지 않다는 '프렌치 패러독스'를 믿으며 종종 많은 양의 와인을 마시는 경우가 있다. 결코 건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냥 주류 애호가들의 희망사항일 가능성이 높다. 미국심장학저널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와인이 심장 건강에 좋다고 믿는 이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평균 47% 이상 와인을 더 마시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와인을 너무 많이 마시면 고혈압 및 체중 증가, 뇌졸중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고 의학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운동=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주 5일 이상 활기차게 걷는 운동만으로도 관상동맥 질환을 앓고 있는 성인들의 불규칙한 심박수 위험이 눈에 띄게 줄었다. 이에 반해 같은 기간 1시간 이상씩 격렬한 운동을 한 이들은 오히려 그 위험성이 더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운동 계획을 짤 때는 매일 똑같은 근육을 쓰는 운동은 삼가하고 운동 후엔 하루 이틀 정도 휴식을 갖는 것이 효과적이다.   ▶각질 제거= 피부 미용에 신경 쓰는 이들은 규칙적으로 각질을 제거한다. 피부 각질제 제거는 죽은 세포와 과도한 오일을 제거해 이후 사용하는 화장품 속 항산화 및 피부 개선 성분이 피부 깊숙이 침투하도록 도와주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피부과 전문의들은 "지나친 각질 제거는 오히려 피부를 건조하게 할 수 있다"며 "따라서 지성 피부인 경우 주 2 회, 건성 피부의 경우엔 주 1회 이하 정도의 각질 제거가 알맞다"고 조언한다. 장병희 기자생활습관 장시간 피부 각질제 피부과 전문의들 건강 보조제

2024-03-31

[이 아침에] 슬기로운 은퇴 생활

출근을 안 하니 그날이 그날이다. 에스프레소 커피머신의 단추를 누르는 대신 커피를 천천히 내려 마신다. 나른하고 여유로운 은퇴자의 아침이다. 졸음이 채 가시지 않은 머릿속을 카페인이 깨운다. 조기 은퇴하면 빨리 늙는다고 하지만, 지금까지 나는 만족스럽다. 결혼 후 처음으로 밥벌이에서 벗어나니 홀가분하다고나 할까. 어느 구름 속에 비가 있을지 아무도 모르는, 그것이 인생이다. 100세 시대라고 하지만 건강에 자신이 없는 나는 60세에 은퇴를 결정했다. 그동안 미뤄둔 가족, 친구들과 의미 있고 재미있는 시간을 함께하고 싶다. 몸이 찌뿌둥해서 다시 침대 속으로 기어들어 갈 자유가 있으니 좋다. 아무도 시비 걸지 않는다. 그동안 열심히 일했으니 자유를 누릴 자격이 있다고 혼잣말을 한다.   내버려 두었던 뒷마당 돌보기는 은퇴 후 생긴 나의 첫 취미이다. 우리 부부가 감당할 만한 크기의 작은 마당이다. 나무가 몇 그루 안 돼서 새롭게 돋아난 몇 개의 연둣빛 이파리도 놓치지 않는다. 아침이슬을 머금은 장미꽃과 눈을 맞추고 오래전 내 아이에게 했듯 코를 비빈다. 보드라운 꽃잎과 은은한 향기는 감동이다. 20여 년 전 심은 작은 장미 나무는 여러 가지를 거느리고 매일매일 예쁜 꽃을 선사한다. 싱그러운 나무 잎새와 앙증맞은 꽃 사이로 작은 벌새가 빨리 날아다닌다. 햇빛 아래 한두 시간 나무 전지를 하고 잡초를 제거하다 보면 한나절이 후딱 지나간다. 말수 적은 남편과 마당 일을 할 때 나누는 대화, 노동 후 숙면과 비타민 D의 합성은 덤이다.   삶을 풍요롭게 하는 취미로 어떤 게 있을까 궁리하다가 우선 일주일에 한 번 가는 그림 교실을 택했다. 잡념을 떨쳐버리고 몰입할 수 있는 잔잔하고 평화로운 시간이다. 한 작품 할 때마다 성취감도 생긴다. 초보자라 빨리 인정받고 싶은 의욕만 앞서니 어떤 것은 이발소 그림이다. 꾸준히 하다 보면 잘할 수 있겠지.   하루와 요일별 일정을 짠다. 아무것도 안 하면 도태되는 것 같아 하루 한가지 활동을 하려고 노력한다. 일종의 강박증이다. 틈나는 대로 미술관, 음악회, 영화관을 가고 하다못해 동네 바닷가 산책이라도 한다. 출렁이는 파란 바닷물이 바위에 부딪히며 하얀 거품으로 부서지는 절경이 가까이 있음은 분명 행운이다. 암만해도 덜렁대는 나보다 꼼꼼한 당신이 나중에 죽는 게 낫겠다며 남편에게 음식 만들기를 가르치기도 한다. 하루 세끼 역할분담이 저절로 이루어진다.   작은 집에서 온종일 부딪치는 시간이 많아서 그런지 남편 행동 하나하나가 다 눈에 거슬린다. 전화기로 장시간 유튜브 들여다보는 모습도 성가시고 침대까지 가져와 내 취향이 아닌 유튜브 볼륨을 높일 때는 얼른 다른 방으로 옮겨가고 싶다. 남편이 가장 짜증스럽게 느껴질 때가 언제냐는 질문에 ‘내 눈에 뜨일 때’라는 글을 보고 웃은 적 있는데 남의 얘기가 아니다. 모아둔 돈 까먹는 건 금방이라고 곶감 빼먹는 심정인지 외식할 때도 가성비를 먼저 따지는 남편은 밉상이다.   34년 결혼생활을 무를 수도 없으니 삐걱거리는 바퀴에 기름칠하는 기분으로 맞춰가며 살아야겠지. 각방 생활 대신 취향에 맞는 유튜브를 한 침대에서 들을 수 있게 AirPods를 주문했다. 부부에게 찾아온 위기를 피하며 슬기로운 은퇴 생활이 되길 희망한다. 최숙희 / 수필가이 아침에 은퇴 생활 은퇴 생활 장시간 유튜브 각방 생활

2023-09-06

[LA총영사관 대면 국정감사] "불친절·받지않는 전화·장시간 대기" 질타

“공관 민원서비스 개선에 힘쓰고 공공외교를 중시해 달라.”   20일 오전 10시, LA총영사관 5층 회의실은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위원장 윤재옥) 미주 국정감사반은 6년 만에 대면 국정감사를 2시간 30분가량 진행했다.   감사반은 윤재옥 감사반장, 국민의힘 안철수·이명수 의원, 더불어민주당 김경협·박정·황희 의원 총 6명으로 구성됐다.   김영완 LA총영사와 김정한 시카고총영사, 김승욱 코트라 LA무역관장, 장유현 한국관광공사 LA지사장, 정상원 LA한국문화원장 등은 피감기관을 대표해 의원 질의에 답했다.   발언에 나선 이명수 의원은 “LA를 다녀온 사람들과 이곳 현지 사람들이 공관 민원실 불친절, 전화연결 어려움, 방문예약 장기간 대기 등 불만을 이야기한다. 대한민국 정부가 이 정도 수준인가”라며 바뀌지 않은 민원서비스 실태를 질타했다.   안철수 의원은 예산과 인력 부족 때문이라는 해명 대신 ‘민원업무 프로세스 효율화’에 나서라고 제안했다. 안 의원은 “LA총영사관 재건축 등 하드웨어 개선도 중요하지만 면밀한 소프트웨어 개선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김영완 총영사는 “(직원 불친절과 업무처리 비효율성 등) 소프트웨어 문제가 맞다. 가급적 중복된 업무는 줄이고 직원 숙련도를 높여 민원서비스 개선에 나서겠다”고 답했다.   감사반은 팬데믹 기간 아시아계를 향한 증오범죄에도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의원들은 재외공관이 현지 법집행기관 및 한인단체와 긴밀히 소통해 피해를 최소화하고 한국인 관광객 보호에도 만전을 기하라고 주문했다.   황희 의원은 “LA총영사관이 보고한 혐오범죄 피해사례는 18건으로 시민단체 통계 1만1000건에 비해 너무 적다. 혐오범죄는 물리적 폭력이 아닌 경우도 많은 만큼 혐오범죄와 혐오사건 인식을 재고하고, 한인동포와 재외국민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위기관리 대응 매뉴얼을 새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철수 의원은 지난 1일 자바시장에서 10대 강도 흉기에 찔려 사망한 고 이두영씨 사건을 언급했다. 안 의원은 “스탠퍼드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LA의 한인 41%가 신체공격 등 위협을 느낀다고 한다. 공관이 재외국민을 보호하는 실질적인 역할을 해 달라”고 당부했다.   LA시 차원의 흥사단 단소 사적지 지정이 지연되는 이유도 이날 밝혀졌다. 김 총영사는 “사적지 지정 공청회가 1, 2차까지 진행됐지만 LA시의회 측은 사적지 지정 이후의 구체적인 운영계획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우리 측은 사적지 지정이 먼저 돼야 (세부 지원 등) 무엇인가를 해볼 수 있기에 의견이 상충한다. 사적지 지정이 우선 필요하다고 설득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김경협 의원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통과돼 한국 자동차 산업이 심각한 위기를 맞았다”며 “하지만 IRA 통과 전후 한국 정부나 재외공관까지 총력대응하는 모습은 안 보인다. 총영사관마다 각 지역구 연방의원을 만나 경제와 산업, 한반도 문제 등 국가에 도움이 될 공공외교 역할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밖에 LA총영사관과 시카고 총영사관은 2022년 사업예산 및 지출내역 보고서 미흡을 지적받기도 했다. 김형재 기자LA총영사관 대면 국정감사 불친절 장시간 la총영사관 재건축 직원 불친절 장기간 대기

2022-10-20

[기고] 학교 등교 시간 늦춰진 이유

이민자로 반세기 가까운 미국 생활이 쉽지 않았던 것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창의력 결핍이 주요 원인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영어가 일상 언어이고 사고(思考)이어야 했다. 의학, 수학, 순수 물리 같은 과학 분야도 창의력이 함께 해야 배움이 순조롭고, 목적지를 찾아가는 데 힘이 덜 든다.     18년 동안 주입식 교육으로 굳어진 사고방식은 의사로서 질병을 이해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지만, 같은 병을 가진 환자들이라도 한 사람, 한 사람이 다르다는 점을 가슴으로 깨닫게 하지는 못했다. 경직된 사고방식을 스스로 깨고, 보강하면서 전문인으로서의 로드 맵을 만드는 일은 힘들었다. 배우지 않은 종목들을 실험해 보는 창의성은 용기 없이는 불가능한 과제였다. 나는 구식 한국 교육의 산물이었다.   지금 한국 안팎에서 한국 혈통의 젊은이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수학, 음악, 예술, 스포츠, 연예계 등 여러 분야에서 뛰어난 재능을 발휘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훌륭한 새 세대를 만들어 온 한국 교육제도도 칭송을 받고 있다는 소식이다. 그러나 한국 청소년들의 성공 뒤에는 교육 지옥이라는 어두운 면이 있음을 부정하기 어렵다.     요즘 한국의 초·중·고교생들은 장시간 공부에 매달려야 하고, 극심한 경쟁의식 속에서 살고 있다고 한다. 초·중·고교생 40% 이상이 밤 10시 이후에 귀가하고, 오전 8시 이전에 등교해야 한다. 또 96.6%가 야간 자율학습에 참여한다. 하지만 대부분이 주입식, 암기 중심의 공부이다. 2020년 6월 ‘수학 강사 정진우 블로그’에 의하면, 37개 세계 경제 상위권 국가(OECD) 고교생들의 일주일 평균 학습 시간은 30시간에서 32시간인데, 한국은 이보다 15시간이 긴 45시간 정도라고 한다. 국제학업성취도 평가(PISA)는 수학, 과학, 읽기 영역 세 분야에서, 모두 일본, 핀란드 학생들과 비슷하게 상위권이라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다.      한국 학생들은 일주일 동안 15시간이라는 긴 시간을 어디에서 빌려와야 한다. 정답일지 모르지만, 잠자는 시간과 과외 운동을 줄일 수밖에 없다. 2019년, 한국 청소년 연구원이 8201명 학생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서 수면 시간이 중학생은 7시간 21분, 고교생은 6시간 3분밖에 안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미국 수면 재단이 권장하는 10~11시간에 현저히 뒤떨어진다. OECD 학생들의 평균 8시간 22분에 비해서도 한국 학생들은 불쌍할 정도로 잠이 부족하다.     염려되는 사항은 짧은 수면시간과 그로 인한 악영향이다. 학생들의 수면 부족은 효율적인 학교생활을 방해할 뿐 아니라, 비만증이나 감성 불안증, 판단능력 저하를 초래한다. 창의력 계발에도 악영향을 준다.   센트럴 코네티컷 주립대학의 팸 맥키버 교수가 2017년 2월부터, 2년에 걸쳐서 7개 주 8개 교육구에 속한 29개의 고등학교 학생 3만 명 학생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등교 시간을 오전 8시 30분 이후로 미루자 2년 후 학교 출석률은 90%에서 94%로, 졸업률은 79%에서 88%로 높아졌다.     이러한 연구 결과 등을 토대로 캘리포니아 주의회는 3년 전인 2019년 ‘등교 시간 늦추는 법안( Late School Start Time Bill·SB 328)’ 을 통과시켰고 주지사 서명까지 받아 올해 7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뉴욕, 뉴저지 등 일부 지역에서도 비슷한  규정을 시행한다는 보도다. 새 법의 시행으로 부모들의 출퇴근 스케줄 변동은 물론 교사, 학교, 교육구도 해야 할 일이 많을 것이다.  그렇다 해도,  30분의 아침잠은 학생들의 몸과 마음을 튼튼하게 해 학업을 물론 창의성 계발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를 통해 본인의 꿈을 이루는 로드 맵을 그리면서 행복한 성인으로 성장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류모니카 / 종양방사선 전문의·한국어진흥재단 이사장기고 학교 등교 장시간 공부 한국 학생들 한국 교육제도

2022-08-22

[문예마당] 최악의 비행기 여행

  애틀랜타에서 시애틀로 가는 비행기를 탔다. 친정 식구는 시애틀에 살고 있고 시댁 식구들과 딸 아이는 캘리포니아에 살고 있어 일년에 두어번 정도 동부에서 서부로 비행기 여행을 하게 된다 좁은 공간에 장시간 앉아 있어야 하는 비행기 여행은 불편하고 고단하다. 특별히 이번에는 혼자 가는 여행이기에 나름 신경을 써서 준비를 하였다. 목베게와 안대도 챙기고 아들에게 부탁해 아이패드에 영화도 한편 저장해 놓았다.   싸우스워스트 비행기를 주로 이용하는데 싸우스 워스트 비행기는 좌석이 지정되어 있지 않다. 출발 24 시간전에 체크인 하는 순사 대로 탑승할 기회를 준다 그러나 소액의 금액을 지불하면 미리 탑승 순서를 받을 수 있는데 이번엔 그것도 구매하였기에 일찌감치 들어가 비행기 앞측 창문쪽에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는 옆자리에 갖난아이나 체구가 큰 사람이 앉지 않기를 은근히 바라 고 있었다. 그런데 20대쯤으로 보이는 두 여자 아이둘이 내가 앉아있는 것을 보고는 얼른 들어와 자리를 잡는다. 둘 다 내 체구의 두배 정도는 될 거구들이다.둘이 앉으니 팔걸이 밑으로 엉덩이 일부가 내 쪽으로 빠져나오고 팔걸이 위아래가 완전히 덮히고도 내쪽 좌석의 일부를 장악한다. 내 좌석의 일부를 그 아이에게 헌납한 셈치고 나는 창문쪽으로 바싹 붙어 앉았다. 마치 창틀에 끼인 생쥐같은 기분이다. 눈이 마주 치자 살짝 미소짓는 얼굴을 보니 금발에 보조개도 살짝 들어가는 귀여운 인상의 아가씨이다.   비행기가 서서히 움직여 활주로에 진입하더니 전속력으로 질주한다. 비행기를 탈 때마다 창문 쪽을 선호하는 이유 중의 하나가 이륙하는 비행기를 보고 싶어서 이기도 하다. 출발점에서 출발 신호를 기다리고 있는 단거리 마라톤 선수가 빵! 하는 출발신호에 맞추어 전속력으로 질주하는 것처럼, 비행기도 일직선으로 쭉 뻗은 활주로 위에 대기하고 있다가 돌연히 속도를 내며 점점 빠르게 전속력으로 달린다. 비행기의 요란한 소음과 질주하는 속도감을 온몸으로 느끼며 나는 늘 슬로우모션으로 보았던 질주하는 마라톤 선수의 모습을 연상한다. 바람에 머리칼을 흩날리며 볼과 입술까지 실룩거리며 사력을 다해 달리는 마라톤 선수처럼 비행기도 바람을 가르며 전력을 다해 달린다 그리고는 활주로 끝지점 쯤에서 앞동체의 선미부분부터 서서히 사선을 그리며 하늘로 올라간다. 지상의 건물들이 서서히 작아져 성냥갑 처럼 보이고 도로를 질주하는 차들도 점점 작아져 점선 같아 보인다. 푸른 숲이며 검은 구덩이 처럼 보이는 호수가 점점 멀어져 가다가 어느 순간 솜처럼 풍성하고 하얀 구름이 밑으로 보이며 비행기는 이제 전혀 속도감이 느껴지지 않고 구름위에 가만히 떠 있는것 같다. 구름 사이로 이따끔 푸른 산도 보이고 검푸른 바다도 보인다. 햇살이 여과없이 창문으로 쏟아져 들어와 하얗게 반사되며 눈이 보이지 않을 만큼 찬란하다.   창문 가리개를 내리고 이제는 준비한 영화를 보려고 아이 패드를 꺼내 보니 아뿔싸, 이어폰이 없다. 열심히 챙겼는데 정작 중요한 물건은 잊은 것이다. 영화 감상은 물 건너 갔고 준비해 온 책을 꺼내 들었다 그런데 갑자기 뒤에서 아이의 울음 소리가 들렸다.내 좌석 두 서너칸 뒤쪽인 것 같다. 한살 정도로 짐작되는 여자 아이의 목소리이다. 아이는날카롭게 소리를 지르며 울기 시작했다 목청을 다해 울부짖는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이다.어떻게 저렇게 계속해서 소리를 지를 수 있을까 의아해 할만큼 울음 소리는 계속되있다. 아이의 울음소리 때문에 책을 보는것도 집즁을 할 수없고 너무 장시간 우는 아이가 걱정이 되기도 한다. 어디가 아픈가. 아이의 엄마는어떻게 아이를 달래 볼 수 는 없는것인가, 걱정 반 짜증 반의 마음이 된다. 다른 승객들도 비슷한 마음이겠지만 뒤를 돌아보거나 투덜대는 사람이 없다. 역시 예의 바르고 인내심 많은 미국 시민들이다. 아이는 그처럼 요란하게 거의 삼십여분을 울더니 잠잠해졌다.   비행기 승무원이 다니며 스낵을 주면서 무얼 마시겠느냐고 물어봐서 물 한잔을 부탁했다. 눈도 침침하고 피로감이 몰려와 읽고있던 책을 덮고 잠이나 자야겠다 싶어 준비한 목 배게와 안대를 꺼내 잠을 청해보려 하는데 옆 좌석의 아이들이 부시럭거리며 무엇을 꺼내 먹기 시작한다. 곁눈으로 보니 내 손바닥만한 초코랫칩 쿠키이다. 승무원들이 나누어 준 스낵과 함께 그 큰 초콜렛칩 쿠키를 순식간에 맛있게 먹어치운다. 나는 물 한잔을 마시고 안대로 눈을 덮고 잠을 청해 보지만 쉽게 잠이 오지 않는다.  이리 저리 자세를 바꾸며 비몽 사몽,깜박 깜박 잠이 들었다 깨었다 하고 있는데 갑자기 꾸리꾸리 하고 역한 냄새가 난다. 아마도 아까먹은 초콜렛 칩 쿠키가 소화가 되어 이제 메탄 가스로 방출되는것 같다. 밀폐된 공간에서 어디로 도망 갈 수도 없이 주위를 맴도는 지독한  냄새로 한동안 곤욕을 치루었다.     잠도 달아나고 다시 건성으로 책장을 넘기고 있는데 갑자기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려 왔다. 아까 이륙할때 울었던 그 아이다. 역시 날카롭게 소리를 지르며 목청을 다해 울어댄다 . 정말 어디가 아픈지, 누가 꼬집는지, 어찌 저리 자지러지게 울을 수가 있을까 싶게 요란하다. 그 소란함 속에 책 보는것도 포기하고 그동안 참고 있었던 화장실을 가려고 일어섰다. 두 아가씨가 일어나 비켜서고 나는 뒷쪽 화장실을 향해가면서 아직도 자지러지게 울고있는 그 아이를 보았다. 발버둥치는 아이를 꼭 끌어안고 있는 엄마의 얼굴은 땀에 젖어 빨갛게 상기되어 있고 곧 울음이 터질것 같은 힘겹고 피곤한 얼굴이다. 그제사 아이를 달래려 애쓰는 엄마의 고충이 느껴지며 속으로 짜증을 내었던것이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유아가 상공에서 기압 차이 때문에 귀가 아푼것일까, 아이를 데리고 장시간 비행기 여행을 하는 것은 결코 쉽지않은 과제일것이다.   그럭저럭 시간이 지나 착륙 시간이 되어간다. 그사이 창빆에는 저녁노을이 가득하다. 서쪽으로 날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석양은 거의 한시간 남짖 계속된다. 붉은 저녁노을 속으로 비행기가 빨려 들어 가는것 같다. 황금빛의 저녁노을이 주황색으로 짙어가더니 붉은빛으로 변하며 서서히 담청색을 띠며 어둠이 짙어진다. 황홀한 빛의 향연을 경이롭게 바라 보면서 비행시간 동안 쌓인 피로와 짜증이 개이고 오랜만에 가족을 만날 기대감으로 들뜬 마음이 된다.   최악의 비행기 여행기는 아마도 이렇게 끝맺어야 할것같다.   하늘위에서 아름다운 저녁 노을을 한시간이나 감상한 멋진 여행이었다고   김수린 - 치과 의사 - 현재 둘루스 소재 개인치과병원 운영 - 제2회 애틀랜타문학상 수필부문 최우수상 수상       김수린문예마당 비행기 최악 비행기 여행 장시간 비행기 비행기 승무원

2022-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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