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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학교 등교 시간 늦춰진 이유

이민자로 반세기 가까운 미국 생활이 쉽지 않았던 것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창의력 결핍이 주요 원인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영어가 일상 언어이고 사고(思考)이어야 했다. 의학, 수학, 순수 물리 같은 과학 분야도 창의력이 함께 해야 배움이 순조롭고, 목적지를 찾아가는 데 힘이 덜 든다.  
 
18년 동안 주입식 교육으로 굳어진 사고방식은 의사로서 질병을 이해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지만, 같은 병을 가진 환자들이라도 한 사람, 한 사람이 다르다는 점을 가슴으로 깨닫게 하지는 못했다. 경직된 사고방식을 스스로 깨고, 보강하면서 전문인으로서의 로드 맵을 만드는 일은 힘들었다. 배우지 않은 종목들을 실험해 보는 창의성은 용기 없이는 불가능한 과제였다. 나는 구식 한국 교육의 산물이었다.
 
지금 한국 안팎에서 한국 혈통의 젊은이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수학, 음악, 예술, 스포츠, 연예계 등 여러 분야에서 뛰어난 재능을 발휘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훌륭한 새 세대를 만들어 온 한국 교육제도도 칭송을 받고 있다는 소식이다. 그러나 한국 청소년들의 성공 뒤에는 교육 지옥이라는 어두운 면이 있음을 부정하기 어렵다.  
 
요즘 한국의 초·중·고교생들은 장시간 공부에 매달려야 하고, 극심한 경쟁의식 속에서 살고 있다고 한다. 초·중·고교생 40% 이상이 밤 10시 이후에 귀가하고, 오전 8시 이전에 등교해야 한다. 또 96.6%가 야간 자율학습에 참여한다. 하지만 대부분이 주입식, 암기 중심의 공부이다. 2020년 6월 ‘수학 강사 정진우 블로그’에 의하면, 37개 세계 경제 상위권 국가(OECD) 고교생들의 일주일 평균 학습 시간은 30시간에서 32시간인데, 한국은 이보다 15시간이 긴 45시간 정도라고 한다. 국제학업성취도 평가(PISA)는 수학, 과학, 읽기 영역 세 분야에서, 모두 일본, 핀란드 학생들과 비슷하게 상위권이라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다.  
 
 한국 학생들은 일주일 동안 15시간이라는 긴 시간을 어디에서 빌려와야 한다. 정답일지 모르지만, 잠자는 시간과 과외 운동을 줄일 수밖에 없다. 2019년, 한국 청소년 연구원이 8201명 학생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서 수면 시간이 중학생은 7시간 21분, 고교생은 6시간 3분밖에 안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미국 수면 재단이 권장하는 10~11시간에 현저히 뒤떨어진다. OECD 학생들의 평균 8시간 22분에 비해서도 한국 학생들은 불쌍할 정도로 잠이 부족하다.  
 
염려되는 사항은 짧은 수면시간과 그로 인한 악영향이다. 학생들의 수면 부족은 효율적인 학교생활을 방해할 뿐 아니라, 비만증이나 감성 불안증, 판단능력 저하를 초래한다. 창의력 계발에도 악영향을 준다.
 
센트럴 코네티컷 주립대학의 팸 맥키버 교수가 2017년 2월부터, 2년에 걸쳐서 7개 주 8개 교육구에 속한 29개의 고등학교 학생 3만 명 학생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등교 시간을 오전 8시 30분 이후로 미루자 2년 후 학교 출석률은 90%에서 94%로, 졸업률은 79%에서 88%로 높아졌다.  
 
이러한 연구 결과 등을 토대로 캘리포니아 주의회는 3년 전인 2019년 ‘등교 시간 늦추는 법안( Late School Start Time Bill·SB 328)’ 을 통과시켰고 주지사 서명까지 받아 올해 7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뉴욕, 뉴저지 등 일부 지역에서도 비슷한  규정을 시행한다는 보도다. 새 법의 시행으로 부모들의 출퇴근 스케줄 변동은 물론 교사, 학교, 교육구도 해야 할 일이 많을 것이다.  그렇다 해도,  30분의 아침잠은 학생들의 몸과 마음을 튼튼하게 해 학업을 물론 창의성 계발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를 통해 본인의 꿈을 이루는 로드 맵을 그리면서 행복한 성인으로 성장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류모니카 / 종양방사선 전문의·한국어진흥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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