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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탕핑’과 ‘조용한 사직’

우훈식 뉴미디어국 기자

우훈식 뉴미디어국 기자

‘007’, ‘996’. 영화 007시리즈 제임스 본드의 코드명이 아니다. 최근 중국에서 기업이 근로자에게 강요하는 근무제도다. 중국에서 ‘996’ 근무제는 아침 9시부터 저녁 9시까지, 주 6일 동안 일하는 것을 의미한다. ‘007’ 근무제는 자정부터 자정까지, 주 7일 동안 쉬지 않고 일하는 극단적인 형태를 가리킨다.  
 
이러한 근무 문화는 중국의 기술 및 IT 업계에서 특히 두드러지며, 많은 기업이 치열한 경쟁에서 앞서 나가기 위해 이를 채택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근무 방식은 직원들의 심각한 건강 문제를 야기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만성 피로와 번아웃, 심지어 과로사 등의 문제가 빈번하게 발생하며, 개인의 삶의 질이 크게 저하된다.  
 
직장에서의 과로 문화에 대한 비판과 반발이 커지면서, 중국에서는 ‘탕핑’과 ‘네이쥐안’ 같은 저항 문화가 등장하기도 했다. ‘탕핑’은 말 그대로 ‘평평하게 눕기’를 의미하며, 무리하지 않고 최소한의 생활만 유지하며 살아가려는 태도를 표현한다. 치열한 경쟁과 과도한 사회적 기대에 지친 젊은 세대가 선택한 소극적 반항의 한 형태다.  
 
‘네이쥐안’은 ‘과잉 경쟁’ 또는 ‘내부 소모’를 의미하며, 지나치게 치열한 경쟁으로 생산성이 떨어져 결국 아무도 이익을 보지 못하는 상황을 가리킨다. ‘네이쥐안’은 중국의 경제 성장과 함께 심화한 사회적 압박과 끝없는 경쟁을 반영한다.
 


끝없는 경쟁을 추구하는 기업 문화와 이로 인한 부정적 여파는 비단 중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중국과 미국의 근무 문화는 경제적, 사회적 배경으로 인해 차이가 있지만 근무 시간과 관련해서는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다.
 
요즘 미국의 근무 문화는 ‘허슬 컬처(Hustle Culture)’와 ‘조용한 사직(Quiet Quitting)’으로 대표된다. ‘허슬 컬처’는 개인의 성공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일하는 문화를 의미하며, 성과 중심의 업무 환경이 특징이다. 특히 스타트업과 기술, 금융 분야에서 이 문화가 두드러지며, 많은 직원이 장시간 근무를 감수하고 있다.  
 
이에 반발하며 새롭게 등장한 트렌드가 ‘조용한 사직’이다. 최소한의 업무만 수행하고 직무 외의 시간을 중요시하는 접근 방식을 가리킨다. 젊은 세대 스스로가 일과 삶의 균형을 찾으려는 노력의 결과로 볼 수 있다.
 
두 나라 정부나 업계 모두 과도한 근무 시간이 직원 건강과 삶의 질에 미치는 악영향을 간과한 데서 비롯된 현상이다. ‘허슬’과 ‘007’에 대응하는 미·중 근로자들의 ‘조용한 사직’과 ‘탕핑’ 트렌드는 젊은 세대가 느끼는 회의감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오랫동안 이어져 온 타이트한 근로 문화 속에서 부모 세대와 비슷한 수준의 노동을 해도 그들이 축적한 수준의 부와 성공을 이룰 수 없다는 허탈감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는 결국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최근 수년 동안의 물가와 집값 상승은 이런 심리에 부채질하고 있다. 내 집 마련이라는 목표를 이루기는커녕  한 달 벌어 한 달 먹고 살기도 힘든 근로자들은 당근은 없이 채찍질만 당하는 꼴이다. 이런 상황이 젊은층의 반발 문화를 형성한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과 미국의 근로 문화는 경제적, 사회적 배경을 반영하지만, 직원 건강과 삶의 질을 해치는 문제를 공통으로 갖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근무 시간과 환경의 개선, 법적 규제의 강화, 그리고 기업 문화의 변화가 필요하다.  
 
직원 우대, 기업 복지 강화 등은 기업과 근로자가 함께 윈윈할 수 있는 경영 전략으로 이미 인정 받고 있다. 이러한 변화만이 궁극적으로 직원에게는 행복감을 느끼고 기업은 지속 가능한 성장 동력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일 것이다.  

우훈식 / 뉴미디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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