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포커스] 어바인 시의회 뇌물 스캔들 일파만파
전 어바인 시의원 2명이 연루된 뇌물 스캔들(추문)이 어바인은 물론 OC정가에 일파만파를 일으키고 있다. 발단은 통신망을 사용한 사기(wire fraud) 미수 혐의로 기소돼 내달 재판을 앞둔 OC민주당의 정치 컨설턴트 멜라핫 라피에이(애너하임 거주)와 연방 법무부의 양형 협상 동의서가 지난 18일 공개된 것이다. 동의서에 따르면 라피에이는 지난 2018년 4~6월 사이, 어바인 시가 마리화나 사업을 허가하길 원하는 의뢰인 2명을 대신해 2명의 시의원에게 뇌물을 건네려 했다고 인정했다. 라피에이는 동의서에 두 의뢰인과 함께 2명의 시의원을 만나 뇌물 전달 방식과 마리화나 사업을 불허하는 시 조례 개정 전략을 논의했다고 적었다. 시의원들의 이름은 공개하지 않았다. 라피에이는 또 시의원들에게 뇌물을 줄 때, 법망에 걸리지 않도록 자신이 운영하는 홍보, 선거 캠페인 자문 회사를 위한 법률 자문료 명목으로 위장할 계획이었다고 밝혔다. 라피에이에 따르면 한 시의원은 조례안 발의 대가로 2만5000달러를, 또 다른 시의원은 찬성 투표의 대가로 20만 달러를 요구했다. 라피에이는 의뢰인들에게 뇌물 제공 알선의 대가로 최소 35만 달러를 요구했다. 보이스오브OC는 25일 이 의뢰인들이 사실은 FBI(연방수사국)의 비밀 정보원들이었다고 보도했다. 그런데 연방 법무부가 19일 공개한 기소장에 따르면 라피에이에게 적용된 사기 미수 혐의는 어바인 시의회에 관한 것이 아니라 그가 2019년 10월 애너하임에서 벌인 일에 관한 것이다. 당시 라피에이는 마리화나 관련 조례를 시의회에서 통과시켜 주겠다며 마리화나 비즈니스 운영자에게 최소 30만 달러를 요구했다. 이미 다른 의뢰인의 부탁을 받고 같은 내용의 로비를 벌이던 라피에이는 새 의뢰인에겐 이를 감추고, 10만 달러의 비용을 요구했다. 라피에이는 수고비로 1만 달러만 받겠다고 했지만, 실제론 10만 달러를 다 챙기려고 했다. 또 나머지 20만 달러를 애너하임 상공회의소에 전달하겠다고 말했지만, 그 돈을 상공회의소와 무관한 자신의 회사 직원과 절반씩 나눠 가지려 했다. 라피에이는 사기 미수 혐의 유죄를 인정하는 대신 뇌물 전달 미수 혐의 관련 기소는 면했다. 라피에이는 2019년 FBI에 체포된 뒤 에인절 스타디움 매각 과정 등을 비롯한 애너하임 시의회의 부패 여부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정보원으로 활동했다. 라피에이의 동의서 공개 이후 세간의 관심은 뇌물 스캔들에 연루된 어바인 시의원이 누구인지에 쏠리고 있다. 2018년 당시 재직한 시의원 5명은 돈 와그너 시장과 제프 랄로웨이, 린 샷, 크리스티나 셰이, 멜리사 폭스 시의원이며, 이들 중 현재 시의회에 남아 있는 이는 없다. 와그너 시장은 2019년 3월 OC수퍼바이저 특별 선거에 당선됐으며, 현재 3지구 수퍼바이저다. 랄로웨이와 샷은 2018년 말 임기 만료로 물러났다. 셰이는 2020년 시장 선거에서, 폭스는 같은 해 가주하원의원 선거에서 각각 패했다. 폭스 전 시의원은 25일 성명을 통해 2018년 라피에이와 마리화나 사업을 하는 그의 의뢰인을 만난 적이 있지만, 뇌물 이야기를 나눈 적은 없다고 밝혔다. 또 미팅이 있기 전, 라피에이가 자신에게 법률 서비스를 의뢰하길 원해 비용을 제시한 적은 있지만 실제 고용된 적은 없다고 했다. 폭스는 2022년 5월 FBI 요원이 찾아와 라피에이의 행각에 관해 알려줬고, 자신은 그 이후 라피에이 수사를 도왔다고 주장했다. 2018년 당시 재직한 시의원 중 폭스를 제외한 법조인은 와그너와 랄로웨이다. 보이스오브OC에 따르면 와그너 수퍼바이저는 어떤 뇌물에 관해서도 아는 바가 없다고 밝혔다. 셰이는 라피에이를 만난 적이 없다고 밝혔다. 레지스터는 폭스의 성명을 다룬 25일 기사에서 와그너, 셰이는 뇌물 제공에 관한 제의를 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으며, 랄로웨이, 샷 전 시의원과는 연락이 닿지 않았다고 전했다. 폭스 외에 라피에이가 만난 다른 시의원이 누구인지는 쉽게 밝혀지지 않을 수 있다. 시어런 매케보이 연방법무부 대변인은 양형 협상 동의서에 적힌 인물의 이름은 그가 범죄로 기소되지 않았을 경우, 공개하지 않는 것이 표준 정책이라고 밝혔다. 매케보이 대변인은 전직 시의원들의 기소 가능성에 관한 보이스오브OC의 질문에 연방법무부는 수사 착수 가능성이 있거나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에 관해 언급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어바인 시의회는 24일 회의에서 뇌물 전달 미수에 관해 자체 조사를 벌이는 안을 논의했다. 태미 김 부시장과 캐슬린 트레세더 시의원은 조사에 찬성했지만, 파라 칸 시장과 래리 에이그런, 마이크 캐롤 시의원의 반대해 안건은 부결됐다. 캐스팅 보트를 행사한 캐롤 시의원은 일단 FBI의 향후 행보를 지켜보자고 말했다. 한편, 어바인 시의회는 지금까지 상업용 마리화나 비즈니스 영업을 허가하지 않고 있다. 시의회는 라피에이가 밝힌 로비 시점보다 앞선 2018년 1월 23일 딱 한 번 마리화나 관련 논의를 했다. 당시 시의회는 관내에 마리화나 판매 시설이 아닌, 순수 실험실 설립만 허가하는 조례안을 심의했다. 회의에 불참한 샷 시의원을 제외한 나머지 시의원 4명은 전원 일치로 이 안을 가결했고, 새 조례는 그 해 3월 29일 발효됐다. 임상환 기자일파만파 스캔들 어바인 시의회 어바인 시의원 뇌물 스캔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