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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비 와인스틴, 30년의 영광과 10일의 몰락

하비 와인스틴. '갱스 오브 뉴욕', '펄프 픽션', '캐롤', '파이터', '에비에이터', '화씨 911', '킬빌'을 만든 전설적인 제작자. 쿠엔틴 타란티노가 가장 신뢰하는 제작자로서 오래 함께 해왔고 셰익스피어 인 러브로 아카데미상을 받기도 했다. 할리우드에서 가장 '힘이 센' 제작자 중 한 명이었던 그는 연이어 터진 성추문으로 순식간에 추락해버렸다. 놀라운 것은 10일 짧은 기간 동안 많은 여성들로부터 피해사례가 쏟아져 나왔다는 것. 영화계에 군림해온 30년간 그는 어떤 일을 저질렀으며 그러한 일들은 어떻게 알려졌을까?

사건의 전조

와인스틴의 광범위한 성추문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한 것은 2017년 10월 4일이다. 하지만 그 전에도 이미 '조짐'은 많았다.

공개적으로 와인스틴의 행동이 문제가 된 것은 2015년 3월 31일 22살의 이탈리아 모델 앰브라 바틸라나 구티에레즈가 성폭행 혐의로 와인스틴을 고발하면서부터다. 법원자료에 따르면 구티에레즈는 와인스틴이 영화제 현장에서 자신을 더듬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때만 해도 와인스틴에게 큰 타격은 없었다.

뉴욕타임스의 최초 보도

2017년 10월 4일은 폭풍전야와도 같은 날이었다. 뉴요커와 뉴욕타임스가 와인스틴의 성추문에 대한 기사를 낼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했다. 모든 영화계 인사가 기사에 대해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와인스틴 측은 위기관리 전문가와 많은 변호사를 고용해서 이런 기사에 대해 대응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변호인에는 헐크 호건의 섹스 테이프 사건을 맡아서 1억1500만 달러의 배상을 이끌어낸 찰스 하더도 포함돼 있었다.

와인스틴은 혐의를 일체 부인하며 여유 있게 대응했다. 할리우드 리포터와의 인터뷰에서 "이야기가 마음에 든다"며 "영화판권을 사고 싶을 정도"라고 말했다.

하지만 10월 5일 뉴욕타임스의 기사는 파장이 컸다. 1990년대를 풍미한 여배우 애슐리 주드의 피해사례로 시작해서 2014년에 일어난 와인스틴의 직원 에밀리 네스터의 이야기까지 낱낱이 실려있었다. 뉴욕타임스는 20년 이상 성범죄를 저질러 온 와인스틴의 이야기를 그대로 담아냈다.

추가보도와 순식간의 몰락

10일 뉴요커의 기사가 나왔다. 보도에 따르면 아시아 아르젠토, 미라 소르비노, 로재너 아퀘트를 비롯한 7명 이상의 여성이 와인스틴에게 성적인 피해를 당했다. 뉴요커의 기사는 철저한 조사를 토대로 써졌으며 기사에는 2015년 구티에레즈의 피해상황을 기록한 음성파일 또한 포함돼 있었다.

같은 날 뉴욕타임스는 더 충격적인 기사를 내놓았다. 할리우드 최고의 수퍼스타인 기네스 팰트로와 앤젤리나 졸리가 커리어 초반에 와인스틴에게 피해를 입었다는 것이다. 와인스틴은 팰트로를 호텔방으로 불러서 마사지를 강요했고 이 때문에 당시 팰트로의 남자친구인 브래드 피트와 와인스틴이 큰 싸움을 벌였다고 한다. 앤젤리나 졸리는 와인스틴과 '안 좋은 기억'이 있어 이후 절대 함께 일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와인스틴의 부인 조지나 채프먼은 보도자료를 통해서 와인스틴과 이혼을 이야기했다. 그는 "피해를 받은 모든 여성들 때문에 내 가슴은 찢어진다"며 "남편을 떠나기로 결심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관심을 받은 것은 힐러리 클린턴의 반응이었다. 와인스틴은 선거 때마다 민주당에 거액을 기부했으며 2016 대선 때는 기금 마련 행사를 주재하기도 했다.

힐러리는 보도 자료를 통해 "와인스틴의 행동에 매우 놀랐고 이런 행동들은 절대 용인될 수 없다"며 "피해여성들의 용기와 주변의 도움이 있어야만 이런 행동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오바마 또한 와인스틴의 행동은 역겨운 짓이라고 말하며 비판했다.

하비 와인스틴이 자신을 페미니스트라고 밝혔던 과거도 드러나면서 화제가 됐다. USC는 와인스틴이 여성 영화인들을 위해 기부하기로 한 500만 달러를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 모든 일이 10월 10일 단 하루 만에 일어났다. 할리우드에서 가장 높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와인스틴의 몰락은 순식간이었다.

30년과 10일

와인스틴의 범죄행각이 밝혀지고 영화계가 이를 비판할 때까지 걸린 시간은 10일. 30년 간 최고의 자리에 군림했던 그는 과거에 쌓인 악행이 드러나면서 너무나 짧은 순간 몰락했다. 하지만 그가 범죄를 저지르고 다니던 지난 세월 동안 악행은 철저하게 숨겨졌고 그를 고발하기 까지 최소 20년 이상의 세월이 걸렸기에 짧다고 말하기도 힘들다.

대체 어떻게 그는 이런 성범죄들을 저지르고도 당당하게 제작자로서 활동을 이어갈 수 있었을까? 물론 와인스틴이 정치권과 연을 맺으며 강한 권력을 구축해온 것이 큰 이유일 것이다. 그는 클린턴과 오바마를 비롯한 민주당 인사와 인연이 깊었다. 뿐만 아니라 트럼프의 심복이라 할 수 있는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 스티브 배넌의 회사의 지분을 소유할 정도로 광범위한 인맥을 자랑한다.

그래서일까? NBC나 뉴욕타임스 같은 언론사들이 와인스틴의 범죄행각을 알고 있으면서도 기사를 게재하지 않았다는 보도도 나왔다. 그는 이런 권력을 이용해서 자신의 치부가 드러나는 것을 최대한 막았다. 피해자들은 협박을 했고 언론은 회유해서 지금까지 왔다.

이번 사건 때문에 할리우드의 권위주의적이고 수직적인 구조에도 변화가 생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피해를 당한 여성들이 '보복'을 두려워해서 선뜻 나서지 못하는 데는 환경적 이유가 크다는 것이다. 이미 할리우드에서 일하는 여성들 사이에서 '문제는 와인스틴 하나가 아니다'라는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와인스틴을 계기로 할리우드에도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조원희 기자 cho.wonhee@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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