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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무의 상태로 돌아가는 우주와 소유욕

지난 10월 14일 미항공우주국(NASA) 제트추진연구소는 목성의 얼음위성 유로파가 생명체가 살 만한 환경을 갖췄는지를 조사하기 위해 우주선 ‘유로파 클리퍼(Europa Clipper)’를 발사했다. 우주선은 앞으로 5년 반 동안 태양계를 가로 지르며 총 29억km를 날아간다. 하지만 성베드로 성당의 돔이 우주라면 지구와 유로파 간의 거리는 그 돔을 떠도는 가장 가까이 있는 두 먼지 사이의 거리밖에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137억 년 정도의 나이를 가진 우주는 어떻게 생성되었을까. 우주가 아무것도 없는 무(無)의 상태에서 탄생할 수 있었다는 주장을 처음 제기한 사람은 뉴욕 헌터 대학의 에드워드 타이론 교수였다. 그 이유는 우주 공간에 떠 있는 모든 별과 은하, 그리고 행성은 회전운동을 하는 반면에, 정작 우주가 회전하지 않는 이유는 아마도 우주가 무에서 창조되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진공은 회전하지 않으므로, 진공으로부터 탄생한 우주는 회전운동을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1920년대에 천문학자 에드윈 허블은 로스앤젤레스 윌슨 천문대에서 천체를 관측한 후, 모든 은하가 빠른 속도로 서로 멀어져가는 ‘팽창하는 우주’ 이론을 발표하여 빅뱅이론(Big Bang)에 선구적인 역할을 했다. 그 후로 천문학자들은 우주가 점점 빠르게 팽창하면서 차갑게 식어 모든 생명체가 사라져버리는 ‘거대한 동결’의 시점에 이르게 된다는데 대체로 동의하고 있다. 타이론 교수의 ‘무에서 탄생한 우주’와 허블의 ‘팽창하는 우주’를 생각해 보면, 우주는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창조된 후 끝없이 팽창하다가 결국엔 아무것도 없는 무(無)의 상태로 다시 돌아간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인간은 이런 찰나의 삶 속에서 여전히 소유에 집착하며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시각은 달랐다. 그들은 소유에 집착하는 것이야말로 인간의 큰 약점이라고 믿었다. 백인들은 아메리카 원주민들이 내준 땅을 자기들 소유라고 주장하며 울타리를 만들고 들어오지 못하게 했다. 그러자 원주민 추장은 백인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당신들이 소유라고 부르는 그것이 무엇인가? 땅은 누구도 소유할 수 없다. 땅은 우리의 어머니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어머니는 자식들인 동물과 새, 물고기, 그리고 모든 인간을 먹여 살린다. 숲과 강물 등 땅 위에 있는 것들은 모두에게 속한 것이며, 누구나 그것을 사용할 수 있다. 어떻게 한 인간이 그것들을 오직 자신의 것이라고만 주장할 수 있는가?”     아메리카 원주민들은 필요한 것 이상 갖는 것을 죄악이라 여겼으며, 인간의 필요에 따라 환경을 바꾸기보다는 인간이 자연의 일부분임을 깨닫고 그 질서에 순응하는 길을 선택했다.     히말라야의 작은 왕국 부탄에서는 ‘원하다’라는 단어와 ‘필요하다’라는 단어가 같다고 한다. 어떤 것을 원한다면, 그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필요하지도 않은데 원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라고 여겼다.     그렇다면 소유에 집착하며 살아가는 우리 자신을 한 번 돌아볼 필요가 있다. 끝없이 팽창하다 결국엔 아무것도 없는 ‘거대한 동결’의 시점으로 돌아가는 우주 속에서 나의 존재는 과연 무엇일까. 1000억개의 별을 거느린 은하계가 또 다른 1000억 개의 은하계들과 함께 무한히 팽창하는 우주 속의 나. 그것은 우주를 떠도는 하나의 미세한 먼지 정도의 크기에 불과하다. 그러기에 광대한 우주 속에서 우리가 찰나의 삶을 살아갈 때, 과연 무엇을 영구적으로 소유할 수 있는지 자신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     그 대답은 간단하다. 우리가 소유의 개념에서 거주의 개념으로 변화된 삶을 살아가는 것, 그것이 유일한 해결책이다.   손국락 / 보잉사 시스템공학 박사기고 소유욕 상태 우주라면 지구 정작 우주 우주 공간

2024-11-04

[음악으로 읽는 세상] 우주는 거대한 현악기

고대 그리스의 수학자이자 철학자인 피타고라스는 만물의 원리를 수(數)에서 찾은 학자였다. 그는 ‘신성한 연주’의 헌사에서 음악의 신 오르페우스의 입을 빌려 이렇게 말했다.   “웅변과 서사시의 여신이며 아홉 뮤즈의 여신 중의 하나인 칼리오페의 아들인 오르페우스는 그의 어머니로부터 판가이우스 산에서 지혜를 배웠다. 그리하여 오르페우스는 수(數)의 영원한 본질은 천상과 지구, 그리고 그 사이에 있는 모든 자연에 관한 최고신의 섭리라고 말했다.”   피타고라스는 음악에 내재된 수의 법칙을 우주에도 적용했다. 그는 현악기에 나타나는 줄 길이의 비가 태양계를 구성하는 별들 사이 거리의 비와 비슷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래서 음악의 비례 법칙을 조화의 근본 원리로 우주에 적용한 ‘천구의 음악’ 이론을 발표했다.   피타고라스에게 있어서 우주는 여러 개의 줄을 가진 거대한 현악기였다. 별들이 공전할 때 이 거대한 우주의 악기는 별들이 위치한 거리의 비율에 따라 각기 다른 소리를 낸다. 이것이 바로 ‘천구의 음악’이다. 별들이 움직이는 속도는 중심으로부터의 거리에 따라 달라진다. 중심에서 가까운 별은 느리게 움직이기 때문에 낮은 소리를 내고, 중심에서 먼 별은 빠르게 움직이기 때문에 높은 소리를 낸다. 중심에서 화성과 지구의 거리 비례는 약 2 대 3이 되는데, 따라서 두 별은 서로 5도 관계에 있는 음을 연주한다. 한편 그 자체가 완전한 조화를 이루고 있는 우주 전체에서는 옥타브 소리가 난다고 믿었다.   피타고라스는 밤하늘을 바라보면서 정말 우주의 하모니를 들었을까? 물론 아닐 것이다. 별들이 자기 소리를 낸다는 것은 어디까지나 ‘믿음’의 영역에 불과하니까. 그런데도 그가 이렇게 믿은 것은 음악 말고는 이 완벽한 조화를 설명할 길이 없어서 아닐까? 진회숙 / 음악평론가음악으로 읽는 세상 현악기 우주 우주 전체 옥타브 소리 거리 비례

2024-10-21

[기고] 우주선 스타라이너 착륙과 복구

지난 9월 7일, 보잉사의 우주선 ‘스타라이너(Starliner)’가 우주 비행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지구로 귀환했다. 스타라이너는 60여명의 ‘착륙과 복구팀’이 열렬히 환영하는 가운데 뉴멕시코 주의 화이트 샌즈 스페이스 하버에 무사히 착륙했다.     우주여행의 화려한 조명은 대부분 우주 비행사들이 받는다. 우주 정거장에서의 일상, 지구와의 교신, 과학 실험, 또는 우주 유영 등 지구에서 경험할 수 없는 장면이 일반인에게 소개된다. 하지만 우주 비행사들의 화려한 무대 뒤에는 수많은 지원팀의 숨은 노고가 있다. 이번 비행 임무에도 8개로 구성된 ‘착륙과 복구팀’은 사막에서 만반의 준비를 하고 스타라이너의 착륙을 기다렸다. 그리고 이들은 자신의 전문성을 최대한 발휘 임무를 완수했다.     성공적으로 임무를 수행한 8개 팀을 간략히 소개하면, 첫 번째가 ‘블랙 커맨더팀(Black Command Team)’이다. 전반적인 착륙 과정과 복구작업을 총괄하면서 모든 상황에 대비한 절차와 훈련을 주도했다.     두 번째 ‘퍼플팀(Purple Team)’은 우주선이 지구로 귀환하는 과정의 데이터와 영상 정보를 추적하여 휴스턴과 케네디 우주 센터의 중앙 관제소와 교신하는 역할을 했다. 세 번째 ‘골드팀(Gold Team)’은 위험 물질 보호복을 입고 제일 먼저 착륙한 우주선에 접근해 유독성 증기의 유무를 확인했다. 이들은 소방, 환경, 건강, 안전 전문가들로 착륙과 복구팀원들은 골드팀의 판단과 결정을 절대적으로 따라야 했다.     네 번째 ‘실버팀(Silver Team)’은 골드팀이 안전하다고 판단하면 위험 물질 보호복을 입고 우주선으로부터 정전기를 방출하고 낙하산을 옮긴 후, 모래 위에 착륙한 우주선을 안전하게 세우는 작업을 했다. 특히, 실버팀원들은 낙하산 디자인, 제조, 실험 및 복구 전문가들이었다.     다섯 번째 ‘그린팀(Green Team)’은 골드팀과 실버팀이 작업을 마치면 안전한 거리에서 시간을 측정했다. 그린팀에게 주어진 시간은 우주선 착륙부터 지상 냉각기 연결까지 단 30초 였다. 왜냐하면 이 30초가 우주선의 항공 전자 기기를 보호할 수 있는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주선의 해치가 열리면 그린팀은 선실 내의 습도를 제거한 후 내부 공기를 정화하는 작업을 했다.     여섯 번째 ‘레드팀(Red Team)’은 착륙과 복구팀원들, 그리고 비행사들의 메디컬 모니터링과 돌보는 역할을 했다. 이들은 우주선의 해치를 열고 화물 장비를 옮기는 작업과 국제 우주 정거장에서 NASA(항공우주국)로 보내온 분초를 다투는 화물 장비를 돌보는 작업을 했다. 레드팀은 의사, 건강 관리사, 소방대원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우주선 착륙과 복구 현장의 ‘응급실’로 불린다.     일곱 번째 ‘블루팀(Blue Team)’은 보잉사 커뮤니케이션팀과 NASA의 홍보팀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스타라이너의 착륙 과정을 일반인에게 생중계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생중계되는 이 영상은 미션팀에게 전반적인 상황 인식과 효과성을 판단하는 데 도움을 줬다.     마지막으로 여덟 번째 ‘오렌지팀(Orange Team)’은 우주선을 플로리다에 있는 케네디 우주 센터로 옮기는 운송을 담당했으며, 한 명은 우주선에 머물면서 최적의 온도 유지를 통해 캡슐 재사용이 가능하도록 했다. 그리고 오렌지팀은 레드팀과 함께 우주선이 하강하면서 버린 부품들을 수거해 케네디 우주 센터로 보냈다.     이번 임무에도 많은 팀원의 희생과 노고가 숨겨진 사실을 알게 된다. 시스템의 신용도처럼, 모든 팀원이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할 때 놀라운 성과를 올릴 뿐 아니라 최고의 신용도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한 명의 팀원이라도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면, 전체 시스템의 신용도는 그 팀원의 수준으로 전락하게 마련이다. 이것이 구성 요소와 시스템과의 밀접한 관계성이다.   손국락 / 보잉사 시스템공학 박사기고 스타라이너 우주선 우주 비행사들 착륙 과정 케네디 우주

2024-10-06

[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흑색왜성

과학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측정 도구나 기술이 발달하지 않아서 예측 속에 존재하던 것이 나중에 발견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블랙홀이나 중력파의 발견이 그랬고, 원소주기율표 상의 여러 원소와 힉스 입자도 추측한 후 나중에 발견되었다.     밤하늘을 쳐다보면 무수한 별이 반짝인다. 그러나 별 속에 섞여서 반짝이는 수성, 금성, 화성, 목성, 토성 등 태양계의 행성은 별이 아니다. 게다가 별처럼 보이기는 하지만 별의 집단인 은하도 있다.     예를 들어 우리 태양이 속한 은하수 은하에는 약 4천억 개의 별이 바글거린다고 한다. 그런 은하가 아주 멀리 떨어져 있으면 우리 눈에는 그저 한 개의 별처럼 보일 뿐이다. 은하가 약 2조 개쯤 모여 비로소 우주를 이룬다고 하니 하늘에서 반짝이는 별의 총수는 지구상 흙 알갱이보다도 많다.   그러므로 우주의 기본 구성단위는 우리의 태양과 같은 별이다. 별에는 여러 종류가 있는데 그중에 흑색왜성이란 것이 있다. 물론 이론상의 별이다. 별이란 우주 공간에서 떠돌던 수소 구름이 중력에 의해 뭉쳐져서 핵융합 반응을 하여 빛과 열을 내는 천체를 말한다. 따라서 별을 이룬 수소가 소진되면 생을 마친다.     우리 태양보다 훨씬 큰 별은 종국에는 중성자별이나 블랙홀이 되지만, 그 크기가 우리 태양 정도 되는 별은 주계열성 단계를 지나면 부풀어서 적색거성이 되고 결국 백색왜성이 되어 그 종말을 맞는다.     지금부터 약 45억 년 전에 태어난 태양은 현재 주계열성 단계인데 앞으로 50억 년 후에는 크게 부풀어 적색거성이 되고 나중에 바깥 부분이 성운이 되고 나면 작은 백색왜성이 될 것이다. 그리고 상상할 수도 없는 긴 시간이 지나며 주변의 우주 공간과 거의 같은 온도까지 내려가게 되는데 그때의 상태를 흑색왜성이라고 추측한다.     별이 태어나서 주계열성 단계를 지나 적색거성이 되고 나중에 백색왜성으로 변할 때까지는 현재 우리가 사는 우주에서 관찰되지만, 백색왜성이 식어서 흑색왜성으로 변할 때까지는 현재 우주의 나이보다 훨씬 긴 시간이 필요하다. 또한, 이름에서 풍기는 것처럼 흑색이기 때문에 가시광선으로는 잘 보이지 않아서 설사 그런 별이 있다고 하더라도 관찰할 수가 없다는 한계가 있다.     우주의 암흑물질처럼 중력파에 의해서만 존재를 알 수 있는데 우리 과학 기술은 아직 중력파를 자유자재로 탐지할 수 있는 형편이 아니다.   현재 우주의 나이는 약 138억 년이라고 추정한다. 엄청나게 긴 시간이다. 그런데 백색왜성이 식어서 흑색왜성이 되기까지는 과학적인 추산으로 적어도 수백 조년이 걸린다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 우주에 흑색왜성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 것이 맞다. 그저 태양 정도 되는 크기의 별이 생을 다하고 맨 마지막에 이르는 이론적인 단계가 바로 흑색왜성이다.   별 중에는 갈색왜성이란 것도 있는데 흑색왜성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수소 가스가 중력으로 뭉쳐서 별이 되는 과정에서 우리 태양의 약 10% 정도 크기에 머무르면서 지속적인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지 않는 천체를 갈색왜성이라고 부른다. 쉽게 말해서 별이 되다가 만 별 비슷한 천체를 말한다. 영어 brown을 갈색이라고 번역했는데 사실 우리 눈에는 붉은색이나 오렌지색으로 보인다. (작가)   박종진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흑색왜성 우주 공간 별이란 우주 현재 우주

2024-09-13

민간 우주 여행 시대 포문 열까

최초의 민간인 우주 유영을 위한 스페이스X 우주선이 10일 플로리다주 항공우주국(NASA) 케네디 우주센터 39A 발사대서 우주로 향했다.   10일 스페이스X에 따르면, 이날 오전 5시 23분께 민간인 우주 유영 임무 ‘폴라리스 던(Polaris Dawn)’을 위한 우주선 ‘드래곤(Dragon)’이 재사용 가능한 우주발사체 팔콘9에 실려 무사히 발사됐다. 팔콘9은 대서양에 계획대로 정박하는 데 성공했다.   탑승객은 스페이스X 소속 엔지니어 2명과 민간인 2명으로, 이들은 지난 5월 개발한 우주유영(spacewalk) 우주복(extravehicular activity, EV suite)을 입는다.   프로젝트를 주관한 ICT(정보통신기술) 업계 거물이자 항공기 조종자인 아이작 먼(41)과 퇴역 공군 조종사지 스콧 피드 포티가 NASA 등 정부기관에 소속된 전문 우주비행사가 아닌 우주 유영을 최초로 시도하는 민간인 2명으로 기록된다. 민간인 시도 자체도 처음이나, 성공 시에도 차후 민간인 우주 여행 산업 새 포문을 열 분기점으로 기록된다.   민간인 2명은 700㎞ 고도에서 줄을 몸에 단 상태로 우주 공간에 나가 유영하고, 소속 엔지니어 2명 사라 길리스와 안나 메논은 드래곤 캡슐 안에 남는다. 유영을 위해 캡슐 내부서 공기를 제거해, 유영 시에는 산소 공급용 호스를 통해 숨쉰다.   국제우주정거장(ISS)의 비행 궤도보다 세 배 높은 1400㎞까지 도달하는 실험도 진행한다. 성공시 1973년 NASA 아폴로 프로그램 이후 인류가 도착한 최고점으로 기록된다.   앞서 연방항공청(FAA)은 지난달 28일 성명을 통해 팔콘9의 운행 재개를 30일부터 허용한다고 밝혔고, 스페이스X는 이번 임무와 이달말 예정된 NASA 소속 우주비행사 ISS행 등을 위한 것이라 밝혔다. 강민혜 기자 kang.minhye@koreadailyny.com민간 우주 민간인 우주 민간 우주 전문 우주비행사

2024-09-10

민간 우주 탐사 회사, 신임 CEO에 한인 임명

미국의 민간 우주 탐사 회사인 ‘파이어플라이 에어로스페이스(Firefly Aerospace)’의 대표에 한인이 선임됐다.   이 회사는 지난 29일 보도자료를 통해 10월1일자로 제이슨 김(사진) 신임 CEO 임명 소식을 발표했다. 회사측은 “제이슨 김은 이 중요한 역할을 맡을 충분한 자격을 갖추고 있다”며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분야에서 20년 이상의 경력을 쌓은 인재”라고 선임 배경을 밝혔다. 김 신임 대표는 보잉의 자회사인 ‘밀레니엄 스페이스 시스템’의 대표를 역임했으며 인공위성과 드론, 로켓 발사체 등 다양한 항공 우주 관리 체계를 다뤄왔다.   김 신임 대표는 레이시온 및 노스럽 그루먼, 미 공군 등에서도 경력을 쌓았었다.   그는 미 공군사관학교 재단의 이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그는 공군사관학교에서 전기공학 학사 학위를, 오하이오 공군 공과대학교에서 전기공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한편 파이어플라이의 대표 자리는 빌 웨버 전 대표가 여직원과 불미스러운 관계를 맺어 7월에 사임한 이후 공석이었다. 김 신임 대표는 700여 명의 직원을 이끌며 올해 말 알파 로켓 발사 등 계획을 추진하게 된다.   파이어플라이는 우주 배달 서비스를 목표로 나사와 협력해 올해에만 총 세 번의 달 탐사선을 발사할 예정이다. 이 회사는 7월 4일 첫 번째 알파 로켓을 발사한 바 있다.   김영남 기자 [kim.youngnam@koreadaily.com]파이어플라이 한인 보잉 밀레니엄 스페이스 시스템 로켓 위성 우주 배달

2024-09-02

[음악으로 읽는 세상] 파에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파에톤은 태양신 헬리오스의 혼외(婚外) 자식이다. 아버지 없이 어머니 손에서 자란 그는 어느 날 헬리오스를 찾아가 그가 모는 태양마차를 몰게 해달라고 조른다. 헬리오스는 마지못해 그의 부탁을 들어준다. 하지만 파에톤이 끌던 말들이 통제 불능 상태에 빠지는 바람에 온 세상이 불바다가 되고 만다. 보다 못한 제우스가 벼락을 내리치고, 파에톤은 바닥에 떨어져 그 자리에서 절명하고 만다.   생상스의 교향시 ‘파에톤’은 파에톤이 태양마차를 타고 으스대다가  바닥으로 추락해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그린 것이다. 음악은 짧지만 강렬한 서주로 시작한다. 그런 다음 마차가 달린다. 말들이 질주하듯 음악도 일정한 템포로 위로 올라갔다가 아래로 내려온다. 이때까지만 해도 파에톤의 태양마차는 리드미컬하게 제 궤도를 달리고 있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말들이 요동치기 시작한다. 말들이 난무하듯이 음악도 난무한다. 통제 불능에 빠진 말들이 연출하는 우주의 난장판 쇼가 펼쳐진다. 한바탕 쇼가 펼쳐진 후 음악이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든다. 이 느리고 조용한 분위기는 잠시 뒤에 일어날 파에톤의 재앙에 대한 불안감을 표현한 것일까. 아니면 파에톤의 추락을 더욱 드라마틱하게 보이도록 하기 위한 예비 음모일까. 곧이어 말들이 다시 난동을 부리기 시작하고 결국 파에톤은 추락하고 만다.   비록 죽음으로 끝날지언정 생상스의 음악 속 파에톤은 의기양양하고 역동적이고, 한편으로는 귀엽기까지 하다. 이 곡을 통해 생상스가 표현하고자 했던 파에톤은 결국 추락하고 마는 파에톤이 아니라 자신을 괴롭혀 오던 서자 콤플렉스를 마침내 극복하고 보란 듯이 아버지의 마차를 타고 의기양양 우주 공간을 질주하는 파에톤이 아니었을까. 속도감 있는 생상스의 음악은 파에톤이 펼치는 우주의 드라마를 경쾌한 기분으로 감상하도록 만든다. 진회숙 / 음악평론가음악으로 읽는 세상 파에톤 태양신 헬리오스 의기양양 우주 통제 불능

2024-08-26

[열린광장] 우주 탐험을 위한 새로운 가능성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는 인류를 다행성 종족으로 만들기 위해 돈을 번다고 한다. 이의 실현을 위해 그는 2026년에 인간을 화성에 보내고 궁극적으로 화성 이주를 실현한다는 계획이다. 이러한 머스크의 꿈은 이미 지난 2006년 프랑스의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작품 ‘파피용’에서 화려하게 펼쳐졌다. 이 소설은 14만4000명의 지구인이 태양 빛을 추진 동력으로 하는 거대한 우주선을 타고 새로운 행성을 찾아 나서는 이야기다. 그들이 지구를 떠나는 이유는 해수면 상승, 지진, 해일, 신종 돌연변이 바이러스, 심각한 환경오염으로 인해 지구에 더는 구원의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우주여행을 위해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것이 밀폐된 공간에서 생태계 순환을 재현하는 기술이다. 지금까지 많은 과학자와 사업가가 폐쇄된 인공 생태계를 만드는 실험을 진행해 왔다. 그 대표적인 예로 애리조나주의 오라클에 건설했던 1.3 헥타르 규모의 폐쇄된 인공생태계인 ‘바이오스피어 2(Biosphere 2)’를 들 수 있다. 이 실험의 목적은 인간을 지구 위의 다른 생태계와 물질교환을 하지 않는 고립된 환경에서 살게 하려는 것이었다.     최근엔 우주 비행사들이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식물을 재배하는 데 성공했다. 2015년 우주 비행사들이 주로 붉은색과 파란색의 발광다이오드(LED) 빛으로 재배한 베지-원(Veg-01)이라 불리는 한 묶음의 로메인 상추가 우주에서 첫 번째로 수확한 채소로 소개되었다. 우주 비행사인 스콧 켈리와 키엘 린드그렌, 일본인 우주 비행사 기미야 유이 등 3명이 이 로메인 상추를 살균한 후 올리브 기름과 이탈리아 발사믹 식초로 드레싱을 해서 인류 최초로 우주 공간에서 식사했다. 그리고 2016년에는 붉은 상추, 2017년에는 양배추와 꽃을 재배했으며, 그 후부터는 매년 조금씩 큰 식물들을 재배하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마크 벤데하이가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약 4개월 동안 칠레 고추를 재배하는 데 성공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국제우주정거장에서 근무하는 우주 비행사들을 위해 약 6개월 분량의 음식과 야채, 그리고 과일을 주기적으로 공급한다. 하지만, 상추나 당근 같은 야채들은 빨리 소비될 뿐 아니라 다음 운송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공급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그래서 NASA는 우주 비행사들에게 비타민이나 영양분을 공급하는 데 큰 도움이 되는 식물 재배를 우주 공간에서 실험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실험은 장기적인 우주 탐험을 위한 새로운 가능성을 여는 중요한 계기가 된다.     특히, 2030년대 화성으로의 우주 여행이현실화할 경우 비행사들에게 초록색의 식물들을 재배케 함으로써 스트레스 해소 등 심리적 안정감도 갖게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우주 비행사들이 식물을 재배하면 마치 자신의 집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들 뿐 아니라 자신이 지구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다는 생각을 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주선 내에서 재배한 신선한 야채는 포장 식품에 의존해서 긴 우주여행을 떠나는 비행사들에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건강식품이 된다. 특히, 토마토와 붉은 상추는 우주 비행사들에게 산화 방지 성분을 제공해 우주 공간에서 육체적인 건강뿐 아니라 정신적인 행복감도 느낄 수 있게 해 준다. 또한, 우주 공간에서 비행사들을 방사선으로부터 보호하는 작용도 한다. 이러한 우주에서의 식물 재배는 인간을 더 먼 우주 공간에 있는 또 다른 행성을 찾아 나서게도 할 것이다. 그때가 되면 아마 하루하루 더 낯설게만 느껴지는 지구를 떠나도록 부추길지도 모른다.     손국락 / 보잉사 시스템공학 박사열린광장 가능성 우주 우주 비행사들 우주 탐험 우주 공간

2024-08-20

[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빛의 속도

우주의 한 귀퉁이에서 찰나를 살던 우리 인간은 감히 빛의 속도를 체감할 수 없었다. 그래서 오랫동안 빛은 속도가 없다고 생각했다. 비가 올 때 번쩍거리고 나서 천둥소리를 듣던 우리는 소리에 속도가 있다는 사실은 알았다. 하지만 일 초에 지구를 일곱 바퀴 반이나 도는 빛의 속도를 느끼는 것은 우리에게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빛의 속도가 유한하다는 생각을 인류 최초로 한 사람은 기원전 5세기경 그리스의 철학자 엠페도클레스였다. 17세기 중엽에 갈릴레이는 빛의 속도를 측정하기 위해서 실험을 했다. 비록 실패로 끝났지만, 빛의 속도를 알려는 인류 최초의 시도였다.     갈릴레이는 서로 마주 보이는 두 개의 산봉우리 꼭대기에 등불을 설치하고 빛이 왕복하는 시간을 측정해서 빛의 속도를 구하려고 했지만, 실패했다. 너무 과소평가한 까닭이었다. 갈릴레이의 장난 같은 실험 후 덴마크의 천문학자 올레 뢰머는 목성의 위성인 이오의 식 현상을 이용하여 26%라는 오차가 있었지만, 인류 최초로 빛의 속도를 그나마 정밀하게 구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빛은 전자기파 중에서 우리 인간의 눈에 보이는 가시광선 부분이다. 그래서 전자파의 속도가 빛의 속도와 같았다. 이 우주에 빛보다 빠른 것은 없다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왜 빛의 속도가 우주 속도의 한계인지 모른다. 아인슈타인은 빛에 근접할 속도를 내려면 물체의 길이가 없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니 현대 과학 기술 수준으로 빛의 속도를 낸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달리는 말 위에서 활을 쏘면 화살의 속도는 말이 달리는 속도와 화살의 속도를 합한 것이다. 그러나 달리는 말 위에서 플래시 불빛을 비추면 말의 속도와 상관없이 플래시 불빛은 항상 빛의 속도와 같다. 다시 말해서 빛의 속도는 빛을 내는 물체의 움직임과 상관없이 항상 초속 30만km로 일정하다.   소리는 공기 중에서 초속 0.34km인데 반해 빛은 일 초에 30만km를 간다. 태양 표면을 떠난 빛이 지구에 도착하는데 약 8분 19초가 걸리고, 지구를 떠난 빛이 달까지는 1.3초 걸려 도달한다. 47년 전 지구를 출발한 보이저 1호가 날고 있는 곳은 태양계 끝자락인데 빛이 그곳까지 가는 데 22시간 걸린다. 보이저호는 지금 초속 20km 정도 되는 속도로 날고 있는데 이는 총알보다 약 20배나 빠른 어마어마한 속도다. 로켓이 반세기 걸리는 곳인데도 빛은 만 하루 만에 주파할 수 있다니 대단하다. 태양을 떠난 빛이 태양계를 완전히 떠나는데 만 하루가 걸린다는 말이다. 그 빛이 태양이란 별과 가장 가까운 이웃 별까지 가는데 4년 4개월이 걸린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 은하에는 그런 별이 무려 4천억 개나 있고 그렇게 이루어진 은하가 약 2조 개가 모여서 비로소 우주를 이룬다. 우주의 외곽은 빛의 속도보다 훨씬 빠르게 팽창하고 있으니 거기서 출발한 빛은 절대로 우리 눈에 도달할 수 없다. 현재까지 밝혀진 바로 우리를 중심에 놓고 모든 방향으로 약 460억 광년 떨어진 곳까지를 관측 가능한 우주라고 한다. 조금 전에 얘기한 대로 로켓이 50년을 가는 거리를 단 하루에 주파하는 빛의 속도로 460억 년이 걸린다니 실로 상상을 초월한다.     우주에서 빛은 속도의 한계이고, 모든 것이 상대적인 우주에 절대적인 것이 단 하나 있다면 바로 빛의 속도다. (작가)     박종진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속도 우주 속도 플래시 불빛 태양 표면

2024-08-09

[독자 마당] 효도의 의미

효도란 부모의 은혜에 감사하며 보답하려는 마음가짐이고 행위이다. 동양 윤리에서 ‘효는 백행의 근본’이라 했는데 이는 사람으로서 갖춰야 할 어떤 윤리, 도덕도 효가 밑받침되지 않고서는 온전하다 할 수 없음을 이르는 말이다.     불가사의한 우주 만물의 생성, 운행과 그 안에 존재하며 살아가는 우리는 멀리는 조상으로부터, 현실적으로는 부모로부터 연유되었음을 알고 이에 감사함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그러므로 효의 동기는 감사라 할 수 있다. 감사는 필요한 것을 내, 외로부터 받아 채워졌을 때의 순 반응이다. 만물의 운행법칙인 작용에 대한 같은 양의 반작용, 또는 심은 대로 거둔다 함은 같은 원리다. 만물의 영장인 인간은 사물에 대해 생각하고 분별하는 지각 능력이 있어 주변 상황에 따라 자신에게 유리한 길을 찾는 판단을 하게 된다.     그래서 자칫 감사에 대한 정도를 벗어나 부모에 대한 통상적 효의 도리를 저버리게 된다면 이는 불효로 여긴다. 불효는 감사에 이어지지 않는 천지 만물 운행질서의 천리를 거스르는 일이기에, 그에 따른 어떤 언행심사도 바르고 온전할 수 없다. 세상 어느 것과도 바르게 연결될 수 없다는 의미다.     그러므로 효는 단순히 예로부터 내려온 윤리,도덕의 한 축이기 이전에 불변하는 만물 운행과정의 한 부분이다.  그러나 시대의 흐름에 따라 삶의 인적,물적 환경이 달라지고 심한 생존경쟁에 내 몰리면서 기존의 도덕률이나 가치관은 뒤로 밀려나고 있다. 지식이나 기능만으로 저마다의 입지를 다지려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생활 여건이 아무리 변해도 이 모두는 사람과의 관계에서 이루어지게 된다. 서로가 정직,존중,신뢰의 고리로 엮어질 때 관계는 완성되며, 이를 통해 효도의 범주에도 들어서게 된다. 윤천모·풀러턴독자 마당 효도 의미 만물 운행과정 천지 만물 우주 만물

2024-07-30

[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우주 끝까지

금성 반대편으로 가장 가까운 행성이 화성인데 현대 로켓 기술로 편도 당 약 7달이나 걸린다. 1977년에 발사된 보이저호는 그렇게 화성을 거치고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을 지나 지금까지 47년 동안 날아서 태양계를 막 벗어나고 있다. 아직 태양인력이 미치는 곳을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지만, 그래도 보이저호는 현재 성간(星間)을 나는 중이다.     성간이란 별과 별 사이를 말하는데 우리가 잘 아는 별이 지구가 속한 태양이고 보이저호는 지금 태양이란 별의 가장 가까운 이웃 별인 프록시마 센타우리로 향해서 날고 있는데 태양 빛이 거기까지 도달하는 데 약 4년 3개월이 걸린다고 한다.     우리 은하라고 부르는 은하수 은하에 태양, 그리고 바로 곁에 프록시마 센타우리라는 별이 있다. 우리 은하 안에는 태양과 프록시마 센타우리를 포함하여 무려 4천억 개나 되는 별이 있고, 그런 은하가 약 2조 개쯤 모여 비로소 우주를 이룬다고 한다. 우주가 138억 년 전에 빅뱅이란 원인을 알 수 없는 이유로 시작하여 시간과 공간이 생겼고, 그 후 계속 가속 팽창하여 관측 가능한 우주의 크기는 그 지름이 약 930억 광년 정도 된다고 추측하기에 이르렀다. 굳이 관측 가능하다는 단서를 붙인 이유는 빛의 속도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가 접하는 우주는 빛을 통해서 보이거나 탐지되는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우주 안에서의 이동은 빛의 속도로도 수억 년씩 걸리고 더군다나 우주를 이루는 대부분 물질이 빛과 상호작용을 하지 않아서 아직은 우리가 판단하기에 너무 부족하다. 우주의 시작과 끝을 가늠할 정도의 과학 기술로도 아직 우주 전체의 중력을 거스르는 척력을 밝히지 못했고, 어렵게 찾아낸 블랙홀도 현대 물리학으로 풀지 못한다. 무엇보다도 우주 바깥은 무엇인지, 있는지 없는지조차 알 수도 없다. 그런 우주를 어떻게 여행할 수 있을까?   개인적인 생각이긴 하지만 빛조차 수억 년 걸리는 우주여행을 우리가 직접 할 수는 없다. 지금은 여기저기서 인공지능 얘기지만, 얼마 전까지는 가상현실이 화두였다. 예를 들어 우리가 직접 루브르 박물관을 가지 않고도 컴퓨터 앞에 특수한 안경을 착용하고 마치 자신이 그 건물 안에 들어가서 직접 관람하는 효과를 느끼는 것이다. 천체물리학이 엄청나게 발달하여 우주 끝도 그렇게 가상현실에서 여행할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방법이 아니고서는 빛의 속도로도 수억 년씩 걸리는 우주 공간을 실제로 여행하기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구구단을 줄줄 외는 초등학생에게도 인수분해는 급이 다른 산수다. 하지만 인수분해를 통달한 학생에게 미적분을 들이대면 그런 것도 수학이냐고 반문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나무나 기름을 때서 불을 밝히던 시절에 살던 사람은 백열등을 행여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지금 우리는 탈것을 통한 여행 시대에 산다. 하지만 미래의 여행은 지금 우리가 상상할 수도 없는 획기적인 방법이 있을 것이 분명하다. 언젠가는 수억 광년 떨어진 다른 은하 속의 별까지도 방문할 날이 올 것이다. 필자가 초등학생 시절에 우리 집에 처음으로 전화가 설치됐다. 그때는 지금처럼 전화를 가지고 다닐 수 있을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전화가 되는 작은 컴퓨터(스마트폰)를 주머니 속에 넣고 다니지 않는가! (작가)     박종진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우주 우주 공간 우주 전체 우주 바깥

2024-07-26

[열린광장] 왜 지구를 떠나려고 할까?

“저 멀리. 더 멀리, 보다 더 멀리. 하루하루 더 낯설게만 느껴지는 이 지구를 떠나리라.”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파피용’에 나오는 항공 우주국 프로젝트 매니저 이브 크라메르가 천체 망원경 렌즈의 고무 구멍에 눈을 박고 별이 총총한 밤하늘을 쳐다보며 자신에게 다짐하는 말이다.     왜 지구를 떠나려고 할까? 이유는 열역학 제1, 2 법칙에 의한 지구의 종말론 때문이다. 그것은 지구라는 고립된 계에서 에너지의 총량은 정해져 있고, 언젠가는 사용 불가능한 에너지인 엔트로피가 끊임없이 증가하여 마침내 지구가 파멸에 이르게 된다는 이론이다. 또한, 인류는 지구의 엔트로피 증가 과정을 역전시킬 수 없을 뿐 아니라, 이것은 이미 결정된 지구의 한계이기 때문에 일부 과학자들은 우주 공간의 또 다른 행성을 개발함으로써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열역학 제1법칙은 에너지 불변의 법칙이다. 이것은 우주의 에너지 총량은 우주의 시작부터 종말까지 일정하게 고정되어 있다는 이론이다. 단지 그 형태만 바뀔 뿐이라는 뜻이다. 그리고 열역학 제2 법칙은 미래에 어떤 일을 하는 데 사용 가능한 에너지의 양이 점점 손실된다는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이다. 이 법칙에 의하면 우주의 전체 에너지양은 일정하며 전체 엔트로피는 항상 증가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열역학 제1, 2 법칙은 우주 이론의 기초라고 할 수 있다. 우주는 대폭발(Big Bang) 이후 엄청나게 농축된 에너지가 계속 팽창하며 분산됨에 따라 우주는 점점 무질서한 상태를 향해 변화하면서 결국에는 최대 엔트로피 상태, 즉 열 종말 상태에 도달하게 된다는 것이다.     “지구는 우리의 요람인데, 우리가 다 파괴해 버리고 말았소. 이제는 지구를 치유할 수도, 예전과 같은 상태로 되돌려 놓을 수도 없소. 집이 무너지면 떠나야 하는 법이오. 마지막 희망은 탈출이라고 나는 믿고 있소.” ‘파피용’에 나오는 억만장자 가브리엘 맥 나마라가 크라메르에게 한 말이다.     인류가 지구를 탈출한 후에 머나먼 우주여행을 하기 위해서는 연료 확보와 우주선 내 생태계 개발, 그리고 세대의 재생산이라는 필수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 우선, 연료 문제는 무한 에너지인 빛을 이용하면 장기간 우주여행이 가능하기에 어느 정도 해결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식량은  어떻게 할 것인가? 우주선 내에 밀폐 공간인 아쿠아리움을 만들어 인공 광원, 즉 네온관 시설로 흙과 물, 풀, 나무, 곤충, 물고기, 포유류, 인간이 상호 순환할 수 있는 인공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필수 요건은 세대가 이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만 다른 태양계에 있는 다른 행성에서, 다른 방식으로 새로운 인류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첨단 과학 기술의 발달은 인간을 더 먼 우주 공간의 행성을 찾아 나서도록 계속 부추길 것이다. 하지만, 일부 과학자들은 제레미 리프킨의 엔트로피 이론이 너무 일반적이며 실증적 근거가 부족할 뿐 아니라 지구를 닫힌 계로 보는 전제 자체에 오류가 있다며 비판한다.     과학의 궁극적 목표는 자연의 진리를 발견하는 것이다. 그러기에 이러한 비판 역시 과학적 발전의 중요한 과정이다. 설령 리프킨의 이론에 오류가 있더라도 그의 이론을 무조건 배척할 수만은 없는 실정이다. 왜냐하면 환경 오염, 지구 온난화, 가뭄과 폭우, 대규모 산불, 강력한 태풍과 허리케인은 사실상 엔트로피 이론을 뒷받침하는 자연현상임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손국락 / 보잉사 시스템공학 박사열린광장 지구 우주 이론 엔트로피 증가 장기간 우주여행

2024-07-21

[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우주 상수

아인슈타인은 우주가 영원불변이며 정적이라고 생각했다. 다시 말해서 우주는 처음부터 영원히 그 모양 그대로 유지된다는 말이다.     하지만 허블이 외계 은하의 존재를 발견하고 나아가서는 은하끼리 서로 멀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밝히자 아인슈타인은 자신이 틀렸음을 인정하고 자기가 만든 방정식에 우주 상수라는 항목을 추가하여 이론상 우주가 중력에 의해서 찌그러들지 않게 수정했다.     하지만 최근에 밝혀진 관찰에 따르면 우주는 일정한 속도로 멀어질 뿐 아니라 점점 빠르게 팽창한다는 것이다. 우주 전체의 중력을 이기고 가속 팽창을 하려면 중력보다 훨씬 강한 척력이 있어야 하는데 현재의 과학 기술 수준으로는 알 수 없어서 우선 그 모르는 힘을 암흑에너지(Dark Energy)라고 이름 지었지만, 엄밀히 따지면 '미지의 에너지'가 맞는 표현이다.   우주는 일반적인 물질이 약 5%, 그리고 알지 못하는 물질인 암흑물질이 약 25%, 그리고 미지의 에너지인 암흑에너지가 약 70% 정도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그나마 5% 정도 되는 보통물질도 우리 맨눈에 보이는 것은 고작 1%도 되지 않는다고 하니 우리가 우주를 어느 정도 안다고는 하지만 빙산의 일각에도 못 미치는 우주를 간신히 더듬는 중이다. 어쩌면 우리는 영원히 우주를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   물질을 이루는 가장 작은 단위는 입자이지만 그전에는 원자라고 배웠다. 원자는 중앙에 큼지막한 원자핵이 자리하고 그 주위를 아주 멀리서 핵에 비해 엄청나게 작은 전자가 돌고 있는 모습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그런데 원자핵과 전자를 포함하는 전체 공간은 진공이다.     이야기를 쉽게 하려고 원자 하나를 잠실운동장에 비교하면, 가운데 위치한 핵은 탁구공만 하고 관중석 끝에서 좁쌀보다 작은 전자가 돌고 있는 모습이다. 그 사이의 공간은 진공이라고 한다.     마찬가지로 우리 태양계에서 태양과 그 주위를 공전하는 행성들 사이의 공간도 진공이고, 태양과 같은 별과 별의 사이도 진공이며, 나아가서는 은하와 은하 사이도 진공이다. 그러므로 우주 공간은 온통 진공 상태다.     그 속에 우리가 알지 못하는 에너지가 있어서 중력을 이기고 은하끼리 서로 멀리 떨어지게 하는 미지의 힘이 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그 정체불명의 에너지를 암흑에너지라고 부른다.     태초에 빅뱅으로 시작된 우주의 진공 속에는 이미 엄청난 에너지가 존재했었다. 양자역학적 관점에서 그런 에너지를 진공에너지라고 하는데 먼저 이야기한 암흑에너지와 같은 것인지, 서로 다른지, 어떤 관계가 있는지는 아직 모른다. 게다가 초거대 블랙홀과의 관계도 의심하는 사람이 있지만, 모두 과학적인 추측일 뿐이다. 그나마 아인슈타인이 자신의 중력장방정식에 억지로 끼워 넣은 우주 상수가 암흑에너지 정체의 첫 번째 경우다.   공명이 죽은 후에도 중달을 이긴 것처럼 아인슈타인 역시 죽고 나서 100년이 지난 후 자신이 예측했던 중력파가 발견되었고, 어쩌면 암흑에너지도 그가 실수라고 무릎을 꿇었던 우주 상수의 연장선에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아인슈타인이 활동하던 때는 천체물리학이 지금처럼 발달한 시절도 아니었고 관측 장비도 구닥다리 시대였지만, 아인슈타인은 그 당시에 이미 중력파를 예측하고 우주 상수를 넣었다 뺐다 할 정도의 천재였다. (작가)         박종진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우주 상수 우주 상수 우주 공간 이론상 우주

2024-05-17

[열린광장] 4자 타령

4월은 재미있는 달이다. 우리나라 말로는 그냥 한 해의 네 번째 달이지만 영어 이름 ‘April’은 라틴어의 낱말 ‘펼치다 (aperire)’에서 왔다. 이름처럼 4월엔 겨울에 움추렸던 동물들이 기지개를 켜고 초목들은 푸르게 모습을 바꾸기 시작한다. 모두 다 새로운  삶을 펼치는 것이다.  그래서 4월은 다이아몬드처럼 빛나는 달이다. 그런데 한국 사람들은 4자의 발음이 한자의 ‘죽을 사’와 같다는 이유로 아파트나 병원, 호텔 엘리베이터 등에 잘 쓰지 않는다.     언제부터 이런 일이 생겼는지는 몰라도 참 엉뚱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사’로 소리 나는 좋은 글자가 흔한 데도 말이다. 이를테면 ‘스승 사’,  ‘향기 좋을 사’,  ‘생각할 사’, ‘부지런할 사’, ‘ 말씀 사’, ‘춤추는 모습 사’, ‘벼슬 사’ 등이다.  이처럼 좋은 글자의 소리는 제쳐 두고 하필이면 ‘죽을 사’자만 생각한 까닭은 무엇일까?  아마 인생의 종말을 뜻하는 운명적인 글자의 소리가   뇌리를 스쳤기 때문일 것이리라.   하지만 이 4 자는 아무 거리낌 없는 사통오달의 운명을 지닌 듯 우주, 자연, 인생, 철학, 종교, 운동 할 것 없이 온갖 분야에 활개를 치고 있다.     도교에서는 도(道), 천(天), 지(地), 및 왕(王)을 우주에 있는 가장 큰  것이란 뜻에서 ‘사대’(四大)라고 한다. 유교에서는 주역이 밝힌 네 가지 원리 곧, 원(元, 봄), 형(亨,여름), 이(利,가을), 및 정(貞,겨울)이 ‘사덕(四德)’이다. 세상이 생겨나서 다시 없어질 때 까지의 네 시기를 불교에서는 ‘사겁’(四劫)이라고 말한다.  번복하는 마음을 두지 말고, 물욕이 서로 가리게 하지 말고, 헛말로 세상을 어지럽히지 말며, 그리고 한울림을 속이지 말 것, 이 네 가지를 천도교에서는 ‘사계명’이라고 일컬으며, ‘예가 아니면 보지 말며, 듣지 말고, 말하지 말며 그리고 움직이지 말라’는 논어의 교훈을 ‘사물(四勿)’이라고 일컫는다.     어디 그뿐이랴. 삶의 기본이 되는 네 가지 계획, 곧 하루의 계획은 새벽에, 한 해의 계획은 봄철에, 일생의 계획은 부지런함에 또한 한 집안의 계획은 화목함에 있다는 말을 ‘사계(四計)’라고 일컫고, 품성이 군자와 같이 고결하다는 뜻에서 매화, 난초, 국화 및 대나무, 이 넷을 ‘사군자(四君子)’라고 말하며, 누구에게나 좋은 얼굴로 대하며 무사태평하게 사는 사람을 ‘사시춘풍(四時春風)’이라고 말한다.   여기에서 태극기의 4괘 생각이 떠올랐다. 본디는 사괘(師卦)를 건괘와 김괘로 나눈 것이었는데 태극기의 네 괘에 건(乾), 곤(坤), 감(坎), 이(離)를 그렸고 이를  4괘라고 부른다.     아무튼 4자는 이래저래 매력 있는 숫자임이 틀림없다. 미국의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은 4월30일 취임 연설에서 “자유의 신성한 보존과 공화당 정부의 운명은 미국 국민이 실천한 삶의 경험에 최종적으로 의지하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유명한 말을 남겼다. 윤경중 / 목회학박사·연목회 창설위원열린광장 타령 우주 자연 초대 대통령 공화당 정부

2024-04-21

[프리즘] 우주 대항해 시대

22일 우주기업 ‘인튜이티브 머신스’의 우주선 ‘오디세우스’가 달에 착륙했다. 미국으로서는 1972년 아폴로 17호 이후 52년 만의 달 착륙이고 민간기업으로서는 처음이다.   기업의 우주 탐사는 낯설지 않다. 스페이스X와 블루 오리진은 이미 실패와 성공을 거듭하며 우주로 진출하고 있다. 오디세우스가 착륙하자 빌 넬슨 연방항공우주국(NASA) 국장은 “오늘은 나사의 상업적 파트너십의 힘과 가능성을 보여주는 날”이라고 자축했다. 새로운 형태의 우주 탐사가 성공 궤도에 올랐다는 선언이다. 나사는 우주선 등을 직접 개발하지 않고 민간 기업에 맡겨 경쟁을 유도해 적은 비용으로 속도를 내는 ‘아르테미스’ 계획을 수립해 달 탐사 프로젝트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 오디세우스도 아르테미스와 연계한 ‘민간 달 탑재체 수송 서비스’(CLPS) 계획의 일부였고 나사가 1억1800만 달러를 지원했다.   아르테미스의 목표는 오디세우스의 착륙점에 들어있다. 오디세우스가 내린 곳은 물 공급원이 될 수 있는 지하 얼음이 존재하는 달 남극 근처다. 이번엔 필요한 정보를 확보하지만 다음 달에는 지하 얼음을 시추할 우주선을 보낸다.     물이 있으면 인간이 거주할 수 있다. 또 수소와 산소를 분리해 로켓 연료로 사용하면 다른 행성으로 가는 데 필요한 우주 주유소, 우주 거점으로 활용할 수 있다. 희토류 광물과 헬륨-3 채굴 이야기도 나온다. 영화 ‘에일리언’에 등장하는 우주 광산 개발과 식민지 건설 회사인 ‘웨이랜드-우타니’ 같은 기업이 이미 문을 연 겻인지도 모른다.   나사는 2026년에 우주비행사를 달에 보내는 아르테미스 3단계에 들어가고 궁극적으로는 정기적으로 우주 함대를 보낼 계획이다. 이미 ‘파이어플라이 에어로스페이스’ 기업은 우주 배달 서비스를 목표로 나사와 협력해 세 번째 달 탐사선을 발사할 예정이다. 시간이 흐르면 2개월 이상 거주가 가능한 일종의 달 정착촌이나 달 농업, 달 경제 같은 말이 익숙해지는 때가 올 수 있다.   1960년대 달 탐사는 냉전 시기 국가 경쟁의 산물이었다. 미국과 소련의 우주 경쟁은 패권 경쟁의 연장이었고 공포에 휩쓸린 측면도 있다. 핵무기가 대기권을 벗어났다 재진입하는 공간인 우주는 공포와 파괴를 연상시켰고 대중문화 속의 외계인은 온통 기괴한 외모에 가늠할 수 없는 파멸적 힘을 가진 존재로 그려졌다. 그 시대 달 착륙은 적국을 압도하는 역량과 이를 뒷받침하는 과학기술 능력의 과시이기도 했다. 달은 국가의 힘이 뻗어갈 수 있는 최대치인 점이어서 어떤 의미에서 달에 갔다 오는 것만으로 충분했을 수 있다.   이제 달은 찍고 오는 점이 아니라 활동 공간으로 넓어지고 있다. 당장은 기술과 경제지만 정치와 생활, 문화가 확장하는 공간이 될 수 있다. 팝아티스트 제프 쿤스의 달 조각 125개가 오디세우스에 실려 도착함으로써 달 최초의 예술작품이 된 것은 상징적이다.       나사가 민간 기업과 손잡고 우주 진출의 새로운 역사를 연 것은 왕실이 탐험가를 후원하면서 지리의 발견과 대항해 시대가  시작된 것과 유사하다. 대항해 시대는 결국 유럽의 세계 패권 장악으로 이어졌고 최종적으론 미국의 개국으로 귀결됐다. 지금이 우주 대항해 시대의 출발점이라면 이 흐름에 올라타느냐 탈락하느냐가 오랜 시간의 운명을 좌우할 것이다. 인도와 러시아, 일본, 이스라엘이 경쟁적으로 달 착륙에 뛰어든 이유다.   1969년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했을 때 한국 신문의 1면 톱 제목은 '인간 달에 서다'였다. 신문 1면 톱에서 '인간 달에 살다'라는 제목을 보게 될 때가 그리 머지않을 수 있다. 안유회 / 뉴스룸 에디터·국장프리즘 대항해 우주 우주 탐사가 우주 경쟁 넬슨 연방항공우주국

2024-02-25

[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자기 홀극

일상에서는 한 번도 들은 적이 없는 생소한 용어다. 하지만 일단 그 속뜻을 알고 나면 아주 쉽게 이해가 간다. 자석은 한쪽이 N극이면 다른 쪽은 항상 S극이다. 길이가 한 뼘쯤 되는 막대자석을 반으로 자르면 짧은 자석 두 개가 된다. 그 두 자석 모두 한쪽은 N극이고 반대쪽은 S극이다. 계속해서 반으로 나눠도 항상 한쪽은 N극이고 다른 쪽은 S극이 된다. 심지어는 N극 끝에서 조금 떼어내도 그 조각의 반대쪽 끝은 여전히 S극이다.     하지만 전기는 그렇지 않다. 양성자는 +전하만을 띄고 전자는 -전하만을 갖는다. 전기는 +와 -가 각각 독립해서 존재할 수 있다는 말이다. 마치 전기의 예처럼 자기 홀극이란 N극이든 S극이든 한쪽 극만 갖는 상상 속의 자석을 말한다.   1980년경 미국 MIT 공대 대학원생이던 앨런 구스는 왜 자석은 전기처럼 독립된 N극과 S극이 존재하지 않는지 궁금했다. 빅뱅 직후 존재했던 자기 홀극이 왜 지금은 발견되지 않는지 알고 싶었다. 오랜 기간 연구를 거듭했지만, 그는 결국 자기 홀극을 발견하는 데 실패했다. 그리고 좀 뚱딴지 같은 결론을 내렸다. 빅뱅 후 우주가 급팽창하게 되어 공간이 엄청나게 커지자 자기 홀극 입자가 희석되어서 눈에 띄기 힘들다는 이론이다.     쉬운 예를 들어 어느 작은 연못에 물고기가 많아서 물 반, 물고기 반이란 말을 할 정도였다. 그런데 무슨 이유에서 그 연못이 태평양만큼 커지자 그 많던 물고기가 다 어디로 갔는지 쉽게 보이지 않는다는 말이다.   앨런 구스가 우주 급팽창 이론을 처음으로 발표했을 때 많은 사람이 그의 이론에 동의하지 않았다. 우주가 급팽창하는 바람에 자기 홀극이 희석되어 찾기 불가능하다니 정신 나간 사람 취급을 받았다. 그런데 빅뱅 후 우주 온도가 내려가면서 상전이 현상이 생기고 거기에서 발생한 엄청난 에너지가 우주를 급팽창시켰다는 이론이 탄력을 받자 그동안 빅뱅 이론의 문제점이던 우주 지평선 문제, 우주 편평도 문제, 그리고 자기 홀극 문제까지 한꺼번에 해결되어 버렸다.     정신 나간 대학원생의 얼토당토 않은 이론인 줄 알았는데 앨런 구스의 우주 급팽창 이론은 우주의 진화 과정을 아주 잘 설명해 주었다. 지금은 빅뱅 이론과 함께 우주 급팽창 이론이 정설로 굳어지고 있다.   최근에 일단의 한국 과학자들이 초전도체를 발견했다고 해서 난리가 났다. 지금은 세계 여러 연구소에서 검증하고 있다. 초전도체의 성격상 회의적인 시선이 많은 것도 사실이지만 혹시 앨런 구스가 찾던 자기 홀극을 발견한 것이 아닌가 의심을 하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지금까지는 우주에 존재하는 힘이 4가지라고 알고 있지만, 어떤 학자들은 다섯 번째 힘도 있을 것이라고 한다. 관측되지 않아서 잘 모르기는 하지만 우주 대부분을 차지하는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의 정체도 언젠가는 밝혀질 것이고, 블랙홀을 명쾌하게 설명할 수 있는 새로운 물리학도 나올 것이다.     무엇보다도 상온 상압에서 작동하는 초전도체는 수소 핵융합 발전과 함께 우리 인류의 생존과 직결된다. 백여 년 전에 아인슈타인은 시간과 공간은 절대적이 아니라 상대적이라고 했다. 21세기를 사는 우리도 피부로 느낄 수 없는 얘기지만, 사실이다. 어쩌면 우리는 아주 새로운 미래에의 전야에 와 있는지도 모른다. (작가)         박종진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우주 급팽창 우주 지평선 우주 온도

2024-02-09

[이 아침에] 노래가 흐르는 길

색은 빛이 만들어낸 신비스러움이요, 노래는 소리가 만드는 아름다움이다. 새벽 햇살이 어둠을 몰아내고 새들의 노랫소리에 산과 들이 꿈에서 깨어나는 아침, 새날은 기지개 켜고 일어나 새로운 전설을 꾸미기 시작한다. 아기가 자라며 두 발로 걷기 시작하면서 부모의 사랑에 행복해 즐거운 듯 노래하고 춤을 추어 보인다. 이 땅 위에 사람도 말을 하기 이전부터 노래 부르고 춤을 추었으리라.   아기가 태어나 자라는 과정은 우리 생명의 지난날들을 잘 보여주는 듯하다. 아기의 잉태 과정부터 정자가 수억의 경쟁자를 물리쳐야 하는 생존경쟁이다. 이후 어머니 뱃속에서 성장하며 많은 과정을 거쳐 태어난다. 마치 인류가 태초부터 오늘에 이르는 과정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듯하다. 탯줄이 끊기고 소리 내어 우는 때까지 인류의 창조는 진화의 순서이었음을 이야기해 준다.   우리는 모두 한 우물에서 왔다. 뿌리를 찾아가면 모두 한곳에 모이고 뿌리가 있기 전에 씨앗이 있었다. 우리나라의 노래, 창은 동편제와 서편제로 나누어 문자가 있기 이전부터 노래에서 노래로 전해져 민요, 설화, 무가, 판소리들로 오랜 옛날의 이야기가 후세에 전해졌다고 한다. 노래는 언어로 발달하고 언어는 문자를 만들고 문자는 문학을 탄생시켜 우리가 즐겨 쓰는 시는 문학의 어머니가 되지 않았을까.   시를 쓰는 시간이면 즐겁기만 하다. 모든 잡념에서 벗어나 하나의 생각과 느낌을 마음에 담아 상상의 날개는 한없는 공간을 오르내리며 온 우주를 누빈다. 창작의 희열에 취했다가 깨어나 가끔은 독자가 되어 나를 돌이켜 보며 현실을 관조하기도 한다. 오감을 동원하여 감각적으로 그려 보이면 묘사를 하고 은유적으로 암시하면 독자도 나름대로 전율을 느껴 작가의 느낌을 상상 속에 더욱 선명하게 공명하여 시의 주제는 더욱 깊은 감동으로 전해진다.   달 밝은 밤 둘이서 언덕 위에 앉아 손잡고 부른 노래는 가슴을 울려 새로운 인생길이 열린다. 아이들을 낳아 기르고 가족을 꾸려가는 삶은 한없는 기쁨과 어려움을 겪고 하늘이 모든 목숨에 내려준 임무였음을 지나고 난 세월을 돌이켜 본다. 이제 내 한평생 노래하고 말하고 글을 쓰게 되어 이 땅 위에 자국을 남기었다.   사랑이 있었기에 종교가 있고, 노래와 춤이 있었기에 예술이 있고, 이성이 있었기에 과학이 있어 우리는 영성, 감성, 이성의 세 다리를 짚고 고구려의 삼족오(다리 셋의 까마귀)처럼 자신의 인생을 꾸려가고 있다.     머지않은 장래에 인류의 막내는 성숙한 어른이 된다. 그리고 그들이 낳고 키울 우주세대는 성스러운 믿음, 고귀한 예술, 우주를 나르는 과학으로 인류의 황금기를 맞을 것이다. 막내가 길러낸 우주세대는 인공지능을 가진 죽지 않는 기계 인간으로 우주 안에 보금자리를 찾아 별나라에서 노래 부르며 삶을 시작할 수 있을까.  최용완 / 건축가·시인·수필가이 아침에 노래 예술 우주 잉태 과정 이후 어머니

2024-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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